근친 <단편> 복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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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2,495회 작성일 17-02-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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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제인간 >>>


제 1 장 뇌 스캔 프로그램


올해로 마흔 아홉 살인 나는 유전자공학을 전공하였다.
그 덕분에 지금은 대덕 연구단지에 있는 『네이버3 과학 연구소』의 「생명 공학 연구부」 생체 배양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또한 나의 절친한 친구인 흑슈도 나와 같은 연구소의 「인공 지능 연구부」에서 책임자로 근무를 하고 있다.

여기서 이야기의 진행에 도움을 주고자 잠시 흑슈에 대해서 언급을 해야 하겠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흑슈의 부친은 카이스트의 교수였는데 컴퓨터 공학의 전문가로서 국내외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학자였고, 평소에는 대덕 연구단지에 있는 국방과학 연구소에서 침식을 잊은 채 연구에 몰두한다는 괴짜로 소문이 나 있었다.
또 학회 등으로 출장하는 일도 많았고 좀처럼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없었는데, 이따금 집에 돌아와서도 자료나 문헌을 책상 위에 높다랗게 쌓아 놓고는 서재에 파묻혀서 연구 논문 원고의 집필에 몰두하곤 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연구에 몰두하며 바쁜 가운데에도 늘 어린 흑슈를 데리고 다니며 여러 가지 기초과학과 과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탐구심을 심어주었다.
흑슈가 한 번 작정하면 모든 것을 제쳐놓고 잠수하여 연구에 몰두하는 습관은 아마도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의 부친에게서 받은 영향 때문인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흑슈와 나는 어릴 적부터 - 3살 때 놀이 방을 같이...? - 친구였고 그 때 맺은 우리들의 우정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고 늘 서로를 아끼고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독자 여러분이 흑슈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다면, 1998년 12월 12일 18:09 분에 코란의 야설 게시판에 「일본야설이라......?」라는 표제로 "남매(男妹) : 능욕 모녀(陵辱母女)"라는 부제를 달아 1998년 12월 22일 19:16 분까지 열흘 동안, 그 방대한 양을 31회에 걸쳐서 연재한, 원제『형매』를 참조하시면 될 것입니다.

■ 코란 야설 게시판 ■
야설과 야설에 관한 것만 올려주세요. 다른 주제는 삭제합니다.
December 12, 1998 (18:09) from Anonymous Host
Written by 흑수유 Hits : 1371 Lines : 150
<<< 일본야설이라......? >>>


위에서 보시다 시피 내가 1,372번째로 보았는데, 그 이후 엄청나게 재미있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야설을 사랑하시는 분들 외에 개나 걸(야설을 사랑하지 않는 넘)들도 덩달아 조회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그 때문에 수 만명이 일 시에 접속하는 바람에 회선의 폭주로 인하여 트래픽인지 뭔지가 걸려서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폐쇄되었을 겁니다.
(음......... 아닌가? 아닐지도 모르겠군.... 누가 청보위에 고발했다는 설도......)

아무튼,
코란 월드(Koran World)의 주소가 어떻게 되냐구요?
글쎄요.....!
아마 알아도 소용없을 겁니다.
그 후론 코란이 아주 없어진 모양이니까요..........

그럼 어떻게 하냐구요?
아, 뭘 어떻게 해요, 네이버3 자료실에 혹시 있나 찾아보시고 없으면 흑슈 본인에게 직접 물어 보세요!

아마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IMF인가 뭔가 때, 하라는 일은 안하고 중국에 있는 무슨 사이트를 해킹 하다가 걸려서 구조 조정 할 당시 일 순위로 연구소에서 짤리고, 지금은 네이버3이라는 곳의 낙방 방장으로 취직이 됐다고 합니다.

거기 주소가 어떻게 되느냐구요?
원 성질도 급하셔라.....!
알려 드리지요.
216.46.82.66/START.ASP입니다. ^^;

쩝! 그런데 낙방 방장으로 취직하고서도 제 버릇 뭐 못 준다고, 불문곡직하고 아무나(?) 잡아다가 무슨 강제노역을 시킨다거나, 지 맘대로(?) 아무나 골라서 일년 먹을 패스를 뿌린다거나 하는 등, 여전히 엉뚱한 짓을 해서 가끔씩 여러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고 하는데......
(이건 진짭니다! 이 부분이 궁금하신 독자들께서는 직접 네이버3의 낙방 게시판을 처음부터 정독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그 바람에 네이버3 쥔장이 하두 놀라서 심장이 더 튼튼해 졌다던가....?
에구... 그런데 네이버3의 재정이 별로 신통치 않다던데.... 월급은 제대로 받는지.....!

돌아와라 슈야!
모든 걸 용서하마!

아니? 웬 헛소리가?!
흑슈님 죄송합니다!!!
^^; 였습니다.



어찌되었든 내가 열심히 생체 배양에 관하여 연구를 하고 있는 동안 인공 지능 연구부에 근무하고 있는 나의 절친한 친구인 흑슈는 수 천 개의 컴퓨터 부품과 퍼지 이론을 공식화한 종이쪼가리들에 묻혀 지내고 있었다.

흑슈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천재성을 발휘하여, 오로지 정과 망치 만을 가지고 철옹성이라고 불리우는 모 멤버쉽 사이트의 방화벽을 순식간에 뚫는 등 다소 엉뚱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 아,참! 이참에 또 하나 밝혀둘게 있는데 슈는 아주 지독한 독수리라는 전설도 있음 - 아주 촉망받는 유능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하여 인간의 뇌 속에 담겨져 있는 모든 기억들을 스캔하여 하드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다고 오래 전부터 나에게 말해왔다.
나는 처음 그의 말을 들었을 때에는 신뢰하지 않고 그냥 농담으로 알아들었었다.

그러나 내가 생체 공학을 전공하면서부터 사람의 뇌 세포는 단백질로 되어있고, 세포간에 신호전달을, 화학반응으로 일어난 전기를 이용하여 뉴런을 통하여 전달하고 있음을 알게 됨으로써, 어쩌면 녀석의 말대로 인간의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스캔하여 컴퓨터 모니터를 통하여 볼 수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가 왜 흑슈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가 하면 나나 흑슈나 서로 연구한 것이 홀로 서기를 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복제인간에 대한 연구를 하던 어느 날 나는 커다란 딜레마에 부딪쳤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내가 복제인간을 만들었다고 가정했을 때 처음 만들어진 복제인간은 처음 태어난 갓난아이처럼 백지 상태로 만들어져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을 시키거나 지식을 넣어주지 않으면 자의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거나 행동을 할 수가 없을 것 아니겠는가?
그럼 여러 가지로 큰 문제가 파생될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말을 배우고 사물을 분간하려면 최소한 몇 년이 걸리는데 커다란 복제인간이 갓난아이와 같다면 만들어 봐야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다시 말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곁에, 당신 만한 크기의, 당신을 꼭 빼 닮은, 당신의 복제품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마치 천치 바보처럼 눈만 멀뚱 멀뚱 뜨고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떻겠습니까?

내가 이러한 딜레마에 빠져있을 때 흑슈 또한 자기가 개발한 두뇌 스캔 프로그램도 그 프로그램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순히 사람의 뇌 속에 들어있는 모든 정보를 스캔하여 하드디스크에 담아 놓는다고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사람의 기억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속에 들어 있다고 해서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을 하고 움직일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흑슈는 잘 하면 컴퓨터가 사람의 기억을 가지고 작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서 나와 장시간 언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뇌를 스캔하는 프로그램도 아직 개발이 안됐는데 언제 그걸 응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겉으로는 코웃음을 쳤지만, 그러나 나와 흑슈는 서로의 연구 결과를 공유해야만 한다는 것을 절감했고 그가 인간의 뇌를 스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기 위하여 틈나는 대로 찾아가 내 생각과 아이디어를 알려주곤 하였다.
어쨌든 흑슈는 뇌를 스캔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온 정열을 쏟았다.

* * *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흑슈로부터 그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는 전화가 왔다.
나는 다소 들뜬 마음으로 황급히 흑슈에게로 달려갔다.
그가 앉아 있는 책상 위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뇌 스캔 프로그램이라는 적색 자막이 요요롭게 떠 있었다.

흑슈는 스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는 듯 나를 살살 약 올렸다.
그가 만든 뇌 스캔 프로그램은 과연 아주 완벽에 가까웠다.
뇌의 정보를 스캔하여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다음, 다시 그 저장된 정보를 의식과 무의식의 두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가 있었고, 또 그것을 영상으로 엔코딩하여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의식의 삭제와 추가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흑슈의 뇌를 스캔한 것과 나의 뇌를 스캔 한 것을 하나로 합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다소 문제점이 있었는데 그 문제점은 나중에 흑슈에게 듣기로 하고 넘어 가겠다.

나는 얼른 나의 뇌를 스캔하여 보관하고 싶었다.
왜냐구요?
아, 갑자기 교통사고라도 나서 죽어 버리면 내가 연구하고 있는 복제 인간을 만들어 거기에다 입력시키면 다시 살아나는 것과 꼭 같을 것 아닙니까?
그도 안되면 아무나 잡아다가 입력을 시키면....?

내 뇌를 스캔하여 달라고 하자 갑자기 흑슈는 난처한 빛을 띄우며 더듬거렸다.
알고 보니 스캔을 하면 뇌 세포가 망가지기 때문에 죽기 직전에나 해야된다는 거였다.

"에구.... 그럼 그렇지.....!"

그러나 나는 벌써 여러 달 동안 병석에 누워 계신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때 흑슈가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의 어머니는 연세도 많으시고 언제 돌아 가실지도 모르니 미리 어머니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스캔 해 놓았다가 나중에 네가 생체 복제를 성공하면 어머니를 복제하여 거기에다 스캔한 정보를 입력하면 되지 않겠냐는 거였다.

나는 처음으로 심각한 갈등에 빠져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결심을 했다.
스캔하기로........


* * *


흑슈가 뇌 스캔 프로그램과 스캔에 필요한 주변장치들을 가지고 와서 내 실험실에 있는 슈퍼컴퓨터에 인스톨을 했다.
흑슈는 혹시 무슨 버그가 있지 않나 해서 여러 번의 모의 실험을 해 보았다.
테스트를 해본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흑슈가 돌아간 후 이제 돌아가실 날만 기다리는 어머니를 마취하여 스캐너가 설치된 의자에 눕힌 채 스캔하기 위하여 스캔 장치를 가동시켰다.

마그네틱 공명장치와 연결된 스캐너의 센서들이 하나씩 자동으로 어머니의 대뇌 피질에 접속을 하기 시작했다.

접속이 완료되자 센서가 마그네틱 공명 촬영을 하며 대뇌 속에 있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에서 발생되는 모든 신호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스캔된 뇌 속에 들어있는 모든 내용이 엔코딩되어 슈퍼컴퓨터의 데이터 뱅크에 저장되기 시작했다.

스캔이 완료되자 데이터 뱅크에 저장되어 있는 어머니의 기억들을 검색하였다.

데이터는 두 가지로 되어 있었다.
첫 번째는 의식이 있는 상태, 즉 금방 기억 해 낼 수 있는 부분이었고, 두 번째는 무의식의 상태, 즉 도저히 기억해 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무의식의 부분은 용량이 너무 많아 일일이 손을 대어 수정을 하다가는 몇 백년이 지나도 수정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이 부분은 그냥 놓아두기로 했다.

의식화 할 수 있는 부분을 검색하여 수정하기로 했다.
화학작용에 의해 생성된 전기신호로 저장되어 있는 의식화 할 수 있는 기억 부분을 영상 이미지로 변환시키기 시작했다.

다소 흥분된 마음으로 어머니의 기억을 영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화면에 나타난 첫 부분은 놀랍게도 세 살 때의 기억이었다.
여름 날 마당에서 조그마한 강아지 한 마리와 놀다가 화단에 예쁘게 피어있는 제라늄을 들여다보는 장면이었다.

빠른 속도로 검색을 했다.
그러다가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머니에게 안 좋은 부분이 나타나면 삭제를 했다.
마지막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 병들어 고통스러워하는 부분들은 모두 삭제하였다.
나에 대한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다른 부분도 삭제를 했다.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를 한 후에 광자기디스크에 기록했다.
그리고 나서의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은 여기에 세세히 기록을 하지 않고 건너뛰겠습니다.

어쨌든 나는 어머니의 뇌를 스캔하여 광자기디스크에 담아 놓았고 어머니의 체세포를 일부 떼어내서 플래티늄으로 만들어진 보관 용기에 넣어 액체질소로 채워진 초저온 냉동 보관실에 잘 보관해 두었다.
이제 내가 복제인간을 만들면 새로이 생성되어 백지처럼 깨끗한 상태의 새로운 뇌 속에 최종적으로 수정 완료된 어머니의 데이터를 주입하기로 했다.






제 2 장 생체 복제 장치의 완성



세월은 말없이 흐르고 또 흘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도 벌써 45년이 지났고 나도 나이를 먹어 금년에 90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느덧 몸과 마음은 노쇠해져서 이제 죽음이라는 단어도 나에게 낯선 거부감 대신에 아주 친밀하게 느껴졌다.

그 많은 나날들을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심혈을 기울여 생체복제장치의 개발에 매달려 왔으나 계속하여 실패만 거듭해 왔다.
결국 나는 생체복제장치를 완성치 못하고 이대로 죽고 마는 것일까?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21세기의 천재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흑슈도 뇌 스캔 프로그램만 개발해 놓고는 결국 컴퓨터와 완전하게 접합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 한 채, 3년 전 어느 봄날에 자기의 뇌를 스캔한 광자기디스크 한 장을 나에게 맡겨놓곤 씁쓸한 미소를 남긴 채 훌쩍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이제 오늘 시도하는 이 실험이 내 생애에 있어서 마지막 생체복제실험 일 것 같았다.
착잡한 마음을 달래며 거동하기조차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마지막 실험을 하기로 했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아두었던 두터운 돋보기 안경을 찾아 쓰고 저 만큼 떨어져있는 생체복제장치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다소 쓰리고 아파 왔다.

생체복제기는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길이 삼 미터 폭 이 미터 크기의 받침대 위에 투명한 강화 유리를 재료로 하여 타원형의 원통 모양 수조처럼 되어 있는데, 수조의 중심부에는 복제할 체세포를 올려놓는 초전도체로 된 접시가 떠 있었다.
접시 위에 복제할 체세포를 올려놓고 수조에 배양액으로 채운 다음, 전원 스위치를 넣으면 슈퍼컴퓨터가 체세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정보를 분석하여, 성장에 필요한 여러 가지 원소를 공급하여 원래의 모습으로 복제가 되는 장치였다.

1998년 6월에 영국에서 복제 양 돌리가 만들어진 이래 1999년 2월과 4월에 S대 수의학과 황 아무개 교수가 체세포 복제 기술을 이용한 「젖소 '영롱이'」와 「한우 '진이'」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20세기 마지막 해에 만들어진 복제 동물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복제는 아니었다.
어미 젖소의 자궁세포에서 떼어낸 체세포의 핵을, 다른 우량한 소의 난자를 채취하여 핵을 제거 한 뒤, 그 난자에 떼어낸 체세포의 핵을 집어넣고 전기 충격을 가하여 두 세포를 수정처럼 융합시킨 후에, 대리모 역할을 하는 소의 자궁에 이식하여 태어나게 한 것이므로 진정한 복제가 아니었다.

아무튼 그 후에 여러 과학자들이 진정한 복제 인간을 만들어 보려고 수 없이 시도를 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를 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나는 잠시 지난날을 회상해 보며 감상에 젖어 들었다.
가장 어려웠던 작업은 배양액을 만드는 일 이었다.
포도당에 알부민, 나트륨, 칼륨 등의 염화물을 혼합하여 마치 자궁 속의 양수처럼 세포가 적절히 자라는데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게 해 주는 일 이었다.

다음으로는 체세포가 분열하며 성장하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장치였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장치들을 적절히 제어하고 유지하는 데이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이었다.

잠시 감상에 젖어 있다가 마음을 진정 시키고 늘 해왔던 것처럼 포유류인 쥐의 체세포를 생체복제장치에 넣고 전원 스위치를 넣었다.
쥐의 DNA는 사람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쥐가 복제된다면 사람도 복제가 될 수 있기에 나는 직접 사람의 복제를 하지 않고 쥐를 실험 대상으로 하였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자 서서히 쥐의 형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지막 표피가 생성될 시간이었다.
표피만 생성되면 성공인데 이 부분에서 늘 막히고 말았다.
껍질이 없는 복제된 쥐가 눈을 말똥거리며 나를 쳐다보다가 얼마나 많이 죽어 갔는지 몰랐다.

어떤 때는 '그렇게 많은 쥐들을 못살게 했으니 혹시 내가 죽으면 쥐로 태어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망상을 해 보기도 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고 있자 어느새 표피가 생기는가 싶더니 털이 돋아나고, 순식간에 완벽한 쥐의 모양이 복제되었다.
배양액이 배출되고 전기충격이 가해지자 쥐의 심장이 박동 되며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복제된 쥐가 눈을 뜨고 깜빡이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수조를 열고 복제된 쥐를 꺼내어 형광판 위에 올려놓고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틀림없이 완벽하게 복제된 쥐였다.
쥐가 복제되면 사람도 복제가 된다!
내 마음은 흥분과 감격으로 떨려오기 시작했다.

성공! 대 성공이었다!!!
인류 최초의 새로운 발명품인 생체복제기를 완성시킨 것이다!
주르르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갑자기 흥분을 한 탓인지 심장의 박동이 심상치가 않았다.
내 나이 벌써 90이 아닌가?
이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점점 호흡이 가빠지고 눈이 침침해졌다.
심근강화제를 먹고 나자 다소 진정이 되었다.
건강진단 프로그램을 돌려 몸의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시간이 모자랐다.
살 수 있는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 * *


결국 중대한 결심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인체의 복제 여부를 테스트 해 볼 시간이 없었다.
심사 숙고 한 결과 마침내 나와 어머니의 복제를 동시에 해 보기로 했다.
이제 내 생애를 통틀어 마지막 도박을 해 보기로 한 것이다.

서둘러 냉각 질소로 채워진 초저온 냉동실의 문을 열었다.
플래티늄으로 만든 보관용기들을 살펴나갔다.
은백색 조그마한 원통에는 흑슈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체세포가 저장되어 있었다.
안쪽을 찾아보자 생각만 하여도 왈칵 그리움이 복바쳐 오르는 어머니의 체세포가 보관된 용기가 보였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용기를 꺼냈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은백색 보관용기의 뚜껑을 열고 마이크로 피펫을 이용하여 어머니의 체세포를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올려놓고 DNA의 이상유무를 검사하기 위하여 전자 현미경을 통하여 정밀분석을 했다.

검사결과는 아주 양호했다.
오랫동안 보관했어도 염색체나 유전자 등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나는 안심을 하고 곧장 입을 벌리고 입천장의 살점을 조금 떼어냈다.
조금 전과 똑같이 떼어낸 체세포를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올려놓고 이상유무를 검사하기 위하여 전자 현미경을 통하여 정밀분석을 했다.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둘러 생체복제장치의 배양 수조를 열고 어머니의 체세포와 나의 체세포를 초전도 배양접시 위에 따로 따로 고정시킨 후에 컴퓨터 앞으로 갔다.
30인치의 대형 TFT 액정 모니터에 생체복제프로그램이 로딩되어 있었다.
새로운 탄생을 상징하듯 오렌지 빛 메시지 옆에 커서가 깜빡이고 있다.

『생체복제 프로그램을 수행하시겠습니까?』
Yes를 써넣고 엔터를 쳤다.

『허가된 ID를 입력하십시오.』
- Passwolrd2 -

『비밀번호를 입력하십시오.
- ************** -

『인증 되었습니다. 순서에 따라 데이터를 입력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종을 분류하십시오.』
- 영장류 -

.
.
.
. 생 략
.
.
.
.
.

『최종 상태를 입력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여기서 잠시 망설였다.
복제되었을 때 너무 어리면 생존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고 또 너무 시간을 길게 잡아도 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생후 16살이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그 동안 이 실험실이 안전과 보안을 유지한다면.........

-146,880 : 00. 00. / 자동 배양 점검 -

『최종 완성까지 146,880시간이 걸립니다. 자동 배양 점검 중!』

모니터에 점검 결과가 빠르게 출력되며 지나가기 시작했다.

『배양액 : ok
예비전원 : ok
.
.
. 생 략
.
.
.
보안상태 : ok
스캔데이터 입력 장치 : ok』

『점검 결과 이상 없음! 데이터 입력 완료! 수정하시겠습니까?』
- No -

『배양을 시작하겠습니까? 수정사항이 없으면 Yes를 선택하십시오!』

나는 다시 한 번 프로그램을 살펴 본 후에 Yes를 선택하고 키를 눌렀다.

『D -146,880:00.00』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투명한 유리관을 따라 배양액이 채워졌다.
인체를 구성하는 각종 원소들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밀폐된 수조 속에서 격렬한 생체 결합 반응이 시작되었다.
각 각의 유리용기에 들어있는 원소들이 필요한 분량이 투명한 호스를 따라 빨려 들어갔다.
서서히 초전도 배양접시 위에 놓여진 체 세포가 분열과 증식하기 시작했다.

『D -140,160:04.027』이 되자 약 3Kg 정도 되는 한 쌍의 갓난아이 비슷한 형체가 생성되었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유리 캡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지켜볼 시간이 없었다.
모든 것이 침침하게 보이고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실험실의 모든 문을 폐쇄하고 특급 보안 장치 가동 버튼을 눌렀다.
작은 굉음이 일어나며 모든 문들이 닫혀지고 폐쇄되었고, 실험실 건물밖에는 고압 전류가 흐르는 방호 캐리어가 바깥 세상의 이목을 차단하며, 모든 시스템이 자동경계상태로 돌입했다.

이제 16년이란 긴 세월동안 이 실험실은 그 누구도 찾지 못하고 설사 찾았다 하더라도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다.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어머니의 뇌를 스캔 한 광자기디스크를 트레이에 올려놓고 나서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을 했다.

자동화 작업 개시 시간을 60초에 맞추어 놓고 뇌 스캔 장치의 의자에 앉았다.
머리 위에서 희미한 모터가 도는 소리가 나며 머리에 스캐너가 씌워졌다.
모니터의 화면에 최종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적색 숫자가 점멸하며 디스플레이 되고 있었다.

【 9, 8, 7, .......... 2, 1, 0 】

작업개시라는 문자를 보며 나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 * *


시간은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실험실 안은 슈퍼컴퓨터가 한 점의 오차도 없이 모든 일들을 자동으로 지시하고 있었다.

『D -8,760:04.00』이 되자 완전히 성숙한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완벽한 한 쌍의 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이었다.

『D -00:00.00 복제 완료!』

녹색 자막이 번쩍이며 수조 속의 액체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수조 속의 배양액이 완전히 배출되고 완벽한 남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캡슐 속에는 아주 예쁘고 청순한 소녀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알몸으로 누워 있었고 그 옆으로 소년이 누워 있었다.

소녀의 소롯이 솟아오른 작은 유방이 아름다운 기복을 이루고 있었다.

눈을 살짝 감고 잠들어 있는 한 쌍의 소년과 소녀의 모습은 보기에 매우 아름다웠다.

『복제 완료!』

『복제 대상 점검 시작!』

『1. 유전자 : 남-이상 없음 여-이상 없음
2. 외 형 : 남-이상 없음 여-이상 없음
3. 뇌기능 : 남-이상 없음 여-이상 없음
4. 안 구 : 남-이상 없음 여-이상 없음
5. 심 장 : 남-이상 없음 여-이상 없음
.
.
. 생 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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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96,096. : 생식기능 : 남-이상 없음 여-이상 없음』

『점검 결과 이상 없음. 복제 성공!!!』

모니터에 복제의 성공을 알리는 녹색 글이 힘차게 점멸했다.

『연동 프로그램 자동 수행 시작!』

지금까지 조용한 침묵 속에 빠져있던 여러 가지 기계들이 갑자기 작은 소음을 내며 작동을
시작했다.

『스캔 데이터 자동 기록 시작!』

메시지와 함께 배양기의 수조 뚜껑이 열리고, 수조 속에 들어있는 소녀의 머리와 소년의 머리에 자기공명기록장치를 씌워졌다.

저음의 기계소리만 들리는 실내에는 슈퍼컴퓨터가 여러 가지 메시지를 모니터에 쏟아 내며 저 혼자 자동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이윽고 광자기디스크에 기록되어 있던 정보들이 슈퍼컴퓨터의 디코더를 통하여 변환되고 그 변환된 신호가 자기공명기록장치의 카피라이터에 의하여 소년과 소녀의 대뇌 피질 1,000억 개의 세포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 * *


저 멀리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나는 그 불빛을 따라 잡으려고 있는 힘을 다 해서 뛰고 또 뛰었다.
어느 순간 처음으로 느껴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물질이 손에 잡혀왔다.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내 곁에는 어머니를 닮은 소녀가 눈을 꼭 감은 채 가볍게 숨을 쉬며 잠들어 있었다.
성숙한 소녀의 육체에서 쏟아지는 달콤한 향기와, 처녀의 탄력이 있는 두 유방의 감촉이 내 손에 전해져 왔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자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졌다.

보기 좋게 부풀어 오른 두 유방 언저리에 볼을 가져다 대어보았다.
힘찬 심장의 박동과 함께 달콤한 체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어린 아기가 어머니에게 하는 것처럼 아주 조그마한 젖꼭지를 가볍게 주무르다 살며시 입으로 머금어 보았다.
포근한 향수가 전신을 감싸 돌았다.

나는 젖꼭지를 빨며 서서히 손을 아래쪽으로 이동하여 부드럽게 쿠션이 있는 것 같은 하복부의 여기저기를 만지면서 자연스럽게 풍만하고 기름진 골짜기 쪽을 더듬어 내려갔다.

가장 예민한 부분에 나의 손가락이 닿자 소녀는 감고 있던 눈을 반짝 뜨고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다보았다.

"안돼! 이 예쁜 녀석! 젖이나 먹지 어딜 만지니?"

소녀는 아직 모든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엄마가 장난꾸러기 아들을 다루듯 손을 들어 내 등을 가볍게 찰싹 때리고, 몸을 둥글게 하면서 간지럽다는 듯 꿈틀거렸다.

그러다가 잠시 생각을 가다듬는 듯 하더니 다시 내 얼굴을 바라보던 소녀는 파랗게 질리며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아앗! 너... 넌.... 누구....?"

"아.... 나, 난...... 바... 박사요... 이 곳의....."

나 또한 소녀의 비명에 놀라, 일시에 어떤 말로 무엇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어 그저 버벅대고 있을 뿐이었다.




제 3 장 새로운 탄생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날이 밝는지 돔 형식으로 둥글게 만들어진 천장 가운데 나 있는 투명한 유리창에서 희뿌연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에 뒤 엉켰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하여 보았다.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먼 훗날 복제인간을 만드는데 성공을 한 것 같았고, 흑슈 역시 뇌 스캔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것 같았다.

지금 내가 마주 앉아 바라보고 있는 16살의 소녀는 나의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육체는 16살이 난 소녀의 몸이었고, 정신연령은 27살이었다.
어머니는 지금 나를 낳고 7개월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나의 육체는 16살 어린 소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지금 50살이 틀림없었다.

나는 어제가 나의 50번째 생일로 흑슈와 만나 술을 마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눈앞의 현실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나.....?
어떤 문제가 있었을 것 같았다.

대충 내 나름대로 추리를 해보고 어찌되었든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이 어떤 문제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골치 아픈 것들은 시간을 두고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는 장시간에 걸쳐서 어머니에게 나름대로 정리한 생각들을 말해주었다.
어머니는 나의 설명을 들으며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간신히 정리하여 차차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니까.... 네가 내 아들이란 말이지?"

"네, 그래요. 어머니...."

"아! .............! 내가 너를 낳은 지가 이제 겨우 칠 개월밖에........"

어머니는 자기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칠 개월 전에 아이를 낳던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자신의 몸은 꿈 많던 고교시절로 돌아가 있으니 도대체 이해가 되지를 않는 모양이었다.


* * *


우선 한 손으로 수조의 가장자리를 집고 훌쩍 뛰어 넘었다.
생각보다 날렵하게 몸이 움직였다.

그도 그럴 것이 50살의 중늘그니가(성님.... 죄송하구만유.... 음양신공에서두 잠깐 나오더니만... 여기서두 또 나오시네유.... 출장 잘 다녀오시구유... 헤헤헤~~~ 오실 때 흑슈꺼만 사오시지 말구 내꺼도....!!! ) 16살의 소년의 몸을 가지고 있으니....!

"어머니, 이리 내려오세요."

"으응!"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왼 손으로 수조의 가장자리를 붙잡은 다음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려 수조의 바깥쪽으로 내 밀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어머니를 안전하게 붙잡아 주려다 그만 얼굴을 뻘겋게 물들이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아직까지 우리는 아무 것도 몸에 걸친 것이 없었으니까......!

내가 내민 손에 어머니의 손이 닿았다.
내가 다시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보는 순간 나의 손을 잡고 어머니가 내려왔다.
그러나 아차 하는 순간 몸의 균형을 잃고 나와 어머니는 서로 껴안은 채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최초로 맛보는 부드럽고 따뜻한 알몸의 아찔한 감각이 전신을 자극해 왔다.

나도 모르게 아랫도리에 뿌듯하게 힘이 들어가며 자지가 저절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딱딱하게 부풀어오른 나의 자지는 어머니의 아랫배 부근을 힘차게 찔러대고 있었다.

어머니는 다소 겸연쩍은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나는 흘낏 아랫도리를 쳐다보다가 다시 얼굴을 붉혔다.
성난 내 자지는 무엇이든 뚫을 듯이 힘차게 꿈틀대고 있었다.
슬그머니 아래를 가리며 일어나자 어머니는 모르는 척 다른 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우선 옷과 신발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마치 우주선의 실내처럼 생긴 이 곳을 천천히 둘러보며 세밀히 살펴보았다.

생소하게 느껴지는,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잘 정돈된 실내에는 생전 처음 보는 여러 가지 첨단 장치들이 있었는데, 전원이 들어와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중앙에 놓인 생체복제장치 옆으로 오른쪽에는 거대한 컴퓨터가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 치과 병원의 의자처럼 생긴 장치에 겨우 형체만 알아볼 수 있는 해골이 한 구 앉아 있었다.
그 해골은 금테의 두터운 돋보기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아마 미래의 나, 아니 과거의 나 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죽어서 해골이 되어버린 또 하나의 나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아주 미묘했다.
그러나 이때 나는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사람의 육체가 간신히 형체만 유지하는 해골로 변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질 않는 우를 범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나중에 여러 가지의 일들이.....

아무튼 그 옆으로 책상이 놓여 있었고, 책상 위에는 노트북처럼 생긴 컴퓨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책상 뒤쪽으로 커다란 콘솔박스가 있었고 그 콘솔에는 알 수 없는 기계가 장치되어 있었다.
반대편에 출입문처럼 생긴 곳이 보일 뿐 그 외에 다른 것은 더 이상 없었다.

어머니와 나는 출입문처럼 생긴 곳으로 다가가서 문을 열어보려고 했지만 열어지지 않았다.
한참동안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든 동력은 전부 차단되고 현상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만이 공급되고
있는 것 같았다.

달콤한 향내가 옆에서 느껴지자 고개를 돌려보니 어머니가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다소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잘 되질 않니?"

"으음... 네, 아, 아뇨....!"

나를 바라보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내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있었다.
이 소녀가 나의 어머니라니.....!
왈칵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때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노트북에 생각이 미쳤다.
황급히 책상으로 다가가서 노트북을 집어들고 뒷면을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노트북의 모델명과 사양 및 제조일자가 알루미늄 판에 음각 되어 있었다.

『네이버3파워노트북
모 델 명 : 네이버3-2000-01-07
프로세서 : 야설파워 2000
비 디 오 : 고해상도 네이버3 픽춰
정격전압 : DC 19V
정격전류 : 2.4 A
제조일자 : 2043. 1. 7.
제조번호 : 20000107
소비자상담실 : 2000-2000-2000』

내가 생각나는 마지막 나의 기억이 50세인 2002년 3월 1일인데 이 노트북의 제조일자는 2043년이니 앞으로 41년이 지난 후에 만들어 진 것이란 말인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이 불안스럽게 다가왔다.

"으음.....!"

전원이 없었지만 내장된 배터리가 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원 스위치를 넣자 파워인디케이터에 적색 불이 들어오며 부팅이 되기 시작했다.
부팅이 되기 시작하자 나는 언제 전원이 끊어질지 몰라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네이버3윈도우2040』이란 처음보는 윈도우의 로고가 떴다 사라지고 부팅이 완료됨과 동시에 나는 터치패드에 손가락을 대고 노트북 액정화면의 오른쪽 하단으로 커서를 움직여 배터리 모양의 전원 표시를 체크 해 보았다.

『DC 전원 충전율 94 % 약 2,256 시간 사용 가능』

노트북이 잘못되지 않았으면 내 눈이 잘못 되었나 싶어서 다시 체크를 해 보았지만 역시 같은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배터리의 성능이 놀라웠다.

'우리 나라에서 월드컵 개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에는 최신형 스마트 수소 배터리로도 고작 다섯 시간 정도밖에 사용을 할 수가 없었는데........'

초박형 메탄올 연료 전지를 개발한다고 하더니....
이 정도면 노트북 안에 담겨진 내용을 서두르지 않아도 얼마든지 검색 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새삼 모든 것이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맨 엉덩이에 싸늘한 감각이 드는 것을 느끼며 의자에 앉았다.

노트북의 하드디스크에 담긴 내용을 검색하기에 앞서 시간과 날짜를 체크해 보았다.

『 2061 5. 4. 토요일 06:37 』

"어머나! 지금이 2061년 봄이란 말이야?!"

내 곁에서 보고있던 어머니가 놀라 외쳤다.
나는 이미 예상을 하고 있던 터이라 그냥 폴더를 열어 내용을 검색했다.
이리저리 뒤적이자 마침내 미래, 아니 과거의 내가 복제되어 다시 환생할 나에게 써 놓은 메시지를 발견하였다.

내 왼쪽 어깨에 어머니의 오른쪽 유방이 닿는 짜릿한 감촉을 즐기며 그 메시지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나는 메시지의 내용을 스크롤 해가며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어머니는 계속해서 새로운 내용이 나올 때마다 등뒤에서 나를 껴안고 감탄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나는 메시지에 담긴 내용보다 내 등 전체에 느껴지는 어머니의 유방과 알몸의 감촉이 더 자극적이었다.

그 메시지에는 앞으로 내가 살아갈 여러 가지 지식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메시지의 내용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이야기하겠다.
또 어지간한 일들은 독자 여러분들이 먼저 다 알고 계실 터이니까.....!

* * *

맨 몸에 노트북을 들고 출입문 쪽으로 다가갔다.
노트북에 적혀있는 대로 출입문의 왼쪽 아래를 자세히 살펴보니 네모난 작은 틈이 있었다.
그 틈을 옆으로 밀자 조그마한 구멍이 생기고 그 속에 비상용 버튼이 있었다.
버튼을 누르자 배터리에 저장된 예비 전원이 공급되며 출입문을 열었다.

복도로 나서자 정면에는 밖으로 나가는 최종 출입구가 은빛 합금으로 만들어진 두터운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고, 양쪽 옆으로 각각 방이 하나씩 있었다.
오른쪽에는 메시지대로 커다란 침대가 놓여있는 다용도의 거실겸 주방겸 침실이었고, 그 한쪽 편에는 방수 커튼으로 만든 나지막한 가리개로 가려놓은 욕조와 변기가 있었다.

왼쪽에는 여러 가지 물품이 저장되어 있는 창고였다.
어머니와 나는 먼저 옷과 신발을 찾아보았지만 아무 데도 옷과 신발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멍청한 미래의 나, 아니 과거의 나는 다른 모든 생필품들은 준비해 놓았는데 옷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왜냐하면 네이버3과학연구소에서 은퇴를 한 후에 그 동안 모았던 돈을 모두 털어서 이 건물을 짓고 혼자서 이 속에 들어와 살았고, 그나마 말년에 단 한 명의 친구였던 흑슈마저 먼저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으니 더 이상 찾아올 사람도 없고, 세상에서도 잊고 말았을 것이 뻔했다.

빨리 밖으로 나가서 변해버린 세상을 보고 싶었지만, 벌거벗은 상태로 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어머니와 나는 태초의 아담과 이브처럼 벌거벗은 몸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마주보고 씨익 웃었다.

나는 어머니의 벗은 몸을 보거나 접촉할 때에 시도 때도 없이 자지가 불끈불끈 발기하여 몹시 부끄러웠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나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는 갓난아이로 생각이 되는지 나의 몸을 보거나 자기의 벗은 몸을 내게 보여주는 것을 조금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배고프지 않니? 젖 줄까? 호호호호.......! 아기가 너무 크니까 좀 징그럽네!"

그러더니 일어나 싱크대가 있는 쪽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어머나!!! 이것 좀 봐! 마치 누가 조금 전에 넣어 놓은 것 같네!!!"

냉장고에는 동력이 공급되고 있었고 안에는 놀랍게도 랩으로 싸여진 배추며, 무, 고기, 생선 등이 마치 어제 넣어 놓은 것처럼 싱싱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그 동안 식품 보존에 관한 연구가 놀랍도록 발달된 것 같았다.

싱크대 위의 수도꼭지를 열자 정수된 맑고 신선한 물이 흘러 나왔다.
어머니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 요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어머니가 요리를 하는 동안 나는 침대 옆에 있는 조그마한 식탁 위에 앉았다.
알몸으로 요리를 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를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 끝 -


졸작을 읽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읽어보시고 마음에 들지 않거나 추가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시면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2,000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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