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여명의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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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2,733회 작성일 17-02-1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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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여명의 이야기


-영선과 여명-


"이런 개새끼! 이걸 돈이라고 가지고 다니냐? 엉! 죽고 싶어?"

"하, 한번만 용서 해주세요! 이게 가진 돈 전부란 말이에요"

"푸하하, 이 새끼봐라. 야! 이 좆만한 새꺄! 니 꼰대가 이 지역 알부자란 건 땅이 알고 하늘이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가진게 이것 밖에 없다고? 이게 확! 죽을라고!"

험상 굳게 생긴 양아치는 결국 부아를 참지 못하고 손을 높이 쳐들었다.

"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형님들!!"


결국 심약한 영선이는 고개를 죽어라 푹 숙이며 손발이 닿도록 빌고 또 빌었다.

영선이의 머리 속에는 오직 이 순간 저 솥뚜껑만한 손길에서 최대한 덜 맞는게 지상 최대의 과제였다.

그러면서도 영선이의 속마음은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자신이 가진 돈은 지금 저 험상 굳은 양아치 손으로 넘어간 3만 2천원 하고도 300원이 진짜진짜 전부였다.

그런데도 저 빌어먹을 놈의 양아치 새끼들은 사람말을 곧이 곧대로 믿질 않았다.

원래부터 천성이 심약한 자신은 첨부터 삥듣기 전문가 앞에서 요령 따위는 피울 생각을

애초에 전혀 하고 있지도 않았다.

자신은 그런 배포도 그런 잔머리도 발달한 영악한 놈이 아니란 걸 영선, 그 자신이 더더욱 알고 있었다.


"정말이에요! 흑흑....가진 돈은 그게 전부에요...."


영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불쌍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정말 서럽도록 눈물까지 쥐어 짜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까지 질질 짜는 영선을 본 양아치는 올렸던 손을 내리며

가만히 영선이 하는 꼬라지를 아니 꼽다는 듯 째려만 보았다.

그걸 지켜본 옆 동료가 양아치의 옆구리를 푹 찌르며 한마디를 툭 던졌다.


"야, 저 새끼 저거 진짜인거 같은데. 그만 가자"

"끄응"

"!!!"


순간 영선이는 옆에서 들린 그 단 한마디가 하늘에서 내려온 구세주의 천금과 같은 말씀처럼 들렸다.

이 순간을 놓쳐서는 절대 안되었다.

영선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안해도 되는 말까지 나불거리며 질질 짰다.


"흐흑...맞아요. 형님들 말씀대로...사람들은 저의 아버지가 알부자에 땅부자라며 갑부의 아들로 태어난

저를 부러워 합니다...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전혀 달라요. 실은 전 집에서도 찬밥이나 다름없는 신세에요.

오늘도 전 새어머니한테 또 매질을 당했어요. 따뜻한 도시락을 먹어본 적이 언제인지 생각도 나질 않아요.

전 용돈조차 없어요. 이 돈도 제가 아침에 우유배달을 해 번 돈에서 쪼개어 낸 제 식비에요....훌쩍..."

"....."


양아치는 말이 없었다. 아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겉모습도 왜소해 진짜 불쌍하게 생긴 영선이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남들은 알지 못한 자신의 처량한 처지를 호소하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짠 해진 것이었다.

만약 이것이 영선의 연극이었다면....

영선 그 자신은 정말 희대의 연기자로써 성공할 엄청난 재능을 지닌 것이리라.

한참동안 물끄러미 영선을 바라본 양아치는 결국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진짜냐?"

"흐윽....네에..."


울음 섞인 짧은 한 마디의 대답.

만약 대답을 길게 늘여 뺐다면 눈치 8단의 양아치의 레이다에 바로 포착되었으리라.


"임마! 이 돈 다시 가져가! 나도...씨팔! 코묻은 돈은 좆나 싫거든!"

"....."


그러나 영선은 선뜻 "아이구, 행님여~ 감사합니데이~" 하며 넙쭉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어찌 그럴 수가 있겠는가? 저 진상 10단의 왕쭈글 양아치 면상 앞에서 말이다.

헌데 그런 영선의 머뭇거림이 양아치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양아치 자신으로썬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왕자비심을 발휘하며 오늘만 영선에게 하늘과 같은 은총을

내리시는 것이련만 이 미련 곰탱이 같은 놈은 알아서 척척 맞짱을 쳐주지 않으니

옆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동료들에게 쪽이 팔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었다.


"이 개새꺄! 죽을래?!"

"허억! 아, 아닙니다! 가, 감사합니다. 형님!"


팔랑~


양아치는 영선이 돈을 받든 말든 손에 쥔 지폐를 허공중에 거칠게 흩뿌렸다.

영선은 또 다시 양아치의 심기를 상하게 할까봐 정신없이 흩뿌려진 돈들을 주워 모으기 위해

볼 쌍 사나운 모습으로 쭈그려 앉아 바닥에 떨어진 돈들을 줍기 시작했다.

살짝 옆으로 영선의 뒤통수를 힐끔거리던 양아치는 역시 이런 모습이 자신과 맞지 않는지

툴툴거리며 사라져 갔다.


“에이~퉤! 시팔! 기분 좆네 더럽네. 야! 가자”


이윽고 3명의 양아치 패거리들이 사라지자 영선은 한참 붙들어 매였던 새가슴을 한번에 풀어내며

길고 긴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그대로 엉덩이를 붙이며 주저앉아 버렸다.


“후우....살았다....크크크....살았어....훌쩍”


저승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마냥 영선은 그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지금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혼자 웃고 킥킥대면서도 영선은 흐르는 눈물을 어찌 하지 못했다.

안도감에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서러움이 자기 자신도 제어가 안 되었던 것이다.



“하아~저길 또 들어가야 하나....”

영선은 불이 꺼진 으스스한 전원주택 앞에서 서서 머리를 끌쩍였다.

15억 상당의 어마어마한 돈으로 치장한 100여평에 이르는 그리고 이 부근에서는 누구나 엄지를

치켜세우지 마지않는 이 초호화 전원주택 앞에서 영선은 신경질적으로 바닥의 돌들만 걷어찼다.

남들은 이 엄청난 전원주택에서 하룻밤만 자도 소원이 없어 하는데 영선은 이런 주택이

마치 도살장마냥 몹시도 들어가길 주저하고 있었다.

“쳇~들어가바야 또 순희 아줌마하고 김집사님만 계실테지...”

영선은 시근뚱한 눈길로 자신의 집인 전원주택의 대문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아...진짜 들어가기 싫다. 우리 꼰대는 분명 그 불여시랑 새끼 불여시랑 같이 외출 했을 테고...젠장!”


문득 영선은 자기 꼰대의 볼록 튀어나온 똥배를 연상하며 자문을 해본다.

“나 정말 우리 꼰대 자식 맞아?...”

영선은 기억을 할 수 있는 나이 때부터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영선은 엄마에 대한 얘기를 물어볼 때마다 꼰대는 그저 내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는 말만 할 뿐 집안 어디에서도 영선은 엄마에 관한 사진이나 사소한 여인의 장신구마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에취!! 훌쩍...으으...춥다! 결국엔...들어가야 겠군”


모처럼 엄마에 대한 감상에 빠져들어 공상의 나락으로 접어드려는 순간 이 놈의 몸뚱아리는

무드는 전혀 모른다는 듯 재치기를 해대었다.

영선은 양팔로 몸을 얼싸안고 대문 옆에 매달린 초인벨을 눌렀다.


띵동

-누구세요?-

-아줌마~저에요. 영선이-

-어, 영선이 왔구나. 어서 들어와라-


자신의 으리으리한 집의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계시는 가정부인 순희 아줌마였다.

순희 아줌마는 시골에서 젊은 시절을 억척스럽게 보내신 과거 경력 때문인지 꼰대랑 불여시가

뭐라 트집조차 잡지 못할 만큼 아주 깔끔하고 똑 부러지도록 안살림을 해내셨다.

또한 영선 자신이 이 집에서 유일하게 마음 편히 정을 붙이고 있는 어머니같은 분이시기도 했다.

대문을 열고 20여미터에 이르는 마당길을 지나 현관에 들어선 영선에게 순희 아줌마는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마중나와 계셨다.


“오늘은 꽤 늦었네. 어서 오너라. 마침 네가 좋아하는 순두부찌개 해놨어”

“킁킁....으....냄새 죽인다~! 역시 순희 아줌마가 최고네요. 하하”

“원 녀석도. 들어가 간단하게 씻고 주방으로 와”


순희 아줌마는 영선에게 싱긋 한번 웃어주곤 다시 뒤돌아 주방으로 향하셨다.

영선은 아줌마의 뒤통수에다 대고 물어보나 뻔하겠지만....그래도 물어봤다.


“아줌마. 아버지랑 새 엄마는 어디 갔어요?”

“뭐 뻔하지 않겠니? 이번엔 좀 길게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단다. 주영이도 같이 갔어”

“주영이도요? 하긴...내년이면 중3인데 아직 시간 있을 때 실컷 놀아야겠지...”

“너도 한창때면서....호호, 아니니?”

“그래도 고 2면 놀 시간보다 잔소리 듣는 시간이 많을 나이죠”


영선은 자신만 떼놓고 단체로 놀러간 가족에 대한 서운함을 그냥 빙그레 웃는 걸로 대신하며

마음속에서 훌훌 털어버리곤 2층 자신의 방으로 터벅터벅 걸어올라 갔다.

순희 아줌마는 그런 영선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녀석...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마. 쯧쯧...어쩌다 네가 이리 되었는지....‘

 



나의 이름은 여명.

올해 나이 18살. 유성고등학교 3학년.

키 185센티에 몸무게 74킬로그램.

얼굴은 어려서부터 색기가 반지르르 흐른다고 듣고 자랄 만큼 남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곱고 갸름한 동안(童顔).

얼굴 때문에 어려서부터 아줌마들에게는 인기만점이었다. 내가 봐도 가끔 거울 속 나를 볼때면

이목구비가 뚜렷한 조각상 같은 잘 생긴 얼굴에 놀라곤 한다.

이와같은 잘생긴 얼굴로 인해 꼭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려서 구걸을 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점점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남자아이들의 질투와 고아란 멸시는 곱고 잘생긴 면상이 더욱 꼴보기 싫게 만드는데

촉매제 역할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난 머리가 커지기 시작하고 고사리 같은 손이라도 주먹이란 걸 쥘 수 있게 된 나이 때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질만 하면서 자라났다.

잠시 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일단 난 고아다. 언제부터 고아였냐고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갓난아기 때부터라 말하고 싶다.

난 소위 말하는 동냥 젖으로 자란 아이다.

그런 나를 동네 이장 어르신께서 4살까지 키워주시다 어느 날 그 동네를 지나간 역술인이 이장님 댁에

들러 나를 보며 한 한마디가 다시 나로 하여금 세상에 버려지게 만들었다.


“천신의 저주가 걸린 아수라상 입니다. 위험한 아이군요”


빌어먹을....뭐가 천신의 저주며 상이면 상이지, 아수라상은 뭐란 말인가!

이제 겨우 4살 밖에 먹지 않은 꼬맹이가 무슨 세상에 저주를 내린다고 그 따위 말도 안되는

횡설수설로 그 힘든 세파에 시달리게 만든단 말인가!

그래서 난 아직도 점이 어쩌니 운명이 어쩌니 하며 떠드는 점쟁이들을 볼때마다

분노를 참기 어렵다.

하여튼 그 뒤로 난 산간 시골 마을을 벗어나 도시로 흘러들었고

난생처음 가본 도시란 곳은 정말이지 나같은 거지들이 하루 끼니 주서 먹을 음식들이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그런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어려서부터 총명하란 소리를 곧잘 듣곤 했던 난 적응력 면에서도 단연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주변 노숙자 아저씨들을 따라 밤에는 지하철에서 잠을 잤고 낮에는 거리에서 그 중 재래시장에서

먹을 것을 구걸하며 모진 목숨을 연명하며 자랐다.

그러다 내 나이 7살이 되던 해,

당시 대통령 선거로 온 도시가 떠들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기호 2번 김대화 야당 후보가 내 주무대였던 재래시장에 방문했을 때였다.

그날도 난 할매네 만두집에서 몰래 만두 3개를 훔쳐서 달아나던 중이었다.


“아이고, 저 거지 새끼가 또 내 만두를 훔쳤네. 저놈 잡아라!”


이제 겨우 40살 밖에 안된 만두집 아줌마는 여간 억척스러운게 아니었다.

나이도 젊은 아줌마답게 소매를 걷어 붙이고 쫓아오는 힘도 발군이었다. 저러다 잡히면 그 힘은

고스란히 내 볼기짝에 흐를 피로 대체될 것이다. 

그래서 난 잡히면 죽는다는 각오로 뛰고 또 뛰었다.


“헉헉...아직도 쫓아오시네. 젠장 어디로 가야지?”


그날따라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평소에는 거대 마트와 백화점에 치여 이제는

동네 구멍가게들로 전락한 재래시장이 하필 오늘따라 사람들로 붐빈단 말인가!

갑자기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키가 작았던 난 그런 사람들 다리 사이로 요리조리 쥐새끼 마냥 잘도 빠져나오며

만두집 아줌마의 손아귀에서 간발의 차이로 피할 수 있었다.


“이..이 새끼 너! 잡히면 정말 이번엔 가만 안둔다. 정말 죽을 줄 알아!!”


하도 아줌마의 가슴을 애타게 만들어서 였을까?

차라리 엄청난 실력 차이로 추격의 의지조차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면 아줌마 입장에서도 저렇게 부아가

치밀지 않으셧을 테다. 그러나 잡힐 둥 말둥 하니 오죽 약오르지 않겠는가.

덕분에 아줌마는 광전사로 변해가셨다. 난 뒤로 힐끔 아줌마의 붉게 타오른 얼굴색을 보는 순간

얼굴이 하얘졌다.


“위...위험하다!!”


그때였다.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검은색 양장 바지를 입은 다리의 숲이 보이는 것이었다.

뒤에서는 나를 잡으려드는 지옥의 야차가 쫓아오고 있었고 난 살기 위해 그 검은 양장 다리 숲 사이로

엎드려 보기 좋게 슬라이딩 하듯 미끄러져 들어갔다.


끼이익


-으아아!-

-사람이 치였어!-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그 당시 상황은 검은 색 중형 자동차의 시꺼먼 타이어뿐이 없었다.

들은 얘기로는 내가 멋지게 검은 양장을 입은 경호원들 다리 사이를 슬라이딩으로 빠져 나오는 순간

하필 그때 재래시장으로 선거 유세를 나온 김후보의 자동차가 들어서고 있었다고 한다.

워낙에 불지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경호원들도 차를 몬 운전수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김후보는 당시 유세를 하기 위해 나왔다 자신의 차로 사람을 치고 만 것이다.

그것도 아주 어린 아이를 말이다.

그 사건은 은폐는 물론 자신의 선거에 크나큰 악재로 작용할 엄청난 재앙과도 같았다.

그것을 보면 내가 저주를 몰고 다닐 아수라상이 맞긴 맞나보다.

어찌 되었던 내가 그렇게 차에 깔려 사고를 당하자 만두집 아줌마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고

난 바로 인근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난 곧바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온갖 카메라와 기자들의 촬영을 받아야 했고

이 사건은 뉴스에도 보도될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연 여당 후보는 이와 같은 천우일조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세퍼드처럼 김후보를 물고 늘어졌고 김 후보는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며

모든 책임을 지고 소년을 살리겠노라 말했다.


“이제 정신이 드니?”

“크으으....여기가 어디죠?”

“여긴 병원이란데. 넌 지금 큰 사고를 당했어. 기억나니?”

“사고...아! 그랬군요....그런데 아줌만 누구세요?”


눈을 뜨고 내가 처음 본건 하얀 색 가운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이었다.


“난 네 담당 의사야. 몸은 좀 어때?”

“머리가 좀 어지럽고...몸이 좀 뻐근한 거 빼고는 별로 아픈데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그만 하면 천만 다행이야. 이제 좀더 눈을 붙이도록 해라”


그 당시 어린 나의 눈에 비친 그 하얀색 가운의 여인은 말 그래도 천사였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본 천사...난 천사란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러한 나의 다짐도

믿음도 한순간에 날아가는 걸 느껴야만 했다.

여인은 곱고 만지면 날아갈 것 같은 미소로 나를 편안하게 해준 뒤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보며

난 눈을 감았다.

스르르 감기는 수마 위로 아스라이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깨어났나요?”

굵고 늙으수레한 목소리가 물었다.

“예. 이제 마음 놓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김후보님”

“후우...다행입니다. 다행이야...”

“많이 놀라셨군요. 하지만 방금 마지막 채크 결과 이제 완전히 정상을 회복했습니다”

“어디 놀랐을 뿐입니까? 이 늙은이는 가슴이 터져 죽는 줄 알았다오. 당시 상황을 보면....

저 아인 분명 1톤이 넘는 대형 승용차 타이어에 복부가 깔려 크게 위급한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아시오?“

“저로써도 설명할 길이 없네요. 다만 기적이라는 말 이왼 달리...한가지 확실한 점은 저 아인

치료하면 느낀 것이지만 엄청난 치유능력을 지니고 있더군요. 정말 인간이 이런 치유력이 있다는 걸

처음 봤습니다. 이건 학계에 연구 발표하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단한 발견이에요“

다소 흥분된 여인의 목소리였다. 그러나...아직 어렸던 난 지금 내 귓가를 속삭이는 잠의 유혹이 더

달콤했다. 그리고 난 다시 꿈의 저편으로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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