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2080년의 사랑 [09,10/26](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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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53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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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목 : ♣ 2080년의 사랑 ♣ 살 냄새 -2

퇴근 시간이 되어 진규와 경태는 일본으로 향하는 에어버스에 올랐다.
일본까지는 20분이 소요되었다.

위원회는 각 수중도시의 특성에 맞게 도시를 운영하고 있었다.
문화수준이나 거리의 모습은 어느 도시를 가보아도 거의 비슷한 유형을 하고
있었지만 각 도시에는 나름대로 특성이 있었다.
일본 같은 경우는 섹스 산업을 위주로 도시가 개발되어 각 도시의 독신 남녀들이
밤이면 수없이 몰려들었다.

형석과 만나기로 약속된 장소는 놀랍게도 각 수중 도시에 하나 둘 밖에 없는 전통
식당이었다.
위원회는 세계 모든 수중 도시의 시민은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었지만 그것은 일반 시민에 해당되는 정책이었고 수중 도시의 곳곳에는 일반
시민이 접할 수 없는 특정한 시설이 있었다.

전통 식당도 특정한 인물들을 위하여 만들어진 시설의 하나였다.
대체로 전통 식당을 이용하는 부류는 정부의 고위 공직자가 대다수였다.
위원회는 자신들을 위하여 전통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일반 시민이 전통 식당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통 식당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었지만 누구나 이용하기에는 그에 따르는
에너지의 소비가 엄청났다.

일년 내내 공장에서 유리관을 통하여 배달되는 식사에 식상한 시민이 전통
식당에서 한끼의 식사로 소멸되는 에너지의 단위는 최소한 노란 색 에너지원이
두 개나 소멸되었다.
노란 색 에너지 원 하나면 공장의 식사를 열흘이나 할 수 있는 단위였다.

전통 식당에서는 특별히 교육받은 조리사들이 50여 년 전에 자취를 감춘 자연
요리를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낸다는 매력과 손수 유리 상자에서 음식을 꺼내 먹는
문화와는 다르게 종업원이 직접 음식을 식탁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었고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도 공장에서 배달되는 음식의 재료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예를 들어 고기 요리만 하여도 공장에서 배달되는 음식의 고기는 식물성
단백질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어진 인조 고기 였지만 전통 식당의 고기는 천연
고기를 사용한다는 사실이었다.

대다수의 전통 식당 애용자들의 공통점은 한 달에 지급 받는 에너지의 단위가 최소
파란색 에너지 원이 세 개 이상은 된다는 사실이었다.
전통 식당을 이용하는 애용자들의 시스템에는 몇 개의 황금색 에너지 원에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이 기본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경태와 진규는 약속 시간보다 조금 빠르게 식당에 도착하여 망설이고 있었다.

"야, 그 친구 항상 에너지가 모자라 쩔쩔매던 친구였잖아."
"맞아, 나도 지금 이해가 안가,
그 친구가 이런 곳에서 우리를 만나자고 했다는 것이 조금 이상해,
더욱이 저녁 식사를 대접한다고 했잖아."

진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경태야, 아무래도 난 이곳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저녁 식사 한끼로 두 개의 노란 색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내게는
사치인 것 같다,
나는 지난번에 갔었던 클럽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너 혼자 그 친구를 만나고
그리 와라."
"야, 여기까지 와서 나 혼자 만나라고,
그리고 그 친구가 저녁을 대접한다고 했잖아?"

"그 친구가 저녁을 대접한다는 사람은 너야, 나는 아니잖아,
그리고 나는 누군가가 내게 저녁을 산다는 사실을 믿을 수도 없고 내키지도 않아."

경태와 진규가 전통 식당 앞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사이에 저만치에서 형석이
달려오고 있었다.
형석은 경태에게 반가운 기색으로 악수를 하고 진규에게도 오래된 친구처럼 악수를
하며 반겨 주었다.

"왜 안 들어가고 밖에서 이러고 있어?"

형석은 의아한 눈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며 빨리 들어가자는 제스처를 보였다.
앞장서 들어가려는 형석을 경태가 나직이 불러 세웠다.

"아무래도 우리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
"왜? 이곳 괜찮은 곳이야, 음식도 맛있고.."

형석의 말에는 전통 식당을 여러 번 온 것 같은 분위기가 풍겨 나왔다.

"그게 아니고 우리가 이런 곳을 이용하기에는 너무 비합리적인 생각이 아닌가
해서."
"하 하 하, 이것 봐 경석이, 지금 왜 그래,
분명히 저녁식사를 내가 사겠다고 했을 텐데,
그럼 내가 가고싶은 곳으로 가는 것이 맞잖아, 혹시 에너지 때문에 그런 거야?"

경태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형석은 또 다시 큰 소리로 웃더니 자신의 시스템을 보여주었다.

"이것 봐, 경태, 난 그전의 형석이 아니야,
그러니 걱정 말고 들어가자고 그리고 진규씨도 오늘 제가 사는 저녁식사를
거부하지 마세요,
아..물론 저녁을 사겠다는 제 제안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것이
본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라는 이상한 감정입니다,
아쉽게도 위원회의 정책이 그러한 감정을 사라지게 만들었지만..."

진규는 형석의 뜻 모를 말과 그의 시스템에 번쩍이고 있는 황금색의 에너지 원을
보고 고개를 갸웃 거렷다.
경태도 형석의 변화에 놀라는 눈치였다.

형석의 손에 이끌려 진규와 경태는 어쩔 수 없이 식당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식당 안은 지금껏 진규와 경태가 보지 못한 낮선 세상이 흐르는 음악에 묻혀
떠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가 여유가 있어 보였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실내를 오가는 종업원의 손위에 들려있는 음식을 담은 그릇들의 화려함은 진규는
물론이고 경태도 처음 보는 물건들이었다.

형석은 식당 안의 손님들 중에 아는 사람이 많은 듯 몇 차례 인사를 하였다.
형석과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은 모두가 가슴에 위원회 마크가 새겨진 공직자였다.

[10] 제목 : ♣ 2080년의 사랑 ♣ 살 냄새 -3

형석의 안내로 진규와 경태가 자리에 앉자, 새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나비 넥타이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종업원이 메뉴 판을 갔고 다가왔다.

진규는 종업원의 생소한 서비스에 몸둘 바를 몰랐다.
지금껏 필요한 모든 것은 본인 자신이 알아서 해결하던 진규에게 음식의 주문을
받아가고 주문한 음식을 손수 테이블에 놓는가 하면 손님의 필요에 따라 물을
따라주고 얼굴에 항상 미소를 띄우며 심부름을 하고있는 종업원의 일거수 일투족이
신기하기조차 했다.

"저 사람 혹시 사이보그 아니에요?"

진규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테이블에 놓아두고 돌아가는 종업원을 가리키며
형석을 돌아보았다.

"하 하 하."

형석은 진규의 질문에 큰 소리로 웃었다.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형석에게 쏠렸지만 형석은 개의치 않고 한참을 더
웃었다.

"왜요? 그렇게 보이십니까?"
"사이보그가 아니라면 어떻게 사람이 똑같은 사람을 위하여 노동을 하죠?"

"노동이요? 노동이라...그래요 노동이죠,
하지만 저 사람들은 누가 강제로 시켜서 하는 일은 결코 아닙니다,
저들은 저 일이 좋아서 하고 있습니다,
여기 메뉴 판의 음식에 따른 에너지의 단위가 보이시죠,
일반인은 엄두도 내지 못할 많은 단위의 에너지 입니다,
저들은 사이보그나 짐승처럼 사람에게 순종합니다,
모든 사람은 아니죠,
이 식당에 들어온 손님에게만 순종합니다,
그 대가로 저들은 많은 양의 에너지를 공급받습니다,
아마 저들이 한달에 받는 에너지의 양은 진규씨의 3개월 치와 같을 것입니다."

형석의 말에 진규와 경태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놀라고 있었다.

"저도 처음 이 식당에 와서 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진규씨 처럼 놀랐습니다,
그러나 이따금 이 식당을 찾으면서 저들이 지금처럼 같은 사람에게 봉사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물론 에너지가 저들이 지금껏 보고 배운 의식과 습관을 바뀌게 만드는
요인이지만...
아무튼 제 자신도 처음에는 가만히 앉아서 저들의 봉사를 받는 것이 거북했지만
지금은 편합니다.
솔직히 지금은 저들을 부려먹는 재미로 이 식당을 즐겨 찾습니다."

형석은 앞에 놓인 음식을 모두 먹어치울 때 까지 계속 되었다.
음식을 먹고 나자 종업원이 음료수를 가져다 놓았다.
경태는 음료수 잔을 들며 형석에게 궁금한 사실을 물어 보았다.
경태의 질문은 진규도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형석씨, 궁금한 것이 있는데?"
"그래요, 말해봐요."

"어제 형석 씨가 전화로 말했던 이야기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입니까?"
"아...전화로 말한 그대로 입니다,
진짜 여자와 순간 접촉이 아닌 섹스를 그것도 밤새도록 할 수가 있습니다."

"정말 입니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죠."

이번에는 진규가 궁금증을 못 이겨 질문을 하였다.

"물론 가능합니다,
지금껏 우리 같은 평범한 시민들이나 모르고 있었던 사실입니다,
알 수도 없었던 사실이지만..."

형석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나서 손가락으로 식당 안의 사람들을 가리켰다.

"저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진규와 경태는 형석이 가리키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저들은 위원회에 소속된 특별한 사람들입니다,
수중 도시 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저들은 우리가 쉽게 만나고 부딪치는 사람들과 모습은 같지만 전혀 우리와
같지 않습니다,
저들에게는 우리와 다른 힘이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형석은 점점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위원회의 정책 방향은 모든 사람들의 평등입니다,
인격의 평등, 재산의 평등, 지위의 평등...
그러한 평등은 위원회의 정책대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평등을 위하여 위원회는 많은 규제와 단속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규제와 단속은 일반 시민에게만 적용되는 악법입니다,
평등은 없습니다,
이 식당만 하여도 일반 시민의 모습은 보기가 힘듭니다,
이 식당은 바로 모든 사람의 평등을 주장하는 위원회가 만들어 놓은 불평등의
본보기입니다."

형석의 목소리에 알 수 없는 힘이 실려있는 것을 진규는 느낄 수가 있었다.

"위원회는 법을 만들어놓고 시민들이 법에 따르는 모습을 지켜 봅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법을 어기며 자신들이 만든 법을 악법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법을 어기므로 일반 시민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즐기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우리 선조들이 그 옛날에 즐겨왔던 특권의식의 잔재가 지금도
남아있다는 사실입니다."

형석은 잠시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보고 말을 이었다.

"이야기가 조금은 다른 곳으로 흘러간 것 같군요,
방금 전에 경태씨나 진규씨가 궁금하게 여기던 진짜 섹스는 지금 이 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진짜 섹스를 두 분만이 모르고 계시는 것은 아닙니다,
수중 도시의 모든 일반 시민은 아마 거의 모르고 있습니다,
진짜 섹스를 즐기는 사람들은 모두가 위원회의 사람들입니다."

진규와 경태는 더 더욱 알 수 없는 형석의 말에 고개를 갸웃 거렷다.

"진짜 섹스는 완전한 비밀 속에 이루어집니다,
그러한 비밀을 경태씨에게 알린 것은 제가 그 전에 경태씨에게 도움을 받은 것도
있고 경태씨라면 비밀을 함부로 누구에게 이야기 할 사람이 아니라 믿었습니다,
물론 진규씨도 믿기 때문에 말씀드립니다."

형석은 마지막 비밀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진규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대단한 음모가 숨어있는 것 같았다.
진규는 형석의 말에 부담감이 느껴졌다.
더 이상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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