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고독만리 권 7 제 56장 지옥마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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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603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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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만리 권 7 제 56장 지옥마교의 밤

사내는 안면을 씰룩이며 급히 여체에서 떨어졌다.
[ 웬놈이냐?]
그 자는 의복을 추스르며 버럭 대갈을 내질렀다.
상대가 아직 새파란 애송이라는 사실에 그 자는 방심하고 있었다.
하나.
그 자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모옥의 문 밖에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으로 우뚝 서 있는 청년.
그가 지옥마교의 최대천적임을.
이검한!
나타난 청년은 바로 그였다.
그는 봉황지존으로부터 봉양조화심결과 양강지정을 전수받고 이제야
추월도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한 걸음 늦는 바람에 비극이 벌어지고 말았으니.......
방 안의 사내.
물론.
그 자는 봉황지존이 아니었다.
단지.
절묘한 역용술로 봉황지존으로 위장한 자일 뿐이었다.

------- 백면음마!
이것이 그 음마의 이름이었다.
지옥마교 마교백강의 일 인.
그 자의 진정한 정체는 그러했다.

이윽고.
[ 네놈은 누군에 감히 본좌의 처소에 난입했느냐?]
백면음마는 짐짓 봉황지존의 어조로 호통을 내질렀다.
이검한은 그런 그 자를 노려보며 분노의 음성으로 냉갈했다.
[ 헛수작마라! 마교의 괴뢰! 무적제이마와 흑묘묘는 이미 달아난 상태다.
이곳에서 네놈을 도와줄 사람은 마우도 없다!]
순간.
[ 뭐....... 라고?]
백면음마는 안색이 일변했다.
비로소.
그 자는 정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이었다.
( 빌어먹을..... 판이 깨진 것 같으니 노부도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야겠군!!]
그 자는 내심 빠르게 염두를 굴렸다.
하나.
사신의 손길이 이미 그 자를 휘감은 상태였다.
그때.
[ 흐윽...... 상....... 상공이 아니었구나!]
문득.
백면음마의 등 뒤에서 울음 섞인 비통한 여인의 신음성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쩌정!
돌연.
극랭한 기륙 확 일어나 백면음마의 몸을 뒤집어 씌웠다.
백명음마는 기겁했다.
( 피....... 피해야 한다!)
팟!
그 자는 내심 부르짖으며 벼락같이 집 밖으로 뛰쳐 나갔다.
하나.
쩌 ----- 적!
몸을 날린 백면음마의 몸뚱이가 허공에서 순간적으로 뻣뻣하게 굳어졌다.
아..... 보라!
얼음!
순간적으로 그 자의 몸뚱이는 얼음덩어리로 화해 버린 것이 아닌가?
다음 순간.
퍼퍽!
쩌저적.......
백면음마의 몸뚱이는 그대로 얼음의 파편으로 부서져 바닥에 흩어졌다.
실로.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검한은 그 무서운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 무서운 빙음강살이다......!)
아!
보라 -------!
츠츠....... 스스스......
삽시에.
모옥 전체는 온통 얼음에 뒤덮여 버린 것이 아닌가?
그리고.
열린 모옥의 방문자.
[ 상공이 아니었어. 흐윽... 어떻게 이런 일이.........!]
쩌정.......
한 명의 여인이 얼음에 뒤덮인 채 오열하고 있었다.
전신에 실오라기 한올 걸치지 않은 여인.
그녀의 눈에서 흘러 내리는 눈물은 그대로 얼음이 되어 굳어져 버렸다.
여인의 전신에서 무서운 냉기가 일어 모옥 일대를 얼어 붙게 만드는 것이었다.
여인.
물론.
그녀는 봉황지존의 아내였다.
알려진대로.
봉황지존과 그의 아내는 음양도의 마지막 전수자였다.
봉황지존이 불의 화신이라면 그의 아내는 빙음. 그 자체였다.
그들 봉황쌍려는 개개인의 실력만으로도 능히 천지육강에 들었다.
마교백강의 일 인인 백면음마라 해도 봉황지존의 아내의 십초지적도 되지 못했다.
[ 흐윽! 음적을 그이로 알고 몸을 허용했으니 어찌 부끄러워 하늘을 우러르랴?]
여인은 피눈물을 흘리며 얼음 속에 뒤덮힌 손으로 자신의 정수리를 후려치려했다.
그 순간.
[ 아니되오!]
팟!
이검한이 사나운 일갈과 함께 다급히 지력을 날렸다.
본래.
여인의 몸 주위에는 갈역한 빙기의 무형강막이 둘러쳐져 있었다.
그것은 일장 두께의 철벽보다 더 단단했다.
하나.
치직!
이검한이 날린 지력은 그대로 그 빙기의 강막을 꿰뚫고 들어가 여인의 손목을
후려쳤다.
직후.
[ 악!]
여인의 손목에 시뻘건 지인이 생기며 그녀의 교구가 휘청했다.
순간.
[ 당....... 당신이 어떻게 봉양신지력을........?]
여인은 아연실색했다.
자신의 빙강막을 꿰뚫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남편 봉황지존의 봉양신공외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검한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 그렇소. 나는 부인의 부군으로부터 음양도의 수호를 의뢰받은 사람이오!]
순간.
[ 그...... 그이가 혹시.......!]
여인은 이검한의 말에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교구를 휘청했다.
이검한은 그런 여인을 바라보며 무겁게 탄식했다.
[ 유감스럽게도 영부군은 이미 고인이 되셨소!]
말과 함께.
그는 자신의 등 뒤를 가리켰다.
그의 뒤쪽.
어둠 속에서 두 여인이 말없이 서 있었다.
주난향과 여와음교.
바로.
그녀들이었다.
한데.
주난향의 양 팔에는 봉황지존의 시체가 안겨 있지 않은가?
그 순간.
[ 상공!]
화락!
여인은 비명을 내지르며 쏜살같이 주난향을 향해 덮쳐갔다.
[ ........!]
주난향이 움찔했을 때 이미 봉황지존의 시체는 그의 아내 품에 안겨있었다.
[ 아아...... 천첩을 두고 돌아가시다니....... 이게 무슨 변고란 말인가요?]
여인은 봉황지존의 시신을 부둥켜 안고 비통하게 오열했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지켜보던 이검한과 주난향은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잠시 후.
비통하게 오열하던 여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온통 눈물로 뒤범벅된 그녀의 얼굴은 탁할 정도로 핼쑥하게 변해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백면음마에게 능욕 당하던 그대로 벌거벗고 있었다.
하나.
지금 그녀는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문득.
그녀는 눈물 젖은 눈으로 이검한을 바라보며 물었다.
[ 상공께서....... 소협께 봉황조화심결을 전수하셨나요?]
[ 그렇습니다. 부인!]
이검한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알겠어요. 고인의 뜻을 받들어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테니 안심하셔도 좋아요!]
여인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문득.
그녀는 시선을 이검한 옆의 주난향에게로 돌렸다.
순간.
그녀의 눈물 젖은 눈에 반짝 이채가 떠올랐다.
[ 지옥신체! 이분의 뜻을 이제야 알겠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어.
그녀는 남편의 시체를 바닥에 누이고 조용히 일어섰다.
그리고.
문득 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주난향을 주시하며 말했다.
[ 아가씨! 이 비천한 계집의 양녀가 되어주실 수 있겠어요?]
풍만하고 탐스러운 나신.
하나.
그녀의 아랫도리는 백면음마에게 난행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검은 방초숲 주위로 희끄무레한 사내의 정액이 여기저기 얼룩져 있었다.
그런 여인의 모습을 슬프고 가여워 보였다.
[ .....!]
주난향.
그녀의 눈꼬리가 일순 파르르 떨렸다.
이와 함께.
그녀의 눈가로 촉촉이 번지는 물기......
그녀는 난행당한 여인의 모습에서 지난날 뭇 사내들의 노리개 노릇을 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었다.
다음 순간.
[ 어머니! 소녀 난향의 절을 받으세요!]
주난향은 두 눈에서 주르르 눈물을 쏟으며 여인의 앞에 큰절을 올렸다.
[ 고...... 고맙구나. 아가!]
여인은 커다란 봉목 가득 눈물을 머금은 채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이어.
[ 자. 에미와 방으로 들어가자. 네게 전해줄 것이 있단다!]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있는 주난향을 부축하여 일으켜 모옥쪽으로 걸어갔다.
[ .........!]
주난향은 쭈삣쭈삣 이검한을 돌아보며 모옥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이검한은 그런 여인의 태도에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저 분은 설마.......!)
봉황지존의 아내.
그녀는 양녀로 삼은 주난향에게 음양도의 절예를 전수해준 뒤 죽을 작정이라는
것을 짐작한 것이었다.
하나.
이검한이 비록 그녀의 그런 의도를 안다해도 그것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 휴......!]
이검한은 탄식하며 두 결의모녀가 모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때.
[ 그이를 ...... 부탁드려요. 소협!]
여인이 이검한을 향해 그윽한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침실의 문을 닫았다.
이검한의 안색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 지옥마교!)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입술을 악물었다.
( 용서치 않겠다! 한 쌍의 원앙의 행복을 짓밟은 네놈들의 만행을.......!)
그는 내심 다짐하며 두 주먹을 불끈 움켜 쥐었다.

새벽 무렵.
[ 어머니.......!]
모옥 안에서 다급한 소녀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 안돼...... 안돼요!]
처절한 소녀의 울부짖음은 물안개 이는 동정호변으로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밤.
음모처럼 끈적끈적한 어둠이 사위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나의 거대한 분지.
어둠 속에 암울하게 벌려서 있는 그 분지에는 수많은 전각들이 괴물처럼
솟아 있었다.
삼경 무렵.
슥!
수많은 전각들 중 가장 높은 구층철탑으로부터 한 줄기 인영이 유령같이
빠져 나왔다.
그 인물은 빠르게 주위를 살펴본 후 질풍같이 북쪽으로 날아갔다.
기쾌무비하기 이를 데 없는 경공.
한데.
야행인이 사라진 직후.
( 아버님이 이 늦은 시간에 어디를 가시는 것일까?)
슥!
한 명의 청년이 소리없이 전각 위로 날아 올랐다.
창백한 안색에 서릿발같이 냉막한 눈빛을 지닌 청년.
----- 운중악!
그는 바로 마교소종사 운중악이 아닌가?
그렇다.
이곳은 다름아닌 지옥마교의 총본산이었다.
마교지존 운비룡!
방금 전 경신술을 펼쳐 사라진 야행인은 바로 그 자였다.
지옥마교의 당주인 마교지존.
그가 무엇 때문에 밤도둑처럼 몰래 야행을 하는 것일까?
이윽고.
( 따라가 보자!)
슥!
운중악은 전각의 지붕을 박차고 기쾌하게 날ㄹ아올랐다.
왠지 알 수 없는 의혹이 일어 부친의 뒤를 미행하려는 것이었다.

지옥마교의 북단.
울창한 죽림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득.
딸랑........ 딸랑........
어둠 속의 죽림 안에서 간간이 풍경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죽림 깊숙한 곳에 자리한 한 암자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 세심암>
암자의 현판에는 그와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세심암의 본전 --------!
[ 휴......!]
문득.
회한이 깃든 음울한 탄식성이 흘러 나왔다.
자비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관음상.
그 아래 한 명의 여인이 앉아 있었다.
나이는 사십대 중반 정도.
그윽한 기품과 빼어난 미모를 지닌 미부였다.
한데.
기이하게도 그녀의 머리는 반백이었다.
어떤 격심한 심적 고통이 여인의 머리를 반백으로 만든 것이었다.
여인의 완숙한 몸매는 회색승포가 감겨 있었다.
[ 아아........ 이 불쌍한 중생은 어찌해야 합니까. 관음님?]
여인은 짙은 고뇌에 찬 표정으로 탄식했다.
주르르.......
그런 그녀의 핼쑥하고 창백한 뺨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녀는 흠씬 눈물 젖은 눈으로 관음상을 올려다 보았다.
[ 가문을 위해서라면 그 사실을 장로회의에 알려야만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내 정조와 명예는 ....... 흐윽!]
마침내.
여인은 격한 감정의 복받침을 참지 못하고 오열을 터뜨렸다.
( 아아...... 이 가엾은 계집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것입니까?)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서럽게 오열했다.
애처롭게 들썩거리는 어깨.
반백의 머리가 물결치듯 어깨 위에서 출렁거렸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 흐흐........ 아직 잠을 못이루고 있었다니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오?]
돌연.
한 가닥 음산한 웃음이 여인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순간.
[ 흑!]
여인은 질겁하며 홱 고개를 쳐들었다.
그때.
암자 안으로 한 명의 사내가 성큼 들어섰다.
검은 야행복 차림의 중년인.
아!
그 자는 바로 마교지존 운비룡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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