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사랑을 위하여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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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89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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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모양

일요일 아침, 히데오는 정원 구석에 작은 채소밭을 만들었다.
그 채소밭을 손질하고 있는데 다자끼 노리꼬가 다가왔다.
어젯밤 노리꼬는 남편과 서로 사랑했다. 그 상황을 히데오와 다에꼬는 함께 감상했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일요일인데 남편과 천천히 잠자리에 있지 않구요?"
"어머,, 주인 아저씨 농담도 잘하시네요."
노리꼬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담장 쪽으로 걸어간다.
"저어, 부탁이 있어요."
"무엇입니까? 말씀하세요. 다자끼 씨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지 오케이예요."
"또 농담하시는군요."
그러나 농담이라고 알고 있어도 역시 즐거운 게 분명하다. 웃는 얼굴에 요염기가 넘친다.
히데오는 일을 마치고 노리꼬가 서 있는 담장으로 다가왔다.
"남편 여동생이 올라올 거예요. 그래서 잠시 말씀 좀 드릴려구요."
입주계약 조항에 사람수가 늘 때는 집주인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하는 항목이 있다.
복덕방에서 가져온 서류에 그렇게 적혀 있는 것이다.
그것을 읽었을 때 다에꼬는,
"참, 세상에! 집없는 사람들만 불쌍하군요."
하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히데오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는다.
"난 방을 빌려주고 있을 뿐입니다. 세입자들이 어떻게 사용하든 그것은 그쪽 자유예요. 그
럼, 시누이가 되나요? 그 사람은 무얼 하죠?"
"여기에서 취직하기로 했어요. 전부터 이리로 오고 싶다고 했거든요."
어젯밤 노리꼬와 그녀의 남편은 잠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오래 전부처 알고 있
었던 것 같다.
"몇 살이에요?"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그럼, 열 아홉 살이겠네요."
거기서 히데오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옆방에 자게 되면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또 농담하시네요."
다시 노리꼬는 얼굴이 붉어진다.
남의 아내를 조롱한 경우, 화가 나서 부정하는 여자와 거꾸로 머뭇머뭇 거리는 여자가 있
다. 성격과 경험의 차이가 있지만 노리꼬는 역시 순진한 것 같다.
"지금까지 그 여동생은 무얼 했었죠?"
"시골에서 회사에 근무했어요. 하지만 그다지 좋은 곳이 아니고, 들어갈 때부터 그만두고
싶다고 했어요."
히데오는 노리꼬의 설명을 들으면서,
'아! 그 아이가 상경하는 데는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추궁하지는 않는다.
"자, 그럼 난 상관없으니까 언제든지 오라고 하세요."
"미안합니다."
노리꼬는 고개를 숙였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잔 이 여자 남편의 여동생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이 여자에게는 타인이나 마찬가지
다. 이 여잔 별로 환영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싫어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은 아닐까?'
히데오는 덩굴에 몸을 붙이며 노리꼬에게 바싹 다가갔다.
"부인."
"네."
"만일 부인이 사람수가 늘어 힘드시다면 내가 근처에 작은 방을 찾아보죠."
히데오의 예상 대로다. 노리꼬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스친다.
하지만 대답은 신중했다.
"네, 만일 힘들면 그때 부탁하겠습니다."
"부인이 원하다면 난 부인 댁에 식구가 하나 느는 것을 반대할 수도 있어요."
노리꼬는 흘끔 히데오를 본다. 교태 섞인 눈빛이다. 뜻이 통한 것을 히데오는 느낀다.
어조가 바꾸었다.
"부인 시누이가 오고 나서 말입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올라보면 바로 데리고 올게요."
오후에 히데오는 하루에의 방에 마쓰이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히데오가 하루에를 안고
난 다음 처음으로 온 남자 손님이다.
히데오는 반침 속으로 들어간다.
어느새 하루에와 마쓰이는 테이블의 찻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나미에가 나하고 결혼하고 싶대."
"이야, 축하할 일인데!"
"싫어, 난."
테이블 위에는 땅콩이 있다. 마쓰이는 그것을 먹으면서 손을 내젓고는,
"너라면 좋겠지만."
하고 덧붙인다.
"호호호! 난 안돼. 한평생 결혼 따윈 하지 않을 거야."
"며칠 전에 어떤 남자와 술 마시러 신주꾸에 갔었지?"
"글세, 술이야 늘 마시는 거 아니겠어?"
"널 본 사람이 처음 보는 남자와 함께 마시더라고 하던데?"
"그래?"
"또 누군가와 새로 사귀고 있니?"
마쓰이의 얼굴에 질투의 빛이 퍼진다. 하루에는 어깨를 움츠리고 웃었다.
"글세, 어떨 것 같아?"
"그런데 참."
마쓰이가 생각났다는 듯 자세를 고치고 묻는다.
"가베 씨와의 사이는 어때?"
"단지 그냥 선후배일 뿐이야."
"이상한 사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
"오해야. 부인이 있는 사람을 내가 좋아할 리가 있겠니?"
"좋아하진 않더라도 놀 수는 있잖아?"
"그 사람과는 아니야.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본인한테 물어봐."
"내가 물을 수는 없잖아."
마쓰이는 일어서서 테이블을 돌아 하루에의 등뒤로 갔다.
뒤에서 힘차게 껴안고 입술을 요구한다.
하루에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그만해."
"어떤 의미지?"
"나, 후회하고 있어. 나미에는 널 좋아해. 넌 내 친구의 애인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야."
"나를 싫어하니?"
"싫어하지 않아. 하지만 나미에를 배반하는 건 안돼."
"나미에 앞에서도 했잖아."
마쓰이는 강제로 빼앗다시피 하루에의 입술을 찾아 더듬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굳이 반항하지 않고 눈을 뜨고 가만히 있다. 마쓰이는 몸을 비틀어 키스하면서
손을 하루에의 스커트 속에 넣었다.
하루에는 입술을 떼지 않고 저항하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그렇게 완강한 것이 아니다. 하루
에는 이내 마쓰이의 손이 움직이기 쉽도록 다리를 벌린다.
그녀의 손은 마쓰이의 등으로 가 있다. 바로 조금 전에 후회하고 있다고 말해놓고는, 이젠
남자의 애무를 허락하고 있다.
'저 여잔 본질적으로 남자를 거부할 수가 없어. 그런 체질이야.'
하고 히데오는 생각한다.
이윽고 하루에와 마쓰이는 떨어지고, 하루에가 이불을 꺼내서 깔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마쓰이는 알몸이 되고, 자신의 것을 쥐고는 하루에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 요가
깔리자 그 위에 눕는다.
하루에도 알몸이 되었다.
안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쓰이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가슴언저리에 앉아서 여왕같이
말한다.
"자, 키스해 줘."
"응."
마쓰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루에의 허리를 안고 그 아랫도리에 얼굴을 묻었다.
"좀더 세게 해줘. 좀더 세게."
히데오는 두 사람의 추태를 들여다보며,
'역시 나와 관계할 때와는 달라. 게다가 마쓰이는 하루에의 여왕 같은 행동을 오히려 기뻐
하고 있어.'
하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자세가 되었다.
자신이 안은 적이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안긴 것을 처음으로 본 것이다. 설령 자신이
하루에에게 애정과 집착이 없다고 해도 역시 불쾌한 감정은 금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생각
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편안하다.
'저건 나를 기쁘게 해준 몸이야.'
하는 친근감이 있고 묘하게 그리움마저 느낀다.
다에꼬가 다가와서 히데오에게 안기면서 들여다본다.
"어머! 낮시간에 저런 짓을 하고 있네요."
"조금 전부터 저러는 거야."
"어떻게 생각해요?"
"아무런 느낌도 없어."
결합된 부분이 히데오 쪽을 향하고 있다. 그런 상태로 두 사람은 마지막 코스에 들어간다.
하루에의 허리가 크게 넘실거린다.
"질투 나지 않아요?"
"안나. 나하고 할 때와는 상당히 달라. 저 여잔 마쓰이에게는 자기 것을 애무하게 했으면서
자기는 그의 것을 입도 대지 않았어."
"그럼, 당신과 할 때와는 반대잖아요."
"음, 그래."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 마쓰이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아아, 이것이 하루에야."
그러자 하루에가,
"나미에는 어때?"
하고 묻는다.
"비교도 안돼."
"나미에와 결혼해."
"그 애와 결혼해도 이렇게 해줄래?"
"좋아, 나미에가 좋다면."
"넌 나 이외에 누군가와도 이런 짓을 하고 있지?"
"아무려면 어때."
'무언가 구실을 대고 가서 벨을 눌러보면 어떨까?'
언뜻 히데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다에꼬가 질투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
이다.
다에꼬가 소곤거렸다.
"여자는 상당히 변화를 주며 움직이고 있는데 남자의 움직임은 단조롭고 변화가 없어요.
하루에는 자신이 절정에 도달하기도 전에 마쓰이가 사정해 버릴까봐 초조해하는 게 아닐까
요?"
"글세……"

다자끼의 여동생이 온 것은 그 다음 주 목요일이었다.
다에꼬가 평상시대로 회사에 나간 뒤 히데오는 주간지에서 부탁 받은 '집단 취직자의 그후'
라는 비교적 진지한 레포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노리꼬가 시누이를 데리고 왔다.
현관 앞에 선 노리꼬 뒤에 몸집이 제법 큰 여자가 서 있었다. 그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아, 이 여자도 상당히 색을 밝힐 타입이군.'
하고 히데오는 직감했다.
"조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남편의 여동생인 기누꼬입니다. 아가씨, 인사해요."
그러자 기누꼬가 앞으로 나왔다.
"다자끼 기누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머리를 꾸벅 숙이는 그 동작이 아직 어린애 같다. 노리꼬와는 엇비슷한 연배인데도 사회적
으로 덜 성숙된 모습이다.
"아, 어서 오세요. 좀 올라와요."
"아뇨, 오늘은 이만……"
노리꼬가 사양한다.
"괜찮아요, 부인. 혼자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기누꼬 씨와 함께인데요,
뭘."
히데오는 두 사람을 응접실로 안내하고 커피를 탔다.
두 사람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며 앉는다.
기누꼬가 수줍은 듯 머리를 숙이고 있다. 자뭇 순박해 보인다. 역시 다자끼와 닮은 데가 있
다. 둥그랗고 평범한 얼굴이다.
화장은 하고 있지만 아직 능숙하지 않은 탓인지 어색하고 붕 뜬 느낌이 들고, 또 그것이
묘한 음란함을 연출한다.
"이제 근무처는 정해졌습니까?"
"네."
"어떤 곳이에요?"
"제과회사예요."
"과자 만드는 곳 말입니까?"
"네."
"그럼,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을 수 있겠네요."
그러자 생각났다는 듯 노리꼬가 가져온 상자를 꺼내며,
"별 것 아니지만 아가씨가 가져왔길래……"
하고 말한다.
"이거 정말 감사합니다."
노리꼬와 이야기하고 있는데 기누꼬는 흘끔흘끔 히데오를 쳐다본다.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남자의 마음을 유혹하는 눈빛이다.
'아, 이 여잔 처녀가 아니야. 남자를 알고 있어.'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시골에 애인이 있을 텐데 해방된 기분이겠어요."
하고 속을 떠보았다. 그러자, 기누꼬는,
"아네요."
하고 말하며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다. 그 모습을 보는 노리꼬의 표정이 긴장된다.
'역시 이렇게 상경한 데는 무슨 이유가 있어.'
히데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히데오는 저녁 때 다자끼가 돌아와 기누꼬와 나누는 대
화 내용으로 알았다.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흥미가 당겼기 때문에, 히데오는 평상시의 엿보는 취미와는 달
리 긴장된 기분으로 지켜보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편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면 안돼."
"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동경에 온 의미가 없어져 버려."
"네."
"너도 참 바보야. 고르고 고른 것이 회사의 유부남이라니. 그 녀석도 참 한심하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녀석이 어린애인 너를 위해 이혼한다느니, 회사를 그만둔다느니 하고 있으
니."
"당신."
옆에서 노리꼬가 그만하라고 말린다.
"이제 됐어요. 아가씨는 단호히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생활을 할 테니까요."
"앞으로 내 옆에서 그런 짓을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기누꼬. 알았지?"
"그만해요. 이제 아가씨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네, 오빠."
"지금도 그 남자를 좋아하니?"
기누꼬는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이야?"
"네."
'역시 그런 일이 있었군.'
히데오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의 상사와 실수를 저지른 모양이다.
'음, 그렇다면 나도 한번 손을 뻗치고 싶은데. 거부하지는 않을 거야, 분명히. 그 유부남이
라는 회사 상사가 저 여자한테 단단히 빠졌던 모양이군. 한데……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부
분이 있군. 외모로 봐서 저 여잔 그렇게 매력적이지도 않은데 이혼이니 사표니 하며 소동을
피우다니……? 이유가 뭘까? 그곳이 천하일품이기 때문일까?'
대강의 사정을 알았기 때문에 갑자기 마음이 내켜 보모인 마리꼬의 방을 들여다보았다.
마리꼬는 여자와 서로 껴안고 있었다.
'아이쿠 맙소사! 또야?'
언제 데리고 왔는지 모른다. 두 사람의 위치가 바뀌고,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새로운 얼굴이다.
레즈비언 중에도 바람기 있는 여자와 정숙한 여자가 있다. 아무튼 마리꼬는 바람기가 다분
한 여자인 것 같다.
두 사람은 긴 키스를 나누고 있다. 서로의 입술과 입술이 빨려들어 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격렬하게 키스를 한다.
'남자와 여자라면 저런 격렬한 키스는 좀처럼 하지 않지.'
마리꼬의 손이 여자의 가슴속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지고,
"저어……"
하고 마리꼬가 말을 꺼냈다.
"오늘밤 자고 갈래요?"
메마른 목소리다.
"하지만 남편이……"
히데오는 계속 지켜본다.
'남편이 있는 여자인가? 역시 마리꼬보다 연상인 것 같다.'
"전화하면 되잖아요, 여기서 자고 간다고. 내가 여자니까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하세요. 언제나 시간에 쫓기는 건 싫어요. 어차피 남편도 야근으로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 아녜요. 그러니까 집에 있든 여기에 있든 똑같지 않을까요?"
"응, 그건 그렇지만……"
"그럼, 전화하고 침착한 기분으로 목욕해요. 욕실에서 천천히 씻어줄 테니까요."
마리꼬의 재촉을 받은 여자는 마침내 결심한 듯 일어섰다. 히데오는 반침에서 나와 식사준
비를 하고 있는 다에꼬 옆에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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