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무한상상III-판도라의 상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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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997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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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테러.
 
 
 

“우리 헤어져.”


“그게..무슨 말이야?”


“너 나 사랑하지 않잖아..나도 너를 사랑하지 않는 거 같아..그러니까 이쯤에서 끝내..”


“.............맘대로 해...”


현주, 나, 선영이는 같은 의대를 나왔다. 원래는 현주와 사귀었었지만, 현주에게 선영과의 관계가 들키면서 헤어지고 정식으로 선영과 사귀게 되었다. 그러나 현주 모르게 몰래 몰래 사귈 때는 그렇게나 흥분되고 짜릿하던 선영과의 관계가 막상 멍석을 깔아 놓자 시들해졌다.


“그래..그럼...잘살아..”


“....................”


그나마 그럭저럭 선영과 지내왔었는데, 최근 TV에 현주가 자주 나오면서 현주를 놓친 것이 너무 아까웠다. 사람 심리가 놓친 떡이 커 보이는 거라고 위안하고 잊으려 했지만, 현주가 이룬 업적은 너무나 욕심이 난다.


[김현주. 31살. S대 의대 졸업. 동대학원 석사 졸, 박사과정 재학 중. J제약의 재단 이사. 21개 종합병원 총 원장.]


단순이 TV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종 여성잡지와 의료잡지, 학회지, 병원 소식지, 대학신문의 상당부분에서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J의 여성군단의 구성원 중 하나였다.


‘현주가 순종적이고, 몸매도 예뻤는데...’


그보다 더욱 아까운 것은, 만약 현주와 계속 사귀었다면 현주가 앉아 있는 위치가 나에게 왔을 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현주가 어떻게 성공했는지는 모르지만, 현주 성격으로 나에게 양보하고 나를 밀어 줬을 거란 생각에 속이 쓰려왔다.


‘어떻게 지금이라도 현주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을까?’


8년을 넘게 사귀어 오던 사이였다.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선영이 알아서 헤어지자고 하니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그래도 체면이 있어 기쁜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다시 기회가 찾아오는 징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부러 찾아 간다면, 좋게 헤어진 것도 아니고, 현제 현주의 위치도 그렇고, 뭔가를 바라고 찾아가는 인상을 줄 것 같다. 그것이 사실인 만큼, 더욱 그럴 수 없었다. 현재로써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었고, 정보도 부족했다.


“결혼은 했다는데..”


남편에 대해 알려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거의 연예인처럼, 많이 알려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는 곳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우선은 학교 쪽으로 알아보자..그리고..일산 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보는 것도...’


현주가 고정적으로 나오는 곳이 학교 수업과 일산 대학병원에 교수님을 찾아 올 때뿐이니, 두 군데에 다 그물을 쳐 놓으면 한번이라도 더 마주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이라는 것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고, 몸이 가까우면 마음도 가까워지는 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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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응? 이제 시험 끝났다고 공부 안하는 거야?”


“헤헤 우리도 좀 쉬는 날이 있어야지..”


애들이 하나 둘 겨울방학을 하면서 저녁때면 같이 공부하던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헤이 해졌다. 특히나 올해는 주연이, 주옥이가 시험을 봤기 때문에 다른 해보다 더했다. 나 역시 매일 판결문과 소장만을 들여다보기 지겨워지던 참이었다.


“그럼 놀자~”


“음..뭐하고 놀지?”


19살 주연이부터 7살 예주까지 같이 놀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같이 뭔가를 하기는 격차가 너무 심했다.


“숨바꼭질 할까?”


“좋아..”


결국은 가장 어린 예주에게 맞출 수밖에 없다. 가위, 바위, 보에 의해 술래는 주옥이가 되었고, 20까지 세는 동안 다들 여기저기로 흩어져 숨었다.


‘2층으로...’


2층이 제일 숨을 곳이 많다. 아내들 방들만 해도 9개였고, 용도를 정하지 못한 방과 알 수 없는 방들이 있었다. 여기 저기 기웃 거리다가 평소에 전혀 안 쓰는 것 같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여긴 뭐지?’


대략 10여 평 정도의 크기에 커다란 원형 테이블과 푹신해 보이는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원형 테이블이 상당히 커서 밑에 숨으면 안성맞춤이었다.


“아빠~”


“허걱..뭐야 깜짝 놀랐잖아..”


“소심하기는...빨리 숨어..주옥이 내려와..”


귀신같이 따라온 주연이와 같이 조용히 문을 닫고 원형 테이블 밑으로 들어갔다. 충분히 넓어서 둘이 있어도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예는 왜 따라 온 거야..무섭게..’


‘후후후. 아빠 얼굴 겁먹은 표정이다..크크크 걱정 마 안 잡아먹어..’


입술을 혀로 핥아 먹으며 다가오는 모양이 주연의 말을 신용할 수 없게 만든다. 주연의 손을 피해 뒤로 도망가지만, 그런 모양이 오히려 더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풋~ 그만 좀 해..웃겨서 죽을 거 같아..”


“.....으응....”


“이리 와서 누워..진짜~ 자꾸 그러면 지금 덮친다?”


“알았어...”


주연의 옆자리에 눕자 주연이 내 팔을 베고 누웠다. 이렇게 누워있노라니, 아직은 여자아이인 주연에게 졸았던 것이 괜스레 부끄러웠다.


“아빠..”


“응?”


“나 곧 졸업이야..”


“으응...”


야릇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되었다. 주연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명절 때마다 커가는 모습을 봤었고, 중학교 졸업식, 고등학교 입학식 등이 주마등같이 자나간다. 이제 다시 고등학교를 졸업하려고 하니, 20년 세월이었다. 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은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참 세월 빠르네..”


“그래?”


옆자리에 누워있는 주연이의 고운 머리를 쓰다듬으니, 세삼 여자구나 싶다. 어렸을 적에는 일 년이 정말 길다고 생각했었다. 이제 30대를 한참 넘기고 나니 어떻게 시간이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금방 겨울이고, 또 여름이 왔다. 열 살 때의 일 년이란 살아온 인생의 10분의 1, 그 10의 1의 속도로 인식되었다면, 30살에서 일 년이란 30분의 1, 그만큼 빠르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이번 졸업식 때...”


“응?”


“아빠 가질 거야..”


“.............”


곱게 자란 주연이를 남 주기 싫다. 그렇지만 주연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두 가지 다른 마음이 커다란 회오리를 만들어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게 만들었다. 주연이의 상체가 일어나 내 위로 눌러오고, 또랑또랑한 눈동자가 빛을 내며 내 눈 앞으로 다가왔다.


부드러운 입맞춤에 나이를 잊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기다란 생머리가 부드러운 커튼처럼 흘러내려 얼굴을 간질이고, 향기로운 냄새가 전체를 감싸듯 황홀하게 만든다.


“.........”


혀와 침이 하나로 이어졌다. 주연의 눈동자가 몽롱해지고, 야릇한 미소를 보여줬다. 문뜩 내 표정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나이 값도 못하고, 바보 같은 표정을 하고 있진 않을지 걱정이다.


“아빠...”


“응?”


“아빠는 항상 내가 먼저 움직이게 만들더라..아빠가 먼저 행동하면 안 돼?”


“...........”


주연의 손이 가슴을 어루만지다가 밑으로 내려가 실내복 안으로 들어갔다. 돌이켜 보니, 처음 텐트 안에서부터 언제나 주연의 말 대로였다. 은근이 주연의 행동을 즐기면서도, 어른이라는 입장이 소극적으로 만드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내숭이거나 적극적인 10대의 젊음을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쩐지 너무 가식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딸깍...”


문이 열리고, 이어서 불이 켜졌다. 날씬한 한 쌍의 다리가 들어와 곧장 의자에 앉는다. 치마가 무릎 위로 조금 올라가고, 허벅지 안쪽의 대리석 조각 같은 다리와 분홍색 팬티가 보인다.


‘누구지?’


밑에서 보이는 광경은 허리까지였다. 다시 문이 열리고, 몇 명의 사람들이 더 들어왔다.


“상희언니 먼저 와있었네..”


“응.”


은영이 혜진이 목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현숙, 영숙이가 들어왔다. 하나와 다희, 은희,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주가 들어왔다. 잠깐 사이에 방안이 꽉 차고, 테이블을 둘러싼 의자에 18의 다리가 차례로 위치했다.


“재석씨는?”


“응..애들이랑 놀고 있어요.”


“그럼 총회를 시작할까?”


“네..”


현주가 전체적인 진행을 유도하고, 현숙이 의견을 조율하는 형식이었다. 18개의 조각 같은 다리에 둘러싸여, 주연이의 손장난을 받고 있자니 급격히 흥분이 몰려온다. 입을 꼭 다물고 혹시라도 소리가 흘러나올까 조심했다. 저절로 눈이 감기면서 허리가 저절로 움직인다.


‘으....’


주연이 고개를 바지를 내리고 입에 살며시 머금었다. 따듯한 공간 속으로 들어간 물건이 까칠한 혀가 감겼다. 눈을 뜨고 주연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사정이라도 하면, 냄새로 아내들에게 들킬 것만 같다. 만약 이 상태를 아내들이 본다면, 살해당할지도...


“이번에 신약 제로바이러스의 계약이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도, 월급이나 인센티브, 사원복지가 국내 제일이에요. 여기서 더 높이는 것은 다른 회사들에게 영향을 주고, 물가상승을 야기하는 등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직원들이 열심히 해서 회사가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소비자가 우리 재품을 구매해 주기 때문에 성장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원들만 챙기지 말고, 직원을 더 뽑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실업률을 낮추는 것은 어때요?”


여러 의견이 나오고, 때때로 대립하지만, 조율해서 하나의 의견으로 통합해 간다. 매일 내 밑에 깔려 있다 보니, 나 스스로 아내들을 잘못 보고 있었다. 엄청 밝히고, 어떤 때는 아무생각 없는 듯 보였는데, 소신이 있고, 또렷하게 주장하며,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에서 ‘힘’을 느꼈다.


“다음으로 의대 설립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


J제약 다음으로, J 복지재단의 활동사항에 대해 이야기 한다. J제약은 버는 쪽이라면, J재단은 쓰는 쪽이었다. J제약에 관련된 현숙, 은영, 혜진이는 사업 규모를 축소하려 하고, 상회를 중심으로 한 재단 쪽은 다른 생각이었다. 어쩐지 점점 파벌을 형성하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어쩐지 힘의 균형이 팽팽해 보이네..’


주식은 내가 46%, 상희가 39%. 현숙이 15%를 가지고 있었지만, 재단을 설립하고, 회사가 커지면서 2번 걸쳐 추가상장을 했다. 현재 내 보유 주식이 30%. 상희가 26%. 현숙이 10% 정도를 가지고 있었다.


‘보유 주식만 생각하면, 상희가 압도적으로 유리해 보이고...어떤 원리에 의해 대등한 파워가 나오는 거지?’


아내들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금 머릿속으로 열심히 생각해 보는 것은, 신경을 분산하지 않으면 쌀거 같기 때문이었다. 주연의 입에 들어가 있는 성기를 아작아작 씹으면서 아예 절단을 내려 한다. 아무리 눈짓, 손짓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으..미치겠네..’


“이쯤해서 밖에 문제는 정리를 하고, 재석씨는 어때?”


“대전으로 발령이 날거 같아요..”


“대전이면...너무 멀잖아?”


“손을 쓸까요?”


“음...만약 대전으로 간다면, 어떻게 되는 건데?”


“우리가 전부 따라 가는 것, 돌아가면서 내려가는 것, 한 두 사람이 일에서 손을 때고 같이 가는 것 중에 선택해야 할 거 같아요..”


“만약 3번째가 된다면, 현숙언니, 상희언니는 내려가지 못하고, 혜진이도 힘들고, 현주언니, 은희도 힘들고, 다희 언니도 조금 그렇고...영숙언니는 애들 때문에 힘들고..나 밖에 없네...”


“..........그럼...3번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엑~ 어째서?”


“도저히 안 돼..재석씨 못 내려가게 막아요..”


“서울에서 임관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지방으로 내려가야 해...”


“그럼..서울에 있는 동안 어떻게 해서든, 검사 그만두게 만들고 변호사 하라고 설득해 보는 건 어때요?”


“그걸 누가 할 건데? 네가 할래?”


“어머! 그걸 왜 내가 해요..하려면 다 같이 해야지..”


“지금까지 그렇게 하기로 해 놓고, 다들....재석씨 앞에서는 아양만 떨었지? 그런 방법으로는 안 돼. 누군가 책임지고 하지 않으면...”


“...............”


“봐...또 다시 말만 나오고 아무도 나서지 않잖아...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그게 문제야..우리는..”


“전에처럼 집에서 살림만 해 주면 좋겠는데...도대체 누가 합격시킨 거야..진짜!!”


‘아...’


아내들의 이야기에 놀라 방심한 틈에 결국 터지고 말았다. 가까스로 참고 있던 것이 무너지자 덩어리 같은 정액이 쏘아져 나갔다. 주연의 목이 꿀꺽거리고, 몇 번이나 넘어갔다.


“저기..어쩐지 재석씨 냄새가 나는 거 같지 않아요?.”


“재석씨 뭐하고 있다고 그랬지?”


“놀고 있다고..”


“뭐하고 놀고 있는데?”


“술래잡기...한다고...아마도..”


“.......................”


9개의 의자들이 일제히 움직여 뒤로 물러나고, 9개의 머리가 둥근 원형 테이블 밑으로 들어왔다. 18개의 눈동자가 놀란 빛을 띠우고, 이어서 날카로운 기가 쏘아져 들어왔다. 정우의 사건 이후로 처음으로 살기를 느꼈다.....


“하.하.하. 안녕....”


“아빠도 참~ 싸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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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검정색 가방을 등에 매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바라보이는 길에 섰다. 65년에 해병 제2여단 청룡부대의 일원으로 월남에 파병을 갔었고, 뛰어난 전공이나 훈장을 받지는 못했지만, 몇 차례의 전투를 수행했고 같이 갔던 동료들 중에는 운 좋게 살아남아 돌아왔었다.


탈칵~


담배 하나를 물고, 해병 마크 선명하게 찍혀있는 지퍼라이타를 경쾌하게 켜 불을 붙였다. 올해 칠순이지만, 아내도 없고, 자식도 없다. 전부 도망갔다. 아내와 자식이 도망을 간 것은 물론 내 책임일 것이다. 그런데 억울했다.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구차하게 변명할 생각도 없다. 다만 혼자 가지 않겠다. 젊음을 국가를 위해 충성했고, 그 곳에서 배워온 기술 중 하나를 등에 짊어지고, 골리앗같이 커다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 찾아 오셨습니까?”


행색이 초라해서 그랬는지, 건물을 들어가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막아섰다. 이제 20대로 보이는, 젊고 잘생긴 청년이었다.


“조형구 검사님 만나러 왔습니다만..”


“가방 안을 보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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