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건곤일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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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50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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乾坤一擲

제3권 제27장 흡혈악마 (吸血惡魔)>



휘이이이잉!


북방의 바람은 차디차다. 변경의 밤은 더욱더 스산한 느낌이 든다. 이 곳은 만리장성(萬里長城)이 바라보이는 난주성(蘭州城).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들이나 변경의 온갖 부류의 인간들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색목인을 비롯하여 아랍인, 몽고인 등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흔하게 오가는 곳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은 상인들이기 마련이었다. 한인 상인들은 중원에 처자식을 두고 이역만리의 이 곳까지 와서 장사를 했다.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외로움과 피로에 젖어 있었다.


따라서 밤이면 술을 마시고 때로는 이국 여인을 품에 안고 시름을 달래기도 하는 것이다.


난주성이 객점이나 기루 도박장 따위의 사업이 번창하는 것도 바로 그런 풍토 때문인지도 몰랐다.


밤이 되자 삭풍은 이리의 울음처럼 섬뜩하기조차 했다.




고노대(高老大)는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고향이 강남(江南)이었다. 그의 고향 강남은 언제나 따뜻한 곳이다. 이역만리의 이 곳까지 와서 장사를 하는 그는 밤이면 진한 향수에 젖어들어 뒤척이곤 했다.


그래서 오늘도 동료들과 늦도록 술을 마시고 객점으로 돌아왔으나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동료들은 기원으로 몰려가 하룻밤의 회포를 푼다고 했으나 어쩐지 오늘 그는 생각이 없었다.


그는 침상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렸다.


창 밖에는 삭풍소리가 윙윙거리고 달 그림자가 창문에 나뭇가지를 드리우고 있었다. 웬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기원으로 갈까 ?'


그러나 그는 곧 피식 웃고는 금침을 끌어 당겼다.


그런데 문득 방 안에 으스스한 한기가 가득 차는 것이 아닌가?


"누 누구 ?"


그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창문이 환하게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창문을 통해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과연 방 안에는 한 명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누구냐?"


고노대는 얼른 머리맡의 칼을 집어 들었다. 이런 변경에서 장사를 하려면 아무리 상인이라 해도 담력과 완력은 어느 정도 갖추어야 했다. 들끓는 도적에 대항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노대는 흠칫했다. 방 안에 들어와 있는 인영이 의외로 가냘픈 소녀라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달빛이 방 안으로 흘러 들자 소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소녀는 창백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일신에는 청의를 입고 있었으나 언뜻 검은 색으로 보였다. 아름다웠다. 너무나 아름다워 처절하게까지 느껴졌다.


소녀는 허공을 보고 있었는데 어찌나 요염한 지 고노대는 순간적으로 넋을 잃었다.


"낭자는 ?"


이때였다. 소녀가 낮게 웃더니 머리를 풀어 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긴 머리칼이 흘러내려 한층 성숙한 느낌을 주었다.


방금 전까지는 나이 어린 소녀로만 보였으나 머리를 풀자 성숙한 여인의 체취가 물씬 풍겼다. 고노대의 혈관이 한순간에 뜨거워졌다.


객지에 나온 사내라면 당연히 여자가 그리워지는 법이다. 비록 은자를 주면 얼마든지 계집을 품을 수는 있었으나 그런 류의 계집이란 신선미가 없는 것이 보통이다.


"호호호호호 !"


소녀는 야릇한 웃음을 흘렸다. 웃음소리에는 묘한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그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고노대는 끓어 오르는 욕망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때 소녀가 입고 있는 장삼을 벌렸다.


"아니 !"


고노대는 눈을 크게 떴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소녀는 장삼 안쪽에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은 나신 그대로인 것이다. 희


디흰 나신이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


유방은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알맞은 크기였으며 두 알의 유실은 구슬처럼 빛나고 있었다. 빙결처럼 빛나는 피부는 만지면 묻어날 듯 부드럽게 보였다.


잘록한 허리로 이어지는 능선은 너무도 고혹적이었다. 아랫배의 앙증맞게 들어간 배꼽과 그 아래의 삼각비역은 달빛조차 기어들지 못하는 짙은 그늘을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소녀의 대리석같은 두 다리는 아래까지 맨발이었다.


"으으 .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노대는 얼른 허벅지를 꼬집어 보았다. 그러나 아픔이 전달되는 것으로 미루어 정녕코 꿈은 아니었다.


"오오 ."


마침내 그는 침상에서 내려왔다. 여신이 찾아온 것이리라.


그는 소녀의 발 아래 무릎을 꿇었다. 이런 절세미녀를 본 적이 없었다. 한 번 안아볼 수 있다면 죽어도 좋으리라!


"호호호 ."


소녀는 장삼 자락을 망또처럼 활짝 벌린 채 교소를 흘렸다. 웃음소리에는 사나이의 혼백을 뒤흔드는 힘이 있었다.


고노대는 더이상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는 소녀의 발부터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술이 소녀의 손바닥보다 작은 발을 핥아 올라갔다.


소녀는 그것을 즐기는 듯 가만이 있었다. 그의 입술은 매끄러운 다리를 타고 점차 위로 올라갔다.


황홀한 순간이었다. 고노대는 그대로 죽는다 해도 원이 없다고 생각했다. 소녀의 살결은 향기로웠으며 매끄럽기는 비단을 능가했다.


이윽고 그의 입술은 소녀의 비역을 더듬어 올라갔다.


"헉헉 ."


고노대의 호흡이 점차 뜨거워졌다. 그는 소녀의 나신을 보물단지처럼 감싸 안으며 혼신의 힘을 다해 어루만지고 쓰다듬었다.


고노대의 입술은 둥그런 아랫배를 거쳐 점점 더 위로 올라갔다. 이윽고 소녀의 동그랗고 팽팽한 유방에 가 닿았다. 그는 전신을 격렬하게 떨면서 소녀의 유방에 입을 가져갔다. 금단의 과실은 바로 코 앞에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호호호호호 !"


느닷없는 웃음소리와 함께 소녀는 그를 장삼자락 안으로 당기는 것이었다.


"으아악 !"


장삼자락에 갇혀 버린 고노대는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가슴 한가운데가 화끈한 느낌이 든 것이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소녀의 손이 그의 가슴을 꿰뚫은 것이다.


그의 입이 한껏 크게 벌어졌다. 눈동자가 빙그르르 돌더니 위로 뒤집어 졌다.


"크으으 ."


고노대는 바람빠진 공처럼 주저앉고 말았다. 소녀의 매끄러운 허리를 감고 있던 손이 아래로 주욱 미끄러졌다.


"호호호 !"


교소를 발하는 소녀의 손에는 무엇인가가 들려져 있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고노대의 몸 속에 있던 물건이었다. 바로 고노대의 심장이었다. 시뻘건 심장은 무럭무럭 김이 났다.


소녀는 심장을 손에 쥐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서는 가공할 마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뚝 . 뚝 .


피가 떨어지는 심장을 들고 이상한 표정을 짓던 소녀는 문득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아아!"


문득 소녀의 손에서 심장이 툭! 떨어졌다. 소녀는 장삼을 안으로 여미며 다급히 뒷걸음쳤다.


"내, 내가 또 아아 !"


순간적으로 소녀의 얼굴에는 고통의 표정이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금방이라도 울어 버릴 듯한 서러운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가? 이제까지의 마녀와 같은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아아! 또 살인을 했어 . 흐으윽 !"


휘익!


소녀는 기어코 눈물을 뿌리며 신형을 날렸다. 열려진 창문을 통해 소녀의 모습은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방 안에는 고노대의 시신만이 달빛을 받으며 음산하게 누워 있을 뿐이었다. 그의 심장은 밖으로 뽑혀 나와 있었고, 심장이 빠져 나온 자리는 구멍이 뻥 뚫려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었다.


다음날 난주성은 발칵 뒤집어 졌다.


흡혈악마에 관한 소문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그 소문에 의하면 객점에서 흡혈악마가 고노대의 심장을 뽑아 피를 마시고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고노대의 시신을 내려다 보는 백룡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마침 고노대가 죽은 곳은 그가 묵고 있는 객점의 바로 옆이었다. 고노대가 죽은 모습은 바로 백골곡에서 본 시신들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 악마가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노대는 그저 평범한 상인 일 뿐이었다. 특별한 원한이나 내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아아 . 무서워요. 용 오빠."


사라는 고노대의 시신을 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때 백룡은 흠칫했다. 사라의 옷자락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는 찬물을 뒤집어 쓴 것같은 충격을 받았다.


'호, 혹시!'


그러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곧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럴 리가.'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의 꺼림칙한 기분은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



밤이 되었다.


백룡은 술을 마셨다. 객점을 떠나지 않은 것은 또다시 흡혈악마가 출현할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는 유백주(柳白酒)를 다섯 근이나 마셨다. 그 동안 사라는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 그녀는 그와 지내는 동안 성격이 많이 유순해진 것같았다.


"아이 . 그만 마시고 자요, 용 오빠. 졸려 죽겠단 말이에요."


사라는 하품을 했다. 그런 사라의 모습은 천진한 소녀에 불과했다.


"먼저 자거라. 사라."


"오빠도 자요."


사라는 고집을 부렸다. 그가 자야 자신도 건넌방으로 가겠다고 우기는 것이었다. 백룡은 미소지으며 술을 마셨다.


사라는 계속 종알거렸다. 문득 조용한 느낌이 들어 돌아보니 사라는 탁자에 엎드려 잠이 들어 있었다.


"녀석 ."


애처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사라를 안아다 그녀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 침상에 눕히고 금침을 잘 덮어준 다음 그는 자신의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미 사경(四更)이 넘은 시각이었다. 잠시 후면 날이 밝을 것이다.


'오늘밤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같구나.'


그는 귀를 기울여 보았다. 옆 방에서는 쌔액쌕 하는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백룡은 미소를 머금으며 중얼거렸다.


"나도 그만 자야 겠구나."



객점의 사환 점소이(店少二)는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환의 신세는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 마당을 쓸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섰다.


"빌어먹을 . 언제나 이런 신세를 면하나."


그는 오줌보가 터질 것같았다. 아무리 급해도 오줌을 깔기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런 다음에 마당을 쓸기로 했다. 항상 새벽이면 방광이 오줌으로 그득 차는 것은 습관이었다.


점소이는 측간까지 가기가 귀찮아 정원의 매화나무 둥치 아래에서 바지를 끌렀다. 그의 양물은 잔뜩 성이 나 있었다. 물건을 꺼내놓자마자,


쏴아!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힘차게 오줌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으 . 시원하다."


이윽고 볼일을 마친 그가 다시 물건을 집어넣으려는 순간이었다.


"호호 !"


"엇!"


그는 기겁을 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바로 앞에 청의를 입은 소녀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대경하여 급히 바지를 끌어 올리려다가 멍해졌다.


소녀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이 바로 자신의 그 물건 쪽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순간 점소이는 속에 불이 일어나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엉거주춤한 자세 그대로였다. 막 땅을 향해 고개 숙이고 있던 물건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잔뜩 성이 나 다시 고개를 힘차게 들고 있었다.


소녀는 가지 않고 서서 여전히 묘한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 줄곧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헤헤헤 ."


점소이는 자신의 물건을 손으로 잡고 들어 보였다. 불현듯 용기가 난 것이었다. 그러자 소녀는 달콤한 웃음을 흘리며 그를 향해 손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 봐라? 네가 나에게 반했구나!'


점소이는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그는 그 소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바로 객점의 손님인 것이다. 나이가 어리긴 해도 무척 아름다운 소녀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다만 자신의 신분으로는 감히 생각도 못하는 존재라고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소녀가 자신에게 손짓을 하다니.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채 굴러들어온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소녀는 나무 뒤로 돌아갔다. 점소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따라갔다. 그가 막 소녀에게 다가갔을 때 그는 눈을 크게 떴다. 소녀가 그를 향해 돌아서면서 입고 있던 청의를 활짝 열어보인 것이었다.


"헉."


점소이는 하마터면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소녀는 청삼 속에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새벽의 여명 아래 눈부신 소녀의 알몸이 환하게 노출되었다. 점소이는 꿈에서조차 그렇게 아름다운 여체는 본 적이 없었다.


"헤헤헤 ."


그는 바보처럼 웃음을 흘리며 소녀를 향해 다가갔다.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벌렸다. 알맞은 크기의 유방이 가볍게 흔들렸다.


점소이는 소녀의 가녀린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바로 그때였다.


"큭!"


심장이 화끈했다. 소녀의 손이 비수처럼 그의 가슴을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점소이는 부르르 떨었다. 소녀의 아름다운 유방은 바로 코 앞에 있었다. 그러나 금세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있었다.


그의 손이 소녀의 유방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잡지 못하고 아래로 스르르 미끄러지고 말았다.


"호호 !"


아스라이 소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소녀가 무엇인가 시뻘건 것을 들고 있는 것이 마지막으로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이 끝이었다.



백룡은 짤막한 비명소리와 함께 귀에 익은 듯한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는 순식간에 잠에서 깨어났다.


휙!


즉시 경신술을 발휘하여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는 한 그루 나무 아래 누군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 한 발 늦었구나!"


그렇다.


그는 한 발 늦은 것이다. 나무 아래에 객점의 사환으로 보이는 자가 누워 있었다. 그의 가슴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는데 그도 역시 심장 부근에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흡혈악마의 짓이다. 또 살인을 했다!'


경악으로 인해 일시간에 머리가 텅 비는 듯한 기분이었다. 설마 이렇게 자신에게서 가까운 곳에서 끔찍한 살인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순간 그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휙!


퉁겨진 듯이 그는 날아갔다. 그가 달려간 곳은 바로 객방이었다.


" !"


곤히 잠든 얼굴이었다. 얼굴은 발그레한 홍조가 감돌면서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는 듯 귀여운 입술가에는 달콤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사라 ."


백룡은 고개를 저었다. 사라는 깊이 잠들어 있을 뿐이었다. 그가 사라에게 달려온 것은 한 가닥 의혹 때문이었다.


백골곡에서 일어난 일은 아직도 그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의문이었다. 당시 그는 살인자가 결코 멀리 가지 못했다고 추정했었다. 설사 유령이라 해도 그 짧은 순간에 그의 청력을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인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사라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점들이 너무나 많았다.


'내가 지나친 생각을 한 것일까?'


백룡은 잠든 사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흡혈악마는 분명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으응."


사라는 잠꼬대인 듯 신음을 발하며 몸을 뒤척였다.


" !"


백룡은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이불이 젖혀지면서 사라의 몸이 드러난 것이다. 놀랍게도 사라의 청의자락이 풀어져 있었다. 그런데 속에는 아무 것도 입지 않아 백옥같은 유방이 옷자락 사이로 불쑥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알맞게 발육한 유방이었다. 구슬같은 느낌을 주는 유실은 연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옷자락은 풀어져 그녀가 유방 아래 쪽으로도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룡은 혀를 찼다.


'쯧, 나이 찬 소녀가 속옷을 입고 있지 않다니 .'


그는 고개를 돌려 외면하며 이불을 끌어 덮어 주었다. 그리고 더이상 머물러 있기가 어색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가 방을 나가는 순간, 사라의 눈이 반짝 뜨여졌다. 문득 그녀의 두 눈에는 한 방울의 이슬이 맺혔다. 그러나 백룡이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기련산(祁連山)은 거대한 산맥을 이루는 대산이다.


서쪽으로는 자달목분지(紫達木盆地)와 아미금산(阿眉金山)으로 이어지고 있었으며, 북쪽으로는 등격리사막(騰格里沙漠)의 광활한 대막지방이 시작되는 곳이다.


약간만 북방으로 가면 장성의 관문인 옥문관(玉門關)이 나타난다. 예로부터 기련산은 중원의 지붕으로 불리우기도 하는 곳이었다.


일단 이 곳에 이르게 되면 한인보다는 새외인이 더 많이 눈에 띄게 된다. 따라서 이 곳의 풍정은 중원과는 판이한 세계를 이루는 것이다.


기련산은 광대한 지역이었으며 주봉의 높이는 무려 일만 척이 넘는다. 연봉에는 사시사철 눈이 쌓여 있어 몹시 신비한 느낌을 준다.


반면 산등성이에는 초지(草地)가 푸르게 자리잡고 있어 이 곳에서 양(羊)이나 소를 방목하는 초목민들을 흔히 볼 수가 있는 곳이다. 기련산 지역의 주민들은 대부분이 유목민들로 그들은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초원을 따라 항시 이동을 했다. 따라서 그들은 빠오(가죽으로 된 천막)라 부르는 천막을 집으로 삼고 있었다.


"야아! 정말 신기한 곳이군요!"


사라는 온통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기련산으로 들어서면서 그녀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한 듯 잠시도 입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백룡은 이 곳의 지리를 눈을 감고도 알 정도였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기련팔마와 함께 줄곧 이 곳에서 자라고 무공을 익힌 곳이 아닌가. 이 곳은 그의 추억의 전부가 있는 곳이었다.


그는 연도에서 낙타 한 마리를 사 등에 사라를 태웠다. 사라는 말은 타보았으나 낙타는 처음인 듯 몹시 흥겨워 했다.


천진하기 만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백룡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난주성을 떠난 이후로는 흡혈악마가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사라에 대한 그의 의혹도 차츰 옅어지고 있었다.


그는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는 기련산의 모습에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


팔마는 여전했다.


"아아! 소주(少主)!"


그들은 격동하여 백룡을 맞이했다.


백룡, 즉 주천운은 과거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으므로 그들은 처음에는 잘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본래의 면목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팔마는 대례를 올렸다.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주천운은 감개가 무량했다.


"정말 오랜만이오. 여러분."


할 말이 많았으나 어떤 말을 먼저 해야할 지 언뜻 떠오르지 않았다. 기련팔마는 지난날 무림의 악명을 떨치던 마두들이었으나 그에게는 골육과 같은 인물들이었다.


그에게 무공의 기초를 닦게 해 준 것도 팔마였으며, 자신들의 내공력을 소모해가며 처음 그에게 벌모세수해 준 것도 그들이었다. 팔마의 희생이 없었다면 주천운은 오늘같은 내력을 지닐 수 없었을 것이다.


팔마가 사는 곳은 기련산의 중턱에 있는 한 장원이었다. 말이 장원이지 중원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규모의 장원과는 천지차이었다.


띠집에 가까운 북방 특유의 건축 양식으로 지은 초라한 가옥 몇 채가 전부였다. 그러나 그런 대로 운치가 있었으며 주위에는 밭이 넓게 자리잡고 있었다.


자리를 마주하고 앉자 백룡은 자신이 그 동안 겪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팔마는 자신들의 소주가 여러 가지 환난과 기우를 겪고도 무사한 것과 특히 무공이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것에 기쁨을 금치 못했다.


주천운은 팔마와 고독검노(孤獨劍老), 그리고 검마(劍魔) 철무쌍과 함께 기련산에서 살았었다. 그들은 과거에 부친에게 패했거나 은덕을 입은 자들이었다.


그 이후로 자진하여 주가(朱家)의 가신(家臣)이 되었고 주천운과 그의 모친을 항상 지키던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주천운은 그들에게서 부친에 대한 내력을 듣지 못했다. 그것은 부친이 그들에게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의 부친은 대명의 황제였으며 영락제에 의해 폐위된 불행한 황제였다. 폐위된 이후 그는 기연을 만나 창궁무고를 열었다. 그의 평생의 꿈은 다시 복위되어 보좌를 되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만일 실패할 경우에는 일 점 혈육마저 비명횡사할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아들에게는 자신의 내력을 결코 발설하지 않도록 팔마나 검노, 검마에게 엄명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주천운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알아내었고 다시 기련산으로 돌아온 것이다. 팔마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움과 격동을 금치 못했다.


주천운은 탄식했다.


"아아! 나는 내 자신의 신세를 안 이후로 한 번도 번민을 떨치지 못해 왔소. 아버님께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쓰러진 것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 어떤 강박관념을 심어주곤 했소이다."


팔마는 잠자코 그의 말을 들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어느덧 두줄기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뇌정각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후 나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소이다. 그것은 내가 아버님의 뒤를 이어 복위를 꾀하는 것은 민심과 천심에 어긋난다는 것이었소이다."


"아아 . 소주 !"


팔마는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소주가 그런 생각을 하기까지 얼마나 괴로웠는가를 충분히 알았다.


"세상은 변했소. 영락제는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아무도 과거의 일에 연연해하는 자가 없소.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천하의 주인이 바뀐다는 것은 천하를 혼란 속으로 몰아 넣는 행위가 될 뿐이오 ."


주천운의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그는 이제까지 자신의 생각을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오직 가슴 속에만 간직한 채 괴로움과 고통을 참아왔던 것이다.


이제 팔마에게 심경을 털어놓게 되자 그만 감정이 복받쳐 자신도 모르게 음성이 떨리며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아아! 소주 !"


밖으로부터 창노한 장탄식이 흘러 들어왔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주천운은 격동을 금치 못했다.


"검노!"


문이 열리며 후줄근한 마의(麻衣)를 입은 노인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팔순에 가까워 보이는 가슴까지 흰 수염이 드리워진 노인이었다.


눈은 움푹 들어갔으며 이마에는 주름살이 겹쳐져 있었다.


"검노. 늙었구려 !"


주천운은 검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무비무쌍 독고일검. 그는 바로 중원의 이대검벽이라는 별호가 붙어 있는 검노였다. 그때 검노의 뒤에서 껄껄거리는 음성이 뒤를 이었다.


"헛헛 ! 소주, 이 늙은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구려?"


"철 노인 !"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 역시 늙었으나 검노에 비하면 한결 정정한 모습이었다. 흑의장삼을 입고 긴 얼굴에는 정광이 번뜩이는 눈을 지니고 있었다.


키는 칠 척에 가까운 장신이었다.


주천운은 반색을 했다. 이제 모두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는 그 동안의 고독이 한꺼번에 씻어지는 것을 느꼈다. 검노, 검마는 실질적인 그의 사부나 다름없는 인물들이었다.


주천운과 기련팔마, 검노, 검마는 밤이 이슥해지도록 환담을 나누었다. 화제는 주로 주천운이 강호에서 겪은 일에 관한 것이었다. 주천운은 뇌정각에서 겪은 일은 물론 그 곳을 나와 강호를 주유하면서 겪었던 모든 일을 이야기했다.


검노는 백염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선모(先母)께서는 소주의 이런 생각을 지하에서 환영하실 것입니다. 영화나 권력은 뜬구름과 같은 것. 허허허 . 소주께서 그런 생각을 하신 것은 천하의 억조창생을 위해 홍복이 아닐 수 없는 일입니다."


주천운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돌아가신 아버님을 생각하면 불효를 저지르는 기분이오."


검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올시다. 주공께서도 만년에는 자신의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계셨소이다. 그러기에 뇌정각을 일으키고도 거사를 미루어 왔던 것이오."


뜻밖의 말에 주천운은 놀라 되물었다.


"그것이 사실이오?"


이번에는 검마 철무쌍이 입을 열었다.


"노부가 알기로도 주공께서는 완벽한 준비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거사를 미루어 왔소이다. 도리어 양천위나 곽릉 등이 재촉을 하였다고 알고 있소이다."


"그랬었군 ."


주천운은 얕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로소 어느 정도 죄의식이 덜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다. 아버님은 원래부터 어지신 분이셨다. 비록 주군의 자리에서 쫓겨나시긴 했어도 천하를 위하는 마음이 앞섰던 것이다. 영락제가 보위를 찬탈한 이후에 마음을 돌려 명군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 결심이 흔들리신 것이리라.'


일행은 밤이 깊도록 환담을 나누었다. 그야말로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그런데 문득 검노가 눈빛을 번쩍이더니 버럭 고함을 치는 것이 아닌가?


"누구냐!"


그는 신형을 날리며 웅후한 장력을 날렸다.


펑!


폭음과 함께 문이 박살났다. 이어 가냘픈 비명이 들렸다. 검노는 문 밖에서 인영 하나가 어른거리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장력을 날렸다. 그러나 바로 그때, 그의 장력은 무형의 장벽에 막혔다.


펑!


"음!"


검노는 막강한 반탄지기에 밀려 가슴이 진탕하면서 뒤로 한 걸음 밀려났다. 다음 순간 그는 눈을 부릅떴다. 뜻밖에도 주천운이 그를 밀어낸 것이었다.


"소주 ?"


주천운은 빙그레 웃었다.


"이 소녀는 내가 데리고 왔소이다."


문 밖에 있던 인영은 바로 사라였다. 그녀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주천운은 그녀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사라. 어디 다친 데는 없느냐?"


"괘 괜찮아요."


주천운은 중인들에게 사라를 소개했다. 그러나 검노는 사라를 보는 눈썹을 치떴다.


'분명 문을 부쉈을 때 노부의 장력은 그 여파만으로도 바위를 으깰 정도였다. 그런데 이 소녀는 .'


검노는 사라를 노려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연약하고 귀여운 소녀였으나 검노는 웬지 가슴 속에 스산한 느낌이 드는 것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 강호인이었다. 곧 껄껄 웃으며 말했다.


"과연 소주의 무공은 많이 진보했구려. 이제는 이 늙은이가 감당할 수 없소이다."


주천운은 담담히 웃을 뿐이었다. 그는 사라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사라, 밤이 늦었는데 어찌하여 나왔느냐?"


사라는 얼굴을 붉히며 기어 들어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잠이 오지 않아서요 ."


그녀는 중인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더욱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만 잘께요."


그녀가 사라진 후 주천운은 탄식하며 말했다.


"불쌍한 소녀요. 여러분께서 많이 돌보아 주셔야 할 것이오."


검노는 계속 무엇을 생각하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주천운은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비록 아버님께서 품으셨던 거사는 잇지 못한다 해도 사인(死因)만은 밝히지 않을 수 없소이다. 자식된 도리로서 어찌 부친의 원수를 갚지 않을 수 있겠소? 아버님께서 뇌정각에서 돌아가신 이상 반드시 범인을 잡아 복수를 할 것이오."


검마가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소주께서는 단서를 알아내셨소이까?"


"아직 알아낸 것은 없소이다. 그러나 의혹스런 것이 있소."


그는 신공전주 공야홍이 죽은 일과 자신을 공격했던 금면인들, 그리고 금사신궁에 대한 것을 이야기했다.


금빛의 거대한 화살이 금사신궁이라는 것을 안 것은 공야홍이 죽기 전에 부르짖은 말 때문이었다.


"금사신궁! 정말 공야홍이 금사신궁이라 하였소이까?"


검노가 부르짖었다.


"그렇소. 분명 금사신궁이라고 하였소이다."


주천운은 심각하게 안색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


"그자들은 뇌정각의 인물들과는 달랐소. 게다가 창궁무고의 일도 알고 있는 것같았소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공야전주를 감시해온 것이 틀림없소. 어쩌면 그자들은 아버님을 시해한 자들과 연관이 있을 지도 모르오."


" ."


장내는 침묵에 싸였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들 깊은 생각에 잠긴 것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검노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흘러나왔다.


"어쩌면 그들은 자금성(紫禁城)에서 온 자들일지도 모르오."


"자금성이라고?"


주천운은 물론 검마, 팔마까지도 안색이 변하고 말했다. 자금성이라면 당금의 대명제국 황제가 기거하는 곳이 아닌가?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었다.


중인들의 시선은 일제히 검노에게 향했다. 검노는 눈가를 경련하며 말을 이었다.


"예로부터 황궁에 전래되는 비밀무학이 있다는 것은 이미 무림에 알려지고 있는 사실이오. 그것은 대명건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백련교도(白蓮敎徒) 중에서 무림고수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소."


검마 철무쌍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태조 주원장께서는 보좌에 오른 후 백련교를 멀리 하셨으나 황궁 속에 그들의 무학이 내려오고 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소이다. 주로 비밀시위나 금궁무사들을 통해 전해져 내려왔었소."


검마는 눈썹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그런데 그것이 금사신궁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관련이 있어도 깊은 관련이 있다네."


" ?"


"왜냐면 금사신궁은 바로 백련교의 보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네."


"아!"


백련교의 보물! 그렇다면 황실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짙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소주께서 보았던 자들의 얼굴이 금빛을 띠고 있는 것은 바로 금황신공(金黃神功)이라는 백련교의 삼대비공(三大秘功) 중의 하나가 틀림없네."


검마는 안색이 변했다.


"금황신공이라고 ?"


비록 백련교가 활약한 지 오랜 세월이 흘렀으나 검마 철무쌍은 아직도 그들의 무위에 대해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는 금황신공이라는 말에 가슴이 진동하는 것을 금치 못했다.


주천운은 격동했다.


'그렇다면 그자들이 황궁에서 나온 고수였단 말인가?'


부친의 죽음이 또다시 황궁과 관련이 있다면 그것은 너무나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복수심을 가까스로 억제하고 있던 그의 가슴을 또다시 들쑤시는 결과가 되는 것이었다.


'영락제가 아버님을 쫓아낸 것 말고도 또다시 아버님의 사인마저 황궁과 관련이 있단 말인가?'


주천운의 안색은 납덩이처럼 굳어졌다.


검노는 그의 심중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그가 얼마나 괴로워 하고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던 것이다.


장내에는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팔마도 말이 없었으며 검마도 시선을 허공에 두고 있었다. 도무지 끝날 것같지 않던 침묵을 깬 것은 주천운이었다.


"황궁의 비밀무학을 익히고 있는 자들은 어떤 자들이오?"


검노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더니 대답했다.


"금의위이거나 아니면 동창위사들일 가능성이 많소이다."


"동창이라 ."


주천운은 입 속으로 되뇌었다. 그의 눈 속으로 한 가닥 섬광이 지나갔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방 안의 노인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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