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천약유정 (59)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5,664회 작성일 17-02-12 06:30

본문

 
 
 
 
제59장
 
이 며칠간 나와 백리원은 가면 갈수록 마치 한 쌍의 연인 같았다. 매일 저녁 우리는 모두 영화를 보러 가거나 혹은 공연을 보러 갔다. 당연히 함께 쇼핑을 하거나 맛집 탐방을 다녔다.
 
우리는 고의로 자신들이 익숙한 곳을 피해 다녔다. 특별히 백리원과 친구들이 늘 드나드는 곳과 특정한 시간을 피했다. 이렇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눈 속에서 모자 신분을 떨쳐버리고 마치 한 쌍의 정상적인 남녀처럼 도시생활의 아름다움을 향유했다. 다행히 이 도시는 충분할 정도로 커서 우리가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 그렇게 애쓸 필요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가볍게 포옹을 했다. 그런 후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나는 애써서 지난 날의 육체관계를 회복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연인과 유사한 관계를 대단히 즐겁게 향유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정 또는 순조로운 나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춘절이 가까운 며칠 간은 상가들의 대목이었다. 백리원이 매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때로는 꽤 늦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이 때 나는 기꺼이 나서서 기사의 역할을 수행했다. 섣달 그믐 하루 전날 저녁 나는 9시 전후로 맞추어 차를 만륭빌딩 지하 주차장 안에 주차했다.
 
춘절 휴가가 다가왔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백리원은 이 시기에 일년 동안 고생한 직원들을 청해 밥을 먹는 것이었다. 그런 후 약간의 보너스와 선물들을 모두에게 주며 한 해 동안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하는 것이었다. 나는 차 안에 앉아 반 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짐작컨대 그녀들의 만찬은 거의 끝난 것 같았다. 백리원이 분명 내려 왔어야 할 시간이었다.
 
한 줄기 눈부신 불빛이 비쳐와 눈을 뜰 수 없게 찔러왔다. 나는 마음 속으로 암중 분노했다. 누가 차를 몰기에 실내에서 이렇게 밝은 전조등을 킨단 말인가? 다행히 차 불빛이 매우 빨리 지나가 나는 그제서야 비로서 그 교통규칙을 지키지 않은 차를 볼 수 있었다.
 
한 대의 흑색 긴 벤츠 S600L이 내 전방 멀지 않은 곳에 멈췄다. 그 곳에는 세 대의 차가 주차할 빈 공간이 있었는데 이 벤츠는 조금도 예의없이 세 대가 설 자리를 가로로 차지했다. 나와 엘리베이터 입구 사이를 가로 막는 위치를 차지한 것이었다. 동시에 그 놈의 꼬리는 소방 통로를 가로 막았다.
 
벤츠의 차 문이 열린 후 세 명의 상고머리를 한 놈들이 내렸다. 신상에 점퍼를 걸친 중년 사내들이었다. 생김새는 대수롭지 않았지만 행동거지 하나 하나는 힘이 있었다. 눈빛을 반짝이며 사방을 경계하듯이 훑어봤다. 한 눈에 봐도 훈련이 된 놈들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자연히 암암리에 경계심을 일으켰다. 이들이 이 곳에 차를 댄 것은 일반적이지가 않았다. 그들이 이곳에 출현한 것은 무슨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인가?
 
이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백리원이 일신에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우아한 발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상반신에 몸에 달라붙는 디자인의 자색 나사 양장을 입고 있었다. 길고 가는 목에는 흑백으로 격자가 된 스카프를 매고 있었다. 길이가 무릎까지 내려오는 자색의 나사 스커트가 매우 곧은 허벅지를 엄밀히 감싸고 있어 그 풍성하고 둥근 둔부를 더욱 뚜렷이 치켜 올려 주고 있었다. 살색 실크 스타킹이 마치 피부처럼 옥 기둥 같은 긴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 발에는 7센티 높이의 바닥이 홍색인 검정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녀의 와인색 긴 머리카락은 정연하게 머리 뒤로 빗어 시뇽 헤어를 하고 있었다. 수수한 얼굴에는 다만 가볍게 다홍색의 립글로스 만을 칠하고 있어 어둠 속 불빛 아래 눈 같은 피부에 붉은 입술을 더욱 요염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녀는 수중에 사각형의 악어가죽 백을 들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얼굴에는 기대와 동경의 웃음을 걸은 채 한 쌍의 아름다운 눈으로 좌우로 나의 위치를 수색했다.
 
백리원의 신형을 보자 나는 즉시 정신을 되찾았다. 막 차에서 내려 그녀를 부르려고 했다. 막 차문을 열려는데 그녀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양 눈이 그 벤츠를 노려봤다. 원래 편안하니 유쾌하던 표정이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마치 이 차를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이 때 차 옆에 있던 사람들 중 가운데 중년인이 걸어 다가갔다. 그는 아주 공손하게 백리원에게 무엇을 말하는 것이었다. 한 편으로는 말을 하며 한 편으로는 벤츠의 뒷좌석을 가리켰다. 엘리베이터를 마주한 그 뒷좌석은 이미 열려 있었다. 보아하니 마치 상대방이 그녀에게 차 안에 앉아 이야기를 하자고 하는 듯 했다. 하지만 백리원은 벤츠 뒷좌석에 앉은 사람을 매우 꺼리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양 눈으로 아주 뚜렷이 S600L 뒷좌석을 감히 바라보질 못했다. 다만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어 거절의 표시를 했다.
 
나는 보면서 정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문을 열고 건너가 도우려 했다. 막 몇 걸음을 내딛었을 때 S600L 뒷좌석 안의 그 사람이 차에서 내려 일어섰다. 그 사람의 키는 아주 컸다. 양쪽 벌어진 어깨는 양복으로 단단히 감싸여 있었다. 불빛 아래 그는 약간 머리가 하얗게 세어 있었다. 머리 꼭대기 중앙 일대는 약간 번들번들한 것이 아주 뚜렷했다. 비록 내 이쪽으로는 등을 보이고 있었지만 이 사람이 재로 변한다 해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여강, 그가 어째서 이 곳에 나타난 것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일가? 설마… 나의 전신 혈관이 갑자기 뜨거워져 갔다. 빠른 걸음으로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그들 사이의 대화 역시 뚜렷이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약간 확실치는 않았다.
 
“소리(小莉)… 난… 당신… 그러는게 어떻소? “
 
여강의 말은 아주 무거운 북방 사투리였다. 아주 확실히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분명 설득을 하는 듯 했다.
 
“여회장님, 이러지 마세요. 당신 같은 큰 인물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셔야죠. 우리 사이는 불가능해요. 바라건대 관대하게 저를 놔주세요. 그러실 거죠? “
 
백리원은 말을 하며 한 편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녀의 말은 비록 점잖았지만 신정은 아주 확고했다.
 
나는 발소리를 내며 내달려 이미 그 외에 있던 두 명의 사내를 놀래게 했다. 그들은 내가 다가오는 기세가 흉흉한 데다 얼굴색이 선하지 않은 모습에 동작을 굉장히 쾌속하게 좌우로 하여 나를 덮쳤다. 나는 속이 타들어갔다. 발바닥을 마치 로켓과 같이 빠르게 내딛어 뛰어 올라 그들과 얽히지 않게 했다. 한 발을 S600L의 트렁크를 밟으며 사람들과 그 차를 뛰어넘어 다른 한 사내의 머리 옆으로 뛰어 내렸다.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나에 의해 말이 끊어졌다. 백리원은 나의 출현을 보고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생명의 밧줄을 발견이라도 한 마냥 황급히 섬세한 손을 내밀어 나의 팔을 붙잡았다. 나는 몸을 비틀어 그녀를 내 몸 뒤로 가리며 얼굴색 엄숙하게 여강을 마주했다.
 
나는 처음으로 이렇게 가까이서 여강을 보는 것이었다. 이 거리 상에서 그는 결코 나에 비해 왜소하지 않았다. 긴 말의 얼굴 상의 근육이 비록 아직 늘어지지는 않았지만 가까이서 보니 이미 적지 않은 주름살이 그어져 있었다. 오똑한 매부리 코, 몰인정한 입술과 사각형의 턱이 이 사람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천성이 흉포한 무리라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었다. 양 쪽의 짙게 검은 긴 눈썹 아래 그 눈동자는 아주 예리했다. 이 시각 얼굴을 찡그리며 나라는 불청객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 때 나에 의해 떨쳐져 버렸던 그 두 사내가 다시 달려들려 했다. 여강이 손을 들어 그들의 보복하려는 행동을 제지했다. 그는 입을 열어 그렇게 거만하고 또 그렇게 귀를 찌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넌 뭐하는 놈이냐? 너와 소리는 무슨 관계야? “
 
나의 청춘을 망가뜨리고 나의 모친을 빼앗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을 강점한 이 여강을 면전에 서서 보고 있으려니 나는 자신의 양 눈 속 혈관이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신상의 매 한 곳의 관절과 근육이 모두 움질움질 안달이었다. 이 거리라면 나는 단지 한 손만으로 이 남자의 목을 비틀어 끊을 수 있다. 이런 식의 복수를 원했던 것이 아닌가? 빨리 손을 써. 너의 원수를 놔주지마. 넌 그렇게 오랜 해를 이 날을 위해 참아 온 것이잖아? 뭘 기다려? 나의 뇌 속으로 몇 가지 음성이 이렇게 말하며 최대한 빨리 손을 써 행동할 것을 재촉했다.
 
나는 갑자기 머리 꼭대기에서 오랜만에 일진 극통을 느꼈다. 왜 이 순간에 다시 말썽을 부리는가?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려 노력했다. 극통을 뇌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 신상의 근육이 점차 곤두서기 시작했다. 막 출수하려는 그 일순간, 갑자기 한 쌍의 부드럽고 섬세한 손이 나를 움켜잡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백리원의 근심에 충만한 눈빛을 바라봤다. 이어서 그녀의 눈빛을 따라 갔다. 여강의 몸 뒤 우측에 서 있던 그 맨 처음 백리원과 대화를 했던 사내였다. 언제인지 모르게 그의 손에 하나의 새까만 총신이 쥐어져 우리를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마침내 여강이 두려워하지 않는 원인의 소재를 깨달았다. 장기간 훈련된 경계감이 나로 하여금 장내의 형세가 이미 돌변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외 두 사람은 이미 분산되어 나의 측후방을 잡아 여강 몸 뒤의 그 사람과 하나의 삼각형의 화력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들의 수중에도 반드시 같은 무기가 쥐어져 있을 것이었다. 이러한 환경 아래 내가 여강과 그의 몸 뒤 그 사내를 타격할 수는 있겠지만 동시에 몸 뒤의 두 사람을 제압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백리원이 또 내 신변에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위험을 무릎 쓰게 할 수는 없었다.
 
생각이 이에 이르자 나는 몸을 비틀어 자신으로 백리원을 가로 막았다. 얼굴을 산같이 진중하게해 침착하게 말했다.
 
“그녀는 이미 당신과 아무 관계도 아냐. 다시 와서 그녀에게 소란을 피우지 마! “
 
여강은 나의 꾸짖는 듯한 말에 하찮다는 듯 입가를 실룩거리며 웃었다. 눈빛을 직접 나를 건너 백리원을 향하며 말했다.
 
“소리! 너 이 자식을 위해 나랑 헤어진 거야? 너 언제부터 그 놈과 붙어 먹은 거야? “
 
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여강의 말은 비록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나는 그중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그의 말 속 행간을 보니 나를 백리원의 새 애인으로 여기는 것이었다. 나의 신분을 명확하게 지명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설마 그는 우리 사이의 관계를 알아차리지 못했단 말인가?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수 있었다. 몽란과 여천은 사건 이후 이미 출국해 순회공연을 다니고 있었다. 그들 모자는 내 손에 약점을 잡혀 감히 비밀을 누설하지 못할 터였다. 여강 자신은 중화관의 필지 싸움에 개입한 후부터 계속 양소붕을 모함해 함정을 만드느라 바빴다. 백리원의 사생활을 탐문할 한가한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가장 믿을 만한 것은 현재의 나는 체형과 용모 상 너무 커다란 변화가 있는 것이었다. 여강이 어찌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의 면전에 서 있는 것이 당년 그 문약하고 청수한 소년이라는 것을. 여강이 장악하고 있는 정보 속에서 나는 일찍이 지능이 떨어지는 정신병자가 되었다가 연후 남산도 정신병원의 그 대화재 속에서 죽은 것으로 되어 있을 것이었다.
 
내가 여전히 낮게 읊조리고 있을 때 팔뚝이 갑자기 조여왔다. 백리원이 언제인지 모르게 나서 있었다. 그녀는 그 양 쪽 긴 팔로 나의 팔 안쪽을 단단히 안고 있었다. 얼굴 위에는 결연하고 단호한 신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녀의 그 아름다운 눈 속에서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용기와 자신감이 내비쳤다. 조금도 여강의 양 눈에 약해지지 않고 마주보며 말했다.
 
“그래요. 맞아요. 그가 바로 내 남자예요. 나는 그를 좋아해요. 바라니 당신 이후에는 다시 와 나의 생활을 귀찮게 하지 마요. “
 
백리원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상시 같이 부드럽고 가늘었다. 하지만 방금 이 말은 마치 금석을 자르듯이 강개했다. 이것이 지난 날 그 온유하고 조용했던 어린 부인이란 말인가? 그녀의 유약함과 불안정함은 어디로 간 것일까?
 
나와 여강 모두 그녀의 신상에 갑자기 발생한 의지력에 놀라 멈칫했다.
 
여강이 받은 충격이 나에 비해 훨씬 컸다. 그의 얼굴 위로 불가사의하다는 표정이 뚜렷했다. 양 쪽 얇은 입술은 멈추지 않고 경련을 일으켰다. 그 깊은 회색의 동공 속으로 재차 흉광이 노출됐다. 마치 백리원이 그의 행위에 공연히 반항하는 것에 극도로 분노한 듯 했다.
 
나는 나의 팔을 안고 있는 백리원의 손이 미미하게 떨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틈이 없도록 단단히 내 팔을 안고 있었다. 이것은 남자가 그녀의 인생을 주도하도록 하던 여인이 갑자기 변해 이렇게 굳강하고 충절스러워진 것이었다. 그녀의 맑고 투명한 밝게 빛나는 눈동자는 조금도 여강의 시선에 위축되지 않았다. 이 순간 백리원은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여강의 손은 이미 반쯤 허공 중에 들려져 있었다. 그는 갈등하는 눈으로 계속 내 신상을 움직임 없이 노려봤다.
 
나는 암암리에 정신을 집중해 힘을 한 곳으로 모았다. 뇌 속으로는 쾌속하게 삼사종의 포위망을 가를 방안을 확정하고 있었다. 비록 하나 하나의 방안이 모두 승산이 크지 않았지만 나의 전신은 어찌 되었든 상관없이 신변의 이 깊이 사랑하는 여인을 보호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동시에 여강에게 최대한의 대가를 바치도록 할 생각이었다.
 
최종적으로 여강은 손을 내려놓지 않았다. 아마도 백리원의 의지가 그를 이긴 것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상인의 이해득실을 따져보는 본색이 작용한 것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여강은 이번 당면한 교전 중에 결국 패했다. 그는 깊이 백리원을 몇 번 노려봤다. 경련을 실룩거리던 입가가 갑자기 이완이 되었다. 그는 들어 올렸던 손을 머리로 가져가 그 몇 가닥 남지않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 그 흉맹하고 패도 넘치던 얼굴 위로 갑자기 몇 가닥 쇠락한 신정이 떠올랐다.
 
“넌 조만간 나를 찾아 돌아오게 될 거야. 이 말을 기억해! “
 
그는 냉랭하게 이 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차 뒷좌석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그 세 사내 역시 수중의 총기를 분분히 거두며 차에 올랐다. 아주 빠르게 S600L이 쌩하니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나는 팔 위가 갑자기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백리원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옥 같은 신체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급히 손을 내밀어 그녀의 몸을 안았다. 원래 그녀는 앞서 한 줄기 용기로 버티며 여강이 가기를 기다리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양 쪽 긴 다리가 힘이 빠져 버린 것이었다. 나는 차라리 그녀를 안아 올렸다. 품속의 가인이 예상 밖으로 기력이 없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옥석같이 결백한 이마에는 심지어 식은 땀이 나 있었다. 선홍색의 립글로스를 칠하지 않았더라면 그 풍성한 입술은 분명 핏기가 하나도 없이 창백해 보였을 것이었다.
 
나는 그녀를 안고 차 안에 잘 내려 놓았다. 그런 후 차에 시동을 걸고 이 곳을 떠나 집으로 내달렸다.
 
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릴 때 백리원은 여전히 약간 정신이 나가 있었다. 내가 부축해서야 비로서 천천히 걸어 침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이미 이 며칠 간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질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 백리원의 모습은 나로 하여금 마음을 놓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녀 역시 반대의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 순간 그녀는 아주 무력했기 때문에 나의 존재가 그녀가 기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의 도움 아래 백리원은 간신히 신상의 외투와 스커트를 벗었다. 그녀를 도와 스커트 뒤쪽 지퍼를 열 때 나는 무의식 중에 그녀의 매끄럽고 차디찬 손과 닿았다. 그녀는 즉시 조건반사적으로 경련을 일으켰다. 그 일순간 나는 정말 그녀를 품 안에 끌어 안고 싶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자신의 충동을 억제했다. 그녀가 화장과 악새사리 등을 제거할 때 나는 잘 자라는 인사를 한 후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
 
“기다려. “
 
그 익숙한 목소리가 예상 밖으로 울려 퍼졌다. 나는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석두, 너… “
 
백리원은 말을 약간 주저했다. 하지만 그녀는 우물우물하더니 겨우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너… 나랑 남아줄 수 있어? “
 
나는 믿을 수 없어 몸을 돌렸다. 눈 앞 백리원은 넓직한 백색의 순면 잠옷 치마를 입고 있었다. 들어가고 나온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몸매를 옷감 속으로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잠옷 치마 아래로 양 쪽 길고 매우 곧은 가냘프기 그지없는 눈처럼 하얀 다리가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그 와인색의 웨이브 진 긴 머리결은 아주 자연스럽게 허리춤까지 풀어 헤쳐져 있어 그녀의 원래 늘씬하니 풍만한 동체를 뚜렷이 적지 않게 가냘프게 보이도록 하고 있었다.
 
이 때, 그녀는 지난 날의 그 온화하고 단아한 얼굴 위로 일종의 어린 동물이 깜짝 놀란 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 쌍의 가을 호수와 같은 눈동자가 나를 향해 불안한 마음으로 갈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시간의 백리원은 마치 허약하고 무력한 어린 여자애와 같았다. 한 시간 전 주차장에서 여강과 직면하던 용맹하고 과감스런 모습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한 줄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달려가 손을 내밀어 품 속으로 끌어 안았다.
 
백리원은 아주 순종적으로 내 품 안에 안겨왔다. 양 쪽 긴 팔로 나의 허리를 뒤로 감아왔다. 가슴 앞 그 부드럽고 극히 탄성 풍부한 젖봉우리가 내 신상을 꼬옥 눌러왔다. 나는 품 속 여인의 신체가 계속 떨고 있는 것을 느꼈다. 오늘밤 그녀가 겪은 일은 너무 복잡했다.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그녀를 꼬옥 안아주는 것이었다. 내가 안음으로써 전해지는 온도에 따라 그녀는 점점 평정을 찾아갔다.
 
“날 놓지마. 응? “
 
백리원이 머리를 들어 올렸다. 아랫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그녀의 얼굴 위에는 부끄러운 기색과 더불어 또 기대의 빛이 있었다.
 
“응, 두려워 마. 내가 계속 항상 옆에 있을께. “
 
나의 위로의 목소리 아래 백리원의 불안한 정서는 간신히 누그러뜨려 지기 시작했다. 미려한 양 눈꺼풀도 닫는 듯 아닌 듯 했다. 마치 나의 목소리에 최면 효과가 있는 듯 했다. 나는 그녀가 이미 피곤해 하는 것을 보고 부드럽게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그런 후 자상하게 이불을 끌어 덮었다.
 
그런 후 나는 옷을 벗었다. 하지만 평소처럼 나체로 자지는 않았다. 팬티를 입은 채 이불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이 이불은 사뿐하고 따듯했다. 그녀 신상 특유의 체향이 실려왔다. 다시 이 익숙한 커다란 침상에 누웠지만 나는 과분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금도 법도를 넘지 않은 채 백리원의 왼쪽 위치에 그녀와 응분의 거리를 유지했다. 우리는 비록 같은 하나의 잠자리에 들었지만 욕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다만 조용히 피차간의 호흡소리만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이의 거리는 아주 오랫동안 유지되지는 못했다. 이 경계를 깨뜨린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내가 침상에 누은 후 백리원의 호흡이 약간 팽팽해졌다. 나는 그녀의 그 편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자세를 바꾸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늦도록 잠이 들지를 않았다.
 
“너… 자는 거야? “
 
마침내 그녀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아니. “
 
나는 평정하게 대답했다.
 
그런 후 자리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일단의 향기 짙은 육체가 나의 이쪽 편을 향해 다가왔다. 이어서 나의 팔이 한 쌍 섬세한 손에 의해 잡혀졌다. 백리원은 나의 손을 치켜 들어 베게 위에 놓았다. 그런 후 몸을 위로 기대어왔다. 매끄럽고 농밀한 와인색의 긴 머리카락이 나의 팔을 베게 해서 누웠다. 그녀는 여전히 나에게 등을 보인 자세였다. 하지만 우리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 다만 그 얇은 잠옷 치마만이 가로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약간 부자연스럽게 해명을 했다.
 
“베게가 너무 푹신해서 내가 받치고서 기타 생각을 못하겠어. “
 
“응, 자요. “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마음 속 즐거움은 마치 폭발할 것 같았다. 다른 한 손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뻗어 백리원을 내 품 안으로 끌어 안았다. 그녀는 약간 떨더니 아주 빠르게 평정을 회복했다. 차제에 양 손을 이용해 내 팔을 안았다. 그녀의 여리고 매끈한 뺨이 내 손바닥에 대어졌다. 가느다란 호흡성이 내 손바닥 중심에 불어졌다. 마치 온순하고 앙증맞은 어린 고양이 같았다.
 
품 안에 백리원 이 부드럽고 향기 나는 따스한 동체를 안고 있었지만 나는 큰 욕념은 들지 않았다. 마음 속은 편안한 즐거움이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점점 가라 앉았다. 마침내 잠에 빠져 들었다.
 
오랜만에 이 편안한 커다란 침상에 돌아와 아침저녁으로 늘 그리워하던 옥인(玉人)을 품은 채 나는 며칠 만에 처음으로 이렇게 깊이 편안히 잠이 들 수 있었다. 아침 해 뜰 무렵 비로서 천천히 깨어났다. 자신의 팬티를 보니 그 일대가 뚜렷이 불룩했다. 나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고개를 돌려 품 안의 백리원을 바라봤다.
 
햇빛이 커튼을 뚫고 백옥으로 빚은 듯한 얼굴 위를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나의 팔을 팔베게해 누은 채 양 손은 자신의 가슴 앞에 놓고 마치 어린 소녀와 같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비록 잠에 깊이 빠져 있었지만 얼굴 위에는 불안한 정서가 배어 있었다. 얇은 입가는 살짝 오무리고 있고 양 쪽 가늘고 긴 짙은 눈썹은 찡그린 듯 아닌 듯 해 사람으로 하여금 가엽기 그지없도록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심중에 무수한 옛일이 떠올랐다. 물론 아주 많은 위험을 마주하겠지만 나는 품 안의 이 여인을 보호해야만 한다. 그녀가 겪은 고통은 이미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나는 살짝 팔을 이동했다. 팔뚝을 천천히 그녀의 머리 아래에서 빼냈다. 이 과정 중에 나는 계속해서 그녀가 깰까 아주 조심했다. 백리원은 깨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입으로 모호하게 뭐라고 중얼거리는 듯 했다. 그 자세를 그대로 계속 유지한 채 잠에 빠져 있었다.
 
침상에서 내려온 후 나는 발끝을 들고 걸어가 그 전신 거울을 밀었다. 그런 후 소리 없이 드레싱 룸으로 들어갔다. 드레싱 룸의 등불이 자동으로 밝혀졌다. 부드러운 카펫을 밟으며 걸어가 나는 그중 한 옷장 문을 열었다. 쌓여 있는 명품 가방 속에서 그 흑색 트렁크를 찾아 꺼냈다.
 
트렁크를 카펫 위에 놓고 나는 기억에 의지해 비밀번호 “861112”를 맞췄다. 트렁크 속에서 “딸칵”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손으로 이 트렁크 뚜껑을 열 수 있었다.
 
트렁크 내부는 겉보기와 달리 그렇게 깊지 않았다. 깊지 않은 바닥 위로 아주 정연하게 열 몇 가지의 물건이 늘어져 있었다. 여러 국가의 여권 세트, 안쪽의 이름은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여권의 사진은 모두 나 자신이었다. 겉보기에 USB 같은 물건이 하나 있었고 은색의 장방형 위성전화도 하나 있었다. 또 열 몇 개의 다발로 된 백 위안 짜리 지폐 묶음이 있었다.
 
나는 대충 이들 물건들을 살펴보고 약간 실망했다. 이 안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이 없었다. 나는 여권, 지폐, 전화 류의 물건을 모두 꺼내 바닥의 흑색 벨벳으로 된 바닥판을 드러냈다. 나는 손가락으로 상자 안을 한 바퀴 더듬었다. 마침내 양쪽 모서리의 직각 부분에 미미하게 불룩한 곳을 찾았다. 육안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두 개의 버튼이었다. 나는 손톱 끝을 이용해 두 개의 불룩한 곳을 아래 쪽으로 눌렀다. 손 위로 용수철의 압력이 늦춰지는 것이 느껴졌다. 벨벳 바닥이 이미 위로 약간 튀어 올라 있었다.
 
나는 양 손으로 이 바닥을 끄집어내 아랫쪽 3촌 깊이의 어두운 움푹 들어간 곳을 노출시켰다. 이 곳의 용적은 윗부분보다 더 컸다. 안쪽에 늘어져 있는 물건이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나는 매 하나의 설비를 꼼꼼히 보지 않고 먼저 투명한 비닐봉지 하나를 꺼냈다. 그런 후 서둘러 이중판을 잘 닫았다. 나머지 물건을 모두 원래대로 넣고 가방을 닫았다. 이러는 와중에 한 작은 물건이 카펫 위로 떨어졌지만 나는 당시 발견을 못했다.
 
나는 비닐봉지를 열었다. 안에 있는 부속품들을 모두 트렁크 위에 늘어 놓았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이들 흑색 부속품 위를 매만졌다. 마치 한 줄기 난류가 손가락 끝을 통해 신상으로 흐르는 것 같았다. 일종의 익숙한 감각이 손가락 끝을 두근대게 했다. 마치 하나 하나의 부속품 모두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열정적으로 우호적으로 나와 교담을 나누는 듯 했다.  
 
나의 오랜 동료. 오랜만이었다.
 
눈을 감고 나는 깊이 숨을 들이켰다. 그런 후 손을 깊이 뻗었다. 손으로 이 부속품들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나의 손가락은 마치 피아노를 치듯이 이들 흑색 부속품 위를 거닐었다. 노리쇠, 공이, 손잡이가 손에 잡히는 대로 딸려왔다. 조금도 힘을 들이지 않고 일련의 물 흐르는 듯한 동작 이후 완전한 구조를 지닌 권총이 이미 내 손 안에 출현했다. 그리고 내 마음 속으로 세던 숫자는 막 “8” 이라는 숫자에 도달해 있었다.
 
나는 눈을 떴다. 마음 속으로 만족해하며 수중의 글록(Glock)18 을 바라봤다. 원산지는 오스트리아, 전장은 186밀리미터, 총의 무게는 620그램, 파라벨럼(Parabellum) 9*19밀리미터 탄환을 사용한다. 총신 위 선택 스위치로 자동 패턴을 전환할 수 있다. 100미터 범위 내의 어떠한 적일지라도 코브라가 불을 뿜으면 침착하게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 가장 나를 만족시키는 것은 그것의 탄창이 22발의 탄두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찍이 몇 번인가 임무를 집행할 때 성공 직전 실패를 할 때 나는 이 왕성한 탄량에 힘입어 총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와중에 적들과 공방전을 벌이며 최종 국면을 돌리곤 했던 것이다.
 
나는 가볍게 매끄러운 금속 총신을 매만졌다. 손잡이의 무늬는 이미 내가 하도 만져서 약간 평평해져 있었다. 방아쇠 주위에 하나의 뚜렷한 흠집이 있었다. 그것은 어느 임무 중에 총을 들고 뛰다가 한 척의 진행중인 화물선에 부딪친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것은 글록18의 화력이나 정확도에 한 자락의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내 손바닥 안에 넣었을 때 총구를 대상에게 겨눌 때 스스로 조정을 해야만 했다.
 
나는 글록18을 들었다. 자신과 그 놈 간의 그 독특한 묵계가 다시 회복된 것을 느꼈다. 마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역량이 이 총기 속으로부터 나의 혈관 속으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한 바퀴 돌았다. 몇 가지 표준적인 자세를 취하며 최종적으로 드레싱 룸의 문 입구를 겨눌 때 가늠쇠 안으로 하나의 인영이 출현했다.
 
백리원은 신상에 얇은 잠옷치마를 입고 있었다. 어렴풋이 옷감 안쪽으로 아름다운 몸매를 볼 수 있었다. 눈처럼 하얀 양 쪽 다리가 맨발로 카펫 위를 밟고 있었다. 약간 헝클어진 와인색의 웨이브 진 긴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풀어 내려져 있었다. 그 약간 우울하고 수수한 얼굴 위에는 불가사의한 표정이 가득했다.
 
그녀를 보자 나는 마음 속으로 놀랬다. 황급히 글록18을 거두어 몸 뒤로 숨겼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백리원은 경악한 채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녀의 과거 풍윤하던 붉은 입술이 약간 창백해져 있었다. 어조를 특별히 천천히 한 자 한 자해서 물었다.
 
“석두, 너 방금 손에 그게 뭐야? “
 
“나… 이건… “
 
나는 마치 현장을 들켜버린 도둑 마냥 어찌 대답을 해야할지 몰랐다.
 
백리원은 내 몸 뒤로 가있는 팔을 잡아 끌었다. 그녀의 팔 힘은 크지 않았지만 나는 감히 그녀에게 저항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내 수중의 그 흑색 독사를 본 후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양 손으로 가슴 앞을 저미며 믿기 어렵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째서… “
 
“너 어째서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는 거야? “
 
그녀의 그 수려한 짙은 눈썹이 다시 찡그려졌다. 목소리 속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충만했다.
 
“걱정하지 마. 난 그냥 당신을 보호하려는 것 뿐이야. “
 
나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백리원은 반대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날 보호한다고… 하지만, 너 이것은 사람을 죽이는데 쓰는 것이잖아. “
 
그녀는 양 쪽 긴 팔로 가슴 앞을 짚으며 마치 무슨 공포스런 일을 생각하는 듯 했다.
 
“설마, 너 찾아가려는… “
 
“어제 그가 어떻게 협박하는지 못 봤어? 난 그 놈이 당신을 해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어. “
 
나는 자신의 말투를 억제하려 노력했다. 여강을 떠올리자 내 마음 속의 노화를 참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안돼. 너 이럴 수는 없어. “
 
백리원은 갑자기 격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양 손을 서로 꽉 잡으며 간청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석두, 제발 제발. 너 천만에라도 충동적이 되면 안돼. 네가 만일 살인자가 되면 이후에 나는 어떻게 하란 말야. “
 
백리원의 얼굴은 비애의 신정이 가득했다.
 
“걱정하지 마. 나 일을 서툴게 처리하지 않아. 난 어떠한 증거도 남기지 않을 거야. “
 
나는 양 미간을 찌푸렸다. 백리원의 말투 속에는 여전히 나를 아들 다루듯 하는 것이었다. 요사이 그녀는 이미 점점 이러한 모친의 말투에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위급한 일이 닥치자 그녀는 여전히 자신도 모르게 다시 그 말투를 유출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안돼. 네가 만일 죄를 범하면 여기저기 숨어 다니며 유랑을 다니지 않겠어? 우리 이후에 또 마음을 조마조마하는 나날을 보내야해. 너는 내 생각은 안해주는 거야? “
 
백리원은 양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아주 격동하며 말을 했다. 잠옷 치마 속의 그 충만하고 알찬 양 젖무덤이 브래지어에 속박이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아주 과장되게 상하로 기복을 이루었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고려 안해? 여강 그 놈은 도둑놈 심보를 못 버리는 놈이야. 그 놈은 속이 좁아 하찮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는 스타일이야. 언젠가는 우리를 향해 손을 쓸 거야. 나는 당신에게 어떠한 조금의 상해도 입히게 할 수 없어. 난 절대 허용하지 않을 거야. “
 
나는 최후의 한 마디는 거의 이를 갈다시피 하며 말했다.
 
“석두, 나는 네가 나를 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 기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잖아? 반드시 이런 위험을 무릎 쓸 가치가 있어? “
 
아마도 내 말 속의 강렬한 보호욕의 표시에 백리원의 얼굴 위에는 매우 감동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신중하게 물어왔다.
 
“무슨 방법? 여강은 이 십 몇 년간 무수한 나쁜 짓을 저질렀어. 누가 감히 그를 어쩔 수 있어? 누가 감히 그를 제재할 수 있어? 없어! 근본적으로 없어. “
 
나는 냉소 일성을 내며 반문했다.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내려보고 있어. 여강이 많은 불의를 저지르면 반드시 자멸하게 되어 있어. 나는 마지막에는 누군가 그를 정리하리라 믿어. “
 
백리원의 이번 말은 아주 유치했다. 이른바 하늘의 도리로써 사람을 속이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약육강식 이야말로 이 밀림사회의 규칙이었다.
 
“하하, 그 말들은 우민에게나 사용하는 말일 뿐이야. 이 세간에 ‘살인방화를 한 놈은 금 허리띠를 두르고 다리를 놓고 길을 닦은 사람은 시체 조차 없다” 는 말이 있어. 여태까지 무슨 하늘이 있었어? 여태까지 무슨 정의가 있어. 단지 강한 권력만이 정의였어. “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마음 속으로 자신의 부친을 떠올렸다. 여태껏 세상과 다툼 하나 없이 솔직하고 성실한 그였다. 어찌 자신이 생을 달리한 후 처와 아들이 암해와 능욕을 당할 줄 알았겠는가? 그러니 이 세상의 정의는 믿을 것이 전혀 못됐다. 일절 불공정한 모든 것은 내 수중의 무기로써 공정하게 판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네가 무슨 하늘이니 무슨 정의니 상관없어. 아무튼 나는 너를 이 길로 가게 할 수 없어. 너는 내 유일한 희망이야. 네게 만일 무슨 잘못이라도 벌어지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
 
백리원은 나의 발 아래 엎어지더니 양 손으로 나의 다리를 단단히 껴안았다.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그녀 신상의 얇은 옷감을 통해 나는 그 두 알의 풍만한 유방이 나의 다리를 비벼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마음 속에는 조금도 사념이 들지 않았다.
 
“석두, 내 말 한 번만 들으면 안돼? 이번 한 번만. 기타 다른 것은 내가 모두 네 말을 들을께. 응? “
 
백리원은 얼굴을 추켜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 속으로 반짝이는 눈물이 있었다. 백옥같은 뺨 위 두 줄기 눈물 자국 위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비를 머금은 이화와 같이 또한 애처롭고 가련스러웠다. 돌 같이 굳어 있는 내 마음도 저절로 누그러질 수 밖에 없었다.
 
“알았어. 우리 먼저 이건 그만 말해. 그만 일어나. 바닥 차가워. “
 
이런 정경 하에 나는 잠시 그녀와 타협을 했다. 그녀의 이미 대단히 취약한 신경을 자극하는 것을 피했다. 이 여인은 나를 길렀다. 자신의 몸도 마음도 모두 나에게 준 것이었다. 설령 그녀가 무슨 잘못을 했더라도 나 역시 그녀에게 마음을 모질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안돼, 너 먼저 나에게 답을 해줘. 과격한 일을 다시는 벌이지 않겠다고 말해줘. “
 
백리원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목적을 달성할 때 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다만 어쩔 도리 없이 고개를 끄덕여 그녀에게 답을 했다. 내가 마음을 바꾸는 것을 보자 백리원은 간신히 우는 것을 멈췄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막 움직이다 “아얏” 하는 소리와 함께 카펫 위로 다시 주저앉았다.
 
“무슨 일이야? “
 
나는 걱정되어 물었다.
 
“아… 아냐. “
 
백리원은 내게 손을 저었다. 한 쪽 손으로 아랫배 근처를 감싸 쥐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방금 울다가 약간 결린 것 같아. “
 
보고 나는 손을 내밀어 도우려 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잠시 앉아 있으면 좋아질 거야. 걱정 하지마. “
 
나는 다만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 가득 관심을 보이며 그녀 신변에 웅크리고 앉아 손을 내밀어 그녀의 아랫배를 살살 문질렀다. 비록 나는 별다른 의사는 없었지만 얇은 옷감을 통해 그녀의 아랫배의 매끈하고 탄성 풍부한 연한 살결을 느끼자 내 손가락이 미미하게 떨려왔다. 이 오랜만의 서로간 피부가 접촉하는 느낌에 나의 마음 밑바닥은 자연히 진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손바닥의 온도가 작용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또 신상의 매우 은밀한 부위를 내게 접촉하게 해서인지 백리원의 원래 창백했던 얼굴이 점점 붉은 구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입 안에서 흘러 나오는 향기로운 숨결이 또한 거칠어졌다.
 
그녀는 비록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지만 나에게 손을 멈추라고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이런 식으로 잠시가 지나자 백리원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좋아. 너 만져주지 않아도 돼. 나 일어날래. “
 
나는 약간 손을 거두어 들이는 것에 아쉬워하며 손을 내밀어 그녀를 부축해 일으키려 했다. 그녀가 갑자기 나의 손을 잡으며 멈추게 했다.
 
백리원이 고개를 들었다. 눈빛 속에는 의혹을 담은 채 물었다.
 
“앗! 이게 뭐야? “
 
나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다만 보이는 것이 그녀의 수중에 금색 물방울 형상의 타원형 팬던트 하나가 있었다.
 
이 팬던트는 내 엄지 손가락 두 개 크기였다. 원래 표면의 도금이 이미 퇴색해버려 안쪽의 청동으로 된 겉껍데기가 노출되어 있었다. 분명 세월이 있는 물건이었다. 팬던트 아래쪽으로는 또 홍색의 장식용 술이 달려 있었다.
 
백리원은 호기심에 이 팬던트의 뚜껑을 열었다. 안쪽에는 매우 정교하게 회중시계가 조형되어 있었다. 하지만 회중시계의 바늘은 이미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시계 뚜껑 안쪽 유리 뒤로 한 장의 작은 사진이 끼워져 있었다. 사진은 흑백으로 된 오래된 사진이었다. 안에는 한 젊은 여자의 두상이 있었다. 여자의 복장과 태도로 보아 적어도 전세기 60년대의 산물 같았다.
 
사진 속 여자는 방년 이십으로 칠흑 같은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가슴 앞으로 드리우고 있었다. 얼굴에는 청춘의 숨결이 가득했다. 그녀의 오관은 강남여자의 청수함이 깃들여 있었다. 비록 미녀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눈빛이 잔잔하니 부드럽고 동경이 충만한 것이 마치 온유하고 정숙한 여자 같아 보였다.
 
“그녀는 누구야? “
 
백리원이 회중시계 안의 사진을 살며시 만지며 물었다.
 
나는 바짝 다가가 이 낯설고도 또 익숙한 회중시계와 사진을 바라봤다. 마음이 기복을 이루며 들끓었다. 마치 다시 7,8년 전의 남산도에서의 그 나날로 돌아간 듯 했다.
 
내 마음 속에 위아저씨는 계속 하늘을 떠받치고 땅에 우뚝 서있는 사내 대장부였다. 이 신체가 불구인 사내는 무쇠골격이었다. 어떠한 사람도 그 처럼 다치면 살아남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운명과 싸우려 노력했다. 나는 지금까지 그가 나약하거나 애상의 정서를 나타낸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그러한 공포스런 환경하에서 나를 보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의 그 일신의 지식과 모든 능력을 내게 전수해줬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그가 자신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유일한 예외가 있었는데 간혹 장마철이 되면 섬 안의 병자들이 모두 실외 활동이 취소가 되곤 했다. 이 때 위아저씨가 혼자 창 앞에 앉아 창 밖의 한 줄기 광선에 의지해 꼼꼼하게 손 안의 이 팬던트를 바라보곤 했다.
 
나는 일찍이 호기심에 물어 본 적이 있었다. 그의 수중의 그 팬던트가 도대체 무슨 마력이 있냐고? 무엇이 그로 하여금 두 시간여를 귀찮아 하지도 않고 사로잡고 있게 하는 거냐고? 그는 나에게 대답을 할 의사가 없었다. 오랜 시일이 지나자 나도 그의 이 괴벽이 습관이려니 했다. 다만 매번 다 본 후에는 그의 얼굴 위에 일종의 막연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후 며칠 동안은 그의 몹시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성격이 적지 않게 누그러지는 것이었다.
 
그 팬던트를 그가 어떻게 이 섬 안에서 가지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왜냐하면 섬에 들어온 우리는 모두 신상의 개인물품을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옷을 제외하고 감옥식의 방에는 아무 것도 가지고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위아저씨는 이 팬던트를 아주 잘 보호했다. 그는 환자복을 찍어 만든 끈으로 팬던트를 자기 가슴 앞에 매달고 다녔다. 그는 그것을 보물처럼 보호했다. 나를 제외하고는 근본적으로 이 비밀을 발견한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기타 사람들은 감히 그의 물품을 수월히 접촉하지 못했다. 그의 폭력 수단과 흉포성은 섬 위 사람은 모두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비 인원들도 마치 괴물 같은 그를 역시 기피하는 것이었다.
 
위아저씨가 재차 이 팬던트에 대해 언급을 하게 된 것은 우리가 도망치던 그 대화재의 길목에서였다. 그는 팬던트를 내 수중에 건네주며 몸으로 반쯤 이미 그 불이 붙은 대들보 아래를 받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주 강인하게 고통을 참으며 나에게 일성 부르짖었다.
 
“나를 대신해 그를 찾아… “
 
그런 후, 그는 갑자기 멈췄다. 뒤의 한 마디 목소리는 미약하게 변해져 있었다.
 
“미안해… “
 
나는 지금도 그가 그 세 자를 말할 때의 표정을 기억한다. 마치 오래지 않아 죽을 장군이 지난 날의 살육을 참회하는 것 같았다. 그 일순간 그는 갑자기 전에 없던 노쇠한 표정을 노출했다.
 
그리고 내가 도망쳐 살아남은 후 비로서 그가 말한 “그”가 사실은 “그녀”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이미 나에게 이 팬던트에 서려있는 비밀을 이야기 해 줄 사람이 없었다. 아울러 그림 속의 이 “그녀” 가 누구인지.
 
단지 나는 여전히 아주 뚜렷이 위아저씨가 팬던트를 바라보던 눈빛을 기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팬던트를 내 수중에 건네며 했던 그 말을. 이후 몇 년간 나는 몇 번의 임무를 집행하는 것 외에 엄마를 다시 찾는 다는 심중의 큰 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팬던트 안의 비밀을 풀어보려고 시도를 했었다. 나는 그림 속 여인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럼으로써 위아저씨의 나에 대한 은정을 보답하려 했다.
 
나는 간략히 남산도에서의 경력을 진술했다. 아울러 위아저씨가 어떻게 나를 보호하고 돌봐주었는지를. 자신이 정신병원을 도망친 후의 경력에 대해 백리원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조직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다만 그녀에게 자신이 일찍이 생존을 위해 남방에서 얼마간의 시간 동안 끄나풀 노릇과 보디가드를 했다고 했다. 아울러 모 방파의 큰 형님 밑에서 지냈다고 했다.
 
나의 일단의 기억을 들은 백리원은 매우 겁에 질려 있었다. 그녀는 나의 손을 단단히 잡고는 놓지 않았다. 마치 내가 말한 그 생사를 넘나들던 화면이 눈 앞에 그려져 있는 것 같았다. 더욱이 내가 남산도 안의 생활조건이 아주 고약하고 환경이 열악한 것을 말하는 것에 그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자책하며 말했다.
 
“모두 내 잘못이야. 이 일절 모든게 내가 저지른 짓이야. “
 
나는 그녀의 얼굴이 사색이 된 것을 보고 계속 그녀에게 충격을 줄 수 없었다. 품 안에 끌어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말하지 마. 당신은 그냥 보통의 여인이야. 어찌 그런 수단이 하늘 같은 악인을 당할 수 있겠어. “
 
“그러면 이 모든 것이 정말 여강이 설계를 한 것이야? 그가 이런 궁리를 짜냈다면 어째서? “
 
백리원은 허약한 음성으로 물었다.
 
“내가 감히 모든 일이 모두 그가 설계한 것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가 그중 분명히 가장 큰 작용을 했을 거야. 목적은 바로 당신을 점유하기 위해서. “
 
나는 천천히 자신의 답안을 입 밖으로 꺼냈다. 이 모든 것은 섬에 있을 때 위아저씨가 이미 나를 도와 분석을 해준 것이었다.
 
“나? 왜 또 나야? 어째서 그들은 결국 이런 식 이야. “
 
백리원은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그 붉게 젖어있는 앵도 같은 입술이 깨물리자 한층 더 선홍빛이 되었다.
 
“그것은 당신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야. 아름다운 것에 사람은 모두 점유를 하고 싶어해.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정당한 방식으로 쟁취를 하려 하는 것이야. 그리고 일부분의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고. “
 
나는 가볍게 그녀의 흘러 내린 와인색의 긴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적지 않은 감명 속에 말을 했다.
 
“석두, 너 혹시 나를 속이는 것은 아니지? 내가 정말 네가 말하듯이 그렇게 좋은 거야? “
 
백리원의 말 속에는 자신감이 없음을 넌지시 내비치는 것이었다. 그녀는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자신에 대해서 회의가 충만했다.
 
“구구절절 사실이야. 당신은 가장 성심성의를 다한 좋은 모친이야. 가장 온유하게 집을 돌본 좋은 아내이고 또 가장 아름다워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좋은 여인이야. 난 일생일세 동안 당신을 보호하고 싶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아끼고,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거야. “
 
나는 머리를 숙여 가볍게 그녀의 마치 옥 같이 윤이 나고 깨끗한 이마 위에 키스를 했다.
 
“석두, 넌… 난… “
 
백리원은 약간 목이 메어 말을 입 밖으로 내지를 못했다.
 
“나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 있어. 방금 말한 것이 만일 거짓이라면 천벌을 받을... “
 
나의 독한 맹세는 채 끝내지 못했다. 입이 매끈하고 부드러운 한 손에 의해 가로막혔다.
 
백리원은 옥 같은 얼굴을 반은 격동 반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만, 그만! 말하지마. 난 널 믿어. “
 
“오래 살다 보니 처음으로 이렇게 듣기 좋은 사랑의 말을 다 들어보네. “
 
그녀는 도리어 나의 양 손을 거머 쥐었다. 그것을 자신의 가슴 앞에 두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석두, 너 정말 나를 너의 여자로 만드려는 거야? “
 
“응, 당신은 내 여자로 운명으로 정해져 있어.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어. “
 
나는 담담히 답했다. 하지만 말 속에는 자신이 충만했다.
 
“하지만 우리의 장래는 어떻게 하려고? 여강은 하찮은 원한도 반드시 갚는 속 좁은 인간이잖아. 다른 사람들은 경미한 죄를 그에게 지어도 그는 모두 상대방에게 혹독하게 보복을 했어. “
 
생각이 이에 이르자 백리원의 얼굴에는 다시 근심이 나타났다.
 
“흥, 그가 보복을 할거라고 이야기 하지 마. 그가 우리 집안에 그 같은 일들을 저질렀으니 내가 먼저 똑같이 그에게 보복을 할 거야. “
 
나는 냉소를 치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실력이 너무 강해. 또 정부가 뒤를 봐주고 있어. 우리가 어떻게 그의 상대가 될 수 있겠어? “
 
백리원은 그녀의 미려한 작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걱정 외에 전에는 볼 수 없던 것이 더해져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한 아내가 그녀의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과 같았다.
 
“그건 당신이 걱정할 필요 없어. 나는 폭력을 완전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폭력을 포기할 수는 없어. 나는 여씨 집안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응분의 징벌을 내릴 거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나는 이번 말하는 것에 어조를 묵직하게 냈다. 말 속에 드러나는 장악력은 백리원을 완전 탄복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나의 어깨를 틈이 없도록 끌어 안았다. 부드럽고 매끈한 뺨을 나의 가슴 앞에 기댔다. 한 쌍 아름다운 눈은 감은 듯 아닌 듯 마치 내 신상의 강대한 수컷 냄새를 탐닉하는 듯 했다.
 
“하지만, 석두! 난 여전히 걱정돼. 너는 이 시기 동안 여강이 무슨 행동을 할 거라고 생각해? “
 
“말하기 어려워. 춘절 기간 동안 그는 분명 공사다망할 거야. 하지만 이 사람은 교활한 속임수와 꾀가 많으니 우리는 또 조심해서 방비를 잘 해야할 거야. “
 
“응! “
 
백리원은 아주 앙증스레 답을 했다. 그런 후 나의 어깨 위에 기대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위에는 여전히 그 팬던트를 잡고 있었다. 한참을 이리저리 뒤척이더니 그녀는 마치 무엇을 발견이라도 한 듯 갑자기 말을 꺼냈다.
 
“이상해. “
 
“뭐가 이상해? “
 
나는 아무 생각없이 여전히 그녀의 풍만한 방향이 넘치는 동체 속에 잠겨 있다가 입에서 나오는대로 물었다.
 
“이 물건. 나 이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
 
백리원은 수중의 팬던트를 만지작거리다 가는 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 속에는 약간의 주저함이 서려 있었다.
 
“뭐? 당신 이걸 본 적이 있다고? “
 
나는 마치 천둥을 맞은 듯 반사적으로 격동해서 물었다.
 
“응. “
 
백리원은 비록 나의 거동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진지하게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수중의 팬던트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사실, 나는 이 아래쪽 장식이 약간 눈에 익다고 느꼈어. “
 
“장식? “
 
나는 말을 듣고 시선을 팬던트 아래쪽 그 장식용 술로 향했다. 이 장식은 내가 팬던트를 볼 때 마다 아래 달려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지금까지 장식 속에 무슨 비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적이 없었다. 어째서 백리원은 이 장식을 언급하는 것일까?
 
“이 생김새와 이 뜨개질 모양을 봐봐. 이건 단지 한 지방에서만 이런 식으로 짜는 거야. “
 
백리원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장식을 다뤘다. 이 장식은 홍색의 자수용 실로 짜서 하나의 간단한 동심결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 후 아래 쪽으로 한 무더기의 술을 느려뜨리고 있었다. 장신 본신의 조형은 특별한 곳이 없었다. 게다가 여러 해 동안 바람과 햇빛을 타서 색깔과 광택 그리고 형상 등이 모두 적지 않게 바래져 있었다.
 
“어느 지방? “
 
나는 팬던트를 손에 잡은 채 몇 번이나 뒤집으며 살폈지만 아무 실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물었다.
 
“바로 우리 고향이야. 조산진과 부근의 몇몇 촌락. 우리 그 곳의 꾸냥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장식을 짜는 것을 배웠어. 이건 집안 여인들이 대대로 전승해 내려온 수공예야. 바깥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어. 우리의 것이 디자인이 참으로 많고 매듭을 짜는 것이 예쁘고 또 견고해. “
 
백리원은 매듭 수공예를 말하며 얼굴 위에 긍지의 신정을 노출했다. 마치 다시 꾸냥 시절의 나이로 돌아간 듯 했다.
 
“이 장식이 정말 고향에서 만든 것이라고 확신해? “
 
나는 일각도 지체 않고 물었다. 이것은 내가 처음으로 이 장식물의 단서를 찾은 것이었다. 마치 암흑 속에서 허구한 시간을 모색하던 사람이 한 줄기 빛을 찾은 것과 같았다.
 
“응, 현재는 분명 적지 않은 여인들이 밖으로 나와 이것을 만들고 있지만 이 장식은 몇 십년이 된 거야. 그 시절에는 단지 우리 고향에서만 만들었었어. “
 
백리원의 말은 의심의 여지없이 침착했다.
 
나는 이 세월이 오래된 장식을 매만지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입을 열어 물었다.
 
“당신 얼마나 오래 고향에 안 가본 거야? “
 
“고향? 안 가본 지 꽤 오래 됐어. 삼사년 됐을 거야. “
 
백리원은 입에서 나오는대로 답했다. 그녀는 내 어깨 위에 기대고 있던 머리를 들었다. 얼굴에 경계의 신색을 띠우며 말했다.
 
“너 그건 뭐하러 물어? “ 
 
“나 고향에 가 볼까하고. “
 
나는 가볍게 백리원의 등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잠옷치마 속 풍만한 옥체가 약간 미미하게 떠는 것이 느껴졌다.
 
백리원은 즉각 응대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볍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눈빛을 약간 피하는 것이었다. 나는 약간 이상함을 느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째서? 가고 싶지 않아? “
 
“난 가 볼 생각이야. 간김에 얼마 동안 여강을 피할 수도 있는 거고. 만일 당신 혼자 이곳에 있는 것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면 나 혼자라도 갈 거야. “
 
백리원은 여전히 침묵했다. 그녀는 카펫 위에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길지 않은 잠옷 치마가 위로 치켜 올려져 그 새하얗게 빛나는 백옥 같은 허벅지를 겹친 채 푹신한 카펫 위에 펼치고 있었다. 나는 그 길고 가녀린 다리 끝, 그 눈처럼 하얀 수정처럼 빛나는 발끝, 주홍색의 매니큐어를 칠한 희고 보드라운 발가락이 부지불각 중에 안으로 바짝 조이고 있는 것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당신 무슨 걱정 있어? 만일 우리가 가는 것이 내키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 “
 
나는 백리원의 정황이 약간 이상한 것을 보고 방금의 이 문제가 그녀에게 곤란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비록 이 안에 무슨 원인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약간 작은 소리로 타진하 듯 물었다.
 
“아냐, 괜찮아. 그럴 필요 없어. “
 
백리원의 원래 가는 목소리가 더욱 작아져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굴은 평상시의 따듯한 웃음이 회복되어 있었다.
 
“나도 가본지가 오래 되어서 이상하게 그립네. “
 
비록 백리원의 얼굴에는 웃음을 걸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나의 눈빛을 피하고 있었다.
 
“당신 정말 좋아. 나 정말 당신을 사랑해. “
 
나는 충심으로 찬미를 바치며 입을 열어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하려 했다.
 
“응, 안돼, 지금은 싫어. “
 
백리원은 섬세한 손으로 나의 입을 가로 막았다. 그녀는 나에게 손가락을 가로 저으며 말했다.
 
“내일이 바로 설날이잖아. 집 안에 설맞이 용품이 아무 것도 사 놓은 게 없어. “
 
“설맞이 용품? 뭘 좀 사야 하는 거야? “
 
나는 검연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설이라는 것이 내게 있어서는 이미 너무 아득했다. 나는 거의 그 때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건 네가 상관할 필요 없어. 너는 그냥 차만 운전해주면 돼. 또 날 도와서 물건만 들어다 주면 돼. “
 
백리원은 설을 이야기하자 사람이 흥분하는 것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동작을 경쾌하게 카펫 위에서 기어 일어섰다. 간드러지게 가녀린 손가락을 내밀어 나를 콕콕 찌르며 말했다.
 
“만일 네가 계산을 해주고 싶다면 나도 개의치는 않을 거야. 히히! “
 
나는 어쩔 도리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기꺼이 동반하겠다는 동작을 했다.
 
“그럼, 우리 지금 바로 출발 준비를 시작해. “
 
백리원은 드레싱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