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마수록 1권 7/15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65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사이코 다이버.
인간의 정신 속으로 직접 자신의 의식을 집어넣어 정보를 얻어
내는 것이 사이코 다이버의 일이다.
때로는 정신병을 치료하는 일까지 한다.
기계 사이코 컨버터를 사용하면 누구라도 인간의정신속
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그러나 필요한 정보를 무사히 얻어낸다
는 문제가 되면 누구라도라고는 말할 수 없게 된다. 정보가 인간
의 정신 속에서 정보 그대로의 형태로 있는 경우 따위는 거의 있
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는 믿기 어려울 만큼 여러 가지 형태로 바
뀌어 다른 정보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자, 들어감을 당하는 자의 각각의 개성, 정신 상태에
따라서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이 보인다는 것은 물론
비유적인 말이다. 정확하게는 느껴지는 것이라는 쪽이 더 맞을
것이다.
사냥에 서툰 초심자가 산에 들어가서 어느 동물의 특정 개체
예를 들어 영양의 어떤 개체를 잡아야만 한다면 어떻게 될
까. 영양이라면 어떤 영양이든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그것이 산이 아니라 인
간 정신의 내부인 경우는, 게다가 영양이 영양의 모습조차 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거의 다이다.
며칠 전에 지나간 발자국, 오물, 의식의 단편에서 목적하는 무
엇을 쫓아가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에 들어가는 작업은 인간의 육체에 이물질을 넣는
작업과 비슷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작은 모래 입자 하나라도 갑
자기 사람의 육체에 넣으려고 하면, 그 사람은 아픔을 호소하고
저항을 한다.
정신의 경우도 같다. 다이버는 잠입당하는 인간으로부터 여러
가지 정신의 저항을 받는다. 그때의 위험은 육체적인 위험만큼의
동질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장시간 잠압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이버의 인격이 변질된다.
잠입한 채로 며칠이나 '사이코 슈트( )' 없이 방치되
면 되돌아을 수 있다고 해도 폐인이 되어버린다.
사이코 다이버란, 말하자면 정신의 육체 노동자이다. 섬세함과
동시에 보통 사람 이상의 강한 정신력을 가지지 않으면 감당해낼
없는 직업인 것이다.
누구나 익숙해질 수 있는 직업이 아닌 것이다
수 그 급 자격증을 가진 다이버 한 사람이 어떤 남자의 정신 속
에 잠입한 채 이미 10일 이상이나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다. 노인 엔자쿠의 말에는 미약하면서도 호스케를 도발하는
것 같은 울림이 있었다.
'그럼, 나라면 할 수 있다는 겁니까'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호스케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과대 평가하면 곤갇합니다. 급 다이버가 어느 정도의 사람
인가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오. 노력만으로는 될 수 없소. 선천적
인 소질에 무섭고 가혹한 훈련이 필요한 것이오. 급 다이버는
보통 인간이 아니오. 일종의 초인이라고도 할 수 있소. 그런데 그
급 다이버가 할 수 없었던 일을 나 같은 자격증도 없는 다이버
가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호스케 씨, 당신은 분명히 당신 자신의 가치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노인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날카로운 눈이 호스케를 주
시했다.
'당신에 대해 조사를 시켰습니다. (미항공우주국)에서
사이코 컨버터가 고장났는데도 불구하고 존스 대령을 치료한 솜
씨에 대해서는 아직도 화젯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2년 전 프랑스
에서 악마를 퇴치했다는 것도 그쪽에서 늦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로시모프 교수의 기이한 행동은 그후 수습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때의 '진주요법 ' 이라는 것은 당신의 새로운 수법인 것
같은데.... ...'
호스케는 대답하지 않고 가볍게 숨을 뱉었다.
로시모프 교수에게 빙의( :영흔이 옮겨붙는 일)되었던 악마
라는 것은 실제로는 본인의 심층 자아의 일부였다. 유년기에 자
고 있는 모친의 성기를 칼로 상처를 입혔던 기억이 핵이 되어 그
것이 교수의 의식 내부에서 점차 마적{ ) 인 괴물로 변모해간
것이다. 사건 후의 모친의 열성적인 기독교 교육이 오히려 그의
죄의식을 깊게 하여 개성을 가진 한 마리의 악마를 길러내버린
것이다.
열렬한 크리스천일수록 빙의되는 사람이 많다.
교수의 정신에 잠입한 호스케가 만난 악마의 얼굴은 모친의 기
분 나쁜 캐리커처였다. 다리 사이의 거대한 여성 성기에서 피를
떨어뜨리면서 짓무른 엉덩이 사이의 항문으로 십자가애 만들어내
고 있었다.
호스케는 힘으로 그 악마를 덮쳐서 교수 자신의 의식이 만들어
내는 의식의 분비물로 악마를 덮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도 분비물이 자연스럽게 그 위에 흘러들도록 길을 만들어놓았다.
여러 해 동안 악마는 그 분비물에 동화되어 거의 무해 (홈)에
가까운 정신 상흔이 되어버린 것이다.
엔자쿠는 과거에 호스케가 한 일에 대해 몇 가지를 더 열거했
다.
'어떻습니까'
'대단하군요.'
호스케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랑할 만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나름대로의 조직과
진끈짜... ..'
.호스크.케닌 화쯔 코거뻥뻐 웁.뻘=.다
인맥이 있습니다."
당할 수가 없군요. 치부에 난 털이 몇 개인지까지 들통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우리 나라 협회는 프리 다이버
같습니다. 호스케 씨의 경우에
'무슨 이유인지 외국에 비해서 우리들은 당신의 능력을 늦게
쪽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것
는 특히 그 경향이 강한 것 같지만
평가하고 있습니다.'
'영광입니다.
"별말씀을.......'
'하지만,'
호스케는 굵은 손가락으로 스윽 볼을 어루만졌다.
것이 아무래도 어색한 모양이었다.
수염이 없는
다시 이야기하지만 그 도둑맞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기 전
에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나에게도 룰이 있으니까요.'
'맡아주시는 겁니까'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소."
그럼 가르쳐 드릴 수 없습니다.'
완고했다.
호스케는 이미 맡아도 좋다고 작정하고 있었다. 대가도 적지
않다.그러나 그것보다도 급 사이코 다이버가 되돌아오지 못했
다 라는 것에 흥미가 있었다. 그러나 도둑맞은 것이어떤것
인지 그것을 듣기 전에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인간 한 사람이 죽고, 지금 또 한 사람의 다이버가 폐인이 되
었을지도 모르는데 사건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유를 오르는 귀찮은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쿠카이입니다.'
갑자기 그때까지 아무 말 없이 서 있던 비쿠가 입을 열었다,
엔자쿠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얼굴빛이 마른 흙색의 종이처럼 되었다
'입 다물어 !"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이 비쿠는 호스케에게 시원한 시선을
보내며 말을 이었다.
'쿠카이,즉 도둑맞은 것은 홍법대사()의 즉신불(
)인 미라입니다."
'으
엔자쿠가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냈다.
비쿠의 붉은 입술이 웃고 있었다.
흥법대사 쿠카이가 태어난 것은 호우키(호) 6년(774),
지금부터 1200년 전이다.
쿠카이는 일본 종교 역사 중에서도 한층 이채를 발하는 거대한
카리스마이다. 수천 년 전 인도에서 일어난 밀교가 동양의 작은
섬, 일본의 쿠카이의 육체 속에서 정점을 이루었다고 말해도 무
방하다.
같은 시대의 사이초우라든지 그밖의 다른 종교가를 보석으로
친다면, 쿠카이는 그 보석 중에서도 활활 타는 화염구()이
다. 미()라든지,지(%), 깨달음을 초월한 피가 끓는 다이너미
즘() 인 것이다. 밀교란 원래 인간의 피를 긍정하는 것
에서 시작되고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속성을 갖춘 채로 즉
신성불{융), 즉 산 채로 불()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밀교이다.
는다. 다른 모든 종교는
밀교는 원래 다른 종교를 부정하지 않-
형태가 바젼 밀교의 한 형태라고 보았다.
쿠카이는 장안(룬닺)으로 가서 청룡사(촘)의 혜과화상(
)으로부터 태장계 (), 금강계()의 관정('진
언종에서 머리에 향수를 붓는 의식)을 받아 밀교를 전승받았다. 아니,
전승이라기보다 쿠카이가 가진 특이한 천제적인 힘 흡인력
이 혜과()로부타 밀교의 모든 것을 짜낸 것이라고 말하는 것
이 맞을지도 모른다.
쿠카이가 당에 있었던 시기는 약 2년 동안이다.
쿠카이가 청룡사의 혜과와 만난 것은 입당하고 년 가까이 지
나고 나서이다.
혜과는 매우 기뻐하며 처음부터 쿠카이를 맞았다고 한다,
쿠카이는 혜과의 생명까지도 빨아들일 정도로 밀교를 온몸으
로 받아들였다.
쿠카이에게 관정을 끝낸 그해 2윌에 혜과는 6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그때 문하생을 대표하여 혜과의 비문()을 작
성한 사람이 쿠카이이다.
당시 혜과에게는 수천 명의 문인( ) 이 있었다. 그 문인 중
에서도 태장계, 금강계의 양쪽 부분을 전승받은 사랍은 고승(
)인 기메이 단 한 명뿐이었다. 그 기메이도 쿠카이가 입당할
때는 이미 고인이었다.
.
일본은 당시 당의 입장에서 보면 후진국이었다. 그곳에서 온
무명의 유학생인 쿠카이에게 문인을 대표해서 태장계, 금강계 양
부()를 전승시켰을 뿐만 아니라 혜과의 비문까지도 쓰게 했
다는 것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쿠카이에게는 그만큼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인간을 벗
어난 매력, 아니 마력{)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쿠카이가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완성하고 체계화시킨 밀교의
교의를 몰라도, 각지에 남아 있는 전설 같은 일화에 나오는 흉법
대사라는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가로되, 흥법대사가 지땅이를 찌른 곳에서 물이 용솟음쳤다.
가로되, 홍법대사가 만지기만 했는데 병이 나았다.
가로되. 흥법대사가 귀신을 따르게 하였다.
둥둥.
쿠카이가 입정()한 후 진언밀교는 약 2백 개의 유파를 낳
았으며, 현재 코우야 산 계통의 사원만도 천 개를 혜아린다.
바로 그 쿠카이가 도둑맞았다는 것이다.
'쿠카이가닙'
호스케가 놀라서 소리겼다.
'그렇습니다.'
엔자쿠가 흥분을 억누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색이 천천히 되돌아왔다. 호흡도 안정되었지만 피로의 기색
은 전보다 더 짙어져 있었다.
'이나() 라는 것을 아십니까'
엔자쿠가 물었다.
" 나"
'코우야 산에서 어떤 직책을 맡은 승려를 그렇게 부르고 있습
니다.
" 직책
"코우야 산에서는 어떤 의식을 치를 때 단 한 사람만 검붉은
옷을 입는다는 것을 아십니까 그 승려가 이나입니다. 그 검붉은
옷을 대대로 다음 이나가 되는 승려에게 물려줌으로써 이나라는
직책이 이어져가는 것입니다. 안쪽 깊은 곳에 있는 묘소, 즉 지하
에 있는 현실(토)에 안치되어 있는 쿠카이를 시중드는 것이 이
나의 일입니다.'
묘당(포)은 노송껍질로 지붕을 한 사못집 구조의 건물이다.
건물 내부에 오륜탑이 있고, 그 지하에 있다는 석실(포)에 입
정한 쿠카이가 있다고 한다.
그 쿠카이에게 생전()과 마찬가지로 아침 저녁 두 번의 식
사를 가져가고 옷을 바꿔주기도 하는 사람이 이나인 것이다.
대대로 이나는 자신이 현실에서 본 것을 가족에게닌 물론 법제
()나 법우()에게조차 말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실제로 쿠카이의 입정불()이 그곳에 있는지, 아니면 이
나의 직무는 그저 단지 의식에 불과한 것인지, 그것은 이나 직책
을 맡은 사람밖에 알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튼 쿠카이는 즉신불이 되어 코우야 산의 사당에서 아직 살
있다는 것이다.
코우야 산의 승려들에게 그것을 물으면 '우리는 그렇게 배웠습
니다.'라고 똑같이 대답한다.
'쿠카이의 즉신불인 미라가 정말로 있었다는 말입니까"
호스케가 물었다.
'네."
엔자쿠는 수긍했다.
'나는 이나 직책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재미있군요."
' '
'알았습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역시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겠
군요.'
사람에'따라서는 쿠카이의 즉신불 그 자체가 코우야 산이라고
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쿠카이가 도둑맞았다는 것
은 진언밀교의 조직 전체가 붕괴한다는 것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본존의 불상이 도둑맞은 것과는 다르다. 도둑맞아서는
안되는, 도둑맞을 수 없는, 도저히 그래서는 안되는 것을 도둑맞
은 것이다.
호스케는 천천히 일어섰다.
머리를 긁으면서 비쿠를 보았다.
'이봐, 일부러 산속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었던 것 같군.'
'그렇습니까"
비쿠가 호스케를 향해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럼 맡아주시는 겁니까'
엔자쿠도 일어서고 있었다.
'그럼 자세한 이안기를 들어볼까요"
호스케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그 방에는 대형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이코 컨버터이다.
뇌 전용(류)의 양전자() , 스캐너와도 연결
되어 동작되고 있는 최신 기계였다.
이것이 있으면 다이버가 잠입하고 있는 동안 피험자(녀 :심
리학상 실험자에게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 시험을 당하는 자)의 뇌의 활
동 상황을 브라운관에 비쳐낼 수 있는 것이다.
'굉장하군."
호스케가 곁에 있는 비쿠에게 말했다.
'빌린 것이긴 하지만, 일본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물
건입니다.
"그래.... ..."
호스케는 팔짱을 끼며 증얼거렸다.
조금 전 소개받은 기술자들도 모두 이 업계에서는 톱 클래스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사이코 컨버터는 잠입하는 자와 피험자의 뇌파를 동조시키기
위한 장치이다. 전자공학파 뇌를 다루는 신경생물학의 최첨단 기
술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을 사용해서 사이코 다이버는 사람의 의식 속에 잠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양전자 가 피험자의 뇌의 활동을 영상화하여
기록한다. 라는 것은 컴퓨터 단층 철썽의 약자이다.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이 들어 있는 당()
을 우선 피험자에게 마시게 한다. 당과 함께 체내에 들어간 "
은 양전자를 방출한다. 방출된 양전자는 가까이에 있는 보통 전
자와 순간적으로 결합하고 그 질량을 소멸시킨다. 그 대신 그 질
량에 상당하는 에너지를 가진 방사선을 발생시킨다. 양전자
는 뇌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이 방사선을 파악하여 영상화하는 장
치인 것이다.
사이코 컨버터의 두 개의 침대 중 한쪽에, 한 명의
워 있다. 나머지 한쪽은 아직 비어 있다.
남자가 누
그것은 호스케가 눕기 위한 침대이다. 이제부터 한 시간 후면
호스케는 그 남자의 의식 내부로 잠입해 들어가야만
다.
하는 것이
아직 젊은 남자였다. 2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이 남자가 누
구인지 아직 표면화된 수사는 행해지고 있지 않다. 단서가 될 만
한 것은 전혀 지니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 남자의 패거리들은 왜 쿠카이를 흠친 것일까.
돈이 목적이라면 이제 슬슬 그 요구가 있어도 좋을 때였다. 사
건 발생일로부터 벌써 20일 이상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아직 없다.
예측을 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쿠카이의 묘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호스케는 어젯밤에 엔자쿠가 했던 말을 상기하고 있었다.
일련의 이야기를 끝낸 후였다.
'묘소에서는 가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납니다,'
엔자쿠는 문득 그런 말을 누설하였다.
'기()라고 해야겠죠. 지금식으로 말한다면 자장(}이라
고도 할 수 있겠죠. 쿠카이를 중심으로 현실 전체에 이상한 기가
차 있습니다. 그 기가 때때로 멎을 발하기도 합니다. 뭔가 의미를
모르는 목소리 같은 것을 들은 적도 있고, 현실 구석 어둠 속에서
기가 스멀스멀 꿈틀거리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아귀()라
고 해야 할까요,망자()와 닮은 뭔가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든
적도 있습니다. 그 이상한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으음.......
"몇 년 전이었습니다. 내가 이나를 맡고 있을 때의 일인데, 승
려 한 사람이 현실 입구에 쓰러져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죽어있었다고요'
'기절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온 그 승려는 이전의
것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머리도 조금 이상해진 것 같
았습니다.
"현실 내부에 뭔가가 있었다는 것입니까'
'거기까지는.......'
'내부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현실 안으로 들
어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가 현실 안에 들어
갔는지 어떤지는 모릅니다. 문은 잠겨 있었으니까요. 들어가려고
하다가 쓰러진 것인지, 지나다가 우연히 그 앞에 쓰러져 있던 것
인지 ....... 현실에서 나와 문을 잠그자마자 쓰러졌을 수도 있습니
다.
".흐음......."
'그 승려는 보통 사람 이상으로 민감했었습니다. 갯신이라는
이름의 승려였습니다만.......'
그렇게 말한 엔자쿠의 말에 기묘히 걸리는 것을 호스케는 느끼
고 있었다.
그 갯신의 사건과 이번 사건이 어디까지 관계가 있는지 호스케
모른다.
공통점이라는 것은 갯신과 지금부터 호스케가 잠입하려는 남

자가 현실 앞에 쓰러져 있었다는 것 정도이다. 한 사람은 머리가
이상하게 되었고, 또 한 사람은 아직 잠을 자고 있는 채이다.
이것을 공통점으로 보느냐, 다른 점으로 보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분명한 것은 이제부터 호스케는 그 한 남자의 의식 내부에 잠
입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호스케는 남자의 의식 심연에 서 있었다.
물론 이 선다고 하는 것은 비유이다. 호스케는 이미 믈질적인
실체는 없어져 있었다. 호스케의 의식이 남자의 정신의 심연에서
그 내부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정적과 암흑.
호스케는 망설이고 있었다.
자신이 잠입해야 할 대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단지 남자의 정신의 테두리만 있었다.
암흑 속에 또 하나의 암흑의 심연이 있었다. 하나의 형태를 가
진 구멍. 그곳에 아무것도 없는 것에 의해서 그 존재가 보이
는 요컨대 구멍인 것이다. 공동()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 형태만이 보이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 형태의 표면에 가벼운 빛의 명멸이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표층의식(찌)의 표면에까지 땋아오는 사고의
첨단이 당연히 그곳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없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막 태어난 아기에게조차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이다.
잠압해야 할 해수(%) 가 없으면 어떤 다이버도 잠입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시각적으로는 암흑이라고도,투명하다고도 할 수 있
는 심연은 이미 한 사람의 급 사이코 다이버를 삼키고 있는 것
이다.
호스케는 자신의 의식을 이용하여 신중하게 사이코 슈트를 만
들었다.
어떤 저항감도 없이 호스케는 남자의 테두리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원래라면 인간의 표층의식에 이르는 장소이다. 의식 중
에서도 가장 복잡한 곳이다. 거기엔 단지 투명한 어둠만이 있다.
어느 쪽이지
호스케는 생다했다
감각으로는 아래쪽의 심층의식 방향이 붙잡아지지 않았다. 자
아의 일부나 정신 상흔의 일부라도 찾아낼 수 있다면 방향을 알
수 있다.
호스케는 천천히 이동해갔다.
정신압()도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당연히 심도()
레벨 이어야 할 텐데, 가압()은 그 10분의 정도도 없다.
엷고 푸른 안개 상태의 구()가 보였다. 큰 것이 아니다. 비
뚤어진 타원형 구이다. 그것이 천천히 형태를 바꾸면서 떠 있다.
호스케는 그놈에게 가까이 갔다.
가볍게 접촉한다. 반웅은 없다.
남자의 감정과 직접 관계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시각이 기초가 되어 형성된 표층의식의 단편일 것이다.
호스케는 그 일부를 '먹어'보았다.
책상이라든가, 창이라든가, 남자가 어디선가 본 방의 일부인
것 같았다. 그것들이 서로 찌그러져 얽혀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의 서로 얽힌 방법은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
웠다. 자연스럽게 서로 녹아 책상이나 창문이 융합한 것이 아니
라, 순간적인 정신압의 증대에 의한 쇼크로써 그것들은 얽히어
있다고 하는 쪽이 맞을 것이다.
호스케는 그 파란 안개를 엷게 늘리어 사이코 슈트의 바깥쪽을
감쌌다. 이것으로 가령 남자의 자아와 접촉하는 궁지에 빠져도
당분간은 넘어갈 수가 있다.
호스케는 더 앞으로 나아갔다, 정신압이 아주 조금씩 불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부유물이 증가되어갔다.
그것들 하나하나를 호스케는 정성껏 조사해나갔다.
기묘했다, 그 모든 부유물들이 무해한 것뿐이었다. 남자의 '자
아'라든가 '감정' 따위가 변화를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갑자기 호스케는 '그것'에 헛디볐다.
'그것'은 공간에 벌어진,눈에 보이지 않은 구멍이라고 하는 것
이다. 그것은 특정한 방향에서만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거기서 뭔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검고 기분 나쁜 것이었다.
로시모프 교수의 내부에 잠입해 있던 악마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 악마에게 있던 인간적인 것이 그것에
는 없었다.
호스케가 만지려고 하자 그것이 갑자기 덤벼들었다.
산에서 발견한 바위 구멍에 팔을 넣었을 때 갑자기 뱀이 덤벼
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호스케의 사이코 슈트에 이빨을 드러내고 다가왔다. 그
이빨 사이로 슈욱슈욱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
다. 냄새를 맡아보면 그것은 엄청나게 비린 냄새를 가진 무엇일
것이다.
호스케는 그것을 힘껏 벗겨냈다.그러나 그것은 벗겨내도 벗겨
내도 계속 덮쳐왔다. 그것은 무섭게 배가 고파 있는 것 같았다.
지옥에서 빠져나온 아귀()의 응고된 망집( 인 것이다.
호스케는 사이코 슈트를 엷게 덮고 있는 파란 표층의식의 단편
을 이용해서 그것을 둘러쌌다.
이렇게 하면 얼마 동안 그것은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호스케는 다시 구멍에 의식을 집중시켰다.
필시 이 구멍은 원래는 정신 상흔이었던 흔적일 것이다. 어떤
원인으로 정신 상흔과 함께 남자의 의식 거의 모두가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구멍 속에 붉은 것이 있었다.
썩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해파리처럼 말랑말랑한 것이었다.
호스케는 그것을 구멍 속에서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살아
있었다. 호스케의 손을 피하듯이 죠면에 약하게 경련이 일었다.
드디어 찾은 건가
그것은 남자의 감정이나 자아를 대신하는 것 같았다.
호스케는 그 일부를 건져올려 먹어보았다.
그것은 비명이었다.
호스케의 옆구리가 뒤틀릴 정도로 역겹고 구역질을 일으킬 정
도의 비명이었다. 소리로 하억 호스케의 귀에 땋은 것이 아니라
그 알맹이가 직접 호스케를 덮친 것이다.
그것은 2여 일 전 자고 있던 지치에의 잠을 깨운 것과 같은
비명이었다.
도대체 어떤 때 사람은 이런 비명을 지를까 !
그것은 이 남자의 의식이 소멸하기 바로 직전에 용솟음쳐진 비
명이 틀림없었다.
겨우 몇 초 사이에 무서운 공포, 욕망, 그밖의 의미 없는 사고
의 단편과, 그림과, 소리가 너덜너덜해져 뒤얽혀 있었다.
죽음 (설마)
공포 (싫다)
도움 (안된다)
뭔가 (뭔가)
이것은 {이놈)
공포,짐승,이빨,섬광 비명 비명 비명 !!
뎌자 (저기 )
돌입 (죽음)
돈 (죽음)
무()
공중변소 낙서를 꼬두 모아 응축시켜 공포의 비명에 담아 일순
간에 몽땅 쏟아놓은 것 같았다. 비명을 지른 순간 남자의 의식 전
체가 붉게 폭발한 것일 것이다.
호스케가 발견한 것은 그 비명의 극히 일부분이었다. 비명은
아교처럼 남자의 의식의 단편을 얽기도 하고, 분열시키기도 하여
그 한 단편을 여기에 남긴 것이다.
코우야 산의 깊은 사원에 있는 현실() 그날 밤,거기
서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남자의 의식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뭔가가 이 남자를 덮쳤
던 것이다.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그것은 무얼까 !
알 수 없었다.
설령 무엇이 덮친다고 해도 사람의 의식까지 소실해버리는 일
은 있을 수 없다. 정신을 잃은 사람, 기억을 상실한 사람이라도
잠입해 보면 의식은 있다.
남자에게 덤벼든 '그것'은 남자의 의식에 직접 덤벼들었다고나
할까
호스케의 눈앞에 있는 붉고 말랑말랑한결정체 비명이괴
로운 듯이 몸을 비비꼬았다.
땅을 파올려 지렁이가 머리를 내미는 것처럼 안으로부터 조금
전의 그 검은 것이 기어나왔다. 거머리 같은 광택이 나는 그것은
애벌레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그 검은 것이 붉은 결정체를 안쪽에서부터 먹었다.
이것은 결코 이 남자의 의식에 속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적
인 것이 조금도 없다. 마계()의 기를 호홉하는 것이다.
그것이 호스케에게 뻗어 사이코 슈트의 쯔면으로 기어올라왔
다. 송충이나 독거미에게 맨몸을 공격당하는 쪽이 더 나을 것 같
았다.
호스케는 그것을 붙잡았다.
연체동물을 닮은 그것은 호스케의 의식의 손안에서 꿈틀거렸
다. 호스케는 그것을 먹었다. '먹는다'라는 것은 그것의 일부를
자신의 의식의 일부와 합치시켜 호흡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다른 사람의 토사물을 먹어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가벼운 '통증'이 느껴졌다.
호스케가 그것을 먹자마자 그것 역시 호스케의 의식을 갊아먹
었던 것이다. 물론 찰과상이다. 기껏해야 산에서 들풀에 땋아 생
기는 상처 정도이다.
호스케는 먹기 위해서 살짝 벌린 사이코 슈트를 다시 여떴다
혀에는 =것의 맛이 아직 남아 있다.
기분 나쁜 맛이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욕망만으로 반죽된 젤리 같은 것이었다, 게
다가 무섭게 비인간적이다. 어떤 것의 전체 중 일부분인 것 같았
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