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 - 천국으로 간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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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80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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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원님이 올리던 글인데 더 이상 올라오지 않기에 제가 올립니다. 양해를 바라며...

천국으로 간 소년
옛날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마을 성당에서 신부님의 설교를 듣고 있었습니다.
"천국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이 세상 끝까지 똑바로 걸어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소년은 정말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성당을 빠져 나와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 끝까지 똑바로, 집이 있으면 그 집을 통과하고, 강이 나오면 힘들게 건너고, 언덕이 나타나면 넘어서 계속 걸어갔습니다.
여러날을 쉴새없이 걸어 어떤 도시에 도착했는데, 길은 휼륭한 성당으로 통해 있었습니다. 마침 예배가 한창이었는데 소년은 성스럽고 장엄한 성당의 모습에 감격하여 마침내 천국에 당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이 돌아간 뒤에도 소년은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성당에서 일하는 청지기가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해도 천국에 온 이상 나갈 수 없다며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신부님은 청지기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믿도 있다면 여기에 두고 일을 시켜도 좋을 거라고 말하며, 소년을 데리고 오게 한 다음 여기에서 일할 마음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천국이란 곳은 일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아버지가 언제나 그렇게 말했다구요. 빨리 천국에 가고 싶어요. 그러면 매일 밭에 나가서 일하지 않아도 될테니까요."
신부님은 말문이 막혔지만, 소년을 꾸짖는 대신 차근차근 타일렀습니다.
"천국에서도 하나님이나 천사나 그 심부름꾼의 시중을 드는 것이 의무란다. 그게 싫으면 아버지에게 돌아가거라."
소년은 신부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일을 거들면서 성당에 눌러 살게 되었습니다.
며칠이 지나는 동안, 모든 사람이 나무로 만든 성모 마리아상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본 소년은 그것이 하나님이라고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성모상은 아기 예수를 안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안고 있으면 힘들텐데 하고 소년은 아기를 대신 돌봐주겠다고 마리아상에게 말했습니다. 소년이 아기 예수를 받아들려고 하자, 어느 새 아기가 소년의 품속에 안겨 있었습니다. 나무로 만들었는데 이상하게도 따뜻했기 때문에 소년은 기분이 나빠져서 그대로 헛간에 처박았습니다. 사람들은 아기 예수가 없어진 것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신부님이 아기 예수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 품으로 돌아갔다고 적당히 얼버무렸습니다.
소년은 성모상이 몹시 마른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건 분명히 식사 시중을 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자기가 먹는 음식을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를 성모상에게 바쳤습니다. 음식을 바치면 성모상은 소년이 나가자마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면서 허겁지겁 먹어치운 다음 시치미를 떼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소년은 마리아상이 눈치채지 못하게 성당 구석에 숨어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는 아무래도 식사가 부족한 것 같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청지기에게 부탁하여 먹다 남은 밥을 얻기로 했습니다. 청지기가 이유를 물어보자 소년은 불쌍한 개들에게 줄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몇 주가 지나자 나무로 만든 성모상은 눈에 띄게 살이 찌개 되었습니다. 특히 배 주위가 부풀어 오른 모습이 두드러졌습니다. 성당에 오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며 기분 나빠했고, 더러는 아기 예수가 없어지더니 어느 새 다음 아기를 임신했다는 등 불손한 말을 입에 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여기에는 이유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짐작하여, 즉시 그 이유를 찾아다니다가 성모상이 인도사람과 같은 자세로 소년이 바친 찬밥을 먹어치우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고 신부님은 중얼거렸지만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설교를 할 때 '소년의 돈독한 신앙행위와 이를 기쁘게 받아들이신 성모님의 기적'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감격하여 그 후로는 매일 전보다 몇배가 되는 사람들이 기적의 성모상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성모상은 처음으로 입으 열어 소년에게 말했습니다.
"너의 친절은 고맙다. 상으로 다음 일요일 밤에 나와 함께 혼례식에 가도록 하자."
소년에게 성모상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신부님은 좋지않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혼례식에는 신부가 입회하게 되어 있는데 나도 가면 안될까? 네가 성모님께 여쭈어다오."
소년이 신부님의 뜻을 전하자 마리아상은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안돼. 너만 오너라."
일요일 밤, 신부님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도끼를 든 청지기와 둘이서 그늘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소년이 마리아상 앞으로 나아가자 갑자기 목상은 안기듯이 소년의 품으로 쓰러졌습니다. 신부님과 청지기가 달려갔을 때는 이미 소년은 더 이상 뚱뚱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될 만큼 살찐 성모상 아래에 깔려 숨져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손도끼를 들어 성모상을 내리쳤습니다 성모상의 배가 갈라지더니 인간의 뱃속에 들어있는 것과 같은 오물이 그야말로 한없이 넘쳐나와 인간과 마찬가지로 악취를 풍겼습니다. 신부님은 너무 놀란 나머지 새파랗게 질려서 간신히 청지기에게 뒷정리를 부탁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다음 날, 신부님은 설교 때에 소년이 성모상에 안겨 천국으로 올라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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