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겨울이야기24-29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99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김준혁 (jakka )
겨울 이야기 제24화 10/04 18:16 217 line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24화 정신없는 크리스마스
=====================================================================

글나래 학원 서울대 반.종범은 하영을 찾다가 안면이 있는 한 여학생을
붙잡고 말했다.

"하영이.....하영이 왔어? 학원에?"
"....음..? 아니...아직 오지 않았는데.."
"아......그래?"
"평소엔 이럴때가 없었는데.."
"그..그래... 그럼.."
"무슨일..있어?"
"아..아니.."

종범은 손은 흔들어보이고는 맥빠진 얼굴로 계단을 내려갔다.하영의 허전
한 뒷모습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나....속초로 돌아가...-

종범은 잠시 멈춰서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순간..

"빠아아악!!!!!"
"커억!!!"

둘둘 말아 두툼하게 뭉쳐진 잡지뭉치가 종범의 머리를 세차게 강타했다.

"으으으으.."

종범이 머리를 쥐어싸며 주저앉자 현화가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어디갔었던거야? 찾았잖아!!"
"크으으..."
"좌우지간..배고프다..라면 사먹잣!!"
"에?? 아..그래.."

종범은 어리둥절해하며 현화를 바라보았다.
분식집.. 현화는 뭐가 그리 즐거운듯 떠들어댔다.

"야야! 종범.. 내일 파티 어때? 파티!"
"파티..?"
"그래...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아마 내일은 눈도 올거다!"
".....큭.."

종범이 눈살을 찌푸리며 현화를 쳐다보았다.

"응..? 어때? 파티.."
"이..이봐... 지금 같은때에... 그런것 할 여유나 있다고 생각해?"
"힛.. 괜찮아! 괜찮아! 하루 이틀 공부한다고 달라지는것은 없다구..
꼭 공부못하는 애들이 이럴때 그런소리를..."
"윽...."
"걱정없어..걱정없어..고려대.."
"아니...그렇지만..."
"어?? 그럼 나랑 하고 싶지 않은거야?"
"윽..이..이봐..그런말은 오해받아.."

종범의 당황하는 말투에도 불구하고 현화는 여전히 즐거운듯 떠들어댔다.

"좋아! 좋아! 그럼 내일 영덕군하고 늙은 학생(대장), 하영이도 불러서
모두 함께 파티하자!!"
"에? 하..하영이도..?"
"많아야 재미있지않아!?!"
"그..그건 그렇지만.."

종범이 무언가 망설이는듯 눈을 내리깔자 현화는 웃음을 좀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싫으면...부르지 않을께...하지만...지금은..하영이와 친구잖아?
그러니 괜찮지 않아?"
"..........!"

종범은 현화의 말에 무언가 뚝 끊긴듯 멈춰섰다.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벼..별로..싫다는것이나 그런게 아니라..단지..하영이는 1차 시험이
곧 닥쳐서..."
"괜찮아!! 괜찮아! 내가 꼭 오게 할테니까.."
"방해 하는건 아닐까? 시험..."
"아..글쎄 괜찮아..그럼 결정됐다!!"

현화는 라면을 다 먹고는 분식집을 나왔다.그리고 언제나 처럼 밝은 표정
으로 종범에게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모두에게는 내가 전화할께!!"
"그래.."
"그럼 내일~~~!!!"
"아..그래.."

멀리로 사라지는 현화의 밝은 뒷모습을 보며 종범은 손을 흔들어 보였다.
집으로가는 열차안... 종범은 무언가 힘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은...지금은...친구뿐....그런것일까? 그뿐인걸까?'

어느사이에 하늘에 떠오르는 별들.밝지도 많지도 않은 그저 존재할뿐인 별
들.. 종범은 막 머리를 감다가 현화에게서 걸려온 전화때문에 수건으로 머
리를 문지르며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에? 돌아가다니?"
-응..내일 속초로 돌아간데..-

현화의 말에 종범은 잠시 멍하니 앞만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앞에는 하영의
쓸쓸한 뒷모습이 비춰왔다.

-그래서 돌아가기전에 잠깐이라도 들리라고 했는데...-
"......"
-...? 여보세요~ 듣고있는거야? 종범?"
"...에? 아..그래.."
-내일 6시 기차래... 그래서 파티에 오는건 무리라고 그러던데..-
"아..그래.."
-흠..뭐 할수 없지..-
"아..그래.."
-종범! 왜그래? `그래'..`그래' 라니..?-
"아..? 아...미안.."
-좌우지간 늙은학생하고 영덕군은 괜찮데..그럼 내일 6시에!!! 늦으면
안돼!!-
"아...알았어..그럼.."

종범은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한동안 멍하니 벽만을 바라보았다.
`내일...내일...속초로 돌아간다...내일로서 영영...'

종범은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다시 집어들었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다시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그 시간..현화는 크리스마스 추리 장식을 끝내
고는 즐거운듯 노래를 부르며 정성들여 쌓아놓은 선물을 조심히 집어들었
다.

"아구..이런... 더러워졌네..더러워졌어.."

현화는 선물을 조심히 책상위에 올려놓고는 몇번 위를 손으로 쓸어보았다.
그리고 한동안 부드럽게 선물을 바라보았다.정성들여 곱게 싸놓은..

다음날.. 하영은 문을 잠그고 잔뜩 짐을 넣은 가방을 들었다.그리고 지하
철 역으로 향하기 위해 뒤돌아섰다.

"아....?"

종범이 앞에서 말없이 하영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다가 문득 그녀가 들고
있는 가방을 보고는 손을 내밀어 가방을 대신 들어주었다.

"배웅해 줄께....."
"....."
"저....언제 돌아올거지?"
"....."
"전에 돌아간다고 했을때...이젠 돌아오지 않을듯한 말투여서...짐은 이것
뿐이야?"
"....."
"언제 돌아올거야?"

종범은 하영을 바라보았다.

"....."
"돌아오지 않으면 안돼...하영...꼭...서울대를 포기하고 열심히 해야돼..
자신을 위한 일이니까..."
"......"
"그러니까! 돌아오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종범은 손가락을 들며 씨익 웃어보였다.
지하철역까지 오자 하영은 다시 종범이 들고있던 가방을 잡아들고 조용히
말했다.

"이제..됐어.."
"아..아니야! 서울역까지...."
"아니..됐어...여기까지...고마워.."

종범과 하영은 잠시동안 아무말이 없었다.얼마있지 않아 멀리서 열차가 오
는 소리가 들리자 종범은 다시 입을 열었다.

"속히 돌아와...여름에도 가지 않았으니까.......어디에서든..이대로는
안돼...."
"....."

열차가 플랫포옴앞에 서고 문이 열렸다.

"돌아와....돌아와야해...꼭! 기다릴테니까..."
"....."

종범의 말에 하영은 아무말없이 열차안으로 들어선후 고개를 돌려 종범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돌아와...돌아와야 돼..."
"...."

문이 닫히고 열차가 서서히 출발하기 시작했다.종범은 멀리로 사라지는 하
영의 모습을 보며 하던말을 입가에서 계속 되풀이했다.
`기다릴께...기다릴께....하영...'

"오예~~ 눈이다~ 눈!"

현화의 집에서 창문을 바라보던 영덕과 대장은 즐겁게 소리쳤다.

"와~ 눈이야! 역시 크리스마스는 이래야 돼!"
"쌓이겠군요..."
"그나저나 종범이 이녀석은 의외로 늦잖아?"
"으음..."
"으아~ 현화.. 나는 너무 지금 배가고프다!"
"먼저 시작하도록 하죠!"

영덕과 대장의 말이 들리지 않는듯 현화는 무표정하게 앉아있었다.
영덕이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응? 현화!!"
"어? 에? 뭐?"
"먼저 시작하자구!"
"아..그래..."
"좋아! 그럼 시작할까!!"

영덕과 대장은 폭죽과 샴페인을 들고 터트렸다.

"와~ 메리 크리스마스~"
"건배!!!"

영덕과 대장은 즐거워하고 있었지만 현화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창가에 내
리는 눈을 바라보다가 책상위에 어둡게 올려져있는 선물을 보았다.
종범에게 주려했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계속하시겠습니까? (Y/n) >>

김준혁 (jakka )
겨울 이야기 제25화 10/06 17:22 210 line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25화 눈 내리는 밤에
=====================================================================

하영이가 머물다간 빈집앞에 서서 종범은 두리번 거렸다.몇번이나 벨을
눌러보았지만 기다렸던 하영의 모습은 비춰오지 않았다.종범은 잠시 머뭇
거리다가 힘없이 뒤돌아섰다.그리고 다시 흘끔 뒤를 돌아보았다.
`돌아오지 않을까.....?'

종범은 현화가 사는 맨션에 이르러서야 잠시나마 하영이 일을 떨쳐버릴수
있을것 같았다.벨을 누르는 종범이의 머리속에 스쳐가는 방금전 현화와의
통화...

- 띠리리리리리 -
- 철컥...-
- 여보세요...? 아..나 종범이야!-
- .........-
- 저..현화...가도 돼...?-
- 올려면 와! `딸칵'-

현화의 차디찬 목소리가 스쳐가며 갑자기 문이 열렸다.깜짝 놀란 종범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현화...

"아..안녕..."

종범은 다소 당황하여 손을 흔들며 웃어보였지만 어느새 현화는 아무말없
이 뒤돌아 들어가고 있었다.그럭저럭 공부가 시작되고 탁자위에 마주앉은
현화와 종범.현화는 평소와 달리 아무말없이 공부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종범은 흘끔 현화의 표정을 살피다가 공책의 한부분을 연필로 짚으며 슬적
다가갔다.

"저...현화... 여기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

현화가 공책을 받아들자 종범은 약간은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거기...거기..밑줄친 부분...."
"......"
"그...`that'이하를 잘.........."
"......."

현화는 아무말없이 노트에 펜으로 체크를 하더니 종범에게 내던지듯
건내주었다.종범은 현화의 태도에 놀라 (한편으로는 상당히 무서워하는
듯..) 공책으로 얼굴을 가리며 현화의 무표정한 얼굴을 흘끔 흘끔 쳐다
보았다.저녁이 되고 공부가 끝나자 종범은 힘없는 발걸음을 옮겨 영덕의
집으로 갔다.언제나 처럼 지저분하게 널려있는 깡통들을 지나 아무곳에
나 자리를 잡아 앉은 종범에게 영덕이 방금전의 현화와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는 담배를 피우며 눈살을 찌푸렸다.

"말을 걸지 않는다구? 언제부터?"
"작년...크리스마스때 부터..."
"뭐..당연하지.. 넌 파티를 망쳐 놓았으니까..!"
"그래도...이젠 정월도 지났는데....."

종범의 말에 영덕이 양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종범을 노려보았다.

"나쁜놈! 그만큼 화가나 있다는거야!"
"그..그래도..."
"바보녀석...어디에있었던거야?"
"어..어디라니?"
"크리스마스 파티때 말이야!"
"아...그..그때... 하영이...한테..."

종범의 말에 영덕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종범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크게 놀라 소리쳤다.

"뭐야?!!! 뭐라구?!!!"
"하..하영이가...그날 속초로 돌아간다고 해서...그대로 돌아오지 않을지
도 모르고 해서.....그래서 난....단지..."
"잠깐. 잠깐 기다려. 처음부터 사정을 다시 이야기해봐."
"그래..."

종범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영이와 있었던 모든일을(같이 서울대간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덕에게 설명해 주었다.영덕은 다시 담배를 한대
물고는 아무말없이 종범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가끔 담배연기를 내뿜으
며 눈살을 찌푸릴때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으음...그래...?"
"응...."
"그리고는?"
"응...?"
"그리고는? 그리고는 뭘 했냐는 말이야 임마!"
"아..뭐 별로..."
"정말? 정말 별일 없었어?"
"........"

종범이 아무말없자 영덕은 잠시 말을 멈추고 담배를 피워대다가 문득 현화
생각이 났는지 다시 물어왔다.

"그런데....현화도 그날일을 알고 있는거야?"
"뭐..뭐야? 그..그런건 말할 필요 없잖아?"
"그래도 그러다 들키면...넌 얼굴에 다 나타나잖아.."
"...그럼 아닌듯한 얼굴을 하구있으면 되지..."
"그렇지만..."
"뭐?"
"생각한데로 말하면 어떨까? 태연하게 하영이와의 일을 이야기하는거야!"
"영덕..너 다른사람 일이라고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지마!"
"다른 사람?! 그래!! 난 다른사람이다! 그러니 해버려! 해버려! 그런일로
신경쓰면 골치아파!결국 대학도 모두 떨어질거야!! 떨어져라! 떨어져라!"
"너.....~~~!"

종범은 영덕의 장난기어린 말에 화난듯 인상을 잔뜩 구기며 화를냈다.

"흐음...좌우지간 결과가 기대되는데?"
"시끄럿!!!!"

다음날 글나래 학원.정의의 학원 선생 오스카 서용석은 마이크를 부여
잡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어떤가?! 시험까지는 이제 1주일 남았다! 그러나 사립대 지망생들은
아직 1개월이나 있다! 이 1개월간 나를 믿고 따르라!!! 자~ 믿쓥니까?
믿으시오!!"

학원아이들의 쑥덕거리는 소리..
"으이구 시끄러..."
"집안에 무슨일 있나?"
"정말..공부가 안돼..공부가.."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종범은 여전히 하영생각에 멍한 정신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었다.하영의 힘없는 뒷모습...
`시험까지 앞으로 1주일...뭘 하고 있을까? 하영이는...'

종범은 문득 옆에서 들려오는 노트 필기 소리에 눈을 옮겼다.현화는 오늘
도 아무말없이 공부에만 열중하고 있었다.잠시 현화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종범은 현화를 안고 키스한일..현화와 즐겁게 공원을 노닐던 일이며...
여러가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그러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
어 보였다.
`그래도..........'

학원 수업이 끝나고 역으로 향하는 현화의 뒤를 따라가던 종범은 현화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다른곳으로 돌렸다.
`현화....미안..'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길에서 머뭇거리던 종범은 여전히 불이 꺼져있는 빈
집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하영은 오지 않은걸까?....설마......진짜로...'

종범은 다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책상위에 책을 펴놓고 의자에
앉아있으면서도 여전히 하영 걱정에 공부가 되지 않았다.
`아니...아니야...그런일은 없어...돌아온다..돌아올거야...하영은 돌아
올거야...'

순간 종범의 머리속에 하영이 상처받고 슬퍼하는 모습이 떠올랐다.하영의
말...하영의 모습

- 헤어졌어.....-

종범은 뭔가 이상한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하영이가...하영이가 그와 헤어졌기 때문에? 그래서.... 그래서 내가
하영이를 이렇게 걱정하는걸까? 현화조차 뒤로한채..? 나란 녀석은....
정말...정말 야비한 녀석이군....'

-생각한 그대로를 말하는것도 좋지않아?-

영덕의 말이 머리속에 떠오르자 종범은 더이상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팔을 뒤로 뻗어 기지개를 켰다.
다음날... 하영의 빈집앞에 선 종범은 몇번이나 벨을 눌러보고 문을 두드
려 보았다.그러나 역시 하영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늘도 오지 않은건가...?'
다음날... 비가 내리는데도 종범은 하영의 빈집앞에서 하영을 기다렸다.
하영의 쓸쓸한 뒷모습...
`틀림없이 돌아올거야...틀림없이...'

어느사이에 하영시험날이 하루앞으로 다가왔다.텔레비젼에서는 한참 서울
대 입시시험에 대한 이야기로 뉴스를 가득메우고 있었다.

-예. 여기는 서울대학입니다. 시험이 내일로 다가왔습니다.오늘...-

"늦는구나...종범이는...뭘하고 있길래 이리 늦지..?"

주방에 계시던 어머니의 말씀에 기범이 만화책에서 눈을 돌리며 장난스
럽게 말했다.

"어딘가에서 놀고있겠죠..힛힛.."
"무슨소리냐?! 이런때 놀고있는 수험생이 어디있어?"
"으에...내게 화내지 말아요!!"

어느사이에 겨울이 다가왔는지 밤은 무엇이든 꽁꽁 얼려붙을 추위와 함
께 찾아왔다.종범은 하영의 빈집앞에서 추위에 떨며 하영을 기다렸다.

"아...벌써 7시가..."

`어쩐일이지? 하영.....시험이 내일인데...오늘 오지 않으면...'
시계를 슬적 보고는 다시 하늘을 올려본 종범은 문득 하나 둘 떨어지는
하얀 눈을 보았다.어둡던 하늘은 하얀 눈에의해 서서히 밝아지고 있는듯
했다.

"....."

종범은 쏟아지는 함박눈을 맞으며 문앞에 쪼그려앉았다.자신의 가슴에 와
안겨 흐느끼던 하영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아...역시...역시 무리였던가? 역시 나는 안돼는 거였나? 역시...역시...
나는...... 하영...'

종범이 조용히 눈을 감고 있을때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종범은
고개를 들어 걸어오는 사람을 보았다.긴 겨울외투에 목도리를 한채 긴머리
를 나훌거리는 하영의 모습.. 종범은 잠시 멍하니 앉아있다가 활짝 웃었다
하영도 종범을 보고 다소 놀란 표정이었지만 곧 미소를 지어보였다.종범은
흠뻑 쏟아지는 함박눈에 아랑곳 않고 힘차게 일어나 하영이 들고있던 무거
운 가방을 잡아 들었다.

"자..어서와..하영.."
"응...다녀왔어.."

춥지만 하얀 눈보다 밝은 저녁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계속하시겠습니까? (Y/n) >>

김준혁 (jakka )
겨울 이야기 제26화 10/09 20:48 250 line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26화 다가온 시험일!
=====================================================================

침대정리를 한후 탁상시계를 흘끔보고는 책상위에 가지런히 정리해둔 필기
도구와 수험증을 집어들어 가방에 집어넣던 하영은 문득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문쪽을 돌아보았다.

"....?"

하영은 잠시 이상한듯 문쪽을 바라보다가 살짝 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았다

"아...! 안녕!"

멋짓 멈짓 주저하던 종범이 코를 훌쩍이며 인사를 건냈다.언제나처럼 겨울
외투에 검은 목도리 그리고 뭔가 자신없는 표정.

"아..종범.."
"음..왠지..눈이 갑자기 떠지는거 있지..? 그래서...왔어.. 시험장에..
함께 갈려고..."
"함께?"

하영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종범은 한풀 꺾인듯 시선을 내리깔며 되물
었다.

"안돼...?"
"....."

하영은 잠시 종범의 얼굴을 아무말 없이 바라보다가 뒤돌아섰다.

"잠깐만..기다려..곧 준비하고 나올께.."
"아!!"

어느사이엔지 종범의 얼굴은 활짝 핀 꽃처럼 밝아졌다.-녀석..쯧쯧..-
시험장으로 향하는 열차안에서 종범은 계속 코를 훌쩍이며 하영이 긴장하
지 않도록 평소와 달리 수다를 떨기시작했다.

"잘잤어? 좋은꿈 꿨어?"
"아..응.."
"그래? 그렇다면 됐어....에엣취~"
"종범이야 말로 괜찮은거야?"
"아아..이정되는 염려 없어...히.."

종범은 다시한번 코를 훌쩍이며 미소를 지었다.

"속초 갔던것은 어떻게 되었어?"
"음...한가롭게 지내다 왔어.."
"그래...."
"기분 전환도 되었거든.."
"응...정말 잘되었다.."
"응...?"
"그러니까..솔직히 말해서...이젠 영영 끝이구나 생각했어...이젠 돌아오
지 않는다고.....그렇지만 잘됐어! 정말 잘됐어!!!"

종범은 밝게 웃었지만 하영은 미소짓지 않았다.무언가의 과거를 회상하듯.
그때 또다시 종범의 재채기 소리가 하영의 과거속으로 들어왔다.

"에에취이!! 에취!! 에취!!"
".......!"

하영은 순간 어제 저녁 눈을 맞으며 자신을 기다리던 모습을 기억해냈다.
힘없이 앉아 마냥 자신을 기다리던... 하영은 손수건을 꺼내 종범에게 내
밀었다.

"여기..."
"아..괜찮아.. 괜찮아.."
"아니..사용해줘..부탁이야.."
"....아.."

서울대학교 입시장.종범은 지나가다가 사온 열내는 주머니를 하영에게 건
내 주었다.(흔들면 열내는 주머니..)

"이거..."
"응?"
"시험장에서 추우면 곤란하잖아....헤헤..."
"아..."
"하영이가 갖고 있으면...큰 걱정 없을거야.."
"으응...그런데..."

하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방에서 열내는 주머니를 세개나 꺼내 들었다.

"에??"
"헤..."

종범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하영이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내밀어보였다.

"어..그럼 난 뭐야?"
"미안해..정말..."
"아..아니야! 그만큼 마음이 안정되어 있으니 좋은데?"
"........."
"여기.."

종범이 다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열내는 주머니를 내밀어 보였다.

"응?"
"교환..."
"아..고마워.."

하영이 종범의 열내는 주머니를 받아들고 즐거운듯 웃어보이자 종범은 순
간 적으로 무언가에 홀린듯 움직이지 않았다.하영은 잠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곧 뒤돌아서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그럼...다녀올께.."
"아...아.. 하영이 화이팅!"

근처 커피숍 자뎅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시계를 들춰보던 종범은 문득
하영과 함께 서울대에 갔던 일을 생각했다.유리창 사이로 지나가는 사람들
은 모두 한가로왔고 종범역시 시간을 떼우다 못해 졸릴 지경이었다.한시간
정도는 그럭저럭 버틸것 같았는데 커피를 마시고 난 이후에는..영.....잠
을 이겨낼수 없을듯 했다.팔짱을 껴고 꾸벅 꾸벅 졸던 종범은 기어코 의자
에 기댄채 잠이 들었다.

=.= ................zzzzzzz


얼마동안의 잠이었을까? 창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고 종범은 갑자기
재채기를 하며 깨어났다.

"으에에에취이~~ 아이고.."

종범이 코를 훌쩍이며 눈을 떴을때 자신의 커피잔 앞에 또 하나의 커피잔
이 놓여있었다.그 커피잔에 놓여진 커피는 이미 식어있었는데..

"아...?"

어느 사이엔지 하영이 앞에 와 앉아있었던 것이다.

"어? 언제...?"
"아..푹 자고있길래..."
"아...아하하..."

종범은 멋적은듯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험은 어땠어?"
"음........"
"잘봤어?"
"글쎄.. 잘봤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그냥..."
"그냥?"
"응..그냥 왠지 편안했어..."
"음..?"
"...아주 많이...정말 굉장히 편안했어!!"

하영이 밝은 웃음을 띄자 종범도 씨잇 웃어보였다.

"아!! 힘이 쭉빠졌다!!!"
"이런..이런 내일도 시험 있잖아!"
"아..그런가?"
"내일 과목은 수학..영어..사회..."
"몇시부터지?"
"9시 40분까지지..입실하면 돼.."

하영은 손을 들어 크게 기지개를 켰고 종범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들뜬
목소리로 함께 떠들어댔다.
그 다음날도 종범은 하영과 함께 시험장에 갔다.종범은 어떻게 시간을
떼울까 하다가 서점으로 향했다.근처 서점도 들려 책을 들춰보던 종범은
지겨운듯 하품을 하며 서점에서 나와 음식점에 들어가 라면을 시켜 먹었
다.그리고 어제처럼 커피숍에 들어가서는 커피를 막 마시고 있는데....
언제 끝났는지 하영이 창가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시간한번 빠르군..-

"와~ 이제 정말 시험 끝났다아~~~"

하영이 기쁜듯 소리치자 종범도 씨익 웃어보이며 말을 건냈다.

"뭐..아직 2차가 남아있지만 ... 어쨌든 수고했어!"
"다음은 종범이 차례지? 어디 시험봐?"
"아..일단은 동건대이고....처음 시험보는곳은 중안대..."
"자신은 있어?"
"전혀~~~!!"
"윽..그런걸 가지고 그렇게 힘주고 이야기 하면 안돼!"
"하...그런가?"

종범은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영의 집 앞까지 그녀를 바래다준 종범은 손을 흔들고는 뒤돌아섰다.
오늘은 헤어지지만 무척 마음이 가벼웠다.무언지 모르게...

"그럼..안녕~"
"응..."

하영은 잠시 뒤돌아서서 가는 종범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를 불렀다.

"종범!!!"
".....응?"

종범이 뒤돌아서자 하영은 멈칫 주저하다가 나즈막히 말을 꺼냈다.

"...고마워....정말.....고마워....여러가지..."

하영의 말에 종범은 잠시 쑥쓰러운듯 머뭇거리다가 씨익 웃어보였다.

"괜찮아....그럼 잘자~"
"응...잘가~"

언제나 그렇지만 시험이 끝난후 푹신한 침대에 눕는것은 그 어느때보다도
상쾌한 일이었다.하영은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무언가 생각하다가 다시
눈을 뜨고 천정을 바라보았다.

"...훗.."

하영은 종범의 생각에 다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그런데 그때..

-띠리리리리-

울려오는 전화벨소리에 하영은 다시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예..하영입니다.."
-.........-
"여보세요?"
-........-
"여보세요? 누구시죠?"
-....저.....딸칵-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남자의 흐릿한 목소리...그리고 다시 끊기는 전화
`철규....?!'

하영은 그 목소리가 철규라는것을 알수있었다.분명.....

-띠리리리리리리...-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하영은 멈칫하며 전화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하영은 계속되는 전화벨소리에 머뭇거리다가 손을 내밀어 수화기를 집어
들려고 했다.

"..."

그러다가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다시 손을 들었다..

-띠리리리리리...-

다시 전화벨이 울려오자 하영은 결심한듯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에에에에에에에취이~~"

종범은 곧 있을 중안대 시험을 앞두고 지독한 독감에 걸려 책상앞에서
연신 재채기만을 하고 있었다.

"으아...정말 큰일 났네...감기 걸려서..."

여기저기 흩어진 입학원서와 수험증을 정리하던 종범은 다시한번 크게
재채기를 했다.

"에에에에에취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계속하시겠습니까? (Y/n) >>

김준혁 (jakka )
겨울 이야기 제27화 10/17 21:38 361 line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27화 현화의 보살핌.
=====================================================================

"39도 7분이라.....틀림없이 감기로군?!"

체온계를 보던 기범은 흘끔 침대에 누워서 끙끙 거리는 종범을 쳐다보았다
그 뒤로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괘..괜찮아요...괜찮아요!!.. 이정도쯤은...."
"그래? 그렇다면 지금 그말 일어나서 다시 한번 해보지 그래?"

동생 기범이 씨익 웃자 종범은 붉어진 얼굴을 가누지 못한채 당혹스런 미
소만 지었다.기범은 한심스럽다는듯 종범에게 가까이 다가와 다시 한마디
건냈다.

"대체 시험당일에 감기를 걸리다니... 몇일사이에 무슨짓을 한거야?"
"........"

종범은 이불을 뒤집어쓰며 뒤돌아누웠다.기범이 그런 종범의 귓가까지 장
난스러운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하긴...시험치나 안치나 결과는 같았겠지만...히힛..."
"........"
"혹시....? 계획적으로 감기걸린거 아니야? 형?"
"으...너 정말!!"

종범이 아픈몸을 부들떨며 화를내자 기범은 더욱더 재미있다는듯 말을 꺼
냈다.

"히힛..분명해..계획적일꺼야..."
"으..."
"흐..역시..맞아..맞아....분명히..."

기범이 계속해서 종범을 장난스럽게 놀리자 어머니가 보다못한듯 주먹으로
기범의 머리를 꽝 내리쳤다.

"못된녀석! 멋대로 말하지마!"
"헷..."
"어서..나가라! 학교 늦겠다.."
"아..예.."
"당신도 구경만 하지말고 어서 출근하세요.."
"으응...그래.."

어머니는 아버지와 기범을 밀치듯 밖으로 내몰고는 흘끔 침대에 누워있는
종범을 쳐다보았다.그리고는 아무말없이 문을 세차게 쾅 닫아버렸다.

"헤....??"

종범은 잠시 불안한듯 닫혀진 문을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켜 애썼다.

"여..역시....일어나야 해...크윽...."

순간 몸속에서 불덩이같은것이 머리끝까지 올라오는게 느껴졌다.종범은
다시 힘없이 침대에 벌렁 누워 힘없이 천정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이
불을 뒤집어 쓰며 뒤돌아 누웠다.
`어휴...도대체 지금 뭘하고 있는거지? TV나 영화에서 본일은 있지만...
설마하니..내게 이런일이 일어날줄은... 이런 중요한때 몸살감기에 걸리
다니....어휴..'

얼마후 어머니가 들어와 물수건을 쥐어짜낸후 종범의 머리에 올려주었다.

"대학에 전화해서 물어보긴 했는데... 역시.. 오늘 시험은 치뤄야 된단다
할수 없구나..네가 이렇게 아프니... 단념하고 푹 자도록 해라..."
"........"

어머니는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준후 별말없이 일어나더니 문가로 향했다.
그러다가 싸늘한 눈초리로 종범을 쳐다보며...

"하지만... 종범.... 삼수는 없다."
"헥....?!"
"........쾅.."

어머니는 다시 세차게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종범은 잠시 놀란 얼굴로 문
가를 바라보다가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녁.... 영덕은 종범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리케나 달려와 슬슬 놀
리기 시작했다.(잘한다...)

"이런 바아아아아아~~~ 보오~"
"......"
"무슨 시험을 보겠다는거야? 시험을 치든 말든 결과는 같았을텐대..."
"으.... 너 뭐하러 온거야?"
"흐..물론 너 놀리러..."
"으윽.."

영덕은 잠시 장난스런 표정을 풀고 달력에 종범이 표시해놓은 대학시험
일과 발표일을 흩어보았다.

"음..일단 오늘 중안대는 안되고 다음은 언제이지? 11일에 동건대 12일
에는 인상대 15일에는 아수대 21일 에는 가지대학이로군...."
"으...음..."
"그런데 고려대는 시험안봐?"
"응?"
"함께 시험치기로 하지 않았어? 현화와?"
"아..? 아...그..그건... 그건 그 당시에 그랬던거지.."
"그으래~? 그렇지만 현화는 진심인것 같던대?"

영덕이 담배를 물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자 종범이 벌떡 일어나서 소리
쳤다.

"영덕!! 내가 고려대 들어갈수 있다고 생각해? 뽑내는것도 아니고!!"
"뭐야? 쳇.... 그건 그렇고... 아..불쌍한 현화.. 그렇게 생기있었는데...
요즘에는 멍한채로....."
"....그래?"

종범이 머뭇거리며 그러냐는듯 질문하자 영덕이 놀란듯 되물었다.

"뭐야?! 만나지 않았어?!"
"....아...저.....저기..."
"...뭐야?"
"그러니까..그럴만한 일이 없었어...."
"잉? 그게 뭐야? 너...혹시...."

영덕은 잠시 의심스러운듯 종범의 표정을 살피다가 무언가 생각난듯 잔뜩
눈을 크게 뜨고는 궁금한듯 종범에게 물어왔다.

"아! 알았다! 그 하영이라는 여자애구나? 어땠어?!!"
"어..어떻다니?...뭐 별로..."
"했어?"
"으...너!!"
"했구나! 숨기지마!!"
"영덕...!!"

종범이 막 영덕의 행동에 화를내려고 할때 누군가가 방문을 노크했다.

"똑..똑..."
"어?...누...누구?"

종범과 영덕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갈색 문이
살며시 열리며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
"아..어서와 현화!"
"미안..좀 늦었어.."
"케엑!!!!!"

현화가 들어오자 영덕이 반갑게 맞이했다.하지만 종범은 작게 비명을 지르
며 이불을 뒤집어썼다.현화는 목도리를 풀며 흘끔 종범을 보다가 영덕옆에
앉아서는 이상한듯 물어왔다.

"상태는 어때? 전화로는 매우 심한것처럼 말하던데...."
"아?! 아..아니 팔팔해! 팔팔해!"

영덕이 전혀 아니라는듯 고개를 내젓자 종범은 이불을 들치우고는 벌떡 일
어나 소리쳤다.

"아니야!! 임마!!! 진짜 아프다구!!"

종범이 일어나 소리치자 현화와 영덕은 잠시 말을 멈추고 종범을 이상한듯
쳐다보다가 한마디씩 던졌다.

"정말 건강하잖아...?"
"힛..그렇지? 그렇지?"
"으...."

종범이 눈살을 찌푸리자 영덕은 싱긋 웃다가는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났다.

"에...그럼 나는 슬슬 이만.."
"어? 돌아가는거야?"
"아...아르바이트시간이거든...그리고 또 왠지 둘 사이에서 방해가 될것
같아서...그럼 현화는 천천이 있다가 와.."

영덕이 즐겁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밖으로 나가자 잠시 종범과 현화는
아무말 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그러다가 둘의 눈이 정확히 마주치자 종
범은 깜짝 놀라 이불을 뒤집어쓰며 뒤돌아 누웠다.
`아...무..뭔가 얘기하지 않으면...뭔가......현화에게 무언가를...'

".....어디...?"

종범이 뒤돌아누워서 현화에게 말할 기회를 얻으려 애쓰며 생각을 하는동
안 현화는 손을 내밀어 종범의 이마를 짚었다.그리고 다른 한손으로 자신
의 이마를 짚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열이 심하네...?"
".......아..음.."

현화는 옆에 떨어진 물수건을 집어서는 대야위에 꽉 채워놓은 물에 적신후
다시 짜서 종범의 이마에 올려놓았다.그리고 잠시 방안을 둘러보더니 책상
쪽으로 향했다.
`제발...제발 뭔가 말해라...현화...말해...'

현화는 책상에 어지럽혀진 책들을 차곡차곡 정리해서는 책장에 꽂기 시작
했다.

"아! 괜찮아..현화... 그건 나중에 할께..."

현화는 종범의 말을 들은듯 움직임을 멈추고 잠시 벽에걸린 달력을 쳐다보
았다.동건대,인상대,아수대,가지대.... 모두 표시되어있었지만 17일 고려
대 시험날자에는 표시가 없었다.현화는 잠시 멍하니 달력을 바라보았다.

"뭐...하고 있는거야?"

종범이 몸을 일으키며 현화를 쳐다보자 현화는 깜짝 놀란듯 머뭇거리다가
목도리와 외투를 집어들고는 문가로 걸어갔다.그리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만...돌아갈께.."
"응...? "
"몸조리 잘해야해..."
"아...음..."

현화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그런 현화를 이상한듯 쳐다보던 종범은
다시 침대에 힘없이 누워 눈을 감았다.

"뭐하러..뭐하러 온거지? 속을 알수가 없어..."

종범은 눈을 뜨고는 잠시 천정을 바라보다가 하영의 모습을 그렸다.
`하영.... 오늘이 중안대 시험일인거 알고있어? "결과는 어때?"라고 전화
정도 해주면 좋을텐대...'

그 시간 종범이 그리는 하영은 그 어느 누구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하영은 아무말없이 찻잔을 입가에 가져갔다.반대편의 남자는 담배를 피워
물다가 재털이에 털어넣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고마워......"
".....?"
"나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었어...."
"......"

현화는 철규의 눈길을 피해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1차 시험은 어땠어? 수학은 잘 본거야? 너는 수학이 약하잖아.. 괜찮겠
어? 2차 시험은 3월 초지? 앞으로 한달인가?"
".,....."

`뭐하고 있는거지...? 지금...'
하영은 입을 꼭 다물고 철규의 눈길을 피했다.둘의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
다.역앞에서 철규는 하영에게 다정스럽게 말을 건냈다.

"바래다 줄까...?"
"....."

하영은 아무말없이 다른곳을 바라보다가 휙 몸을 돌려 역안으로 향했다.
그런 하영의 뒤에대고 철규가 나즈막히 입을 열었다.

"또.... 전화할께..."
"......!"

하영은 눈길을 돌려 철규를 바라보았다.철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섰다...

"그럼..잘있어.."
"....."

하영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철규가 사라질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몇일후...날이 밝고 종범의 동건대 시험보는 날이었다.어머니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집안을 울려왔다.

"연필은 넣었니?"
"예..."
"수험표는 ?"
"넣었어요..."
"지우개는?"
"그것도 넣었어요..."
"동건대 시험보는거다!"
"알고있다니까요!"
"아참! 도시락! 도시락!"
"됐어요! 시험장에서 팔아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잘보도록 해라.."

종범은 가벼운 걸음으로 집을 나오다가 문득 누군가를 보고 딱 멈춰섰다.
현화가 겨울 외투를 걸치고는 싱긋 웃으며 손을 들어보였다.

"걱정 되어서 함께 가려고..."
"아..? 응...그래.."

열차안에서 하영은 종범의 긴장을 없에려는듯 계속 떠들어댔다.

"감기는 어때?"
"그저..그래... 기침이 나오는 정도..."
"그래? 그럼 그정도라면 괜찮을거야... 중안대학은 어쩔수없지만 남은 네
개의 대학이라도 열심히 해..."
"그...그래.."

종범은 즐겁게 웃다가 무언가 생각난듯 뚝 웃음을 멈췄다.
`어떻게 네개의 대학만 본다는것을 알았을까? 고려대 시험안본다는것을
알고있잖아?'

옛날에 현화의 집에 영덕과 함께 갔었을때 일이 생각났다.

-고려대학을 ....?-
-종범과 함께 치룰거예요...-

그때 현화가 종범의 뺨을 꼬집으며 잠시간의 종범의 회상을 멀리로 떠나보
냈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면 안돼!!"
"아...."

`현화.....'
종범은 잠시 현화의 밝은 미소를 바라보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대학 입시장 앞에서 현화는 종범에게 열내는 주머니를 내밀었다.

"자..여기..."
"응?"
"시험장.따뜻하겠지만 만약을 위해서...힘내라구!"
".....아...."
"시험은 몇시까지야?"
"2시 반인가?"
"그래? 그럼 그때쯤 또 여기서....."
"아...그래..."

종범은 열내는주머니와 멀리로 사라지는 현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난
번 하영과 함께 갔을때의 생각을 해냈다.

-시험장에 함께 가려고... 걱정돼서 따라가려고... 시험장이 추우면 곤란
하니까.. 만약을 위해서...-

매섭도록 차가운 북풍이 종범의 뺨을 시리게 스쳐지나갔다.
시험은 의외로 빨리 끝났고 종범은 약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장을 빠져
나왔다.현화는 벌써 밖에나와 기다리고 있었는지 종범을 보고는 밝게 웃으
며 손을 흔들었다.

"피곤하지? 어땠어? 시험은..?"
"....."

종범은 아무말없이 붉어진 현화의 뺨을 손으로 어루만졌다.현화의 뺨은 얼
음장보다 차갑게 얼어붙어있었다.현화는 깜짝 놀라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
며 대충 둘러댔다.

"아아...다방에 들어갔는데.. 점심 시간쯤에 붐벼서...할수없이.. 공원에
서 어슬렁거렸거든..."
"....... 이...거 이거 아직 따뜻해.."

종범은 현화가 준 열내는 주머니를 앞에 내밀었다.

"아...! 괜찮아.."
"아무튼 사용해!!"

종범이 갑자기 소리치자 현화는 깜짝 놀라 종범을 바라보았다.
`야비한건가...? 이런건 역시....야비한걸까?'

현화와 함께 걸으며 종범은 방금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했다.현화는 여
전히 궁금한듯 계속 종범에게 물어왔다.

"어땠어? 시험... 잘본거야?"
".....저..저기... 나..."
"응???"
"......"

종범은 막 무슨말을 꺼내려다가 현화의 밝은 미소를 보고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아니야...그냥...저...나...배고팠어.."
"아..그래? 그럼 여기 식당으로..."

종범은 현화와 함께 라면을 시켜먹으며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러면
서도 계속 무언가 어두운 생각이 그의 생각속을 지나쳤다.

"내일은 인상대지? 몇시부터?"
"10시부터야.."
"그럼 8시 반에는 나와야 겠네?"
"응...그래..."

들어오셨다.

"다녀왔소..!"
"아..오셨어요?"

어머니는 아버지의 가방과 옷을 재빨리 받아들었다.

"먼저 씻으실래요? 아니면..."
"아니..밥! 밥!... 바빠서 점심도 제대로 목먹었거든.."

아버지는 주방안을 둘러보다가 문득 낯선 손님(현화)이 있는것을 보고 놀
란 표정을 지어보였다.종범이 재빨리 일어서서 현화 소개를 했다.

"아버지...임현화예요..학원 친구요.."
"폐 끼치고 있습니다."

현화가 일어나서 인사를 하자 아버지는 갑자기 쑥스러운듯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 아...하하..그래요? 종범 아버집니다..."
"뭘 긴장하시죠?"
"음...?"

기범의 말에 아버지는 잠시 당황한듯 어쩔줄 몰라했다.이런 아버지를 보며
현화는 종범에게 작은목소리로 말했다.

"닮았어...(너와..) "
"...큭...누구와?"

아버지는 어머니가 가져다준 술을 컵잔에 따라서 맛있게 마시다가 문득 누
군가의 시선이 집중되는것 같아 앞을 쳐다보았다.현화가 두손으로 턱을 받
친채 아주 관심있게 아버지를 쳐다보고 있어다.

"저...왜그러지? 현화?"
"아..아니예요... 맛있게 드시길래... 저희 아빠는 집에서는 잘 드시지 않
거든요..."
"아...그래요? 아니..난 용돈이 적어서 밖에서는 별로 마실수가 없어요.."

아버지가 이런말을 하자 뒤에 계시던 어머니가 눈을 흘겼다.
현화는 싱긋 웃어보이며 술병을 잡고 아버지의 컵잔에 따라드렸다.

"제가 따라드릴께요..드세요.."
"아..이거 고마워요.."

아버지는 즐거운듯 컵잔을 입에가져갔다.현화는 한순간 무언가가 그리운듯
종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으음..역시 미인이 따라주니까 맛이 틀린데?"
"와~ 아버지 능숙하세요!"

기범은 아버지의 말에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아버지는 입맛을 다시며 술
병을 들어 현화쪽에 가져갔다.

"어떠니? 현화도 한잔?"
"잠깐만 여보! 안돼요....아이들한테.."
"뭘... 한잔 정도는 괜찮아..마실수 있지?"

현화는 아버지가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조금...종범이하고 자주 마시러 갔었거든요."
"이...이봐!!!"

현화의 말에 종범은 깜짝 놀라 소리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어머니의 분
노한 모습이 종범앞에 나타났다.종범은 당황하여 소리쳤다.

"종범아~~~!!!!"
"으아..가끔..가끔이요..정말로..."

그런데 분위기를 알아채시지도 못했는지 아버지는 입맛을 다시며 술병을
종범에게로 가져갔다.

"종범아. 너도 한잔?"
"여보!!!"
"그럼 저도 주세요!"

기범이 종범대신에 컵잔을 앞에 내밀자 어머니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기범아. 너는 아직 고등학생 이잖니.? 종범이 너도 내일모레시험이지?"
"그러니까 괜찮지 않소? 여보.. 지금 공부한다고 달라지는건 없어..
그렇지? 종범아?!"
"그럴지도 모르죠."

종범이 미소지으며 대답하자 기범이 장난스럽게 떠들어댔다.

"맞아! 이제와서 공부해도 떨어질 사람은 떨어져!"
"으..기범이 너.."

그런데도 아버지는 한껏 들뜬 분위기로 즐겁게 소리쳤다.

"하하..어딜쳐도 괜찮아.아무리 변변찮은 철포도 쓸데가 있는거야!"
"당신도...참.."
"어이~ 여보! 맥주! 맥주!"
"예..예..."
"으...오늘도 망쳤구나~(종범이말)

이런 종범가족의 즐거운 모습을 보며 현화는 그리운 미소를 지었다.그리운
모습... 이 즐거운 가족의 모습....

"아주 잘 먹었습니다."
"또 놀러와요~"
"제가 역까지 바래다 줄께요~"
"안녕히 주무세요~"

어머니와 기범,아버지는 나가는 현화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종범은 빙긋
웃으며 가족들의 모습을 보다가 현화와 함께 역으로 향했다.

"미안해...늦게까지 있게해서..."
"아니야...재미 있었어.."
"술드시면 언제나 저러셔..아버지께선.."
"훗..그래..좋은 아버지셔.."
"그래?"
"응..좋은 가정..너무나 화목하고 좋은 가정이야.."
"그래.....고마워..."

현화는 종범보다 즐거운듯 밝게 웃었다.
역에서 현화는 종범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럼.."
"응..."
"이제 조금남았으니까 열심히 하자."
"바보. 너는 이미 끝났잖아.."
"앗? 그런가??"
"취한거 아냐?"
"아니..괜찮아..그럼 또..잘있어~"
"응..잘가.."

현화는 종범과 헤어지고 열차안에서 창가의 풍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즐겁게 웃고계시던 종범 아버지의 모습에 현화는 자신도 모르게 밝게 웃
었다.

-좀 모잘라...-

현화의 기억속으로 아버지의 모습이 들어왔다.신문을 펼친채 무표정하게
말하던 아버지의 뒷모습.현화는 웃음을 멈추었다.

-모잘라..현화는....-

`합격해 주자....꼬옥...합격해주자..'
현화는 슬픈표정으로 창밖을 보며 다시한번 다짐을 하였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계속하시겠습니까? (Y/n) >>


김준혁 (jakka )
겨울 이야기 제29화 10/23 22:21 235 line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29화 다시 가지 대학으로
=====================================================================

-삐..삐..삐.... 삐..삐..삐..삐... 띠리리리...띠리리리......철컥...-

"여보세요.."
"아. 엄마? 저예요...."

종범은 잠시 머뭇 자신의 수험표를 쳐다보며 나즈막히 수화기에다 대고
말을 꺼냈다.

"저...여기..동건대인데....떨어졌어요..."
-......-
"그리고....인상대도 찾아봤지만....역시 떨어졌구요...."
-....으응...그래..알았다..-
"....그럼..."
-철컥..-

종범은 공중전화박스를 나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모든 대학을 떨어
지고......이제 남은건 단 두대학...

"키햐!!!!!!"

집에 돌아와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는 종범에게 동생 기범이 잔뜩 장난스런
얼굴로 놀려대기 시작했다.

"히힛!! 거봐!!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좀더 수준을 낮추는게...."
"시끄러! 아직 아수대가 남아있어..."
"발표는 언제인데?"
"23일..."
"또 안돼는거 아냐?"
"시끄럽대두! 아수대는 시험친중에서 제일 잘 친듯한.....으음.."
"글쎄?...시험친것중 가장 잘 친듯한(?)....?"
"시꺼.."

`으그....글쎄 형한테는 무리라니까...'
기범은 할수없다는듯 고개를 설래 설래 저으며 문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아~ 재수해서 결국은 재수대로구나~"
"아직 아수대가 남아있다니까!!!!!"

종범이 화난듯 크게 소리치자 기범은 흘끔 뒤를 돌아보며 타일르듯 차분히
한마디를 던지고는 사라졌다.

"내일 가지대 시험이나 최선을 다해. 그렇지 않으면 거기마저 떨어져...
그렇게 되면 .....삼수....야."
".......윽.."

종범은 기범이 문을 닫고 나가자 잠시 멀뚱히 문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책
상으로 몸을 돌리며 말도안된다는듯 중얼거렸다.

"쳇! 누가 가지대 같은 곳에 두번씩이나 떨어질까..?"

종범은 문득 작년의 일이 생각났다.때문에 약간 말에 힘이 빠졌다.

"누...누가...누가..겨우 가지대를......"

종범의 머릿속에 울려오는 자신의 목소리에 그는 과거를 기억하고는 힘없
이 고개를 푹숙였다.

"분명히...작년에도 이런 말을 했었었어..."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 띠리리리...-
걸려오는 전화소리에 현화는 힘겨운듯 몸을 일으켜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예. 임현화 입니다..... 아.? 엄마예요?"

현화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맞춰 입을 열었
다.

"예...지금 돌아왔어요...예..예.. 의예과 시험은 잘 치루었구요....
합격이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2차 시험? 그건 3월 3일에
1차 시험 발표 보고 나서요....예..예...알았어요. 그만 피곤해서 끊어
요.. 예....그럼.."

현화는 힘빠진 손으로 수화기를 팽개치듯 내려놓고서는 잠시 멀뚱히 천정
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침대에 꼬끄라졌다.그리고 새우처럼 등을 굽은채 힘
없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너무.....어려 웠어..."

현화는 문득 이런 말을 하다가 무슨 생각이 불현듯이 났는지 다시 벌떡 일
어섰다.

"그렇지? 종범이는 어떻게 됐지?"

현화는 수화기를 집어들고 종범이의집에 전화를 걸었다.

"아. 여보세요? 현화인데요.. 종범이 있나요? 아...종범이? 어떻게
되었어? 대학...."

현화는 곧 종범의 힘없는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다.현화는 잠시 멍하니 천
정만을 바라보다가 밝게 웃었다.

"그..그래..안됐구나..할수없지 뭐.. 떨어진건... 기운내라구.. 떨어진건
처음이 아니잖아?"

순간 현화는 다시 종범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다.현화는 멍청
히 수화기를 쳐다보다가 한마디 던졌다.

"왜 화가나있는거지?"

현화는 피곤한듯 다시 침대에 벌렁 누워서 천정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
었다.

"괜찮을까? 종범이.... 내일 시험...?"

다음날 종범은 가지대에 시험을 보기위해 시험장으로 항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두번다시..두번다시 가지대는 오지 않으려 했는데... 어휴 한 학교라도
붙어준다면 이런데 시험 치지 않아도 되는데....'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는동안에도 종범은 내내 아수대 생각을 했다.
`만일 아수대 발표에서 떨어진다면 가지대에 올수 밖에 없어.......'

그러다 종범은 힘을 주듯 입술을 꾹 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바..바보.. 무슨 재수없는 소리야? 아수대는 가장 시험을 잘보았다구!
그래! 그렇다구!!! 그리고 지금도 잘 치르고 있어...잘 치르고 있다구
.......그런데...혹시...'

종범은 시험을 끝내고 현화와 대장과 함께 아수대 합격자 발표를 보러
갔다.게시판에 나열되어있는 번호를 바라보던 종범은 수험번호를 찾으려고
애써 눈을 게시판에서 돌리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계속 자리를 지켰지만
그러나 종범의 수험번호는 찾아볼수 없었다.종범은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곧 자신의 수험번호가 없는것을 인식하고는 힘없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없네...? 종범..."
"아직 가지대가 있잖아요..."

힘없는 현화의 목소리와 힘을 내라는 대장의 목소리..그러나 종범은 힘이
빠질대로 빠져있었다.
`결국...결국 가지대학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 학교가 안돼면 어쩌지? 삼수야! 삼수!"
"혀..현화.. 그래도 이번엔 잘 될거야.."

현화의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대장이 무마하려는듯 미소를 지었다.종범은
현화를 슬쩍 흘겨보다가 자신 스스로 용기를 주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거야...아마도...거기는...현화말처럼 되지는 않아! 그럼...'

28일 가지대학 시험 발표일.기범의 목소리가 아침부터 쩡쩡거렸다.

"형! 형! 현화가 왔어!"
"아..알았어.......그럼..."
"현화 잘 부탁해요~"
"예..예..종범 어머님.."

집을 나와 가지대로 가는 열차안에서 종범은 내내 기운없이 창밖 풍경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현화는 이런 종범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지금부터 발표보러 가는거지 아직 떨어졌다
고 결정 난거 아니잖아?"

현화의 말에 종범은 작은 목소리로 놀란듯 소리쳤다.

"이..이봐! 목소리가 너무 커!"
"괜찮아.....기운내라구.. 그런 얼굴은 떨어지고 나서 좀더 나중 까지
미루어둬.."
"이봐...자꾸 떨어졌다..떨어졌다 하지마! 그건 그렇고 그쪽은 고려대
발표...."
".........."
"언제야 국문과?"
"아아...같은날이야.."

현화의 말에 종범은 놀란듯 되물었다.

"오늘? 그런데 나는 왜 따라왔어?"
"벌써 보고 왔어..."
"에?"
"합격했어..."
"아? 그..그래?! 그래 붙었구나!!!"

하지만 현화는 별로 기쁘지 않은듯 아무말 없이 묵묵히 창가에 기대어 서
있었다.종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마디 툭 건냈다.

"별로..기쁜것 같지 않은데?"
"별로..그렇지도 않아..."

`....도대체 어느 쪽이지?'
시험 발표가 있는 가지대 운동장의 게시판.현화는 흘끔 종범의 수험표를
쳐다보며 물었다.

"몇번이야? 수험번호?"
"아...2909번이야.."
"아.....그래? 음..어디 2909...2909...2909번이......."
"소리내지마! 소리!"

종범은 창피한듯 현화에게 애써 소리쳤지만 그로서도 제발 그 번호가 있어
주길 바랬다.
`만약 없으면 창피하잖아...만약 없으면...없으면.....'

이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종범의 주위로 어둠이 몰려들었다.
`!!!!!!!!!!삼 수!!!!!!!!!!'

그때 현화가 종범의 어깨를 톡톡 두들겼다.종범은 무슨 일인가 하고 현화
를 쳐다보았는데 현화는 손가락으로 게시판의 어느 한쪽을 가리키고 있었
다.종범은 잠시 멀뚱히 게시판을 보다가 문득 2909번이 있는것을 보고 깜
짝 놀라 수험표를 보고 다시 게시판을 번갈아 보았다.

"아..있다..있어..."
"해냈구나!"
"아...?"
"축하해!!!!!"
"....아...고..고마워!!"

종범은 현화의 축하에 쑥쓰러운듯 머리를 긁적였다.하지만 발표를 보고
돌아오던 종범은 별로 힘이 없는듯 했다. 현화가 이런 종범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기운이 하나도 없잖아?"
"에??"
"모처럼 합격했는데..."
"아....아아..합격 하기는 했지만 재수해서 겨우 여기올줄은..."
"별로 기쁘지 않은거야?"
"아니...별로 그런것은 아니지만.....단지...내가 이정도뿐인가 생각하니
왠지 충격적이거든..."

그러자 현화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밝게 웃으며 말을 건냈다.

".....그럼.....다시 1년 더 해볼래?"
"에?"
"납득이 안돼? 그럼 다시 1년해서 내년에는..."
"이..이봐! 잠깐 기다려....그건...그건....."
"...."

종범은 어쩔줄 모르며 망설이다가 뒤돌아서서 바람을 말으며 집으로 향했
다.

"그건.... 모르겠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