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펀글]아하루전(126-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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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70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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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21화 짐보만 함락(4)
카틸라의 얼굴 가득 환하게 펴져있었다. 비록 음습하고 어두운 곳을 헤메듯 다니고 있었지만 카틸라의 눈에는 더없이 귀한 영광의 길을 밟는 기분이든 카틸라의 걸음 걸음마다 자신감과 더불어 자부심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하기사 내가 이끌고 온 500명을 무시 할 순 없었겠지"
카틸라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네?"
"응? 아...아냐. 그나저나 아직 멀었나?"
곁에 있던 병사의 물음에 카틸라가 그렇게 얼버무렸다.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미로가 원체 넓고 또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분간하기도 힘듭니다."
그때였다 앞쪽에서 누군가 횃불을 양쪽으로 흔들었다. 카틸라와 곁에 있던 병사가 횃불이 보이는 곳으로 급히 걸어갔다.
"여깁니다."
횃불 아래서 희마하게 비추는 얼굴 가득 긴장감을 담은 병사 하나가 손으로 벽의 모퉁이를 가르켰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이미 살점은 전부 썩어들어가 하얀 뼈다귀만 남은 백골 한구가 통로가 갈라지는 모퉁이에 지친 듯 벽 모서리에 기대어 있었다.
아마 산채로 이곳에 묻힌 듯 해골의 팔과 다리에는 커다란 차고가 채워져 있었다. 그 차고는 해골이 돼서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려는 듯 해골의 뼈에까지 날카로운 침으로 꿰뚫고 있었다.
"음 확실이 이것이 첫 번째 표지로군. 해골이 가리키는 방향이 어디지?"
카틸라가 들고 있던 횃불을 해골 가까이 비추었다. 생전에 잘라냈던 듯 해골의 손가락 뼈중 고작 3개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오른 손이 가르키는 숫자가 홀수 이므로 오른쪽이다. 모두 오른 쪽 통로를 따라 간다"
카틸라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햇불을 오른 쪽 통로를 향해 휘둘러 보았다. 캄캄한 어둠과 더불어 서늘한 바람이 느껴졌다.
천정에서는 습기에 찬 덕분인지 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바닥에 떨어져 고이고 있었다. 카틸라가 잠시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살피다가 쇠로 만든 건틀렛을 벗어선 물방울이 방울져 떨어지는 천정에 손을 대었다.
카틸라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어렸다
"이제 거의 다왔다. 아마도 이근처가 성의 해자쯤 될 것이다."
북문 근처로부터 유입되는 강줄기를 끌어다 성 둘레에 꽤 넓고 깊은 해자로 조성된 짐보만의 성 구조를 기억한 카틸라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뒤에서 엉거주춤 서 있는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다음 조 앞으로"
카틸라가 그렇게 말하고는 한걸음 물러섰다. 카틸라 뒤에 잇던 병사들이 얼굴 가득 두려움을 나타내며 조심스럽게 카틸라가 지시한 곳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대략 열명 정도로 이루어진 그들은 횃불로 통로 이쪽 저쪽을 비추어 가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서둘러라 앞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디 움직이는 병사들의 등을 밀쳐대면서 카틸라가 재촉했다. 병사들이 카틸라의 짜증 섞인 음성과 재촉에 마지못해 움직이는 발걸음에 좀더 속력을 붙였다.
해가 중천에서 서서히 서편으로 기울어 가기 시작했다. 대지를 달구는 뜨거운 늦여름의 무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며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릴 듯이 맹위를 떨쳐댔다.
아하루가 자신의 가면 속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 대다가 문득 서늘한 감각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훼리아가 땀을 잔뜩 흘리는 아하루가 보기 안쓰러웠는지 아하루에게 마법을 걸어주고 잇었다.
"관둬 훼리아. 마법을 아껴야지"
아하루 바로 뒤에서 짐보만 병사의 옷을 입고 투구를 써서 쉽게 알아볼 수 없게 차려입은 훼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것만 마치고요"
훼리아의 손에서 서서히 빛이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하루가 한결 상쾌하면서 서늘한 감각을 느끼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마법이란게 편리하긴 편리하군 이 무더위에도 이렇게 서늘하게 보낼 수 있다니 말이야"
아하루의 말에 훼리아가 미소를 짓는지 훼리아가 쓴 투구가 약간 움직였다.
아하루가 다시금 정면을 노려 보았다. 아직 짐보만 성의 동문은 닫혀진 그대로 였다. 그 동문의 앞쪽에는 성 전체를 둘러 깊이 파여져 잇는 해자가 녹색의 물결을 일렁이고 잇었다.
"제길 아직도인가?"
아하루가 투덜거리기 시작할 때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그긍'
서서히 짐보만 성을 지키고 있던 동문이 위로 천천히 들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동문 바로 앞쪽의 커다란 다리는 서서히 낮춰지기 시작하면서 해자쪽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돌파하라"
아하루가 칼을 휘두르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와 함께 숲 한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우레처럼 일어나더니 짐보만의 옷을 입은 용병들이 일제히 숲에서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라"
아하루가 칼로 성 앞쪽의 방어막을 가르키고는 서둘러 달리기 시작했다.
"와~"
그런 아하루의 뒤를 따라 용병들이 일제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방어막을 지키고 있던 다른 용병들이 아하루들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더니 일제히 자신의 허리춤에서 칼과 창을 꺼내고는 아하루등을 향해 돌라섰다.
순식간에 아하루 들과 방어진지 안의 용병들 간에 싸움이 크게 일어났다. 하지만 원체 방어 진지 안의 용병들이 얼마 없었는지 그들은 금새 아하루들에게 제압당해 땅에 엎어졌다.
아하루들이 그런 용병들 위를 지나 성으로 달려 나갔다. 아하루 들이 달려 나가자 사태를 깨닳았는지 방어 진지 양쪽 옆에서 새로운 병사들이 나타나서는 성쪽을 향해 달려가는 아하루들을 향해 일제히 화살을 퍼붓기 시작했다.
몇몇 용병들이 화살에 맞아 땅에 구르듯 쓰러졌다. 아하루들이 해자를 이어주는 다리가 내리기를 기다리면서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방어 하느라 바빴다. 몇몇 용병들은 자신들에게 화살을 날리는 병사를 향해 달려가기 까지 했다. 새로운 전투가 방어 진지 안에서 이루어졌다.
이윽고 해자가 완전히 내려지고 성문이 열리면서 성 안으로부터 일단의 기병들과 병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중무장 갑옷에 중무장 기병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
"아하루 대장 우리 양 옆의 카페이레 군이 보이질 않아"
미텔이 급히 해자앞 다리를 건너려는 아하루를 붙잡고는 말했다. 아하루의 눈이 빛낫다.
"역시 짐작대로군요. 전군 뻐꾸기를 실행 하십시오"
미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허리 춤에 있는 나팔을 들고는 급히 불어제꼈다.
"빠빠빠빠빠라라랏라"
나팔소리가 성문 앞에 울려퍼지자 용병들이 일사부난하게 재빨리 해자를 건너기 시작했다. 성문 앞에 나온 병사들과 기사들이 해자를 건너는 병사들을 제지하고는 외쳤다.
"멈춰라. 너희들도 지금 우리와 같이 저들의 진지를 공격한다. 불응하면 너희부터 쏘겠다."
앞에나선 기사가 팔을 들어 올리자 기사의 뒤편에 잇던 병사들이 일제히 기사들의 양 옆으로 갈라서더니 지니고 있던 석궁을 일제히 해자를 건너던 용병들에게로 향했다.
해자를 건너던 용병들이 주춤 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로는 방어진지에서 쏘아져 나오는 화살들이 그들의 뒤를 덮치고 있었다.
"돌격 준비"
아하루가 그렇게 외치자 해자를 건너던 용병들이 재빨리 자신의 등쪽에서 뭔가를 꺼내고는 자신의 앞쪽으로 돌렸다. 자신의 몸 하나를 가릴수 있을 정도 되는 방패였다. 동시에 좀전의 전투에서 화살에 맞고 쓰러진체 하던 용병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 해자 쪽 다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또한 그들을 막다가 칼에 맞은 채하던 다른 용병들도 재빨리 주위의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근처에 놓여 잇던 활을 잡고는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이런 발사"
성 문 앞의 기병이 용병들이 방패로 자신을 보호하자 재빨리 화살을 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미 그때 마치 용병들을 향해 날아 올 것 같던 방어진지에서 쏘아 보낸 화살이 용병들의 머리 위를 건너 성문 밖에서 진치고 잇던 병사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크악"
성문 앞에서 궁병들이 미처 활을 채 쏘기도 전에 진지에서 날아온 화살에 몸을 꿰이고 땅에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몇몇 궁수들이 필사적으로 화살을 쏘아 보냈지만 그들이 쏘아낸 화살 대부분도 용병들이 지닌 방패에 튕겨져 나갔다.
성벽 앞의 혼란한 틈을 타 해자를 건너던 용병들이 각기 방패를 앞세우고는 궁병들과 성문 앞에 있던 기병들을 향해 짓쳐들기 시작했다.
"막아라. 저들만 막아내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기사가 자신의 눈 앞으로 달려들어오는 용병들을 향해 칼을 뽑아 들고는 그렇게 외쳤다. 성 위쪽에서는 새로운 궁병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는 성을 향해 달려오는 용병들을 향해 돌과 화살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와"
커다란 돌맹이가 방패로 가리운 용병들의 머리 위에 떨어지고 몇 몇 용병이 그 돌덩이에 깔려 피를 뿌리며 즉사했다.
"뭐하나? 성벽위 쪽으로 화살을 날려라"
우람한 체구의 츄바가 그렇게 외치고는 못참겠던지 근처의 용병에게서 커다란 화살을 빼앗아 들고는 성벽 위쪽을 향하여 화살을 날렸다.
"크악"
아래 쪽으로 돌을 날리던 병사 하나가 츄바가 쏜 화살에 오른쪽 눈을 꿰뚫리고 잠시 비틀 거리더니 힘없이 성벽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위험합니다."
츄바의 곁에 있던 용병들이 자신들의 방패로 츄바의 몸을 가렸다. 순간 '팅'히는 소리와 함께 츄바의 몸을 노리던 화살이 방패에 맞아 헛되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제길"
츄바가 잠시 찜끌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화살을 뽑아서 성벽 위쪽으로 날렸다. 츄바의 행동에 다른 용병들도 힘을 얻었는지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동쪽 성문 앞 하늘은 양쪽에서 날리는 화살로 새까맣게 물들어 갔다.
"크악"
기사의 힘찬 손놀림에 쇠로 만든 갑옷 채로 창에 복부를 꿰뚫린 용병이 괴성을 내지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용병의 입에서 울컥 피가 토해지더니 자신을 찌른 기사의 몸을 자신의 피로 더럽히고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 위를 다른 용병이 지나가 방금 전 당한 전우의 원수를 갚겠다는 듯 채 창을 수습하지 못한 기사의 머리 위로 철퇴를 날렸다.
'퍽'하는 소리가 기사의 머리 위에서 울려퍼지며 기사의 머리를 감싸던 투구가 구멍을 몇 개 남긴채 우그러졌다. 기사의 눈에서 눈동자가 사라지면서 혀를 길게 빼어 물었다. 투구의 구멍난 부분에서는 뼈조각과 머리카락들이 하얀 뇌수와 핏물이 범벅이 된채 분수가 솟구치듯 뿜어져 나왔다.
기사의 거대한 체구가 창을 겨누 자세 그대로 핏물로 질퍽거리는 땅으로 쓰러지듯 넘어갔다.
"가자"
철퇴를 든 용병이 철퇴를 빙글 빙글 돌리며 외쳤다. 그 주위를 다른 용병들이 창과 방패, 혹은 칼과 방패를 꼬나쥐고는 한풀 사기가 꺽인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용병놈들에게 공을 넘겨줄 수는 없다. 더 빨리 움직여라."
율레스가 칼을 휘두르며 병사들을 독촉했다. 병사들이 율레스의 호령에 발걸음을 더욱 재게 놀렸다.
방어 진지 뒤쪽의 울창한 숲은 온통 병사들로 가득차 있는 듯 보였다. 병사들은 각기 자신의 무기를 손에 쥐채 어디론가 계속 달려가고 있었다.
"어이 율레스"
누군가 병사들의 틈바구니를 뚫고 율레스에게로 다가왔다. 은빛 갑옷이 돋보이는 기사였다. 오른편 가슴 언저리에는 짐보만 특유의 문장이 그려져 잇었고 그 곳에 다시금 4자가 적혀져 있었다. 율레스가 투구를 쓴 사내의 가슴팍에 수놓아진 4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덥지도 않나? 뭐 급할게 잇다고 벌써부터 그렇게 완전 무장을 했나?"
율레스의 말에 기사가 자신의 얼굴을 가린 투구의 창을 열었다. 얼굴 가득 땀으로 젖은 추사인의 얼굴이 투구창을 통해 나타낫다.
"아닌게 아니라 꽤 덥군. 늦여름이면 이제 좀 시원해 질때도 됐는데 말이야."
율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숲의 나무 사이로 얼핏 보이는 하늘 향해 고개를 들었다.
"아마도 싸움이 끝나고 모든 것이 정리될 쯤엔 더위도 한풀 가시겠지?"
율레스가 그렇게 하늘을 보며 중얼 거렸다.
"그런데 괜찮을까?"
추사인의 말에 율레스가 고개를 돌려 추사인 쪽을 바라보았다.
"뭐가?"
"용병들 말일세. 숫적으로 밀릴텐데?"
율레스가 피식 웃었다.
"어차피 용병들이야. 그다지 신경쓸 것 없어. 혹여 전멸한다 하더라도 우리에겐 아쉬울 것이 없지 않나?"
"아, 그게 아니라 만일 놈들이 용병단을 뚫고 우리 뒤쪽으로 들어 올까봐 걱정이 돼서 그런게지"
추사인이 허리춤에 매어 놓았던 손수건으로 투구 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율레스가 추산인의 말에 걱정 할 것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불리하다 싶으면 방어진 뒤로 숨겠지. 또한 그런 말도 잇지 않나? '용병들의 목숨은 고양이 보다 질기다'고 잘들 알아서 할거야"
"그래 그러면 다행이겠지..."
추사인이 율레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갑작스레 고함소리가 들리며 무기가 맞대어 싸우는 소리가 숲 저편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굴의 얼굴이 일순 긴장에 휩싸였다.
"무슨일인가?"
율레스가 앞쪽으로 말을 몰고 다가가며 물었다.


127. 21화 짐보만 함락(5)
"이럴수가 어떻게 저놈들이..."
율레스가 기가찬 듯 숲 밖에서부터 꾸역 꾸역 밀려들어는 짐보만 성의 병사들을 보고는 말조차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이..이런"
율레스의 곁으로 다가왔던 추사인도 새까맣게 몰려드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는 기가 질린 듯 말을 더듬 거렸다.
율레스가 인상을 잔뜩 구긴 채 칼을 휘둘렀다.
"제..제길 어떻게 이런 일이 왜 저놈들이 여기에 나타나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율레스의 말을 똑같이 되뇌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짐보만 성에서부터 달려나온 마몬드였다.
'어떻게 이런일이. 왜 저놈들이 이곳에 있느냔 말이다."
마몬드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제길"
마몬드가 그렇게 나직하게 욕지거리를 뱉어내고는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쇠로 만들 철창을 휘두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물러서지 마라, 어차피 놈들은 얼마 안된다. 이대로 놈들을 쓸어버려라"
마몬드의 호령에 잠시 주춤하던 병사들이 다시 힘을 받았는지 일제히 창과 칼을 곧추세우고는 함성을 내질르며 숲을 향해 달려들었다.
"와"
"짐보만에 영광을"
짐보만의 병사가 숲 안쪽으로 뛰어 들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아레온의 병사가 날카로운 창으로 숲으로 들어오는 짐보만 병사의 가슴을 노리고 창을 길게 내질렀다.
"크악"
아레온 병사가 내지른 창은 그대로 달려드던 짐보만 병사의 가슴팍을 꿰뚫고 그 등허리까지 날카로운 창끝을 내보였다.
"뒈져라 더러운 짐보만의 개들"
아레온의 병사가 흥분한 듯 그렇게 말하며 땅에 쓰러진 시체의 몸을 밟아가며 병사의 몸에 깊숙이 박힌 창을 뽑아내었다. 하지만 아레온 병사의 몸 뒤로 다가온 짐보만 병사가 칼로 아레온 병사의 몸을 난자하기 시작했다.
"크윽"
어깨죽지부터 칼을 맞은 아레온 병사가 피를 내 뿜으며 몸안의 장기들과 하얀 뼈를 내보이며 땅에 쓰러졌다. 그 위를 다른 짐보만의 병사가 군화발로 짓밟으며 다른 먹이감을 향해 내달리는 늑대의 눈을 하고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이런 이런"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율레스가 당황한 듯 혀를 찻다. 일시에 밀어붙이는 짐보만 병사들에 비해 율레스의 병사들은 종대로 이곳까지 왓다가 급히 횡대로 전환되고 잇었다. 그러나 그 전환되는 짧은 간격의 차이를 놓치지 않고 짐보만의 병사들이 포위하듯 부딪쳐 오고 잇엇던 것이다.
"물러나지 마라.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라. 우리 뒤로 계속 응원군이 올 것이다."
율레스가 그렇게 외치고는 한참 격전 속에 있는 추사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추사인은 전장의 한가운데 용맹하게 달려 나가서는 자신이 들고 있던 철창으로 다가오는 짐보만의 병사들을 후려치듯 연신 갈겨대고 있었다.
추사인의 창이 한번 바람을 가르고 허공을 휘돌 때 마다 이름을 알수 없는 병사들이 추사인에게 다가왔다가 머리가 깨지고 몸을 찢기며 뒤로 나가 떨어졌다.
흡사 추사인의 곁에서 피분수가 몰아치는 듯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물러나지 마라. 놈들은 별거 아니다. 진정한 짐보만의 주인이 누군가 알려주자"
추사인이 바닥에 뒹군 짐보만의 병사에게로 다가가선 겁에 잔뜩 질린 병사의 목에 자신의 철창을 찔러 넣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와."
"짐보만 만세"
"짐보만에 영광을"
병사들이 추사인의 용맹한 모습에 힘을 얻었는지 각자 큰소리로 고함치듯 외치며 다시 칼을 들고 숲 안쪽으로 몰려드는 짐보만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추사인 곁으로 율레스가 급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추사인의 등 뒤에 새로이 나타난 병사의 목을 칼로 날려 보내며 말했다.
"추사인 이곳은 내가 맡겠네. 자네는 속히 후방의 병사들을 몰고 와주게"
추사인이 자신의 등 뒤로 목을 허공에 띄운채 피를 분수처럼 쏟아내며 쓰러지는 병사를 잠깐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저기 짐보만의 병력이 아레온의 병사들을 압도하고 잇는 모습이 보였다. 비록 아레온의 병사들이 속속들이 뒤쪽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그들은 채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백부장들이나 다른 지휘관의 호령에 칼을 뽑아 들고는 전세가 불리한 곳으로 속속들이 투입되기에도 바빴다.
추사인이 자신의 말에 올라타고는 율레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부탁하네"
추사인의 말에 율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말게, 자네가 올때까지는 지키고 있겠네"
율레스가 그렇게 담담히 웃으며 말하고는 자신의 칼을 곧추세우고는 새로이 나타나는 짐보만의 병사들에게 말을 달려 달리기 시작했다. 숲에 발을 디뎠던 짐보먼 병사 두엇이 율레스가 탄 말에 채여 뒤로 나자빠졌다. 율레스가 다른 병사를 향해 자신의 칼을 옆으로 마치 낫으로 이삭을 베듯 휘둘렀다.
"크헉"
병사들의 목과 반쯤 잘린 머리가 율레스의 칼에 피를 내뿜으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추사인이 그런 율레스의 모습을 보고는 병사들이 달려오는 숲길을 뚫으며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병사가 조심스럽게 벽을 밀어 붙였다. 그러자 몇백년은 끄떡없을 것 같던 벽이 굉음을 내며 양 옆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됐다."
카틸라의 얼굴 가득 회심의 미소가 흘렀다. 카틸라가 자신의 칼을 뽑아 들고는 앞으로 치켜들었다.
"가라. 우리의 목적은 영주라 자칭하는 쿠타린과 그 아들놈의 목이다. 공을 세운 자들에게는 여주님으로부터 지대한 상이 있을 것이다."
카틸라의 말에 병사들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뚫려진 벽을 타고 안으로 넘어들어가기 시작했다.
"헉 적이.."
몇 명의 병사가 안에 잇었던 듯 갑작스레 나타난 카틸라의 병사를 보고는 급히 소리를 쳤지만 카틸라의 병사들이 재빨리 안에 잇던 병사들의 목을 날렸다.
짐보만의 병사들이 채 말도 마치지 못하고 자신의 목을 잃어버렸다. 카틸라가 천천히 벽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환한 낮인데도 방안은 음침한 듯 습기와 더불어 쾌쾌한 냄새가 났다.
"흠 감옥이었군. 비도가 감옥과 연결되다니 의외인걸?"
카틸라가 그렇게 중얼 거리고는 이미 활짝 열린 감방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보아하니 이곳의 감방문은 안에서도 열수 있게 만든 듯 했다.
감방 문 밖에는 이미 병사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듯 감옥의 간수들인 듯한 병사가 자신의 목을 잃고 바닥에 뒹굴고 잇었다.
"자, 가자"
카틸라가 몸을 잃고 헤매는 머리통을 바닥 한켠으로 쳐내고는 말했다. 감옥안은 대부분이 비어잇었고 그나마 죄수가 들어찬 방은 모진 고문을 받았던 듯 만싱창이가 되어 있었다.
카틸라가 여유 잇게 그런 감방안의 풍경을 돌아보며 걸음을 걷다가 눈에 이채를 띄고는 복도 중간의 감방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그리고는 밖으로 잠긴 자물쇠를 열고는 감방 안으로 들어갔다.
"호 이게 누구신가? 그 말괄량이 아가씨 아닌가?"
카틸라가 방 안 한구석에서 잠을 자고 있던 라나를 보고는 말했다.
"누..누구? 너..너는 카틸라?"
라나가 잠에서 갓 깨어난 듯 머리를 흔들다가 카틸라를 보고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호? 영광인걸? 이몸을 다 기억해 주시고 말이야."
카틸라가 라나의 앞으로 다가가선 한 손으로 라나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거 놔, 더러운 손 놓지 못해?"
라나가 자신의 얼굴을 잡은 카틸라의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카틸라가 재빨리 그런 라나의 손을 막아 내었다.
"네 놈이 날 이지경으로 만든건가?"
라나가 이를 갈며 말했다. 카틸라가 의아하다는 듯 라나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가 뭔가를 눈치챈 듯 피식 웃었다.
"크크 그렇군 네년도 그놈들에게서 버림 받은 것이군? 카카, 꼴 좋게 됐구만"
라나의 얼굴이 카틸라의 말에 하얗게 핼슥해졌다.
"설마.. 설마 그럼 그들이 날?"
"크크 자신이 무슨 꼴을 당했는지도 모르는 모양이군. 하지만 기대하라구 금방 일을처리하고선 네년을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 그때 끝내지 못한 일을 마져 해치워야지 않겠어?"
"퉤, 날 네놈 뜻대로 할수 있을 거라 생각해?"
라나가 카틸라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어 내고는 앙칼진 음성으로 말했다. 카틸라가 쇠로 만든 건틀렛을 찬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간 라나의 뺨을 향해 갈겼다.
"캬악"
라나의 얼굴 한쪽에 건틀렛에 의해 심하게 상처가 나면서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건방진 년 같으니. 이 성은 곧 함락된다. 바로 이 나의 손으로 말이야. 함락 후에 네년 꼴을 기대하고 있으마"
카틸라가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감옥을 나섰다.
"천만에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네놈의 노리개가 되는 것은 사양이야"
라나가 표독한 음성으로 외쳤다. 카틸라가 밖으로 나가다가 몸을 돌렸다.
"흥, 지금은 제법 앙칼지게 굴더라도 네년이 내 손을 벗어 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이전처럼 너를 구해줄 케사인도 없을 것이다."
"이.."
"카카 기대하라구. 이번에는 모든 사람들이 있는데서 공개적으로 널 강간해 줄테니 말이야. 그 다음엔 내 부하들을 즐기게 해주지 네 그 잘난 몸뚱이로 말이야 카카카"
카틸라가 뭐가 그리 좋은지 만면에 통쾌하다는 듯한 웃음을 짓고는 감옥 문을 빠져나갔다.
"크헉 적이다."
"크악"
밖은 벌써 짐보만 성내의 병사들과 접전이 벌어졌는지 여기 저기에서 칼부딪치는 소리와 더불어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카틸라가 감방 문을 '쾅'소리나게 닫고는 열쇠를 다시 죄었다. 그리고는 카틸라 주위를 서성이는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자 가자. 오늘 밤 내 너희들에게 신나는 포식을 시켜주마. 술 여자 그리고 온갖 보화가 너희를 기다리고 있다."
"와"
"짐보만에 영광을"
병사들이 카틸라의 말을 듣고는 기운이 난 듯 각기 자신의 칼을 들고 감옥 밖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비상 이다 비상"
"놈들이 비도를 타고 들어왔다."
"놈들을 죽여라"
"쿠타린을 찾아라"
감옥 밖은 바로 짐보만 성의 내성 안쪽 정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카틸라가 정원에 들어서자 이미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진 병사들의 시체가 군데 군데 눈에 띄었다.
짐보만 측도 이미 비도를 타고 난입할 것에 대비 했었던지 꽤 많은 수의 중무장한 병사들이 속속 내성의 정원을 향해 튀어 나오고 잇었다.
"놈들은 별거 아니다. 기사단의 명예를 빛내라."
그들은 하나같이 은빛으로 빛나는 갑옷을 입고는 중무장한 채 자신들을 노리고 달려오는 카틸라의 병사들을 향해 이빨을 갈며 달려 들기 시작했다.
"제길, 힘들게 되었구만"
카틸라가 중무장한 기사단의 모습을 보고는 짐짓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날렵하면서도 긴 칼을 꺼냈다.
"가자. 놈들을 제압하라"
카틸라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중무장한 병사를 향해 칼을 치켜들며 달려들었다. 카틸라 뒤에서 중무장한 병사들로 인해 약간 멈칫 거렸던 카틸라의 병사들이 맹렬히 달려드는 카틸라의 모습을 보고는 용기를 내선 눈 앞의 기사단을 향해 짓쳐들기 시작했다.


128. 21화 짐보만 함락(6)
기사가 자신의 앞으로 달려드는 병사를 향해 자신의 칼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크악"
기사의 앞쪽으로 달려들던 병사하나가 기사의 칼에 아래쪽 사타구니로부터 길게 자싱을 입고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아직 완전히 죽지는 못했던 듯 땅을 기어 다니며 고통 스런 비명을 토해넸다. 하지만 곧 이어 병사의 뒤쪽으로 달려오던 다른 병사의 발에 몸을 짓눌려 졌다.
기사가 자신의 들어 올렸던 칼을 허공 중에서 방향을 바꾸어 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휘둘렀다.
"크흑"
곁에서 달려들던 다른 병사 하나가 어깨 죽지부터 크게 잘려져 나갔다. 기사의 빈틈을 노리고 곁에 잇던 병사가 자신의 창을 기사의 뒤쪽으로 쑤셔 넣었다.
비록 갑옷으로 인해 커다란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워낙 강하게 쳐댄 터라 기사의 갑옷 등판 쪽이 움푹 우그러지면서 기사의 몸이 잠시 비틀 거렸다. 그러자 기사의 앞쪽에서 새로 달려들던 병사가 그런 기사의 다리를 걸어 땅으로 쓰러 뜨렸다. 그리고는 기사의 얼굴을 가리고 잇던 투구의 창을 벗기고는 그곳에 자신이 들고 잇던 칼을 찔러 넣었다.
기사의 눈이 자신의 눈 앞으로 다가온 칼을 막아 보려 공포에 질린 눈을 하며 팔과 다리를 허우적 댔지만 병사의 칼이 깊숙이 기사의 얼굴에 박혀 들어갔다.
기사가 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허우적 대던 팔과 다리를 부르르 떨어대더니 바닥으로 떨구듯 떨어져 내렸다. 기사의 투구 안은 칼자국에서 솟아 나온 피로 작은 호수를 이루다가 투구 앞 창을 통해 샘솟듯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
병사가 일어나 자신의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곳 저곳에서 중무장한 기사 한명에게 두서너명의 병사들이 달려들어 갑옷의 빈틈을 노리고 자신의 무기를 찔러 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왓다.
병사가 이를 악물고는 기사의 피가 묻은 칼을 다시금 굳게 쥐고는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병력에서 열세다. 진을 짜라"
누군가 그렇게 외치자 여기 저기서 난전을 벌이던 기사들이 자신에게 달라 붙은 병사들을 떼어 내며 점차 한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자신에게 달려들던 기사의 목에 칼을 찔러 넣어 죽음을 맞이하게 한 카틸라가 기사들의 움직임을 보고는 급히 소리쳤다.
"놈들이 뭉치게 만들지 마라 놈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라"
카틸라가 그렇게 말하고는 눈 앞에서 자신에게 달려들던 병사 하나를 도륙하고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는 기사를 향해 다시금 칼로 기사의 머리를 후려 갈겼다.
"커헉"
기사가 투구 사이로 피와 함께 살점을 튀어 나오며 기사의 몸이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무너지듯 쓰러져갔다.
"준~비 발사"
내성의 입구에서 누군가 그렇게 외치자 갑작스레 허공 중에서 화살비가 몰아쳤다. 화살은 내성안 정원에서 난전을 벌이던 기사들과 병사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원체 튼튼한 갑옷을 입고 잇던 기사들에게는 별다른 피해가 없는 반면 경무장한 카틸라의 병사들은 화살에 맞아 이리 저리 땅을 뒹굴었다.
"제길 뭐야?"
카틸라가 급히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 보았다. 내성으로 들어가는 현관에 궁수 50여명이 자세를 갖추고는 맹열히 화를 쏘아대고 잇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는 새로운 기사들이 궁수들을 호위하듯 칼을 뽑아들고 정원 쪽을 노려보고 잇었다.
"세투"
카틸라가 급히 자신의 곁을 지나치는 백부장을 불렀다.
"네"
세투가 자신의 도끼로 기사의 배를 내리치고는 카틸라에게 다가왓다. 카틸라가 손을 내성의 현관 쪽을 가르켰다.
"넌 이곳을 이탈해 저 궁병쪽을 맡아라. 빨리, 이 상태면 피해가 확산된다."
카틸라의 말에 세투가 잠시 계속해서 활을 쏘아대는 궁병들과 그 앞의 기사들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겟습니다. 제 4전대는 나를 따라라"
세투가 그렇게 외치고는 급히 정원의 왼쪽을 돌아 궁병들에게로 자신의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 들기 시작했다.
"저놈들을 막아랏"
궁병들을 호위하던 기사하나가 달려오는 세투와 그 뒤의 병사들 쪽을 칼로 가르켰다. 궁병들이 몸을 돌려 세투쪽으로 활을 날렸다.
"크헉"
몇몇의 병사들이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화을 미쳐 피하지 못하고 가슴과 허벅지에 화살이 꽂힌채로 바닥에 뒹굴었다.
"돌격"
기사가 자신의 코 앞까지 다가들어온 세투를 향해 외치고는 그 앞으로 달려 들었다. 그러자 다른 기사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고는 기사의 뒤를 쫓아 튀어나갔다.
"와, 짐보만에 영광을"
"쿠타린 전하 만세"
기사들이 세투가 이끄는 병사들과 난전을 벌이는 사이 궁병들이 병사들을 향해 다시금 활을 날리기 시작했다.
기사들과 칼을 맞대던 병사 몇 명이 그런 궁병들의 활을 피하지 못하고 쓰러져 갔고 몇몇은 자신의 주위로 쏟아지는 활에 주츰 거리는 사이 기사들의 칼에 몸이 잘려지며 피를 허공중에 뿜으며 땅에 뒹굴었다.
"카악"
몇몇의 궁병들이 갑작스레 대열을 흩트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용케 저지선을 돌파한 병사들이 마치 분풀이를 하는 양 궁병들의 대열 안으로 뛰어 들어서는 사방으로 칼로 난도질 해대고 잇었다. 별다른 무장을 하지 못한 궁병들이 그런 병사의 칼을 피해 몸을 움직이다가 전신을 난도질 당하고는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궁병들의 위협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카틸라의 병사들에게 전세가 유리하게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어느새 기사들이 한곳에 모여들어서는 새로이 진용을 구축하고 있었다.
기사들은 자신들의 강력한 방호구를 방패로 왠만한 병사들의 칼을 무시하고는 눈 앞의 다가오는 병사들을 도륙해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기사들의 진용 앞으로는 무모하게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가 몸을 난도질한 병사의 널부러진 시체들로 가득해졌다. 일단 포위를 모면한 기사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잇는 힘껏 펼쳐보이기 시작하자 병사들이 기사들에게 다가들지 못했다.
카틸라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고는 크게 외쳤다.
"뭐하나 창병! 창병들이 전면에 나서라 놈들은 고작해야 갑옷입은 인형에 지나지 않는다."
카틸라가 발아글 하듯 외치자 병사들 중 창을 지닌 병사들이 한데 모여서는 백부장의 지휘에 따라 일열로 진을 이루고는 기사들을 향해 돌진 했다.
몇몇 기사들이 자신에게 다가온 창대를 칼을 휘둘러 잘라내고는 그 뒤의 낭패한 얼굴의 병사를 칼로 후려 쳤지만 미처 창을 피해내지 못한 기사들 몇 명이 창에 몸을 찔리우거니 달려드는 탄력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이때다. 놈들의 진영 안으로 파고 들어라"
카틸라가 다시금 호령 하듯 외쳤고 창병 뒤에 있던 병사들이 튀어 나가듯 기사들의 무너진 진영 안으로 몸을 날렸다.
"아버님 피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놀란이 침통한 얼굴을 하고는 성 아래 쪽을 무심히 지켜보는 쿠타린을 향해 말했다. 성 아래의 전투는 기사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잇었고 그들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 인 듯 싶었다.
비록 몇몇 기사들이 자신의 무용으로 병사들을 이리 저리 베어 넘기고는 있었지만 그들 역시 자신의 몇배로 다가드는 병사들의 숫자를 이기지 못하고 병사들에게 에워 쌓인체 전신을 갈갈이 찢기운채 죽음을 맞이하고 잇었다.
쿠타린이 눈 앞의 그런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면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
놀란이 다시 한번 쿠타린을 향해 외쳤다. 쿠타린이 몸을 돌려 슬픈 눈으로 놀란을 바라보았다.
"놀란아, 성이 없는 영주를 누가 영주라 하겠으며 칼이 없는 기사를 누가 기사라 불러 주겠느냐? 저들이 나를 믿고 목숨을 버렸는데 내가 어찌 저들을 버리고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 친다는 말이냐?"
놀란이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성이 없얻 영주는 영주, 칼이 없어도 기사는 기사입니다. 지금 잠시 몸을 피해서 남쪽으로 가십시오. 남쪽은 아직 저들의 손길이 닿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힘을 길러 죽은 기사들의 복수를 해야 할것입니다."
"누구에게? 저들 역시 짐보만의 백성이오 병사들이다. 누가 누구에게 복수를 한다는 말이냐? 오히려 내가 지금 이곳에서 몸을 피하면 더 많은 영주민들이 카페이레의 손에 죽임을 당할 것이다.
차라리 내 한몸을 내어 주어 카페이레의 원한을 달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놀란 너만이라도 네 동생을 데리고 이 자리를 피하도록 해라."
"아버님"
놀란이 쿠타린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놀란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아, 동쪽 성문도 이미 뚫린 듯 하구나"
쿠타린이 그렇게 탄식하듯 말했다. 놀란이 급히 몸을 일으켜 쿠타린이 바라보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동쪽 성문으로부터 쭉 뻗어 있는 큰 길을 통해 완전 무장된 용병들이 자신들의 깃발을 치켜들고는 내성을 향해 달려 들고 있었다.
"아버님 제발 몸을 피하십시오"
놀란이 다시 한번 쿠타린에게 애원하듯 말했지만 쿠타린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들이 동쪽 문을 점령했다는 것은 이미 남문을 빠져나간 마몬드가 당했다는 이야기다. 부하들을 모두 죽음으로 내몰고 나혼자 살수 있을 만큼 난 뻔뻔하지 못하구나. 미안하다 놀란아"
"쿠타린을 잡아라"
"와"
"짐보만에 영광을"
쿠타린이 있는 방문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그리고 미약하나마 여기 저기에서 창과 칼이 맛부딪치는 소리와 시녀들의 것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같이 울려 퍼졌다.
"이놈들이"
놀란이 자신의 칼을 허리춤에서 꺼내어 들었다.
'콰직'
쿠타린이 있는 방의 문이 박살나듯 쪼개지면서 몇 명의 병사들이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는 방안으로 들어섰다.
"여기다. 여기 쿠타린이 있다."
병사들 중 하나가 급히 밖을 향해 외쳐댔다. 문 밖 주위에는 기사들 두엇이 최후까지 저항을 포기 하지 않았던지 깁옷을 피로 잔뜩 물들인채 바닥에 뒹굴고 잇었다. 그리고 그 주위벽과 바닥이 온통 피범벅으로 변해 있었다.
"잡아라"
병사들 몇 명이 흥분된 얼굴로 쿠타린이 있는 방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칼을 쿠타린을 향해 겨누고는 감히 앞으로 나서는 병사는 없었다. 문득 박을 바라보던 쿠타린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병사들이 움찔 거리며 한걸을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곧 자신들의 실태를 깨닳은 병사 하나가 칼을 쿠타린에게로 겨누며 외쳤다.
"네 목을 내 놓아라 쿠타린"
"네 이놈"
놀란이 자신의 칼을 방금전 말을 꺼낸 병사를 향해 휘두를 듯 치켜들고는 분노의 일갈을 터뜨렸다.
하지만 놀란의 행동은 이내 쿠타린의 손에 의해 제지 당했다.
"됐다. 놀란아."
쿠타린이 그렇게 놀란을 제지하고는 병사들을 향해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수고했다. 이제 날 그대들의 주군 앞으로 데리고 가라"
병사들이 쿠타린의 말에 맘 속 한군데가 뜨끔하는 것을 느꼈는지 아무런 말도 못했었다. 그들은 바로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쿠타린의 편에서서 싸웠던 것을 기억하는지 내심 양심의 가책을 받는 듯한 표정이 었다. 그러나 곧 그들을 제치고 한명이 들어섰다.
궁병들을 향해 도끼를 휘둘러대던 백부장 세투였다. 그의 몸도 다른 병사들처럼 온통 핏물로 잔뜩 더럽혀져 잇었다.
"전하 죄송합니다. 하지만 명을 받은 이상 저희는 그 명에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인채 말했다. 쿠타린이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부디 성 안의 일반 사람들과 힘없는 자들은 건드리지 말아주게"
쿠타린의 말에 세투가 묵묵히 고개만을 숙인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쿠타린이 그런 세투의 태도에 쓴 웃음을 짓고는 천천히 세투 앞으로 다가갔다. 세투 뒤에 있던 병사들이 황급히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쿠타린이 다가온 것을 안 세투가 천천히 일어나 쿠타린의 앞에 섰다. 쿠타린이 다시한번 세투에게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세투가 쿠타린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렸다.
병사들이 세투의 앞에서 길을 터주었다. 세투가 묵묵히 병사들이 터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쿠타린이 자신의 앞에 만들어진 길을 묵묵히 걷기 시작했다.
성 안 여기저기서 세투와 쿠타린의 모습을 본 시녀들과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무릎 꿇린체 벽에 기대고 있던 기사들이 소리 죽여 흐느끼기 시작했다.


129. 21화 짐보만 함락(7)
"죽어라"
짐보만의 병사가 아레온의 병사를 향해 칼을 찔러댔다.
"크악"
아레온 병사의 몸이 짐보만 병사가 내질른 칼에 꿰뚤리면서 허공으로 피를 뿜어 내었다.
"학학"
짐보만 병사가 앞으로 고꾸라지는 아레온 병사의 몸에서 칼을 뽑아 내고는 가쁜 숨을 몰아 셨다. 짐보만 병사가 잠시 허리를 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죽은 시체가 발길에 채일 정도로 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짐보만 병사의 눈에 숲을 헤치고 달려오는 새로운 병사의 모습이 보였다. 병사가 반사적으로 자신의 칼을 들어 숲에서 막빠져 나온 병사에게 칼을 겨누었다.
"어? 나야 나"
상대편에서 급히 외치자 귀에 익은 목소리임을 깨닳은 병사가 칼을 거두었다.
"헉헉 좀 어때?"
병사가 허리를 숙이고는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숲을 뚫고 나타난 병사도 별다른 아는게 없었던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모르겠어.. 얼마나 죽었는지 그리고 또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도..."
"후우~"
병사가 방금 자신이 죽인 시체의 곁으로 다가가선 그 위에 털석 하고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다른 손으로 자신이 쥔 칼을 바꿔지고는 손을 몇 번 펴락 쥐락 거렸다.
"손에 쥐가 난 것 같아"
병사의 말에 숲을 헤치고 나타난 병사가 알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잠시 침울한 얼굴을 지었다.
"방금 전 유르스 녀석을 봤다."
"뭐? 그녀석 아직 살아 있었나?"
병사가 쥐락 펴락 하던 손을 멈추고는 숲을 뚫고 나온 병사를 쳐다보았다. 병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쪽에 죽어 나자빠졌더군..."
그말에 병사의 고개가 천천히 숙여 졌다.
"그래...."
"아르만, 앞으로 어떻게 할거야?"
숲에서 나온 병사가 물었다.
"어떻게 할거냐니?"
아르만이 고개를 숙인채 물었다. 숲에서 나온 병사가 처량한 얼굴 표정을 하고는 탄식하듯 말했다.
"아마 질거 같아, 우리는 붙잡히면 그대로 처형 당하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고향에 그대로 있는 건데.... 아아, 이대로 달아 나서 용병단이라도 들어갈까?"
"이시끼 너 그게 할말이야? 우린지지 않아지지 않는다구"
아르만이 벌떡 일어나 숲에서 나온 병사의 멱살을 움켜 쥐었다. 병사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아르만은 순간 숲에서 뭔가가 움직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크억"
숲에서 나온 병사가 뭐라고 말하려는 듯 했지만 정작 병사의 입에서 튀어 나온 것은 한 움쿰의 피덩이였다.
"벨베르..."
아르만이 급히 이름을 불렀지만 벨레르늬 눈이 갑작스레 동그랗게 커지고는 힘없이 아르만의 품안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 뒤로 자신과 같은 아니, 비슷한 옷을 입은 병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엇 또한 놈이 있었잖아?"
그들은 당황한 듯 주츰거렸다. 아르만이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자신의 왼손에 쥐고 잇던 칼을 세차게 휘둘렀다.
갑작스레 나타난 아르만의 모습에 멈칫 하던 아레온의 병사의 놀란 눈이 채 사라질 새도 없이 허공으로 목이 잘려나갔다. '푸하' 병사의 잘려나간 목 아래로 그동안 막혀왔다고 말하는 듯 피가 하늘 높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병사의 죽음을 바라본 다른 두명의 병사가 급히 자신의 칼을 고쳐쥐었지만 아르만의 행동이 좀더 빨랐다. 아르만은 휘두른 칼을 그 방향 그대로 앞쪽에 옆에 잇던 병사의 가슴으로 달려 가듯 찔러 대고는 그 자세 그대로 뒤로 발차기를 날렸다.
"쿠헉"
아르만의 발에 뒤로 나자빠진 병사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뒤로 날아가듯 넘어졌다. 그러나 정작 아르만에 의해 가슴을 찔린 병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입을 몇 번 벙긋 벙긋 거리더니 팔과 다리를 휘두르며 버둥 거리다가 다시 입으로 한 웅큼의 피를 토해내었다.
그리고 아르만이 칼을 뽑아 내자 칼에 맞은 곳에서 분수처럼 피를 거세게 뿜어 내고는 스르르 앞으로 쓰러졌다.
아르만이 핏발선 눈으로 자신의 발차기에 날아간 아레온 병사를 향해 다가갔다. 병사가 자신의 아픈곳을 감싸며 주츰 주츰 뒤로 물러낫다.
"이..이러지마... 너희는 졌어... 방금 쿠타린이 항복했단 말이야...."
아르만이 잠시 멈칫 거렸다. 병사가 그에 힘을 받았는지 더욱을 입을 재게 놀렸다.
"이미 너희들 대부분이 항복했어.. 진짜야.. 그러니 너두 항복하라구..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거야... 아.하하... 우..우린.. 같은 고장 사람이잖... 크악"
하지만 병사는 채 말도 끝내지 못하고 자신에게 다가온 아르만의 칼날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아르만이 몸을 돌려 벨베르에게 다가갔다.
"벨베르 정신차려"
벨베르가 아르만의 품에 안겨서 가쁜 숨을 토해 내었다.
"아르만 도망가... 이젠 틀렷어... 아마 포로들도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 너만이라도 살아남아..."
아르만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아르만이 자신의 흐르는 눈물을 닥아 내고는 벨베르를 자신의 한쪽 어깨에 부축하고는 강한 눈빛을 빛냇다.
"포기하기에는 아직 일러 벨베르.. 우린 살아 남는 거야. 아니 꼭 살아 남?quot;
아르만이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숲을 헤치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땅에는 온통 죽은 시체들과 부러진 창칼들이 땅으로 스며드는 뜨거웠던 피들을 안타까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정말인가?"
마몬드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하지만 눈 앞의 슈빌레는 굳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입니다. 이미 쿠타린 전하 뿐만이 아니고 놀란 전하 마져도 적들의 손에 붙잡히신 듯 합니다."
"크흑 내가 주군도 하나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불충한 죄인이 되는구나"
마몬드가 땅에 무릎을 꿇으며 오열하듯 말했다.
슈빌레가 그런 마몬드의 행동을 잠시 지켜보고는 천천히 마몬드의 몸을 잃으켰다.
"지금 이곳 상황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 지금 놈들은 새로이 병력이 불어 나서 병사들이 감당치 못하고 잇습니다.
속히 명령을 내려 주셔야 합니다."
슈빌레의 말에 마몬드의 흐리멍텅 햇던 눈에 조금 빛이 돌아 왓다. 하지만 마몬드의 절망스러운 표정은 바뀌지 못했다.
"지금 얼마나 살아 남았나?"
슈빌레가 간간히 비명소리와 칼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숲 안쪽을 바라보며 어두운 얼굴을 했다.
"지금 아마도 4~5백 정도 남았으리라 예츶 됩니다. 허나 적은 1000여명 정도가 새로이 투입된 듯 합니다."
"크.... 그 허수아빈지 뭐니 하는 용병단인가?"
"그건 아니고 아마도 아레온에서 새로 조직한 병력인 것 같습니다."
마몬드가 침통한 듯한 표정을 짓고는 결심한 듯 짐보만 성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자네는 지금 즉시 전 병력을 숲에서 물려서 남쪽 방면으로 퇴각한다."
"네?"
마몬드가 슈빌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더이상의 전투는 무의미하다. 저들은 지금 할만큼 최선을 다했다. 자네는 지금 즉시 남은 병력을 모아 남쪽으로 이동하라. 그리고 그곳에서 살길을 찾아라."
"하지만 각하 각하께서는..."
마몬드가 고개를 살레 살레 저었다.
"나는 이미 주군을 잃은 몸 주군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 하지만 자네는 아니야. 자네는 지금껏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가야할 날이 더 많이 남았다. 가라.. 가서 오늘 죽은 병사들의 몫까지 살아남기 바란다."
슈빌레가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안될 말씀입니다. 각하께서 가시지 않으면 저도 가지 않겠습니다."
슈빌레의 말에 마몬드가 노한 표정을 지었다.
"귀관마져 그렇게 나온다면 지금 저들의 생명은 누가 책임질것인가? 귀관은 저들의 생명이 그저 이 땅에 허무하게 사라지길 바라는 것인가?
또한 쿠타린 전하의 뜻은 누가 받들겠는가? 그분이 단순히 패역자, 반역자로 그 이름을 남겨도 좋다는 말인가?"
슈빌레가 마몬드의 질책에 처연하게 고개를 숙였다. 마몬드가 그런 슈빌레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곤 슈빌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자네에겐 지금껏 살아온 날들 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 많이 남앗네, 자네 뿐 아니라 저기 저 숲속에서 싸우고 잇는 병사들도 마찬가지야. 살아남게 이것이 내 마지막 명령일세"
"각하"
슈빌레가 고개를 들어 마몬드를 향해 얼굴을 들었다. 슈빌레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소리없이 흐르고 잇었다.
"제 1기사단 부관 슈빌레 마몬드 각하의 명령에 따르겟습니다."
슈빌레가 한쪽 무릎을 꿇어 그렇게 경례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몇걸음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잇던 병사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아직 소년인 듯한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품에 매달려 있는 나팔을 힘차게 불어대기 시작했다.
"뿌우~ 뿌우~ 뿌우~"
약간은 애처로운 나팔 소리가 숲 안 깊숙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놓치지 마라. 단 한놈도 놓치면 안된다."
추사인이 벌겋게 핏발 선 눈으로 검은 빛 철창을 휘두르며 외쳐대는 가운데 아레온 병사들이 급한 걸음으로 추사인의 곁을 지나 남쪽 숲을 향해 내달려갔다.
"이놈들..."
추사인이 이빨을 갈며 핏발선 눈으로 메섭게 남쪽 숲을 노려 보았다.
"오늘 그동안 죽은 동료들의 핏값을 받아내고야 말 것이다."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한 가운데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정도의 어둠이 내려 않기 시작한 숲에서 추사인이 눈을 번뜩이며 그렇게 말했다.
추사인이 바라보는 남쪽에서 갑작스레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며 잠시후 한 병사가 급히 추사인에게 달려와선 땅에 한쪽 무릎을 꿇고 는 급히 외쳤다.
"각하 놈들의 뒤를 잡았습니다."
"그래? 가자. 놈들을 남김없이 잡아야 한다. 그동안 죽어간 우리 동료들의 핏값을 받아내야 한다."
추사인이 그렇게 말하고는 병사가 가리킨 방향 쪽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크악"
추사인이 숲을 헤치고 앞으로 나서자 몇몇 창을 지닌 병사들이 땅에 뒹굴고 있는 짐보만의 병사를 향해 창을 꽂아대고 있었다. 그들의 발치에 누웠던 병사들은 거개가 부상을 입은 듯 몸 이곳 저곳이 칼에 베이거나 창에 찔린 상처들로 가득했다.
병사들은 아레온의 병사들이 내찌르는 창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몸을 부르르 떨어대다가 이윽고 잠잠해 졌다.
그 앞쪽에서는 그나마 전투가 벌어졌는지 칼과 칼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져 나왔다.
"뭐하나 죽은 놈들은 놔두고 나머지 놈들을 쫓아라"
추사인이 재차 죽은 시체에 창질을 하려는 병사들에게 호통을 치고는 칼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병사들이 창을 내지르려다 멈추고는 추사인의 뒤를 따라 재빨리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남쪽 숲의 한 공터는 부상당한 병사들이 옹기 종기 모여 달려드는 아레온의 병사들을 힘겹게 막아 내고 잇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는 이미 피로 칠갑을 한 기사가 차분히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추사인이 그 모습을 보고는 이를 다시한번 갈아대었다.
"네 놈들의 운명도 여기까지다. 뭐들하나 놈들은 이미 상처입은 병신들이다. 놈들을 남겨두지 마라"
추사인이 그렇게 외치자 숲 안 곳곳에서 새로이 나타난 병사들이 득달같이 원형을 이룬 짐보만의 병사들에게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크악"
"크헉"
"어..어머..."
애초에 숫적으로 열세인데다가 부상까지 당한 짐보만의 병사들은 아귀처럼 다가오는 아레온의 병사들을 막을 수 없었다. 점차 짐보만의 병사들이 하나 둘 아레온 병사들이 휘두른 칼과 창에 몸을 잘리우고는 피로 질척거리는 땅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130. 21화 짐보만 함락(8)
"호? 이게 누구신가? 제 5기사단의 마몬드 남작 아니신가?"
추사인이 자신의 창을 한손으로 쥐고는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추사인의 나타날 때부터 지긋이 바라보던 마몬드가 자신의 철창을 두손으로 잡고는 앞으로 나섰다.
"크크 카페이레의 개 오랜 만이군"
마몬드가 비웃듯 말하자 추사인이 화를 벌컥 내면서 병사들 앞으로 튀어 나갔다.
"이 늙어 빠진 쿠타린의 개가"
"호? 자네가 나서겠다고? 자네는 아직 내 상대가 못될텐데?"
마몬드가 비웃듯 그렇게 말했다. 추사인이 잠시 흠칫 거리다가 아직 완쾌되지 못한 듯 붕대를 감고 있는 마몬드의 팔을 가르키며 비웃음을 날렸다.
"크크 자신의 몸이나 걱정하시지 고작 용병놈들에게 그런 꼬라지라니 우수워서 말도 안나오는 구만"
추사인이 그렇게 비웃고는 자신의 창을 들어 마몬드의 목을 지긋시 노렸다.
"크크. 나니깐 이정도지 자네 같았으면 아마도 벌써 진작에 땅에 뒹굴었을걸?"
마몬드 역시 자신의 창을 곧추세우고는 추사인을 노렸다. 곁에 잇던 다른 병사들이 침을 삼키고는 추사인과 마몬드의 곁에서 물러났다.
"크크 이 늙은이 늙었으면 얌전히 집에서 벽에다 똥이나 쳐바를 것이지.."
추사인이 자신의 창을 쥐고 마몬드를 향해 휘두르며 외쳤다. 마몬드가 추사인이 내지르는 창을 자신의 창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한쪽 팔의 부상으로 인해서인지 마몬드의 몸이 휘청거렸다. 마몬드가 급히 바을 놀려 추사인의 창이 던지는 힘에서 벗어 났다.
"클클 아직 멀었구만 자네는 아무래도 젖좀 더먹고 와야 할 것 같아?"
마몬드가 뒤로 물러선 탄력을 이용해 추사인의 몸을 노리고 창을 찔러댔다.
추사인이 그런 마몬드의 창에서 몸을 틀어 벗어나고는 다시 자신의 창을 힘껏 마몬드를 향해 내려쳤다.
"크크 곧 되질 늙은이가 쓸데없이 말만 많구?quot;
추사인이 휘두르는 창에 마몬드가 몸을 숙여 머리 위로 지나보내고는 이번엔 좌에서 우로 크게 휘둘렀다.
추사인이 마몬드의 휘두르는 창을 가소롭다는 듯 자신의 창으로 튕겨내고는 그대로 마몬드의 몸을 향해 창을 찔러댔다. 그러자 마몬드가 기다렸다는 듯 추사인의 창을 몸을 틀어 회피하고는 그대로 추사인의 품안으로 뛰어 들었다.
"아니.. 뭐하는거야"
추사인이 헛바람을 집어 삼키고는 내찔럿던 창을 급히 옆으로 휘갈겼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마몬드의 창이 추사인의 가슴을 찌르고 들어갔다.
"크윽"
추사인의 휘두른 창에 다친 어깨에 다시한번 타격을 입은 마몬드가 짧은 비명을 토해내며 뒤로 나자빠졌다.
마몬드가 급히 몸을 돌려 추사인 쪽을 바라보았다. 추사인의 자신의 가슴 깊숙이 박힌 마몬드의 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을 바라보는 마몬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이런 개 같은..."
추사인이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옆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추사인의 몸에 박힌 창을 통해 붉은 핏줄기가 줄기 줄기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런 추사인의 모습을 바라보다 노한 눈으로 벌겋게 다시금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한 붕대를 손으로 감싸고 있는 마몬드를 노려 보기 시작했다.
"죽여버려"
누군가 그렇게 외치자 병사들이 각기 자신의 탈과 창을 꼬나쥔채 마몬드를 향해 달려 들기 시작했다.
"크헉"
마몬드의 몸이 병사들이 난도질한 창과 칼에 갈갈이 찢겨져 새빨간 고깃덩이로 변하기 시작했다. 문득 마몬드의 눈이 남쪽 숲을 향했다. 그리고 알 듯 말듯한 미소가 어렸다.
병사들이 마몬드를 짓이기고는 그 분노의 눈을 부상당한 짐보만의 병사에게로 돌렸다. 부상당한 병사들이 그런 아레온의 병사들의 모습에 다시금 자신들의 무기를 고쳐잡앗지만 그들은 아레온 병사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숲 안 한쪽에 모여 잇던 부상당한 병사들은 곧 그들의 상관인 마몬드와 마찬가지로 새빨간 고기덩이로 그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 듯 고깃 덩이로 변한 시체를 향해 몇 번의 발길을 해대고는 숲 안쪽으로 하나 둘 모습을 감추었다.
그들이 떠나간 뒷자리에는 해가 완전히 서쪽으로 지고 만든 짙은 어둠만이 그들의 난도질 당한 육신을 어느새 침을 흘리며 다가오는 들개떼들로부터 지켜주고 있었다.
"헉헉"
아르몬은 지친 가운데서도 벨베르의 생사를 확인 했다. 다행이도 아직은 숨이 붙어 있는 듯 싶었다.
"일단 의원에게만 보이면 돼"
아르몬이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눈을 들어 성문 쪽을 바라보았다. 아레온의 병사들로 보이는 그림자들이 길죽한 창을 들고는 아직 땅에서 신음을 흘리는 짐보만의 병사들을 확실하게 죽음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서로 잡담을 나누며 마치 벌레를 죽이는 듯 전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그가 살아잇건 아니면 이미 죽은 시체건 상관없이 창을 꽂아대고 잇었다.
간혹 정신을 차리거나 혹은 기회만 보고 있던 몇몇의 병사들이 그들이 다가오기 전에 재빨리 일어나 도망치려 했지만 얼마 달아나지 못하고 아레온의 병사들에게 포위당한채 창과 칼로 짓이겨지기 일쑤였다.
"쿠아악"
또다시 부상당한 짐보만 병사가 재차 확인사살에 걸렸는지 끔찍한 비명을 토해내며 손을 뻗어대다간 이내 잠잠해 졌다. 그 위를 아레온 병사 몇몇이 낄낄대며 그런 짐보만 병사의 시체를 군화로 걷어차고 있었다.
아르몬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미 기절한 벨베르를 다시 한번 등에 단단히 고정 시켰다.
벌써 몇 번의 전투를 치른 탓인지 벨베르를 업어가는 아르몬의 손길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젠 한계인가?"
아르몬이 자신의 떨리는 손을 잠시 안쓰런 눈으로 바라보고는 자조적인 음성을 토해냈다. 하지만 이내 아르몬에 땅에 떨어진 칼 하나를 주어선 남은 한팔로 땅에 뒹구는 이름없는 병사의 옷자락을 길게 찢어 내고는 칼과 자신의 손을 묶기 시작했다.
비교적 깨끗한 천을 썼음에도 아르몬의 손에서 배어나오는 피로 천은 금새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버텨다오 조금만 더"
아르몬이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벨레르를 엎쳐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숲을 조심히 나서기 시작했다.
어두운 불빛에 가려서 아직 아르몬을 알아보는 병사들은 없는 듯 했다. 기실 짐보만의 병사들이나 아레온의 병사들이나 겉보기에는 거의 비슷한 군복을 입고 잇었고 또한 무장 역시 대동소이했다.
따라서 쉽게 아르몬이 아레온의 병사인지 아닌지 알수 없을 터였지만 친우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아르몬에게는 못내 두려운지 성을 향해 걸어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아르몬이 주위의 병사들이 아직 눈치 채지 못했음을 깨닳고는 더욱 대담하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몇몇 짐보만의 병사들이 아르몬이 있는 쪽을 바라보곤 했지만 너무 어두운 밤인지라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았고 성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아 짐보만의 병사라 생각되지는 않앗던 듯 이내 다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르만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비틀 거리는 걸음으로 성문까지 도착했다. 성문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갑자기 문 안 양 옆에서 누군가 튀어 나와 아르몬을 향해 창을 들이대었다.
"누구냐?"
갑작스런 날카로운 질문에 아르몬이 흠칫 놀라는 몸짓을 하며 떠듬거리며 말했다.
"네.저...저 동료가 중상을 입어서 치료를 받으려고..."
아르몬 앞에 나타났던 병사가 뒤쪽으로부터 횃불을 받아 들더니 아르몬의 뒤쪽에 있는 벨베를 살펴보았다.
"음 꽤나 중상이군 얼른 가봐"
아르몬이 성문의 병사가 그렇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벨베르를 업고는 시내 쪽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점령된 도시가 대개 그러하듯 시내를 돌아다니며 의원이란 의원은 죄다 문을 두드렸지만 그 어느곳 하나 아르몬에게 문을 열어주는 곳은 없었다. 그들 의원의 대부분은 죄다 아레온 군에게 끌려 갓다는 이야기만 얼핏 들었을 뿐이었다.
아르몬이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자꾸만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벨베르를 끌어 앉고 소리없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거기 누구죠?"
누군가 아르몬의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여자의 음성에 아르몬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분명 상대는 여자의 목소리가 분명했지만 낯선 복장을 하고 있었다. 머리는 후드로 잔뜩 뒤짚어 쓰고 잇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앗지만 입고 있는 옷은 분명 전투를 위한 갑옷이었다.
"용병대..."
아르몬이 곧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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