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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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425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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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부까지 올립니다.
 
너무 도배하는 것 같아서 좀 더 후에 올리려고 했는데
 
평일에는 제가 못 올릴수도 있어서 미리 올려드립니다. 즐감하세요~
 
 
 
<10부>


#1.오너란 단어의 존재이유.


나는 천천히 갑작스럽게 만난 또다른 오너,차우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나보다 어려보이긴 하지만,강해보였고
무엇보다 나보다 훨씬 전부터 오너였을 테니까.

"음공이란...말그대로 음악의 선율,즉 악기를 통해 마나를 운용해서,적에게 데미지를 입히거나,혹은 아군의 마나
를 회복시키는 형태를 말합니다."

"어려운데?"

"흠..뭐 그러실수도 있겠죠.상당히 난해 하거든요.음공이란게...게다가 저희 중국에서 말하는 음공과,마나를 사
용하는 음공은 조금다르니까...일단 그 악기를 불면서 마나만 모으려 하지 말고 그것들을 이미지화 해보세요."

"이미지..화?"

"네.흠...뭐라고 설명해야 할까.마나를 칼로 이미지화 시켜서 공격한다던지..뭐 그런것들이죠."

차우는 중국식 의상인 상의에서 사과를 하나 꺼내더니 와삭 하고 베어물었다.나는 손을 뻗어 담배를 찾았다.다행
히 실내 금연이란 단어는 없었으니까.하하하하.

"그런거...생각해본적 없는데..."

"그리고,다신 마나를 몸에 받아들이지 마세요.주화입마로 가는 지름길이니까."

"주화입마?"

"뭐..그건 제 모국인 중국에서 쓰는 말이긴 하지만,설명하기 복잡하니까 그냥 그렇게 알아두세요."

서글서글하게 웃는 차우덕분에 나는 자연스레 그에게 말을 놓게 되었다.어차피,나보다 어린것은 자명한 것일 테
니까 말이야.하하하.

"넌...어떤 페어리들을 갖고 있는거야?"

난 이상하게 이런게 궁금하더라 하하하하하.차우는 내말에 입안가득 우적거리던 사과를 꿀꺽하고 넘겼다.

"흐음...뭐...두명의 페어리를 데리고 있어요.하나는 라이트닝 레이디.그리고 하나는 다크 포이즈너."

"그...그게 뭔데?"

"우하..이 형님 진짜 아무것도 모르시네요?"

이..이 자식이.무식한게 죄냐?몰라서 대회의에 쪼르르 온거아냐 임마.

"뇌전을 지배하는 마법사,그리고 독을 다루는 마녀....라는 거죠."

"흠..."

조금은 흥미롭다.차우의 페어리들은 비록 본적이 없지만,왠지 이름만 들어도 강할것만 같다.

"2차개화 때문에....혼란스러우시죠?"

"풉!"

나는 담배를 한모금 빨아들였다가 갑작스런 차우의 한마디에 콜록거리며 연기를 뱉었다.이자식..굉장한 친화력
인데...만난지 20분도 안됐는데 되게 정곡을 찌르네...크게 될 놈일세..흠흠!

"어..사실은...약간."

내 말에 차우가 씩 웃었다.

"간만에...제대로된 오너를 만났네요."

"뭔말이야??"

"여기 있는 오너중엔 아무도 그런것엔 갈등하지 않아요.옳타쿠나!이게 왠 떡이냐!이러면서 자연스레 페어리와
몸을 섞죠.자신의 성노예처럼 부리는 것들도 태반이고.그 놈들에게는 진정한 오너의 모습이 뭔지,그리고 왜
오나라는게 있는지,전혀 정립되어 있지 않은 듯해요.그래서 파티에도 안어울렸지만."

"진정한...오너?"

내 되물음에 차우는 이제 꼭다리만 남은 사과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는 나를 보며 말을이었다.

"오너라는건,페어리들을 그저 이용하는 위치가 아닙니다.오너가 페어리들을 육성한다는 말들을 하지만,그거 다
개소리에요.강해져야 하는건,페어리가 아닌 오너란 뜻입니다."

"그 말은?"

"말하자면,이런거죠.페어리들이 이 세계로 넘어온것은,자신들의 세계가 황폐화 되었기 때문입니다.물론 그 세계
의 능력자들이 엄청난 마법을 동원해서 한 일이겠죠.그치만,하필이면 왜 차원을 넘어 왔을까요?그렇게 힘이 있는
사람들이,어째서 대적을 하는 것보다 세계를 탈피하는 일을 택했을까요?"

흠...나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였으니까.

"간단합니다.그들은 "이 세계의 인간"이라고 하는 새로운 전투력이 필요했던 거죠."

차우의 말에 나는 얼어붙어 버렸다.맙소사...그런거였구나.오너가 페어리들이 필요했다기 보다,마나의 반응력이
좋은 오너들이 페어리들에 의해 선택된 것이다.그리고,각각 마법사나 기사등, 각자 특화된 영역으로 오너를 강
해지게 하는것이 목적인 것이다.

"니 말은...우리가 페어리들의 세계로 가야 한다는 거야?"

내 말에 차우는 씩 웃었다.짜식.순박하게 웃으니 좀 귀여운데.

"아뇨.그건 조금 심한 비약이겠죠.하지만 분명한건,오너는 페어리들에게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페어리들보다 강해져서,그들을 전두 지휘하고,운용하는 소대장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아..."

비로소 알수 있었다.왜 오너가 강해져야 하는지를.내가 생각했던 것처럼,페어리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강해
지는 것이 아니다.페어리들을 지휘하고,그들사이에서 전략을 짜는 소대장의 역활.그것이 오너라는 이름의 존재
이유이자, 이계의 대마법사 들이 인간을 오너로 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려면...나부터...강해져야 하겠구나."

"딩동댕!바로 그거죠."

차우는 씩 웃더니,몸을 살짝 비틀어 뚜둑하는 소리를 내보였다.

"그럼 차우 너는...어떤 쪽으로 특화되어 있는거야?"

"흠...저는...격투가 입니다."

"격투가?"

"네.원체 무술을 하고 있긴 했지만...페어리에 빗대자면,저는 실버나이트라고 해야할까요?"

"아...."

그렇게 말하니 이해가 간다.맨손의 무도가.저렇게 착해보이는 녀석이....하기야.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할수는
없는 거긴 하지만.

"형님도 슬슬 시작하셔야 해요.강해지는건 물론이고,페어리들끼리의 팀업 전략이라던지..그런것도 있어야죠."

갈수록 숙제가 많아지는 기분이었다.나 강해지는 것도 바쁜데...어찌 그러냐?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알거 같았다.
이제 나도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했다.언제 전쟁이 벌어지는가 이런것 따위에 덜덜 떨기보다는,나 자신이 페어리
들을 선두에서 지휘하며, 작전을 짜고 명령을 내려야만 한다.

"역시나...수련밖에 없는건가."

내 중얼거림에 차우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웃기는 말이지만,오너마다 수련법이 달라요."

"무슨뜻이야?"

"J라는 사람.알아요?"

안다 뿐이겠냐.난생 처음본 오너인데 말이야.내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차우는 살짝 팔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유명한 방화범이죠.그의 페어리 마유미 역시 이쪽에서는 유명한 페어리에요.단시간에 4써클의 적법사로 각성한
페어리니까요.웃기는 이야기지만, J의 방화범 행각덕분에,마유미의 성장은 비약적으로 이루어졌죠."

"뭐?그럼 그 방화범 짓이 마유미에게는 도움이 되었다는 건가?"

"어떤 의미론 수련이자 수행이었단 말이죠."

하...진짜 어처구니가 없다.난 그런식으로는 싫었다.세라와 유나를 범죄자를 만들어가면서 까지 하고 싶지는 않
았다.탐정일이면...모를까...

"여튼.저같은 경우엔 중국이야 워낙 수련할만한 산이 많으니 상관없지만요."

흠...고민해봐야 할 일이 아닐수 없다.한국에 단연코 그런곳이 있기나 하나?우리집 뒷산이 절대 사람이 안오는
그런곳도 아니고 말이야.

고민에 빠져있을때 차우가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그는 살짝 창문쪽으로 걸어가더니 문을 열었다.

"전...이만 가볼게요.아참!요거...만난 기념으로 드리는 선물."

엥?저녀석 옷 안쪽에는 무슨 블랙홀이라도 달린건가?품안을 뒤적이니 자그마한 책자가 하나 나왔다.어떤 문양도
들어가 있지 않은,마치 고대서적 같이 보이는 누런색 책자였다.

"이게..뭐야?"

"제가 중국사람인거 잊으셨어요?뭐...무공비급같이 굉장한 녀석은 아니지만,음공에 대해 적힌 책이에요.전..음공
에 전혀 소질이 없거든요."

차우가 살짝 손짓하듯 책을 던지자, 그것은 너무나 느릿느릿하게 회전하며 마치 마법처럼 정확하게 내 가방속으
로 쏘옥 하고 들어가 버렸다.하하하.마나를 실어서 던진거냐...쇼맨쉽하나는 괜찮은 놈일세.

"아참...그리고 말이죠."

뻔히 앞에 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는 특이한 성향을 보이려던 차우는 갑자기 멈춰서서
나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그..클라리넷.전투시에는 소용이 없을겁니다.좀더 날렵한 악기로 바꾸는게 좋을듯 하네요."



#2.대회의의 시작.


"세라야.."

"주인님..."

그녀가 내 품에 안긴다.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꾹꾹 눌러간다.세라와 나의 입술이 닿았다.나는 그녀의 볼을
한없이 쓰다듬으며,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콰콰쾅!

순간 울리는 굉음에 나와 세라는 입술을 떼었다.맙소사....눈이 시뻘건 괴물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크룬들이...."

세라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그 괴물들 사이에서 날아온 화살이,세라의 등뒤로 명중했기 때문이었다.

"아...안돼!"

눈앞에서 펼쳐지던 영상들이 유리가 깨어지듯 사라져 버렸다.정신을 차려보니 윌리엄스 저택의 침대 위였고,나
는 온몸이 젖은채로 벌떡 일어나 있었다.

"아..젠장...꿈이었구나."

꿈치고는 참 짧으면서도 괴상하고,괴상하면서도 짜증나는 꿈이었다.현실일리가 없지....만약 세라라면 팔로 날아
오는 화살을 쳐버렸을지도 몰라.하하하하.

똑똑.

"유 준님.일어나셨는지요.회의가 10분후에 시작됩니다."

"아...예! 알겠습니다."

문밖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외쳤다.파티가 끝나자마자, 황급히 면티에 츄리닝바지로 갈아입으며
신경질 적으로 벗어던졌던 답답한 턱시도가 눈에 들어왔다.으...저 거추장 스러운걸 또 입어야 하는거야?

나는 옷을 벗어 던지고는 욕실로 들어갔다.흠...이 저택은 철저한 숙박용이 틀림없다.개인용 저택에 방마다 욕실
이 있을리가 없으니까 말이야.하하하.결론은......윌리엄스는 부자다!라는 거겠지...쩝.

쏴아아아...

뜨거운 물을 조금 맞고 나자,정신이 조금씩 들어오며 말짱해 지는것이 느껴진다.거울의 뿌연 기운을 닦아내고
내 자신을 바라보았다.흠.....참 평범하게도 생겼다 자식.그래도 이렇게 안경을 벗으니까 뭐 나름 봐줄만 하기
도....어라?

나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샤워기 옆에 있는 욕조,그리고 나란히 올려져 있는 최고급 입욕제와 바디로션들.
뒤를 돌아보니 수건 진열장에 찍혀 있는 가구의 브랜드 이름까지도 보인다.

허...기가 막힌일이 아닐수 없다.안경안쓰면 거의 장님수준인 나인데...이거...신기한데?어째서 이렇게 잘 보이
는 거지?

"마나....때문일까?아니면..."

문득 어제밤 일을 떠올려 보았다.마나를 몸에 받아 들였고,그것을 차우가 자신의 마나를 주입해 잘못된 것을 바
로잡아 준것은 기억이 난다.설마..그것 때문일까?마나의 영향으로 시력이 좋아진거야?

혼자서 생각해봐야 답이 나올리 없다.나는 샤워를 마치고는 타올하나를 허리에 두르고 나왔다.조금 춥긴 하지만
역시나 상쾌하다.

아직까지도 얼떨떨하다.안경을 안쓰니 허전하기도 했다.다시금 안경을 써 보았지만,역시나 엄청난 어지러움을
느끼며 바로 벗어 던져 버렸다.뭐...괜찮겠지.덕분에 조금은 덜 어눌하게 보일수도 있고 말이지.

천천히 어제 내 목을 그렇게 졸라대었던 턱시도를 다시금 착용하기 시작했다.별수 없지 않은가.뭐..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지 뭐.그렇게 격식들을 중요시 하는 영국분이 주최자시니 말이야.

말쑥한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본후,나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회의라....그래.어제가 전야제 였다고 했었
지 분명히.회의라는건 어떤건지 궁금하기도 하구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유 준님.이쪽으로."

밖에있던 여직원이 꾸벅하고 인사를 올린다.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내 옆방을 바라보았다.

"저..혼자 가야하나요?"

"네.오너분들만 참석하게 되어 있습니다.페어리분들은 따로 식사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아..그거다행이구만.유나는 배고프면 무서워지거든.하하하하.그나저나,과일킬러 노아의 입맛에 맞는 아침이려면
과일이 최소 두종류 이상은 되야 할텐데...괜찮으려나...쩝. 하기야,노아가 딸기음료를 좋아하는것도 알고 있는
사람인데,뭐 걱정할건 없겠지.

나는 어제 처박아놓은 덕분에 살짝 구겨져 있는 옷들을 툭툭 털며 여직원의 뒤를 따랐다.신기하게도 어제 질펀한
파티가 벌어졌던 홀은 물론,격한 대련으로 너덜너덜해져 있던 무도회장도 깔끔하게 원상복구되어 있었다.하기야,
이런걸로 놀라면 오너 못해먹지...암.

회의장은 지하에 위치해있는듯, 여직원은 숨겨져 있던 통로의 문을 열어 지하로 내려갔다.이 저택..이젠 슬슬
요새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져 들어왔다.하하하.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그럼 전 이만..."

그녀의 90도 인사에 나도 모르게 맞절을 해버렸다.헐...그러고 보니 크다.지하 전체가 회의 장인걸까?커다란 문
에는 "대회의장"이라고 멋드러진 필기체로 쓰여져 있다.하핫!새삼스럽게 영어를 잘하게 된 내가 신기한데..

끼이익.

문을 여니,길게 쭈우욱 이어진 테이블이 보였고,그 곳에는 많은 인원들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었다.문을 열자마
자 좌중의 시선이 한번에 나에게 꽂힌다.허허.이거 참 쑥스럽구만.걔중에는 어제 사귄 사라 케인과 차우의 모습
도 보인다.

"으응?나...여기인 거야?"

"운치곤 재밌는데요."

하하하.테이블위에는 오너들의 이름이 주욱 적혀 있었고,내 자리는 공교롭게도 차우의 옆자리였다.가장 상석인
맨끝자리에는 윌리엄스가 앉아 있었다.

"유 준씨도 왔으니...모두 모인듯 하군요."

으윽.암 쏘리!다들 나를 기다렸던 거구만.허참...조금 미안한데?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미안함을 표시했고,사라
는 나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그럼,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윌리엄스가 조용히 개회를 선언했다.흠..그러고 보니,오너들이 전부 다 온것은 아닌 모양이구나.곳곳에 보이는
공석들이 있긴 했지만,역시나 전세계에서 모인것이다 보니 많은 오너들이 있었다.대부분 유럽인들이었지만,나와
차우,그리고 J처럼 동양인들도 꽤 보였다.가끔씩 아랍계열이 보이기도 했고,특이하게도 흑인은 단 한명도 없었
다.

"올해역시 작년처럼 불참하신 오너분들이 몇몇 계십니다만.뭐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요."

"불이익은 없는 겁니까?"

윌리엄스의 말에 누군가가 질문을 했고,그는 어제처럼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당연히 있습니다.오늘 회의에서는...아주 중요한 것을 발표할 계획이니까요.못듣는 사람이 손해다..란 거겠죠."

중요한 것이라...뭔진 모르지만 흥미가 생기긴 하는군.

"그게 뭐죠?"

내 마음을 알았는지 세라 케인이 질문을 했다.차우는 회의따위는 관심도 없다는듯 앞에 놓인 물잔을 빙글빙글
돌리기만 했다.허허.짜식!언뜻봐도 막내인 녀석이...

"그것은...새로운 법안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법안?나를 비롯한 좌중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윌리엄스를 바라보았다.

"그 법안은...페어리의 강탈을 금지하자는 규약입니다."

나를 제외하고, 모인 인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뭐..뭔소리야.페어리의 강탈?

"차우.저게 무슨말이야?"

차우는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 피식 웃었다.내게 귓속말로 속삭이는 차우의 말에,나는 또 한번 놀라야했다.

"다른 오너의 페어리를 빼앗는걸 말하는거에요.여태까지는 종종 일어났거든요."

하...하하.기가 막히다.다른 주인의 페어리를 빼았아?그게 가능하단 말이야?

"말도 안돼..그런일이 있을리 없잖아."

"종종 있었어요.힘으로 다른 오너를 제압하고,페어리의 카드를 빼앗는 거죠."

차우의 설명에 나는 어이가 없어 주변에 있는 오너들을 바라보았다.더러운 자식들.니들중에 한명이라도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냐?

"조용.조용히 해주세요."

윌리엄스의 말에 좌중은 조용해 졌다.그는 헛기침을 몇번하더니 말을 이었다.

"제 시야가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그런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허나,이제는 그런 행위를 일체 금
지합니다.오늘의 협약에 의거,그런 일이 재발할 경우에는 오너의 자격을 박탈하겠습니다."

주변이 웅성웅성 거린다.그와 동시에 J라는 녀석의 표정이 보인다.뭔가 짜증난다는 저 표정.저 자식...그러고 보
니 세라에게 치근거렸던 적이 있었지.그럼 저자식도 데리고 있는 두명의 페어리중 하나는 빼앗은 거라는 말이 되
지 않나?

"단.페어리가 다른 주인을 원할경우는 제외합니다.제가 말하고 싶은것은,강제성이 들어간 강탈이라는 점입니다."

하하.어처구니 없구만.이런 당연한 사항이 이제서야 제약이 생기다니 말이다.인간의 욕심이라는 추악한 이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수 없다.

인원들이 무언가 속닥거리기 시작하고 있다.그들의 표정을 보면,누가 누구의 페어리를 탐내고 있었는지 대충 짐
작이 간다.참고로 J란녀석이 나를 미친듯이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봐선,내 페어리중 하나를 탐내고 있었다고
해도 아예 틀린말은 아닌거 같다.

"그리고,두번째.조금씩 이질적인 마나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눈치채신 오너가 있으신가요?"

그의 말에 회의실안의 인원들은 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별거아닌것처럼 말은 하고 있지만,분명 그냥 넘
어가서는 안될 말이 틀림없었다. 이질적인 마나라 하면,페어리의 오너들끼리 모인자리에서 그것이 의미하는것은
단 한가지다.바로,차원의 문이 열리며 이종족이 난입하는 현상이겠지.

"애석하게도,지금 우리의 힘은 미약합니다.아직도 페어리들의 힘을 다른곳에 이용하시는 오너분들도 계시고,아직
오너로써의 힘을 완전히 갖지 못하신 분들도 여럿계시죠."

흠흠!조금 찔리는데.하기야 이중에서 내가 가장 신삥이니까,내가 가장 약한건 당연한걸지도 모르지.역시 세상은
냉정하다.다른 오너들이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으니까.하하하.

"조용!조용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책상을 몇번 내리쳐서 소란을 잠재운 의장 윌리엄스는 다시금 목소리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래서.제가 가지고 있는 윌리엄스 재단에서,아직 수련이 부족한 오너분과 그들의 페어리를 위해서 보조금을
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보..보조금?잠깐..그게 무슨말이냐? 하지만 다른 오너들의 반응은 나와 달리 퉁명스럽기 그지없다.하기야...수련
이 풍부한 자들은 한귀로 흘려도 될 말이기에 그런거겠지만...

"네.맞습니다.지금 하고 계신 일을 하지 않아도,페어리들과 수련에만 전념할수 있도록,저희가 자금적인 보조를
해드리기로 결정한 겁니다.단,전부 다 그렇게 해드릴순 없지만요."

"그럼..누굴 말하는 거죠?"

사라가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했다.음..땡큐 아가씨.내가 하고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는구려.

"잘 질문하셨네요.그 대상자는 여기에 딱 두 분이 계십니다."

차우는 뭐가 재밌는지 쿡쿡 거리며 웃더니만,앞에 놓인 녹차를 살짝 들이켰다.다른 오너들이 조용해진 사이에,윌
리엄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로, 방금 질문하신 사라 케인양.그리고...한국의 유 준씨입니다."

에..에?잠깐.그닥 놀랄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내가 실력이 없는건 자명한 거니까.근데...사라씨는 왜?

나와 사라를 비롯한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윌리엄스는 피식 웃었다.

"어제의 파티는,그냥 마시고 즐기기위한 파티가 아니었습니다.바로 이 원조를 누가 받을 것인가.즉,누가 가장
수련이 필요한가를 알아보기 위한 자리였기도 하지요."

젠장...쪽팔린다.어제 파티의 결과 나는 "공인된 약골"이 되었나 보다.하지만 나와 같이 지명당한 사라는 기분나
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불쾌하군요.제가 왜 윌리엄스씨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겁니까?"

"확실히,사라양의 피어스는 강합니다.허나,오너가 약하면 그것은 큰 의미가 되지 않지요.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
합니다만,사라양은 조금 더 강해져야 합니다.그리고 마나를 더욱 수련해서,제2의 페어리를 개화하지 않으면 안
되지요."

윌리엄스의 말에 사라는 분한듯 주먹을 쥐었지만,무어라 반박하지 못했다.음...뭐...나도 좀 화내야 하는건가?
하하하.난 오히려 기분좋은데 말이야.돈걱정 안하고 수련한다니까 말이지.

"이것은...프라이드를 신경쓸 문제가 아닙니다.말씀드렸다시피,조금씩 이질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은,우리
가 가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와도 같지요.그래서 저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것입니다."

순식간에 실내의 분위기는 무거워졌다.반발하던 사라 케인역시 시급한 상황임을 인지 한듯,더이상 뭐라고 하지
않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허허..참.분위기 뻘쭘하네.

"그럼,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고,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3.격돌! 마유미 VS 유나.


"으하아암!진짜 지루했어요.그쵸?"

회의가 끝나고 아침식사가 제공되었지만,별로 입맛이 없던 나는 회의장을 빠져나왔고,차우역시 아침을 안먹는 편
인지 나를 따라나왔다.저택이 꽤나 넓었기에,뒤에 있는 큰 정원에서 산책을 하려는 참이었다.

"주인님!~"

으응?이 콧소리는......상당히 익숙한데 말이야.나와 차우는 등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
다. 은발을 휘날리며,누군가가 달려오고 있다.

"오오.섹시한데요 형님.형님의 페어리인가 봐요?"

이..이자식이...어디서 추태를.하기야,유나가 조금 섹시한 매력이 있긴하지.심지어 막 개화했을 당시 꼬맹이같
던 모습도 요염했으니까 뭐.

"유나야.다른 아이들은?"

"세라는 저쪽에 있는 뒤뜰에서 혼자 뭔가 하고 있구요.노아는 자요. 단둘이 데이트할 절호의 기회에요!헤헤!"

으..윽..유나야..다 좋은데 자꾸 그렇게 허리를 꼭 끌어안지는 말아다오.거...차..차우도 있는데..

"근데...차우 니 페어리들은 어디있는거야?"

나는 살짝 민망해져 괜히 차우에게 말을 걸었지만,그는 나를 끌어안는 유나의 애정행각은 거의 신경도 쓰지 않으
며 대답을 했다.

"글쎄요?워낙 혼자서도 잘하는 녀석들이라 어딘가에 있겠죠 뭐."

"와와!근데 주인님 안경벗었네요?멋있다!전에는 촌스러웠는데..."

"....."

차우는 아까 아침상이 차려질때 살짝 들고 왔는지 빵하나를 우적거리기 시작했고,유나는 내 옆에 꼭 붙어서서 팔
짱을 끼고는 따라오기 시작했다.

"근데..수련...어디로 가실건데요?"

차우의 질문에 잠자코 있던 유나의 눈망울이 심하게 반짝 거렸고,나는 잠시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잠겼다.

"글쎄다.일단...사람이 없는곳으로 가야하긴 한데..."

"흠..그걸 결정하는것도 문제군요.장소만 정하면 윌리엄스가 워프를 시켜줄텐데."

"워프?"

"네.그에게는 공간의 지배자가 있으니까요."

아...어제 사라 케인씨도 같은 말을 했었지 참.그거 참 편리하겠는데.자동차 없어도 되겠어.하하하하.아..이게
아니구나.

"와!주인님 우리 여행가는 거에요?"

유나가 신이난 표정으로 눈망울을 반짝거린다.하하하.내가 미쳐...

"흠...글쎄.여행이라기 보다는....수련이겠지만."

"그게 그거잖아요!히히.신난다."

유나는 쌩긋 웃으며 폴짝폴짝 뛰기 까지 했다.쌀쌀한 날씨 인지라 원피스위에 두꺼운 가디건을 걸친 모습이었지
만,이제 다커버린 그녀에게 귀여움보다는 성숙미가 느껴진다.그러고 보니..이 아이 어제보다 더 가..가슴이 커
진것 같은 느낌이...아...나 이러면 안되는데...

"어이어이...이게 누구신가."

나름 농담따먹기도 하며 방대한(?)뒤뜰을 산책하던 우리 셋의 앞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든 순간,차우를 제외한 나와 유나의 표정은 똥씹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애송이 오너들끼리 연합이라도 하셨나?큭.."

여전히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군.J라는 그 녀석.벌써 밥을 다 쳐먹었는지 이죽거리며 우리 앞에 서있었다.그 뒤에
는 어제보다는 조금 얌전하지만,여전히 야한 옷을 입은 마유미가 뒤따르고 있었다.

"어라?형님 저 자식이랑 안면이 있나봐요?"

"약간은."

차우는 입안에 가득있던 빵을 꿀꺽 삼키고는 무관심한 눈으로 J를 응시했다.여전히 교활해 보이는 녀석의 쬐그만
눈을 번뜩이며 녀석은 나와 차우,그리고 유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용건이 뭐냐?대충 말하고 그냥 가지그래?"

"흥.중국에서 온 어중이 떠중이 오너한명이랑 붙어 있다고 깡은 더 세진 모양이구만?"

"저기..형님.저 어중이 떠중이란 말은 저한테 하는 말인가요?"

"문맥상 그런거 같은데..."

J는 천연덕 스럽기 까지 한 나와 차우의 대화를 듣더니만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만 곧이어 이죽거린다.

"저번에 못가린 결판을 내고 싶은데 말이야.블랙나이트는 어디있냐?"

"그건 네가 알바 아니지."

내 말에 J의 시선이 유나에게로 향한다.얼굴 가득한 탐욕을 읽은 유나는 역겹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뒤로 물러
났다.

"뭐..아무래도 좋아.어차피 적법사에게는 프로즌 레이디가 가장 적합한 상대이니까."

정말 끈질긴 녀석이었다.어제 파티때도 쉴새없이 재수없는 표정을 짓더니만,오늘은 아예 대놓고 우리를 도발하고
있었다.내 손을 잡은 유나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진다.

"싸우는거 참 더럽게 좋아하는 구만.그냥 비키지 그러냐?"

"그렇게는 못하지."

J의 말과 동시에, 마유미의 몸에서 뜨거운 마나의 파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차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것을 응
시하고 있었지만,유나의 표정은 순식간에 적대적으로 바뀌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맞다.유나는 한번 마유미에게 완전히는 아니지만,한번 패배한 전적이 있었다.그 자리에 세라가 도와주지 않았더
라면,아마 그 패배의 기억은 더 심하게 각인되었을지도 모른다.지기싫어하는 유나가 옆에서 조용히 몸을 떨고
있으니,내가 해줄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기야.오너가 저렇게 찌질하니 페어리들 수준이야 안봐도 비디오겠지."

나는 그의 말을 한귀로 흘리며 유나를 바라보았다.차가운 한기가 그녀의 몸위로 스물스물 몰려들기 시작했다.조
용히 마유미를 바라보던 유나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을 욕하지마."

"오....그래도 꼴에 페어리라고 충성심은 있는 모양이지?그래봐야 찌질한건 마찬가...."

파바밧!

J가 말을 잇지 못하고 깜짝 놀라 뒤로 몇발자국 물러섰고,그가 서있던 자리에는 얼음으로 된 송곳이 나란히 지면
에 박혀버린다.이 순간만큼은 나도,차우도 놀란 표정으로 유나를 바라보았다.

"어느틈에...."

마유미역시 살짝 놀라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하기야 만약 그녀가 봤다면,바로 방어를 했겠지.

"허락해 주세요...비무를 하는것."

말괄량이인 유나가 떼를쓰는것이 아닌,이렇게 조용히 부탁한 적은 맹세코 처음이었다.언뜻봐도 지기싫어하는 유
나의 성격에, 게다가 불과 얼음의 싸움이라는 라이벌 구도 자체가 더해져 그녀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다칠수도 있어."

"상관없어요."

J는 아까 유나의 기습공격이 기분이 상한듯했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그것을 교묘히 이용해 대련을 정당화 시키
려고 하는것이 옳겠지.

"설마...비겁한 기습을 해놓고 비무를 피하는것은 아니겠지?"

그는 계속해서 비아냥 거리더니 이내 마유미의 뒤로 몇발자국 물러섰다.여전히 알수없는 미소를 짓는 마유미는
유나를 도발하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바라보았다.상대는 2차개화마져 끝난 화염술사가 아닌가.아무리봐도 유나쪽
이 불리했다.

좋은 공부가 된다는 것은 변함없을 것이다.하지만 유나가 다칠수도 있다는것 하나가 조금은 망설여졌다.

"유나양이 다칠거 같으면,제가 저지할테니 걱정마세요."

뚱하게 서있던 차우가 중얼거렸다.나는 반사적으로 유나를 바라보았고, 내 눈빛에서 허락의 뜻을 읽었는지 유나
가 몇발자국 앞으로 나갔다.

순간 마유미의 두 손이 화염으로 물들기 시작했고,동시에 유나의 양손에도 매서운 한기가 맺히기 시작했다.허나
유나의 양 손을 보는 J의 눈에는 비웃음이 잔뜩 깃들어 있었다.

"파이어 볼."

마유미의 시동어와 동시에 거대한 불꽃 덩어리가 유나에게 쏘아져 갔다.

"프로즌 아머!"

유나의 몸이 백색 갑옷을 입은 것처럼 새하얗게 물들었고,마유미가 만들어낸 화염구는 유나의 몸에 부딪히자 마
자 순식간에 사그러 들었다.

"이익!"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여전히 백색 빛무리에 쌓여 있는 유나가 엄청난 속도로 마유미에게 진입한 것이다.유
나의 날렵한 발차기가 날아갔고 마유미는 아슬아슬하게 유나의 공격을 팔로 막아내었지만,그녀의 팔에는 얼음덩
어리가 붙어 버렸다.

"속전 속결로 끝내려 하는군요.유나양."

차우가 조용히 중얼거린다.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상대적으로 마유미에 비해 다룰수 있는 마나의 양이 한정
된 유나로써는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했다.

"파이어 월!"

순식간에 마유미의 주변에 화염의 벽이 생성되었고,아슬아슬 하게 유나는 뒤로 신속히 이동해서 불꽃의 범위로
부터 벗어났다.그와 동시에 유나의 몸을 감싸던 백색 빛무리는 사라져버렸다.

마유미의 팔에서 물방울이 흘러 내린다.방금전 유나의 공격을 받아 생겨난 얼음 덩어리가 화염에 벽에 의해 녹
아버린것이다.그것은 곧 수증기가 되어 마유미의 몸위에서 무럭무럭 솟아나고 있었다.

"플레임...스트라이크"

유나의 긴장하는 모습에 여기서도 뻔히 보인다.마유미가 만들어낸 불꽃의 창이 유나에게 폭사되고 있었다.다른
걸 떠나서,주문을 발동하는 속도가 유나에 비해 엄청나게 빨랐다.

콰콰쾅!

굉음과 함께 엄청난 열기가 확 하고 들어왔다.하지만 난 거기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유나...유나는?

"마...말도 안돼는..."

마유미의 눈이 엄청나게 커졌다.자욱한 흙먼지가 가시고 나자,멀쩡하게 서있는 유나의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
었다.유나의 몸 앞으로는 무수히 많은 얼음조각들이 나뒹굴어 있었다.

"저..짧은 순간에..."

차우역시 감탄한듯 중얼거렸지만,나는 여전히 애가 타서 유나를 바라보았다.지금까지는 잘하고 있지만,유나가 앞
으로 다룰수 있는 마나는 그닥 많이 남아있지 않을거라는 판단에서 였다.

"프로즌...윈드!"

순간,근처에 있던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유나의 몸으로 빠르게 모여들기 시작했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것은 오늘 보여준 그녀의 마법들은 그동안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것들이라는 점이었다.

츠츠츠츠츠...

그녀의 주변으로 모여든 눈이 똘똘 뭉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우박같은 얼음 결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보자마자 마유미의 양손이 빠르게 교차했다.

"파이어 아...."

콰쾅!

바로 그때였다.유나의 주변에 있던 우박덩어리들이 바람과 함께 마유미에게 폭사되었다.그녀의 주변을 눈보라가
감싸서 보이지는 않았지만,그 중간지점에서 시뻘건 무언가가 번뜩인다.

"으윽!"

유나가 몇발자국 뒤로 스르르 밀려나더니 이내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나는 반사적으로 마유미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역시 얼굴이 얼음덩어리들에 의해 조금은 긁혔는지 살짝 피가 베어나왔지만,몸에는 아무이상이 없었다.

"빌어먹을.."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마유미는 순식간에 몸을 화염구로 만들어 유나의 마법에 대항한것이다.그와 동시에 일어
난 후폭풍으로 유나는 뒤로 스르륵 밀려 넘어져 버린 것이었다.

"하아..하아.."

유나의 입에서 힘겨운 호흡소리가 들려왔다.위험했다.쓸수있는 마법의레벨이 마유미에 비해 낮은 데다가,2차개화
를 한 마유미쪽이 아직은 더 마나를 운용할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반면 유나쪽은 그래 보이지가 않았다.

"흥...여전히 약골인건 변함이 없구만."

J라는 녀석이 이죽거린다.마유미 역시 얼굴에 살짝 묻은 피를 닦아내며,땅바닥에 주저앉아 힘겹게 숨을 내쉬는
유나를 바라보았다.공격을 안하고 여유를 부리는것을 보니 승리를 확신한 모양이다.

"유나야!"

유나에게 달려가려던 내 몸이 무언가에 걸려 정지해버렸다.고개를 돌리니,차우가 내 팔을 붙잡고 있었다.

"무슨짓이야?"

"승부는 아직 입니다."

"뭐?유나는 이미.."

"또 유나양의 자존심을 꺾을 생각인가요?"

"뭐...?"

나는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유나...그녀는 분한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어깨가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의 뒷
모습....제길...나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유나는 지금...마나가..."

유나는 세라같은 기사가 아니라 마법사쪽에 가깝다.따라서 체내의 마나량이 고갈되거나 하지 않는다.애초에 마나
를 축적하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허나 그녀는 대기중의 마나를 이용,재배치 해서 마법을 구현하는 타입이었고,지금 유나가 이용할수 있는 마나의
그릇은 한정되어 있었다.

"뭐....그렇다면 말이죠."

차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멋적은듯 머리를 긁적거리던 차우는 내게로 다가와서 조용히 속삭였다.

"그럼...지금 유나양에게 입을 맞춰 보세요."

"뭐?"

이 자식이 지금 장난하나.지금이 뽀뽀할 때냐?내 황당한 얼굴을 바라보던 차우가 씨익 하고 웃었다.

"괜찮으니까 지금 당장하라구요.어쩌면 그게...지금의 전세를 바꿀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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