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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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80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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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부>


#1.입맞춤의 힘?


머리를 긁적이며 황당해 하는 나에게 차우는 계속 툭툭 밀며 재촉했다.유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게 보이기 시
작했지만,사실상 그녀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할만한 상황은 절대 아니란 것만은 확실했다.

"밑져야 본전 아닙니까?지금 유나양에게 있어서는 그게 특단의 조치라니까요."

허..거참.나보다 짬밥많은(?)오너니 틀린말은 안할거 같긴한데,이 격투 중에 난입해서 입맞춤이라니 고거 상당히
골때리는데...

"항복이냐?"

J가 이죽거리며 유나에게 말을 걸었다.내게 보이는 것은 뒷모습 뿐 이었지만,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그녀의
분한 표정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래!제길...뭐 밑져야 본전아니냐?격투를 말릴수도 없고,그렇다고 해서 유나가 마유미의 화염에 의해 지는것을
보고싶지도 않다면 어쩔수 없지뭐!

나는 벌써부터 빨개진 얼굴로 성큼성큼 유나에게 다가갔다.J와 마유미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보았
다.발자국소리가 가까워졌는지 유나도 살짝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핫!"

유나가 깜짝 놀라는 소리가 들린다.으윽!으윽!쪽팔려 죽겠다!나는 그대로 유나의 양볼을 잡고 그녀의 차가운 입
술에 입을 맞춰 주었다.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왔고,이쁜 미인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것이니 당연히 심장이 뛰었지
만,더 창피한 것은 차우를 제외한 마유미와 J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는 사실이겠지.

"주..주인님."

"이게...효과가 있는지는 없는지는 모르겠어..근데..."

유나의 눈망울은 여전히 크게 떠져서 나를 바라보고 羚駭?나는 머쓱해져서는 허공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이걸로 이길수 있다면...꼭 이겨.설사 니가 못이기는 레벨이라고 해도..."

놀라움에 물들어 있던 유나의 표정에 점점 생기가 돌더니,이내 언제나 처럼 생긋 웃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알겠어요!"

나는 유나에게 갔던 속도의 두배가량의 속도로 파파팟!하는 소리를 내며 차우의 옆자리로 돌아왔다.그는 장난스
러운 표정으로 나를 툭 하고 쳤다.

"오..형님.뜨겁던데요."

"시...시끄러.쪽팔려 죽겠어."

"그렇게 볼 일이 아니라구요.저기 봐요."

차우의 말에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분명 허용된 마나운용치를 다 써버렸을 유나의
몸 주위에 마나의 파동이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이게 어찌된 일이야?"

내 얼빠진 물음에 차우는 그저 웃기만 했다.살짝 나무등걸에 등을 기댄 차우가 여유있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유나양은 2차개화를 하지 않았잖아요? 2차개화전의 페어리들은 오너와의 스킨쉽에서 오너의 마나를 상당부분 수
용할수 있어요.말하자면,형님의 주변에 파생된 마나를 유나양이 입맞춤을 통해 빌려간 셈이죠."

"그..그럴수가.."

쉬우우우우...

유나의 주변으로 한기가 몰려든다.그제서야 마유미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듯 재빨리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허나 워낙 급하게 발동한 탓에 큰 마법은 쓸수 없는 모양이었다.

"파이어 볼!"

급하게 맺어진 화염덩어리가 유나의 몸통에 직격해 버렸다.나도 모르게 안돼!라고 소리칠뻔했지만,화염구를 맞은
유나의 몸이 얼음조각처럼 산산히 부서져 버린다.

"분신...?"

마유미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며 황급히 주위를 둘러 보았다.그녀가 고개를 위로 들었을때,이미 유나의 몸은 마유
미의 머리위에 있었다.

"아악!"

세라만큼은 아니었지만,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발차기였다.한기를 잔뜩머금은 유나의 킥이 그대로 마유미의 복부
에 직격했고,마유미는 비명성을 흘리며 7~8미터나 뒤로 주르륵 밀려나더니 털썩 하고 쓰러졌다.

"이..이런 말도 안돼는!"

J가 황급히 마유미에게 달려가는 것이 보인다.마유미의 몸통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붙어버려,그녀는
쉽사리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우...우와아.."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차우는 피식 웃으며 여유있게 서있는 유나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까?중요한건 마법의 레벨이 아니에요.유나양이 발동한 마법들은 모두 빙계 초급의 마법 이거든요.중요
한건 술법의 발동 센스와,오너와의 마나조율이라구요."

나도 모르게 차우의 말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다.J녀석은 신경질적으로 유나를 바라보더니,마유미
의 몸통에 있는 얼음덩어리를 수도로 강하게 내리쳤다.

콰직!

"꺄아아악!"

자..잔인한 녀석.마유미의 몸에 붙은 얼음들은 산산히 부서져 버렸지만,그 충격은 고스란히 마유미에게 전달되
었는지 그녀의 입가에서 한줄기 피가 주르륵 하고 흘러내렸다.

"주인님!헤헤!"

반대로 유나는 나에게 달려와 환한 표정으로 내 허리를 끌어 안았다.승리를 한 유나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 밝
고 아름다워 보였다.약간은 지친듯 헉헉 거렸지만,나는 지금 만큼은 유나가 얼마든지 나를 껴안고 있을수 있도록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이렇게 두는것이,그녀의 손실된 마나의 그릇을 보충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죄송합니다 주인니..."

찰싹!

나도,차우도,유나도 깜짝 놀라 앞을 바라보았다.J의 밑에 뺨을 부여잡은 마유미가 구르는 것이 보였다.

"쓸모없는 년."

그 이후로도 몇차례,J는 마유미의 뺨을 후려쳤고,그녀는 조금의 저항도 없이 고개가 훽훽 하고 돌아갔다.

"그만해..."

"저런 하급 페어리에게도 져?"

"주..주인님 용서를.."

짝!

내 중얼거림에도,마유미에 대한 J의 학대는 쉬지 않고 이루어졌다.저 개자식....도대체..어디까지 썩은 쓰레기
인 거냐?

"그만해 자식아!"

내가 강하게 소리를 지르자 다시한번 공중으로 올라갔던 J의 손이 뚝 하고 멎었다.나를 돌아보는 녀석의 눈빛은
역겨울 정도로 광기에 젖어 있었다.

"나와 내 페어리의 일이다.넌 닥치고있어."

"그럴지도 모르지.하지만 그딴식으로 소중한 페어리를..."

"소중?"

찰싹!

벌써 몇대째인지 모른다.마유미의 양볼은 발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하고 있었고,그녀는 J의얼굴은 바라보지도 못
한채 벌벌 떨기 시작했다.

"너..너무해..."

유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희미하게 중얼거렸다.저...개자식.

"페어리는 내 소모품일 뿐이다."

"뭐야?"

"도도한 성인군자인척 하지마라.쓸모없는 소모품은 버리거나,고쳐야 하는 법이지."

"이 자식!"

나도 모르게,열이 받아서 J에게 돌진했다.차우와 유나가 말릴틈도 없이,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는 J의 면상을 구
겨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쳇...애송이 자식이."

천천히,그리고 여유롭게 마유미를 향해있던 J의시선이 나에게로 돌아오기 시작했다.저 이죽거리는 표정과 재수
없는 얼굴.짓이겨 버리고 싶은 충동에 나는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커억!"

맹세코,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하지만 어째서?어째서 내 몸이 복부에 강한 충격을 맞고 허공을 날고 있는
거냐....

"크으으윽!"

"주인님!"

나는 구르면서 보았다.J의 한쪽 발이 천천히 지면으로 안착하는 것을.내가 보지도 못한틈에 그는 내 복부를 걷어
차 버린것이다.

"비...빌어먹을...새끼가..."

실력차가 있건 없건,내가 약골이건 아니건 상관없다.도저히 J를 용서할수 없었다.

"뭐...차라리 잘 됐네.맘편하게 오너끼리의 대결로 마무리 짓는것도 말이야."

J녀석이 천천히 다가왔지만,나는 유나의 부축을 받아 겨우겨우 일어설수 있었다.그런 내앞에 있던 J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내 앞을 차우가 막아섰기 때문이었다.

"어허~이런이런...이런 불리한 대결은 좀 아니죠."

"끼어들지 말고 꺼져.중국놈이..."

"흠흠!뭐...국적은 둘째치고....일단은 페어리를 그렇게 막대하는 분을 보니 제가 못참겠군요."

"니가 저 애송이대신 나와 붙겠다는 말이냐?"

차우...너....갑자기 왜 튀어나온거야?크윽!근데 진짜 배 겁나 아프다아아!

유나가 나를 부축해서 아까 차우가 기대고 있던 나무에 내 몸을 지탱할수 있도록 도와주었고,차우는 내 앞을 막
아선체로 목을 양옆으로 살짝 꺾어 보인다.

"뭐....괜찮으시다면.."




#2.차우의 무위.


"야...비켜봐.."

"형님은 잠시 쉬세요.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사실 마나를 실은 킥 한방에 날라갔던 내가 비키라는 대사는 조금 안어울릴지도 모르지만,나는 J녀석의 면상을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은마음을 조금도 접을수 없었다.제길...레벨차가 나는 건 인정하지만..그래도 분하단 말
이다.

"사실...이런 타입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이거든요."

차우가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려 보였다.J는 내 앞을 막아선 차우를 보더니 피식 하고 웃어 버린다.

"어이어이.왠만하면 비키지 그래?괜시리 끼어들어서 피보지 말고 말이야."

"에이~그래도 어떻게 비킵니까?이왕 껴든거 끝까지 가야죠."

차우는 여유있게 J의 도발을 받아치더니만,살짝 팔을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문득,내 머릿속에서 첫대면에서 J가
나무 사이를 날아가는 무지막지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생각난다.

"차우...그 자식...꽤 강하단 말이야..."

뭐...유나품에 안겨서 하는 말이니 썩 폼은 안나지만,난 그래도 차우가 걱정이 될수 밖에 없었다.그래도 1박 2일
의 대회의에서 그나마 가장 맘에 드는 오너 동료가 차우였고,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으니까.

"형님.비밀이 하나 있는데 말이죠."

차우의 양팔에서 무언가가 투두둑하고 떨어져 나갔다.놀랍게도 꽤 무거워 보이는 모래주머니였다.

"전...중급오너들중에 가장 강하거든요."

나는 멍하니 차우를 바라보았다.중급....이라는건 또 뭐니?어제 파티에서 궁금증을 다 해결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너도 급수가 있다는 말이야?

하지만 차우는 내 의아한 표정에 답해주지 않았다.J가 차우와 불과 몇미터 앞에 자리잡았기 때문이었다.

"후회하지 않겠어?잠자코 뒤에 있는 애송이만 혼내주고 가면 되는건데."

"에헤이~말 참 많으십니다.시작하시죠.보아하니 저랑 같은 계열의 오너같은데..."

J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격투자세를 취했다.한쪽에는 여전히 붉게 물든 뺨을 부여잡고있는 마유미가 복잡
한 표정으로 자신의 오너와 차우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하앗!"

선공은 J에게서 부터 시작되었다.나는 절대로 볼수 없었던 녀석의 발차기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차우가 날렵
하게 위로 몸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제법이잖아...?"

J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지만 이내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호할수 밖에 없었다.허공에 솟구쳐 올라갔던 차
우의 몸이 지상으로 착지하며 그에게 장력을 퍼부었기 때문이었다.

"연환장!"

순식간에 차우의 손이 몇십개로 보이는 착시현상이 들어왔고,J는살짝 몸을 뒤로 흘리며 차우의 공격을 모두 손바
닥으로 쳐내어 버렸다.

"대...대단해..."

나도 모르게 중얼거려 버렸다.장난기 많은 차우가 이렇게 달라보일줄은 몰랐다.게다가,J라는 녀석도 말만 많은
주둥이 파이터가 아니었다.둘은 한번의 격돌 이후로 다시 거리를 벌리고 나란히 양립해서 섰다.

"오...꽤 하시는군요."

차우는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 중얼거렸고,곧이어 차우의 자세가 기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다리를 벌려 무릎을
굽히고,한손은 위로 올리고 다른 한손은 밑으로 내려뜨린 자세로 바뀐 것이다.

나는 분명히 느낄수 있었다.차우의 전신으로 마나가 방출되고 있음을.비록 어제의 크리스틴처럼 외부로 방출하지
는 않고 있지만,차우의 주변으로 마나가 휘몰아 치고 있었다.

"흥....머리에 피도 안마른 애송이 따위가.."

J의 전신에도 마나가 휘몰아 치는가 싶더니 그의 우수에 하얀 빛무리가 집결되기 시작했다.맙소사....세라같은
페어리에게서나 보던 기술이 나와 같은 사람에게 시전되는 그 모습을 보는것은 충격 그 차제였다.

"뇌격장!"

J의 몸이 순식간에 튕겨져 나오며 차우의 정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칫...전력도 아니면서 뇌격장은 무슨..."

차우는 그 와중에도 센스없는 작명술에 투덜거리더니 살짝 몸을 흘려 J의 우수를 처내었고 순식간에 무방비 상태
가 된 그의 몸통안으로 파고 들었다.순간 J의 쬐그만 눈이 부릅떠지며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파아아앙!

분명 그런소리가 났다.차우의 손바닥이 J의 복부에 정통으로 꽂혔고,녀석의 신형은 십여미터나 훌쩍 뒤로 날아가
고 있었다.

드드드드드....

J의 신체와 땅이 요란한 마찰음을 내기 시작했고,차우는 다시 자세를 고쳐잡았지만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
다.

"제법인데...통배권인가...?"

뜨아아아...맙소사.저런 무지막지한 장력을 쳐맞고 날라갔는데 툭툭 털고 일어나는 J를 보자 기가찼다.표정은
찡그리고 있긴했지만 그것은 데미지 때문이 아니라,갑자기 땅에 굴러서 생긴 먼지 때문인듯했다.

"흐음...나쁘지 않은데요.그 짧은 시간에 복부에 마나를 뭉쳐 놓다니."

차우역시 놀랍다는 표정이었다.허...이건 결코 나의 레벨의 싸움들이 아니다.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괴물들의 싸
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그들이...페어리가 아닌 오너였기 때문이었다.

"봐주면서 하려고 했거늘..."

J가 천천히 양손으로 마나를 집중시키기 시작했다.그와 동시에,차우 역시 자세를 살짝 고쳐잡았다.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언뜻봐도 J라는 녀석이 만들어낸 빛무리는 굉장히 위험해 보였다.

"어...?"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방금전까지만 해도 내 앞에 서있었던 차우의 몸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앙!

차우의 몸은 J의 앞으로 연기처럼 나타났고,당황한 녀석은 차우를 향해 양손을 교차시켜 장력을 날렸지만,차우
는 여유롭게 피해버렸다.J가 쏜 마나덩어리는 지면에 폭발음을 내며 부딪혔고,차우는 고대로 몸을 낮추고 빙글빙
글 돌았다.J의 몸이 차우의 다리에 걸려 넘어지려는 순간이었다.

"으아아악!"

승부는 단숨에 갈려 버렸다.차우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J의 등판을 양발로 쳐올렸기 때문이었다.구경하던 나와
유나의 시선이 동시에 허공으로 날려진 J를 향한다.거짓말 처럼 깔끔하게 J는 일직선으로 솟구쳐 올라가 버린다.
그리고...다시금 밑에서 제 2의 공격을 준비하는 차우의 모습이 보였다.

"크아아악!"

잔인하리만큼 무서운 기술이었다.중력의 힘때문에 고대로 떨어지고 있던 J를 차우는 다시 양발로 복부를 쳐서 한
번더 공중으로 띄워버린것이다.떨어지는 자신의 무게까지 더해져 아마도 제2타는 제1타에 비해 10배는 강한 충격
이 갔음에 틀림없다. 마치 추풍낙엽 마냥 녀석의 몸이 팔랑거리며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리버스 그래비티!"

차우의 제 3타가 막 시작되려는 무렵,어딘가에서 시동어가 울려퍼졌고,자유낙하하던 J의 몸이 공중에 둥둥 떠 버
렸다.

"여기서 이러시면...곤란하지요."

넋을 놓고 있던 나도,허공만을 보고있던 차우도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를 들려온곳을 바라보았다.몇몇의 구경꾼
무리들과 함께,인자하게 웃고 있는 윌리엄스의 모습이 보였다.




#3.신비의 오너협회장.윌리엄스.


"대련은 괜찮지만...그것이 서로에게 상해를 입힐정도라면 권장하고 싶지 않군요."

순간 장내는 고요해졌다.마법을 발동한 것은 아마도 윌리엄스 인듯했다.차우는 바닥에서 옷을 탁탁 털며 일어서
며,다시금 양 팔에 모래주머니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허공에 떠있던 J역시 가볍게 허공에 안착했지만,복부에는 충격이 아직 고스란이 남아있는지 약간은 비틀거리는
모습이었다.

"주인님 죄송합니..."

"비켜!"

마유미는 또 한번 J의 뿌리침때문에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군데군데 찢어진 드레스에,발갛게 부은 양볼위로
조금씩 눈물이 흘러내리는것이 보인다.

빌어먹을.페어리도 눈물이 있는 존재란 말이다.주인을 잘못만나면,저렇게 아파해야 하는 거겠지.

"차우씨도,진정하시구요.이제 곧 대회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돌아가는 일만 남았으니까요."

"뭐..저는 원래부터 괜찮았습니다.싸움을 걸길래 했을 뿐이라구요."

차우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윌리엄스의 곁을 지나쳐 가버렸다.흠...저 아저씨.그저 오너들의 대표자라고만 생
각해 왔는데,분위기를 보니 그것뿐만이 아닌거 같기도 하다.J라는 녀석이 저렇게 고분고분하게 물러설 녀석이 아
니거늘,윌리엄스의 등장 하나만으로 저렇게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라니.

"준씨도.그만 들어가시죠.이제 곧 해산할 시간이니까요."

"아..예."

나는 유나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찌릿찌릿하긴 했지만,걸을수 없을정도로 큰 타격은 아닌듯했다.쳇...거참 꼴
사납구만.안그래도 약골오너라고 공인된것도 짜증나는데 말이야.

문득 유나와 함께 숙소로 돌아가려던 내 발이 멈춰버렸다.윌리엄스 역시 저 멀리서 등을돌려 사라지고 있었지만,
나는 섣불리 발을 떼기가 힘들었다.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마유미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쳇...뭐...별수 없잖아.

"주인님?"

겉옷을 벗어 마유미에게 걸쳐주는 나를 보며 유나가 깜짝 놀라 나를 불렀다.마유미 역시 눈물에 젖은 눈으로 나
를 멍하니 올려다볼 뿐이었다.

"어째서...전...적인데요.."

그녀가 희미하게 중얼거린다.하하하.이 아이.오너에게 단단히 정신교육을 받은 모양이군.

"내가 알기론,적은 따로 있어."

나는 그대로,나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는 마유미를 지나쳐 버렸다.나를 뚱하니 바라보던 유나가 쪼르르 달려와
서 팔짱을 꼈다.

"칫...주인님.누구한테나 그렇게 친절하면 안된다구요!"

하하하하.유나는 말은 그렇게 해도 마유미가 측은하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같은 페어리로써,오너에게 저런 푸대
접을 당하는게 그녀로써는 나보다 더 피부에 와닿는 아픔일테니까.

"어라?"

갑자기 유나가 고개를 갸웃한다.

"왜그래?"

나역시 유나가 바라보고 있던 곳을 같이 바라보았다.그녀가 응시하고 있는것은 나무위에 앉아있는 한마리의 새
였다.저게 뭐 어쨌다는 건데?

"저거...아까부터 계속 앉아있었는데....아무래도.."

바로 그때였다.유나가 그 이야기를 꺼내자마자,그 작은 새한마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상하다...저기서 마나의 흔적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뭐..뭐? 갑자기 사라져 버린것을보니,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닌,소환수인 모양이었다.그런데 내가 저것의 마나를
못느낀것은 그렇다 치고,마나를 수족처럼 다루는 유나가 느끼지 못했다는게 무슨뜻이야?윌리엄스가 계속 저것으
로 우릴 지켜보기라도 한건가? 그 사람수준이 유나가 느낄수 없을정도로 출중하다는 뜻?

"저기..."

온갖 가설로 머리가 아파올때쯤 뒤에서 조용히 우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나와 유나는 새가 사라져버린 나뭇
가지에서 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만신창의가 된 드레스위에 약간은 큰 내 웃옷을 걸친 마유미가 서있었다.

한참이나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던 그녀,그녀가 조용히 떨리는 입술로 중얼거렸다.

"가....감사합니다..."







"주인님!"

어이쿠우! 건물로 들어가자마자,딸기우유를 맛나게 먹고 있던 노아가 바람처럼 달려와 나에게 안긴다.이 녀석..
어제보다 더 큰것 같다.아니...확실히 더 컸다.

"조금..늦으셨네요."

세라의 시선이 연신 내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유나와 나를 번갈아 왕복하고 있었다.으음..세라의 저런 눈빛은
조금 무서운데 말이야.하하하.

"그게...몇가지 일이 좀 있어서 말이지."

살짝 더렵혀진 유나의 옷을 본 세라는 무슨일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흠...여전히..이 두녀석은 이야
기를 하지 않는구나.쩝..같은 페어리들끼리 좀 친하게 지내지.....하긴 뭐..나도 같은 오너라고 다 친하게 지내
는건 아니지만 말야.근데..다른 오너들은 다 어디로갔지?

그러고 보니 홀에 있는 사람은 현저하게 줄어들어 있다.어제만 해도 가득 메워졌던 홀에는 몇명만이 서성이고 있
을 뿐,썰렁해 보이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저,먼저 가야 할거 같아서요.아참!이쪽이 제 페어리들 입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정원에서 먼저 사라졌던 차우가 씨익하고 웃고 있었다.나는 그제서야 차우가 데리고 있는
페어리들을 볼수 있었다.

한명은 푸른머리칼을 지닌 여자였다.차우의 페어리 아니랄까봐,차이나풍의 살짝 달라붙는 의상을 걸치고 있었고
가볍게 나에게 목례를 했다.특이하게도 그녀의 오른쪽 손목에는 번개모양의 문양이 문신처럼 세겨져 있었다.
아마도 그녀가 라이트닝 레이디인 모양이다.차우는 그녀를 "샤이"라 소개했다.

"이쪽은 말씀드렸던 다크 포이즈너, 소소입니다."

소소라 불린 페어리역시 꾸벅 인사를 했다.역시나 페어리임을 증명하는듯한 아름다운 외모,살짝 미소지은 샤이와
는 달리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었다.녹색의 차이나풍 의상.그리고 머리를 땋아 올린 모습이 깜찍했지만,
세라와 비슷한 성격인듯 시크한 표정으로 서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먼저 간다니?지금 출발하는거야?"

내 질문에 차우는 들고 있던 짐을 소소에게 내밀었고,소소는 자기 키만한 짐을 가볍게 둘러메었다.

"아 예.워프 시켜준다네요 윌리엄스가.시켜줄때 낼름 받아먹어야죠.비행기 타는건 질색이거든요."

아까의 J의 전투로 나는 새삼 차우를 다시보게 되었지만,그는 변함없는 장난스런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럼 먼저 갑니다.다시뵈요.다시만나는 날은 다음 대회의때나,비상시겠지만 말이죠."

나는 살짝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사람보는 눈이 뛰어나다고는 말할수 없지만,차우는 그나마 오늘 모인 오너중
에서는 꽤나 괜찮은 녀석같았다.적어도,자기 페어리에게 손찌검하는 어떤 양아치 자식보다는 낫겠지 뭐.

"으응?근데 유나,너 왜그래?"

여전히 내 허리춤 옷자락을 꼭 쥔채로,유나는 차우를 따라 어디론가 걸어가는 라이트닝 레이디 샤이의 뒷모습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뇌전(雷電)의 인(印)...."

"응?"

알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유나가,살짝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저기 있는 라이트닝 레이디....엄청나게 강해요.지금까지 만난 페어리중에서 최고일 만큼..."

세라역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오..차우...어리고 장난스러워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그럴문제가 아닌
거 같았다.오늘은 몇번이고 차우를 다시보게 되는 계기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었다.

"우리도,돌아가자."

어차피 세라도 집에 돌아가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모든 짐을 챙겨나온 후였다.세라는 한사코 자신이 들수 있다고
말했지만,나는 내 짐을 빼앗듯이 집어 들었고,편하게 묻어 가려고 했던(?)유나도 투덜거리며 가장 큰 자신의 짐
을 챙겨 들었다.

워프라는거...확실히는 모르지만,윌리엄스에게 가면 될 것만 같았기에 나는 차우가 사라진 연회장 뒤쪽을 향해
걸었고,일렬로 도열한 직원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하하.무슨 백화점 오픈행사에 참여한 기분일세.

"오..유 준씨로군요.돌아 가시려는 거죠?"

코너 하나를 지나니,윌리엄스가 보인다.그는 여전히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긴다.

"예.수련에 열중해야 할 테니까요."

"말씀드렸다싶이 지원금은 통장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부디 수련에 사용하시길."

돈을 준다니 나쁠것은 없다.하지만 뭔가가 찜찜한 마음에 나는 석연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나양과 세라양,그리고 노아양의 능력은 아직 모르지만,분명 크게 성장할겁니다."

하하하하.이 능글맞은 아자씨....아까부터,아니 어제부터 계속 관찰한 주제에 잘은 모른다니?

"글쎄요.잘 알고 계시지 않나요?아까의 뒷뜰에서도,작은 새 한마리가 저희를 계속 감시했습니다만."

"감시라...그런 느낌이 드셨다면 죄송합니다.하지만,저에겐 모든 오너분들과 페어리분들의 전력을 알야아 할 의
무가 있지요."

살짝 웃는 그의 모습.이제는 조금 무섭기 까지 하다.이 사람...도대체 어디까지 나에 대해 알고있는 걸까?

"그리고,유나양과 세라양은.팀 웍을 위해서 조금더 친해질 필요가 있겠군요."

그의 말에 유나와 세라역시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하하하.이제 조금씩 불쾌해지려고 하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아이들은 저의 페어리이니까요."

내 말에 윌리엄스는 알수 없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그러더니,곧이어 그는 품안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어라?이게 뭐야?그가 내민것은 양피지처럼 생긴 종이뭉치였다.돌돌말린데다가 끈으로 단단히 봉해져 있어서 내
용은 알수 없었지만,기하하적 문양이 있는것으로 봐선 평범한것 같지는 않았다.

"이게 뭐죠?"

"워프의 진이 그려진 스크롤입니다."

"스크..롤?"

나는 또 한번 유나쪽을 살짝 바라보았지만,그녀는 그저 놀란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볼 뿐이었다.헐..이게 그렇게
대단한거니?

"물론,페어리들의 세계,프로센에 있는 것보다는 질이 좀 떨어지 겠지만,수련장소가 정해지면 이것을 사용 하시길
바랍니다."

"저기...그거 사용법을 모르는데요?"

내 얼빠진 질문에 윌리엄스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세요.그것은 유나양이 잘 알고 있을테니까..."





#4.집으로!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윌리엄스가 내민 양피지 덩어리...아니,스크롤을 챙겨든 나는 그의 안내로 또 한번 어디론가 따라
가야만 했다.그가 들어간 곳은 넓다란 방이었고, 그 방에는 이상스럽게도 가구나 집기들이 단 한개도 없었다.
특이한 점이라면,바닥에 원형으로 기하학적 무늬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었다.유나의 설명으로 미루어볼때,그것은
마법진 이라고 하는 녀석이었다.

"이쪽으로 서시죠.어차피 저의 사자를 보낸적있으니,유 준씨 댁의 좌표는 알고 있으니까요.그렇지 타유?"

윌리엄스의 옆에 격식있게 차려입은 한 여자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수인을맺고 있는 것으로 보아,타유라는 저
여자 역시 페어리인 모양이다.더 나아가자면,저 페어리가 바로 "공간의 지배자"인 것도 유추 가능했다.하하.그러
고 보니 윌리엄스의 페어리는 처음 보는구만.그렇게 꽁꽁 숨겨놓더니.

"이잉!더 놀고 싶은데..."

이제는 더더욱 커서 언니들(?)과 비슷해진 노아가 투정을 부렸지만,나는 한시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
이었다.능력자들이 북적북적 대는것도 그렇고, 수련을 비롯한 수많은 숙제들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진 중심에 다같이 서주시죠."

그의 요청에 따라,나와 유나,세라,그리고 노아까지도 각자의 짐을 챙겨들고 마법진 안으로 들어갔다.하하.이거
괜히 떨리네.어떤 기분이려나?설마...맨 하늘을 쒸융~하고 날아가진 않겠지?나..높은곳은 좀 무서운데...

"타유의 마나와 충돌하게 되면 위험하니,모두 몸에 힘을 빼주시고,마나의 사용은 자제해 주시길."

흠...나야 뭐...아직까지는 악기가 없으면 내 주변마나를 운용할줄 모르니까 패스하고,노아는 마나를 다루지 않
으니까 노아도 패스.남은 두 명의 문제일 것이다.유나와 세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고,타유라 불린 윌리엄스
의 페어리가 천천히 주문을 외우며 인을 맺기 시작했다.

"워프!"

"으히익?"

강한 빛무리가 마법진에서 부터 수직으로 폭사되더니,이내 우리를 덮어 버린다.흠흠!이 상황에서 비명지른거 설
마 나뿐인거야?조금 쑥쓰럽잖아.

시야를 가릴정도의 엄청난 빛무리에 천천히 윌리엄스의 웃는 표정도 흐릿해지기 시작했다.우우웅하는 마나의 파
공음이 귓가를 강타한다.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도는 착각이 들어오는가 싶었다.나는 나도 모르게 아이
들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슈우우우우우!

하하..이 느낌은 마치 높은곳에 올라가면 귀가 멍멍해지는 그 느낌과 흡사하다.밝은 빛무리가 우리를 감싸돌고,
우리를 중심으로 세상이 회전하기 시작했다.엄청나게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마치 그 시간은 영겁마냥 길게
느껴진다.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우우우우웅...

"아아아악!"

쿠당탕!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아니,느껴진다.정신을 차리고 보니,신기하게도 나는 우리집 쇼파밑에서
나뒹굴고 있었다.젠장!천장에서 떨어진거 아냐!미리 말을 해줘야 할거 아니냐고!

하지만 세라를 비롯한 페어리들은 말짱하게 서있었다.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바닥에 착지한 것이다.쩝...이거..
이런 적이 한두번이 아니긴 하지만 쪽팔리네.

"괜찮으세요?"

세라야..물어보지마...누가 그런거 물어보는게 젤 창피한 거라고..흑흑!

유나는 돌아오자마자 후다닥 욕실로 달려갔고,노아는 냉장고를 뒤적거려 딸기우유를 꺼내 들었다.세라 만이 묵묵
히 짐을 정리하고는 아직까지 멍하니 쇼파밑에 뻗어있는 내옆에 공손히 앉았다.

"어떻게..하실건가요?"

뜬금없는 질문일지 모르지만,나는 세라의 질문의도를 대충은 파악할수 있었다.이제부터 내게 숙제로 자리잡은 일
바로,나와 페어리들이 더더욱 강해져야 하는 수련을 묻는 것이었다.

"지금부터...생각해야겠지."

"전...주인님을 지켜드리기엔 아직 너무나 약합니다..."

문득 고개를 돌려,어두운 표정의 세라를 바라보았다.나도 모르게,그녀의 고운 볼을 쓰다듬었다.

"아..."

"세라야.넌 충분히 강해.그리고....강해져야 하는건 나야.덧붙여서,니가 강하던 그러지 않던,너희들은 모두 내게
는 소중한 아이들이니까..."

내 말에,세라는 웃었다.미소를 잘 띄우지 않는 세라의 미소는 너무나 이뻤다.세라가 나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코트깃 위로 하얗게 나온 그녀의 손과 손목은,기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하얗고 아름답다.

"어..라?"

나는 문득 세라가 걸친 코트를 바라보았다.이거...7부로 나온거야?왜이렇게...

"원래...이 옷이 작았니?"

세라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딱 맞던 세라의 코트소매길이는,그녀의 팔에 비해 너무나
짧아 보이는 모습이었다.설마...

"성장이....이루어진듯....하군요."

"뭐...?"

확실히,내 마나에 의해 성장하는 거라고는 배웠다.그런데...이렇게 눈에 띄게?이제는 더이상 내 머릿속에도 꼬맹
이 시절의 세라의 모습은 완벽하게 지워져 버렸다.바로...그때였다.

"주인님 주인님!나 더 커버린거 같아요!"

"뜨헉!"

나는 쌍코피를 쏟을 위험을 가까스로 벗어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욕실에서 나온 유나가...큰 타올만을 가슴위
로 두른채 나와버렸기 때문이었다.눈부신 은발위로 물방울이 똑똑 하고 떨어진다.

"이거봐요!이 수건이 이렇게 짧아 졌어요!"

아..알았으니까 옷좀 입어...심장 떨린단 말이야...유나가 두른 타올은 그녀의 무릎위를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
을 뿐이다.거기다 한술 더 떠서,유나는 수건을 살짝 들추더니 자신의 몸매(?)를 확인하는 극악무도한 의도되지
않은 유혹을 하고 있었다.

"노아도...마찬가지인거 같군요."

신기하다.영국에선 느끼지 못했는데,워프를 타고 돌아온 그 순간,노아마져도 세라와 엇비슷하게 성장해 있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어리광과 재롱이 없다면,그저 성인이라고 믿어도 좋을만큼,노아의 몸은 고교생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어째서 일까...다시 우리집에 돌아오자마자,그녀들은 눈에 띌 정도로 더더욱 자라 있었다.

갑작스럽게 커버린탓에,노아도 입고 있는 옷이 작아 보인다.그것보다...유나야.빨리 방에 들어가 주면 안되겠니?
나...신체에 변화가 오려고 한단 말이야....................

"와와!키 커졌다아!"

노아는 방방 뛰기 까지 하며,자신의 몸의 변화에 신기해 했다.여태까지는 이것보다 더 눈에 띈 성장을 보여왔는
데,아이들이 새삼 놀라는 것을 보니,오늘의 성장은 정말 매일 보는 사이끼리도 확연히 느껴질 정도인 모양이다.

"으응?"

문득 컴퓨터가 놓인 책상앞에서 깡총거리던 노아의 움직임이 뚝 하고 멈췄다.이제는 더이상 아이들이 아닌,미녀
들(?)이라고 불려야 할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골반을 돌린채로 앉아 있던 나는 눈을 살짝 크게 뜨고 노아를 바라
보았다.

"왜 그래?"

"뭐가...나타났는데?"

"응?"

세라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하게 변했다. 더불어 나도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렸다.노아가 가리키고 있는것은,여태
까지 아무런 문양도 들어가지 않아 있었던 바로 그 카드였기 때문이었다.

"에에에?"

어느새 옷을 갖춰 입은 유나가 후다닥 달려와서 카드를 집어 들었다.유나와 세라,노아의 카드들은 개화하고 나면
별로 필요없다는 유나의 설명에 따라 이미 서랍안에 잘 보관되어 있었다. 유나는 노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들고
있는 카드를 받아 들었다. 맙소사.....아무그림도 그려지지 않았던 그 카드위에...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나...빨리..."

세라가 조용히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나는 이상야릇한 감정을 느끼며,유나가 나에게 내민 카드를 말없이 바
라봐야 했다.

조그마한 망치를 들고 있는 귀여운 어린아이 하나가,카드속에서 나를 보며 환히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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