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50일간의 유럽 여행(1)-타워브릿지에서 키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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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82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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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테두리를 그만둔다는 것, 그리고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떠남과 만남이라는 명제를 충족시켜주는 충실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누누히 여행이야말로 내 인생을 살찌우는 지름길이라고 여겼지만, 그 寶刀를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고서야 실행에 옮길 줄이야...

어차피 떠남이라면 나는 만남을 가져야 했다. 만남이라... 여자들과의 만남은 항상 나를 들뜨게 한다. 지하철 앞자리에 앉은 여자와의 만남, 버스 팔걸이에 조금이라도 살갗을 부딪혔던 그 여자와의 만남에서부터 그 옛날 첫사랑의 여자와 이십여년이 흐른 후에야 몸을 얹고 헐떡 거렸던 것 부터...

준비는 끝났다. 캠퍼스라는 테두리를 떠나, 이제 여자들과의 새로운 만남의 세계로 나가려고 한다. 잔디밭 한 구석에 앉아서 약간의 온기라도 느껴보고 싶었지만, 이미 계절은 11월로 접어 들어 어떤 온기도 찾을 수가 없다. 차가운 대지의 기운 만이 성욕으로 가득찬 더러운 나의 혈관을 따라 머리끝까지 거슬러 올라감을 느낀다.

나에게도 더러운 피가 흐르고 있음이야.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이 대사야말로 나를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 아닐까. 이 쓰디쓴 소주 한병으로 그 더러운 피를 씻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것은 희망 사항일뿐 나는 이제 그 더러움을 다시 한번 증명하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속으로 타고 흐르는 소주의 싸함이 나의 위장을 쓸어 내리고...

문득 눈이 떠졌다. 꿈 속에서도 이것은 꿈이라고 수도 없이 외치지만, 그것이 현실인 경우, 식은 땀이 흐른다. 20여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비몽사몽을 헤매야 했다. 지루해서 잘려고 했지만, 또 깨고 다시 이어지는 꿈, 그리고 놀라서 깨어나고...

기내 방송이 시작됐다. 안전벨트를 조이라는 얘기 일터이고, 앞쪽 스크린의 비행기는 이미 목적지 히드로에 거의 다 와 있었다. 비행기에서의 20여시간도 이제 끝나가고 있다. 궹한 눈으로 피곤에 쩌들어 있는 사람들도 짐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고, 나는 스튜이어스가 나눠준 팩(치약,치솔,양말등)을 챙겼다. 이제 길에 버려진 나의 인생, 노숙자인지 백패커인지는 나 하기 나름일 것이다.

지나 가는 스튜디어스를 불렀다. 싱가폴 에어의 그 독특한 문양의 아가씨, 이름이 로우라고 명찰에 쓰여 있다. 한껏 상냥한 표정으로 또는 불쌍한 표정으로 모포를 요청했다. 이는, 태국에 중간 기착할 때 우리 나라 노인네들이 화장실을 찾고 이를 알아듣지 못하는 로우에게 선심을 쓴 터라 로우는 나의 요청을 넘어 한술을 더떠서. 포장까지 해서 가져다 주었다. 그안에는 그림 엽서와 모포두장, 그리고 자신의 명함까지...

그래, 이제 부터 시작이다. 떠남으로서 만나는 일이...

런던의 입구 히드로 에어포트, 틀림없는 배낭여행자의 차림인데도, 아래 위를 훝어보는 눈길은 여전히 아시아 어느 나라의 잠재적 불법 체류자 를 대한 태도였다. 무미 건조한 대화가 오가고, 간단히 입국심사를 거쳐 난 나의 배낭을 찾았다. 떠나기 전 나름대로 도상 훈련을 했지만, 공항을 나서는 나의 발길은 이미 헤메고 있었다. 토마스쿡을 현금으로 바꾸는 일부터 서투르기 짝이 없는데, 이놈의 파운드 지폐의 가치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게 고액권이야 아니야....푼돈 같기도 하고...

어느 배낭여행 서적에서나 나오는 히드로에서 런던으로 들어가는 방법, 언더그라운드 티켓에 대한 종류가 나오지만, 막상 닥치면 처음에는 당황하게 만든다. 존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구역에 해당하겠지만, 거기에 기간개념까지 끼어 있으니 좀더 아낄려면 심사숙고해야 한다. 하루 이용하는 One Day Travel Card가 거의 만원에 육박하니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도착 시간이 아직은 새벽이고 시간을 아낄려면 지금부터라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콱....

얼스코트로 갔다. 몇번의 지하철을 갈아타고, 지하철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아담하고 귀엽기 까지 하다. 아마 이런 지하철을 서울 신도림에 지나 간다면 미어 터져버리고 말 것이다. 조그만 마을 버스 정도 크기, 붐비지도 않고. 원래 그런가...

얼스코트 유스호스텔에 체크인을 하고 자물쇠로 사물함을 채우고, 쌕만을 챙겨서 나섰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과감하게 판초를 꺼내들고 나섰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영국이다. 쪽 팔릴 것도 없다. 그냥 내 편의대로 움직이면 될 뿐이다. 나를 알아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편할 줄이야...

지하철에서 내릴 쯤, 비는 개이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비온 후의 깨끗함은 여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거기다 어느 식당이 판넬에서나 봤음직한 하이드 파크의 비온 후의 깨끗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촉촉히 젖어있는 모습, 주위로 흐르는 물 길다랗게 이어지다 오므라지는 모습 물가의 약간은 높은 둔덕, 이렇게 써 놓고 보니 그 모양이 여자의 보지와도 같다. 쓰다듬듯이 걸으면서도 이럴수가 이건 머 눈에는 머만 보이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외침을 자신에게 던졌다.

그런 더러운 생각을 접는다면 한없이 평화로운 평경이다.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하고, 다람쥐는 겁도 없이 가까이 다가와서 손을 내미는데...

문득, 들리는 선명한 코리안이라는 단어... 웬 아가씨가 한국인임을 묻는다. 안경쓴 모습, 조금은 촌티 나는 그런 동양계 아가씨, 야구모자 눌러쓴 나의 모습과 더불어 이 공원에 가장 안어울릴 것 같은 차림의 아가씨, 그녀는 미찌라는 일본 여자였다.

일본에서 런던으로 유학을 온 28살의 여자, 나의 유럽에서 첫여자는 미찌라는 일본 여자였다.

나의 첫 물음은 내가 왜 코리안인가 였다. 그녀의 대답은 안경이라고 했다. 일본남의 안경과는 다른 유행의 안경이라는 대답이 걸작이다. 민족을 구분하는 기준에 안경이 한 근거가 될 수 있다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녀는 정확하게 구분해 냈으니 그 눈에 감탄할 수밖에...

그녀의 차림은 밝은 티셔츠에 가디건 정도를 걸쳤고, 치마는 거의 발목까지 내려오는데, 그녀가 말하는 안경까지 포함한다면, 그야말로 만화에 나오는 시골 아낙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얼굴은 일본 특유의 모습인지라 정숙해 보이면서도 눈가를 돌아서 귀까지 이어지는 흐릿한 주름에선 색기를 감출수가 없었다.

서로간의 소개가 지나고, 그녀는 자신이 연상이라는 사실이 즐거운지 나이 부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는 런던에서의 가이드를 자청하는데, 난 이렇게 혼자만의 여행을 가질 수 있는 자유를 첫날부터 강탈당하고 만 것이다.

약간의 대화를 통해 그녀는 내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일본여자에 대한 선입감(네이버3을 통해 얻은 일본 여자들에 대한 느낌)을 접어야 했다. 물론, 그 느낌도 나중에는 또 다시 바뀌겠지만. Conservative 라는 단어를 써야할 만큼 사고가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졌는데도 한편으로는 오랜 유학생활에서 오는 무료함을 깨뜨릴 일탈을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남녀 관계에 있어서 너 나랑 섹스를 하자라고 말을 하지 않고도 공감대를 만들수 있다는 것은 아마, 인간 만이 쾌락을 위해 섹스를 한다는 주장과도 일맥 상통할 것이다. 물론, 그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는 남자의 리드가 필요하겠지만, 이는 여자들의 헛점과도 관련이 있다. 남자가 헛점을 파고들도록 헛점을 만드는 것, 여자가 보인 그 약간의 헛점을 파고 드는 남자의 능력이 만날때 자신의 손이 그녀의 몸을 탐하게 될 것이다.

그녀의 헛점은 바로 그녀가 보수적이라는 주장이었다. 자신은 내가 알고 있는 일본여자가 아니고, 일본의 여자들 사이에서도 세대차가 있다는 주장을 늘어 놓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나에게 역설적으로 들렸다.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그 대상에 대한 희구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판단이 틀렸다면 난, 이 유럽여행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바로 돗자리를 걷고 다시 공항으로 해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벤치에 앉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런던에 대한 이야기, 일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미찌의 런던에서의 생활, 모범생의 생활이었다. 밤에는 런던의 밤거리를 걸어 본적도 없다는, 그래서 오늘에서야 나와 함께 템즈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불켜진 타워브리지를 보고싶다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우린 어두워 지기 시작하는 하이드 파크를 떠났다.

우선 배부터 채워야 했다. 물가 비싼, 런던에서 만난 여자와의 만찬을 난 준비하고 싶었지만, 미찌는 가난한 백패커의 주머니 사정부터 먼저 걱정했다. 그래도 내가 저녁을 하고 싶다는(가이드에 대한 보수) 나의 주장에 어느 허름한 지하 까페로 들어갔고, 무언가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다는 내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커피 한잔 만을 시켰다. 그러면서도 나에게는 포크찹 종류의 싸고 먹을만한 것을 권하는 배려를 보여줬다.

미찌의 손을 잡고 싶었다. 팜리딩이라고 했다. 미찌의 손을 잡고 손금을 봐준다는것으로 나는 그녀와의 시킨쉽을 시작했다. 우선 손가락을 나의 양손으로 모아쥐고, 팔목까지 내려온 가디건을 걷어 올렸다. 야리한 팔뚝의 모습이 까페의 불빛에 더욱 하얗게 보였다. 손가락을 쥐어 올라가면서 주무르고, 다시 쥐어주고, 손바닥을 젖혀 나의 손바닥으로 후려 쳤다. 그리고는 나의 새끼 손끝으로 손바닥 가운데를 애무하는데, 지긋이 감고 있는 그녀의 눈빛이 자못 진지해 보인다. 그리고는 나의 입술에 그녀의 손을 가져다 대고는 향내를 맡으면서 나는 그녀의 미래를 점쳤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는 그녀는 나의 입김과 나의 터치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느꼈던 색기가 짙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포크찹인지, 맛도 없는 고기쪼가리를 남겨두고 일어났다. 음식의 냄새만 맡아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그녀에게서는 커피를 마셨을 뿐인데 온몸에서 커피향이 배어 나왔다. 헤즐넛도 아니고, 그냥 비엔나 커피에 위스키 한방울을 떨어뜨리고, 생크림을 얹은 듯한 향긋하고 싱그러운 냄새.

런던 타워쪽으로 뛰었다. 불빛은 이미 미찌와 나의 몸만큼이나 타오르고 있었다. 런던 타워에서 타워브리지를 바라보는 돌담에 기대어 섰다. 저 멀리 바라보는 그녀를 '미찌'라고 부르면서 난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이마로 흘러 내린 머리카락 한올 한올을 빨면서 코를 타고 입술로 나의 입을 가졌갔다. 입술을 촉촉히 적셨다. 템즈강의 강 바람은 날카롭지는 않았지만, 이국의 연인들의 입술을 깡마르게 하기에는 충분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입술을 적시는데 공을 들여야 했다.

입가에서 부터 물고, 입술의 중심부를 깨물면서 혀로 쓰다듬으면서 난 그녀의 입부터 적셔갔다. 그녀는 이제 이 일탈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타워브리지를 지나는 차들의 불빛이 우리 머리위로 비춰지면서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일상의 사랑을 하듯이 그렇게 우리는 입을 맛췄다.

혀로 살짝 입을 벌렸다. 가지런한 치아가 나의 혀 끝에 느껴지면서 꽉 막힌 치아가 서서히 열리자 난 잽싸게 그 틈으로 혀를 넣었다. 그녀의 혀는 도망 갔다. 하지만 그도 잠깐, 한없이 깊을 것 같던 그녀의 입안도 나와 그녀의 타액으로 가득찰 무렵 어쩔 수없이 삼키고 혀를 엉켜야 했다. 그녀의 손은 나의 허리로 돌아가고, 나의 손은 그녀의 브라 끈 고리를 느끼면서 허리로 힙으로 해서 허벅지까지 내려가 있었다.

우리는 문득 잠에서 깼다. 서로의 안경 부딪히는 소리 때문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난 입맛을 다시면서 손에 깍지를 낀채 그녀의 집으로 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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