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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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83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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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부>


#1.리미의 창조물.


"저...저게 뭐야?"

신기하다.해안가에 바위도 없는데,리미는 그것을 먼저 준비해 놨다는 건가?아니..그것보다 나를 보며 으르릉 거
리는 저 바위의 형상은 대체....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식겁해서는 리미만 바라보고 있었다.리미는 몇번의 연성을 더 거치더니,괴이한 바위생물
을 몇마리 더 만들어 버린다.

동물에 피에 따라서 형상이 다른건가?비록 바위긴 했지만 각각 다른 형상을 갖고 있었고,걔중에는 모래를 뚝뚝
떨어뜨리며 우리를 보고 으르렁 대는 녀석들도 있었다.

"급작스럽긴 합니다만....바위와 동물의 피로 대충 연성해보긴 했습니다.수련용으로요.어차피 생명력이 짧을 수
밖에 없습니다만...수련을 할 정도는 되겠지요."

"그...근데...저녀석들 꽤나 사나워 보이는데..."

내 얼빠진 중얼거림에 동조한다는듯 유나와 노아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저부터 하겠습니다."

세라가 살짝 늘어뜨리고 있던 검을 들며 말했고,약속한 듯이 나와 유나,노아는 최대한 영향권 위로 올라가 버렸
다.하하하하하!

리미역시 자신이 연성한 미확인 물체(?)에서부터 떨어져서 살짝 세라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약간은 급조된 듯
한 무대였지만,긴장감이 없는것은 아니다.바위생물들은 그르렁 거리며 자신들과 대치한 세라에게 어슬렁 거리며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의 피와,또 뭐 내가 모르는새에 다른것이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일단 바위와 만나 태어난 그것은 세
라를 향해 바위 이빨을 번뜩인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전장을 바라보았다.세라는 리미가 만들어준 검을 횡으로 놓고 여유있는 표정으로 바위
생물들을 바라보았다.총 다섯마리,그것은 각각 맹수의 형상을 한 바위들이었다.

"으으.."

사실,긴장이 되는건 어쩔수 없다.왜냐고?아무리 오너라는 것이 되고 나서 부터 페어리들과 혹은 여타 다른 오너
들의 무위를 본 이상은 이런것에 익숙해 져야 할지도 모르지만,무언가 만들어진 피조물들(게다가 내가 데리고
있는 페어리가 만든)은 처음 보는 광경이기 때문이다.덧붙여서 저 맹수들의 모습은 비록 바위로 이뤄졌지만 충
분히 위협적이었다.

옆을 살짝 바라보니,수첩과 팬을 들고 세라를 관찰하는 리미가 보인다.귀여운 그녀의 외모는 앙증맞게 앙다문
입술때문에 사뭇 진지하게 느껴진다.

"크르르르..."

바로 그때 늑대 형상을 한 한마리가 세라의 왼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와와..."

세라의 검이 살짝 비틀어지나 싶더니,노아의 감탄사가 연이어 들려왔다.검정색 검신에 푸른기운이 일렁이는가
싶더니,하나의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그 생물을 이등분해 버렸기 때문이었다.잘린 단면은 바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치즈케익을 자른 것처럼 맨들맨들했다.그녀가 얼마나 깔끔한 검식을 펼쳤는지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쿠우우우!"

세라에 의해 운명을 달리하신 자신의 동료(?)를 보자마자,네 마리의 생물들이 괴성을 울부짖으며 세라에게 한꺼
번에 달려 들었다.

챙!챙!차앙!

절대 방어를 보여주는듯,세라의 검은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동서남북을 점한 녀석들의 움직임을 미리 차단 시
켰다.그녀의 움직임에는 여유가 있었다.비록 지성이 없는 급조된 녀석들이지만,세라의 무위가 만만치 않았음을
알아 챘는지 그들은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세라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다시한번,세라의 검날에 푸른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비록 편한 복장을 입고 있는 세라지만,지금 저 순간에는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보다 더욱더 강맹해 보였다.어떤 금속인지는 알수 없지만,검정색 검신에서 베어나오는 광
택에는 말로 할수 없는 위압감이 깃들어 있다.

"검기....군요."

리미가 살짝 중얼거린 말에 나는 살짝 그녀를 바라보았다가 다시금 세라를 바라보았다.음...확실히..그렇긴 한데
저게 대단한 건가?사실 워낙 더 대단한 걸 많이 봐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크르르르르.."

사방팔방에서 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그들이 달려 들었다.하지만 세라는 망설임없이 오른쪽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녀석을 양분하며 빠르게 옆으로 빠져버렸고,한곳으로 달려들던 녀석들은 여지없이 지들끼리 충돌해 버리며 뒹굴
렀다.

"헛..."

분명히 보았다.세라의 푸른 검기가 갈색으로 짙어지는 것을,그리고 그녀가 검을 위로 튕겨 올리자,강맹한 기운이
엉켜있는 바위덩어리 생물들에게 폭사되어 버렸다.

콰콰콰쾅!

나는 내입으로 충격파로 인해 형성된 모래바람이 들어가는 것도 잊은채로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아까 첫번째 녀
석을 처리할때는 베어서 공격을 했던 세라의 검은,이번에는 그 녀석들을 산산조각을 내버린 것이었다.

"와아아..."

노아도 감탄을 하며 앙증맞은 입술을 오물거린다.세라는 검기를 거두며 살짝 검신을 내려뜨렸다.그제서야 나는
느낄수 있었다.잠깐의 대결을 본것 뿐이지만 세라는....

"완벽한...블랙나이트..."




#2.그녀들의 실력은?



"다음엔 제가 갈게요!"

역시나,승부욕 강한 유나가 벌떡 일어났음은 말할것도 없다.더구나 내 곁으로 온 세라에게 내가 칭찬을 해주고,
세라는 아름답게 미소를 지으니 유나의 심통은 더 할수 밖에 없나보다.

"리미야.한번더 부탁해.다음은 노아 준비하고."

내 말에 리미는 고개를 끄덕였고,노아는 귀엽게도 침을 꼴깍 삼킨다.하하하하.

"조합연성 구축!"

이번엔 조그마한 자갈들이 리미의 시동어와 함께 뭉치기 시작했다.이번엔 바위가 아닌거야?

"크르르르..."

유나는 자신있다는 표정으로 셀쭉 웃어보였고,자갈들로 이루어진 괴수들은 또 다시 눈앞에 보이는 유나에게로
어슬렁 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순간,한 녀석이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유나에게 달려들었다.유나의 몸이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콰직!

유나의 한쪽팔이 갑자기 달려든 녀석의 입에 씹혀 버린다.유나의 팔이 자잘한 얼음조각이 되어 흩날린다.하지만
나는 놀라지 않았다.저것이 유나가 얼음에 투영해 만든 분신이라는거...마유미와 유나의 대련중에 본적이 있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녀석이 차가운 얼음덩어리를 돌이빨로 갈아버리며 열심히 두리번 거린다.

"프로즌 니들!"

콰아아아앙!

세상에.눈이 절로 휘둥그레 진다.갑작스레 녀석들의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유나의 시동어와 함께 엄청난 크
기의 얼음기둥이 자갈 괴수(?)들을 휩쓸어 버린 것이다. 단 한방이었다. 그 단 한방에 사방으로 자갈들이 분쇄
되었고,얼음기둥이 직격한 땅에는 내리쬐는 태양이 무색하게 하얀 빙판이 만들어져 버렸다.

"와!!"

노아는 또 신이나서 박수를 쳤다.맙소사...전에 유나가 시전했던 마법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한방이었다.

틀림없다.마법은 잘 모르는 나지만,유나는 이 섬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즉 수행한지 단 며칠만에 윗 클래스
의 마법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헤에~~"

유나가 살짝 웃으며 V자를 해보인다.나는 평소처럼 유나를 보며 웃어줄수가 없었다.순식간이지만,유나의 주변에
서 마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꼈기 때문에,그것을 계속해서 생각해 내느라 정신이 팔려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반응이 없자 유나가 삐죽거리며 삐진것은 말할것도 없다. 때문에 나는 매우 격하게 유나의 은발머리를 쓰다
듬어줘야만 했다.하하.

"생각보다...유나나 세라의 실력이 높아서 사실상의 수련효과는 없군요."

리미가 조용히 중얼거렸지만,나는 고개를 저었다.수련효과가 없는것이 아니다.세라의 경우,검기를 이용한 공격
은 크리스틴과의 비무에서도 있었지만,저런 갈색의 검기를 쏘아보내는 것은 난 본적이 없었다.유나역시 나에게
보여줬던 마법과는 다른것을 쓰고 있었다. 그 말은 저 아이들의 지금썼던 이 기술을 처음 구사한다는 말이 된다.

그것자체에 의미가 있었다.적어도 기술을 직접시전한 저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실제로 써봤다는것이 큰 의미가 있
을테니까.

리미는 살짝 내 눈치를 보더니 이윽고 아무것도 있지 않은 모래위에 동물의 피를 흘려보내고는 다시한번 수인을
맺었다.

스으으으으....

또다시 들려온 리미의 시동어와 함께 이번엔 모래들이 뭉쳐지기 시작했다.그것들은 조밀조밀하게 뭉쳐,하나하나
의 형상을 이뤄간다.뭐지?리미의 창조물이 점점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듯한 이 느낌은?

"노아.다음 너야."

노아는 지금까지의 둘과는 전혀 달리 쭈뼛거리며 밑으로 내려갔다.여전히 동그란 눈을 하고서,본인이 대련자인
주제에 신기하게 모래 생물들을 바라보고 있다..하하하.

"노아...성장이 끝난거 같군요."

세라의 중얼거림에 나는 왠지 무언의 무언가를 담고 있는 거 같아서 움찔해버렸다.듣고보니 그런것같기도 한다.
키는 비록 작지만 비율상은 완벽한 성인의 모습이었다.원피스에 맨발 차림으로 서있는 노아는 누가봐도 너무나
이쁜 성인 여성이었지만,늘 아기같은 말과 행동때문에 가끔 그녀가 아직도 꼬맹이처럼 느껴지는 것일 뿐인거
아닌가.

"헤에....신기하다!"

"..."

저것만 봐도 그렇다.침착하게 상대를 보며 숨을 고르던 세라나,자신감있는 표정으로 마법을 준비하던 유나와는
전혀 달리,저건 누가봐도 관찰하는거 아니냐고오!

"크르르르..."

음...바위,자갈,모래로 다 달라도 으르렁대는 소리는 똑같구만.역시나 이번에도 총 다섯 마리였다.어느덧 원피스
밑으로 시원하게 다리가 뻗어,겉모습으로는 정말 완벽한 성인인 노아는 언벨런스 하게도 입술을 손가락으로 매
만지며 눈앞에 있는 괴수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스스스스...

모래로 이루어진 괴수인지라 노아를 향해 다가올때마다 모래가 몸위에서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한녀석이 크르르
하는 괴성을 지르며 노아를 향해 뛰어 들었다.

"앗!"

노아는 아무런 대책 없이 그저 뒤로 물러서기만했다.바로 그때 였다.

슈우우우우!

노아의 바로 옆에 있는 바다에서 수십개의 물줄기가 마치 화살처럼 쏘아져 노아에게 달려들던 녀석을 순식간에
벌집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뭐..뭐야 저건?"

분명 노아는 정령을 부르지 않았다.그저 당황에서 쭈뼛거리며 뒤로 물러났을 뿐인데,지금 노아에게 달려들던 녀
석의 몸에는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었다.

"노아 근처엔 항상 정령이 있습니다.기본적으로 노아가 불러야만 나오긴 하지만,노아의 신변에 급작스러운 일이
닥치면 기본적으로 정령이 보호를 해주지요.지금처럼."

세라의 부연설명에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랬다.항상 어린애같은 말투와 행동에 잊고 있었지만,그녀는 정
령의 여왕이었다.페어리중 최강이라는 말을 듣는...그리고 정령력이라는 방대한 개념을 통째로 가진 유일한 페
어리.

"크르르르!"

동료가 온몸에 빵구가 나면서 쓰러지는것을 보자,비록 지성이란거 없이 연금술에 의해 연성된 생물일지라도 긴
장이 되는 모양이었다.나머지 넷은 연신 괴성을 흘리며 노아의 주위를 포위하기 시작했다.신기한 표정으로 바라
보기만 했던 노아도 뭔가 결심을 한듯 입을 앙다물어 보였다.

"노움!"

노아의 외침과 동시에 선두에 있던 녀석이 꾸에에엑 하는,다소 듣기 싫은 비명을 지르며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
기 시작했다.그리고 나는 분명히 보았다.난장이 만한 땅의 정령(할아버지 같이 생겼었다.)이 모래괴수의 뒷다리
를 잡고 끌어당기는 것을.

뒤에있던 세놈은 땅밑이라는 것을 의식했는지 공중으로 높이 점프해서 노아에게 달려들었다.그 동안에는 그저 동
서남북만 점하려 했던 녀석들이,드디어 공중으로 날아오르듯 점프해서 머리위를 점하려 든 것이다.분명히 리미
가 불러내는 녀석들은 점점 더 진화하고 있는게 틀림없다.

"실라페!"

노아에게는 유나같은 수인이나 시동어가 필요없었다.단지 입으로 정령을 불러냈을 뿐이었다.실라페라고 불리는
바람의 정령이 순식간에 노아의 머리위로 나타났다.마치 공작새를 보는것 처럼 거대한 날개를 지닌 새의 형상
이었다.

스스스스스...

이윽고 실라페의 날개짓에 엄청난 강풍이 순식간에 불어닥쳤다.자연스레 우리에게도 충격이 와서 얼굴을 팔로
가릴수 밖에 없었지만,나는 노아에게 달려들던 나머지 세마리가 강풍에 의해 완전 분해되어 한줌의 모래로 바다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모습을 똑똑히 볼수 있었다.

"세상에....노아가 저렇게..."

나는 내 얼굴을 때려오는 모래바람을 막을 생각도 하지 않고는 꿈을 꾸듯 중얼거렸다.노아는 신이 난다는듯 팔
짝팔짝 뛰며 좋아하고 있었다.멍해져 있는 나를 바라보며 리미는 차분하게 수첩에 무언가를 적으며 중얼거렸다.

"아직입니다.노아의 힘은...아직 3분의 1도 개방되지 않았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다시한번 노아를 바라보았다.블루블랙의 단발머리와 너무나 귀엽게 생긴 얼굴.그리고 하늘거
리는 원피스 밑으로 하얀 다리가 뻗어 있다.어린아이 같은 언행에 늘상 그녀의 힘을 생각지도 못한 나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오늘로써 전면 수정해야 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왔다.

물론 비단 노아뿐만이 아니다.세라를 포함해서 노아까지,리미가 만들어낸 녀석들을 청소하는데 총 걸린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제 들어가."

바람의 중급정령,실라페는 새주제에(?) 도도하게 고개를 까딱 거렸지만,이내 여왕인 노아의 명령에 순식간에 사
라져 버렸다.

"저,..주인님?"

"응?"

리미가 조용히 나를 불러 나는 그제서야 세라의 칭찬을 받고 있는 노아에게서 눈을 돌렸다.

"저도...준비해야 하나요?도움이 안될수는 없으니까..."

약간은 무표정해 보이는 리미의 얼굴을 나는 한참이나 바라보았다.너무나 맑은 눈망울이 보고만 있어도 어디론가
빠져버릴듯한 신비한 모습이었다.

나는 살짝 웃어주었고,갑작스런 내 미소에 리미는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렸다.나는 갈색과 검정이 섞여 더욱더
귀여워 보이는 리미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었고,그녀는 내 돌발행동에 깜짝 놀라 움찔했다.

"아니야 리미야.니 무기는....바로 이 머리니까."

내 말에 나는 처음으로 리미의 희미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리미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3.그녀들이 강한 이유?


확실히 말해서,리미가 만들어낸 바위,자갈,모래 생물들은 효과가 있긴 있었다.노아도 수행을 한답시고 쫄래쫄래
어디론가 가버렸고,유나역시 내 볼에 기습뽀뽀를 날리더니 아까의 그 장소로 부리나케 달려갔기 때문이었다.

리미는 우리가 살 집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고,세라는 리미의 부탁으로 간간히 소드로 나무를 잘라주어야 했기
때문에 주둔지에 남았다.

휴우.팔불출이란 소리를 들을지 모르지만,아이들은 강했다.아니,강해지고 있는게 눈에 보인다.나역시 언제까지
나 그녀들의 보호아래 살아서는 안된다.J만 하더라도 인간이라고는 뭐 믿겨지지 않을 정도가 아닌가.하기야 차
우같은 괴물도 있지만 말야.

"고민이 있으신가요?"

옆을 돌아보니 세라가 내 옆에 다가와 말을 걸고 있었다.나는 살짝 옆으로 비켜주었고,세라는 내옆에 반반한 바
위 위에 걸터앉았다.하하.역시 세라는 가까이서 봐도 참 이쁘구나.

"아..응.이 녀석으로 마나를 운용하는게 힘들어서 말이야."

나는 클라리넷을 꺼내들고 한탄아닌 한탄을 했다.세라는 가죽으로 만든 임시 검집에 소드를 넣어둔 모습이었다.

"걱정마세요.전 주인님을 믿습니다.꼭 해내실 거에요."

"고마워 세라야.차우의 말로는 난 너처럼 체내에 마나를 들일수가 없다고 하더라."

"마법사...타입이신 거군요."

"글쎄....굳이 말하자면 악기법사 이런게 아닐까?하하하."

"보여주실수 있으세요?"

"....미안.사실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그냥 막연한 내 예측일 뿐이야."

세라는 내 말에 입을 가리고 조용히 웃었다.으으...청순하다! 이 모습만 보고서 생각없는 남자들이 그녀에게 치
근 거리며 희롱을 했다간 아마 눈깜짝할 사이에 세라의 검에 의해 고자가 되어버릴.....흠흠!그만하자.

생각해보니,세라는 어떤 방식으로 검을 쓰는지 궁금해진다.유나에게도 들었으니까,세라쪽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
까?

"세라.아까 그거 말이야.."

"네?"

"니 검에서...나온거."

"검기..말씀이세요?"

"어.그래그거.그거 어떻게 하는거야?"

세라는 내 요상스런 질문에 잠시 당황을 하며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허...이런 야생생활에서,그것도 수행을 하면
서도 어쩌면 저렇게 피부가 뽀얗고 깨끗할까.

"검기란 것을 다루는 사람을...본디 소드마스터라고 부릅니다."

"소드마스터?"

아...들어본적이 있었다.간혹가다가 게임을 하더라도 종종 나오는 단어니까.

"네.그리고 기사들의 사이에서는 소드마스터가 꼭 이뤄야 하는 꿈과 같은 단계입니다."

"와...그럼 세라 너도 소드마스터네?"

"어떻게 보면...그렇습니다."

세라는 내 질문에 수줍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러면...프로센이란 나라에는 소드마스터가 득실거리는거야?"

"아뇨.그렇지는 않습니다.저같은 경우에는 이쪽으로 특화되어 생겨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아..."

잊고 있었나 보다.세라는 이 세계로 오면서 마법력에 의해 특화된 페어리라는 것을.

"본디 기사들은, 처음부터 마나를 익히고 받아들일수 없습니다.정해진 검술 동작을 수천번 반복하고,정해진 검
식을 계속해서 단련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이 과정은 못해도 10년이상 걸리지요.재능에 따라서는 금방
마나를 익히는 천재도 있겠지만,반대로 평생 수련해도 마나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나는 흥미로운 기사의 세계 이야기에 푹 빠져 대꾸도 할 생각도 못하고는 세라의 말을 경청했다.세라는 검에 대
한 이야기가 나오자 마치 꿈을 꾸는 소녀처럼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소드마스터라 하면,마흔살이 넘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물론 페어리와 함께 능력 특화가 배가 되
는 오너역시 예외로 쳐야겠지만요."

"근데 잠깐.그렇다면 프로센에서도 페어리들처럼 다른 인간의 능력을 특화시켜주면 소드마스터가 늘어날수 있다
는 거 아니야?"

내 말에 세라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것을 할수 있는것은 대 마법사 뿐입니다.엄청난 마법력이 소모되는데다가,저희의 경우엔 비상시여서 어쩔수
없는 궁여지책으로 이렇게 된 것이지요.게다가, 마나로써 임의로 특화시켜주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동반합니다."

"위험?"

세라는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그녀의 변화에 나도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며 숨을 죽였다.

"페어리라고 해서,무조건 이 세계로의 귀환이 성공적인것은 아닙니다.성공하는 것은 열에 하나정도지요.대부분
특화과정에서 마나의 부딪힘 현상으로 죽음을 맞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맙소사..."

뭐..뭐 그런게 다있어?너무 한거잖아 그건...차우의 말을 빌리면,프로센 세계에서는 인간이라는 새로운 전투력
이 필요해서 페어리를 보낸것이라 했다.물론 그의 일방적인 추측일진 모르지만,꽤나 신빙성 있는 추리가 아닐수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세라와 같은 존재를 카드에 봉인,그것을 오너와의 반응을 통해 나타나고 성장하게 하는것은 아마
엄청난 마법이 소요될것 같기는 하지만,오너들을 만나기 위해서 죽음을 당한 페어리,아니,원래 페어리가 될 예정
이었던 후보들이 꽤나 많이 죽어나갔다는 말이 아닌가.

"내 생각이지만 말이야."

문득 사늘해진 분위기에 나는 조용히 세라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고,그녀는 묵묵히 나를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다른 페어리보다 훨씬 강한거 같아.그냥 내 감으로 말이야."

"그런가요..."

세라는 살짝 웃으며 말을 했지만,내말은 진심이었다.원래 포스가 강했던 세라는 그렇다치고,유나는 정말 볼때마
다 성장을 했다.게다가 오늘은 리미가 만들어낸 존재들도 불완전한 존재들인지라 그녀들의 실력을 일부 본것에
불과했다.뭐..때문에 리미역시 더 강하게 만들어 보는것을 연구하겠다는 말도 했지만 말이다.

"응.정말이야.아직 까지 약한 내가 미안할정도로"

"그렇지 않아요.저희가 강한것은 주인님이 강하기 때문이랍니다."

"정말?"

"그럼요."

세라는 빙긋 웃어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페어리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하나의 요소가 더 필요해요."

"하나의 요소?그게 뭔데?"

세라는 무슨말을 하려는지 살짝 머뭇거렸다.그녀답지 않게 허리춤에 있는 가죽 검집을 살짝 매만지기도 하면서,
그녀는 묵묵히 아무말도 하지 않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오너와의 교감과...애정입니다."

"응..?"

"결국 저희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불완전한 한 부분이 오너와의 교감과 애정에 의해 채워집니다.그런 의미에서,
주인님을 오너 이상으로 사랑하고,또 사랑받는 유나나 노아는 더더욱 성장하겠지요.물론....저도요..."

뛸듯이 기뻤다.세라를 꼭 안아주고 싶기까지 했다.하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안고 있으면 또 분명 세라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을게 뻔하기 때문이다.둘이면 모를까...옆에서 열심히 망치질 하는 리미에게 조금 쑥쓰럽잖아?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세라는 계속해서 나를 보며 환히 웃어주었다.나는 대신 세라의 부드러운 손을 꽉 잡
아주었다.기사의 손이라곤 믿을수 없이 너무나 고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난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도...열심히 할게.불완전한 오너가 되지 않도록 말야."




#4.기본을 느끼다.


땡강땡강.

스윽스윽.

"...."

흠...상당히 정신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로세.세라도 수행하러 자신만의 장소로 가고 난후,나는 텐트 앞에 가부좌
를 트고 앉아 마나와 클라리넷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었다.허나,문제는 옆에서 열심히 앙증맞은 손
으로 톱질과 망치질을 하며 연신 설계도를 확인하는 리미였다.

그럼 다른곳으로 가면되지 않느냐!하겠지만,사실 가까운 곳에는 노아와 유나,세라가 있을것이고 나는 결국 더 깊
은곳으로 가야할 테니...차라리 주둔지에서 이러는 게 나을듯도 싶었다.

"근데 정말...저런 연구 자체가 리미에게는 수행인 걸까."

조용히 중얼거렸지만,그녀는 원래 학자계층이 아닌가.학자에게 있어서 수행은 곧 연구니,말할 필요도 없는 내용
이기도 하다.

나는 조용히 투덜거리며 차우가 준 책의 맨뒷장을 다시한번 정독했다.하하.그러고보니 세라는 지금 내가 준 책을
열심히 익히고 있겠지?

차우는 세라에게 필요할 거라며 중국 유명 가전검술을 집대성한 책을 주었다.거창한 말로는 무공비급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그 책 자체에 세라의 눈이 휘둥그레 지며 승부욕에 불타오른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확실히 세라가
지금 몸에 익히고 있는 기본기에 무협지의 원조격인 중국의 책자가 더해진다면...나역시 정말 기대해도 될 만한
부분이었다.노력파 세라라면 지금도 열심히 차우가 준 책을 보며 검을 휘두르고 있겠지?

흠흠!잡념은 버리자.다시한번...나는 클라리넷을 들고 조용히 연주를 시작했다.내리쬐는 태양에,넘실거리는 에메
랄드 빛 바다에,설탕같은 백사장위에 망치질 하는 소녀와 클라리넷 부는 청승남이라...뭐 남들이 보면 컬트 코메
디겠지만 그런걸 신경쓸 여유는 없는거다.

우선,유나가 말한 첫 단계.내 마나의 형태를 감지해야 한다.조용히 울리는 선율.리미가 하던일을 멈추고 나를 물
끄러미 바라보는게 느껴졌다.이해하렴.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마나를 구체화 하지 못하니까 말야.

드디어 내 주변을 감싼 기운이 희미하게 느껴진다.타원형의 그것은,대기중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마나속에
서 하나의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벤다이어 그램으로 설명하자면,내 마나는 대기마나의 부분집합인 것이다.

정신을 집중하니,머릿속이 맑아지는게 느껴졌다.이제는 두번째 단계.대기중에 마나를 흘려넣으며 시동식과 좌표
를 설정하는 일이다.하지만 나는 마법이 아니니까,나만의 방식대로 해야만했다.집중하자..집중해 보는거다.

-마나를 악기를 통해 어떤 형태를 만드시면...-

은근히 차우가 흘리듯이 이야기한 부분을 떠올렸다.형태라...어떤게 좋을까?나는 문득 화살을 떠올려보았다.
유나의 프리즌 에로우 마법처럼...나도 음률의 화살을 만든다면?

나는 대기중의 마나위에 음율을 이미지화 시켜 흘려보았다.화살의 형태로 금방 나타날줄 알았던 나는 실망을 감
추지 못했다.내가 만들려 했던 화살의 이미지는 마치 물잔에 설탕을 한스푼 넣은것처럼 스르르 녹아 들어가 버린
것이다.

"흠...뭐가 문제지?"

첫시도부터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너무나 허무하게 사라져버리자 힘이 쭉 빠져 버렸다.일단 내 마나의 형태에 음
율을 흘려 넣는것은 어느정도 알겠는데,문제는 대기의 마나에 스르르 흡수되어 버린다는 거다.

어느순간부터,리미의 망치질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정신을 집중하고 있어서 보이지는 않지만,리미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 감지할수 있었다.

뭐가 문제일까.분명 마법과는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뭔가 문제가 있으니 발동이 안되는 것일 거다.나는 이번엔
악기를 내리고,유나가 마법을 쓸때를 생각해 보았다.

아까 자갈생물을 상대할때의 유나근처에 있는 마나가 어떻게 움직였는지...그것부터 느끼는것이 급선무 였다.그
래.분명 유나가 무언가를 행하면서 대기중의 마나가 급속히 변형이 일어났던 기억이 있다.마나가 풍부한 이 섬
이기에 느낄수 있었던 부분이겠지만.

그랬다.중요한것은 마나를 흘려넣으면서 재배치 하는것이라고 했잖아? 나는 천천히 악기에 입술을 대며 이미지화
시키기 시작했다.화살. 작고 뾰족하게 만들어서..거대한 대기중으로 흘려 대기의 마나를 바꿔보는거다.

푸슉!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그리고 분명히 보았다.

내 앞에 있는 모래에 손가락 만한 구멍이 나며 살짝 모래가 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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