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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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85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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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부>


#1.무인도 첫 전투.


츠츠츠츠츠츠츠..

배에서 하얀 파도가 쏟아져 내리며,거대한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세라와 유나는 초조하게 내 명령을 기다리
고 있었다. 하지만 서둘러 공격명령을 내릴수도 없다.저것이 아군인지 적군인지,판단이 먼저기 때문이다.

"저것은..."

우리앞에 거대한 선박하나가 완전히 그 모습을 갖추어 나타났다.잠수함도 아닌 주제에 바다에서 부터 솟아오른
그녀석은 시커먼 나무로 만들어진 큰 배였다. 그리고 거대한 갑판위로 무언가가 하나씩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했
다.

"뭐....뭐야 저것들은..."

나도 모르게 황망하게 중얼거렸다. 배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녀석들의 존재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아니었다.언젠가 리미가 만들어냈던 바위생물보다 두배는 흉측해 보이는 괴물들이었다.게다가 그 숫자는
족히 3~40은 넘어 보였다.

"오거....."

유나가 황당하다는 듯이 중얼거린다.오거...?

"유나..그게 뭔데?"

"한마디로 몬스터에요...저게 왜...이 세계에 있는거지?"

"소환된 피조물일수도 있습니다.오거 말고도,다른 몬스터들도 몇몇 보입니다."

세라가 설명을 덧붙이며 검을 움켜쥐었고,나역시 긴장된 표정으로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녀석들은 배 위에서 우
리들을 내려다보며 괴상한 울음을 지어보인다.

"이거이거...의외로 빈약한 파티원이로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며,갑판위에서 우릴 내려다보던 괴수들의 무리가 반으로 갈라진다.그 사이로 목소리의 주
인공인 듯한 녀석이 튀어나왔다.

녀석은 갈색의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마치 닌자 같은 모습이기도 한 그는 복면속에 빛나는 눈동자로
우리들을 훑어 보았다.

"블랙나이트 하나에,프로즌 레이디 하나...그리고 약해빠진 오너 하나....연금술사 하나..."

그 녀석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우리들은 움찔하며 자세를 고쳐잡았다.아무리봐도...우호적인 상황은 아닌듯 보였
으니까.

"그렇게 당부를 하시길래 걱정했더니...금새 끝나겠군."

그는 알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우리를 스윽 훑어 보았다.뭔가...무시하는 느낌이 팍팍 드는게 기분은 별로구만?

"너...정체가 뭐냐?"

내 말에 복면을 쓴 녀석의 눈매가 순식간에 조롱으로 물들었다.녀석은 대답대신 손을 까딱해 보였다.그의 신호
와 동시에,갑판위에서 침을 질질 흘리던 녀석들이 순식간에 배에서 뛰어내리며 해변으로 덮쳐오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도끼며 칼같은 허접하지만 위협적인 무기를 들고 있었다.

"세라.유나."

나는 최대한 침착해 지려 애썼다.저녀석들이 뭐하는 놈이지?이런거 따위를 생각하다간 목이 달아난다.더구나..
저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유나가 오거..라고 불렀던..)녀석들의 그로테스크한 생김새를 보니 협상할 의지는
없는 모양이니까.

세라와 유나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양옆으로 갈라졌다.세라는 비록 수련을 하긴 했지만 아직은 부족한 나
를 감싸기 위해서인 모양인지,내 앞을 호위하듯 지켰고,광범위 공격을 해야하는 유나는 내게서 최대한 떨어지
며 측면공격을 준비했다.덕분에 쏟아지는 오거 무리들은 내방향과 유나방향으로 양분되며 우리를 덮치기 시
작한다.

"알았나!뒤에 있는 연금술사는 죽이지말고 생포하도록!"

빌어먹을.저 복면쓴자식 굉장히 거슬리는 명령을 내리네.

"크르르르르.."

하지만 그런것에 신경쓸 여유따윈 없었다.와..오거다!하며 신기하게 관찰할시간 물론 없었다.나는 뮤즈에 마나
를 운용해서 최대한 길게 늘어뜨렸다.그와 동시에,세라의 검이 태양빛을 받아 번쩍하고 움직였다.

투두두둑...

순식간에 세라쪽으로 다가오던 한 녀석의 허리가 반으로 갈라졌고,기분 나쁜 음색을 남기며 모래사장위로 허물
어졌다.뒤에 오던 녀석역시 세라의 검의 반경에 부딪혀 팔이 잘려 나갔지만,금새 팔이 회복되며 자라나는 모습
에 나는 그만 질려버리고 말았다.

"프리즈 랑스!"

유나의 시동어가 울림과 동시에,듣기싫은 오거들의 꽥꽥소리가 해변가에 울려퍼진다.그녀가 행한 마법으로 인해
땅에서는 수십개의 얼음송곳이 솟아오르며 오거들을 순식간에 꼬치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하얀 수정같은 얼
음위로 그들의 피가 뚝뚝 거리며 떨어진다.

"뭐...뭐라고?말도 안되는!"

당혹스런 유나의 말이 들려온다.맙소사...녀석들은 몸에 얼음기둥이 박힌채로 계속해서 우리를 향해 어슬렁 거
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투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기둥이 부서졌고,그들의 몸은 얼음기둥이 박힌 상태 그대
로 재생이 되고 있었다.

"이 괴물자식들이.."

나는 뮤즈의 몸통을 붙잡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뒤에서 말리는 듯한 세라의 말이 들렸지만,그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다.나라고...이제는 뒤에서 아이들에게 의지할수 없는 거니까.

"크그그그..."

역겹다.내 뮤즈의 끝은 오거 한마리의 목을 그대로 관통해 버렸고,이내 고통에 찬 녀석의 으르렁 거림이 느껴진
다.딱봐도 엄청난 힘.게다가 저 흉측한 이빨에 물어 뜯겼다가는 아마 순식간에 내 몸은 완전분해 될 것이다.

"크르르르!"

나 역시 순식간에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녀석은 자신의 목에 꽂힌 내 뮤즈를 움켜쥐고 나를 그대로 들어올려
버린 것이다.

"주인님!"

세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이미 세라의 주변에도 오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나를 들어올린 녀석의 손
이 점점 올라간다.손에 들려있는 저 허접해 보이는 칼로 나를 베어버리려는 모양이다.

우우우우우웅....

나는 뮤즈에 매달린채로 잽싸게 소리구멍에 입을 대었다.내가 뮤즈의 반대쪽 끝을 녀석의 몸안에 쑤셔넣은것은
단지 위생성 때문이 아니니까.

파아아아앗!"

나는 그대로 땅으로 구르듯 떨어졌고 얼른 일어나서 자세를 고쳐 잡았다.내가 불어댄 숨결 덕분에,뮤즈에서 마나
반응이 일어나며 나를 들어올린 오거의 몸안으로 침투되어 녀석을 산산 조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주인님 나이스!"

유나가 연신 오거들의 몸통을 얼음을 머금은 주먹으로 봉쇄하며 탄성을 질렀다.쳇..나이스가 아니라고.덕분에 저
기분나쁜피를 잔뜩 뒤집어 썼으니 말이야.게다가...유나는 더이상 마법을 쓸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녀석들
이 유나가 캐스팅을 하고 수인을 맺을때까지 기다려줄리 없으니까.

"해상비조(海上飛鳥)!"

콰콰콰콰콰콰....

눈앞에서 엄청난 절경이 펼쳐진다.세라의 몸이 빙글 돌더니,그녀의 블랙소드에서 수백가닥의 은빛검기가 폭사되
며 주변의 오거들을 쓸어버렸기 때문이었다.정말 이름그대로 바다위를 나는 새들처럼 맹렬하고 아름다운 검기였
다. 저 기술의 명칭하며,독특한 마나 방출방식은 틀림없이 차우가 준 가전비급의 일부일 것이다.

성공했구나...세라...

"너무...얕본 모양이네..."

파아아앗!

"크어억!"

나는 복부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고 그대로 뒤로 붕하고 날아가버렸다.언제....어느틈에...?

"주인님!"

세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그리고 허공을 날아가는 짧은 그 순간,나는 볼수 있었다.갑판위에서 우릴 내려다
보던, 복면을 쓰고 있던 그 녀석이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와 내 배에 장력을 날리는 것을.

"크으윽..."

맙소사...속이 뒤집힌다.내장이 역류하는것 같은 구역질이 났다. 비릿한 피내음이 입안가득 역하게 돌았고,나는
모래와 뒤섞인 핏덩어리를 뱉어 내었다.내 옆에서 뮤즈가 원래의 크기로 줄어들어 영롱한 빛을 반짝이며 굴러가
는 것이 보인다.

"우선....한마리.."

하이톤인 복면인의 비릿한 음색이 내 귀를 간지럽힌다.부정하고 싶다.일어나고 싶은데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았
다.

스스스...

세라의 몸이 순간 투명해지는가 싶더니,이내 저 멀리 날아가 있던 내 앞으로 나타나 호위하듯 버티고 섰다.실로
엄청난 스피드였지만,나는 계속해서 올라오는 역한 구역질에 배를 움켜쥐었다.

"비..빌어먹으을...."

나도 모르게 눈앞에 있는 모래를 움켜쥐었다.겨우 오거 한마리 해치우고 이런 흉한 꼴이라니...그리고..내 앞을
막아선 세라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주인님....잠시만 버텨주세요...상대는....페어리입니다."




#2.어둠의 어쎄신.


페어리....페어리라고?


나는 희미해져가는 정신을 이를 악물고 잡으며,눈앞에 있는 복면인을 바라보았다.그러고보니 아까부터 목소리가
하이톤인가 싶더라니...저 갈색 무복에 감춰진 녀석의 정체는....페어리라는 건가.그렇다면...여자란 확률이 높
다는 말이기도 하다.

"용케도 알아 차리신듯 하네..."

복면을 두른 녀석의 손으로,어느샌가 기이한 모양의 무기가 양손에 하나씩 들려있었다.얼핏보면 단순한 단검 같
기도 하지만,칼날이 고슴도치처럼 이리저리 뻗어 있는 상당히 변태스러운 무기였다.

"어둠의...어쎄신인가."

세라의 중얼거림에,녀석은 대답대신 웃었다.이 상황에서 그게뭐냐?라고 물을수도 없고,묻고 싶지도 않다.중요한
것은,어쎄신이란 단어는 말 그대로 암살자...라는 걸테니까.

"유나.저기 저녀석들좀 막아줘."

"알았다고!"

유나는 역시 세라의 제안에 불만스럽게 대답하며 찡그린 얼굴로 재빨리 뒤로 이동했다.세라의 말은 세라와 어쎄
신의 일대일이 펼쳐지는동안, 오거를 비롯한 괴물연합을 막아달라는 의미였다.눈치빠른 유나 역시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게다가,지금 우리 뒤에서 두려운눈으로 전장을 바라보는 리미를 생포하라는 명령또한 거슬리는 부분
이니까.

"칫...나중을 위해 아껴둔 기술인데..."

유나는 둔한 오거들의 포위에서 재빨리 빠져나가며 이동중에 엄청난 속도로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마나를 익혀가
는 내 눈에는,유나의 주위로 빠르게 회전하는 마나의 이동을 똑똑히 볼수 있었다.

"프로즌 크래틱 애로우!"

유나의 머리위,그러니까 허공으로 엄청나게 큰 마법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백색의 마법진이 서서히 회전했고,
그것을 바라보던 어쎄신의 미간이 꿈틀했다.

"4써클.....?"

콰콰콰콰콰!

회전하는 마법진으로 부터,1써클의 프로즌 에로우와는 비교도 안되는 맹렬한 얼음의 창이 무차별로 적들을 향해
덮치기 시작했다.세라도,나도,그리고 멀리있는 리미마져도 그 순간만큼은 멍하니 유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그간
한번도 보지 못했던,상위 클래스의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콰콰쾅!

오거들의 몸은 순식간에 폭격을 맞은것처럼 갈기갈기 찢겨지기 시작했다.어쎄신 역시 자신을 덥쳐오는 얼음의 창
을 보며 순식간에 뒤로 물러났다.

"대지의 인!"

콰아앙!

어쎄신이 들고 있던 무기를 모래밭으로 꽂아 넣었고,그와 동시에 모래로된 거대한 장벽이 소환되었다.유나의 프
로즌 크래틱 에로우가 장벽과 부딪혀 엄청난 굉음을 내었고,장벽역시 스르르 무너졌지만,어쎄신은 털끝하나 다치
지 않은 모습이었다.

"젠장....방심하지만 않았어도...쿨럭!"

"주인님.무리해서 말씀하시면 안됩니다.이미 내장기간이 다 파괴되어 있으실 테니까요.어쎄신은 제가 맡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계속해서 유나의 마법들이 뿌려지는 가운데,세라의 검이 비스듬이 기울어지는가 싶더니,이내 시퍼런 검기가 꾸물
꾸물 검신을 덮어가기 시작했다.그리고 그것은 이내, 저번에 보았던 것처럼 갈색빛으로 바뀌어 갔다.내가 알기론
저것이 세라가 펼치는 검기중 가장강한 녀석이다. 상대는...결코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닌 모양이었다.

"블랙나이트....실력을 한번 보도록 할까.프로즌 레이디는...저것이 한계인 모양이니 천천히 죽여도 될테고."

내 고개는 자연스럽게 옆에 있는 유나에게로 돌아갔다.거추장 스러운 오거들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지만,문제는
유나가 지쳐서 헉헉 거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파바밧!

세라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고,어쎄신 역시 세라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단순히 서로 교차하는듯한 움직
임에서 엄청나게 많은 금속성이 울리는것으로 봐선,그 찰나의 순간에도 세라와 어쎄신은 서로 무위를 주고받는
모양이었다.

"빌어먹을..이래선 마나를 운용할수도.."

뮤즈는 이미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고,나는 정말로 몸하나 꿈쩍할 기운조차 없었다.차우가 J에게 날렸던
통배권이랑 비슷한 기술에 당한 모양인지,나는 내장이 뒤집어지는 고통을 실시간으로 느끼며, 세라와 어쎄신의
격투를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화염의 인!"

어쎄신의 단검 두자루가 화염으로 휩쌓이는가 싶더니,그것은 이내 세라를 향해 화룡처럼 날아들었다.세라의 몸이
아름다운 원형을 그리며 회전했고,그녀가 피한 자리로는 시커멓게 그슬린 모래만이 남았다.

"청랑십이검...(靑狼十二劍) 일 식(一式) 분쇄(粉碎)"

세라가 조용히 중얼거렸고,어쎄신의 양 단검에서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는 화염의 기둥이 솟아올랐다.그와 동시에
세라가 든 검이 위에서 아래로 그어진다.

콰콰콰콰콰.....

갈색의 검기가 마치 한마리의 거친 승냥이 처럼 모든것을 찢어버리며 어쎄신을 향해 덥쳐가기 시작했다.순식간에
굉음이 울려퍼졌고,자욱한 모래바람이 후폭풍마냥 나와 유나를 강타했다.

"해치운...거야?"

"아니요.아직입니다."

틀림없다.방금전의 기술은,세라 특유의 갈색검기와 차우가 준 가전검술의 기술이 합쳐진 작품이었다.자욱한 모
래바람 사이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오기 시작했다.옷이 갈기갈기 찢겨지고 복면이 너덜너덜해진 어쎄신이 불꽃
의 단검 두자루를 들고 세라를 향해 휘두르고 있었다.

콰쾅!

"바람의 인!"

한번의 결합으로 뒤로 밀려나던 세라를 향해,어쎄신이 알수없는 기술명을 외쳤다.그와 동시에 뒤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오며 세라의 몸은 다시금 어쎄신쪽으로 떠밀려 버렸다.

"세라야!!!"

내 외침이 공허하게 허공에 묻혀 버린다.세라역시 당혹스런 표정으로 검을 움켜쥐었다.

나는 질끈 눈을 감아버릴 뻔했다.세라의 몸이 단검에 의해 분리될 절체 절명의 순간이었다.

채챙!

순간적으로 세라는 검을 휘둘러 어쎄신의 칼부림을 막아내었고,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이내 빈틈이 보인
세라는 어쎄신에게 복부를 걷어차여 버렸다.

"세라!"

"괜찮습니다......."

처음보는 모습이었다.세라가 누군가에게 맞는 것은 진정 처음이었다.그녀의 몸이 몇발국이나 뒤로 주르륵하고 밀
려나 있는 모습역시도.

"내가 너무...널 과소평가 했나 보군.블랙나이트..."

복면이 벗겨지고,약간은 가냘퍼 보이기까지한 음색이 울려퍼진다.자욱한 먼지가 가시고,황금이라고 해도 믿을만
한 금발머리가 휘날리는 여자 한명이,천천히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3.유나,세라의 콤비플레이.


"으윽..."

계속해서 뱃속깊은 곳에서 부터 피가 꾸역꾸역 올라온다.쳇....그동안 수련은 뭐하느라고 한거냐...상대가 아무
리 페어리지만 단 한방의 장력에 이렇게 전투불능 상태가 되어버리다니.

맞다.실전이란 것은 냉정하기 그지없었다.늘상 내가 생각해왔던 전투와는 너무나 다르게 황망하게 손한번 못써본
내 모습이 있을뿐이다.그리고....난생 처음으로 심하게 고전을 하는 세라의 모습도.

"적당히.....해주려 했는데."

어쎄신의 금발머리가 바닷바람에 휘날린다.아름다운 용모에도 불구하고 감탄할 여유따윈 없었다.그녀는 누군가가
보낸 어쎄신.말그대로 암살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도대체 누가?

"윌...리엄스?"

가까스로 중얼거린 내 말에 세라와 유나가 움찔하는게 느껴진다.어쎄신의 표정에는 미동도 없다.지금 심증이 가
는것은 윌리엄스 뿐이기 때문에,나는 그렇게 믿을수 밖에 없었다.아니,아무래도 좋다.지금은 목숨이 걸린 상황
이니까 범인추적따위 할 여유가 없지.

"크르르르르...."

괴성과 함께,배 안에 잔류해 있던 오거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어쎄신의 무기가 유나를 가리키자,무턱대고
달려오던 녀석들은 모두 유나를 향해 방향을 바꿔 뛰어가기 시작한다.

"모처럼의 대결을 방해받을순 없으니까."

어쎄신의 말에 세라는 소드를 고쳐쥐었다.단연코, 그녀는 세라가 여태까지 대결했던 몇 안되는 페어리중에 최강
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제 3자인 나에게도 느껴질 정도니,아마 세라역시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리라


파팟!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어쎄신과 세라의 몸이 빠르게 움직이며 내 눈으론 도저히 보이지 않는 경합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챙챙 하는 금속성의 주기를 봐서는 거의 호각으로 다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콰지직!

내 눈이 빠르게 유나쪽을 향했다.유나역시 놀라운 눈으로 자신의 앞을 막아선 바위생물을 바라보았다.

"리미..?"

마나를 대량 소모하고 숨을 돌리던 유나를 덮치던 오거들의 앞을,거대한 바위생물 하나가 막아서고 있었다.보
이지는 않지만,분명 리미가 전에 연성해 내었던 생물들이 틀림없다.

콰직!

하지만 오거들이 파리를 쫒듯이 휘두른 팔에 바위생물들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프로즌 에로우!"

덕분에 시간을 번 유나는 급한 마음에 1써클의 마법을 연사했지만,그것은 기껏해야 오거들의 팔을 관통할 뿐이
었다.게다가 녀석들은 상처가 급속 재생되는 괴물자식들이었다.

"꺄아아!"

"유나!"

나도 모르게 다급하게 외쳐버렸다.무서운 속도로 달려든 오거의 돌도끼가 유나의 머리로 향하는 순간이었기 때
문이었다.바로 그때였다.

"크아아아아아!"

고개를 숙이고 비명을 지르던 유나역시 조심스레 눈을 떴다.오거는 유나를 덮치려던 그 자세그대로 무언가에 온
몸이 관통되어 허물어지고 있었다.그것은 바로 세라의 소드였다.

"세라..."

졸지에 무기를 던져서 유나를 막았으니,헛점이 보이는 것은 당연했고,세라는 또 한번 어쎄신의 발길질에 의해
몇미터나 날아가 버렸다.

"크으으으..."

세라의 검이 무려 네 마리의 오거들의 몸을 꼬치처럼 관통해 있으니,그들은 고통스런 괴성을 질러대었고,다가오
려던 오거들역시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전투중에 동료에게 신경을 쓴다라...여유있구나 블랙 나이트."

어쎄신의 무기가 열십자로 교차 되더니,언뜻봐도 위험해 보이는 빛무리가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검을 잃은
세라는 얼른 자세를 고쳐잡았다.바로 그때,세라의 앞으로 얼음기둥하나가 솟아 올랐다.

"급한대로 그걸 써! 어서!"

유나가 만들어낸 얼음기둥이 천천히 검 모양으로 바뀌기 시작했다.세라는 잠시 놀라운 표정으로 유나를 바라보았
고,유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수인을 맺은 손을 풀지 않고 있었다.

스르릉...

세라가 모래밭에 꽂힌 얼음의 검을 뽑아 들었다.내가 봐도,저것은 그냥 평범한 얼음이 아니었다.유나가 인을 맺
고 풀지 않는것으로 보아,저것은 유나의 마나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물건이었다.

콰콰쾅!

이윽고 어쎄신이 만들어낸 기운이 폭사되었고,세라는 급히 검기를 맺으며 방어했다.무식하기 까지 한 그 두 기운
이 충돌하니,순식간에 모래 폭풍이 불어왔다.

"세라!"

그녀의 양 어깨가 조금씩 들썩 거리기 시작했다. 유나가 만들어낸 얼음의 소드가 조금씩 금이가기 시작했다.인을
맺고 있는 유나의 몸역시 조금씩 떨리기 시작한다.반대로 어쎄신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 시
작했다.

"빌어먹을..."

엿같은 상황이 아닐수 없었다.유나가 인을 풀게 되면, 세라의 검은 사라져버린다.반대로 인을 유지하고 있으면,
뒤에서 서성대는 오거들이 달려들때 속수무책이다.그렇다고 검이 박힌채로 살이 재생되어 있는 오거들의 몸통에
서 검을 쑤욱 빼낼 정도의 괴력이 유나에게 있을리도 만무했다.

세라가 들고 있는 얼음의 소드가 점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유나가 버티는것도 한계가있기 때문이리라.

촤아아아....

세라의 검이 천천히 얼음의 결정으로 화해서 부서지기 시작했다.그것을 조소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어쎄신의 모
습도 보였다.젠장.이대로 끝인가?이렇게 무력함을 느끼면서...외딴곳에서 끝나는 거냐고.

어쎄신의 양 무기에서 시퍼런 마나 덩어리가 뭉쳐지는가 싶더니,우리에게 점점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세라는
양 입술을 깨물고는 급한대로 우수에 기운을 맺고 대처했다.너무나 위험해 보이는 대치 상황이었다.

"죽어라!"

어쎄신의 무기가 머리위로 올려졌고,나도모르게 부숴져라 이를 악물었다.

콰아아아아아!

"크윽!"

누워서 신음성을 흘리던 나도,공격을 막으려던 세라도,그리고 멀리서 체념한듯 주저 앉아 버린 유나도,모두 놀라
서 한쪽을 바라보았다.엄청난 광풍이 공격하려던 어쎄신을 그대로 날려 버린것이다.

"노아....."

저 멀리서,블루블랙의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그녀가 서있었다. 노아의 눈이 쓰러져있는 나를 향한다.너무나 맑고
투명한 그녀의 눈.그 눈이 놀라움으로 물드나 싶더니,이내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다.한쪽에 쳐박힌 어쎄신도
몸을 일으켜 노아를 바라보았다. 노아의 앙증맞은 입술이 천천히 떨리기 시작했다.

"감히.....주인님을..."



#4.첫 전투의 종결.


어쎄신은 무기를 고쳐쥐고 노아를 겨누었지만,노아는 여전히 분노에 물든 표정이었다.이미 마나를 다 써버려서
힘겨워 하는 유나와,계속되는 격돌로 군대군대 상처를 입은 세라를 차례로 바라본 노아의 손이 위로 올라갔다.
상황파악이 안되어 안절부절하던 오거들도 이윽고 노아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살아돌아갈 생각은 버려라."

노아의 목소리가 노여움에 물들어 있었다.우리는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평소에 어리광많은 노아가
아니었다.위엄이 깃든 그 목소리는 바로 정령의 여왕.그 자체의 현신이었다.

"실라이온!"

노아의 말과 함께,엄청난 광풍이 몰아 쳤다.놀랍게도 나와 유나,세라를 교묘히 피한 바람이었고,그것은 중급정령
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광풍이었다.마치 거대한 해일에 밀려나가는 것처럼,오거들의 몸은 찢겨지다시피
흩날려 갔다. 어쎄신은 모래 깊이 무기를 꽂아 넣고 버티려 했지만,바람때문에 어쎄신의 얼굴과 팔에서 쉴새없이
잔 상처들이 생겨나며 피를 보이기 시작했다.

"셀리스트!"

우리는 그저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왜 그녀가 최강의 페어리인가 그것을 여실히 깨달을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 1분도 걸리지 않았다.바람의 정령뒤에 불의 정령이 합쳐져, 게임에서만 보던 불의 회오리가 휘몰아치며 적들
을 쓸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맙소사..."

나도 모르게 멀리 있는 리미가 걱정되어 고개를 돌렸지만,리미의 앞은 거대한 흙의 장벽이 세워져 있었다.땅의
정령이, 노아의 공격으로 부터 리미를 보호하고 있던 것이었다.

엄청난 열기에 몸이 녹는 듯한 착각마져 들었다.노아가 팔을 내리자,오거들의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
다.

"으으윽..."

고통스런 신음성이 들려왔다.아까 유나의 마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던 모래 방어막을 순식간에 펼친 모양이지
만 어쎄신의 몸은 피투성이였고,전신에서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주인니....."

나도 모르게 숨을 크게 삼켜버렸다.누군가에게 말을 하는건지 모르지만,허공을 향해 조용히 중얼거린 어쎄신의
몸이 가루처럼 부서지며 흩날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그것은 크리스탈처럼 고운 가루였다.그녀의 금발머리도,
그녀가 들고 있던 기이한 무기도,그녀의 몸도 천천히 부서지듯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세라...저것은..."

내 중얼거림에 세라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그제서야 어쎄신에게 부상당한 부위를 움켜쥐며,세라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것이 바로....페어리의 죽음입니다."







전투가 끝난 해변은,비록 우리쪽에 사망자는 없었지만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내장에 큰 데미지를 입은 나는 세라
의 부축으로 겨우 움직일수 있었고, 큰 클래스의 마법을 시전한 유나역시 생기가 없어 보였다.노아의 명령으로
오거들의 시신은 바람의 정령들에 의해 먼 바다로 던져지고 있었다.

"제가...얼른 포션을 만들겠습니다."

리미는 노아의 도움을 받아 오거들의 피를 수거하기 시작했다.하기야...저렇게 재생력이 좋은 녀석들이니,리미가
약을 만드는데 도움은 되겠구나....뭐 무엇보다도...빨리약을 안만들면 내가 죽을거 같긴 하지만...하하하.

"괜찮으세요?"

"으응...세라 너야말로...많이 다친거 아니야?"

"죄송합니다.그거하나 제대로 막지 못해서..."

"그런말 하지마.제대로 붙었으면 너가 이겼을거야."

내가 세라를 위로하는 그 와중에도,노아는 내 옆에 붙어서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이제서야 예전의 노아로 되돌
아온 것일까?나는 나도 모르게 노아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첫 실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겠지만,결과는 최악이었다.세라도,유나도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겠지만,가장
자괴감이 드는것은 나였다.태어나서 이렇게 열심히 무언가를 해본적은 처음이었던 나다.그렇지만 현실은 오거 한
마리 보내고 전장에 뻗어있는 꼴이라니.

"주인님.묻고 싶은게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리미를 바라보았다.우리의 주둔지인 통나무 집역시,군대군대 그슬리고 부숴져 있었다.그나마
노아가 땅의 정령으로 보호막을 쳤었지만,불과 바람의 중상급 정령이 합쳐진 그 무시무시한 화염의 회오리 공격
은 정말 무지막지한 것이었다.

"뭔데?"

"제가 개화하기 전,혹여나 다른 오너들과의 접촉이 있었는지요."

"저 어쎄신을 보낸 범인을 잡고 싶어서인 거야?"

"비슷합니다."

나는 복부의 고통을 참아내며,그간에 있었던 모든 일을 리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주인들의 쉼터를 본 사건에
서부터,오너들의 대회의와,갑작스레 찾아온 차우가 해줬던 조언까지도.

내말을 듣던 리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서도 그녀의 손은 계속해서 오거들의 선혈들을 조심스레 다루
고 있었다.

"범인은....정해져있군요."

"그래.윌리엄스 겠지."

순식간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나를 끌어안고 흐느끼던 노아도,평소와 달리 조용한 유나도,모두 침울한 분위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도대체 왜 날 노린걸까?같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말이야."

"주인님의 힘이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나중에,자신을 뛰어넘는 오너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치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그럼 왜 날 진작 죽이려 하지 않고 친절하게 강해지도록 수행까지 보내
줬단 말이야?"

내 질문에 리미는 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간단합니다.사람들의 이목이 없는 곳에서 조용히 처리하기 위함이겠지요.여기서 저희가 전멸한다면,자연스럽게
증거 인멸도 되는것이니까요.스크롤을 한장만 준것은,그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하하.차우의 추리는 정확한 것이었구나.나도모르게 이를 갈아버렸다.대회의에서 항상 날 감시하던 윌리엄스.
그 목적은 알수 없지만,근거없는 확신이 들어왔다.그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바로 그 확신 말이다.

"복수하러 가요!"

잠자코 있던 유나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자존심 강한 그녀에게 있어서는 오늘일이 참을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
지.

"아냐.유나.아직이야.아직 확실한 증거도 없이 가는건 우리만 우스워질 뿐이야."

내 말에 유나도,노아도 시무룩해져 버렸다.리미는 조용히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저희의 적은 다른 오너가 아니니까요."

시원한 바닷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왔지만,우리의 표정은 침통하기 그지 없다.세라와 유나,노아는 내 눈치만 살피
고 있다.아무리 한방에 나가떨어진 못난 오너지만,내 의견과 명령을 기다려주는 착한 아이들이니까.

"그럼 리미.니 생각은 어때?"

나보다 머리가 훨씬 좋은 리미의 생각을 듣고싶었다.

"우선,제가 스크롤을 만들수 있을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합니다.물론 수련도 해야겠지요.더 강해질 필요가 있을 테
니까요.그리고...."

빠르게 말한 탓에,리미는 좌중을 둘러보며 다시 숨을 골랐다.

"어차피 주인님의 뮤즈와 세라의 검은 임시용입니다.앞으로를 위해서....더욱 훌륭한 무기로 업그레이드 할 필요
도 있겠지요."

뜨겁게 내리쬐는 붉은 태양과 부서지는 파도.앞으로는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나는 주
먹을 꽉 움켜쥐었다.아직 적이 누군지도 정의를 내릴수 없는 애매한 상황이지만,언젠가....달라진 나를 보여주
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면서.



<요정들의 오너- 오너와 페어리의 등장편 끝>
 
시즌 1이 막을 내렸네요.
 
더욱 재미있는 시즌 2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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