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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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356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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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시즌2의 시작입니다.
 
작가님께서 시점을 바꾸셨어요.
 
앞으로는 계속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즐독하세요 ^^
 

 
<1부>



어두운 고택의 샹드리에가 밝아진다.흡사 성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크기의 저택이었다.군데군데 고풍스런 가구들
과 테이블들이 즐비한 방안.방이라고 하기엔 엄청나게 넓은 규모였고, 그 방의 중심에는 한 중년사내가 앉아있었
다.

그는 푸른 눈빛에, 중후한 백발이 돋보이는 사내였다.헤이즐럿의 향을 천천히 음미하며,그는 푹신한 시트에 몸을
기대었다.최고급 가운이 너무나 잘 어울려 보이는,전형적인 귀족의 모습같기도 했다.

"역시나...오지는 않는군."

그의 중얼거림에,앞에 서있는 여성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금발에 매혹적인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었다.이 세상의
것이 아닌것만큼,너무나 아름다운 용모였지만 단 한가지 평범한 미인과 다른 점이라면, 손목에 기이한 모양의 팔
찌를 차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저희쪽에서 미라를 보낸것은 대강 눈치를 채고 있는듯 보이긴 했습니다."

"섣불리 올수는 없었겠지.무엇보다 워프를 할 도리가 없을 테니."

"그렇다면 어째서...오거들과 미라만 보내셨습니까?"

그녀의 질문에 중년남성,윌리엄스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갈색 뿔테의 안경을 테이블위에 올려놓은 그는 살짝 미
간을 움켜쥐었다.

"미라의 능력을 너무 과신했다고도 볼수 있겠지.말 그대로 그 아이는 어쎄신,암살자니까."

"하지만 정령의 여왕이 각성을 한 상태라면,미라 한 명만으로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타유.정령의 여왕이 어째서 한장인지는 잘 알고 있겠지?"

윌리엄스의 말에 타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같은 페어리인 그녀가,그것을 모를리 없으니까.

"그래.정령의 여왕은 상당히 다루기 힘든 페어리다.말괄량이 인데다가,자신이 원치 않으면 주인이라도 몸을 섞
으려 하지 않아.2차개화 그 자체가 각성이나 다름없는 정령의 여왕이기에,나도 가볍게 미라만 보냈을 뿐이다.
그만큼 그 아이는 강했으니까.하지만 이미 유준에 의해 정령의 여왕이 각성한 상태일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지."

타유는 신비로운 눈망울로 자신의 주인을 바라보았다.옆트임이 길게 이어진 드레스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하얀
다리가 샹드리에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렇지만,그녀의 오너는 약합니다.정령의 여왕만 처리한다면.."

"타유.그렇지 않아.유준은 강하다.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오거 한마리에 감시의 눈을 붙여놔서 상황을 모
두 볼수 있었으니까,너도 잘 알겠지?오너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라스가 소환한 오거를 처리할 정도의 성장력이
다.지금 현재를 볼수는 없는 것이지.게다가...그로부터 6개월이나 흘렀다.지금 얼마나 성장했을까는 더이상 짐작
조차 되지 않을 문제지."

"하지만,주인님역시 지금 프로센의 마법사들과 견주어봐도 독보적인 수준입니다.지나친걱정이 아니실지."

윌리엄스는 희미하게 웃었다.이 세계 최초의 오너인 그는, 페어리라는 존재의 허와실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그렇기에, 윌리엄스도 자신의 페어리에게 다른 페어리를 죽이라는 명령을 쉽게 내릴수 있었는
지도 모른다.그리고 윌리엄스에게 명령받은 페어리역시 그 말이 법인양 양심의 가책없이 움직이는 것도,모두 윌
리엄스가 페어리들의 모든것을 꿰뚫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유 준은 강하다.게다가 멍청해 보이지만 자신만의 신념역시 갖고 있지.내가 이세계의 유일한 자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제거해야할 오너다.당연히 나와 동참하려 하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6개월전 미라를 보낸 이후에,왜 다시한번 보내지 않으셨는지요?"

"그거야 쓸대없이 다 키워놓은 페어리를 다시 처음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말씀은?"

"타유.너도 잘알고 있지 않나?프로센이 아닌이상 너희들 페어리는 완전히 죽지 않는다.다만 반년후에 1차 개화전
의 상태로 다시 카드에 투영되는 형태로 부활될 뿐이지.미라는 엄청나게 강한 페어리였다.그런 미라역시 지금 다
시 카드에 봉인되어 있다.계속해서 그런 손해를 볼수는 없는거니까 말이야."

"그렇다면,더욱 많은 페어리들을 보내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타유의 말에 윌리엄스는 고개를 저었다.테이블위에 놓인 헤이즐럿은 이미 식어버렸는지 아까처럼 은은한 향기가
감돌지 않았다.그는 찻잔옆에 놓인 파이프 담배를 집어 물었다.

"그럴수도 있겠지.하지만 생각이 바뀌었을 뿐이야."

"네?"

"타유.너도 느끼고 있겠지.천천히 차원의 문이 열리고 있다."

그의 말에 타유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아무리 윌리엄스의 야망을 위해 움직이는 페어리로 전락해버렸지만,일
단 그녀역시 고향 프로센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페어리였다.그리고 윌리엄스의 말은 그런 그녀의 프로센을 전쟁터
로 만든 마족 크룬들이 이 세계로 오고 있다는 뜻도 되었다.

"그 말씀은....설마..."

"그래.분명 전쟁은 시작되고 많은 오너와 페어리들이 죽는다.나로써는 손쉽게 귀찮은 것들을 제거하는 셈이 되는
것이지."

"그렇지만..."

타유는 크룬과 맞부딪히게 되면 윌리엄스 역시 위험하다는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다.무엇보다 그는 많은 페어리를
거느린 오너였고,게다가 페어리인 자신이 봐도 엄청나게 강한 오너였기 때문이었다.

"그래.거기서 유준이 죽어준다면...나로써는 애초에 내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만약...살아 남는다면 어쩌죠?"

"백퍼센트 유 준은 살아남는다.그는 페어리와의 신체접촉을 이상하리만큼 하지 않던 녀석이었지만,지난번 전투
로 깨달았을거다.페어리와의 신체접촉이 늘어나면 날수록,자신도 페어리도 강해진다는 것을.게다가 6개월이 지
난 지금,그는 얼마나 강해졌는지 짐작도 되지 않을 정도니까."

타유는 자신의 오너를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덧붙여서,희귀한 페어리인 현자의 연금술사도 갖고 있다.아마 지금쯤이면 2차개화도 끝났을테지."

"그렇다면 더더욱 미리 제거해야 하는것 아닙니까?그처럼 잠재력이 높은 오너라면,이미 다른 페어리가 더 깨어났
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 타유.정령들의 여왕이라는 페어리가 있는이상,그렇게 빨리 다음 페어리가 반응해서 투영되지 않아.
그만큼 정령의 여왕은 강한 카드이기 때문이다.크룬들과의 전쟁에도 살아 남는다면,나와 손잡은 오너들을 보내서
유 준을 잡아야겠지."

"만약...그렇게 된다면 정령의 여왕은 제가 맡겠습니다."

타유는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방안은 윌리엄스가 뿜어낸 연기가 자욱해지기 시작했다.

"너에겐 무리야."

"여차하면 그녀를 껴안고 워프해 버리겠습니다.적어도 시간은 벌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그녀에게는 어떻게 접근할 셈이냐 타유?니가 아무리 공간의 지배자라해도, 그녀의 옆으로 이동하는 순
간 근처에 있는 정령들에 의해 니 몸이 토막나 버릴꺼다.정령의 여왕....노아의 몸을 터치할수 있는것은 그녀의
오너인 유 준뿐이다."

타유는 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그녀는 애초에 전투형 페어리가 아니었기 때문에,아무리 그녀가 강하다
할지라도 최강의 페어리인 정령의 여왕은 무리가 있는것은 그녀역시 잘 아는 사실이기에 더욱 분했다.

"하지만 그녀를 아예 잡을수 없는 것은 아니다."

타유는 살짝 고개를 들어 윌리엄스를 바라보았다.그는 파이프 담배를 다 태우고는 살짝 시트에 고개를 묻었다.

"어..어떻게..?"

"정령이라는것은 자연력이지.게다가 그 범위는 광범위하며,막강하다.체스로 따지면,그녀는 공격력이 가장 뛰어
난 퀸(Queen)과도 같다.하지만 아예 잡지 못하는 것은 아니야.정령이 자연력이라면,그것과 상극인 것을 붙이면
어느정도 승산이 있지."

"상극이라 하시면...."

"그래.그동안 꽁꽁 숨어있던...로한을 보내는 거다."

타유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피식 웃으며 가운의 매듭을 풀었다.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도 될 문제다.이제 곧 크룬들이 몰려올테니까.우린 싸우고 살아남는다.자...이리로."

윌리엄스가 손짓했고,타유는 얼굴을 살짝 붏히며 그의 의자앞에 정중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가운자락이 벌어지
며 그의 축 늘어진 물건이 드러났다.타유는 너무나 자주 있었던 일이라는 듯 익숙하게 그것을 입안으로 밀어 넣
었다.

"으음..."

윌리엄스의 손이 드레스 안으로 거침없이 파고 들어갔고,타유의 가슴을 우악 스럽게 주물거렸지만 그녀는 열심
히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 뿐이었다.

은은한 샹드리에 불빛 속으로,중년남성의 신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
"으아아....리미!너 정확하게 올수 있을거 라고 했잖아!"

"뭐...이정도면 오차도 그리 없는 편입니다."

"으윽!"

준은 심술궂은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하필이면 워프가 화장실로 된탓에,장기간 비워뒀던 그 좁은
공간속에서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아아아아!나 씻고 싶어요!다 나가!!"

화장실은 기이한 풍경으로 바뀌어 버렸다.총 네명의 미소녀와 한명의 일반인 남성이 터질듯이 밀착해 있는 모습
이었다.더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은발의 유나가 씻고 싶다고 모두를 밀어내는 마당에 준을 비롯한 세라와
노아,그리고 이제 완벽하게 성인의 키와 굴곡을 갖춘 리미마져 밖으로 우르르 떠밀려 버렸다.

"으아...집 개판이네.노아.부탁좀 할게."

"네!"

노아는 허리까지 오는 긴머리를 쓸어내리며, 명랑하게 웃었다.모두들 6개월전의 그 상태와는 큰 차이가 있는 모
습들이었다.

"운디네."

노아의 명령에 따라,방안은 삽시간에 물바다로 변해버렸지만,아무도 옷이 젖지 않았다.혹여나 전자제품에 물이
들어가면 어쩌나 당황하는 인물도 없었다.물의 정령은 먼지가 있는 곳만 깨끗하게 물로 쓸어내려갔기 때문이었
다.

준은 거무잡잡하게 그슬린 얼굴을 거울로 비춰보며 연신 얼굴을 찌푸렸다.

"안그래도 구린 얼굴이...."

무려 반년이상이나 무인도 생활을 해왔던 탓에,페어리가 아닌 준으로써는 엄청난 부작용(?)이 있을수 밖에 없었
다.하지만 가슴골 사이로 전에 없던 근육이 살짝 보이자,그는 만족한듯 웃었다.

"주인님."

준은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너무나 아름다운 검정 머리칼을 휘날리며,청순한 미인 하나
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가벼운 면 트레이닝복 차림이었지만,옷이 착 달라붙어 그녀의 몸매를 모두 드러내고
있었다.하지만,그녀의 전신위로는 알수 없는 강맹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

"응 세라야."

"급히 오긴 했지만,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글쎄.우리모두 영국으로 쳐들어가자!이런건 아니겠지?"

"아닙니다.주인님도 느끼고 계셨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준은 세라의 말에 살짝 웃었지만,얼굴에는 긴장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 알아.이상한 마나가 감지되기 시작했어.우리가 워프를 하기 전부터 말야."

"차원의 문이 열리는 징조입니다."

세라의 말에,옆에서 무언가를 하던 리미,그리고 냉장고에 전기를 연결하고는 연신 가져온 과일들을 저장하던 노
아의 움직임이 뚝 하고 멎었다.

"그래.크룬인가 뭔가하는....그 놈들이 온 모양이지.근데 왜...이제서야 나타나는 거야?내가 크룬이라면 당장
이라도 쳐들어 왔을텐데."

"이 세계의 존재자체를 몰랐던 거겠지요.게다가 차원을 넘는 마법은 꽤나 힘이 듭니다.저희야 한번 넘어온 이상
프로센으로 돌아가는 것이 손쉽게 가능하지만,그들은 이 세계를 처음 접하는 것일 테니까요."

"흠...그도 그렇군."

준은 덥수룩 하게 자란 수염을 만지작 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아직....윌리엄스와 결착을 내는건 시기상조겠지.."

증거도 없고,그에게 대적할 만한 힘도 아직은 부족했다.게다가,지금은 아군끼리 물어뜯을 상황이 아니었다.준이
오너가 되고 부터 줄곧 신경써온 그들이 조금씩 이 세계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다.또한 그것은 마나를 수족처럼
다뤄야 하는 세라와 유나,그리고 준 이 세명은 전부터 조금씩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주인니이이임!"

한참이나 생각에 잠겨있던 준은 살짝 고개를 들었다.이 콧소리는 당연히 욕실에 있는 유나일꺼란 생각을 하면서.

"잠깐만 들어와보세요!"

준은 세라의 어깨를 살짝 토닥여 주고는 욕실문을 열었다.당연히 옷을 갖춰 입었을 것이라 생각한 준의 눈이 휘
둥그레 졌다.

"야야!유나!"

수증기가 자욱했지만,수련을 통해 오감이 발달한 준에게는 유나의 뽀얀 알몸이 확연하게 보였다.유나는 젖어있는
은빛 머리칼을 찰랑이며 살짝 눈웃음 쳤다.

"같이 씻으면 안되요?나 등에 손 안닿는데...헤헤헤."

"에휴...이 중요한 시기에..."

하지만 머리와 몸은 따로 논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내 유나의 애교에 이끌려 옷을 벗어나가는 준이
었다.





-
"잠깐 정지!"

정글처럼 우거진 풀숲속에서 한참을 앞으로 내달리던 차우는 뒤따라오는 두명의 인영에게 손을 들어 명령했다.
그의 명령에 따라,그를 뒤따르던 눈부시게 아름다운 두명의 여인이 정지했다.푸른 머리칼을 지닌 라이트닝 레이
디 샤이와, 섹시한 포니테일 머리를 한 다크 포이즈너 소소였다.

"이쯤인거 같다."

차우의 말에 그의 옆에 있던 두 명의 여인이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런 염병할 일이.하필 이런 산중에서 나타나다니."

"아직 차원의 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샤이가 덧붙여 말했지만 차우는 고개를 저었다.

"너도 느끼고 있잖아.이쯤에서 마나의 어긋남이 심하게 느껴진다고.곧 크룬인지 크래커인지 하는 놈들이 나타날
거 같단 말이야."

"하지만.차원의 어긋남이 느껴지는 곳은 여기 뿐만이 아닙니다."

소소도 거들며 말을 이었다.차우는 양 팔에 찬 모래주머니를 뜯어 내고는,마나가 기이하게 세어나오는 한 지점을
응시했다.

"너희도 알다시피,난 계속 윌리엄스를 감시해 왔어.물론 그의 측근인척 친하게 지내려고 비벼대는 연기가 필요했
지만,그 덕분에 스크롤도 많이 얻었으니 이동자체에 문제도 없어.그리고, 준 형님도 한국으로 돌아왔을테니 한번
만나러 갈 필요도 있겠지."

"어째서 그 오너에게 친절을 베푸는 겁니까?"

소소의 불만섞인 질문에 차우는 씨익 하고 웃어버렸다.

"그 사람은 순수한 힘이 있어.그리고 눈을 보면 알수 있지만,정말 악이라고는 1퍼센트도 없는 사람이지.잊지 않
았지 소소?윌리엄스같이 삐뚤어진 오너가 아닌이상,모두 우리의 동료다."

차우의 말에 소소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연신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그으으으으으...

기이한 음성이 울려퍼지자,차우를 비롯한 소소와 샤이는 전투자세로 바꾸며 한곳을 응시했다.기이한 형태의 마법
진의 형상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와우....문양부터 그로테스크 하기 짝이 없구만."

"흑마법진입니다.언제 공격이 올지모르니 주의를..."

차우는 샤이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였다.섣불리 진법을 공격할수도 없었다.어떠한 반발 작용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바로 흑마법이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닥 크지 않았던 마법진이,점점 넓어지기 시작하며 기이한 빛무리를 뿌려대었다.아무도 오지 않는 협
곡 이었지만,왠지 모르게 무엇이든 파괴할것만 같은 기이한 힘이었다.

"야...뭐..뭐냐...이 말도 안되는 마나의 양은?"

차우는 넋이 나간듯 중얼거렸고,샤이역시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소소만이 날카롭게 마법진을 바라보며 천
천히 수인을 맺고 있었다.

"분명히 지금 나오는 것들은 크룬중에서도 하위족속들일 겁니다.상위로 갈수록,다른 차원의 세계의 힘과 부딪힐
확률이 크기 때문입니다."

"뭐?그게 무슨 소린데?"

"지금은 설명드릴 시간이 아닌거 같습니다."

소소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던 차우가 다시 마법진으로 눈을 돌렸을때,마법진 위로는 총 다섯개의 인영이 나타나
있었다.차우는 긴장된 웃음을 띄며 살짝 주먹을 비틀어 보였다.

"자자...소소,샤이.우리가 뻘로 여태까지 놀고 먹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때인거 같다."

마법진은 순식간에 축소되는가 싶더니 사라졌다.각각 신장이 다 다른 다섯명의 인원은 한결같이 로브를 뒤집어
쓴 사뭇 칙칙한 모습이 아닐수 없었다.

"운이 좋군.....오자마자 프로센의 잔챙이들이 알아서 마중나와 있다니..."

가운데에 있는 인물이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흡사 쇠소리 마냥 기분나쁘고 어두침침한 목소리였다.로브에
가려진 탓에 그의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전신에 흐르는 기이한 마나에 차우는 침을 꿀꺽 하고 삼켰다.

"마스터.하지만 막 도착한 시점이라 큰 힘을 발휘하긴 힘듭니다."

그의 옆에 있던 크룬의 마족이 중얼거렸지만,마스터라 불린 그는 피식 하고 웃어버린다.

"우리만의 방식대로...이 세계에 잠시 기생하면 된다."

차우는 그들의 대화를 못들어 주겠다는듯 양 주먹에 마나를 맺으며 중얼거렸다.

"야..소소.쟤들이 크룬이냐?생각했던 것보다는 인간스러운 형태잖아?"

"마족은 형태를 바꾸는 일쯤은 손쉽게 할수 있습니다.아직 저것이 본체인지 아닌지는 알수 없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크룬을 보게 되다니....영광인데?"

차우의 중얼거림에 그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우리에게 몸을 준다면,적어도 여기서 끔찍하게 살해되는 것쯤은 피할수 있을거다."

"뭔 개소리냐?"

차우는 마스터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마스터는 연신 어두운 목소리로,로브속에서 붉게 빛나는 두눈으
로 차우를 바라보았다.

"이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선 이 세계의 몸이 필요하거든...게다가 니 놈은 꽤나 괜찮은 몸을 갖고 있군.옆에 있
는 계집들도....어때?협상에 응하겠나?"

"라이트닝 볼트!"

샤이의 낭랑한 시동어와 함께,보통의 라이트닝 볼트와는 비교자체가 안되는 엄청난 크기의 뇌전덩어리가 다섯개
의 인영으로 쏘아져 날아갔다.

콰콰쾅!

순식간에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엄청난 크기의 구덩이가 패여 버렸고,계속에서 지지직 하는 잔류전력의 소리가
음침하게 들려왔지만,그들은 이미 나무위로 올라가 피신한 뒤였다.

가장 높은 나무위로 올라가 차우 일행을 내려다보던 마스터는 희미하게 웃었다.

"협상....결렬이로군."







-
"아...여전히 이것은 익숙해지지 않는구나..."

유나와 같이 샤워를 할때만해도 나름 기분이 좋았던 준이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누가 미녀와의 목욕을 싫어
하겠는가.하지만 문제는 평상시에 정령의 여왕으로써의 자아는 엿바꿔 잡수신 노아양께서 자기도 같이 하고 싶
다며 홀딱 벗고 목욕탕으로 난입했다는 것이었다.

"칫!노아!넌 정령으로 씻으면 되잖아!"

"정령은 세라랑 리미 씻겨주고 있어서 그래~"

"몇마리라도 더 부를 수 있는 주제에.."

유나는 노아를 향해 불만스럽게 중얼거렸지만 노아는 아랑곳 않고 준의 탄탄한 허리를 끌어 안았다.그들과의 오
랜 동거 속에서,준은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것은 바로 페어리들은 애초에 성적으로 주인에게 욕구를 느끼
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게다가 그것은 일정한 주기를 거점으로 극에 달했다.물론 페어리들의 성장이 끝나고
나서 일어나는 일이지만,그 기점이 찾아오면 조신한 세라도,연구이외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리미도 준에게 달려
들었다. 오늘도 바로 그 시점인지,노아와 유나는 매끈한 알몸으로 서로 준을 껴안기 바빴다.

"문제는...이럴때에 이상하게 나도 거부를 할수 없다는 거지..."

처음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준역시 그녀들과의 접촉이 늘어나면 날수록,점점 더 욕구가 증가
한다는 점이었다.그것은 단지 스킨쉽에 맛이 들려서가 아니었다.그와 페어리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그것은 점차
하나의 진리로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었다.페어리와 오너와의 관계는,애초에 준이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많은 비밀
들이 내제되어 있는 듯했다.

"야야야...이봐...아퍼.."

유나는 무인도에 찌든 준의 먼지를 다 씻어내어 주겠다는듯 열심히 비누칠을 해주기 시작했지만,꽤나 거친 타올
질에 준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주인님 몸 멋있어 졌어."

유나는 애교섞인 목소리로,준의 가슴과 배에 비누칠을 했다.등쪽은 노아가 맡았다.아직 하반신으로 향하지도 않
았지만,앞뒤로 알몸의 미녀가 밀착해 있으니 금새 준의 신체에는 반응이 왔다.

"헤에...벌써 이렇게..."

샤워기의 뜨거운 물이 준의 전신을 덮고 있었지만,유나가 자신의 물건을 꽉 쥐는 감촉은 분명히 느낄수 있었다.

"음...이거...이럴 시점은 아니긴 한데...."

노골적으로 크룬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상황에 할 짓은 아니었지만,준은 딱 잘라 멈출수가 없었다.그녀들의 주인
과의 교합을 원하는 시기가 오늘이라면,분명 세라와 리미도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까.

"뭐...아직까지는 기습이 있는건 아니니까...조금은 괜찮겠지."

준은 애써 자신을 위로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유나와 노아의 손길을 느끼고도 가만히 있는 가장 큰 이유는,나름
자신이 강해졌다는 확신에서 나오는 여유일지도 몰랐다.

"아아..."

손을뻗어 노아의 하반신을 더듬은 준은 분명히 오늘이 페어리들의 그날(?)이라는 사실을 확신할수 있었다.다른
인물도 아니고,노아가 이렇게 가벼운 터치에 끈적하게 젖어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 증거였기 때문이다.정령의 여
왕으로써의 자아가 나오기 전까지의 노아는 꼬맹이때처럼 과일을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였지만,이렇게 몸이 달아
오르기 시작하면 세라못지 않게 진지했다.게다가 2차개화후 갑작스런 성장으로 각성을 한 이후로는,점점 더 준의
시선을 끄는 몸매로 바뀌어 있기도 했다.

"으음..."

유나는 발기된 준의 불기둥을 허벅지 사이에 살짝 끼우며 준을 끌어안았고,샤워기의 뜨거운 물 속에서 한동안 키
스가 이어졌다.살짝 더워지기 시작한 날씨때문에 몸이 달아오른것은 아니었다.어느 순간부터,유나와 노아에게 있
어서는 1대1의 스킨쉽이 아니어도 크게 상관할 일이 아니게 되어버린 듯했다.

"주인님.강하게 해줘요...더욱..."

유나의 말에는 은근한 유혹이 깃들어 있었다.하지만 강함을 추구하려는 목적 그 자체가 아님을 이제는 그 눈치없
던 준도 조금씩은 알수 있었다.준의 사랑을 원하는 노골적인 표현이 아닌,돌려서 말하는,유나에게 있어서는 어떤
의미로 내숭같은 것이었다.

"아흑..."

유나는 능숙하게 준에게 등을 보이며 엎드렸고,준은 그녀의 하얀 엉덩이 사이로 진입했다.노아의 감촉도 뒤에서
느껴져왔다.이상했다.불과 반년전의 그의 가치관과는 안어울리게도,그것이 음란하게 느껴지지 않았다.그의 가치
관이 바뀌었다기 보단,그도 이제 깨닫고 있는것이었다.페어리와의 교감은 성적쾌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
을.

"흐으응.."

수련을 통해 예전의 빈약하고 마른 몸매가 아닌,탄탄한 근육질로 바뀐 준의 몸이 부딪힐때마다 유나는 세면대를
힘겹게 잡고 신음을 흘렸다.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진다.

준은 손을 뻗어 노아의 가슴을 움켜쥐었고,그녀는 힝...하는 애교섞인 신음을 흘렸다.좁디 좁은 욕실에,샤워기
의 물줄기를 맞고 있는 것이지만,셋은 넓은 침실에 있는것보다 더 로멘틱하게 서로를 끌어 안았다.짐승같은 그룹
섹스의 느낌이 아니었다.자신과의 스킨쉽을 원하는 노아나 유나가 이상해 보이지도 않았다.세라가 말했던 그것
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교감의 일종이라고,준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응..."

유나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자,이번에는 노아가 준의 목을 잡고 매달렸다.자연스레 하나가 된 둘은 능숙하게 합
을 맞추었다.마치 역할이 정해져 있는것 마냥,셋은 잠시도 쉬지않고 서로를 만졌다.이 순간만큼은 네 명의 페
어리 중에서도 말괄량이인 노아와 유나도 진지했다.준 역시,그토록 경계하던 차원의 문이 열렸음에도 그것을 까
맣게 잊을 정도였다.성욕에 눈이 멀어서가 아니었다.그것은,수행성과에 대한 일종의 확신과도 같았다.

"어머..."

유나는 자신의 얼굴 가득한 정액에 깜짝 놀라버렸다.준의 것을 입술로 애무하다가,그만 그가 참지 못하게 되어
버린 까닭이었다.유나는 만족한듯 베시시 웃으며,노아와 함께 준의 몸을 닦아주었다.살짝 노아의 볼을 쓰다듬으
며 웃고 있던 준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

"이 느낌은..."

가깝다.멀게만 느껴졌던 기이한 마나의 흐름이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가깝게 느껴졌다.

"이쪽으로 이동하고 있는건가?아니야...그런 느낌이 아니다..이거마치.."

준은 다시금 고개를 갸웃했다.금새 그 기운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기분탓인가..."

사실 준이 여유롭게 유나와 노아와 끈적한 샤워(?)를 했던것도,크룬의 기운을 느꼈다 한들 찾아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원체 마력자체가 사기케릭인 종족이란 것은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은 준이었다.하지만 그들은 기다리
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즉,오자마자 분명 여기저기를 파괴하며 왔다는 티를 낼거라는 리미의 판단때문에
준은 한결 여유로웠다.

"으응?"

대충 타올을 허리에 두르고 욕실에서 나온 준은 거실의 광경에 우뚝 멈춰 버렸다.붉게 물든 얼굴로 자신을 바라
보는 세라와 리미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왠지 모르게 이글거리는 그녀들의 눈빛에 준은 살짝 굳어버렸다.

"아...물을 틀어놓긴 했어도 소리가..."

아무래도,오늘은 페어리들에게 예민한 그날이 맞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준은 연신 고개를 긁적일 뿐이었다.





-
콰콰쾅!

차우는 찢겨진 옷자락을 신경쓸 여력없이 주루룩 뒤로 밀려났다.샤이와 소소는 세명의 크룬들을 상대하고 있었
고,차우는 마스터라고 불린 녀석을 비롯해서 두명을 상대로 고전을 펼쳤다.

"빌어먹을...저 덩어리만 아니면.."

마스터라 불린 녀석이 아닌,다른 녀석은 차우와 같은 체술가 타입인듯 했다.게다가 차우보다도 한수아래였다.허
나 문제는 마스터가 계속해서 내뿜는 흑색 구체 덩어리였다.본디 마법이란 녀석의 정의를 싸그리 무시하는 발동
속도였다.수인도,시동어도 없이 방출되는 흑색구체가 닿은 곳은 기이한 모습으로 녹아 들어갔다.

"소소와 비슷한 공격인가."

한쪽에서 소소가 내뿜는 녹색 회오리가 몰아치며,나무며 바위를 녹여버리는 모습을 슬쩍 본 차우는 다시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저 염병할 엄호만 아니면 어떻게든 파고들텐데 말이지."

차우는 살짝 다리를 비틀었다.그의 바지 밑으로 무거워보이는 모래주머니가 투두둑 하고 떨어져 나갔다.

"장난으로 했다가는 안될거 같구만."

차우는 다리쪽으로 마나를 집중했다.단 일순간이다.이번공격으로 반드시 앞에 있는 크룬의 숨통을 끊어야만,약간
이라도 승산이 생기기 때문이다.

"으응?"

로브속에서 붉은눈을 번뜩이던 마족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자신의 앞에 서있던 차우의 몸이 연기처럼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크헉!"

순간 허공에 떠서 원거리 공격을 날리던 마스터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갑자기 자신의 부하 앞으로 나타난 차우
가 그의 배로 팔을 꽂아 넣었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아!"

그는 비명을 지르며 십여미터 이상 밀려났지만,차우는 연신 찝찝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이 허공에다가 지른듯한 느낌은..."

뭔가 이상했다.몸에 닿는 느낌이 없었다.

"크룬이라는 것들은 원래 몸 자체가 형태가 없는 것들인가?"

"크으으윽..."

반대로 차우에게 직격당한 크룬의 마족은 배에서 보라빛 연기가 뭉실뭉실 피어오르고 있었고,연신 고통에 찬 신
음성을 흘렸다.허공에 떠있던 마스크의 로브속으로 붉은 눈동자가 번뜩인다.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군.역시나 이 세계에 맞는 그릇이 필요하거늘.."

그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차우의 장력이 허공으로 올려쳐졌다.그가 자랑하는 광범위 공격이었지만,마스터의 몸은
쏜살같이 지면으로 안착했고,애꿎은 나뭇가지만이 허공에 휘날렸다.

"모두 철수한다.인간의 그릇을 빌리기 전까진,우리가 불리하니까."

그의 말에 숨을 거둔 마족을 제외한 세명이 쏜살같이 마스터의 뒤로 붙었다.공격을 준비하러던 샤이와 소소는
다급히 마법과 독공을 흩뿌렸지만 그것들은 허무하게 지면만을 파괴할 뿐이었다.

"나름...쓰레기라고 생각했거늘 쓸만한 인간도 있었군...기억해두겠다."

"뭐임마?저자식이..어라?"

차우는 순식간에 주변을 살폈다.마스터가 살짝 손을 까딱하는가 싶더니,그들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주인님.괜찮으세요?"

샤이가 걱정스럽게 물어왔지만,차우는 괜찮다는듯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근데...저거 도대체 정체가 뭐야..?"

차우는 자신이 해치운 마족의 흔적이 로브를 제외하곤 전혀 없다는 사실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마치 애초에 로브
와 싸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래도....저것이 크룬이 이 세계로 넘어온 방식인가 봅니다."

"무슨소리야 소소?"

소소는 아까의 격전으로 살짝 찢어진 차이나풍 의상의 팔 부분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저희 페어리가.....카드를 통해,그리고 이세계의 인간인 오너라는 존재를 통해 이곳에 적응하듯이....저들은 다
른 방식으로 이 세계에 자리잡을 생각인 겁니다.아까 말하는거 들으셨죠?인간의 그릇....이라고 했지요."

"그게...뭔데?"

차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샤이는 이미 눈치를 챈듯 심각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어두워진 분위기 속에서
소소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희가 카드와 오너라는 매개체를 썼듯이....크룬들은 인간의 몸 자체를 매개체로 쓸 생각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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