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고본옥-제일 아끼는 번역글입니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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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2,637회 작성일 17-02-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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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hoo-japan에서 찾아낸 사이트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대부분의 글들이 시작부터 적나라(?)한 묘사들인데 이글은 심리를 묘사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더군요... 원본에다가 살을 많이 붙였습니당 ^^
근데 중간중간에 원문을 제대로 옮기지 못한 부분이 쬐금 있당께!!!
1부에는 썸씽이 없어요... 이게 아마 야설인가 하실 겁니다.
2부서부터 나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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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던 그런 따스함을 가진 남자야....
소녀는 중얼거린다.


겨울의 고본옥
作者未詳

내리던 눈이 채 녹기도 전에 강한 바람과 함께 심한 한파가 몰려온지 며칠째, 모처럼 내비치는 태양과 함께 기온도 온화함을 보이자 류스케는 상점의 장식을 위한 부속품을 찾으러 시내중심가에 있는 큰 백화점에 와 있었다. 썰렁하던 거리도 날씨탓인지 토요일을 맞아 붐비고 있다. 교외에 있는 자그마한 고본옥이라는 책방을 운영하며 평소 이웃 상점의 주인들과 장기두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취미도 없이 그저 마음에 드는 책들에게 둘러싸여 세상을 버리고 사는 사람같아 보이는 류스케이지만 그렇다고 강풍에 고장이 나버린 간판의 조명등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는지 직접 부품을 사려고 무거운 몸을 추스려 혼잡속에 나온 것이다.
꽤나 서둘렀다고 생각했지만 백화점을 나서자 이미 상당하게 늘어난 인파에 쉽게 휩쓸려 버린다.
「정말 번잡하구먼!」
문득 푸념처럼 독백을 중얼거린다.
“그럭저럭 필요한 것은 샀고 이제는 돌아갈까?”
저녁때의 혼잡해짐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고 물론 지금의 자신에게는 견딜 수 없는 소란스러움을 알기에 빨리빨리 돌아올려고 역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미 번화가는 학교를 파한뒤 돌아오는 길의 학생들로 넘치고 있었다. 평소의 생활과는 완전히 다른 이질의 혼란함.

“오늘 미팅갈 사람!”
갑자기 여학생 서너명이 손을 번쩍 든채 소리를 지르며 앞을 지나쳐간다. 그러자 류스케는 혼란함을 피해 도망가듯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웃음이 울컥거린다. 번화가에는 제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각자 건강하고 밝은 모습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런 광경을 보며 잠시 미소 짓다가 서서히 밀려오는 어떠한 그리움때문에 그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힘없이 걸어나간다.
“이런 웃음 소리가 내 주위에서 없어진지 벌써 어느 정도 지났을까...”
다시 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문득 수심에 열중한다.

정확하게 3년 전, 아직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던 때 사건은 일어났다. 그 날도 상당히 겨울의 날이였다. 이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주말을 이용한 온천 여행에 류스케의 처와 딸이 가게 되었지만......
「그러면 조심해서 출발해, 업무끝나면 따라 내려갈테니까」
같이 가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 하는 아내는 현관을 나서면서도 계속 안타까운지 돌아보며 말했다.
「정말 같이 가면 좋으련만...」
사실 가족이 함께 갈 예정이었지만 류스케는 “회사의 사정”으로 일요일에 출근하게 되어있었다.
「아빠, 빨리 따라내려 오세요... 기다릴께요」
처의 뒤에 서있던 딸이 한마디 했다.
「어쩔 수 없게 되었는걸, 나도 빨리 버스편으로 내려갈테니 즐기고 있으라구, 운전 조심하고!」
류스케는 대답했다.
얼마동안 가족다운 행복을 누리는데 부족함이 있었던 류스케로서는 이번 여행에 거는 기대가 많았지만 뜻밖의 업무로 따돌림을 당하게되자 섭섭함이 앞섰다. 특히 딸의 올해 국민학교 진학으로 앞으로 공부에 따른 부녀간의 대화부족을 염려하는 마음이 이번 여행으로 사라지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확실히 이제 국민학교에 입학하는 되는 사야향은 키도 훌쩍 커버렸다. 정확하게는 “귀여운”에서 “아름다운”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연령의 딸의 모습은 류스케에게는 매우 기쁜 일이었다. 또한 그 때가 가족간의 관계도 양호했었다.
아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은 나갔고 주차장을 나서 골목을 빠져나가는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것이 최후의 모습이였다.

그 날 저녁, 돌연 텔레비전에 속보가 나왔다. 곧이어 경찰에서의 전화. 정신없이 사무실을 나서 현장인근의 병원으로 향했다. 초조해하며 가는 동안의 불안함과 고통. 시간의 흐름은 멈추어 버린듯했고 자신이 운전해야했었다는 실망감과 함께 흐르는 눈물속에서 눈에 비치는 것 전부가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반년은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모든 기력과 활력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마침내 쫓기듯이 퇴직하게 되었다. 잠깐동안은 영혼이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런 때가 어느 정도 지났던 것 같다.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처와 딸에 대한 그리움인지는 몰라도 조금뿐인 퇴직금을 털어 지금의 고본옥을 시작했다.
류스케의 지금은 꽤나 일찍 찾아온 황혼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깊게 얼어 붙었던 마음을 천천히 따뜻하게 치료하고 주는 귀중한 때이기도 했다.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어떤 불만도 없지!”
이런 생각을 하며 건널목에 다다라는 순간, 그만 스치고 지나가던 상대의 가방과 류스케의 종이 봉지가 부딪치고 한 순간 자세가 무너져 버린다. 순간적으로 봉지는 움켜쥐었지만 쓰고있던 야구모자가 머리에서 떨어져 버린다.
「어엇!」
수심에 열중하고 있는 사이에 다가온 일단의 학생들을 미쳐 보지 못하여 부딪쳐 버린 것이다. 류스케가 허둥대고 허리를 숙여 주으려 하자 부딪쳤던 상대가 모자에 손을 뻗는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허리를 내리고 얼굴을 올리면 아직 천진난만한 여고생이 자신의 모자를 주으려 하고 있었다. 약간 구부정한 자세인 탓에 목도리 틈사이로 살짝 보이는 앙가슴 부분이 눈부시다. 퍼뜩 생각했던 그 다음의 순간에 류스케는 좀더 숨을 마셨다. 그 여고생의 얼굴이 자신의 딸 사야향에 나머지를 닮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는 모두 때를 같이 하여 일어난다고 했는가.
뭔가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지만 상상외로도 당돌하였기 때문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키야 말로 사야향보다 크지만 그 체형도 거의 같았다. 그러나, 당연하지만 사야향 것과는 다른 옷을 입고 목소리도 물론 다르다. 단지, 상상속의 분위기에 사로잡힌듯 하다. 말을 못하고 있는 류스케에게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다시 한번 여고생이 사과한다.
「저,정말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거기서 비로소 현실로 되돌려졌다.
「아, 괜찬아요. 나야말로 멍청하게... 미안했어요.」
「아닙니다」
학생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주웠던 베레모를 류스케에게 건네준다.
「아, 고마워요」
답례를 듣고나자 여고생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허둥지둥 친구들의 무리속으로 뛰어갔다. 그 그림자를 눈으로 쫓으면서 잠시동안 류스케는 거기에 내내 서 있었다.

돌아오는 길의 전철의 안에서 류스케는 또 수심에 잠겨 있었다.
“세상에는 자신을 닮었던 인간이 반드시 있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라 생각했는데”
곰곰이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전 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 내고 있었다.
“아마도 눈의 착각이였던 것이 아닐까... 오랫만에 옛 일을 생각하던 중이라서...”
...「그 일」...
사실 아직도 마음의 통증에 시달린다.
“틀림없이 그 탓인 것 같다...”
그렇게 결론짓고, 이것 이상 생각지는 않으려 했었다.
“과거를 후회해 봐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지...”
이제는 과거의 고통이 류수케를 예전처럼 괴롭히지는 않는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왔다.

돌아오는 길의 전철속에서 우향은 조금 전 부딪쳤던 중년의 남자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잠깐의 접촉동안 그는 매우 허둥대고 있는 것 같았다. 우향도 엉겁결에 행한 행동이지만 경솔함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가지가 계속 지워지지가 않았다.
“그 남자의 눈...”
그것은 매우 근심에 가득 차있고 뭔가 특이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다른 분위기가 있었어...”
두 사람은 서로 같은 전철의 다른 객차에 탄채 각각의 귀로에 접어들고 있었다.



다음날은 비가 오기 시작했다. 겨울에 비가 오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아침일찍부터 류스케는 어제 사 왔었던 자재등을 사용해서 오래간만에 상점을 그럴듯하게 꾸미고 있었다. 원래 오래된 목조건물인 탓에 꾸밈에도 한계가 있지만 그런대로 납득할 수 만한 수준으로 끝마쳤던 때는 정확하게 오후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입구에서 보면 예스러운 책이나 여러가지 문헌들이 이곳저곳에 겹겹이 쌓여있는 매우답답한 구조를 가진 “책방”의 형태를 이루고 있기에 만족스러운 것은 아닐게다.
「음, 이정도면 얼마동안은 인테리어따위는 신경안써도 되겠지...」
다른사람이 들으면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 같은 말이지만 류스케는 스스로 흡족해하먀 점심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내실로 향한다. 문득 고개를 돌려 휘둘러 보니 밖은 비가 흔들고 있고, 언제라도 그렇듯이 상점은 조용하고 어둡운 분위기에 싸여있다. 류스케는 잠시 의자위에 털썩 주져 앉아 감상에 잠긴다. 약간은 묵은듯한 냄새가 나는 괘종 시계에서 정오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비소리만이 상점과 류스케를 감싸고 있다.

「정말 무슨 날씨가 이래?...」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우향은 고개를 들어 입을 뾰족하게 내밀고는 날씨에 대해 푸념하고 있었다. 이런 날은 일부러 나갈 것 같은 기분이 되지 않는다. 부친은 거실에서 늦잠을 즐기며 드르렁거리고 있고 모친은 전부터 무엇이 재미있는지 이해가 되지않는 시음 모임에 나가고 없다. 이런 날에는 가족과 무엇을 하는 것이나 친구집에 가는 일도 아주 귀찮다.
“어쩜 이렇게도 할일이 없을까?”
아직 점심인데 무슨 할만한 일이 생각날만한 기미도 없었다.
“데이트의 꿈도 날아가고...”
지난주 2학년 선배에게 고백하는데 성공했는데 내성적인 사람이라 우향이 몇번씩이나 리드를 해서 이제야 겨우 두번째 데이트 예정이었다. 헌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선배의 전화를 받고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런날 무슨 데이트야? 그저 집에서 잠이나 자라!”
악마가 머리속에서 속삭이며 속을 활활 끓여놓는다. 그러나 곧바로 사라진다.
“우산이라도 쓰고 데이트하면 되는데. 흥!”
그러나 무리가 아닐 수 없기에 끝내 포기할 생각이 들었다.
“아... 지루하구나”
날씨와 자신의 불행을 저주하기 시작하는 우향이었다. 창문에는 잠시동안 거칠게 비가 쏟아지고 있다. 실내가 점차 어두워지는 걸 느낀다.

눈을 뜬 류스케는 책상에 엎드린채 자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점심시간인데...”
괘종 시계를 확인하고는 천천히 일어난다. 당연히 손님이 왔었던 기미는 없었다. 주위는 꾸벅꾸벅 졸고있던 자신의 모습과 특별히 다른 것이 없었다. 입맛이 없다.
“창고나 정리해 볼까!”
오랜만에 상점을 정리했더니 지붕밑의 창고도 빠질 수 없었다. 문득 책상위의 낡은 사진액자가 쓰러지려는 것을 알고는 손을 뻗어 잡는다.
「큰일날뻔 했구먼」
살금살금 걸어도 우렁차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리는 급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안개에 쌓인듯 주위가 뿌였다. 무엇하나 선명하지 못할 정도로 희미한 가운데 우향이 의자에 앉아있고 머리위에서는 어두운 조명이 내리비치고 있다.
“무엇일까? 저것은!”
어두운 저편 너머로 순간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흔적은 점차 우향에게로 다가오고 이윽고 선명한 형체를 드러낸다.
“어멋!”
붉은 피부를 하고 있는 육체, 검게 탄 육질의 남성이 서있다. 단지 그것만으로 놀라는 것은 아니다. 그 육체는 실오라기 조차 걸치치 않은 알몸으로 거대한 육봉을 한껏 내세운채 우향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쩔쩔매는 우향을 향해 남자가 손을 내밀어 소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주 천천히......
“누, 누굴까? 이사람은...”
하지만 고개를 들어 올려보아도 환한 머리위 조명탓에 얼굴은 실루엣져서 보이지 않는다. 단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듯 따스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순간 남자의 굵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아~ 시작해야지, 우향...”
놀랍게도 우향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다. 그 시작이 어떤 행동을 요구하는지를... 소녀는 눈을 들어 정면을 응시한다. 눈앞에는 거대한 남성의 육봉이 시야에 가득차있고 맥박치듯 조금씩 미동을 하며 마치 자신을 응시하듯 쏟아있다.
우향은 눈을 감는다. 그리고는 서서히 얼굴을 내밀어 육봉근처에 가져간다. 그리고는......

「우향∼ 우향∼ 잠자니?」
큰 목소리로 아래층에 있는 부친이 부른다.
“어멋!!!”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일으키면서 우향이 눈을 떳다. 아마도 까무륵 잠이 들었었나 보다. 잠깐 이마를 짚어보니 식은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간혹 이런 성적인 공상을 하게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부끄럽기도 하고 긴장이 되어서인지 약간은 거칠게 된 숨을 고르면서 큰소리로 대답한다.
「무슨 일이세요! 바쁘니까 부르지 마세요∼」
「부탁인데∼ 담배 좀 사와라∼」
“지긋지긋한 담배!”
갑작스레 담배가 떨어졌는가 보다. 심부름을 하기도 귀찮았지만 꿈을 꾸면서 느꼈던 야릇한 감흥이 아직도 남아있기에 분위기가 깨어져서인지 신경질이 난다.
「심부름값도 줄테니 부탁이다 ∼」
그말이 충분히 매력적이기에 얼른 몸을 일으켰다.
「알었어요!」
코트를 챙긴채 계단을 내려왔다.
「네 엄마는 항상 잔소리가 심하잖니」
좀 더 화난척 하면 유리하리라 생각했지만 TV에 눈을 고정한채 돈을 건네주는 아버지의 표정을 보자 최근 용돈이 떨어져 어머니의 눈치만 보고 있던 우향으로서는 아쉬운데로 받아들고는 말없이 돌아섰다.
「알아요...」
현관에서 핑크색 우산을 집어들고는 문을 나서는 우향을 향해 거실에서 소리가 난다.
「될 수 있으면 빨리∼」
침묵하며 도어를 닫고 우향은 상가로 향한다. 최근 부친의 모습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 태도는 무엇일까. 나는 하인이 아니다! 배를 단정하지 못하게 긁는 모습... 목욕도 이따금 들어가지 않는 때도 있다.
“뭔가가 달라져야지만...”
모친의 푸념이 다시 기억난다. 볼품없는 아빠탓일까? 최근에는 집안 분위기도 그리 좋지는 않다.
“아버지는 불행한 것일까?”
아버지는 보통이고 어머니도 마찬가지, 자신도 별볼일 없는 보통이고....
“청춘의 시대가 암울하군...”
날씨탓인지 오늘은 영 기분이 나아지질 않는다.
타성이라는 것이 지금의 우향을 상징하는 단어인것 같다.

상가들이 모두 문을 닫았기에 우향은 중학교를 향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오랜동안 다녀보지 못했던 길을 가기위해 가까운 길을 찾아본다. 평소 익숙해지지 않은 길은 신선하고 낯선 모습들이었다. 목표로 하는 편의점근처에 다가왔을때 이전 기억에는 없었던 상점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저런 곳에 서점이 있었네?”
건물도 그렇지만 간판도 매우 수수한 그런 모습이기에 이 어두운 비오는 날에는 한층 눈에 띄지 않았다. 들뜬 기분으로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지 않는다면 확실히 지나칠뻔 했으리라.
“고본옥이네...”
인근에는 없는 고본식의 지붕이었고 동네유치원과 비슷하게 생긴 모습이었다.
“집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다는 걸 아직도 몰랐을까?”
조금 이득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심부름이나 먼저 하고...”
일단은 그대로 지나쳐 앞의 편의점으로 향한다. 지나가면서 안을 잠시 살펴보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고 책이 쌓여 있는 것만이 눈에 들어온다.
“쉬는 날인가...”
그러나 셔터는 내려져 있지 않고 안쪽으로는 책상위에 희미하게 백색등이 켜져있다. 더욱 더 호기심을 일으키면서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는 다시 고본옥 앞까지 돌아오자 남은 잔돈이 천엔정도가 된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뭔가 우연히 찾아낸 진귀한 거라도 살 수 있을지 몰라...”
가벼운 기분으로 우향은 상점의 도어를 열었다.

딸랑딸랑
종소리가 울리는 소리가 난다. 그 소리와 함께 서점안으로 들어선다. 약간은 어둡다. 그렇게 넓지 않는 상점내에 보이는 것은 책들로 만들어진 벽과 산들 투성이다. 겨우 가느다란 통로만이 가운데 나있을 뿐이었다.
“이 통로를 지나갈 수나 있을까?”
가까이 선반위에 올려진 책을 보지만 오래된 문학서적이라는 것 정도밖에는 알지못하겠다. 다른 문고본들도 많든 적든 간에 오래된 책들뿐이라 내심 뭔가 화제의 책이라도 있을까하는 생각에 들어갔던 우향은 약간은 실망했다.
“아, 안되겠다. 내 취향이 아닌걸...”
다시 몸을 돌려 문으로 향했을때 안에서 부드럽게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무슨일로 오셨나?」
“낮익은 목소리?”
그렇게 생각하며 뒤돌아보자 순간 우향은 “어머”하고는 소리를 낼뻔했다. 어제 번화가에서 부딪쳤던 중년의 남자가 거기에 있지 않은가!

내실로 내려와 최근 사들였던 서적들을 상자에서 꺼내고 있을때 도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왠일로 손님이...”
그렇지 않아도 방문객도 거의 없고 게다가 이런 날씨에 오는 유별난 손님이 있다는 생각에 옆의 양복집 사장이 놀러왔는가 하고는 손을 멈추며 서점으로 나왔다. 정확하게 거기에는 상점에서 나가려고 하는 트레이닝복 차림에 갈색코트를 입은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코트는 여러번 본 적이 있는 인근고등학생들이 세일러복위에 걸치는 것이었다. 류스케의 상점에는 거의 방문하는 일이 없는 아이들이지만....
「무슨일로 오셨나?」
그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어 본다.
“가게를 잘못알고 들어섰나...”
어울리지 않는 귀한 손님이기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아이가 뒤돌아본다. 마치 슬로모션처럼 약간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린다. 처음 역광으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눈이 마주치는 순간 엉겁결에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사야향?...”
어제 시내에서 부딪쳤던 사야향과 꼭 닮은 여자아이가 또다시 눈앞에 나타나 있지 않은가... 놀라움때문에 말문이 이어지지 않았다.
“꿈인가...환각인가..?.”
우향은 당혹스러웠지만 입을 열었다.
「아, 저, 어제는... 미안합니다...아, 그래서...」
목소리를 듣고서야 류스케는 눈앞의 소녀가 사야향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꼭 닮았다. 좀 더 키가 작으면 사야향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동요를 억누르면서 말을 건넨다.
「찾는 물건이 있니?」
「아뇨, 그저 근처까지 왔는데 있길래... 잠깐 들려봐서...」
확실히 우향은 자신이 당황해하고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이 작은 서점의 분위기와 그 부드러운 목소리가 자신을 완전히 흐트려 놓고 있었다.
「음∼ 그렇겠지, 아마 여기에는 학생이 흥미를 느낄만한 건 없을거야...어쨌든 고서적이 대부분이라서...」
차분하게 안정된 어조로 류스케는 계속했다.
「처음 여기를 찾았나?」
「예! 평소에 이쪽은 오질 않기때문에...」
대화의 리듬이 잡히자 우향은 침착성을 찾는 것이 가능했다.
「우산은 거기에 세워둬요. 책은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우향은 허둥대며 우산을 문가의 작은 통에 집어넣었다.
「아! 어제는 나도 미안했다. 저런 북적거림속에서 멍청히 있어서...부끄럽다.」
「아니, 그런...」
지금까지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주위에는 없었다. 단지 말을 빨리 걸을까, 일방적으로 날카롭게... 저런 연배의 남자가 주위에 없기에 그런 리듬과 분위기는 몹시 신선했었다.
「그러나 굉장히 놀랐던건 어제 그 학생을 오늘 다시 만나리라고는 생가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우향은 살짝 웃으며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류스케는 슬리퍼를 찾아 신으며 천천히 서가로 나왔다.
「게다가...학생한테는 대단히 실례되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자네가 내 딸과 꼭 닮은데가 있어서....상상외로 모조리 똑같아서인지 약간 충격이 되어서... 미안하다.」
「아뇨, 그러실 수도 있죠...」
왠지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뭔가 이처럼, 멀리 떠나버린 것을 갑자기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말하며 류스케는 책상위의 사진을 손에 잡고 우향에게 건네주었다.
「어머! 정말...」
확실히 거기에는 낡은 사진이지만 자신의 어릴 적 모습과 매우 닮은 여자아이와 그 모친인 것 같은 사람이 비치고 있었다.
「벌써 3년전 일이기 때문에 이제는 아득해지는 느낌인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군」
약간의 한숨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류스케는 다시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언제라도 들려줘요... 뭔가 재미있은 것이 발견될지도 모르니...」
빙그레 웃으며 목례를 하는 소녀을 바라보며 같이 고개를 숙인 류스케는 소녀가 나서는 것을 보며 다시 내실로 향했다.

우향은 매우 신비로운 것을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는 다른 곳과는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구...”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된채로 고본옥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학교에서는 아침부터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주말동안에 있었던 사사로운 이야기들을 화제로 열중하며 정신이 없었다. 듣고 있는 누구나가 질려버린듯 단순하고 일상적인 듯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과 정보또한 흥미진진하기에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윽고 친구의 과장된 이야기들이 끝나자 다음 화제로 옮겨질려는 찰나에 문득 한무리에 섞여 있던 친구가 우향을 향해 물어왔다.
「우향! 너 지금 자고있니? 왜 이렇게 조용해?」
친구들의 모든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아! 날 불렀니?」
멍하니 앉아 창밖을 내다보던 우향은 친구들의 시선을 느끼며 어제 겪은 흥미로운 체험을 이야기거리로 할까하다가 왠지 그만두었다. 복잡하기만한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약간은 별세계와 같은 고본옥의 일은 자신만의 비밀로 하고 싶었다.
「어머∼ 너 아침부터 조는구나?」
「무슨 소리야, 단지 생각할 게 조금있어서 그래...」
「호호호.. 아주 심각한 사랑문제 때문에 걱정이라도 하나보지?」
일제히 모여있던 친구들이 짖굳게 웃어버린다.
“나만의 비밀이지...”
비밀을 만들어낸 우향은 약간의 우월감을 맛보고 있었다.

「사야향...어제는 깜짝 놀랐다. 너랑 꼭 닮은 여자애를 그제 시내에서, 그리고 어제 우연히 여기서 만났단다」
류스케는 사진의 사야향에 이야기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환각인가 싶었지만 닮은 아이를 보게되니까 나도 네 생각이 나는구나... 요즘은 특별한 일이 없는 무료한 시기란다」
오늘도 손님은 없고 조용하게 괘종시계의 때를 알리는 소리만이 어두컴컴한 상점내에 퍼지고 있었다.

오후의 고전의 시간에 그 사건은 일어났다.
왠일인지 평소같지 않게 꾸벅꾸벅 졸고있던 우향은 마침내 책상에 얼굴을 붙인채 숨을 가볍게 고르며 자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세일러복의 스카프에 군침까지 흘리며 자고있자 판서를 끝내고 돌아선 교사가 그런 모습을 놓치질 않았다. 친절하게도 책상까지 가서 직접 우향을 일으켜 주었다.
「으응?...」
정말 멍청한 표정으로 깨워진 우향은 아직도 무슨 사태인지 모르는 듯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우향! 방과후에 직원실로 오도록...」
차갑게 말하고는 교단으로 돌아가는 교사의 뒤에는 벌건 얼굴의 우향과 웃음을 참지 못해 폭발하는 클래스의 모든 얼굴들이 남겨져 있었다.

「얘! 우엇때문에 깨워주지 않았니!」
청소시간에 우향은 폭발하고 있었다.
「일으킬려고 했지만...」
친구가 변명을 늘어놓았다.
「네가 침을 흘리는 걸 보고는 웃느라고 선생님이 너를 발견한걸 미처 몰랐어...」
다른 친구가 거든다.
「그런 폭포는 처음보는걸!」
「빨리 말해주려고 했는데 리에가 가만있으라고 손짓했단다」
「어머! 게이코, 내가 언제 그랬니....」
웃음을 참고있는 친구들에게 빗자루를 휘두르는 포즈를 취하려다가 우향 자신도 우스웠는지 다시 입을 가리며 한바탕 웃어버렸다. 평소 짖궂은 아이들이 아니라서 고의가 아니었으리라...
웃음을 그친 우향은 친구들의 응원을 받으며 직원실로 향했다.
「죄송하다고 빌어...」
「선생님에게 애교라도 떨어봐!」
배후에서 또다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으∼ 분해라...”

예상과는 달리 선생님의 꾸중은 심하였다. 내어준 처벌은 상상외로 큰 것이었다. 교과서에 일부밖에 실리지 않은 오래된 중국이야기를 전부 노트에 베끼고 또한 일역한다고 하는 특별 과제를 받은 것이었다. 사실 문예서클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우향에게 선생님이 봄맞이 축제를 대비해서 내어주는 과제물이라 생각되지만 시간이 충분하지가 않았다. 아마도 모범생이라고 믿고 있던 학생이 자신의 수업시간에 보여준 실망스러운 행동에 대한 괘씸죄도 포함되었으리라... 제출기간은 봄방학이 끝날 때까지라고 말하지만 다급함을 느낀 우향은 설교가 끝나자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고는 곧바로 도서관을 향했다.

...없다...
하물며 그 비슷한 내용의 서적도 없었다.
“그 책들은 발간된지 상당히 오래된 것이라 구하기 힘들텐데...”
미안해하는 사서담당 선생님의 말을 뒤로하고 돌아서다가 문득 우향의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이런 곳에 없다면 혹시...”
도서관을 나서는 우향은 고본옥을 떠올리고 있었다.

친구들과 걸어서 동네까지 온뒤 하나둘 집을 향해 가고 혼자 남은 우향은 고본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교길에 걸어서 집에 오는 경우는 많지만 고본옥으로 가는 길은 약간의 경사로를 타고 넘어야만 제일 가깝기에 힘겹게 걸어올라 겨우 다다를 수 있었다.
“하아하아하아~”
빠른 걸음으로 왔기에 숨이 차오르고 있었다. 아직 18세치고는 풍만한 가슴이 세일러복의 아래에서 상하로 움직이고 있었다. 가슴이 무거운 것이 참으로 원망스러웠다. 중학교의 때는 “젖소”라고 남자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해 싫다는 생각까지도 했었다. 여자고등학교에 들어가니 친구들이 무척이나 부러워했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다. 운동할 경우에도 귀찮고 타학교 남학생들의 시선도 매우 거슬렸다. 잠시 기다리며 숨을 고른뒤 조용하게 문을 열고 서점내로 들어갔다. 약간의 화장이라도 하는게 좋을 것을...

「안녕하세요」
아직은 약간 낮선 듯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어 어, 학생?...」
놀란 표정으로 의자에 비스듬하게 등을 기대고 있던 류스케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아, 저...」
우향은 자신에게 주어졌던 과제의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팔장을 끼고 듣고 있었던 류스케가 서서히 입을 열다.
「병법의 비전서나 하나이씨가 쓴 글이라면 단행본들이 많이 나왔지만 본편은 거의 없을텐데... 미안하다. 정리가 잘 안되있어서 어디있는지는 잘모르지만 그러나 반드시 있다. 서점어디엔가 분명히 있다.」
류스케가 미소 지었다. 사실 우향이 찾는 병법의 비전서정도는 현립도서관에 가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서관선생님의 말대로 단지 그것에는 전부 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본편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문제구먼, 찾아내는 것이 고생이다.」
「저는 반드시 찾아냅니다」
「음∼ 있다면 아마도 저쪽 서가나 지붕 밑의 창고가 아닐까? 다른 곳은....」
류스케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던 우향은 자신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그래, 열심히 찾아봐요, 나도 시간이 나면 도와줄테니...지금 신착서적을 정리중이라서...」
「예! 제가 한번 찾아볼께요...」
빙그레 웃으며 우향은 가방을 내려두고 코트와 머플러를 풀어놓은 다음 일을 개시했다. 항상과 달리 상점에 인기척이 있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개점한 지도 2년이 지났지만 정직하게 말하자면 책이 팔렸던 일은 거의 없었다. 생활은 처와 딸의 보험금이 상당하고 퇴직금과 연금등으로 충분하기에 검소하게 생활만 하면 아마도 죽을 때까지는 먹고 사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서점을 시작했던 것은 쓸쓸함을 얼버무릴 목적이었지 수익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취미에 흠뻑빠져 전혀 세상을 버리고 사는 사람과 같이 조용하게 살고있다. 또한 그것이 희망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서점안에서 딸과 매우 닮은, 그러나 딸이 아닌 활기에 넘치는 여고생이 빙빙 돌아다니고 있다. 그런 모습을 단지 향수에 가득찬 눈길로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찾고자 하는 책은 전체의 4분의 1을 뒤져보아도 발견되지 않았다. 약간의 한숨과 함께 카운터로 우향이 다가온다.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 약간 동요하면서 류스케는 말을 걸었다.
「찾지못했나 보구나....」
「네...」
실망스러운 표정을 우향이 짓자 류스케가 활짝 웃으며 말을 꺼냈다.
「그렇지만 반드시 있을게다...」
그렇게 말하며 관리대장을 꺼내 보인다.
「자아∼ 학생 봐요, 여기보면 분명히 작년말에 입하되었거든, 헌데 지금껏 팔렸던 책은 셀 수 있는 정도기 때문에 틀림없이 있을 거야...」
확실한 증거를 보고는 우향은 안심이 되었다.
「오늘은 상당히 늦었는데 그만하고 내일 계속 찾아보자꾸나」
「넷!」
피곤이 몰려왔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대답한 우향이 돌아서서 옷을 챙기려하자 류스케가 물었다.
「저어.. 잠깐만!」
「예?」
우향이 의아한 얼굴로 돌아서자 류스케는 약간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나는 아직 학생의 이름을 모르네...」
「어멋... 제가 실수를...」
우향이 제복상의 주머니속에 들어있는 명찰을 꺼내어 보여주며 혀를 살짝 깨물며 쌜죽 웃는다.
도자 우향... 빗속의 향기....
「우향, 좋은 이름이군」
코트를 걸친 소녀는 가방을 둘러맨체 문앞에서 살짝 목례를 하고는 문밖으로 사라진다. 그 하는 행동이 사야향과 너무나 닮았다.

다음날도 방과후 곧장 류스케의 고본옥에 우향이 왔다.
「어서 와요...」
어제와 같은 느낌으로 류스케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향은 뭔가 한숨을 돌릴 것 같은 매우 따스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잠시 앉아 이 느낌을 한껏 즐기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빨리 찾아 내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어제와 똑같은 것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활달한 모습으로 좁은 통로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 우향의 모습을 류스케는 책상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사야향과의 추억이 여러 가지로 다시 살아나고 온다.
“한창 귀여운 때였는데...”
엉겁결에 류스케는 눈가가 촉촉히 젖는다..
“두사람을 잊어버리려는 생각은 생각할 수도 없지...”
하지만 어떠한 노력에도 이전의 상태로 돌이킬 수는 없었다.
“언제까지 과거를 후회해도 행복했던 순간은 돌아오지 않아...”
눈앞의 사야향과 꼭 닮은 여고생이 있다는 것은 회상에의 매개체였다. 회상에 이르게되면 항상 슬픔이 계속되지만 지금은 약간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딸이 살아있는 듯한...
둘째날도 역시 허탕이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우향은 조금도 실망하는 표정없이 툭툭 털어버리며 일어섰다. 그러자 류스케가 약간은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며 우향의 얼굴을 살폈다.
「확실히 가까운 곳에 있을테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마라」
조금전의 눈물로 약간 젖어있는 그의 눈을 보며고 우향은 웬지 모를 깊이를 느꼈다.

셋째날 수요일.
수업이 끝나자 마자 재빨리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서는 우향을 친구가 붙잡는다.
「너 요즘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니? 어째 수상해....」
무덤덤한 어투로 우향이 대답한다.
「아무 것도 아냐, 빨리 선생님이 내준 과제를 정리해야지!」
「범생이 따로 없구나… 난 남자라두 생겼나했지...」
「그럼 먼저갈께...」
「어머! 우향, 같이가자...」
계속 질문을 하며 따라붙는 친구를 따돌리느라 근 두정거장 거리를 시달리며 걸어왔다. 조금은 친구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우향이었다. 사실 고본옥을 가는 이유는......

삼일 연속 거의 같은 시간에 우향은 고본옥에서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류스케도 그 시간만은 자리를 비우지 않고 우향의 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다행히 수일만에 약간의 햇볕이 창가에서 들어와 실내를 밝게 비추고 있다.
“사실 사야향과는 조금은 다르구나”
여기서 수일동안 관찰해보니 꽤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확실히 처음 만났던 때는 두 사람의 사야향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정확하게 얼굴을 뜯어보면 조금은 윤곽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마지막 사야향의 모습은 국민학교때가 아닌가. 우향도 사야향과는 다른 18세의 소녀이고 사야향이 아직도 아이의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우향의 신체는 이미 어른스러워지고 있었다. 물론 세일러복에 둘러싸인 팔과 다리는 아직도 어려서 귀여운 느낌이 들지만 급속하게 여성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신체였다.
“최근 여학생들 발육이 좋다는 말은 자주 듣지만...”
생각해 보면 가족을 잃어버리고 나서 3년여동안 여자와의 신체접촉이 전혀 없었다. 깊은 슬픔속에서 지난 몇 년간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세상등지고 사는 사람같은 지금의 생활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렇게 말하는 의미에서 우향은 3년만에 류스케의 세계에 나타난 여자이다. 우향의 세일러복의 아래에는 무리하게 밀어넣어진 듯한 풍만한 가슴이 감춰져있고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약간의 언밸런스처럼 보이고 세일러복의 위에 그 윤곽이 뚜렷하게 실루엣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우향의 다리도 약간 짧은듯 보이는 스커트밑에서 적당하게 뻗어있고 상당히 하얀 피부의 탄력이 보여지는 듯 했다. 이따금 상체를 접어 구부릴때 보이는 힙과 허벅지 뒷면의 피부가 주는 느낌은 매우 신기할 정도로 상큼해서 주름과 기미가 있는 자신과는 다르게 보였다. 게다가 세일러복의 조끼와 스커트가 만나는 높이에는 허리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보이고 그것이 시야에 들어올때마다 엄연한 여성임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정도의 나이의 여자아이라면 분명 내딸정도의 나이가 아닌가... 살아있다면 사야향도 저 정도 나이일테지...”
그곳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금까지 3년간의 날짜의 길이를 깊이 깨닫게 된다.
“3년이나...”
자신의 딸이나 손자도 여성도 아닌 우향을 바라보며 류스케는 여러가지 상상에 열중하고 있다.

그 날도 결국 헛수고로 끝나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더 복잡하게 얽혀있는 책들속에서 찾는다는 것은 필요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아직 삼분의 1은 남겨 두고 있었다. 우향도 지쳤는지 벽에 기대어 반쯤은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떠올리는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러자 류스케는 조금은 안스러웠는지 발견되면 물론 무료로 주겠다는 것을 약속했었다. 우향도 내심 발견하고난 뒤 얼마나주고 구입해야할 지 걱정되었는데 뜻밖의 고마운 제안이라 기쁜 마음에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지친 것 같은데 잠깐 홍차라도 마시고 가라...」
가벼운 목례로 대답을 대신하는 우향을 바라보며 흡족한 마음으로 류스케는 권했다. 사실 지금까지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이 없었던 것이 측은해 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본심은 좀 더 이 학생과 좀더 가깝게, 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분명, 지금까지 혼자만의 세계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자신이 변하고 있었다. 이렇게 붙임성이 좋았는지 자신도 놀라울 정도로 평소 무뚝뚝한 분위기를 풍기던 것이 원래의 류스케였다.
뭔가가 변하고 있다...

우향도 마음속으로도 피곤했고 목이 마르기에 거리낌 없이 잠시 머물기로 했다. 하지만 무조건 환대를 응한다는 것보다도 우향 자신도 모르게 어딘가 류스케에게 흥미가 있었다. 부인과 딸을 한번에 잃어버린후 계속 혼자서 지낸다는 것에서 오는 외로움등에도 불구하고 항상 진지하고 성실하게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어느 정도의 안스러움과 함께 호감과 존경이 느껴지고 있었다.
“지금껏 내가 겪어보질 못한 느낌이랄까...”
만약 자신의 부친이나 선생님들이라면 전연 불가능한 대우일지도 모른다. 또한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자아 이쪽으로 올라와요...」
친절하게 류스케가 가르키는 반상을 향해 약간은 장난스러운 몸짓으로 젖었던 구두를 벗고 내실로 올라선다. 그런 모습을 한없이 그리운 눈길로 응시하는 류스케. 우향도 또 그런 류스케의 따스한 시선을 느끼며 안심하고 있다.

주전자를 렌지위에 올려놓고는 과자를 준비하면서 류스케는 살짝 더운물에 적시어 축축하게 만든 타월을 우향에게 건네주었다.
「땀이나 닦으렴, 꽤나 힘들었을텐데...」
확실히 책을 옮기거나 꺼내어 먼지를 털고 표지를 읽어보는 것은 심한 중노동이다. 물론 무거운 박스나 사다리등은 류스케가 움직여 주었지만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작업을 시작하면 곧바로 땀이 나온다. 게다가 벌써 몇 년이나 움직이고 있지 않는 책에는 허연 먼지가 가득 쌓여있다. 당연히 손은 물론 얼굴과 목에는 하나 가득 땀과 먼지가 묻어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 감사합니다.」
순순히 받아들어 손을 닦고는 화장기 없는 얼굴을 닦은 뒤 목과 목덜미를 타월로 쓰다듬는다. 좀더 확실하게 닦고 싶는 것지만 남의 앞에서, 특히 남자의 앞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다. 가능만하다면 상의속까지 타월을 넣고 닦아버리고 싶었지만... 자제심이 세게 일었다.
“그러면 안되지....”
찻잔을 꺼내던 류스케는 우향이 약간 긴 머리카락을 들어올려 목덜미를 날렵하게 닦는 순간을 보고 문득 섹시하다는 생각을 했다. 딸을 닮은 18세의 여고생에게서 류스케는 성적 매력을 느껴 버리고 있었다.
“!”
믿여지지 않을 정도로 사타구니로부터 열기가 느껴진다. 수년만에 느끼는 성욕에 류스케는 대단히 곤혹해하고 있었다.
“아..아직 열여섯밖에 안된 아이에게...”
주전자에서 더운물이 솟아오르는 소리가 난다. 류스케는 불을 줄이며 우향이 사용했던 타월을 받아서 정리하고는 화로에 홍차의 준비를 하고 더운물을 쏟아 우향에게 내밀고는 맞은편에 앉았다.
「그런데, 레몬이 다 떨어졌네...어쩌지?...」
「괜찬아요, 과자도 있는걸요...」
「그런가. 아쉬운데로 마음껏 즐겨요」
「맛있게 먹겠습니다」
우향은 과자를 한웅큼 집어들고는 그중 제일 기다란 것을 골라 차에 살짝 담궈 먹기 시작했다.
「맛이 어때요?」
「너무 맛있는 걸요.....」
우향은 싱긋 웃으며 몇 개의 과자를 계속 그런식으로 먹으며 고풍스러운 가구가 가득한 내실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더 이상 관심이 없어졌는지 정면의 류스케를 향해 고개를 돌리다가 눈이 서로 마주치자 씨익∼하며 장난꾸러기같은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무슨 일이 있는가해서 물어본다.
「저런 젊은 학생이 왠 한숨을... 무슨 걱정이라도?」
우향은 조금은 입을 뾰족하게 내밀고는 여기에 겨우 도착하기 까지 친구와의 이야기들을 몸짓 손짓으로 꾸며가며 말하기 시작했다. 류스케는 오로지 들을 수만 있는 사람처럼 끄덕거리며 듣고만 있었다.
“뭔가 꽃이 피는 것 같다”
이 18세의 여자아이에게서 나오는 상큼함이 바꾸어놓은 실내분위기를 감탄한 듯 즐기고 있다. 그리고 옛날을 그립게 상기하고 있었다.
“그 무렵은 무척이나 단란했는데...”
헌데 지금도 똑같은 부드러운 감각을 맛보는 중이다. 류스케는 그것이 매우 기뻤다. 동시에 류스케는 자신의 몸이 거실에 있는 여자에게 민감하게 반응함을 느끼고 있었다.
사야향에 잘 닮은 작은 손, 귀여운 눈동자.
부드럽고도 부드러운 뺨.
아직도 어린아이같은 생김새인 18세이지만 조금씩 성숙해감을 풍기는 여고생이 자신의 곧 눈앞에 있다. 그런 모습이 투영되는 마음과는 정반대로 류스케는 남자로서의 부분이 서서히 세게 작용하고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목덜미에서 어깨에 걸쳐 탄력있는 힘있는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선과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풍만한 가슴이 세일러복이라는 막으로 둘러싸인채 점차 강한 느낌으로 증폭되고 있다.
분명 아직 처녀임에 틀림없는 소녀에게서 무의식중에도 상당한 뭔가 남자를 끌어당기는 듯한 자극이 방출되는 것에 불가사의함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희미하게 풍기는 향기롭고 달콤한 체취나 비누, 샴푸등의 냄새도 지금의 류스케에게는 신선하고 선정적인 것들이었다.
「아저씨!」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것 마냥 놀라는 류스케… 훔쳐보는 것을 알아차렸을까?
「아저씨!!」
「엉?」
소녀의 눈빛을 살피면서 대답한다.
「아저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요?」
「나..나이?」
「그래요, 나이…」
「사..삼십대 후반….」
「피이~~ 사십대구나」
귀여운 질문에 징그러운 대답을 했나보다. 사실 사십이 넘었다.
「허허허」
류스케는 웃음으로 답한다.
「아저씨는 왜 재혼안해요?」
당돌한 질문이다. 어쩌면 불쾌한 물음일 수도 있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어오는 우향의 귀여운 표정 때문에 화를 낼 수는 없다.
「그..그냥 바빠서…」
「헤헷~ 너무 실례되는 질문이가요?」
「하하하」
파안대소를 하고만다. 자신에게 관심을 드러내는 그런 질문들이 너무나 반갑고 즐겁다. 그래서인지 계속 소녀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아직은 거리감이 있는지 더 이상의 질문이 계속되지는 않는다. 참다못해 류스케가 말을 건넨다.
「이제 고등학교3학년에 올라가나?」
「네」
「힘들어 지겠구나…」
「별루 힘들지는 않아요…」
밋밋한 질문과 답이 계속된다.
「형제는?」
「저 혼자예요」
「쓸쓸하지 않니?」
「조금은 그래요…」
순간적으로 우향의 표정이 약간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렇구나…”

한차례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 7시반을 알리는 시계 소리가 올렸다. 류스케는 내심 아쉬운 감이 있지만 그런 것을 내색하지는 않고 상냥하게 귀가를 재촉했다. 우향도 시간의 흐름을 탓하며 순순히 응하기는 했지만 예의를 깍듯이 갖추어 감사하다는 말을 한 뒤 짐을 챙겨 돌아오고 말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침 현관에 서있던 모친이 우향을 불러 세웠다.
「우향! 이번주는 귀가 시간이 느린 것 아니냐? 어떻게 된거야?」
「선생님께서 이상한 과제를 내주는 바람에 앞으로도 계속 도서관에서 자료찾다가 올거예요...」
「그러니... 그래도 가능한한 빨리 돌아오려무나」
「예!」
우향은 모친의 질문을 가볍게 대답한채 방으로 올라간다.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 과제는 사실이니까... 그래도 아저씨 이야기는 비밀.....”
비밀을 갖는다는 꺼림칙함보다는 두근두근하는 느낌이 우향에게는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날 밤 류스케는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놀랍게도 아직 소녀티가 가시지않은 새파란 여고생의 육체가 류스케의 남자의 스위치를 켜버렸다. 지금까지 3년간 전혀 없었던 것이 일어나고 있다. 미처 믿어지지도 않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류스케 자신에게서 그런 벽이 있는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현실에는 20∼30대의 성인여성들이 많이있지만 아직 열일곱밖에 되지않은 딸을 닮은 여자아이에게서 욕정을 느끼다니.... 숨겨져 있던 자신을 발견해 버린 것일까?
“저런 나이 어린 학생에게 내가 지금 무슨 상상을...”
잠깐씩 도덕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음흉한 상상이 야비할 정도로 몰려와 세상에서 금지된 것들을 위반해 버린채 류스케의 남자를 자극해 버린다. 저 여자아이의 상당히 풍만한 가슴을 세일러복 위에서 애무를 한다. 젊음에 넘치는 아직도 탄력있는 힙의 고기를 한껏 비비고 싶다. 아직 남자의 그것을 만졌던 적이 없는 어린 손을 자신의 사타구니로 이끌고 남성을 바지위에서 만지게 하고 이번에는 팬티를 내린채 속에 넣고 직접 만지게 한다. 책상위에 앉히고 다리를 들어올리면서 벌어진 다리사이의 스커트 속에 머리를 넣어 파랗게 맑고 깨끗한 비부에서 나오는 애액을 혀로 감싸올리고, 그리고 빨아들인다... 그런 무서운 망상이 말릴틈도 없이 계속 떠오르고 류스케의 페니스에서는 왕년의 힘이 전부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안돼!”
식은 땀을 흘리면서 류스케가 벌썩 몸을 일으켰다.
“머리를 차게 해야한다....”
강제로 잠들고 싶어서 와인 두잔을 들이키고는 이불에 눕는다.
“안돼!, 그런 건 잊어버려야지...”
류스케는 겨우 잠에 떨어진다.

다음날 정시에 우향은 오지 않았다.
해가 기울고 몇 번이나 괘종 시계가 때를 알리는데도 전혀 찾아 오지 않는다. 이럴정도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불안한 적은 없었다. 그 사고 이후로는...
“대체 어떻게 하지...”
언제까지나 열리지 않는 상점의 도어를 응시하며 류스케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우향은 화도부의 교사에게 붙잡혀 있었다.
「최저 1개월에 일회는 나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증명서도 발급하지 않는다」
「네...」
우향의 고등학교에서는 1년생때부터는 반드시 서클활동에 참가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어서 만일 참석이 불량할 경우 진학시 필요한 증명서를 떼어주지 않기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이 융통성없는 제도 때문에 선배에게 붙잡히자 아무 변명도 하지 못한채 연습을 모두 마치고는 겨우 빠져나온 시간이 7시가 다 되어가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어쩐다지...”
집에 전화를 걸어 늦어짐을 알리면서 우향은 기필코 오늘은 찾는 작업을 끝내기로 정했다. “너무 늦지 않았을까?.”
어쩐지 걱정이 된다. 그 상냥한 눈으로 쓸쓸하게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런 통보없이 늦는 자기를 비난할지도 모른다는 기분도 들었다.
“어차피 가는길에 얼굴만이라도 봤으면… “
그렇게 맘을 정하고는 우향은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오지 않는 것 같은데… 이젠 닫아야겠군...”
단념하고 폐점준비를 하기 위해 도어쪽으로 다가서는 순간 갑자기 벌컥 문이 열리며 우향이 숨을 몰아쉰채 들어섰다.
「어멋! 아저씨!」
「우향! 괜찮니?」
「아, 아… 죄송해요 오늘 일이 있어서요…. 」
가방을 내려놓으며 소녀는 벽에 몸을 기대고는 가슴에 손을 얹은채 숨을 골랐다. 얼핏 시계를 올려다 보니 7시반이 다되어 간다. 단념하고 있었던 기분이 밝고 화사해지는 것을 억누르며 천천히 류스케는 말을 걸었다.
「사고라도 있었는가 해서 걱정하고 있었어...」
「서클활동때문에요....미안해요...」
아직 어깨를 들석이며 숨을 고르던 우향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다.
「물이라도 줄까?」
상냥한 류스케의 질문에 기쁨을 느끼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늦은 귀가를 걱정하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말했다.
「어머니가 걱정하실 거예요... 내일 뵐께요!」
정신없이 가방을 들고 나서는 우향의 뒷모습을 보며 살짝 손을 들어 인사해주었다.
“정말 활기찬 아이구나 “
기다릴 때 생겼던 불안감이 이제는 안도감으로 바뀌며 류스케의 마음이 넓어진다.
“또 내일인가...”

그날 밤 류스케는 꿈을 꾸었다.
처음 낳았을때부터의 사야향에 대한 추억이었다. 밤중에 줄기차게 울어버리는 것에 질려버렸던 첫 해. 처음 걸었던 날. 자전거에 탈 수 없어 울었던 날. 유치원에 가던 뒷모습 등등... 전부가 선명하게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류스케는 어느새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다.
“사야향...”
점차 사야향은 커가고 사고 당시의 나이까지 성장하고 있었다. 보다 멋있게 만들어진 초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사야향이 멀리 서있다. 그러자 류스케가 달려가 힘껏 꼭 껴안는다. 사야향의 머리를 끌어안고 상냥하게 쓰다듬고 있다.. 얼굴을 잘 보려고 가까이 하자 사야향이 스르르 눈을 감는다.
광택이 있는 입술.
엉겁결에 그 귀여운 입술을 빼앗아버린다. 어느새 나체가 되어있다. 열심히 온몸을 더듬자 이내 사야향에게서 기쁨의 탄성이 시작되고 눈을 뜬 사야향이 입을 연다.
“조금더….“
라는 속삭임이 들린다. 그러자 자신은 어떤 주저도 없이 뜨거운 분신을 사야향의 속으로 이끌고 갔다...

퍼뜩 눈을 뜨자 벌써 8시를 지나고 있다. 드물게 늦잠을 자버렸다. 하지만 늦잠을 잤다는 것보다는 류스케에게 있어서 사야향과의 근친상간이 꿈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상당히 쇼크였다.
“어떻게 이럴 수가...”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류스케는 또다른 발견을 한다.
“.........”
류스케는 이전에는 없었던 대량의 몽정을 해 버리고 말았다.

금요일.
예정대로 정각에 우향은 왔었다. 이제 남은 것은 삼분의 일정도이고 지난 수요일에 꽤 정리했기 때문에 그다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으리라는 예상이 되었다. 그 책들이 서가에 있다면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여기에 없을 경우는 약간 성가신 것이 있다. 아직 남겨진 곳은 지붕 밑의 창고다. 저기야 말로 어수선하고 지저분하기에 걱정되는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책이 여기 일층에서 발견되고 우향의 작업을 계속 지켜볼 수 있기를 소원하기 때문이다.
“헌데, 왜 우향을...”
류스케의 마음속에 허무한 갈등이 시작되었다. 우향을 계속보길 원한다는 것이 어떤 목적에서 일까...... 욕구때문인가? 혹은 딸과 닮아서...
“사야향을 그런 대상으로 생각하는 꿈따위를 꾸다니...”
“아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류스케의 이성이 과격하게 부정한다.
확실히 우향에 만나고 나서 모든 것이 일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야향과 우향은 다르다...”
그것도 또 사실이었다. 갈등은 사라질 줄 모르고 계속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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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는 썸씽이 없어요... 이게 아마 야설인가 하실 겁니다.
2부서부터 나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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