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사랑의 파편에 대한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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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689회 작성일 17-02-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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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방에 무간지옥을 연재하고 있는 비단뱀입니다.
아직 제대로 연재를 하지도 못하고 있는 주제에 이렇게 새로운 글을 올린다고 손가락질 받
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무간지옥은 솔직히 상당히 어려운 글입니다.
아직 서론조차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고 기존에 제가 대충 작성한 시놉시스만 5장을 넘어갑
니다. 지금까지 적은 내용이 시놉시스 1장의 5분지 1조차도 안된다면 쉽게 아실거라고 생각
됩니다.
그래서 조금은 편한 마음에서 글을 적어보려고 이 글을 씁니다. 그런 이유로 전혀 내용의
줄거리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어나갈 겁니다.










내가 형수를 처음 만난 것은 형 내외가 경주로의 신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날이었
다. 당시에 국민학교 3학년이었던 내 눈에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는 형의 뒤를 따라 들
어오는 형수의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모습은 마치 선녀를 직접 마주 보는 듯 했다.
형과 함께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가는 형수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
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형은 나와 나이 차이가 상당히 난다. 어머니가 결혼 4년만에 어렵사리 형을 가진 후 16년여
를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 포기하고 있다 나이 마흔이 다 되어 본 늦둥이가 바로 나이기 때
문이다. 그래서 내게 있어 형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하는 집안의 가장 큰 어른으로
한편으로는 대하기 어려웠지만 또한 한없이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 형이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불과 1달 전이었다. 형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나이였다. 하지만 형이 아직 학업 중인 학생의 신분인 것을
감안한다면 결혼을 하기에는 여러 여건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형은 그다지 결혼에 생
각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어머니가 빨리 형이 가정을 꾸리는 것을 보고 싶어했고 그런 어
머니의 설득에 결국 형이 손을 들고 본 첫 맞선에서 지금의 형수를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결국 맞선에서 결혼까지 불과 2달만에 결정이 나고 말
았다.
형수는 비록 2년제의 전문대이지만 대학까지 나온 똑똑한 여자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도회지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다 부모님의 결혼 독촉에 고향으로 돌아와 신부수업을 받던 중
에 형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형은 집에 돌아온 지 2주 정도가 지나서 다시 학교가 있는 서울로 혼자 돌아가고 형수는 집
에 남겨졌다. 형이 서울에서 학업을 마치는 때까지 당분간 집에서 어머니에게 여러 가지 집
안 살림에 관한 것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형수의 고달픈 생활이 시작되었
다. 어머니는 형수를 엄하게 대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 우리 집안을 이을 며느리로서의
마음가짐이라던가 집안의 가풍이라던가 여러 가지를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새벽 일찍 일어
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어머니에게 문안인사를 드리고 집안 청소하고 잠시도 허리를 펴지
못하는 고단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보게 되는 형수
의 얼굴은 항상 환하게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형수가 그다지 고단하지 않다고
생각해버리고 말았었다.
형수가 사실은 심신이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지나친 과로로 갑자기 쓰러진 이
후였다. 형수는 원래 집안의 하나뿐인 딸로 사돈어른의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자랐다. 그러니
굳은 일을 해 본 적도 없거니와 시집살이와 같은 마음 고생을 해본 적도 없었던 것이다. 그
러니 비록 형수가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몸이 견뎌내지를 못했다.
형수가 한 번 쓰러지고 나서야 비로서 어머니는 형수를 살갑게 대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로
서도 쓰러질 정도로 힘든 생활 속에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던 형수의 모습에서 더 이상
고생시킬 필요를 차지 못한 듯 보였다.


형수는 그 후 1년여가 지나 형이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여 직장 생활을 시작하자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이미 형 내외가 머물 집을 어머니는 준비해 두고 계셨다. 형수가
서울로 떠나던 날 난 형수 치마폭에서 한참을 서럽게 울었던 듯하다. 그땐 무엇이 그다지도
서럽던지 울음이 그치지를 않았다. 이제 헤어지면 다시는 형수를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형수가 서울로 가고 난 후 한동안은 집안이 휑하니 빈 듯이 느껴졌다. 어머니도 적적하다고
느꼈는지 한 동안 쓸쓸한 표정을 짓고 계시더니 어느 날 누렁이 한 마리를 데리고 오셨다.
그렇게 집에 한 명이 가고 새로운 가족 한 명이 새로 생겼다.
형수는 그 후에도 수시로 집으로 찾아와 어머니의 말벗이 되어주었다. 형수가 전해 주는 형
의 소식을 어머니는 항상 웃으며 듣고 있었다. 형은 역시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듯해서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가끔씩 형수를 보다가 내가 국민학교를 마치고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형수를 매일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는 형수에게 고향집으로 내려오라는 전화를 하셨다. 평소 형수를 집
으로 부르는 일이 없으셨던 분이기에 약간은 의아스러웠는데 형수가 내려온 날 학교에 다녀
온 나는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사람은 큰물에서 자라야 한다며 아직 어
린 나를 서울로 유학을 보내기로 결심을 하셨던 것이다. 이미 몇 년 전 형 내외가 분가하는
시점에 이를 생각하셨던지 형의 집을 구할 때에도 방이 넉넉한 약간 큰집을 구하셨던 것도
바로 나를 염두에 두셨던 것이었던 것이었다고 말하셨다. 앞으로 형수와 같이 살게 된다는
것에 나는 마냥 흥분이 되었다. 형수는 처음에는 어머니의 결정에 찬성하다가 어머니 혼자
고향집에 남는다는 말에 어머니도 함께 서울로 올라가자고 하였다. 형이 어머니를 혼자두고
마음 편하지는 못할 것이고 자기 역시 그렇다며. 하지만 어머니의 결심은 확고하셨다. 고향
집을 지키고 사시겠다는 어머니의 고집에 그 날밤 부랴부랴 내려온 형마저도 설득을 포기하
고 다음날 난 형 내외와 함께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한적한 시골에서만 살던 내게 서울은 혼을 쏙 빼버렸다. 그런 나를 위해 형수
는 매일 같이 형이 출근한 다음이면 내 손을 잡고 서울 여기저기를 구경시켜주었다. 앞으로
서울에서 살기 위해서는 서울의 여러 모습들을 확실히 알 필요가 있다며 지리라던가를 열심
히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알아가게 도와주었다. 그 덕분에 몇 주가 흐른 뒤에는 나도 어느
정도의 서울의 시끌벅적한 혼란스런 모습에 적응을 하게 되었다.
중학교는 집 근처의 사립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이왕 학업을 위해서 올라온 바에야 여러
여건이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좋다는 형의 주장 때문이었다. 첫 등교일 날 찾아간 학
교는 역시 내가 고향에 계속 남아있었다면 진학하게 되었을 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로 시설이 좋았다. 그리고 단지 시설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 나와 함께 보내게될 아이들에 비해 내가 여러면에서 부족하
다는 것을 금방 알게된 나는 한 동안 내가 다른 학우들과 비교해 열등하다는 자괴감에서 벗
어나지를 못했고 이런 내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던 형수에게 머뭇거리며 사정을 설명하자 형
수는 크게 걱정하지 말라며 격려를 해주었다. 그리고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형수
는 나를 붙잡아두고 과외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형수의 덕택으로 조금씩 자심감을 가지게 되면서 서울에서 내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일단 시작으로 여러 상황 배경의 설명이었습니다.
다음 편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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