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일/번] 음학의 함정-제6장 음학에 미치는 여교사 (8)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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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785회 작성일 17-02-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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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고백



유키히로는 청바지에 푸른 셔츠라는 학교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복장으로
방의 입구에 멈춰서 있었다. 왼팔 소매사이로 붕대가 살짝 들여다보였다. 미호는 알고 있었다. 그 왼팔의 상처가 그 날 미호를 날뛰는 탁류중에서 구조할 때 생긴 상처라는 것을……만약 그 날 유키히로가 우연히 빠져있는 미호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목숨걸고 강으로 뛰어들지 않았으면 자신의 생명은 없어졌을 것이라는 사실을……



「유키히로선생님……」<?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미호는 아주 조금 가슴을 울리며 그 이름을 말했다. 유키히로는 문을 닫고 천천히 침대로 걸어왔다. 유우키와 료스케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세 명만의 비밀, 타인에게는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되는 비밀이 알려져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유키히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유우키나 료스케와는 침대를 사이에 두고 창가에 걸터앉아,



…하지만, 제일 죄가 무거운 것은 나다…」



어둡고 가라앉은 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유우키와 료스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유키히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미호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유키히로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말할 생각이야… 모든 것을 고백할 생각이야…)



잠깐의 침묵……



아주 조용해진 병실안에 창 밖으로부터 들려오는 새소리가 매우 크게 울렸다. 유키히로는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미호선생님이 료스케와 실수를 범해 버린 것은… 그 전에 내가 그녀를…그녀의 몸을 평소와 다르게 만드는 일을 하고있었기 때문이다.」



「몸을…다르게라는……말은… 음란하게라는 의미?」



유우키의 말에 유키히로는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렇다. 이성을 강탈해버렸다……라고 말해도 괜찮다.」



「 그렇지만 그것은……조금 놀랍지만… 선생님들이 그…그러한 관계였다는 말이에요?」



「아니…」



유키히로는 이번엔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합의한 적 없다. 아니, 내가 그녀의 약점을 잡고 위협하고 있던 중이었다.」



「서, 설마… 선생님」



유우키는 경악에 찬 소리를 높였다.



「사실이다. 나는 미호선생님을 협박해서 관계를 강요하고 있었다.」



……」



유키히로의 충격적인 고백에 유우키는 말을 잃어버렸다. 료스케도 놀란 나머지 말하기는커녕 꼼짝할 수조차 없었다. 방안에 답답한 침묵이 내려깔렸다.



「 그렇지만…」



미호는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나를 도와 주었어요. 물이 불어난 강에서 결사적으로 나를 구해줬어요.」



미호의 음성은 맑은 종소리와 같이 울려 방 안에 충만한 무거운 공기를 녹여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유키히로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마… 미쳤던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점점 더 그 사람을 괴롭히고 싶어졌다.」



유키히로의 어조는 담담하게 들렸다. 하지만 그 양손을 힘겹게 꽉 쥐고 있는 것을 미호는 깨달았다. 고백은 계속되었다……



「왜인지는 모른다. 어릴 적의…파멸적인 가정환경이 원인인지, 그렇지 않으면 사춘기때 이지메를 당했던 것이 원인인지……다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비정상적인 성욕에 취해있는 내가 있었다.」



미호는 어쩐지 가슴이 아파왔다. 조용하게 전해지는 말의 이모저모에서 소년시절 유키히로가 받은 상처의 깊이를 엿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비정상이라고…생각한다. 하지만 스스로도 컨트롤 할 수 없었다. 막상 그 때가 되면…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어버린 것처럼……아무리 해도 멈출 수 없었다.」



일순간 유키히로의 표정이 고통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미호는 이해했다.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유키히로의 행동의 이유들을…… 그는…유키히로는 열심히 싸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기 속에 있는 평범하지 않는 욕망과……그래서 미호에게 상냥했다가도 때로는 냉혹하기도 했을 것이다. 욕망에 지배된 자신과 그것을 말리려고 하는 자신 사이에서 유키히로의 마음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반드시……)



미호는 비내리던 밤 교사에서 유키히로의 태도를 다시 생각했다. 유키히로는 그 때 자신의 특이한 성격에 대해 고백하려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속에 깃들어있는 욕망을 끊으려한 것은 아닐까? 단순한 억측에 지나지 않지만 미호는 그것을 확신했다. 다음날 협박의 원인이 된 사진을 미호에 돌려주었을 때 그 안도의 표정에서도 유키히로가 필사적으로 또다른 자기 자신과 싸웠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제했던 사람은 누구나……」



유키히로의 말이 미호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나의 본성을 알자 모두 도망치듯 떠나갔다. 어떤 사람은 경멸의 시선을 내게 던지면서……어떤 사람은 나를 입이 더럽게 매도하면서……아니 그게 정상이긴 하지만……」



계속 말하는 유키히로의 눈동자에는 슬픔이 머물고 있었다. 미호는 그 눈을 본 순간 가슴이 꽉 조이는 것을 느꼈다. 무심코 말이 흘러나왔다.



「 그렇지만… 그렇게 사랑하는 방법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유키히로는 미호의 생각치 못한 말에 놀라운 표정을 띄웠다. 아니, 그것은 단순한「놀라움」의 표정이 아니었다. 기쁨이나 슬픔…여러가지 감정이 들어가 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 아직……아직 무엇인가 있다. 이 사람의 과거에는… 쉽게는 말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미호는 머리 한 편으로 그런 생각하면서 말을 계속 이었다.



「 나는…나는 경멸하거나 매도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런 심한 일을 당해도…말입니까?」



「 나도 처음엔…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망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미호는 거기서 일단 말을 자르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뇌리에 유키히로와의 사건이 마치 주마등과 같이 돌아다녔다. 도서실에서 알몸이 된 것……창고에서 몸이 구속되면서의 애무……PC 룸에서의 위험한 플레이……그리고 밤거리에서 명령받은대로 방황한 것……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한 행위로부터 받은 고통은 이상할 정도로 별로 마음에 남지않았다. 반대로 그런 행위 사이사이에 갑자기 얼굴을 쳐다보게하는 유키히로의 상냥함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미호는 확신에 찬 시선으로 고개를 들었다.



「 나는 그 때 제대로 느꼈어요. 당신의 냉혹하고 비열한 행위 뒤에는 상냥함과 애정이 숨어있었던 것을…」



「미호……」



유키히로는 미호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한 채 말을 잃어버렸다. 침묵이 다시 방안을 지배했다. 다만 아까와 다른 것은 그 침묵이 답답하다기보다는 상쾌함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유우키는 료스케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아얏!」



료스케는 왜 그러느냐고 묻는듯이 유우키를 쳐다보았다. 유우키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는 료스케의 팔을 억지로 잡고는,



「그럼, 저희들은 이만……」



친밀감이 감돌기 시작하는 미호와 유키히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어? 아니 저… 별로 그럴……」



유우키의 행동에 미호는 갑자기 부끄러워져 뺨을 희미하게 붉혔다. 유우키는 그런 미호를 보고 즐거운 듯이 웃으며 아직도 상황파악 못하는 료스케를 질질 끌고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복도로 료스케를 밀어 내면서,



「그럼 자, 천천히…」



의미깊은 미소를 남기고는 문을 닫았다. 유우키의 등 뒤에서 늦기는 했지만「아아~~그런…」하며 납득하는 료스케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우키와 료스케가 없어지자 미호는 천천히 유키히로를 다시 쳐다보았다. 유키히로는 당황스러움과 쑥스러움이 미묘하게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하고있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미호는 입을 열었다.



「 나……당신 때문에 몹시 음란한 여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미호의 말에 유키히로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학생과 육체관계를 가지는 파렴치하고 음탕한 여교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유키히로의 표정은 분명히 고통으로 찌푸려졌다. 자신이 저질러 버린 잘못에 큰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하지만 미호에게는 유키히로를 꾸짖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책임져…… 주세요.」



미호는 의식적으로 사랑스러운 어조로 말하면서 유키히로를 향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건……」



유키히로는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유키히로의 태도가 미호의 눈에는 매우 기쁘게 보였다.



「책임져 주지 않으면……울어버릴테니까….」



아주 조금 토라진 것 같은 어조……자신도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는구나라며 미호는 자신에게 묘하게 감탄하였다. 침묵이 흐르고,



「나 같은 사람도 괜찮습니까?」



유키히로가 주저하며 되물어왔다. 미호가 고개를 끄덕끄덕거리자,



「 좀 더 심한 일을 당하실지도 몰라요.」



유키히로는 다짐하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것이 당신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나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미호는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각오는 되어 있었다. 어떤 심한 일을 당해도 거기에서 유키히로의 애정을 느낄 수 있으면 반드시 같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이미 보통방법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고마워요.」



유키히로는 작게 속삭이는 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창으로부터 미호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오른손을 살그머니 미호의 뺨에 대었다. 미호는 몸 안에 유키히로의 따뜻한 감촉이 퍼져가는 것을 느끼면서 유키히로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것은 그 탁류 속에서 의식을 잃기 직전에 느낀 것과 완전히 똑같은 감각이었다. 온화한 기분에 취해있던 미호는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라 킥킥 소리죽여 웃음을 흘렸다.



「왜, 왜 그러시지요?」



유키히로가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아, 미안해요. 방금 생각난게 있어서…」



「뭐가요?」



「응, 나… 당신에게 여러가지 음란한 일을 당했지만……」



미호는 거기서 일단 말을 멈추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띄우면서,



…이상하게도 아직 키스 한 번 받지 않았어요.」



「그, 그랬었나요?」



유키히로는 조금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미호는 그런 유키히로의 모습을 보고 이번엔 소리내며 웃었다. 유키히로도 미호의 웃음소리에 끌린듯 따라 웃기 시작했다. 한바탕 서로 웃고나서 유키히로는 침대에 걸터앉아 미호의 몸을 살그머니 껴안았다. 미호는 묘하게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면서 유키히로에 몸을 맡기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입술이 서로 겹쳤다. 그것은 마치 돌보는 것 같은 상냥한 키스였다. 미호는 입술로부터 흘러들어 오는 유키히로의 온기를 느끼면서 온화한 행복감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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