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일/번] 음학의 함정-에필로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689회 작성일 17-02-09 09:42

본문



에필로그<?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료우에이중학교로 올라가는 비탈길을 미호는 천천히 오르고 있었다. 장마가 끝나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다가와서 푸른 반소매 셔츠와 무릎높이의 카키색 스커트라는 가벼운 옷차림이 이제 어색하지 않았다. 쏟아지는 초여름 햇빛이 오늘도 더운 날이 될거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불어오는 상쾌한 아침바람이 비탈길 양쪽에 심어져있는 나무들의 가지들을 흔들었다. 이른 아침이라 등교하는 학생의 모습은 드문드문했다.



「미호선생님! 안녕하세요-」



귀에 익은 건강한 소리가 들려 미호는 미소와 함께 뒤돌아 보았다.



「안녕, 위원장」



헐레벌떡 숨을 헐떡이면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유우키는 미호 가까이오자 자전거에서 내려 매번 친숙한 푸념을 토했다.



「 이런 곳에 학교를 만든 이사장을 원망해요.」



미호는 쓴웃음지으며 역시 매번 친숙한 대답을 했다.



「운동이 되니까 딱 좋잖아..」



「아…또 그 대답이다.」



유우키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얼굴을 쳐다보고 소리높여 웃었다. 미호는 문득 이상한 감격에 사로 잡혔다. 바로 열흘 전에는 이렇게 유우키와 웃는 얼굴을 마주 할 수 있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차갑고 어두운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던 그 날이 마치 나쁜 꿈처럼 생각되었다.



「음, 선생님?」



유우키가 몸을 가까이하고 물어왔다.



「왜?」



「유키히로선생님하고 그 후에 어때요?」



물어오는 유우키의 눈은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떻기는……」



미호는 일순간 우물거리면서,



「좋은 교제를 하고 있지…」



「뭐에요, 그게. 아이돌의 열애발각 회견도 아닌데.」



유우키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소리를 높였다.



「그런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야.」



미호는 유우키를 나무라듯 말했다. 유우키는 조금 시시한 얼굴을 했지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자전거를 가드레일에 기대어 세워 놓았다. 뭘하는 것일까…하고 쳐다보는동안 양손이 자유롭게 된 유우키는 민첩한 몸놀림으로 미호에게 덤벼들었다. 그리고 이유를 알지 못해 당황하는 미호의 등뒤로 돌아서서,



「자, 이제 자백하세요!」



고집스러운 음색을 내면서 미호의 가슴 부푼 곳을 잡았다.



「아아, 이거 참!」



미호는 유우키의 손을 치우면서 소리를 높였다.



?」



유우키는 양손에 전해지는 이상한 감촉에 느끼고는 부스럭부스럭 미호의 가슴을 만졌다.



「아, 그만… 안 돼…」



유우키의 손을 잡아당기려는 미호의 말을 끊으며 유우키가 물었다.



「으응? 선생님, 브라하고 있어요?」



「어, 아…그것은…」



미호는 당황해서 어물거리며 뺨을 붉게 물들이면서 고개숙였다. 그러나 그 미호의 반응은 벌써 유우키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되어있었다.



「그럼, 혹시 아래도?」



유우키가 묻자 미호는 한층 더 얼굴을 새빨게지면서 끄덕였다.



「뭐 하는거에요!」



「이게… 그 사람이……」



대답하는 미호의 시선이 20미터 정도 앞서 걷는 사람에게로 향해졌다. 유우키는 그 뒷모습을 응시하면서,



「오오오~~ 유키히로선생님」



알았다는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는 미호의 몸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기대어 놓은 자전거 핸들을 잡고,



「내가 뭐라고 해야지!」



「아… 하지만,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하지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학교에 도착하면 분명……」



미호는 변명하듯 말했지만 유우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유우키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시작하면서,



「이거 참! 유키히로선생님!」



큰 소리로 외쳤다. 놀라서 무슨 일인가하고 뒤돌아 보는 유키히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미호는 어제밤 유키히로와 함께 보낸 시간을 생각하고는 조금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직 한번도 제대로 안아주지는 않지만……



몸을 안아주는 것에 대한 큰 벽이 유키히로안에 아직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에 기인한 것인지 지금의 미호는 잘 알 수 없었다. 유키히로도 결코 자신이 먼저 그것을 이야기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어…)



미호는 자기자신에게 타일렀다. 언젠가 반드시 이야기해 줄 때가 올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된지 얼마 안되었고 어둡던 유키히로의 마음이 풀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다.



유우키는 유키히로를 따라잡고 유키히로와 얘기를 시작했다. 미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행복감에 잠겼다.



(좋아, 정말로……)



마음 속으로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이상한 일이다. 모든 일들이 나쁜 상황에서 더 나쁜 상황으로 진행되는게 대부분이지만, 지금과 같이 모든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일도 있다. 요컨데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려선 안된다고 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지나면 반드시 빛은 보인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인사에 미호는 조금 놀라 뒤돌아 보았다. 거기에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비탈을 올라오는 료스케의 모습이 있었다.



「어머, 료스케군, 안녕」



미호는 멈춰서서 료스케에게 인사를 돌려주었다.



「선생님, 몸은 이제 아무렇지 않습니까?」



「예, 이제 완전히…」



대답하는 미호의 소리와 겹쳐지듯이,



「이 변태 교사! 미호를 괴롭히다니!」



기세당당한 유우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료스케는 조금 기가 막힌 얼굴로 유우키를 응시하면서,



「아휴, 위원장…다른 사람이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한숨과 함께 말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미호는 마음편한 상태로 대답했다. 그것은 이전의 미호라면 결코 말할 수 없었던 말이었다. 그 악몽과 같은 날들을 넘어 미호 자신이 조금 성장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좋게 말하자면 씩씩해진거고 반대로 나쁘게 말하자면 유들유들해진 것 같다. 료스케도 그런 미호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했는지,



「선생님, 좀 바뀌었어요.」



조금 놀란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 절반은 료스케의 탓인지도…」



미호는 조금 공범자인 듯한,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서로 교환하는 의미있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하하하…」



료스케도 마주 웃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일말의 적막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미호가 이제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가 버린 것을 희미한 가슴의 아픔과 함께 실감하였다. 미호에 있어서 자신과의 일은 벌써 과거의 추억이 되고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 아름답고 가련한 여교사에 대한 마음은 그냥 살그머니 자신의 속에 담아두자.



「그런데, 위원장을 멈추지 않으면…」



료스케는 솟구쳐 오는 어떤 종류의 생각을 떨쳐 버리듯이 그렇게 말하면서 말다툼하는 유키히로와 유우키를 향해 자전거를 밟아달리기 시작했다. 미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마워요, 료스케군)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료스케는 유우키를 따라잡자 한 손을 그 어깨에 올리고 달래듯 무슨 말을 하기 시작했다. 유우키는 료스케의 손을 치우고는 그 자전거를 걷어찼다. 료스케의 자전거가 큰 소리내며 뒤집어졌다.



「뭐 하는거야!」



「너, 료스케 주제에 건방지게…」



「뭐야, 그렇다면…」



귀에 익은 료스케와 유우키의 다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미호의 귀에 닿았다. 유키히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유우키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주는 것이 보였다. 유우키가 혀를 내밀며 웃자 료스케도 자전거를 일으키면서 마주 웃었다. 미호는 세 명의 웃는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를 띄웠다.



흔히 있던 일상의 풍경……이런 생활이 쭉 계속되면 좋겠다……미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미호선생님, 빨리!」



미호를 돌아본 유우키가 큰 소리를 지르면서 미호에게 손짓했다. 미호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지금 가!」



유우키에 지지않을 정도로 크게 대답하면서 비탈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완결>





 



 PS 1. 음…2003년 5월4일부터 해를 넘겨 2004년 1월4일까지 꼬박 8개월 걸렸네요..



매주 한편씩 올렸으니…스스로도 대견하군요…



 



  PS 2. 예상밖의 전개에 좀 당황스러웠습니다…뭔가 좀 강력한 결말을 원했었는데…전작에



          이어  해피엔딩의 연참이라니… 작품선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PS 3. 그동안 애독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역시 댓글이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