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번역/판타지] 에리시아 전기 제13장 봄날의 천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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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564회 작성일 17-02-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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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봄날의 천둥


「아군에게 가장 유리한 지형을 선택해서 적보다 빠르게 더 많은 병력을 집중시키는 것이 병법의 정석이다. 하지만 정석이란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실제로 행하는 데 훨씬 많은 지혜가 필요하다」

~슈나이더 장군의 일지 중∼




 ―1226년 3월 10일, 미드가르드―

인기척 없는 항구의 한 창고 뒤에서 레이몬드가 검은 옷의 남자와 만나고 있었다.

「거절한다. 더이상은 할 수 없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이건 모두 딘가를 위한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남자는 레이몬드에게 검은 가방을 억지로 떠넘겼다. 레이몬드는 되돌려주려고 하지만 손에 들린 가방의 무게에 순간 움직임이 멈춘다.

「오규스트는 이미 끝장입니다. 하지만 레이몬드님의 공적에 따라서는 목숨만은 용서 할 수도 있다고 베렌홀스트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나쁘게는 하지 않겠습니다, 자, 어서」

 남자는 한번 더 강하게 가방을 레이몬드의 품에 쑤셔넣고는 등을 돌려 창고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갔다. 레이몬드는 당황한 모습으로 주변을 살피며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국 가방을 소중하게 안고는 그 자리를 뒤로 했다.

 그 광경을 토네는 그늘속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 트라바스 남작이란 자는 신용할 수 있는 자인가?」
「네, 카난 반도 이후로 신사리스 제국에 성실하게 충성을 바쳐온 진정한 성기사입니다」

 오규스트는 펠레스의 대답을 듣고는 쥬크·슬레이드에게 시선을 보냈다. 오규스트는 펠레스, 미카에라, 카프카와 함께 사리스 북쪽 방면 지형 모형을 둘러싸고 다가오는 알티가르드군과의 전투에 대비한 작전을 짜고 있었다. 알티가르드의 침공군은 추정 3만으로 상정되고 있는데 반해서, 사리스군은 트라브존 전선, 올드 아카스 전선, 셀메일 초원 전선에 대부분의 군세를 나눠 보내고 있어서 본국에는 불과 수천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오규스트는 적은 수의 주력을 미끼로 해서 적 본진을 기습한다는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토네 휘하의 특수부대를 오규스트가 스스로 인솔해서 소수로 적의 사령관을 습격한다. 폭동과 마찬가지인 무모한 작전으로, 오규스트 이외의 사람이 실행한다면 거의 불가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기습을 성공시키려면 적에게 발견되지 않고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지의 지리적 조건을 이용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를 위해 결전의 장소를 꼼꼼히 선정하고 있는 중이었다.

「알았다. 이 남자를 믿어 보자」

 오규스트의 시선에 대답하는 듯 쥬크는 입을 다문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받아 오규스트도 결단을 내린다.

「죄송합니다. 늦어졌습니다」

 거기에 토네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들어 온다. 오규스트와 토네의 시선이 마주치자 토네는 보일듯 말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오규스트의 미간의 주름이 한층 더 깊어졌다.

「결전은 이 곳에서 이루어질 것 같다」

 펠레스는 그런 두 사람의 주고받음을 알아차리지 못한채 트라바스주를 가리켰다.

「트라바스입니까……. 상당히 깊이 들어가게 되겠군요. 이래서는 귀족들이 꿈틀거릴지도 모릅니다」
「특히 세레네 반도의 무리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토네의 의견을 따라서 카프카가 말한다.

「그에 대한 대책은 세워놨다」

 오규스트가 설명한다.

 3월 18일의 카리하발 전승 기념일날, 선제 로즈메리의 위업을 기려서 「성제」의 시호를 내정하기로 되어 있다.

「희한하게도 에리스 교회가 “성”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걸 납득했군요」
「다르다, 토네. 납득한게 아니라 납득시킨거다」

 오규스트가 대담하게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오규스트는 로즈메리에게 비협력적이었던 사람들에게 교회가 파문장을 발행한다는 협상을 에리스 교회와 맺고 있었다.

「세상에!」

 펠레스가 경악의 소리를 질렀다. 에리스 교회를 이정도로 자기 뜻대로 좌우한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

「파문장입니까……. 왈큐레 사관학교의 인질과 함께 귀족들을 심리적으로 얽어맬 수는 있겠지만……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거기에, 쟌·페론 등의 지식인 계급을 억제할 수는 없습니다」

 카프카가 말한다.

「거기에 대해서는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토네가 쟌·페론을 암살하고 세레네 귀족의 소행으로 위장하는 계책을 내놓았다.

「그건 안됩니다. 싸우고, 그리고 반드시 이긴다. 상승불패이기 때문에 민중은 우리를 지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카에라가 반론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이미 한 번 패배를 겪고 있습니다」

 토네는 후리오의 경우를 말하고 있다. 그녀로서는 가능한한 조심스럽게 말할 작정이었지만, 발언자의 예상 이상으로 듣는 사람의 마음을 손상시켰다. 미카에라는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문다.

「지금 녀석을 죽이면 안된다」
「그러나, 그래서는……」
「지금 죽으면 녀석은 영웅이다. 이 나라에 두 명의 영웅은 필요 없다」

 오규스트는 낮게 단언한다. 그리고 책상의 서랍에서 서류를 꺼냈다.

「날세스가 작성한, 페론 녀석이 카리하발 점령 시대에 행한 파괴 공작의 피해 보고서다. 몇 명의 어린이가 연루되어 죽었다」
「목적을 위해서는 죄없는 어린이도 죽이는 살인귀. 이런 것입니까?」

 카프카가 말한다.

「그렇다」
「날조된 것입니까?」
「아니다. 단지 정확한 숫자를 밝히는 대신에 조금 과장된 형용사를 사용한 것 뿐이다. 허위 사실을 꾸며낸 것은 절대 아니다」

 오규스트의 차가운 눈동자에 펠레스는 전율을 느꼈다.

「이 정보를 대운하를 항행하는 상인들에게 흘린다. 녀석의 카리스마에 금이 갈 때까지 몇 번이라도 반복한다」

 카프카는 오규스트의 책략이 어느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정국을 타개할 결정타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오규스트가 왠지 그로서는 보기 드물게 감정적으로 되어있는 것 같아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문득 토네를 보았다. 오규스트의 변화는 그녀가 늦게 도착한 일과 관련이 있다, 라고 카프카는 직감했다.


 군사관계의 회의가 끝나고 미카에라만이 남아 내정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급격한 물가상승이 마음에 걸린다. 누군가가 대량으로 매점을 실시하고 있는 것 같아. 정책을…… 듣고 있나?」
「……아!, 네, 죄송합니다」
「토네가 말한 걸 신경쓰고 있는 건가?」
「……네……」
「후리오는 사이트에 변무관으로 전출시킨다. 시라이시 아즈마에게는 이야기를 해놓았어. 당분간 그의 아래에서 사람을 부리는 방법을 배우게 하자」

 너무 무른 처분이다, 미카에라는 생각했다. 과연 토네 등이 납득할까……

「감히 말씀드립니다. 규스님이 후리오를 남동생처럼 귀여워해 주시는 일은 기쁩니다. 그렇지만, 이 국난에 처해서, 조직의 기강을 위해서도 신상필벌을 지키시는게 옳을듯 합니다」

 미카에라는 고언을 했다.

「읍참마속(역주:다들 아시겠지만,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아끼는 부하였던 마속의 오만함으로 인해 촉군이 큰 패배를 겪게 되자 눈물을 머금고 마속을 참했다는 고사입니다) 하라는 거야?」

 오규스트는 대답했다.

「……」

 미카에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후리오는 아직 젊다. 이번의 실책은 다음번의 공적으로 갚으면 되는 거야」

 오규스트는 미카에라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웃는 얼굴로 말을 건넨다.

「괜찮아. 후리오의 스피노자 후작가는 반드시 사리스 제국을 떠받치는 기둥이 될거다」
「후리오에게는 벅찹니다……」

 미카에라는 눈을 내리깔았다. 하지만 오규스트는 상관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또 하나의 기둥을 네 뱃속의 아이가 떠받친다」
「알고 계셨습니까……」
「평소와 달리 굽이 낮은 구두에, 조임이 없는 옷차림. 난 그리 둔하지 않아」

 미카에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의 아이가 이 발할라성을 계승한다」
「그러나, 크리스님이……」
「그 아이에게는, 오르테가 왕가를 잇게 해서 아카스를 준다. 미드가르드·딘가의 주인은 이 아이다. 후리오와 멜로즈의 아이와 함께 협력해서 차기 황제를 보좌하고 에리시아 중원을 지배한다. 알겠지?」
「……아, 네」

 오규스트가 처음으로 장래의 비전을 얘기해줬다. 다른 여자들에 비해 애매한 자신의 입장을 일소하는, 너무나도 달콤한 향기를 뿜어내는 미래상이었다. 미카에라는 그 감미로운 꿈에 만취한 듯이 오규스트에게 기대온다.

「착한 아이다」

 오규스트의 가슴에 천천히 얼굴을 파묻고 넋을 잃은 채 눈을 감는다.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오규스트는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그런 두 사람을 석양이 빨갛게 물들였다.




 ―알티가르드 왕국 수도 알테부르그―

 3월 12일, 재상 베렌홀스트는 최고회의에서 알티가르드왕 빌헬름 1세에게 사리스 침공 작전을 제안했다.

 베렌홀스트는 사리스 침공은 군사적 산책과 같다고 호언하면서 필승을 장담하는 작전을 설명했다.

 레온하르트 대공을 사리스 침공군 총사령관으로 하고 제1군(15,000) 사령관에 아돌프·폰·델린저 중장, 제2군(12,000) 사령관에 슈나이더 중장, 제3군(8,000) 사령관에 루드비히·폰·반슈타인 중장, 제4군(7,000) 사령관에 페터·폰·슈발트 중장을 임명한다. 총참모장으로는 베렌홀스트의 비수라 불리우는 케니히 대장이 선임되었다.

 제1군은 사리스와 맞닿은 국경을 돌파한다.
 제2군은 세레네 반도의 하단부에 상륙해서 세리아를 공략한다.
 제3군은 세레네 반도의 첨단에 있는 브류스트 군항을 공략해 에리스 호수의 제호권을 장악 한다.
 제4군은 사이아 북부로 침공해 트라브존의 사리스군을 견제한다.

 이상이 베렌홀스트의 계획이었다. 동원 총병력은 52000에 달했다.

「에리시아의 혼란의 근원은, 약체화한 사리스 제국에 기인합니다. 컬 대제 이래로 내려온 카리하발 타도의 명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며, 그를 이룰 수 있는 자는 영광에 빛나는 알티가르드왕 빌헬름 1세 폐하밖에 없습니다」
「좋다」

 빌헬름 1세는 베렌홀스트의 사리스 침공 작전을 승낙했다.



 3월 25일, 알티가르드 함대가 브류스트 주둔 사리스 함대를 격파하고 잔류 함대는 군항으로 도망쳤다. 알티가르드 함대는 항만의 입구를 봉쇄해서 브류스트 주둔 함대를 항만 내부에 봉쇄했다.

 3월 26일, 제3군은 브류스트 군항을 지키는 브류스트 요새의 공성작전을 개시했다.

 3월 27일, 제4군이 북쪽 사이아 방면에 침공하여 이 지역의 사리스군 거점인 판테이느성을 포위했다.

 3월 30일, 마침내 제1군이 사리스-알티가르드 국경을 정한 장성에 대해서 공격을 개시한다. 국경을 지키는 장성은 오규스트의 명에 의해 보수되고 있었지만 이 시점에선 미비한 부분이 많았다. 약한 부분을 향해서 델린저는 공격을 반복햇다.

 4월 1일, 제2군이 세레이네 반도에 상륙했다. 원래라면 상륙을 해변에서 막는 것이 브류스트 주둔 함대의 역할이었지만, 이 때는 군항에 봉쇄된채로 있었다. 이 지역을 통괄하고 있던 오이겐은 국경에의 병력증원을 서두른 나머지 상륙 포인트에의 병력배치가 한 걸음 늦어버렸다. 쉽게 상륙을 완수한 슈나이더 휘하 제2군은 똑바로 세리아로 향했다.

 4월 5일, 제2군이 세리아를 포위했다. 오이겐은 당황하면서 국경으로 이동을 시작하고 있던 부대를 귀환시켜 방비를 굳혔다. 세리아는 천년의 수도이며, 깊은 호와 높은 성벽으로 지켜지고 있다. 쉽게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오이겐은 호언했지만, 알티가르드의 훌륭한 진격에 병사들의 사기는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4월 8일, 제1군이 국경을 돌파했다. 세리아가 포위되었던 것이 병사들에게 큰 동요가 되어, 전의를 잃은 병사들은 차례차례로 후방으로 후퇴했다.

 이에 대해서, 오규스트는 도네일만에 전개하고 있었던 함대를 에리스 호수로 이동시켜 브류스트항을 봉쇄한 알티가르드 함대를 향해 진군시켰다. 또 각 주군을 긁어 모아 본대를 편성해서 이를 펠레스에게 맡겼다. 펠레스는 여기에 국경으로부터 도망쳐 온 부대를 흡수해 수만큼은 6000으로 불렸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오합지졸의 부대가 정예 알티가르드군에 맞서기는 불가능했고, 몇 차례의 전투에서 퇴각을 반복했다.

 사리스군 약하다!

 제1군 사령관 델린저와 총참모 케니히는 그렇게 본국에 전했다. 이 시점까지 모든 것이 베렌홀스트의 예측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파죽지세의 델린저 제일군은 슈나이더 제2군의 세리아 함락을 기다리지 않고 사리스를 남하했다.그리고, 델린저는 트라바스주에 발을 디뎠다.

 4월 15일, 전황은 압도적으로 알티가르드가 우세했다.




 ―미드가르드―

 오규스트는 세리아의 수비를 오이겐에게 맡기고 틸로즈를 시데로 피난시키도록 명했다. 시데는 아카스만 연안에 위치하여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있었다. 평지의 미드가르드보다 훨씬 더 방어하기 쉬웠다. 또 시데에는 호수 위에 지어진 견고한 성채가 있었다. 이 시데성은 새하얀 성벽과 호수의 파란 아름다움으로 인해 공주성이라는 이명을 자랑한다.

 하지만 틸로즈는 시데에 향하지 않고 오규스트를 방문하고 있었다. 오규스트는 틸로즈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어떻게 된거야? 왜 여기에 있나」 등은 묻지 않고 담담하게 서류에 눈을 돌리면서 말했다.

「나는 군의 최고 지휘관인 황제다, 그 황제가 신하들을 버리고 도망쳐서 목숨을 구하진 않는다, 이런 따위 한심한 말은 하지 마라. 네가 잡히면 모두가 물거품이니까」

 틸로즈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한다.

「언니라면 절대 너를 버리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나도 여기에 남아, 너의 최후를 보고 싶다」

 오규스트는 서류를 책상 위에 내던지고는 틸로즈를 올려다 보았다.

「너는 철저하게 로즈메리에게 구애받는구나」
「자매란 그런 거지. 너의 형들도 나와 같을 거야」

 오규스트의 눈동자에 분노가 나타난다.

「그런 눈을 너도 하는구나」

 티르로즈는 웃었지만, 눈동자는 진지했다.

「너는 왜 싸우는 거지?」
「뭐?」
「카난 반도에서의 너의 목적은 벌써 옛날에 성취되고 있었다. 하지만 너는 이 나라에 남았다. 그리고 지금 이 나라를 위해서 죽으려 하고 있다……」
「죽을 생각은 없다!」
「생명을 거는 이유는?」
「하하하……」
「얼버무리지 마라!」

 오규스트는 웃으면서 일어선다.

「산다고 하는 것은 속박을 떠맡는다고 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나의 책임이 있다. 너도 그 하나지」
「언니를 죽게 한 일인가……」
「틀렸어. 너를 황제로 한 것이야. 너를 지키는 일은 나의 의무다. 나는 너만을 위해서 사지로 향한다, 라고 해도 좋아」
「……―흥, 그런 말로, 여기저기의 여자를 속여서…… 나는 속지 않아」
「그런가」

 오규스트는 천천히 틸로즈의 허리에 손을 돌렸다.

「나에게 있어 이런 성이나 나라나 지위 같은 건 아무런 의미도 없다. 네가 없었다면 모든 것을 버렸을 거다. 이것만은 진실하다」

 입술과 입술이 서로 겹쳤다. 처음엔 틸로즈는 뺨을 주홍색으로 물들이고 눈을 감으려 했지만, 돌연 오규스트를 격렬하게 밀쳐 떼어 놓고 뺨을 두드렸다.
 오규스트의 입가로부터 피가 흘러넘쳐 떨어진다.

「언니에게도 같은 일을……지옥에 떨어져라!」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오규스트는 난폭하게 틸로즈를 밀어 넘어뜨렸다.

「그 때는 너도 함께다」

 오규스트는 틸로즈의 손을 잡아 마루에 꽉 누른다.

「내 몸은 자유롭게 할 수 있어도, 마음은 빼앗을 수 없다!」

 틸로즈는 날카롭게 노려보고는 얼굴을 돌려 옆을 향했다. 오규스트는 그런 그녀를 식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함께 트라바스에 가자. 최후의 순간까지 함께 있자」
「……」

 틸로즈의 눈동자가 오규스트의 얼굴을 찍는다.
 그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각하, 긴급 보고가 있습니다. 회의실에 행차해주세요」
「…… 알았다, 토네」

 두 명은 다 전할 수 없었던 생각을 남긴 채 몸을 떨어뜨렸다.




 세계에 격진이 달렸다.

 그것은 4월 10일 깊은 밤에 한 십대 여성의 비명으로부터 시작되어, 단 며칠 만에 에리시아 세계 전체에 퍼졌다. 오규스트에게 도달한 것은 16일의 일이었다.

 발할라성의 복도를 전력을 다해 달려오던 젊은 정보 참모가 오규스트의 집무실로 뛰어들었다.

「후~후, 죽, 죽었습……그, 그!」
「시끄럽다, 이미 알고 있다」

 토네가 젊은이를 제지시킨다.

「복상사라고 합니다」

 토네가 오규스트에게 말하자 그 자리에 있던 남성진들로부터 웃음이 일어났다. 그 중 「남자의 로망이다」라는 소리를 듣고 토네를 포함한 여성진이 노려보았다.
 그 교환을 쓴웃음을 지으며 보고 있던 오규스트가 입을 열었다.

「이제 시끄러워질거야」




 그 말은 알티가르드 왕궁의 일을 뜻하고 있었다. 실제로 베렌홀스트는 국왕이나 각료, 관료들을 무시한 채 독단으로 여러 곳의 세력과 밀약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것들이 돌연 표면화가 되자 왕궁에선 큰 소란이 일었다. 게다가 그런 안들 중에는 국책에 반하는 것도 다수 있었다. 여기에는 빌헬름 1세도 격노했다.

 최초로 움직인 것은 셀메일 초원의 알사스·란이었다.

 그는 베렌홀스트와 사리스 멸망 후에 독립을 밀약하고 알티가르드 쪽에 가담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렌홀스트의 죽음으로 인해 밀약은 휴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지금이 제일 자신을 비싸게 팔 찬스라고 확신하여 사리스로 돌아누웠다.

 오규스트는 신속히 바람의 왕국 리파를 정식으로 승인했고 틸로즈는 란에게 옥새와 왕관을 하사하여 왕위를 주었다.
 1226년 4월 20일, 리파 왕국이 건국된다. 그리고 즉시 사리스-리파 양국은 군사 동맹을 맺었다.




 ―팔디어 왕국 수도 테림―

 다음으로 움직인 것이 팔디어의 로테베이크였다.

 그는 고립되어 있었다. 로테베이크와 카리하발은 사리스에 대항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었지만, 양국의 관계상 서로간의 반발도 컸다. 또 빌헬름 1세는 형을 죽인 로테베이크를 무조건적으로 혐오하고 있었다. 로테베이크는 고독하게 내던져져서 복수에 불타는 바람 공국의 침공을 받아 멸망당했을 터였다.

 하지만 거기에 베렌홀스트가 숨어있었다. 베렌홀스트는 로테베이크에게 손을 뻗치는 한편, 카리하발과도 뒤에서 거래하고 있었다. 즉 로테베이크는 베렌홀스트를 통해서 카리하발과도 미묘한 관계를 엮을 수가 있었다. 그 결과 카리하발의 전력을 유효하게 이용하여 바람 공국을 타파했다.

 그러나 이제 베렌홀스트는 죽고 없었다. 모든 언약이 소멸한 것과 다름없다. 또 다시 로테베이크는 고립되었다. 아니, 지금이야말로 카리하발에게 배후를 물려 쓰러지려 하고 있었다.
 결국 로테베이크는 결의를 내렸다.

「아버님 부르셨습니까」

 4월 22일 심야, 로테베이크는 8세의 장남 구스타프를 왕궁의 발코니로 호출했다. 그리고 구스타프에게 왕위를 양보하고 자신은 퇴위해 출가한다, 그리고 오규스트에 화해를 신청할 생각임을 알렸다.

「왕이란 부자유스러운 몸이다. 괴로운 일도 있겠지만, 그 때는 이 밤하늘을 보거라. 죽어간 전사들의 영혼이 별이 되어 밤하늘에서 빛나면서 너를 지켜보고 있다」
「그런 건가요? 저는 별이란 틀림없이 저 하늘 아주 먼 곳에서 커다란 가스덩어리가 불타오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하하하, 너는 엉뚱한 생각을 잘하는구나」

 로테베이크는 상냥하게 구스타프의 머리를 어루만진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왕으로서 현실을, 과학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네」

 두 명은 다시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을 함께 우러러 보았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팔디어왕 구스타프 3세가 탄생한다.

 화평의 신청을 받고 오규스트는 웃으며 발레리를 위로했다. 그녀로서도 로테베이크를 미워하는 기분은 있었지만, 출가한 자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괴롭다. 또 구스타프 3세는 그녀에게 있어서도 사촌이었다.

 결국 4월 25일, 팔디어 왕국과 사리스 제국 사이에 평화가 성립했다.




 ―사리스 북부―

 아르티가르드 측에 있어서는 이 모든 것은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레온하르트는 급히 원정군 간부를 집합시켰다.

「서두르지 않으면 때를 놓치게 됩니다.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슈나이더는 퇴각론을 제안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적어도 한 번의 승전을 거둘 때까지는 귀국해서는 안된다」

 케니히는 즉시 반론했다.

「한번의 승전이라고 하시지만, 사리스군은 수비를 굳게 지키면서 각지에 분산되어있던 전력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희망을 가진 농성군은 무너뜨리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에, 그 살인의 천재가 대군을 인솔해 올겁니다. 이길 수 있을까요?」
「……반드시 진다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필승의 신념이 중요하다」

 케니히는 괴로운 듯 말한다.

「원래 이번 작전은 어디까지나 국지적으로 10배의 전력을 보유한 상태에서 계획된 것입니다. 지금이라면 상을 구실삼아 정전교섭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보내면 그만큼 딘은 더욱 강대해질거다. 모처럼 이정도의 대군을 사리스 영토에 진공시키고 있는 상황이야. 페르디난트 1세 이래의 비원이 현실로 이루어지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호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우리가 패배해버리면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군사적 모험에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슈나이더는 알고 있었다. 케니히가 여기서 무훈을 올려 베렌홀스트 이후 일등 주자가 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모두의 의견은 잘 알았다. 여기서는 폐하의 채택을 바라자」

 이렇게 해서 우선 레온하르트는 군의를 중지했다. 그는 베렌홀스트가 없는 알티가르드의 미래를 예상조차 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형 빌헬름 1세에게 맡겨 버렸다.


 슈나이더가 총사령부를 뒤로 하고 나오자 한 명의 검사가 남쪽의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맥시멈 사범」

 슈나이더가 부르자 검사는 뒤돌아 보았다. 긴 흑발을 뒤로 묶은 장신의 남자로, 북능류(北陵流)의 달인이다.

「군의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역시 철퇴입니까?」

 맥시멈은 그렇게 묻자 슈나이더는 한숨을 쉬며 수긍했다.

「베렌홀스트파 측은 생존을 걸고 기를 쓰고 있는 걸로 보이고, 호엔르웨 가문 등의 대귀족들은 명문 부활의 좋은 기회라고 분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폐하께서도 친정에 흥미를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본국이 이래서는 딘에게는 이길 수 없습니다. 부하를 개죽음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유감이군요. 딘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딘과 싸우고 싶으십니까? 저는 정직하게 말해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칩니다. 전장에서 딘을 일대일로 만난다면 있는 힘을 다해 도망칠 겁니다」
「장군은 정직한 분이시군요」

 맥시멈은 빙그레 웃었다.

「사범은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건지…… 역시 딘을 만나러 가실 생각입니까?」
「네, 그럴 생각입니다.「붉은 눈을 가진 불패를 자랑하는 남자가 에리시아 세계를 방황하고 있다. 우리들의 오의는 사람을 베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신에 가장 근접한 남자를 넘기 위해서 있다. 그 때야말로 인간은 새로운 경지에 이른다」우리 일문의 시조께서 남긴 말입니다. 역대 계승자들은 이 말에 따라 오의를 극에 달하도록 수련해 왔습니다. 물론 나도 같습니다. 나의 대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신에 가까운 남자가 딘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만나는 것입니다. 되도록이면 진짜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맥시멈은 한 점의 흔들림 없이 맑게 개인 눈으로 슈나이더를 바라보았다.

「그렇습니까, 검사란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이로군요. 저로서는 가능한한 딘과 대결해서 베어 주셨으면 싶습니다. 그 쪽이 저에겐 편하니까요」
「하하하」

 맥시멈은 웃으며 떠났다.




 알테브르그에서는 베렌홀스트 이후 권력의 행방을 둘러싸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지론을 주장하여 궁정 안은 대단히 혼란한 상태였다. 결국 4월중에는 빌헬름 1세로부터의 대답이 전선에 도착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전선의 알티가르드군은 현상 유지를 하고 있었다.

「딘이 군세를 귀환시키는데만 적어도 1개월은 걸릴 것이다」

 이것이 알티가르드 군간부들의 공통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오규스트는 민간 상선과 수송선을 있는대로 긁어모아 급속도로 병력을 미드가르드로 모으고 있었다.

 알렉스 제5군
 베르티니 제6군
 류후 제7군
 루그랑제 제9군
 피카드 제10군

 여기에 사리스로부터의 원군을 가세하면 약 28000이 갖추어졌다. 오규스트는 이 병력을 인솔해서 트라바스주로 향했다. 오규스트가 무모한 기습 특공을 계획하고 있던 장소에서, 델린저 제일군에 대해서 2배의 전력으로 싸운다. 실로 짓궂은 이야기였다.

「펠레스, 굴욕을 잘 견뎌냈다. 다른 장병들도 싸움이 끝나면 후하게 보답하겠다. 지금이야말로 우쭐대던 알티가르드 놈들의 머리에 철퇴를 내릴 시간이다. 사리스의 진수를 천하에 보여라!」

 오규스트는 글래스의 술을 한번에 들이키고는 글래스를 마루에 내동댕이쳐 깨뜨렸다. 여러 장군들도 그를 따랐다.


「앗!」

 트라바스에 진을 치고 있던 델린저 제일군의 앞에 사리스 병사 1000여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틀림없습니다. 본진에 '두 마리의 까마귀 문장' 의 깃발이 걸려있습니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군 딘 녀석. 모닥불에 뛰어드는 나방이다」

 델린저는 기병대에 돌격을 명했다.
 그러나 이 때 이 부대를 지휘하는 장수는 오규스트가 아닌 베르티니였다. 그는 적을 맞아 싸우면서 천천히 후퇴해서 델린저 기병대를 본대가 U자 모양으로 포진해있는 장소로 끌어드렸다.

「도대체 어디에서 이정도의 병력이 솟아 나온 거냐!」

 델린저가 외쳤다. 이 장소는 델린저 군이 있던 곳에서는 사각이었던 것이다.
 델린저 기병대는 세 방향에서부터 쏟아지는 마법화살을 맞고 괴멸, 패주했다. 그 뒤를 루그랑제가 쫓았다.
 델린저는 즉시 방어선을 고쳐 세우고 루그랑제를 맞아 싸웠다.
 하지만 그 때 우익의 숲에서 류후가 인솔하는 부대가 뛰쳐 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델린저 제일군은 둘로 분단되었다.

「놈들은 이 지형을 완전히 간파하고 있다!」

 델린저는 아연하게 중얼거렸다.

「여기서 몰아 붙여라!」

 오규스트는 전군에 돌격을 명했다.
 이렇게 해서 대략 두 배의 전력을 가진 사리스군은 델린저 제일군을 일축했다.




「예측되는 결전지로 신속하게 대군을 결집시킨다. 이것은 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 전원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재주입니다. 결단하십시오!」
「……전력을 너무 분산했던 것이 실수였던가……」

 여기에 이르르자 레온하르트도 슈나이더의 의견을 받아들여 전군을 국경너머로 퇴각시켰다.
 오규스트는 굳이 추격을 행하지 않고 군세를 세리아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은 미드가르드로 귀환햇다.




 한편 북부 사이아 및 트라브존 지역에서는 그때까지 사태의 진행을 살피고 있던 귀족들이 일제히 사리스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날세스는 그들을 모아 도네일만의 해적 대책과 자유무역 경제권 형성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한나 동맹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만들어냈다. 한나란 트라브존의 남쪽에 위치한 작은 어촌으로, 당시에는 갈대가 많이 우거진 한적한 마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이곳은 이 지역의 정치경제의 중심이 되어 사리스 지배체제의 거점이 된다.

 또 세레네 반도에서는 알티가르드의 후원을 잃은 귀족들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원 급속히 조용해졌다. 그리고 시민운동도 주도자 쟌·페론에게 과거 레지스탕스 운동 시절과 관련된 악평이 일고 카리스마에 금이 가기 시작한 이후로 반오규스트 운동은 그 기세가 수그러져갔다.

 올드 아카스에서도 알티가르드로부터의 지원을 잃고 나서 사기가 저하했다. 거기에 내부에서의 지도권 분쟁등도 겹쳐져 완전히 기세를 잃었다. 산체스는 반란의 실패를 깨닫고 구명을 조건으로 일부 부하와 함께 투항해왔다. 그러자 가장 강경하게 반오규스트를 주장했던 일부가 더욱 깊은 산속으로 거점을 이동해서 저항운동을 계속해갔지만, 이미 그들에겐 오규스트에게 정면으로 맞설 힘은 남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고 베렌홀스트가 정교하게 설계하고 실행한 일련의 대오규스트 포위망은 소멸했다.




 ―미드가르드―

 미드가르드로 돌아온 오규스트는 시라이시 아즈마에게 종전의 보고를 한다는 목적으로 형 레이몬드를 신속히 사이트로 파견한다. 그러나 그것은 구실이었다. 이미 사이트의 변무관으로서 취임하고 있던 후리오가 사이트를 방문한 레이몬드를 구속했다.

 레이몬드가 구속되자 미드가르드에서도 레이몬드의 자택에 강제 수사가 들어갔다. 레이몬드를 둘러싸고 있던 가신단은 차례차례로 포박되어 스파이 용의로 극형에 처해졌다. 레이몬드는 오규스트의 분노가 진짜라고 생각하고 완전히 위축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시라이시 아즈마의 보좌관이 되어 두 번 다시 사리스로 돌아오지 않았다.

 한편, 오규스트의 스트레스는 정점에 달하고 있었다.




 창고거리의 일각에서 한밤을 틈타 은밀하게 물자의 반출을 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서 서둘러, 오늘중으로 전부 옮겨야 해」

 야요이의 목소리가 창고에 울려퍼졌다. 그 목소리는 평소의 발랄함과는 달리 어딘가 초조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 빨리 전쟁이 끝날 줄은……」

 야요이는 투덜거리면서 자그맣게 중얼거린다.

「그 덕분에 손해를 입은 건가?」
「그래, 도대체 그 남자는……아?」

 야요이의 등 뒤에서 귀에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자를 매점해서 가격을 폭등시킬 생각이었군」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뒤에서 들려오는 분명히 노기를 띤 목소리에, 야요이의 얼굴로부터는 차가운 땀이 폭포같이 흘러내렸다.

「그게 아니면, 내가 진다고 생각해서 투자하는게 아까워졌던건가?」
「아…」

 한층 더 차가워지는 등뒤의 목소리에 등골이 얼어붙고 목에서는 앞뒤가 안 맞는 소리가 나온다.

「담력이 정말 대단하군, 시라이시 야·요·이·양」

 야요이는 저도 모르게 꿀꺽 군침을 삼켰다.

「규, 규스, 아니, 규스군, 아니아니 오규스트님, 사실은 여기에는, 여기엔 아주 커~다랗고 비밀스런 사정이 있어서……」
「호―오, 어디 그 사정이란 걸 한 번 들어볼까」

 낮은 목소리가 야요이의 정신을 혼란시켰다.

――피, 핀치! 야요이 절체절명……――

 긴장감이 정점에 달했을 때, 야요이는 순간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정확한 타이밍으로 오규스트의 양팔이 야요이의 신체를 단단히 졸랐다.

「도망칠 수 있을리가 있나, 이 나한테서」
「아, 알고 있어요. 도망칠 생각따위, 처음부터 없어요……」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는 야요이는 날카로운 시선을 주위에 돌렸지만, 근처에 숨겨 뒀던 다섯 명의 가려뽑은 보디가드들은 벌써 기절한 채 쓰러져 있었다.

「거짓말!」
「너의 생각 따위, 손바닥 들여보듯 훤하지」
「제, 제기랄--!」
「여자가 너무 천박해, 하하하, 이제 벌받을 시간이야」

 오규스트는 야요이를 가볍게 안아 들고는 창고를 떠났다.


 야요이는 침대 위에서 시트에 얼굴을 꽉 눌리고 엉덩이는 쑥 내밀듯이 들어올린 포즈를 취하고 새빨간 구속복으로 몸이 고정된 채로 오규스트를 날카롭게 째려보고 있었다.

「죽인다」
「과연 야요이, 야무지다」

 오규스트는 즐거운 표정으로 웃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모습을 하고는, 영 박력이 부족한데」

 야요이의 작은 엉덩이는 실 한오라기 걸치지 못하고 완전히 드러난 채로 오규스트를 향하고 있었다. 살짝 벌어진 두 살언덕사이의 골짜기에는 작은 항문이 환히 들여다보였다.

「아아!」

 돌연 항문에 차가운 감촉이 전해지자 야요이는 무심코 비명을 질렀다.

「뭐, 뭐를……」

 야요이가 뒤돌아 보자 관장기의 끝부분이 천천히 야요이 안으로 침입해 들어오는 장면이 보였다.

「아앗! 우우우욱!」

 이물질이 체내로 침입해오는 감촉에 무심코 기성을 발했다.

「바보같은 짓 하지 마라―!! 이 변태가!!」

 당황하는 야요이를 무시하고 오규스트는 천천히 실린더를 밀어넣었다. 순식간에 차가운 액체가 야요이의 직장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아, 아, 아니!」

 실린더의 메모리가 잔혹하게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야요이는 찟어지는 듯한 목소리를 지르며 온 몸을 경직시켰다. 오규스트는 그 반응을 즐기면서 한층 더 손을 밀어 진행시켰다. 야요이는 필사적으로 거절하려고 엉덩이를 흔들지만 허무하게 액체는 계속해서 들어온다. 그 무서운 감촉에 소름이 돋고 등골이 후들후들 떨렸다.

「우……우욱……」

 입술을 꼭 깨물고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야요이는 필사적으로 혐오감과 싸웠다. 그러나 전신으로부터 흘러넘쳐오는 식은 땀이 한계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상당한 양을 직장내에 흘려넣고 오규스트는 드디어 관장기를 떼어냈다.

「우……너무하다……」

 넘쳐 흐르는 땀으로 검은 머리칼은 축축하게 젖어 피부에 찰싹 달라붙었다. 야요이는 너무나도 지나친 이상한 감촉에 저항할 기운을 더이상 낼 수 없었다.

「아……우윽……」

 야요이 안에서 액체가 날뛰면서 돌고 있다. 무의식 중에 허덕이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아…안…돼……나오면……안돼……」

 괴로움이 가득 담긴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앗!」

 야요이의 신체가 벌벌 튀어올랐다.

「어떻게 된거야? 관장되고 느끼고 있는 건가? 야요이야말로 변태군」

 오규스트의 목소리에 야요이의 이성이 간신히 돌아왔다. 불끈 두주먹을 쥐고 굴욕을 견뎌내려한다.

――이런 녀석에게 지다니……프라이드가 용납하지 않아……――

 조금이라도 기운을 늦추면 그대로 나와 버릴 것 같은 상태로 이빨을 딱딱 울리면서 얼굴을 시트에 힘껏 가라앉혀 참았다. 그 때 오규스트가 야요이의 항문을 손가락 끝으로 살살 만졌다.

「아! 거기는!」

 순간 야요이의 엉덩이가 강하게 흔들렸다. 하복부를 습격해오는 강렬한 배변욕구에 미간을 일그러뜨린다. 최후로 남은 이성이 치욕감에 두들겨 부서져간다. 점점 눈의 초점이 희미해져왔다.

「반드시……100억배로…해서…돌려줄테니까……후~우……기억해…둬…으으윽……」

 마지막 고집으로 외쳤다.

「대단한 고집인데, 하지만 곧바로 후회할걸」

 오규스트는 들뜬 얼굴로 야요이의 머리 위에 마법의 티아라를 끼운다. 이것은 전에 아프로디스를 조교할 때도 사용한 물건이다.

「지금부터 생기는 감각의 포로로 만들어주지」

 오규스트는 야요이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음란한 쾌락을 심으려 하고 있었다.

「비겁자, 비열한, 악마……(중략)……, 바보, 멍청이, 얼간이」

 계속해서 오규스트의 욕을 했지만, 마침내 한계가 다가왔다.

「보지 마, 보지 말아-아아앗――!!」

 야요이가 그렇게 외친 순간, 향문이 안 쪽에서부터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부들부들 경련했다. 그리고 결국 항문이 열리고 포물선을 그리면서 엄청난 양의 액체가 방출되었다. 침대 아래에 놓여진 물통의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야요이는 텅 빈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그 후 오규스트는 크게 벌어진 야요이의 항문을 몇번이나 사용했다.

「아……아……거기……거기……좋아!」
「거기가 어디야?」
「아…………엉덩이가 ……엉덩이가 좋아··」
「엉덩이? 엉덩이의 어디?」
「아……구멍……구멍입니다 ……엉덩이의……엉덩이의 구멍이, 좋아 ……좋아요!」

 야요이가 황홀한 표정으로 허덕인다. 마법의 티아라의 영향으로, 이 쾌락이 뇌리 깊숙한 곳에 새겨지고 있다.

「앙……」

 야요이가 아첨하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앙……가게 해줘요……제발!」
「간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어?」
「말해요, 말합니다……말할테니까. 아아, 빨리 ……이, 이제……참을 수 없어요!」

 야요이는 몇번이나 반복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좋아!」

 오규스트는 그렇게 말하고 왼쪽 손가락으로 클리토리스를 격렬하게 만지면서 비순에 오른쪽의 손가락을 찔러넣고 페니스를 격렬하게 항문에 박았다.

「이……이이힉, 좋아, 아,……가, 가요, 가요오오오오!」

 절규를 내뱉으면서 격렬하게 전신을 경련시켜, 세차게 애액을 분출하면서 야요이는 달해갔다.

「좋아 야요이, 내가 「신비의 보물」이라고 말하면, 언제라도 어떤 때라도 이 쾌락을 기억해내고 너의 항문이 쑤셔오기 시작한다. 잊지 마라」

 오규스트는 절정을 겪으며 의식이 몽롱해지고 있는 야요이에게 암시를 걸었다.

「아―아, 시원해졌다. 전쟁의 스트레스가 모조리 날아갔군. 역시 스트레스 해소에는 이게 최고야」

 오규스트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일년의 세월이 흘러 오규스트는 세리아 교외에 위치해 있지만 방치 된 채로 몹시 황폐해진 별궁을 개수해, 벚나무 1만그루를 심고 '봄의 별궁'이란 이름을 붙여 건조했다. 그곳에서 봄의 연회가 대대적으로 개최되고 있었다.




 ―카리하발, 모스 산-

 그 무렵 미스터 제로는 모스 산 중에 있는 고대 지하 미궁의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 근처일텐데……」

 미스터 제로는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지도에 눈을 주었다. 그는 바야지트를 찾고 있었다. 그의 소식이 끊어진지 벌써 일년이 넘었던 것이다.

 바야지트에게 용을 소환하는 마법 아이템 “용적(龍笛)”이 모스 산 중 어딘가에 숨겨져있다는 것을 알려준 자가 미스터 제로였다. 바야지트는 그것을 듣자마자 화살처럼 뛰쳐나갔다. 그리고 이 미궁을 찾아내서는 단신으로 들어가버렸다. 지하 30층에 다다를 때까지는 연락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통신도 끊어졌다. 미스터 제로는 적지 않은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돌연히 부근이 어두워지고 그 속을 한 줄기 번개가 달렸다.

「아, 저것은!」

 벼랑 위에서 번개의 빛에 한 명의 남자가 떠올랐다. 그 남자는 덥수룩한 머리모양에 턱수염으로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었다. 옷은 그 원형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변색, 변형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용적이 들려있었다.

 그 남자의 눈앞에서 몇 줄기의 번개가 쳤다. 번개는 끊이지 않고 계속 늘어나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하나의 빛의 덩어리로 변해간다. 그 성스럽기까지한 섬광속에서 신비한 에메랄드빛 비늘에 덮인 뇌룡(雷龍)이 나타났다.

「오오오!」

 미스터 제로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나를 부른 자가 너냐?」

 뇌룡이 말을 했다. 그 목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 인간의 마음으론 견딜수 없는 공포가 침식해온다.

「그렇다. 나의 이름은 바야지트」

 하지만 바야지트는 무엇에도 동요하지 않는 맑은 눈으로 태연하게 그 뇌룡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시련은 견뎌낸 것 같군. 좋다, 나의 이름을 결정하라」
「너의 이름은, 케트크우톨」
「수락한다」

 바야지트는 뇌룡과 계약을 맺는데 성공하여, 드래곤 라이더, 즉 “용기사(龍騎士)”가 된 것이다.

 미스터 제로는 그 광경을 응시하면서 복받쳐 오르는 감개 속에서 외쳤다.

「오오! 저것은 확실히 뇌룡. 바야지트야말로 뇌제라 불리기에 합당한 자다. 드디어 인간이 신을 초월할 때가 온 것이다!」

 뇌룡은 바야지트를 태우고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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