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번역/판타지] 에리시아 전기 제14장 알티가르드의 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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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719회 작성일 17-02-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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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알티가르드의 혜성


「대지의 끝까지 말을 달려 수많은 성채를 함락시키고, 그들의 아내나 딸들을 후궁에 넣는다. 그것이 나의 인생이다」

~ 신 사리스 제국 승상 오규스트·오즈·딘의 명언집 중∼




 ―1228년 4월 15일, 노이에·베르사이유성―

 작년 대 알티가르드전 승리 축하 연회가 열렸던 세리아 교외의 '봄의 별궁'을 오규스트는 대단히 마음에 들어했고, 다시 개축해서 노이에·베르사이유성이라 이름지었다.

 노이에·베르사이유성은 검은색을 기조로 한 발할라성과는 달리 현란할 정도로 호화스러운 장식이 곳곳에 수놓아져 있었다. 그 중심은 황금의 부유탑이었다.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하얀색의 대리석을 전면에 깐 인공연못으로부터 5미터 정도 위의 공중에 떠오른 채로 황금빛을 찬란하게 내뿜는 부유탑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을 수면 위에 비추고 있었다. 그 내부에는 오규스트의 사저가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오규스트의 권세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동년 4월, 이 성에서 다시 대대적으로 봄의 연회가 개최되었다. 내빈으로는 여러 동맹국의 대표들도 출석해서 대사리스 제국의 국위를 에리시아 세계 만방에 과시했다.




 철렁, 철렁

 쇠사슬이 서로 부딪치며 작은 소리를 낸다.

――이 꿈, 대체 몇번째 꾸는 걸까――

 런·로라·벨은 쇠사슬로 손발이 묶인 채 천정으로부터 매달려 있었다. 알몸 위에 라이트 아머를 껴입고, 가슴과 엉덩이를 검은 손이 매만지고 있었다. 노출된 비순에는 등뒤로부터 페니스가 꽂히고 있다.

「엉덩이가……너무, 기분 좋아!」

 페니스가 강한 힘으로 박아 들어오면, 머리카락을 마구 흩뜨리며 열락의 신음을 지른다.

「깊숙히… 깊숙히 와요, 아아아!」

 한층 더 깊고 깊게 끌어 들이기 위해서 스스로 허리를 흔들면서 헐떡이는 소리를 높인다.

――꺠진다 ……우우――

 그 얼굴은 황홀한 기색을 맘껏 드러내는 음탕함으로 물들고 있었다. 입에서부터는 자신도 모르게 환희의 소리와 침줄기를 풀린 표정으로 흘려내고 있다.

「우우…응, 아, 아, 아아앗!」

 비순으로부터 휘날리는 애액이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 물방울 안에서, 런은 절정으로 향했다.


「하앗」

 런·로라·벨은 꿈에서 깨어났다. 눈 앞에는 어제 밤과 똑같은 천정이 있었다.

「후~∼, 또 야한 꿈 꾸어 버렸다」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 올린다.

「아~아, 역시 흠뻑이네」

 팬티로부터 넘쳐 흘러나온 애액이 시트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꿈을 꾸게 된 걸까」

 런은 탱크톱과 팬티만을 입은 거친 모습으로 침대에서 일어난다.

「어쨌든 빨리 샤워하지 않으면 늦어」

 땀과 애액으로 듬뿍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 샤워 룸으로 사라졌다. 희미하게 화끈히 달아오른 신체를 오규스트로부터 하사받은 비누를 사용해 거품으로 뒤덮는다. 그러자 다시 뺨이 주홍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후~응. 또 이상한 기분이 되어 버렸다」

 런은 손가락을 비순으로 이끌었다.

「또, 자위하는 건가……나」

 가벼운 자기 혐오를 느끼면서도, 손가락은 망설임 없이 클리토리스로 향한다.

「아…응, 이제 ……간다, 우우…가!」

 굉장히 민감해져 있는 클리토리스를 매만지자 달아오른 몸은 간단하게 달했다.

 런은 간신히 준비를 끝내고 방을 나왔다. 붉은 레더 슈트의 제복으로 몸을 감싸고 기르기 시작한 머리카락을 뒤로 모으면, 조금 전과는 다른 사람처럼 단정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고양이를 생각하게 하는 크고 약간 올라간 눈.
 깨끗이 솟아 오른 코.
 날카롭게 뾰족한 턱.
 빛을 반사하는 호수와 같은 깊이를 느끼는 입술.
 고상할 정도로 하얗고 한 점의 흐림도 없는 투명한 피부.
 벼리고 단련된 바짝 죄어진 날씬한 실루엣.
 한 점 의혹의 여지 없는 미녀가 거기에 서있었다.

 똑바로 복도를 걷기 시작하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동경과 존경의 기분을 담아 차례차례로 인사를 해온다. 런은 노이에·베르사이유성 서관(西館:가신의 주거)에 있었다. 베아톨릭스의 후임으로서 오규스트의 부관에 취임하고 있다. 인망과 실력을 겸비한 젊은 세대의 호프로서 대두하고 있었다.

 런은 오규스트가 체재하고 있는 부유탑으로 향한다.

「언제 봐도 굉장하다……마치,…」

 공중에 떠있는 황금의 덩어리를 보면 무심코 감탄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말을 막은 것은 보디 체크를 행하기 위해서 발밑으로부터 머리위까지 쑥 올라가는 빛의 고리였다. 런은 입을 다물고 묘하게 긴장하면서 체크가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

「마치, 마법의 요새같아」

 이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입에 담았을지 모르는 평범한 감상을 말하면서, 체크가 끝나면 생기는 빛의 계단을 올라 간다.


 그 무렵 오규스트는 아침의 입욕 타임이었다.

「저기, 이번의 무술 대회, 이런 식으로 달라 붙어서 같이 보고 싶어요」

 오규스트는 얕고 넓은 욕조 안에 있었다. 그 옆에는 프랑소와즈가 있다. 프랑소와즈는 오규스트의 팔안에 찰싹 달라 붙으면서 응석이 담긴 목소리로 속삭인다.

「안돼, 공식적인 장소니까 순서는 지켜야지」
「제일 먼저가 크리스님이고, 다음이 카렌님, 세번째가 발레리님이고, 네번째가 미카님. 마지막으로 나…」

 프랑소와즈는 슬픈 듯이 손가락을 구부러 뜨린다.

「그렇지」
「그래도~그 때 약속하셨잖아요. 뭐든지 원하는 대로 해준다고~~」

 프랑소와즈는 불만스런 얼굴을 한다.

「그렇게 말해도… 알렉스(크리스의 사촌, 우장군)나 카프카(사이아 공국 섭정)가 여러가지로 귀찮게 굴거든…… 너한테도 강한 후원자가 있으면 좋은데」
「……후원자……」
「그렇지」
「그 그렇다는 게 대체 뭐죠?」
「그렇다는 건 그렇다는 거지」
「그런 말만 하고」

 거기에 런이 나타났다.

「각하, 오늘의 스케줄입니다」
「아, 신경쓰지 말고 들어와라」

 런이 조심스럽게 욕실의 문을 연다. 그러자 무심결에 얼굴이 붉어진다. 동급생이 알몸으로 있다. 그것도 남자의 오른쪽 다리를 자기 허벅지 사이에 끼우고 사타구니를 딱 붙여서는 남자의 가슴에 두 젖가슴을 꽉 눌러서 남자의 목에 팔을 감고 있다.

――그렇게 청순했던 프랑이……――

 두 명의 행위를 망상하면 런은 새로 입은지 얼마 안되는 팬티가 또 젖어오는 것을 느꼈다.

「거기에 놓아두도록」
「아, 네」

 런은 당황해서 욕실을 나간다.

「저 녀석에게는 과격했던 걸까」
「……그래요」

 프랑소와즈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저기, 런은 유망하지요」
「아, 그렇지. 멀지 않은 장래에 틀림없이 각하 칭호를 받을 거다」
「……그래, 그렇군요. 역시……」
「그래, 그런데, 그게 어떻단 거지?」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프랑소와즈는 입술을 겹치고 혀를 얽혀왔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조용하게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




 ―알테브르그―

「지크프리드·판·헬무트 남작」

 예전관이 낭랑한 목소리로 한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하얀 도자기와 같은 피부, 황금색의 머리카락, 푸른 얼음빛깔의 눈동자를 한 단아한 용모의 남자가 옥좌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공손하게 꺾었다.

「헬무트 남작, 사리스와의 싸움은 훌륭했다」
「송구스럽습니다. 모든 것은 오로지 폐하의 위광 덕분이었습니다」

 의례적인 궁정식 대사의 교환은 빌헬름 1세에겐 이미 지긋지긋해진 일이었지만, 그것도 이 남자의 입에서 나오자 새로운 시를 듣는 것 같은 신선한 감동을 안게 했다.

「경을 알티가르드 왕국 재상으로 임명한다. 신성기 1228년 4월 15일, 알티가르드왕 빌헬름 1세」

 새로운 사령이 하사 되었다.

 지크프리드·폰·헬무트라고 하는 이름은 역사에 홀연히 나타났다.

 그는 지방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친은 상당히 우수한 관료로 부현령까지 출세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최하층 계급 출신이었지만 유례가 드문 아름다운 용모를 본 부친이 첩으로 데려왔다.
 정실에게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후계자로서 소중하게 자랐다. 하지만 부친이 요절하자 어머니의 신분이 낮은 것으로 인해서 차별을 받는 일도 종종 있었으며, 어느새인가 정평이 난 악동으로 현지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런 그의 인생이 일변한다.
 그에게는 한 명의 친누나가 있었는데, 그 누나 비비안이 빌헬름 1세의 후궁에 바쳐진 것이다. 모친에게서 이어받은 미모는 절세라는 형용사가 붙을 정도였고, 금방 빌헬름 1세의 총애를 독점한다. 베렌홀스트의 손녀를 왕비로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비안은 한단계 아래의 귀비가 되었다.

 총희가 자신의 안정을 위해서 친족을 등용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자주 있는 일이며, 그녀 또한 남동생의 출세를 위해서 힘을 쏟았다.
 거기에 빌헬름 1세도 누나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얼음조각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이 청년을 진짜 남동생처럼 귀여워했다.

 15세에 근위사단의 소위가 되고 18세에 소좌가 되었다. 20세에 군속을 탈피하고 각지의 현령 및 주수를 역임한 후, 다시 25세에 대좌로서 군에 돌아온다.

 군을 떠난 것은 베렌홀스트가 그를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말해지고 있다. 군의 엘리트 가도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지크프리드였지만, 놀이의 버릇은 없어지지 않았다. 밤이 되면 술과 여자 삼매경의 날들을 계속했다. 마침내 알테브르그 전체에 한량으로서 평판을 날리게 되었다. 베렌홀스트는 총희의 남동생의 대두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귀비의 남동생이 왕국의 수도에서 방탕함으로 이름을 날려서는 왕실의 권위가 손상된다면서 그를 변경으로 좌천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지크프리드가 그렇게 문관 생활을 하던 시기에 알티가르드는 군사적으로 티굴 해전과 셀메일 초원 출병이라는 두번의 대패를 겪었다. 어떻게 봐도 행운이란 말밖에는 알맞은 표현이 없다.

 잇달은 전쟁에 이어진 인재 부족으로 인해 대좌로서 되돌아온 그는, 사리스 침공 작전에서 슈나이더 휘하 제2군 제3 연대장으로서 참가하고 있었다.

 델린저 제일군이 붕괴된 후에 알티가르드군은 슈나이더의 지휘로 철퇴를 개시했다.
 이 때, 지크프리드 제3 연대는 다리가 망가져 있었기 때문에 가도를 크게 우회해서 행군했다. 그로 인해 단독으로 우군으로부터 고립되어 버렸다. 지크프리드는 어떤 고난도 없이 순조롭게 출세가도만을 달려 왔으므로 실전에서의 지휘 경험은 분명하게 말해서 부족했다. 여기서 그의 행운도 다하고 최초로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게 될 터였다.

 하지만 그의 진짜 행운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알티가르드의 주력이 철퇴한 것에 완전히 방심한 사리스군의 치중부대와 조우한 것이었다. 지크프리드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의 부하 슈발트 소좌가 냉정하게 정예 500기를 지휘하여 확실한 승리를 얻었다. 이 승리에 제정신이 돌아온 지크프리드는 슈발트의 손을 잡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크프리드가 본국에 돌아오자 우렁찬 칭찬의 합창이 울려 퍼졌다.

「사리스의 최정예 부대를 쳐부수고, 딘의 역침공의 야심을 무너뜨린 구국의 영웅」

 이것이 그에게 주어진 평가였다.

 여기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다.
 고 베렌홀스트파로서는 이 원정이 완전한 실패는 아니다, 라고 선전하고 싶었고, 또한 거듭되는 패전으로 인해 국가에는 영웅이 필요했다.
 현실적으로 베렌홀스트를 잃은 알티가르드 왕국은 새로운 재능을 필요로 했고 새로운 희망이 요구되었다. 빌헬름 1세는 그 인재가 지크프리드라고 믿었다.

 빌헬름 1세는 재기가 넘치는 왕이었지만, 이 시점에서 현실 정치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선왕과 베렌홀스트가 이겨낸 어려운 시절을 거의 겪지 못한채 국력이 신장한 시대에만 익숙해져 있는 만큼 좌절에 약하다고 하는 면도 있어, 술에 빠지는 날이 많아지고 있었다.

 거기에 신선하게 나타난 재색 겸비의 젊은 영웅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라면 자신이 좌절한 이상의 정치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주량이 많아지면서부터 체력도 저하되고 있던 빌헬름 1세는 그에 따라 마음도 약해지고 있던 차에, 이 아름다운 남자에게서 희망의 빛을 느끼고 전폭적인 신뢰를 나타내게 된다.

 지크프리드는 눈 깜짝할 순간에 영웅으로 추대되어갔다. 그리고 다시 순조롭게 출세하기 시작했다. 사리스 침공으로부터 일년 후에는 군무 상서에 임명되어 대사리스 작전의 최고 책임자가 되었다.
 재상으로는 지크프리드를 추대한 장본인인 케니히가 취임했다.

 여기까지 출세하자 지크프리드는 언제 높은 곳에서 추락하게 될지 두려워졌다. 사실상 그는 어떤 공적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실을 영원히 봉인할 필요가 있었다.

 최초로 피해를 입은 자는 슈발트 소좌와 그 부하들이었다. 그들은 사소한 죄로 인해서 극형에 처해졌다. 다음으로 직속 상사 마이어 소장을 뇌물수수의 용의로 투옥했다. 계속해서 그 송곳니는 자신을 옹립한 인물들에게로 돌려져 라이벌로 주목받던 사람들은 차례차례로 제거되어갔다.

 슈나이더는 재빠르게 이 숙청의 진행을 깨닫고 신속히 군의 요직을 떠나 지방의 사관학교의 교장이 되었다.

 지크프리드의 숙청에는 어쩌면 타인의 실적에 대한 질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가혹한 처사를 가한 인물들 중에는 정당한 노력을 쌓아 고학력을 손에 넣어서 엘리트 관료, 혹은 엘리트 군인이 되어 그 후에도 공적을 쌓아 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반면 지크프리드는 본래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지만, 순서를 생략하고 타고난 재능을 기르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그리고 실적을 날조해서 여기까지 올라선 것이다.
 자책하는 마음과 질투가 겹쳐져 그를 광기로 달리게끔 했을 것이다.

 최종적으로, 그는 1228년 봄에 알티가르드 왕국 재상이 된다.

 지크프리드·폰·헬무트의 정변은 인류의 역사 중에서 얼마든지 비슷한 예를 들 수 있는 흔한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티가르드의 이웃에는 이제 대국으로 모습을 바꾼 사리스 제국과, 그리고 오규스트가 있었다.

 오규스트에게는 원래 더 이상 알티가르드와 싸울 생각은 없었다. 평화의 계기로서 이번 봄의 연회에 빌헬름 1세 혹은 지크프리드의 출석을 희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크프리드에게 그것이 가능할 리가 만무했다. 알티가르드에선 어쨌든 지크프리드가 사리스의 정예군을 화려하게 격파한 것으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알티가르드의 고관이 사리스에 가면 당연히 사리스측은 사실상의 전승국으로서 우위에 처한 입장에서 교섭을 진행시켜 올 것이다. 신하의 예를 취할 것, 영토의 할양, 매년 금은을 비롯한 귀중품을 조공할 것 등이 관례적으로 예상되었다. 알티가르드인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이겼을 텐데, 라고.

 지크프리드는 창자가 끊어지는 심정으로 평화의 길을 걷어찼다.




 ―노이에·베르사이유성―

 오규스트는 부유탑의 최상층에 올랐다.
 이미 웨데리아공 에드워드 2세와 그 딸 오드리 왕녀가 있었다.

「잘 오셨습니다 에드워드공. 그리고 오드리 왕녀」

 오규스트는 손을 내밀었다.

「초대 감사합니다……」
「……」

 에드워드 2세는 감정을 눌러 죽이고 무표정하게 응대했다. 그리고 오드리는 무언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조화미가 갖춰진 아름다운 정원이지요」

 오규스트는 계속해서 오드리에게 말을 건넨다.

「……」

 그러나 오드리는 무언을 관철했다.

「금방 좋아하게 될 겁니다」

 오규스트는 신경쓰지 않고 오드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순간 날카로운 시선이 오규스트에게 향해진다. 그리고 오드리는 왼손으로 우아하게 오규스트의 손을 떼어내고는 천천히 오규스트로부터 거리를 취했다.

「왕녀와는 이전에 한 번 만나고 있습니다」
「……?」
「사리스 원군 파견의 출진식에서의 일입니다. 벌써 5년이나 지났군요」
「……」
「왕녀는 한 명 한 명의 병사에게 말을 건네셨습니다. 확실히 그 때는 맑은 하늘로……」
「비가 내렸습니다」
「네,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나는 수많은 병사들 중 한 명이었고, 왕녀는 태양과 같이 눈부신 모습이셨습니다」
「……」
「그것이 지금 이렇게 바뀌어 있습니다. 운명이란 실로 재미있는 것이군요」

 그렇게 말하고는 오규스트는 돌연 오드리를 껴안았다.

「꺄!」

 무심코 비명을 지른 오드리는 오규스트의 뺨을 때리려고 오른손을 올린다. 그 손을 오규스트는 간단하게 잡았다.

「상당히 사는 보람이 있습니다. 나의 여섯번째 측실로는 아주 좋아요. 에드워드공, 좋은 선물 감사합니다」

 에드워드 2세는 분한 듯이 입술을 떨고 있었다.

「사리스와 웨데리아의 우호를 위해서 나를 가능한한 즐겁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순위를 올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에드워드 공」
「……아무쪼록 잘 부탁합니다……」

 에드워드 2세는 그 말만을 남기고 새파래진 얼굴로 아래층으로 사라져갔다.
 남겨진 오규스트는 오드리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강제로 입맞춤을 했다.

 이 때, 웨데리아는 내전 상태에 있었다.
 원래 웨데리아에서는 오랜 세월동안 공왕파와 반공왕파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반공왕파의 거물 브레넌 백작이 주청사를 습격하고 독립을 선언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나라 안이 두 파로 갈라져 싸우기 시작했다.

 거기에 이 기회를 틈타서 알티가르드의 지크프리드가 개입을 결단했다. 영웅이란 항상 계속해서 이길 필요가 있었고, 국민의 눈을 처참한 숙청으로부터 돌린다고 하는 목적도 있었다. 순식간에 알티가르드측으로 두 개의 주가 병합 되었다.

 에드워드 2세에게는 이제 사리스를 의지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오드리는 알티가르드의 레온하르트 대공과 결혼하도록 되어 있었으며, 두 사람은 왕족간의 결합에선 보기 드물게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한다. 에드워드 2세에게 있어서도 설마 자신의 딸이 여섯번째의 측실이 된다는 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굴욕이었다.




 ―4월 22일, 세리아의 원형 경기장―

 이 날 세리아의 원형 경기장에서 무술 대회가 개최되었다. 사리스 국내의 도장에서 뽑혔거나 국외로부터 초대된 검호들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기량을 겨룬다. 그를 각국 요인들이 관전하고 있었다. 그 중앙에는 오규스트와 그 측실들이 한 줄로 늘어앉아 있었다.

 오규스트는 텅 빈 알티가르드 대표단의 자리를 살짝 쳐다본다. 그리고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맥주를 흘려 넣었다.
 하지만 시선을 경기장에 되돌리자 감탄의 소리를 지른다.

「호―, 진짜 북능류(北陵流)라니, 드문 일이군」

 경기장에서는 북능류의 맥시멈이 마주보던 검사를 일격으로 쓰러뜨렸다.

「후후후,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네요」

 야요이가 오규스트의 뒤에 나타나 웃었다.

「어째서 내가 기분이 안좋아야 하는 거지?」
「저것」

 야요이가 턱으로 가리킨다.

「맥시멈?」
「아, 제가 데려 왔어요」

 오규스트는 자료를 넘겼다. 확실히 사이트 대표로 참가하고 있었다.

「약속, 기억하고 있겠지요」
「동(東) 웨데리아의 독립 이야기라면 안된다. 에드워드 공왕과는 친척이 되었으니까」

 오규스트는 웃으면서 에드워드 2세에게 손을 흔들었다.

「달라요. 복수. 그 때의 굴욕, 잠시도 잊지 않았어요」

 오규스트가 목덜미를 긁었다.

「어디서 찾아내 온거야, 어?」
「아하하하」

 야요이는 뒤로 넘어갈듯이 크게 웃었다.
 그 옆에서 프랑소와즈가 진지한 시선으로 맥시멈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 남자는, 혹시…」

 그리고 그녀의 사고 속에서 맥시멈과 그림자가 겹친다.

「……틀림없어, 죽음의 신이다」

 프랑소와즈는 숨을 삼켰다.

 준결승.
 경기장에서는 맥시멈과 비연검의 검사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맥시멈은 자연체로 서있었다. 몸으로부터 전혀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검을 얼굴 옆으로 올린다.
 그에 대해서 비연검의 검사는 상단에서 하단으로 바쁘게 자세를 바꾸고 있었다.

 먼저 온 것은 맥시멈 쪽이었다.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검을 내리쳐 번뜩이는 일격을 가했다. 비연검의 검사는 그것을 간신히 막아내었지만 한 걸음 후퇴했다. 그것은 북능류를 상대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북능류에 있어서 필승의 정석 코스였다. 맥시멈은 물러나는 상대에게 좌우의 연타를 몰아쳐 결국 상대를 때려 눕혔다.

「확실히, 전진해서 제압한다. 북능류의 진수로군」

 오규스트가 감상을 흘린다.

「역시, 런으로선 짐이 무거운 건가……」

 결승전의 상대는 런이다.
 그 대기실을 프랑소와즈가 방문한다. 런은 과연 긴장하고 있었다.

「런, 어떻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몰라. 저 쪽은 원조니까」

 어깨와 다리를 조금씩 흔들고 있었다.

「런은 왜 북능류를 익히게 되었어?」
「강하기 때문에. 나는 에리시아에서 가장 강해지고 싶어. 그 것 뿐이야」

 런은 초조한 모습으로 방안을 배회했다.

「……그 죽음의 신과 같은 말을 하네」
「죽음의 신? 누구를 말하는 거야?」

 런은 멈춰서서 프랑소와즈를 바라보았다.

「 나는 마르크 공국 출신이니까 알고 있어」

 프랑소와즈가 말하기 시작한다.

 마르크 공국은 에리시아 북부에 위치해 있었다.
 서쪽으로부터 사이아 왕국과 트라브존 공국, 동쪽으로부터 그란가놈그라드 연방의 압력을 받아 끊임없이 긴장이 계속되는 나라였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술이 장려되어 어느덧 다수의 남능류 유파와 북능류 종가의 도장이 생겼다.

 당시의 가울·칸 공왕은 국가의 근간을 남능류의 가르침이라고 정하고 알티가르드에서부터 자용검의 계승자 게오르크를 불렀다. 게오르크는 에리시아 곳곳의 남능류 달인들을 불러 들였다.그리고 다양한 남능류를 모으기 위해서 게오르크는 남능류 종가의 딸과 약혼했다.

 하지만 이 딸은 젊은 날의 맥시멈과 연애 관계에 있었고, 맥시멈은 게오르크를 죽이고 여자를 빼앗았다. 그 결과 게오르크가 모은 검사들은 중구난방으로 분열해서 게오르크의 후계를 놓고 격렬하게 싸웠다.

 맥시멈의 강함에 매료된 칸 공왕은 생각을 바꿔서 남능류와 북능류의 융화에 의해 국내를 안정시켜 평화가 도래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두 파는 평화나 정치에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고 싸움에만 몰두했다. 맥시멈은 죽음의 신이라 할만한 힘을 보였고 그 결과 남능류의 검사는 전멸해 국내는 더욱 더 혼란해지고 약체화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수년 뒤, 마르크 공국은 그란가놈그라드 연방에 삼켜져 지도로부터 사라졌다.

「놈이…칸가를……몰랐어」

 런은 프랑소와즈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아연하게 서 있었다.

「그 남자는 기분 내키는 대로 사람을 죽이는 죽음의 신이야. 북능류를 전승할 때도 세 명의 동문 선배를 죽이고 있었고, 다른 계통의 일파도 다 죽이고 있다. 그 중에는 자신의 친형도 포함돼 있었어. 알겠지? 여기서 놈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이번에는 이 사리스가 멸망할 거야」
「……알았어……나는 이긴다. 설혹 이 생명을 버린다 해도」
「이게 있으면 어때?」

 프랑소와즈는 가늘고 길쭉한 상자를 건네줬다. 그것을 열자 런은 무심결에 큰 소리를 질렀다.

「엔젤릭 블레이드!」
「지금의 나라면 이 정도는 준비할 수 있어」
「……그랬지」

 런은 얼싸안고 있던 두 명의 모습을 생각해낸다.

「……이것은 굉장한 검이군. 나는 더욱 강해진다……」

 런은 금방 엔젤릭 블레이드의 성스러운 빛에 사로잡혔다.

「우리들 같이 후원자가 없는 사람들은 온갖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이 세계에서 혼자서 살아선 안 돼. 우리들은 좀 더 서로 협력해야 하는 거야. 이 승부에 이기면, 런은 장군에의 길이 열리는 것이고, 서로를 위해서도」

 프랑소와즈는 키득키득 웃었다.

 결승이 시작된다.

「무슨 일이 있었지? 지금까지의 런이 아니다. 전신에서 투기가 느껴진다」

 경기장의 구석에 서있는 런을 보며 오규스트는 놀라움의 목소리를 높였다.

「죽어간 칸 일족의 원념을 지금이야말로 풀겠다!」

 런은 엔젤릭 블레이드를 맥시멈을 향해 겨누고 도발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준결승 때와 똑같이 자연체로 유연하게 서서는 천천히 얼굴 옆에 검을 세운다.
 런도 똑같이 북능류의 자세를 취했다.
 북능류끼리의 싸움에 회장이 술렁거렸다.

 잠시 가만히 서있던 맥시멈이 순식간에 전동작 없이 거리를 좁혔다. 회장 전체가 쥐죽은 듯이 조용해지고 긴장감이 장소를 지배한다.
 오규스트는 무심코 몸을 숙이며 주시했다.
 다음의 순간 런이 움직였다. 서로의 검이 번쩍이는 선을 만들면서 왼쪽 어깨로부터 오른쪽 옆구리로 그어 내려갔다.

 무승부!

 야요이가 외친다. 회장안의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시합의 입회인인 류후는 맥시멈을 승리자로 판정했다.

「어째서?」

 런은 류후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류후는 고개를 저으며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째서입니까? 서로 친 것 아닌가요?」

 프랑소와즈가 오규스트에게 물었다.

「아니야. 런의 검은 맥시멈의 가슴에 대는 갑옷을 베었을 뿐이지만, 맥시멈의 검은 런의 쇄골을 부러뜨리고 있다. 녀석이 진심이었다면 런은 즉사했을 거야」
「그럴 수가!」

 프랑소와즈는 할 말을 잃었다.
 맥시멈은 오규스트의 앞까지 안내되어 그 무용을 칭찬 받을 수 있었다.

「무엇인가 원하는게 있는가?」

 오규스트가 물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각하와의 겨룸입니다」

 이 때 맥시멈은 오규스트에게 강렬한 살기를 보냈다. 거기에 반응해서 류후가 사이에 끼어들었다.

「가소롭게!」

 옆의 프랑소와즈가 말했다.

「신분을 알아라」

 계속해서 쏟아지려는 비난을 온화하게 오규스트가 말렸다.

「미안하군. 하지만 나는 일개의 검사가 아니다. 만약 나와 정 싸우고 싶다면, 대등한 입장에서 전장에서 만나자」

 오규스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망토를 나부끼며 그 자리를 떠났다. 그것을 맥시멈은 강한 결의를 담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이렇게 해 개운치 못한 끝을 남긴 채 무술 대회는 막을 내렸다.


 그 밤,
 야요이는 히쭉이 웃으면서 오규스트의 방을 방문한다.

「자, 복수의 시간이 왔어요」

 큰 가방을 쿵하고 마루에 내렸다.

「쿡쿡쿡, 사이트에서 들여온 특별 주문품이야. 춘약효과나, 아주 조금이지만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까지 있으니까, 자 각오 해 주세요」

 하지만, 야요이의 눈동자가 의심스런 빛을 띠웠다. 야요이가 기대하고 있던 오규스트의 두려워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 벌써 단념했어요?」

――무엇인가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안돼 ……――

「신비의 보물」

 오규스트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말했다.

「아, 아아……그런…거짓말…이야」

 야요이는 엉덩이를 양손으로 움켜 쥐고는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아……왜, 이상해 ……뜨거워…뜨거워요, 엉덩이가 뜨거워 …」

 야요이는 얼굴을 마루에 꽉 누른 채로 엉덩이를 높이 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는 팬티 위로부터 항문을 필사적으로 만지고 있었다.

「소위, 안전 장치라는 거지. 모든 포석을 게을리하지 않는 어르신 다운 물건이라고나 할까」

 이번은 오규스트가 크게 웃음을 지었다.

――야요이! 일어나! 일어나!――

 야요이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제…엉덩이의…구멍에…넣어 주세요!」

 그러나 입으로부터 나온 건 정반대의 말이었다. 색욕이 이성을 몰아 내버렸다.

「안돼. 전에 가르쳤을 텐데. 암컷 노예의 인사법은?」
「……펠라치오부터」

 야요이는 마루를 기어와서 오규스트의 사타구니 앞에 얼굴을 가져온다. 그리고 혀를 끈적하게 가져다 댔다.
 얼굴의 각도를 몇번이나 바꾸어 페니스를 빈틈없이 빨아 간다. 그러다가 입을 크게 벌리고 페니스를 깊숙이 삼키고는 얼굴 전체를 격렬하게 앞뒤로 왕복시켰다.

「빨리, 우, 빨리 주세요」

 야요이는 몇번이나 애원했다. 엉덩이의 쑤신 감각이 색욕을 한없이 부풀어 올리면서 그녀로부터 프라이드를 빼앗아 갔다.
 거기에 사람이 들어왔다.

「……롯데, 이 변태 여자한테 로션을 발라 줘」

 베아톨릭스였다.
 가슴 팍이 크게 벌어지고 허리는 바짝 조인 쟈켓에 긴 다리를 살짝 들여다 보이는 슬릿이 들어간 스커트를 맵시있게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은 예전보다 한층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었다.

 야요이의 등 뒤에 무릎을 붙이고 야요이의 가방에서부터 로션을 꺼낸다. 그리고 야요이의 팬티를 내려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항문 주위에 발라 간다.

「아, 아아……아, 느낌이 좋아……아아……」

 야요이는 요염하게 울었다.

「어때, 너도 같이 즐기지 않을래?」
「아니요. 상인의 딸에게는 흥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시간도 없고」

 베아톨릭스는 손을 닦으면서 빠른 동작으로 일어선다.

「벌써 돌아가는 건가?」
「네, 예의 여자와 접촉할 약속이 있으니까요」
「그건 중요하지. 후후후……설마 그 녀가 명문 칸 가문의 생존자일 줄은 몰랐어. 역사란 실로 재미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칸가에는 한 명 더 재미있는 인물이……」

 베아톨릭스는 오규스트에 다가와 귀속말을 속삭였다. 잠시 후 오규스트는 놀란 표정을 짓다가 키득거리면서 웃기 시작한다.

「정말 유쾌하군. 칸 가문은 너무나도 훌륭한 가문이야. 마치 나를 위해서 준비된 것 같다」
「글쎄요, 그건 좀……어떨지요」

 두 명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야요이는 변태적인 행위를 요구하면서 온몸을 경련시키며 정신을 하얗게 태워 간다. 빨갛게 익은 비순으로부터 넘쳐 나오는 애액으로 흠뻑 젖은 엉덩이를 오규스트에게 향하고는 「빨리, 빨리요」하면서 재촉했다.

 오규스트는 거기에 응해서 페니스를 항문에 갖다댄다. 로션에 포함돼 있던 근육 이완제가 적당하게 항문의 긴장을 푼 상태에서 페니스의 첨단은 쉽게 파고 들어갔다.

「아히……들어와요……가득히 들어와요……이것이야…이것…이걸 갖고 싶었어」

 황홀한 표정을 띄운 얼굴을 바짝 세우고 입은 공기를 탐내는 듯이 벌리고는 몹시 거친 호흡과 함께 단말마처럼 허덕이는 소리를 토해낸다.

「아아아……이젠…이젠, 미쳐버려요」

 오규스트는 야요이의 땀투성이가 된 얼굴을 살그머니 쓰다듬고는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낸다.

「나한테 야요이의 추잡한 얼굴을 보여줘」

 전신을 이리저리 뛰어 돌아다니는 쾌락의 물결에 빠져서 착란해간다. 배덕적인 행위가 진행되면 될수록 현기증 나는 도취를 느끼면서 야요이는 타락하는 즐거움에 영혼을 격동시켰다.

「돼버린다, 돼버려요……엉덩이로 가버린다, 아아아아악!」

 야요이는 절규르르 지르며 한계를 맞이했다.

「우우웅………엉덩이가 타요!」

 그리고 오규스트도 모든 것을 토해냈다.
 직장 안쪽으로 차오르는 액체를 느끼면서, 야요이는 몇번이나 계속해서 경련을 반복했다. 작열해오는 감각의 용솟음은 의식을 차단하고, 야요이는 대리석 마루에 무너져내렸다. 그 텅 빈 눈동자는 그녀가 되돌릴 수 없는 음란한 쾌락의 포로가 되버렸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흘렀다.

 야요이가 의식을 되찾자, 붉은 가죽제 구속복에 휘감긴 채로 무릎을 꿇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오규스트의 사적 비서관을 종사하던 루시·카요·나이트였다. 뼛속 깊은 곳까지 오규스트의 무서움을 통감하고 그녀는 완전히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스스로의 경박함을 저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앞에는 오드리가 있었다. 오드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양팔을 붙들어 매여서 천정으로부터 매달려져 있었다. 얼굴위엔 눈가리개가 붙어있었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온 몸에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났다.

「호호호, 기쁘게 해드리죠」

 등 뒤에서부터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규스트가 소파에 앉아있었고, 그 오른쪽으로 크리스티, 왼쪽으로 카렌, 발밑에 발레리가 있었다.
 그녀들은 모두 속옷 차림이었다.

 크리스티는 가슴팍을 아마릴리스가 입체적으로 떠오르는 문양을 한 아름다운 한 장의 레이스로 장식하고, 마치 드레스처럼 호화로운 보라색의 캐미숄과 프렌치 팬티를 입고 있었다.
 카렌은 품위있는 앵초를 모티프로 한 프린트와 섬세하고 아름다운 케미컬 레이스를 조합한 화려한 가터 벨트를 과시하고 있었다.
 발레리는 상쾌한 코튼 소재에 작은 구멍의 자수를 달고 신선한 피부를 더욱 강조하는 민트 블루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고 있었다.
 그녀들은 오규스트에 바싹 달라붙어서 신참자인 오드리를 감상하고 있었다.

「이제 시작하도록」

 그 소리에 응해서 루시는 오드리에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앞의 구멍과 뒤의 구멍을 번갈아가며 빨았다. 두 개의 구멍을 교대로 만지작거려져, 오드리는 수치에 등을 구부리면서도 핑크빛의 가련한 입술을 열고 허덕이기 시작했다.

 잠시 뒤 발레리가 루시에게 얼음 막대기를 건네주면서 말한다.

「이 에리스의 성수로 만든 얼음으로, 알티가르드의 피로 더러워진 구멍을 깨끗하게 만들어」

 야요이의 머리 속에는 이제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이 음란한 세계에서 계속해서 떠도는 수 밖에 없었다.

「꺄아―!」

 뜨겁게 달아오른 고기단지 속으로 차가운 얼음이 꽂혀들어오자 오드리는 비명을 질렀다. 그 광경을 보며 네 명은 즐거운 듯이 웃었다.
 그리고 오규스트는 루시에게 마력을 띤 씨앗을 던졌다.

「그걸 그곳 안으로 집어 넣어라」

 지시에 따라 루시는 오드리의 비순 속에 씨앗을 삽입했다.

「으으으윽---!」

 잠시 후, 야요이의 눈앞에서 이상한 광경이 시작되었다.
 오드리의 비순으로부터 식물의 싹이 터 나오고, 그것이 자꾸자꾸 성장해서는 오드리의 신체를 감아 올라간다.

「그 녀석은 여성의 애액을 양분으로서 성장한다. 그리고는 줄기가 여체의 구석구석까지 자라나면서 모든 성감대를 자극하고는 마지막으로는 꽃을 피우지」
「그런데, 오드리는 어떤 꽃을 피울까요」
「재밌겠군」

 오드리의 전신은 휘감겨 붙은 줄기로 덮여갔다. 오드리의 입에서는 군침이 흘러나오고 가느다란 목은 털썩 꺾였다. 그러자 눈처럼 하얗게 빛나는 매끄러운 피부 위에서, 커다란 바퀴의 새빨간 꽃이 피어났다.
 야요이는 다시 희미하게 의식을 잃어갔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이 모든 것이 꿈이었기를 빌면서.




 다음날 오규스트는 형 에드워드를 호출했다.

「너는 변했어……」

 에드워드의 첫마디였다.

「너를 세상에서는 소황제라고 부르고 있어. 알고 있는 거냐?」
「지도자에게는 어느 시대든 악평이 따라 다니는 법이지」
「지도자? 독재자를 잘못 말한 거겠지」

 에드워드의 목소리와 표정은 굳어 있었다.

「친형한테 배신당하면 누구라도 변하게 된다. 에드 형도 보신을 위해서 레이의 행동을 보고도 못 본 척 하고 있었지」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뭐, 이미 지나간 일은 어쨌든 좋아. 나는 오직 미래에만 흥미있다. 형한테 소개하지. 이쪽은 웨데리아 방면군 총사령관 알렉스·데·오르테가 우장군이야」

 알렉스가 오른쪽 벽 옆에 서서 가볍게 인사했다.

「기다려, 그건 무슨 소리야!」

 당황하는 에드워드를 무시하면서 오규스트는 말을 계속한다.

「그 다음으로, 전 브류스트 요새 지휘관이었던 파시발·록하트 위서장군. 올드 아카스 공략전에서 용전한 로드니·라지오 위동장군. 그리고 작전 입안으로 나의 보좌를 하고 있었던 참모장 얀·드레이크 참모장군. 기억해 두는게 좋아」
「……그러면 적어도 1만 이상의 대군이 되지 않냐,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
「2만입니다. 정확하게는 2만3천입니다 외교관 님」

 알렉스가 냉정하게 정정했다.

「이후, 공국군과 브레넌 백작군도 알렉스 장군의 지휘하에 들어간다. 양측 모두 허가 없이 군사를 움직이는 일은 금지한다. 형에게는 알렉스와 공왕 사이의 연락역할을 부탁해」
「말도 안돼! 웨데리아를 점거할 생각이냐? 승복 할 수 없어!」
「형의 기분을 묻고 있는 건 아니야. 이미 공왕과 백작에게선 승낙을 받아놓은 일이다」
「모두 네가 계획한 것이구나. 이 내란도, 모두!」

 에드워드는 오규스트에게 다가서려고 했지만 즉시 그 앞을 류후가 가로막았다.

「이제는 그 누구도 나를 멈출 수 없어.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의무가 있는 것이야. 생각해보면 그 날…그 노인을 만났을 때,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전… 그래, 신들의 시대로부터 이어 내려온 나의 숙명임이 분명해. ……그렇다면 힘차게 나의 길을 나아가는 수 밖에, 거역하는 자들은 전부 베어 넘길 뿐이야」
「……사람의 몸으로…」
「사리스도 웨데리아도, 이미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모든 것은 나로 인해서 다시 시작되는 거다. 컬이나 루이가 할 수 있었던 일을 내가 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거기에는 예전의 순진했던 막내동생의 모습은 없었다. 오규스트에게서는 심연이 보이지 않는 광기조차 느껴졌다.

「내일, 알티가르드 침공 작전을 개시한다」
「넷!」

 뒷걸음질치는 에드워드를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장군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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