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창작]나의 옛날 이야기 3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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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350회 작성일 17-02-1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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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신지요..messiahn입니다..
 
드디어 제가 제일 못견뎌하는 여름이 오고야 말았네요..너무 더워서 일도 손에 잡히질 않고 그저 나태함만이
 
제 몸을 꽉 채우고 있는것 같습니다..어렸을 적부터 추위는 전혀 안탔는데 더운건 나이가 들 수록 정말 못견디겠네
 
요..네이버3의 모든 분들 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그렇듯 못난 글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좋은 하루 되시길..
 

[나의 옛날 이야기]

 
[제3장]
 
-헤어짐(3)-
 
현지를 배웅하고 막 집에 도착했다..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야..뭐하고 있어..점심은 먹었어..?..."

"이 녀석아 한가지씩 물어야 대답을 하지.."

...

 
"지금 막 방에 도착했구..옷갈아입고 음악 틀려고 하는 중이야..점심은 아직이고..음 현지 넌 대전쯤..?"

"응..지금 출발해.."

"그래 집에 도착하면 꼭 전화해..걱정시키지 말구.."

"응 알았어.."

 
자꾸만 미적대며 전화를 끊으려 하지 않는 현지에게 사랑한단 말과 쪽 소리를 들려주자 그제야 자신도

사랑한다며 전화를 끊었다..샤워를 하고 나와서 데이브 브루벡을 플레이어에 걸었다..take5 가 먼저 흘렀다..

대충 점심을 먹을까 싶어 전화를 돌리려다 갑자기 식욕이 안생겨 우선 한 잠 자기로 했다..시계 알람을

현지가 집에 도착할 즈음에 맞춰 울리게 해두었다..

...

 
번쩍 눈이 뜨였다..온 몸에 식은땀이 흐르는지 등이 축축했다..시계를 보니 겨우 두시간이 지났다..

전화기엔 남겨진 메세지도 부재중 전화도 없었다..기억이 나진 않지만 뭔가 기분나쁜 꿈이었던것 같다..

땀으로 끈적해진 몸을 씻고 나와 커피를 끓였다..조금씩 마음이 진정되어 갔다..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잘 도착했어..?"

"응 선배.."

"그래 다행이다.."

"아빠가 같이 안내려왔다구 나 구박하는데..?"

 
전화기 너머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는걸 보니 식구들이 모여 있는 듯 했다..
 
"아무렴 아버님께서 그러실까..식구분들께 안부 전해 드리구 푹 쉬어.."

"응 알았어..아 참..우리 식구 이번 설 연휴에 대구에 계신 할아버지 댁에 갈 거야..전화번호 메세지로

보낼테니까 혹시라두 전화할 일 있으면 그리로 해.."

"야 어떻게 그리로 전화해..?"

"괜찮아..이번에 내 휴대폰 놔 두고 갈거거든.."

"그래 알았다..그렇게 할께..그럼 들어가.."

"피~ 그냥..가..?"

"어이구 공주님 제가 깜박했사옵니다..사랑하오니 편히 들어가소서..쪽!"

"헤헤..나두야..선배..또 전화할께.."

...

 
다음날 아침부터 현지와 전화통화를 끝내자마자 전화가 또 울렸다..인영이였다..
 
"아 인영이구나 그날은 잘 들어갔냐..?선배가 연락도 못했네..미안하다.."

"아녜요..선배 오늘 약속 안잊었죠..?"

"아~ 맞다.."

"어휴..내가 그럴줄 알았어요..너무하네요 선배.."

"하하 미안 미안..대신 오늘 근사하게 모실께.."

"정말요..?그럼 나중에 6시쯤 학교 정문에서 봐요.."

"학교에서..?음..그러지 말고 좀 있다 1시쯤 대학로 ㅇㅇ에서 보자.."

"아 네..거기 알아요..그럼 좀 있다 뵈요.."

"그래.."

 
시간을 넉넉히 두고 집을 나섰는데도 왠일인지 겨우 약속시간에 빠듯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인영이

나를 보고 먼저 손을 흔들었다..

 
"에고 미안하다..많이 기다렸냐..?"

"아뇨 저도 방금 왔어요.."

"그래..?다행이다..가자.."

"어딜요..?"

"배고파 죽겠다..밥먹으러 가자.."

 
인영이와 대충 끼니를 때우고 영화를 보러갔다..원래 영화볼 때 옆에 있는 사람때문에 방해받는 것을

싫어해서 영화만큼은 절대로 혼자 보곤 해서 아직 현지와도 한번도 영화를 본 적이 없었는데 왠일인지

그냥 그러고 싶었다..영화를 보고나니 시간이 저녁먹기엔 좀 빨랐다..인영이 가끔 간다는 전통찻집

으로 향했다..

 
"현지는 집에 내려갔어요..?"
 
주문한 차가 나오고 인영이 처음 꺼낸 말이었다..
 
"으응..잘 도착했다고 전화왔었어.."

"안됐네요 선배..졸지에 독수공방이네.."

"넌 설에 어디 안가..?"

"우리집이 큰집이라 다들 우리집으로 모여요.."

"부럽다.."

"선배는 어디 안가요..?"

"어 난 갈데가 없어.."

 
인영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 지는듯 하더니 이내 평상심을 회복했는지 웃으며 또 질문을 해댔다..
 
"저녁 뭐 사줄거예요..?"

"글쎄 뭐가 먹고싶은데..아무거나 혹은 맛있는거 이런 음식은 이제 사절이야.."

"닭갈비에 소주 어때요..?"

 
니와 인영이는 다시 학교앞으로 자리를 옮겼다..학교앞에 정말 맛있게 잘하는 닭갈비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서로의 잔에 소주를 채웠다..

 
"자~ 펌 회장님 앞으로 한학기 펌 잘 부탁합니다.."

"네 맡겨만 주세요.."

 
닭갈비를 안주삼아 소주 한병을 비우고 밥까지 시켜먹고 나오니 어느새 밤이 되어있었다..무얼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내가 말을 꺼냈다..

 
"아~ 동훈이 불러서 노래방 갈까..?"

"동..훈이요..?"

"그래 녀석도 집이 지방이잖아..아직 안내려갔으면 같이 놀지 뭐.."

"그럴까요..?"

 
인영이 동훈에게 전화를 했고 아쉽게도 동훈은 지금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중이라고 했다..
 
"자 그럼 별 수 없군 우리 둘이라도 갈까..?"

"저 선배..그러지 말구 술이나 한잔 더 하죠..?"

"어..너 괜찮겠냐..?나야 음치인 내 목소리 안들어서 좋긴 하다만.."

"그럼 가요..이건 제가 살께요.."

 
인영이 날 데려간 곳은 내가 자주 가는 곰장어집이었다..
 
"우와 너 이런데도 아는구나.."

"허허..선배님 이래뵈도 제가 이집 단골입니다.."

"아 네..자 들어가시죠.."

"하하하하.."

 
아주머니께서 인영을 보시고 이어 들어서는 나를 보시더니 반기신다..
 
"어휴 어서와..단골 두사람이 한꺼번에 오네..아는 사이야..?"

"네..학교 선배예요.."

"이모님 잘 계셨어요..?장사는 잘 되죠..?"

 
서로 한마디씩을 주고받고 주인 아주머니는 소주와 주문한 안주를 가져오시더니 우리 앞 불판에

올려주시곤 한마디하셨다..

 
"둘이 참 잘 어울리네..사귀는거야..?"

"아하..하..하..이모님도 참.."

 
난 그냥 적당히 얼버무리고 말았다..이모님은 맛있게 먹으라며 자리를 비켜주셨다..
 
"자 한잔 할까..?"

"좋죠.."

 
한병 두병 빈 병이 쌓여가고 시간도 그렇게 꽤나 흘렀다..대화는 그다지 많지 않았고 그런만큼 술은

빨리 사라져갔다..

 
"네 백무헌입니다.."
 
현지한테서 전화가 왔다..투정부리듯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현지와의 통화를 끝내고 들어오니 인영이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자고 있었다..

 
"인영아..집에 가자.."

"아..아이..잠..깐만.."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인영을 부축해서 거리로 나왔다..
 
'이런 그러고보니 이 녀석 집이 어딘지 모르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영의 핸드폰에 집 전화번호를 찾아보려 했지만 베터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별수없군..일단 술이나 깨우고..'
 
자꾸만 주저앉으려는 인영을 업고 학교로 들어섰다..한겨울 새벽이라 스산함을 넘어 폐허같은 느낌

마저 주는 학교의 고요한 분위가가 일단 안심이 되었다..교문 바로 안쪽에 위치한 벤치에 인영을 앉히고

파카를 벗어 덮어준 후 다시 교문 밖 편의점에서 내가 마실 차가운 음료수와 핫쵸코를 사들고 돌아

왔다..

 
"어라..정신이 좀 들어..?"

"아..선배..머리가..에구구.."

"자 이거 좀 마셔.."

 
갑자기 인영이 나를 보며 웃었다..내 전신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기지도 못할 술을 왜 그렇게 많이 마시냐..?"

"헤헤~미안요..선배.."

"속은 괜찮아..?"

"속보다 좀 추워요..아! 동아리방에 갑시다.."

"임마 지금 이 시간에 동아리 방은..집에 가야지.."

"지금은 차 못타요..조금만 쉬다 가지 머.."

 
일어나던 인영이 털썩 주저앉았다..몸은 아직인듯 했다..
 
"에고고..선배 나 좀 업어주면 안되요..?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네.."

"별수없네..자 업혀라.."

 
인영이 잠시 머뭇거리는듯 하더니 이내 내 몸에 업혀왔다..천천히 동아리 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인영아..현지한테는 비밀이다 이거.."

"히히~ 글쎄요.."

"임마.."

"선배 하는거 봐서요.."

"네가 먼저 업어달랬잖아..허기야 현지가 알아도 별 말 있겠냐만은.."

 
잠시간 인영은 말이 없었다..
 
"안무거워요..?"

"솜뭉치 아무리 많이 들어봐라..무거운가.."

"헤헤.."

 
동아리방 건물 입구에 있는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씩 더 뽑아들고 방에 도착했다..인영을 소파에

앉히고 파카로 잘 감싸준 뒤 피아노 의자에 걸터앉았다..

 
"선배 피아노 쳐봐요.."

"임마 이 밤중에.."

"그러지말고 한번만..후배 소원인데..네..?"

"아무리 그래도 이 밤 중에..누가 들으면 귀신있다고 소문날걸..?"

"에이 남자가 째째하게..그러지말구요 한번만 네..?네..?네..?"

"그럼 피아노는 소리가 너무 크니까 바이올린으로 하자.."

"야호!"

 
악기진열대에서 바이올린을 들고 나와 우스꽝스럽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인영이 박수를 치고

연주가 시작되었다..쇼스타코비치를 들려주었다..조용한 새벽 분위기와 음악이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

 
"오늘따라 이상하게 택시도 안보이네.."
 
인영의 말을 따라 조금 걷기로 했다..몇마디 말을 주고받자 별달리 할 이야기가 없었고 그저 묵묵히

걷기만 했다..때마침 한대의 택시가 눈에 보였다..인영을 태우고 옆에 따라 탔다..

 
"아저씨..ㅇㅇ동으로 가주세요.."

"어 선배..?"

"임마 이시간에 어떻게 혼자 보내냐..아무리 집 앞까지 차로 간다지만.."

"우와..왠 기사도 정신..?"

"기사도가 아니라 서비스 정신이다..어쨋거나 이정도면 한턱 제대로 받았지..?"

"당연하죠.."

 
바로 집앞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 고마웠습니다..선배.."

"어이구 저야말로..덕분에 즐거웠소이다..자 그럼 담에 보자.."

 
새벽에 출근하려는 차량들이 조금씩 늘어가는 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

 
설이 되었다..평상시엔 거의 느끼지 못하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이런 날이면 꼭 휘몰아쳤다..새벽같이

일어나 창 쪽을 향해 새배를 올리고 전날 마트에서 사 둔 고기와 쌀떡으로 떡국을 끓였다..전화가

울렸다..

 
"선배..새해 복 많이 받아요.."

"어 현지야..이 시간에 전화를..그래 너도 복 무진장 많이 받고 남는거 나 다 줘야돼.."

"응 그럴께.."

"지금 대구야..?"

"응 어제 도착했어..오늘 밤에 부산으로 내려갈거야.."

"그래 감기 조심하고..부모님께 안부 전해드리구.."

"피~ 벌써 끊을려구..?"

"인석아 선배 지금 떡국 끓였는데 다 퍼지겠다.."

"헤헤..알았어..내가 올라가면 맛있는거 많이 만들어줄께..기다려.."

"알았어..푹 쉬고 개강 맞춰 올라와..알았지..?"

"응 알았어..그럼 나중에 또 전화할께.."

 
대충 아침을 떼우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벨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선배 인영입니다.."

"저희들도 왔어요.."

 
인영이와 동아리 여자후배 둘이 문밖에 있었다..방안으로 맞아들이고 냉장고를 뒤지니 음료수라고

있는게 맥주캔뿐이었다..

 
"잠깐만 기다려라..음료수라도 좀 사올께.."

"저희가 다 준비해 왔어요.."

 
종이가방 안에서 여러 음식들과 식혜가 나왔다..음식을 조금 데우고 식혜를 잔에 부어 상을 차렸다..
 
"고맙긴 하다만 아..새해 복부터 많이들 받아라.."

"네..선배님두요.."

"오늘같은 날 식구들이랑 같이 보낼 일이지..이렇게 밖으로 돌아다니냐..?"

"아 글쎄 저희두 그러려고 했는데 인영이 요 기집애가 선배 혼자 있다구 음식 좀 가져가자길래..

선배님 어떻게 사시나 보기도 할 겸 해서 왔지요.."
"어이구 이렇게 황송할 때가..망극하옵니다들.."

"하하하.."

 
식당이 문을 연 곳이 없어 이것저것 장을 봐다 떡국을 끓여 점심을 먹이고 커피를 디저트삼아 동아리

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다 함께 집을 나섰다..인영은 나와 바둑을 한 판 두기로 했고

나머지 두 후배와 헤어져 학교앞에 있는 기원으로 향했다..인영의 급수는 기원 3급 정도였다..어릴

적부터 할아버지께 배웠다고 했다..난 기원에서 1급 정도의 기력을 가지고 있었고 인영은 돌을 두점

깔았다..기원 원장님이 젊은 여자가 바둑 두는게 신기한듯 보셨다..

 
"선배 대단한데요..?"

"운이 좋았어..잘 두던데..?"

"선배 담에도 지도대국 부탁해요.."

"언제든지.."

"그럼 이만 가볼께요.."

"그래 오늘 고마웠다..조심해서 가라.."

 
학교에 온 김에 동아리 방에 들러 악기상태를 점검하고 왠지 빈 방에 들어가기가 싫어 도서 대여점에

들러 책을 몇 권 빌려 집으로 돌아왔다..꽤나 피곤했던지 씻고 나와 잠이 들었었는데 전화소리에

잠이 깨었다..밤 10시가 넘어 있었다..

 
"선배 뭐해요..?"

"아 깜박 졸았어..이제 출발하는거야..?"

"응..이제 막 출발할려구요.."

"그래 아버님 운전 조심하시라고 말씀드리구.."

"잠깐만.."

...

 
"아빠가 누구 걱정해서 그러냐시는데..?"

"물론 현지 걱정하는거지..라고 말해야겠지..?"

"거짓말이라도 고맙네요..나중에 아침에 전화할께.."

"그래 선배도 왠지 피곤하네 자야겠다.."

"응 잘자~ "

"사.랑.해..현지야.."

응..나두.."

 
전화를 끊고 다시 잠이 들었다..
 
"헉..헉.."
 
무언지 지독한 꿈이었나 보다..온 몸이 식은땀으로 범벅이었지만 옷을 갈아입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창밖이 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아침인가..

시계는 7시를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전화기엔 아무런 메세지나 부재전화가 없었다..조금씩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기분나쁜 오한을 억누르며 TV를 틀었다..채널 버튼을 눌러가는 손이 떨렸다..

 
'이런 기분은..예전에 겪은 적이 있어..아냐..단지 기분탓일거야..'
 
뉴스방송에 채널을 맞췄다..마침 간밤에 일어난 사건 사고를 알려주고 있었다..현지에게 전화를 해야

겠다는 생각에 충전기에 꽂아둔 전화기를 찾았다..

 
"어젯밤 11시 경 대구를 출발해 부산으로 향하던 김ㅇㅇ씨의 승용차가 맞은편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중앙 분리대를 넘어온 트럭과 정면 충돌했습니다..이 사고로..김ㅇㅇ씨와 부인 손ㅇㅇ씨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으며

김ㅇㅇ씨의 딸 김현지씨는 중태를 ....."

 
온 몸이 덜덜 떨려왔다..떨리는 내 몸을 도저히 제어할 수가 없었다..
 
'안돼..이럴 수는 없어..어떻게 또다시 이런 일이..'
 
미친듯이 집을 나섰다..정신을 차려보니 난 어느새 공항을 향하는 택시에 있었다..
 
'진정하자..흥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114에 방송국 전화번호를 문의해 전화를 걸었다..몇군데 엉뚱한 부서를 거쳐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어제밤에 대구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다 교통사고당한 가족이 어느병원에 옮겨졌습니까..?"

"아 네..김해에 있는 ㅇㅇ병원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비행기가 느리다고 생각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김해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응급실에 있었다..

그녀의 온 몸은 붕대로 감쌓여 있었다..하얀색의 깨끗한 붕대가 아닌 피로 물들어 온통 검붉게 변한..

가느다란 고무호스로 호흡을 의지하고 있었고 맥박을 알리는 기계는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느리게

한번씩 또 한번씩 뛰고 있었다..너무 고통스러워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눈물도 흐르지 않았다..지하에 위치한

장의실에 현지의 부모님이 모셔져 있었다..위패에 인사를 드리고 현지의 오빠 두분과도 인사를 나눴다..

두 오빠는 내 이름을 현지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었다..

...

 
몇군데의 골절과 장파열로 인한 과다출혈..로 현지의 상태는 매우 나빴다..중환자실로 옮긴 현지의 곁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제발 살려주세요..이 아이가 무슨 죽을 죄를 지었습니까..?그동안 당신을 미워하고 증오한건 저지

이 아이가 아니지 않습니까..?내가 당신께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기에 내게 이런 고통을 주십니까..?

만일 이 아이가 죽기라도 한다면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부디 이 아이를 살려주십시오..'

...

 
이틀 후 그녀가 눈을 떴다..실핏줄이 터져 붉어진 눈을 뜨자마자 고통에 힘겨워했다..간호원과 의사들이

몰려와 조치를 취하는 중에도 현지는 고통스러워했다..그녀의 고통을 덜어줄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라도

내 영혼을 팔고 싶었다..그렇게 한시도 현지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내게 현지의 오빠들이 좀 쉬라고

음식을 권했지만 물 한모금도 삼킬 수가 없었다..

...

 
깜박 잠이 들었던걸까..현지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현지야..왜그래..아파..?의사 부를까..?"
 
현지는 고개를 힘겹게 가로저었다..입을 벙긋거렸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귀를 가져다 댔지만

조금씩 새어나오는 숨소리는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데스크로 뛰어가 연필과 종이를 들고왔다..

현지는 그렇게 부러진 팔로 힘겹게 글을 써내려갔다..

 
[울지마요..미안해..살고시퍼..살아..사랑해..다음에..다시..]
 
조용히 현지의 오빠들을 불렀다..그렇게 현지는 나와 두오빠가 보는 앞에서 천천히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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