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창작]나의 옛날 이야기 3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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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옛날 이야기]
"이 녀석아 한가지씩 물어야 대답을 하지.."
...
"응..지금 출발해.."
"그래 집에 도착하면 꼭 전화해..걱정시키지 말구.."
"응 알았어.."
사랑한다며 전화를 끊었다..샤워를 하고 나와서 데이브 브루벡을 플레이어에 걸었다..take5 가 먼저 흘렀다..
대충 점심을 먹을까 싶어 전화를 돌리려다 갑자기 식욕이 안생겨 우선 한 잠 자기로 했다..시계 알람을
현지가 집에 도착할 즈음에 맞춰 울리게 해두었다..
...
전화기엔 남겨진 메세지도 부재중 전화도 없었다..기억이 나진 않지만 뭔가 기분나쁜 꿈이었던것 같다..
땀으로 끈적해진 몸을 씻고 나와 커피를 끓였다..조금씩 마음이 진정되어 갔다..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응 선배.."
"그래 다행이다.."
"아빠가 같이 안내려왔다구 나 구박하는데..?"
"응 알았어..아 참..우리 식구 이번 설 연휴에 대구에 계신 할아버지 댁에 갈 거야..전화번호 메세지로
보낼테니까 혹시라두 전화할 일 있으면 그리로 해.."
"야 어떻게 그리로 전화해..?"
"괜찮아..이번에 내 휴대폰 놔 두고 갈거거든.."
"그래 알았다..그렇게 할께..그럼 들어가.."
"피~ 그냥..가..?"
"어이구 공주님 제가 깜박했사옵니다..사랑하오니 편히 들어가소서..쪽!"
"헤헤..나두야..선배..또 전화할께.."
...
"아녜요..선배 오늘 약속 안잊었죠..?"
"아~ 맞다.."
"어휴..내가 그럴줄 알았어요..너무하네요 선배.."
"하하 미안 미안..대신 오늘 근사하게 모실께.."
"정말요..?그럼 나중에 6시쯤 학교 정문에서 봐요.."
"학교에서..?음..그러지 말고 좀 있다 1시쯤 대학로 ㅇㅇ에서 보자.."
"아 네..거기 알아요..그럼 좀 있다 뵈요.."
"그래.."
나를 보고 먼저 손을 흔들었다..
"아뇨 저도 방금 왔어요.."
"그래..?다행이다..가자.."
"어딜요..?"
"배고파 죽겠다..밥먹으러 가자.."
싫어해서 영화만큼은 절대로 혼자 보곤 해서 아직 현지와도 한번도 영화를 본 적이 없었는데 왠일인지
그냥 그러고 싶었다..영화를 보고나니 시간이 저녁먹기엔 좀 빨랐다..인영이 가끔 간다는 전통찻집
으로 향했다..
"안됐네요 선배..졸지에 독수공방이네.."
"넌 설에 어디 안가..?"
"우리집이 큰집이라 다들 우리집으로 모여요.."
"부럽다.."
"선배는 어디 안가요..?"
"어 난 갈데가 없어.."
"글쎄 뭐가 먹고싶은데..아무거나 혹은 맛있는거 이런 음식은 이제 사절이야.."
"닭갈비에 소주 어때요..?"
때문이었다..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서로의 잔에 소주를 채웠다..
"네 맡겨만 주세요.."
한참을 고민하다 내가 말을 꺼냈다..
"동..훈이요..?"
"그래 녀석도 집이 지방이잖아..아직 안내려갔으면 같이 놀지 뭐.."
"그럴까요..?"
"저 선배..그러지 말구 술이나 한잔 더 하죠..?"
"어..너 괜찮겠냐..?나야 음치인 내 목소리 안들어서 좋긴 하다만.."
"그럼 가요..이건 제가 살께요.."
"허허..선배님 이래뵈도 제가 이집 단골입니다.."
"아 네..자 들어가시죠.."
"하하하하.."
"네..학교 선배예요.."
"이모님 잘 계셨어요..?장사는 잘 되죠..?"
올려주시곤 한마디하셨다..
"아하..하..하..이모님도 참.."
"좋죠.."
빨리 사라져갔다..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자고 있었다..
"아..아이..잠..깐만.."
마저 주는 학교의 고요한 분위가가 일단 안심이 되었다..교문 바로 안쪽에 위치한 벤치에 인영을 앉히고
파카를 벗어 덮어준 후 다시 교문 밖 편의점에서 내가 마실 차가운 음료수와 핫쵸코를 사들고 돌아
왔다..
"아..선배..머리가..에구구.."
"자 이거 좀 마셔.."
"헤헤~미안요..선배.."
"속은 괜찮아..?"
"속보다 좀 추워요..아! 동아리방에 갑시다.."
"임마 지금 이 시간에 동아리 방은..집에 가야지.."
"지금은 차 못타요..조금만 쉬다 가지 머.."
"별수없네..자 업혀라.."
"히히~ 글쎄요.."
"임마.."
"선배 하는거 봐서요.."
"네가 먼저 업어달랬잖아..허기야 현지가 알아도 별 말 있겠냐만은.."
"솜뭉치 아무리 많이 들어봐라..무거운가.."
"헤헤.."
앉히고 파카로 잘 감싸준 뒤 피아노 의자에 걸터앉았다..
"임마 이 밤중에.."
"그러지말고 한번만..후배 소원인데..네..?"
"아무리 그래도 이 밤 중에..누가 들으면 귀신있다고 소문날걸..?"
"에이 남자가 째째하게..그러지말구요 한번만 네..?네..?네..?"
"그럼 피아노는 소리가 너무 크니까 바이올린으로 하자.."
"야호!"
연주가 시작되었다..쇼스타코비치를 들려주었다..조용한 새벽 분위기와 음악이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
걷기만 했다..때마침 한대의 택시가 눈에 보였다..인영을 태우고 옆에 따라 탔다..
"어 선배..?"
"임마 이시간에 어떻게 혼자 보내냐..아무리 집 앞까지 차로 간다지만.."
"우와..왠 기사도 정신..?"
"기사도가 아니라 서비스 정신이다..어쨋거나 이정도면 한턱 제대로 받았지..?"
"당연하죠.."
"어이구 저야말로..덕분에 즐거웠소이다..자 그럼 담에 보자.."
...
일어나 창 쪽을 향해 새배를 올리고 전날 마트에서 사 둔 고기와 쌀떡으로 떡국을 끓였다..전화가
울렸다..
"어 현지야..이 시간에 전화를..그래 너도 복 무진장 많이 받고 남는거 나 다 줘야돼.."
"응 그럴께.."
"지금 대구야..?"
"응 어제 도착했어..오늘 밤에 부산으로 내려갈거야.."
"그래 감기 조심하고..부모님께 안부 전해드리구.."
"피~ 벌써 끊을려구..?"
"인석아 선배 지금 떡국 끓였는데 다 퍼지겠다.."
"헤헤..알았어..내가 올라가면 맛있는거 많이 만들어줄께..기다려.."
"알았어..푹 쉬고 개강 맞춰 올라와..알았지..?"
"응 알았어..그럼 나중에 또 전화할께.."
"선배 인영입니다.."
"저희들도 왔어요.."
있는게 맥주캔뿐이었다..
"저희가 다 준비해 왔어요.."
"네..선배님두요.."
"오늘같은 날 식구들이랑 같이 보낼 일이지..이렇게 밖으로 돌아다니냐..?"
"아 글쎄 저희두 그러려고 했는데 인영이 요 기집애가 선배 혼자 있다구 음식 좀 가져가자길래..
"하하하.."
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다 함께 집을 나섰다..인영은 나와 바둑을 한 판 두기로 했고
나머지 두 후배와 헤어져 학교앞에 있는 기원으로 향했다..인영의 급수는 기원 3급 정도였다..어릴
적부터 할아버지께 배웠다고 했다..난 기원에서 1급 정도의 기력을 가지고 있었고 인영은 돌을 두점
깔았다..기원 원장님이 젊은 여자가 바둑 두는게 신기한듯 보셨다..
"운이 좋았어..잘 두던데..?"
"선배 담에도 지도대국 부탁해요.."
"언제든지.."
"그럼 이만 가볼께요.."
"그래 오늘 고마웠다..조심해서 가라.."
들러 책을 몇 권 빌려 집으로 돌아왔다..꽤나 피곤했던지 씻고 나와 잠이 들었었는데 전화소리에
잠이 깨었다..밤 10시가 넘어 있었다..
"아 깜박 졸았어..이제 출발하는거야..?"
"응..이제 막 출발할려구요.."
"그래 아버님 운전 조심하시라고 말씀드리구.."
"잠깐만.."
...
"물론 현지 걱정하는거지..라고 말해야겠지..?"
"거짓말이라도 고맙네요..나중에 아침에 전화할께.."
"그래 선배도 왠지 피곤하네 자야겠다.."
"응 잘자~ "
"사.랑.해..현지야.."
응..나두.."
들지 않을 정도로 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창밖이 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아침인가..
시계는 7시를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전화기엔 아무런 메세지나 부재전화가 없었다..조금씩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기분나쁜 오한을 억누르며 TV를 틀었다..채널 버튼을 눌러가는 손이 떨렸다..
겠다는 생각에 충전기에 꽂아둔 전화기를 찾았다..
김ㅇㅇ씨의 딸 김현지씨는 중태를 ....."
"아 네..김해에 있는 ㅇㅇ병원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녀는 응급실에 있었다..
그녀의 온 몸은 붕대로 감쌓여 있었다..하얀색의 깨끗한 붕대가 아닌 피로 물들어 온통 검붉게 변한..
가느다란 고무호스로 호흡을 의지하고 있었고 맥박을 알리는 기계는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느리게
한번씩 또 한번씩 뛰고 있었다..너무 고통스러워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눈물도 흐르지 않았다..지하에 위치한
장의실에 현지의 부모님이 모셔져 있었다..위패에 인사를 드리고 현지의 오빠 두분과도 인사를 나눴다..
두 오빠는 내 이름을 현지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었다..
...
떠날 수가 없었다..
이 아이가 아니지 않습니까..?내가 당신께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기에 내게 이런 고통을 주십니까..?
만일 이 아이가 죽기라도 한다면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부디 이 아이를 살려주십시오..'
...
몰려와 조치를 취하는 중에도 현지는 고통스러워했다..그녀의 고통을 덜어줄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라도
내 영혼을 팔고 싶었다..그렇게 한시도 현지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내게 현지의 오빠들이 좀 쉬라고
음식을 권했지만 물 한모금도 삼킬 수가 없었다..
...
조금씩 새어나오는 숨소리는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데스크로 뛰어가 연필과 종이를 들고왔다..
현지는 그렇게 부러진 팔로 힘겹게 글을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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