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엑스터시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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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016회 작성일 17-02-1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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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스터시 ---------------------------------------------  (22)

 
 
 가계부를 덮고 유키에는 눈 앞의 요우헤이를 보았다.
 
 요우헤이는 타올을 허리에 두른 것 뿐인 모습이었다.
 
 요우헤이의 상반신은 아직 빨갛고 가슴에는 땀방울이 빛나고 있었다.
 
 유키에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식탁 위에 두 개의 컵을 놓는다. 물론 자신도 마시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장식으로서 필요한 것이다.
 
 "식후에 맥주를?"
 
 요우헤이가 뜻밖이라는 듯 물었다.
 
 "식후라고는 해도 벌써 두시간이나 지났어요."
 
 유키에는 두 개의 컵에 맥주를 따랐다.
 
 "하긴, 본격적으로 마시는 것도 아니니까...."
 
 요우헤이는 웃으며 컵에 손을 가져갔다.
 
 "그래요. 우리 둘이서 한 병을 비우는 것이 고작이잖아요?"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유키에는 눈을 감고 억지로 맥주를 마셨다.
 
 그래도 반 밖에 맥주는 줄지 않았다.
 
 "이 차가움이 정말로 좋아......."
 
 맥주를 입에 댄 요우헤이가 기분 좋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휴가는 언제부터예요?"
 
 "휴가....?"
 
 유키에는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다.
 
 "휴가 얻을 수 있지 않아요?"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언제 부터냐고 묻는 거예요."
 
 "과장과 같이 쉴 수는 없지만, 과장이 휴가 같은 것을 가지 않을 테니까 내 희망대로 될 거야."
 
 "그럼 이삼일 중에도 괜찮다는 말이죠."
 
 "불가능하지는 않아."
 
 "기간은......"
 
 "휴가는 삼일 정도라고 대충 정해져 있어."
 
 "삼일 뿐이면 아무것도 못해요. 작년까지는 더 오래 쉬지 않았었어요?"
 
 "그러니까 '대충'이라는 거야."
 
 "당신, 일전에 8월이 되면 둘이서 여행을 가자는 말 기억하고 있어요?"
 
 "응."
 
 "아이들을 고향의 어머님께 맡기고 둘이서 여행을 하자. 외국이라도 괌이나 싸이판 정도라면 갈 수 있다고 당신이 말했었어요."
 
 "잘 기억하고 있어."
 
 "지금부터 외국 여행은 무리겠죠? 국내 여행이라고 좋고 고향인 토쿠시마 근처라도 좋아요. 그러니까 여행을 가자는 약속만은 지켜주었으면 해요."
 
 "응."
 
 "제 희망으로는 하루라도 더 여행을 하고 싶지만......"
 
 "어느정도나?"
 
 "될 수 있다면 이십일 정도요."
 
 "그렇게나? 그 정도는 무리야."
 
 "몸이 아프다고 휴양하겠다고 과장에게 말하면 되지 않겠어요?"
 
 "그건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오랫동안 있을 수 있는 곳을 지금부터 찾을 수 있을지가 더 문제야. 게다가 특별 요금이라도 내게되면 꽤 돈이 들텐데....."
 
 "당신과 둘이 가는 여행은 오일 정도라면 충분해요. 너무 오랫동안 여행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신선하고 자극적으로 느껴질 거예요. 그래서 둘만의 여행으로 당신의 섹스가 회복되는 것을 저는 무엇보다도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그럼 나머지 십오일은 어디서 어떻게 보낼건데?"
 
 "아이들과 함께 토쿠시마의 어머니 댁에서 보내면 되잖아요. 어머니도 기뻐할 것이고 아이들도 방학다운 방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토쿠시마에서 십오일간, 둘만의 여행이 오일간, 합계 이십일이에요."
 
 "이십일이라........."
 
 "그렇게 보내면 그다지 돈도 들지 않을 것 아니겠어요?"
 
 "그렇긴 하지......."
 
 "아니면 당신은 그럴 마음이 없는 거에요?"
 
 유키에는 비꼬듯이 물었다.
 
 "그렇지는 않아. 이미 마음은 정해졌어."
 
 "그럼 이것으로 결정된 거죠."
 
 유키에는 맥주병을 요우헤이 앞에 내밀었다.
 
 "확답은 내일까지 기다려 줘."
 
 컵에 남아있던 맥주를 요우헤이는 전부 마셨다.
 
 얼굴은 이미 빨개졌지만 요우헤이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요우헤이가 마음만 먹으면 이십일간의 휴가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회사를 쉬지 않기로 유명한 요우헤이가 쉬고자 하는 것이니 회사도 그런대로 이해해 줄 것이다.
 
 이제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유키에는 생각했다.
 
 8월 말까지 도쿄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쿠키에게는 유키에가 행방불명이 된 것과 다름 없을 것이다.
 
 찾을 수도 연락을 취할 수도 따라올 수도 없다. 약 일개월간 인견이 끊기는 것이다. 그것을 유키에의 거절의 의사로 받아들인다면 쿠키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다음날 집에 온 요우헤이는 8월 31일까지 휴가가 나왔다는 것을 약간 무뚝뚝한 목소리로 유키에에게 말했다.
 
 이십일간의 휴가가 아니었다. 내일 모래부터 8월 말까지 26일간의 휴가인 것이다.
 
 유키에에게는 더욱더 기쁜 일이다. 육일간이나 더 도쿄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만큼 쿠키와의 접점이 흐려지는 것이다.
 
 출발은 내일 모래로 결정되었다. 요우헤이는 그날 밤 토쿠시마의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테루코는 아들 부부와 손녀들이 8월 한달 동안 토쿠시마에서 보내는 것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토쿠시마로 향하는 8월 6일은 쿠키가 바다로 가자고 한 날과 일치한다.
 
 만약 쿠키를 따라갔더라면 유키에는 같은 날에 바다로 떠났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유키에의 마음은 오랜만에 편안해지는 것이었다.

 

 
 

 8월 5일이 되었다.

 쿠키로부터 전화가 온다고 하면 이제 오늘 뿐이다. 다시한번 쿠키로부터 미련의 전화가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런 유키에의 불안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후 세 시에 전화가 울렸다.

 하나에와 사나에는 낮잠을 자고 있다. 

 유키에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네, 쿠라모토입니다."

 유키에는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부인 참 덥지?"

 남자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쿠키는 아니었다.

 쿠키라고만 생각하고 긴장하던 유키에는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안심할 수 없는 상대로부터의 전화에 소름이 끼쳤다.

 요즘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그 이상한 남자였다. 그 남자의 목소리를 유키에는 잊지 안고 있었다. 

 "부인도 더우면 다 벗지 그래?"

 남자는 여자같은 말투로 징그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바빠요!"

 유키에는 빨리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금방 전화는 다시 올 것이다. 

 게다가 남자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위압감 같은게 있어서 유키에는 마음대로 전화를 끊을 수가 없었다.

 "나도 바빠!"

 "바쁘다면 장난 전화같은 건 하지 마세요!"

 "부인 아직도 장난 전화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요."

 "거짓말."

 "뭐가 거짓말이란 거죠? 어떻게 된 것 아니예요?"

 "그런게 아니란 것은 부인도 알고 있으면서......."

 "그렇다면 용건을 말씀하세요."

 "오늘은 그럴거야. 전에 그렇게 약속했잖아."

 "약속...?"

 "그래."

 "약속이라니, 전 몰라요."

 "내가 출소한지 얼마 안되기 때문에 주위의 눈도 그렇고 해서 한 한달 정도 가만히 있다가 이제 괜찮다고 생각되는 시기가 오면 부인과 만나겠다고 했잖아."

 "그런 것 일방적으로 결정한 일이잖아요."

 "일방적이건 어쨌건 나로서는 약속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저에게는 통하지 않는 약속이에요."

 "하지만 약속했다고 해둬."

 "싫어요."

 "어차피 부인은 나랑 곧 만나게 될 테니까......"

 "절대로 안 만나요."

 "글세, 과연 어떻게 될까......."

 "용건이라는 건 그것 뿐이예요?"

 "나 오오쓰가라고 해. 어떻게 쓰는 줄은 잘 알지?"

 "어차피 가명이겠죠."

 "그게 가면이 아니란 말이지. 즉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그렇다면 경찰에 신고해 주겠어요."

 "그럴 수 없을 걸."

 "왜죠?"

 "나보다 그쪽이 먼저 파멸할 테니까."

 "제가 파멸하다니, 그럴리 없어요."

 "그럴까? 이전에 내가 모종의 이유로 어떤 곳에 잠복해 있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어떤 범죄를 목격해 버린 거야. 하지만, 잠복해 있던 이유도 있고 해서 경찰에 목격자로 협력을 할 수가 없었지. 그렇게 그 일주일 후 나는 체포 되었어."

 "그런 이야기는 나와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

 "체포 되어서도 나는 경찰에 목격한 사건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 지나갔어. 왜 그랬는지 알겠어?"

 "몰라요!"

 "내가 그 사건을 목격한 장소. 즉 나를 하룻밤 숨겨준 친구에게 폐가 되기 때문이었어."

 "그런 기분나쁜 얘기 더 이상 듣고싶지 않아요!"

 유키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일심에서 나는 강도 상해로 오년의 형을 받았어. 항소하지 않고 복역한 나는 모범수로서 사년 칠개월로 가석방 되었지."

 "전화 끊을 거예요!"

 "끊어도 좋아."

 "또 걸겠다는 거군요."

 "끊을 수 없을 걸. 이제 무서워서 전화를 끊을 수 없을 거야."

 "무섭지 않아요. 단지 나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것 뿐이예요."

 "그건 냉정함을 잃었기 때문이야. 더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지."

 "싫어요."

 "8월 23일. 이 날을 잊지 말기를."

 "그 날은 집에 없어요."

 "장소는 전날 전화로 말할 테니까."

 "그러니까, 집에 없다니까요!"

 "아무도 없어?"

 "그래요!"

 "왜?"

 "가족이 여행을 갈 거예요!"

 "그렇다면 부인만이라도 돌아와야지."

 "당신 어떻게 된건가요? 내가 왜 그래야 하지요!"

 유키에는 감정이 격해져 목청을 높였다.

 그러자 오오쓰가라는 남자도 전화기 너머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도 언제까지나 봐주진 못해!"

 "그렇지만........."

 유키에는 남자의 박력에 질려 복도에 주저 앉았다.

 "8월 23일 이라는 날에 의미가 있는 거야. 아마 남편과 이야기를 해 보면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해보라고."

 오오쓰가라는 남자는 못을 박듯이 마지막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유키에는 주저 앉은 채로 수화기를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이제부터 절망의 시작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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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 속 -
 
 
여전히 읽어주시는 분들이 잊어버릴만 하면 나타나 글을 올리는군요. ^^
바쁘게 살고 있어서 그러려니 생각해 주시길.
어쨌거나 변변치 않은 글을 계속해서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엑스터시 다음편을 올립니다.
이것도 대충 3회 정도 더 하면 끝을 볼것 같더군요.
그러니 올해 안으론 끝을 볼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앗, 돌던지지 마세요.^^)
 
다음번 에는 '엑스터시'가 계속 올라올 수도 있고, 아니면 중간중간 번역했던 '범해진 어머니' 같은 종류의 글이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3 독자분들은 '범해진 어머니' 같은 종류를 좋아하시는 듯 하던데...어떻할까나....^^
그럼, 다음에 또.
 
꼬리가 흔들흔들...흔들흔들.....^^  (어떤분 덕분에 네이버3만 들어오면 떠오르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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