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엑스터시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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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터시 --------------------------------------------- (22)
8월 5일이 되었다.
쿠키로부터 전화가 온다고 하면 이제 오늘 뿐이다. 다시한번 쿠키로부터 미련의 전화가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런 유키에의 불안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후 세 시에 전화가 울렸다.
하나에와 사나에는 낮잠을 자고 있다.
유키에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네, 쿠라모토입니다."
유키에는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부인 참 덥지?"
남자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쿠키는 아니었다.
쿠키라고만 생각하고 긴장하던 유키에는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안심할 수 없는 상대로부터의 전화에 소름이 끼쳤다.
요즘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그 이상한 남자였다. 그 남자의 목소리를 유키에는 잊지 안고 있었다.
"부인도 더우면 다 벗지 그래?"
남자는 여자같은 말투로 징그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바빠요!"
유키에는 빨리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금방 전화는 다시 올 것이다.
게다가 남자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위압감 같은게 있어서 유키에는 마음대로 전화를 끊을 수가 없었다.
"나도 바빠!"
"바쁘다면 장난 전화같은 건 하지 마세요!"
"부인 아직도 장난 전화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요."
"거짓말."
"뭐가 거짓말이란 거죠? 어떻게 된 것 아니예요?"
"그런게 아니란 것은 부인도 알고 있으면서......."
"그렇다면 용건을 말씀하세요."
"오늘은 그럴거야. 전에 그렇게 약속했잖아."
"약속...?"
"그래."
"약속이라니, 전 몰라요."
"내가 출소한지 얼마 안되기 때문에 주위의 눈도 그렇고 해서 한 한달 정도 가만히 있다가 이제 괜찮다고 생각되는 시기가 오면 부인과 만나겠다고 했잖아."
"그런 것 일방적으로 결정한 일이잖아요."
"일방적이건 어쨌건 나로서는 약속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저에게는 통하지 않는 약속이에요."
"하지만 약속했다고 해둬."
"싫어요."
"어차피 부인은 나랑 곧 만나게 될 테니까......"
"절대로 안 만나요."
"글세, 과연 어떻게 될까......."
"용건이라는 건 그것 뿐이예요?"
"나 오오쓰가라고 해. 어떻게 쓰는 줄은 잘 알지?"
"어차피 가명이겠죠."
"그게 가면이 아니란 말이지. 즉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그렇다면 경찰에 신고해 주겠어요."
"그럴 수 없을 걸."
"왜죠?"
"나보다 그쪽이 먼저 파멸할 테니까."
"제가 파멸하다니, 그럴리 없어요."
"그럴까? 이전에 내가 모종의 이유로 어떤 곳에 잠복해 있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어떤 범죄를 목격해 버린 거야. 하지만, 잠복해 있던 이유도 있고 해서 경찰에 목격자로 협력을 할 수가 없었지. 그렇게 그 일주일 후 나는 체포 되었어."
"그런 이야기는 나와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
"체포 되어서도 나는 경찰에 목격한 사건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 지나갔어. 왜 그랬는지 알겠어?"
"몰라요!"
"내가 그 사건을 목격한 장소. 즉 나를 하룻밤 숨겨준 친구에게 폐가 되기 때문이었어."
"그런 기분나쁜 얘기 더 이상 듣고싶지 않아요!"
유키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일심에서 나는 강도 상해로 오년의 형을 받았어. 항소하지 않고 복역한 나는 모범수로서 사년 칠개월로 가석방 되었지."
"전화 끊을 거예요!"
"끊어도 좋아."
"또 걸겠다는 거군요."
"끊을 수 없을 걸. 이제 무서워서 전화를 끊을 수 없을 거야."
"무섭지 않아요. 단지 나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것 뿐이예요."
"그건 냉정함을 잃었기 때문이야. 더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지."
"싫어요."
"8월 23일. 이 날을 잊지 말기를."
"그 날은 집에 없어요."
"장소는 전날 전화로 말할 테니까."
"그러니까, 집에 없다니까요!"
"아무도 없어?"
"그래요!"
"왜?"
"가족이 여행을 갈 거예요!"
"그렇다면 부인만이라도 돌아와야지."
"당신 어떻게 된건가요? 내가 왜 그래야 하지요!"
유키에는 감정이 격해져 목청을 높였다.
그러자 오오쓰가라는 남자도 전화기 너머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도 언제까지나 봐주진 못해!"
"그렇지만........."
유키에는 남자의 박력에 질려 복도에 주저 앉았다.
"8월 23일 이라는 날에 의미가 있는 거야. 아마 남편과 이야기를 해 보면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해보라고."
오오쓰가라는 남자는 못을 박듯이 마지막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유키에는 주저 앉은 채로 수화기를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이제부터 절망의 시작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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