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德厚の野望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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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381회 작성일 17-02-1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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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대상련에서 객소에 머물러달라는 청이 온 것은 하루도 되지 않았다. 총관 금천효가 직접 찾아왔다 간 것이다. 왕야의 신분을 짐작하고 있는 대상련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안배였으나, 염미홍에게는 도깨비에 홀린 심정이었다.

"어떻게 된 거람?"
"내기는 내가 이겼소."
"체, 누가 뭐래요?"

염미홍은 떫은 표정으로 퉁을 놓았다. 덕후는 손에 든 부채로 선선한 바람을 부쳤다. 때는 봄이 한창이라 나른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고, 정원에는 바야흐로 만물이 겨우내 묻었던 생기를 한껏 피우고 있는 중이다. 형욱은 이른 아침부터 검술 수련한다고 후원으로 나갔고, 둘은 난간에 나와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제부터 아가씨는 첩이 되어야하오."

덕후는 음흉하게 웃으며 염미홍의 엉덩이로 손을 가져갔다. 염미홍은 피할까 하다가 닿자마자 그대로 깔고 앉았다. 손이 뭉개진 덕후는 당연한 수준으로 비명을 질렀다.

"어이쿠!"
"천첩은! 정말로 궁금해요. 어떻게 승낙이 된 거죠?"

말을 하면서 염미홍은 재빨리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더니 덕후의 팔 반대편으로 옮겼다. 그리고 두 팔로 덕후의 목을 단단히 감싸안았다.  마치 원숭이가 나무 줄기를 감듯이 붙잡는 듯한 형국이었다. 순식간에 체중이 쏠리자 덕후의 몸이 휘청거렸다.

"대낮에 이게 뭐하는 짓이오?"
"어머, 이것은 부끄러움을 무릅 쓴 소첩만의 교태랍니다~"

아양을 부리듯이 몸을 비비틀자 덕후의 몸에 압력이 가해졌다. 덕후는 유술의 일종임을 알았다. 물론 2%만 능력을 발휘한 순식간에 풀 수 있다. 그러나 상대에게 살의가 없고 짖궂은 제스처만 있으니 난감했다.

"알았소. 순순히 말하겠으니 그대로 있으시오."
"...보통은 놓아달라고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흠~ 젊은 처자와 피부를 맞대니 회춘하는 것 같아서 그렇소."
"에에엑~?"

변태 영감들이 할법한 대사가 덕후의 입에서 나오자 염미홍은 전신에 소름이 쫙~ 끼쳤다. 떨어지려고 하자 이번에는 덕후가 자유로운 한쪽 팔로 자신의 목에 두른 염미홍의 팔을 봉쇄했다. 그리고 염미홍의 귓가에 더운 김을 훅 불었다.

"으히히힉~"
"본 공자를 놀린 죄요. 자꾸 반항하면 계속 불어주겠소."

덕후를 놀려주려다가 민망한 자세로 교정(?)당한 염미홍은 덕후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듣는데 동의했다.

"지금까지 대상련에서 청혼을 거절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오?"
"웅...딱히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니까?"
"너무 추상적이군. 그러지말고 아가씨가 금보옥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시오. 만나보았으니 알겠지만 보통 규방에서 얌전히 자란 처자는 아니란 말이오.십패를 이룬 금대숭의 혈손에다가 어린나이부터 대상련의 실무를 맡아온 재녀요."
"음..남편을 맞이한다는 게 불만인 걸까?..어차피 첨 보는 남일테지만.....아아, 그렇군요. 가업을 외부 사람에 넘기는 것이 마음에 안들겠군요."

염미홍은 금보옥의 마음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러고보니 덕후와 대면을 할 때 그녀가 그다지 노여워하지 않았던 것,오히려 수작질에도 만족한 듯이 웃어버린 일이 이해가 가는 것이었다.

"그러니 가업을 요구하지 않고 빌어붙으려는 이 몸은 얼마나 사랑스럽겠소? 모르긴 해도 애완동물처럼 꿰차고 싶어졌겠지. 이 몸을 잘만 쓰면 혼인에 대한 방패 대용은 될 것이고."

덕후는 느물거렸다. 자신에 대한 가치를 비꼬듯이 들려주자, 염미홍은 자존심도 없냐고 묻고 싶어졌다. 눈치 빠른 덕후는 앞질러 차단했다.

"이 몸은 조용히 색도락을 즐기며 살다 가고 싶을 뿐이오."
"그 색도락의 일착은 나?"
"또 물으면 잔소리."

염미홍은 덕후를 흘겨보았다. 덕후는 이제껏 염미홍이 보아온 인간과는 전혀 다른 부류였다. 나태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종들도 몇 번 겪었다. 계집의 기둥서방으로 갈취하는 말종도 보았으며, 화려한 차림으로 아낙들을 홀리는 화화공자의 수작도 알고 있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염미홍은 여자에 대한 설익은 염증과 남자에 대한 반발심을 가져왔었다.

그런데 덕후에게는 신기하게도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자신의 속을 뒤집기도하고 구슬리려고 한 애교가 전혀 통하지 않는 까다로운 부분은 있다. 그러나 일을 행할 때 돌발적으로 보이는 사고방식은 염미홍으로 하여금 덕후에게 끌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이 사람과 있으면 앞으로 신나고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겪을지도 몰라. 내 주제에 언제 대상련의 심처에 들어가보기나 하겠어?

염미홍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덕후는 그대로 염미홍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 혀를 밀어 치아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그 안에 설육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살과 타액이 엉킨다. 염미홍은 덕후의 침입에 속수무책이었다. 상대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선을 넘어, 어어 하는 사이에 당한 것이라 거부감이 찾아올 시간도 없었다.

무저항의 염미홍을 자리에 눕히면서 덕후는 염미홍을 내려보았다. 염미홍은 무슨 생각을 하지는 모를 멀뚱한 시선으로 덕후를 볼 뿐이었다. 대신 덕후는 안긴 그녀의 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아 긴장하고 있음을 알았다.

"안길 마음이 드오?"
"뭐, 내기는 내기니까요....그런데 하오체 좀 그만 둘 수 없어요?"
"그럼 버리지."

덕후는 말투를 빨리 고쳤다. 내기는 보다 합법적으로 구속할 수단이었을 뿐, 공략 대상중 하나인 염미홍을 하룻밤의 유희로 즐기다 버릴 생각은 없었다.

"내 첩이 되면....남 부럽지 않게 부려먹어주지."

보통은 살게 해준다가 아닌가? 염미홍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무능하니까 대신 처첩이 먹여살려줘야지. 대신 일 시키는 것은 자신있으니 기대하라구."
"....포주라도 되겠다는 건가요?"
"내 여자에게 그런 짓은 절대 못시키지."

덕후가 단호하게 자르는 바람에 염미홍은 안도했다.

"그럼 무슨 일을 시킬 건데요?"
"돈벌이라면 뭐든지, 계속 같이 있다보면 조만간 알게 될거야. 그보다 지금은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잖아?"

덕후는 마지막에 은밀히 소리를 낮추고 바지춤에 손을 넣어 아래로 내렸다. 아직 스물이 넘지 않는 여인의 감촉은 고무공처럼 탄력이 있었다. 덕후는 바지를 반쯤 내리고 엉덩이에 손을 올려 쓰다듬더니 꽃잎을 향해 애무했다. 꽃잎을 헤치고 안에 손가락을 넣자 염미홍의 동체가 살짝 흔들렸다. 눈을 감고 입술을 꼭 깨문다.

"으응...."

계속 비벼가자 손가락 끝에 온기가 느껴지더니 꽃입 안에서 물기가 베기 시작했다. 덕후는 염미홍의 온 신경이 보지에 집중되는 틈을 타 허리띠를 풀고 윗옷을 벗겼다. 염미홍의 몸은 호리호리 했다. 사과처럼 풋풋한 가슴에 매끄러운 허리 그리고 사랑스럽게 부푼 엉덩이이 아래로 늘씬한 다리가 있었다.

중심의 삼각주에는 거무스름한 색조를 띄고 있어 촉촉히 젓은 상태였다. 보지 위에 공알을 만지자 염미홍의 입에서 앗, 하는 신음이 터졌다. 더욱 더 많은 물기가 보지로부터 세어나왔다. 까칠한 수풀을 음미하면서 입은 쇄골 아래의 가슴, 그 끝에 있는 유두를 빨았다.

입안에 넣고 굴리고 살짝 깨물고 하자 염미홍의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순간, 손가락을 넣은 보지의 입구가 꽉 조여왔다. 살짝 오르가즘에 오른 것 같았다.

"하아...하아...하..."

염미홍의 풀린 시선에 덕후의 하체가 눈에 들어왔다. 잔뜩 성이 나 있는 자지였다. 그리고 자지는 보지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충분히 적셔져 있는지라 덕후는 단숨에 삽입했다.

"아흑! 사, 살살...아니...세게!"

허리의 율동에 따라 염미홍의 보지의 주름이 자지 기둥을 마찰했다. 찡그린 염미홍의 입에서 열락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상대의 자지는 젊음이 추구하는 쾌락이었고, 거기에 반응해 염미홍도 젊음의 쾌락을 이끌어냈다. 덕후와 염미홍은 합주를 하듯이 거친 호흡을 토했다.

전신의 세포를 통해 염미홍은 감각의 이변이 느껴졌다. 쾌감의 파도가 몸에 밀려오고 그것을 더욱 깊숙이 받아들이기 위해 덕후의 품에 은어처럼 펄떡였다.

"이제 그만...더...."
"가...간다..."

염미홍의 두서없는 소리를 들으며 덕후는 라스트로 들어갔다. 자지의 쑤심이 격렬해지고 염미홍의 단말마의 신음은 더욱 커졌다.절정에 이른 덕후는 그대로 염미홍의 자궁에 정자를 쏘듯이 피치를 올렸다. 염미홍은 보지 안으로 밀물처럼 쏟아지는 것을 본능적으로 더욱 깊숙이 받아들이기 위해 두 다리를 덕후의 허리에 감았다.

"아아아아아아아~~~"

염미홍은 간구하듯이 헐떡이며 오르가즘의 파도에 모든 것을 맡겼다. 잠시 후, 염미홍은 자신의 젖은 머리칼을 쓸어올리는 손길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덕후가 안온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안고 있었다.

염미홍은 새빨개진 얼굴을 하며 덕후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탄탄하게 굴곡진 가슴팍이 와닿았다. 덕후는 코 끝으로 소녀와 여인의 경계에 선 체향을 맡았다. 그리고 가슴팍에 올려진 염미홍의 작은 손을 매만졌다.

"처음인가?"

염미홍이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전에 덕후는 이어 말했다.

"이렇게 느낀 거 말이야."

염미홍의 얼굴에 수줍은 웃음이 피어올랐다.

".....내가 처녀가 아닌 거, 알고 있죠?"
"홀몸으로 강호를 유랑하는 신세라고 말하지 않았나?"

절정 고수나 세가를 등에 업은 여자가 아닌 이상 흠이 없을 리가 없다. 염미홍은 막 자란 축에 속했고 반반한 외모 때문에 초경을 치룰 무렵에 파과당했었다. 깔개처럼 누워서 배 위에 올라탄 상대가 헉헉 대는 신음소리와 다리 사이의 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첫 경험의 전부였다. 그 뒤로도 몇번 교합을 가졌지만 거래나 약자의 입장에서 성욕처리를 해준 것 일뿐, 사랑을 나눈 것은 아니었다. 방금 섹스를 하기 전까지는.

"앞으로 요 문의 임자는 요 열쇠라고."

덕후는 염미홍의 보지두덩이를 툭툭치면서 장난스레 말했다. 염미홍은 키득거렸다. 웃을 때마다 보지에 끼워진 자지의 감촉이 그토록 좋을 수가 없었다. 뻐끈한 하체에 힘을 주며 염미홍은 고혹적인 웃음을 지었다.

"네에~ 주인님. 앞으로 요 보물만 통과시키도록 하죠. 녹 슬지 않도록 잘 건사나 하세요."

염미홍의 걸진 입담은 지는 법이 없었다. 덕후는 그런 모습조차 마음에 들었다. 이대로 2차전으로 치루려다가 접근하는 인기척을 느끼고 멈췄다.

"형욱이 오는 거 같군."

덕후의 말에 염미홍은 서둘러 흐트러진 옷을 정리했다. 덕후는 구석에 있는 보자기 같은 것을 던져주었다.

"이겐 뭐죠?"
"선물. 나중에 한 번 입어보면 알아."

심술궂게 웃는 덕후를 향해 염미홍은 감자 먹이는 시늉을 하다가 형욱이 들어서자 급히 내리고 모른 척 외면했다. 형욱은 무언가 골몰하는게 있는지 방금 전에 있던 분위기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대상련의 객소로 거처가 정해졌어. 행장을 수습하도록 해."

덕후가 이르자 형욱은 정신차린 듯 고개를 아무말 없이 끄떡였다. 표정이 어딘가 시무룩해보여 덕후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남자새끼면 죽쓰든 말든 알 바는 아니지만, 여자인 것을 아니 호감도를 올릴 기회를 위해서라도 무시할 수 없었다.

"무슨 고민이 있나?"
"당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형욱은 무뚝뚝하게 답했다. 발끈하게 만드는 어조였지만 덕후는 심기를 다스리며 부드러운 얼굴을 했다.

"해결한다고는 하지 않았네. 대신 같이 궁리를 할 수 있지 않겠나? 자네가 그렇게 심란한 상태여서야 만약에 제대로 경호할 수 있을까?"

덕후의 지적을 받자 형욱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근래에 벽을 느끼고 있는데 그걸 깨트릴 방법이 없어서 막막합니다. 머리로는 어렴풋이 알 것 같은데 몸으로 하니 영...."

그 말을 듣자 덕후는 우희선이 형욱을 소개할 때 절정을 넘보는 일류고수라고 한 것을 떠올렸다. 이십도 안 된 나이에 절정을 바라보는 고수는 거의 없었다. 몇 년전 우문 천강이 스물의 나이로 가주가 되면서 절정의 무위를 선보였다해서 전 무림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십 초반에 절정의 반열에 든 무림인도 드문 판국이다.

-형욱보다 하수로 알려진 내가 이래라 저래라 조언할 수는 없고.

지금 스킬이라면 당장 형욱에게 절정을 넘어 최절정으로 가는 길을 알려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뒤에 퍼질 여파가 문제다. 이 문제로 스타트 삼아 천하의 이목이 자신에게 쏠려서는 안됐다. 자신은 가만히 있으려해도 주변이 가만히 있질 못한다. 그러다보면 충돌은 필연이 된다. 자신의 뜻을 끝까지 관철하려면 남은 것은 천하통일이다. 천하통일을 한 뒤에는 정상에서 1인자라는 고독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 밑에 1인자를 노리는 무수한 도전자들 상대해야한다. 수고는 많은데 보람은 지지라도 없다.

-그럴 바에는 기인으로 소문나는 게 낫다. 치마폭에 휩싸여 무능하다고 욕처먹는 게 이롭지.

일반인이 상궤를 벗어난 일이나 사람을 만나면, 그 원리를 규명하기 보다는 기이한 것으로 치부하는 정신적 탄력성이 있다. 특히 동양의 전통사상은 그런 경향이 유독 두드러졌다.

"초조해서는 안되네."

무가의 전형적인 격언이라는 건 듣고만 있는 염미홍도 안다.

"그런데 왜 초조해서는 안되는 걸까?"
"네? 음....심마에 들 수 있으니까요."
"그럼 심마에 들면 왜 안되지?"

스무고개 식으로 넘어갔음에도 형욱은 고지식한 성격 탓에 성실히 답했다.

"심마에 들면 주화입마에 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깨달음을 얻지 못하기에...?"
"그렇군. 그럼 그 깨달음의 정체란 무엇이지?"

이야기는 선문답식으로 흘렀다. 형욱은 대답을 하기 위해 내면으로 파고들었고, 염미홍은 지루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고비임을 눈치챘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고양이처럼 구석으로 피했다. 일 각을 뜸을 들인 형욱은 지쳤다는 듯이 내뱉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허망한 자기체념마저 베어있었다. 덕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싱긋 웃었다.

"알리가 없지 나도 모르는데. 자자, 이렇게 심사숙고해서 안된다면 그 방법 밖에 없겠군."
"그 방법?"
"영감이 오길 기다려야지."

무당 푸닥거리 같은 발언에 형욱은 기가 찬 눈빛을 했다. 덕후는 그러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영감은 어디서 오는 거 같나? 그 사람의 삶 전체, 희노애락과 칠정육욕 그리고 배움과 미지가 응축되어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거라네. 그 개인적 개성과 자질이 빗어내는 총체적인 직관이지. 학은 배움이고 습은 익힘이라. 아까 머리는 아는데 몸이 아직 못따라간다 했지? 무예를 밥줄로 삼는 강호인이라면 그런 경향은 유독 심하겠지. 자네에게 아직 미비한 것은 후자가 아닐까 싶네만."

형욱의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아직 벽을 넘지 못했지만 서서히 금이 가는 것 같았다.

"수련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보통은 고승들처럼 참선을 한다거나..."

생사의 일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특히 비슷한 경지나 절정의 무인이라면 금상첨화다. 형욱은 갑자기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회주에게 받은 임무가 못가게 붙들었다.

"조만간 기회를 만들어줌세. 그리 멀지는 않을거야."

덕후는 씁쓸함이 잔뜩 묻은 어조로 그렇게 일렀다. 우충충한 심사를 걷어치우려는 듯 덕후는 장난끼어린 표정을 지었다.

"만약 절정의 벽을 넘으면 내게 무엇을 해줄 텐가?"
"...목숨을 드리겠습니다."
"내 사람이 되라해도?"

덕후가 의심쩍인 표정을 짓자 형욱은 단호히 끄떡였다. 덕후의 음흉한 포석을 모르고 그저 전속 몸종으로 받아드리려나보다 판단한 것이다. 눈치 빠른 염미홍만은 깨름칙한 느낌이 들었으나 형욱이 곱상하기는 해도 여자일거라는 생각을 미처 못했고, 방해해봐야 돌아올 덕후의 보복이 무서웠기에 입다무는 쪽을 선택했다.

형욱의 난제를 풀 실마리를 얻은 뒤에 셋은 그대로 행장을 수습하고 대상련의 객소로 건너갔다. 거기서도 형욱은 여전히 평소 일과를 되풀이 했다. 덕후는 염미홍과 주지육림을 기대했으나, 염미홍이 자신의 무공도 봐달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교수해주었다. 염미홍의 무공은 삼류를 겨우 벗어난 이류급이었으나 경신술만큼은 일류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아니, 애당초 경신 공부에만 특화되어 있는 것 같았다.

"초엽비운은 하오문의 절기인데?"

덕후의 본신을 알리 가 없는 염미홍은 시전 동작만 보고도 대뜸 경공술의 이름과 유파까지 알아맞추는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맞아요. 빈만가에 있었을 때 문둥이 노파가 있어서 한 재간 배웠죠. 듣기로는 하오문 장로 출신이었나봐요."

하오문은 투술, 도박, 매춘 등에 종사하는 밑바닥 인생들의 문파이다. 문파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워 제대로 된 강호인이라면 정사마를 떠나 상대하지 않는다. 하오문이 단일 문파로 성장한 것은 난세의 기류 덕분이었다. 십패의 초창기에 염곽정이라는 호걸이 있어 남창을 기반으로 하오문을 신장시켰다. 도심지에 자리잡은 하오문의 특성을 살려 광역 정보망을 구축하고 훔친 절기들을 긁어모아 기존의 하오문에는 없었던 상승무학들을 창시했다.

염곽정의 등장은 계기가 되어 무림의 하오문도들이 열광하여 너나 할 것 없이 충성을 맹세했다. 십패의 일원으로 발돋움할 하오문은 염곽정의 죽음으로 좌절되고 말았다. 당시 금대숭의 휘하에 있던 강무제가 흑룡당을 이끌고 염곽정을 패사시킨 것이었다. 그 뒤 강무제는 염곽정이 일군 터전을 흡수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탄압하여 흑룡방을 세운 것이다.

"그 할멈은 날 무척 귀여워해줬어요. 문주의 외동 딸이 살아있더라면 자신 만했을거라고 말이죠. 원래 난 이름 같은 거 없는데 그 노파가 그래서야 되겠느냐고, 염미홍이란 성과 이름을 준거예요."

염미홍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노파는 어디있어?"
"오래 전에 죽었어요. 그냥 거적떼기에 말아서 양지 바른데 묻어줬죠 뭐."
"그렇군."

덕후는 그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염미홍의 무공을 보아주었다. 경신의 기초는 탄탄히 다진 상태고, 초엽비운은 나름 상승무학이기 때문에 딱히 손 볼 것은 없었다. 염미홍이 남창에서 남직례까지 먼 거리를 도주한 것도 초엽비운의 특징이었으리라. 다만 공력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반면에 급격히 방향을 바꾸거나 진퇴의 완급을 조절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덕후는 즉석에서 초엽비운의 구결을 재해석하여 단점을 보완한 다음에, 어느 은거고인의 무공으로 가장해서 일러두었다. 구결을 암기하면서 염미홍은 비도술도 봐달라고 간청했다. 원래는 노파가 가르쳐 주기로 한 것을, 덜컥 죽어버리는 바람에 비급만 얻었을 뿐 까막눈인 염미홍으로선 익힐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겨우 겨우 한자씩 따로따로 물어 의미를 파악하려고 했으니 전반부만 엉성하게 해석했고, 후반부는 아예 손을 대지 못했다.

비급의 이름은 "섬전쾌류". 노파의 독문절기로 문주 염곽정이 교정해주었다고 한다. 염미홍의 수갑도 노파에게 얻은 것으로 어린(물고기비늘) 처럼 포개져 있는데, 틈새마다 비도를 끼워넣었다가 발출할 수 있는 식이었다. 경신 공부는 어렵지 않게 진전을 볼 수 있었으나,  섬전쾌류를 익힐 때는 덕후에게 호되게 혼났다. 엉성하게 배운 탓에 잘못된 습관이 든 부분은 호되게 질타를 당했다. 그러나 몇 년동안 길들인 자세가 하루만에 고쳐질리가 없다. 계속 동작이 어긋나자 덕후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안되겠다. 형욱을 불러다 비무를 시켜야지. 죽을 지경에 처하면 그 버릇도 고쳐질게야."
"히엑~!"

염미홍이 질겁을하거나 말거나, 덕후의 요청을 받은 형욱은 딱 죽지 않을만큼만 염미홍을 몰아붙였다. 절정을 바라보는 실력에다가 실전에 도가 튼 형욱의 공세는 매서웠다. 그 때 마다  염미홍은 수없이 사선을 드나들었다.

그렇게 일 주일이 무심히 흘렀다. 그 동안 객소에는 세 사람과 시녀들이 오갈 뿐 대상련의 인사들은 안부조차 보내는 법이 없었다.이 날도 덕후는 염미홍이 형욱을 상대로 내지르는 기합과 비명을 안주삼아 느긋한 자세로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중문에서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총관 금천효는 귀티나는 인상에 접객용 미소를 씌우며 인사를 건넸다.

"그간 격조하셨습니까?"
"별로 격조한 것은 아니오. 배려해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소."

인사를 받으며 덕후는 맞은 편 자리를 권했다. 금천효가 등장하자 염미홍은 때는 요때다, 하고 퍼질러 앉았다. 매번 형욱을 상대로 한계에 한계를 거듭하다보니 체면치례는 생각나지 않았다. 대자로 뻗어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을 보면서 금천효는 살짝 인상을 썼으나 곧 풀었다.

"객소에 무공광 셋이 들어섰다고 하더이다."
"정확히는 둘이지요. 소생은 그저 눈요기 삼을 뿐외다."

나 무공 몰라요, 천연덕스럽게 시치미를 뗀 덕후는 형욱이 납도하는 모습을 무심히 눈에 담았다.
 
"다망하신 분이 여기까지 행차하다니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소?"
"하하하, 말에 가시가 있는 것 같군요."
"아니, 오해하지 마시오. 총관직이면 무척 바쁠 것 아니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이오."

안부낙도를 지상과제로 삼는 덕후로서는 대상련에 눌러붙으면 족했다. 섹스 파트너로 염미홍이 있도 여차하면 형욱도 공략할 것이니 밤일이 무료할 틈은 없었다. 만약 덕후 혼자 왔다면 몸이 달아서 금보옥을 겟하기 위해 엉덩이를 들썩이겠지만, 곁에 미녀 둘이 있으니 당장 아쉬울 게 없었다. 덕분에 금천효는 혼란스러웠다. 불러놓고 일주일 동안 방치했다면 서운하거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텐데 아예 개의치 않는 것을 보니 상대의 그릇을 가늠할 수 가 없게 된 것이다.

"흠, 가주 대리께서 부르십니다. 공식적인 만남이 될 것이니 련내의 인사들도 착석 합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제서야 부르러 온 것도 출장 나간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지요."
"하면 갑시다."
"내일 만나는 게....?"
"경사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오."

덕후는 히죽 웃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금천효는 덕후의 차림에 눈길이 미쳤다. 언제 불러도 응대할 수 있도록 의관을 정제한 상태였던 것이다.

"좋습니다. 따라오십시오."

덕후는 금천효의 안내를 받아 본당으로 향했다. 몇 개의 중문을 지나니 길 위에 패방이 세워져 있었고, 그 안쪽에 화려한 전각이 들어섰다. 현판에는 "천상전" 이라고 금빛으로 음각되 있었다. 금천효는 전 앞에 있는 시동에게 귀빈의 내방을 고하도록 일렀다.

잠시 후, 대문이 열리고 덕후는 대청마루로 올라섰다. 대청에는 기하학적인 무늬의 양탄자가 깔려 있었고, 기둥머리 쪽에는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야명주가 박혀있었다. 정면의 단상에는 발이 놓여져 있어 음영만 파악이 가능했다. 그리고 좌우의 의자가 있어 가신들이 팔 자 모양으로 앉아 있었다. 삼십 대의 눈이 부리부리한 장한도 있었고, 서리가 내린 듯 하얀 수염을 지닌 노인도 있었다. 연령과 인상은 다양했으나 다들 부를 과시하듯이 비단이나 패물로 잘 차려입고 있었다.

"가주께 문안을 올리오."

덕후는 포권을 하며 공손히 인사했다. 가신들의 시선이 자신을 훑어보는 것을 감지했으나 모른 척 착석했다. 가장 왼편에 있던 장년인이 일갈하듯 말문을 열었다.

"가주 대리께 청혼한다 들었소이다."

상인이라기 보다는 무인에 어울릴 듯한 체구에 호목을 지닌 이였다. 노한 듯한 인상이 자신에게 닥치자 덕후는 내심 의도를 간파했다. 가신들은 덕후를 나름 분석하여 뼈 없는 유생으로 보고 기선을 제압하려 한 것이다. 선방을 날린 이는 정익훈으로 대상련의 무사들을 통솔하는 직책에 있었다.

"맞소. 그런데 말은 바로 하셔야할 것 같소. 청혼 대상은 가주 대리가 아니라 가주님이오."
"뭣이? 가주 자리는 현재는 공석이오!"
"하하하, 여기가 대상련이 맞기는 맞소? 상인이라면 실리를 우선시 함이 생리거늘, 유자들처럼 고루하게 명분을 따지다니! 머리가 있으면 생각해보시오. 금대숭님의 유언도 있겠다, 현재 금보옥님이 대상련의 대소사를 처리하고 계시니 가주가 맞잖소?"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 덕후는 고개를 저었다. 면박을 당한 정익훈은 얼굴을 붉으락 푸르락 했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감히 손을 쓰지 못했다. 난처해진 정익훈을 구원하기 위해서 염소수염의 중늙은이가 나섰다.

"늙은이는 우치명이라고 하오. 정 대주의 말이 실질적으로는 틀린 것은 아니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아직 대리님이라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하오."
"허 참, 금보옥님은 당대의 여장부요. 정식으로 가주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엇을 하는 것이오? 어디 한 번 견해를 들어봅시다."
 
덕후의 질문에 중인들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가졌다. 별 잡놈이 끼어드는 것 같아 기세를 꺾으려는 것이 실패하고 대상련의 현안을 지적당하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가신들은 금보옥의 능력을 잘 안다. 그럼에도 가주로 추대하지 않는 것은 시대 인식 한계도 있지만, 금보옥의 부군 될 자를 자파 소속을 알선함으로서 대상련의 실세가 되려는 속셈이 있기 때문이었다.

우치명은 발 안으로 살짝 눈치를 주더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자고로 여자가 수장이 되는 일은 별로 없소. 당나라에 측천무후가 있지만 나라를 어지럽히고 뒤끝이 좋지 않았소. 다행히 현종이 수습하여 태평기를 찾았소만."

덕후는 내심 고소했다. 이 시대는 남자들의 세계이다. 여자가 세상에 이름 떨치는 경우가 간혹 없지는 않으나 군림하거나 주도 세력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덕후 자신의 하렘 계획부터가 그런 맹점을 사욕으로 이용하는데 있었다. 한 고조가 무능했어도 수많은 용장과 재사들로 역발산의 초패왕을 꺾은 것처럼 절세가인들로 하여금 실무를 맡겨 각지에 세력을 형성하고 자신은 그 위에 주지육림을 즐긴다는 야망(?)이었다.

눈 떠보니 달이 두 개...는 아니지마는 다른 세상이다. 시일이 흘러 자신이 한 설정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안 덕후는 세상을 변혁하려는 혁명가가 되기보다는 자기 보전으로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수컷의 욕망에 충실하고자 하렘 스케줄을 짜기는 했지만, 현대인 답게 여자의 능력 자체를 폄하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하렘 스케줄 자체가 봉건적 주종 관계를 응용한 것이기에 거느리는 여자들에게 우위에 설 필요가 있었다. 충성 대신 애정을 이용한 책략이라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치관에 대해서는 침묵할 필요가 있었다.

우치명의 소견은 이 시대의 인식인 한편, 덕후의 표리비흥을 꾸짖는 것 같았기에 덕후는 순간적으로 자조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편 덕후는 묘한 반발심이 일었다. 그렇게 따지면 이 시대 남자들은 황제라해도 우희선을 비롯한 자기 여자들의 발가락 밑만도 못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면 무측천 때 그 흔한 민란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오? 그리고 무측천이 나라를 어지럽혔다면 등용한 신료들도 희대의 간신들일텐데 명군이라는 현종이 계속 중용한 까닭은 무엇이오? 개원의 치를 이룬 현종이 말년에 가서 안사의 난을 초래한 것은 어떻게 해명할 것이오?"

산술에는 통달해도 학식은 짧은 우치명은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겨우 말했다.

"그것은 양귀비라는 요녀에게 홀려서..."
"그걸 말이라고 꺼내지나 마시오! 양귀비가 언제 무측천처럼 대권을 쥐기나 했소? 그저 현종이 공사를 구분하는 자제력이 없던 거지. 더 말하면 남자 망신이니 그만 합시다."

불쾌하다는 듯 자리에 일어나 소매를 떨쳐보이자, 우치명은 입매를 일그러뜨릴 뿐 반박할 꺼리를 꺼내지 못했다.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그쯤 합시다. 비록 이 자리가 옛 오나라 땅이지만 설전군유의 장은 아니잖소?"

금천효가 양자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려 했다. 설전군유란 연의에서 제갈량이 동오의 선비들을 현란한 말빨로 격파한 것을 말한다. 덕후의 가치를 암시를 주면서 가신들을 동오의 명숙들 반열로 추어올림으로써 상한 마음을 달래고자 한 것이었다.

이윽고, 발 안쪽에서 낭랑한 음성이 흘려나왔다.

"대상련의 미래를 염려하시기에 가신들이 귀공에게 결례를 끼친 것 같네요. 실례지만 귀공이 제 부군에 어울릴만한 능력을 선보이신다면 이해하실 거예요. 그러면 소녀는 아무말 하지 않고 대상련과 함께 상공으로 모시겠어요."

덕후는 발 안을 보았다. 고수도 쉬이 볼 수 없는 내부를 덕후는 장애없이 볼 수 있었다. 금보옥은 무언가 기대하는 듯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덕후는 한숨을 쉬었다. 우희선이 너무 자신을 낮추는 바람에 진심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금보옥은 가독에 눈이 어두워 자신을 그대로 보지 않고 능력을 이용하려 들고 있었다. 그럼 자신도 선을 그으면 그만이다.

"그럼 어떻게 증명하면 되오?"
"흑룡방을 손에 넣어주세요. 최소한 본련에 적대하지 않도록 회유해주셨으면 해요. 흑룡방주도 염치없게 소녀에게 청혼을 넣은지라...부군을 맞이해서 분란을 안고 싶지는 않아요. 자금은 십 만냥 이하라면 얼마든지 지원해드리겠어요. 기한은 일 년."

폭탄선언이었는지 가신들 사이에 웅성임이 일었다. 일 년이라는 기한은 덕후가 일전에 말한 기한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덕후는 기한을 조정했다.

"일 년은 너무 기오. 자금도 만 냥이면 충분하고. 한 달 안으로 흑룡방을 탈취해보이겠소."

덕후의 발언에 장내는 웅성거림조차 멋었다. 덕후는 발 쪽으로 포권을 하고 한 마디를 던졌다.

"그럼 이전의 약속은 이걸로 갱신한 것으로 알겠소."

침묵을 전송삼아 휭 하니 나가는 덕후의 뒷모습을 발 너머로 보며 금보옥은 문득 가슴 한 구석이 시린 느낌을 받았다.

객소로 돌아오자 형욱과 미홍이 덕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덕후는 그간 있던 일은 알아듣기 편하게 알려주었다.

"한 달 안에 흑룡방을 얻겠다고요? 제 정신이에요?"
"대상련에 문전박대 당할거라고 짐작하신게 누구였더라?"

덕후는 염미홍의 콧등을 살짝 잡아 흔들었다.

"...저영(저요)."
"알면 되었고. 조만간 여길 나갈 준비를 하지."
"으...남창 가기는 싫은데. 저, 빠짐 안될까요?"

엿가락처럼 찰싹 달라붙자 덕후는 이마에 가볍게 콩! 하고 알밤을 주었다.

"어허, 삼고초려를 하려는데 본인이 빠지면 어떻하나?"
"제가요?"
"그래. 흑룡방을 날로 얻으려면 은거한 와룡선생을 지극정성으로 모셔야 하지. 소열제(유비)가 몸소 나서니 충무후(제갈량)를 구하면 만사가 형통이니라."

덕후의 뜻모를 소리에 염미홍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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