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흡혈유희> -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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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383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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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각성


“잡아 ……, 크윽!”

“크아악!”


대략 수백 명의 복면인이 한 명과 격투를 벌이고 있다. 아니 거의 일방적인 도살이라고나 할까? 이유모를 마성에 사로잡혀 폭주한 제갈지민이 외당당주라는 복면인을 죽이고 도망치자 곧바로 수많은 복면인들이 나타나 그를 공격했다.


처음에 그들은 그를 사로잡으려 했으나 제갈지민이 정상이 아니고 게다가 상상치 못할 괴력을 발휘하자 거침없이 살수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갈지민도 점차 상처를 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 별로 소용이 없었다.


상처를 입더라도 실로 놀라운 속도로 다시 상처가 회복되는 것이다. 그래도 한계가 있는 것인지 점차 회복되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게다가 처음에는 티가 나지 않았으나 점차 그의 괴력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놈은 지쳤다. 밀어 붙여라!”

“절대 놓치지 마라!”


그는 서서히 복면인들에게 밀리고 있었다. 결국 누군가의 일장을 맞고 그대로 천길절벽으로 떨어졌다. 사흘간의 대수색 끝에 그들은 제갈지민이 죽었다고 판단, 그대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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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 이곳은?”


어두운 동굴 속, 한 사내가 눈을 떴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다음에는 자신의 몸을 살펴보고 흠짓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죽은 것이 아니었나? 시체조차 남지 않았을텐데 ……. 으윽!”


갑작스런 두통. 그리고 새로운 기억들이 물밀듯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수천년의 세월 동안 그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지식들이었다. 대략 반나절이 지난 뒤 그는 다시 눈을 떴다. 어느 새 그의 눈빛은 냉정함을 되찾고 있었다.


“이건 재미있군. 환생이라 ……, 그것도 다른 차원에서 …….”


제갈지민, 아니 뱀파이어 로드 블레이드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똑바로 앉았다.


‘유사인종도 몬스터도 없고 마법도 정령도 없다. 그 오만한 도마뱀이나 잘난 신들의 간섭도 없다. 솔직히 그 소림사나 무당파라는 놈들은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

“무림이라 ……. 나름대로 재미있는 세상이야. 그나저나 어디 …….”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그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가 다시 풀어졌다.


“심장에 써클도 없고, 마력도 미약하고 ……. 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겠군. 이곳에서 나이는 이제 십오 세니 시간은 충분하겠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선 이곳이 어딘지부터 알아봐야 겠군. 그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동굴 …….”


순간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황급히 동굴 벽으로 다가가 세심하게 여기저기 살펴보던 그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피어났다.


“분명 본래는 자연적인 동굴이지만 누군가 손을 댄 흔적이 있다. 혹시 이곳은 누군가의 거처인가? 하지만 생명반응은 느껴지지 않는데 …….”


잠시 망설이던 그는 이윽고 거침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동굴을 따라 걷던 그의 눈 앞에 석문이 나타났다. 석문 바로 위에는 중원의 글이 아닌 전혀 낯선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걸 본 그의 두 눈이 커졌다.


“저, 저건? 어째서 저 글이 이 곳 중원에 …….”


굳은 표정으로 잠시 글을 보던 그는 이윽고 한 손을 들어 오망성을 그렸다. 그러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걸 본 그는 자신이 잘못 보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설마 ……, 내가 처음이 아니란 말인가?’


안으로 들어서는 그의 얼굴에는 희미하게 당혹감과 희열이 자리잡고 있었다. 안은 그다지 크지 않은 석실이었는데 가운데에 석탁이 놓여있고 두루마기 하나와 옥합이 한 개 놓여있었다. 또한 석실 오른쪽에 작은 서가가 있었는데 대략 십여 권의 서책들이 꽃혀 있었다.


그는 석탁으로 다가가 두루마기부터 펼쳐보았다. 두루마기에 적힌 글 역시 중원의 언어가 아니었다. 석문 위에 적힌 것과 같은 글자 …….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글을 읽기 시작했다.


<연자가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면 나와 같은 세이렌 대륙 출신일 것이다. 내 이름은 …….>

‘역시 잘못 본 것이 아니었어! 틀림없는 세이렌 공용어야.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내 이름은 카이렌 크레스트. ‘빛의 탑’의 전임 마스터였다.>

‘뭐? 그 미친 늙은이가 중원에?’


카이렌 크레스트.

마법역사상 처음으로 9서클에 도달한 대마도사였으며, 크레이지 메이지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유는 그가 글자 그대로 마법에 미친 마법사였기 때문이다.


백마법은 물론이고, 정령마법, 심지어 당시 금기시 되어 있던 흑마법까지 익혀 한데 대륙의 공적으로 낙인찍힌 적이 있었으나 당시 드래곤 로드였던 골드드래곤 아킬레오스의 중재로 단지 마탑에서 파문당하는 것으로 무마될 수 있었다.


그 뒤 그는 10서클의 마법에 도전한다며 어디론가 은거해 버렸으며 이후 그의 소식을 들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천만 뜻밖에도 전혀 다른 차원인 이곳 중원에서 그의 이름을 듣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사라진 뒤 벌써 삼천년이 지났는데 ……. 그러나 이 동굴은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 잘해야 5, 6백 년 정도야.’


<나는 친우인 아킬레오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마법에 도전했다. 바로 차원이동마법이다. 무려 오십 년간의 긴 연구 끝에 결국에는 이곳으로 넘어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곳의 인간들은 나를 배척했다.>


<나의 마법과 외모는 이들에게 낯선 것이었다. 그들은 나를 경계했으며 두려워했다. 또한 경멸했다. 마치 세이렌의 인간들이 몬스터를 대하듯이 ……. 그래서 나는 이들이 절대적 척도로 삼고 있는 ‘무공’이라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시험해 보기로 결심했다.>


<이곳의 무림인들 중 소위 ‘백도인’이라 불리는 자들은 내 마법을 사술이라고, 나를 오랑캐라고 비하했으나 그들이 ‘흑도’라고 부르는 자들 중 상당수는 내게 동조했다. 나는 그들 중 내 명을 충실히 따를 추종자들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즉 나만의 세력을 만든 것이다.>


<어느 정도 세력이 커지자 더 이상 숨기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때 맞춰 내가 의제로 삼은 흑도의 후기지수 하나가 죽었다. 그것을 빌미로 나는 ‘환영문’을 정식으로 세상에 노출시켰다. 그의 죽음은 개인적으로 유감이지만 결과적으로 내게 명분을 가져다주었다.>


<전쟁을 치루면서 나는 의외로 흑백간의 갈등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고 또한 내가 무공을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전쟁을 끝내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어느 새 환영문은 천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내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나는 실패를 인정했고 그래서 조용히 사라졌다. 이제 더 이상 내게 천하는 중요하지 않다. 환영문이 이겨 마도천하를 이루건 무림맹이 이겨 정도천하를 이루건 나와는 관심 밖이다. 그러나 무공에는 확실히 흥미가 있었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무공과 마법을 동시에 익힐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흑마법과 연금술까지 총동원하여 나름대로 연구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마나 서클도 없고 단전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자에게 전한다. 서가를 보면 내가 창안한 내공심법이 있다. 그것을 익힌다면 마법과 무공을 모두 익히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1써클에서 9써클까지의 흑백마법서와 정령소환술, 연금술에 관한 서책도 있다. 한마디로 내가 가진 모든 마법지식을 전부 서책으로 남겨 두었다.>


<옥합에 있는 것은 과거 내가 세이렌 대륙에 있을 때 운좋게 손에 넣은 레드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다. 마법이든 무공이든 그대에게 분명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 남겨둔다. 나는 다시 여행을 떠난다. 고향인 세이렌으로 가게 될 지, 아니면 또 다른 차원으로 가게 될 지는 나도 모르겠다.>


<만약을 위해 비급의 마지막에 내가 사용한 차원이동 마법진을 남긴다. 그러나 한 가지 충고하건데 그대가 최소한 9서클에 이르거나 여기 표현으로 소위 현경의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 절대 마법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경고한다.>


<그대가 얻은 힘으로 이곳 무림을 지키든, 무림정복을 노리든 그대의 의지대로 하라. 혹 주신이 허락한다면 다시 만나기를 …….                          - 카이렌 크레프트>


“놀랍군. 천하제일마로 알려진 환영신군이 카이렌이었다니 …….”


두루마기를 석탁에 다시 내려놓으며 그는 나직이 감탄했다.


‘아무래도 차원을 넘어오면서 시간의 오차가 생긴 것 같다. 그곳의 삼천년이 이곳은 오백년이란 건가?’


그는 서책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법의 방식이 기존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래도 마법에 무공을 접목시키느라고 다소 변화를 준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카이렌의 내공심법이 자신의 육체에 꼭 맞는다는 점이다. 마치 자신을 위해 만든 무공 같았다.


“좋아, 익혀주지. 그리고 이곳에 나만의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겠어. 두 번 다시 과거처럼 그렇게 모든 것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두 눈이 굳은 의지로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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