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흡혈유희> - 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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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419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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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돌아온 제갈지민


백의를 입은 한 청년이 길을 걷고 있었다. 사내는 객잔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시장하군. 제대로 된 식사는 4년만인가?”


그는 거침없이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점소이가 재빨리 그에게 다가왔다.


“어서 옵시오. 이쪽으로 …….”


사내가 점소이가 안내하는 대로 1층 자리에 앉자 점소이가 입을 열었다.


“저희 만전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 집에서 자신하는 요리로써는 …….”


그 뒤로 반 시진이나 점소이의 장광연설이 이어졌다. 짜증도 내지 않고 묵묵히 듣고 있던 사내는 점소이의 말이 끝나자 평이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가 말한 요리 전부 가져오게.”

“예? 전부요?”

“아, 그리고 죽엽청 한병.”


말과 함께 점소이에게 금원보 하나를 던져주자 그의 두 눈이 커졌다. 남은 잔돈은 가지라고 하자 점소이의 행동이 빨라졌다. 요리를 전부 가져온다고 해도 최소한 반은 남을 것 같았다. 그런 점소이를 보며 사내는 피식 웃었다.


‘세가가 코 앞인데 굳이 돈을 아낄 필요는 없겠지.’


두 말 할 것 없이 이 사내는 바로 제갈지민이었다. 드래곤 하트 덕분에 무려 삼갑자의 내공을 지니게 된 그는 그가 혼원심법이라 명명한 무공을 8성까지 익힌 상태였다. (비록 드래곤 하트를 반의 반도 채 녹이지 못한 상태였지만) 마법 또한 6서클 유저에 다달해 있었는데 전생의 흑마법에 대한 지식이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됐다.


동굴에는 비단 마법서나 비급 등만 아니라 환영신군이 환영문을 떠날 때 들고 나왔는지 약간의 보석도 있었다. 덕분에 돈도 부족하지 않았다. 세가를 지척에 두고 그가 일부러 주루에 들린 이유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날 납치한 자들도 세가에서도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겠지. 이대로 무작정 집으로 가는 것보다 잠시 강호정세를 알아보는 것이 …….’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있는 사이 요리가 나왔다. 음식을 먹으면서 그는 피식 웃었다.


‘인간의 몸을 지니니 이런 장점도 있군.’


보통 뱀파이어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오직 피만 섭취할 뿐 ……. 로드라 할지라도 다만 습관적으로 먹을 뿐 맛이나 냄새를 느낄 수 없다. 허나 제갈지민은 영혼은 뱀파이어 로드의 것이나 육체는 인간의 몸, 당연히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생각보다 괜찮은 음식이었다. 막 술 한 잔을 들이키는 데 기이한 냄새가 났다. 한창 식사 중에 까닭모를 악취가 풍기니 자연 그의 안색이 가볍게 찌뿌려졌다. 허나 내색 않고 냄새가 난 곳을 바라보는 순간 그의 얼굴이 묘해졌다.


“설마 네 놈 혼자 이 많은 음식을 다 먹을 생각은 아니겠지? 음식을 남기면 벌 받는다. 마침 이 거지가 한가하니 기꺼이 수고해주마.”


누덕누덕 기운 옷에 땟구정물이 흐르고 손톱 역시 때가 끼어 새까맸다. 기이한 악취는 바로 그에게서 나고 있었다. 대략 4, 50세 쯤 됐을까? 어쨌든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멋대로 한 뒤에 제갈지민의 허락도 받지 않고 그대로 맞은편에 앉아 거침없이 음식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행동에 제갈지민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순간적으로 그의 눈이 거지의 허리로 향했다. 과연 허리에는 일곱 개의 매듭이 있었다.


‘일곱 개이면 이곳 분타주인가 ……. 운이 좋군.’

“저는 제갈세가의 제갈지민이라고 합니다. 혹시 선배님께서는 개방의 고수이십니까?”

“내 허리를 확인했으면서 시치미 ……. 응? 낯익은 얼굴이다 했더니 ……. 사천성에 있어야 할 네가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제갈지민이 일어나 공손히 포권하며 자기소개를 하자 무심결에 대꾸하던 거지가 문득 뭔가 떠올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알기로 제갈지민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 그의 말에 제갈지민의 두 눈이 또 한 번 빛났다.


“혹시 전에 제가 선배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아니,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없다. 네 얼굴을 아는 것은 네 초상화를 봤기 때문이고 ……. 아!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을 말하지 않았군. 이곳 분타를 맡고 있는 오통달이다.”


“조금 전 하신 말씀은 무슨 의미인지 …….”

“모르겠다?”


말과 함께 갑자기 오통달의 우수가 뻗어왔다. 절정의 금나수법이었다. 제갈지민은 반사적으로 뒤로 몸을 튕기듯 물러났다. 그리고 당혹한 듯 외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해마다 열리는 오룡지회도 모른단 말이냐? 벌써 3년째이거늘 ……. 네 놈은 대체 누구냐?”


“무슨 말씀입니까? 오룡지회라니 처음 듣습니다.”

“이미 세 번이나 참가한 놈이 모른다니 ……. 그것이 바로 네가 가짜라는 증거다!”


‘이게 대체 무슨 ……, 설마 가짜?’


계속 그의 공격을 피하다 보니 어느 새 밖으로 나와있었다. 오통달의 손속 또한 매서워져 있었다. 순간 그의 손모양이 바뀌었다. 금나술에서 장법으로 ……. 오통달의 기합과 함께 반사적으로 지민의 우수가 휘둘러졌다.


“비룡제천!”

“천망회회!”


폭음과 함께 오통달은 서너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났고 제갈지민은 대여섯 걸음을 물러난 뒤 자리에 주저앉았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한 줄기 선혈이 흘렀다. 사실 전력을 다하면 동수를 이루는 것도 가능했지만 일부로 칠성 공력만 사용한 것이다.


“강룡십팔장 ……. 과연 개방의 성명절기답게 대단하군요.”

“유운보법에 천애유룡수 ……. 분명 제갈세가의 독문절기인데? 이게 어찌된 거냐?”


반신반의하는 그에게 제갈지민이 일어나며 무언가를 던졌다. 처음에는 암기인가 하고 경계하던 그는 살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잠자코 물건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건 ……, 틀림없이 …….”

“세가의 소가주임을 증명하는 신패입니다. 명색이 개방의 분타주라면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실 수 있겠죠?”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민과 신패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가까이 다가와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


“아무래도 저희 사이에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할 듯 싶군요.”

“내 생각도 그러하다. 우선 사과하마. 내가 오해했다.”


“아닙니다. 게다가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군요.”

“그런 것 같다. 따라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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