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德厚の野望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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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428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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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싸움에도 대상련은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당장 복주로 쳐들어가지는 못했다. 함선의 피해가 워낙 커 보수하는 데 시일이 걸렸기 때문이다. 대신 전력은 육지군보다 한층 우월하여 소월하는 이 점을 적극 살렸다. 선박을 수리할 동안 하오문도들을 통해 조사해온 정보를 바탕으로 절강 연안에 심어진 상관세가의 협조자들 빠르게 정리해갈 것을 진언했다.

금보옥은 흔쾌히 받아들이며 정익훈과 삼공자들을 선봉으로 내세웠다. 노장과 신진으로 패가 갈려진 두 세력은 서로가 경쟁하듯 쾌진격이요, 파죽지세로 반대세력들을 정리하며 나아갔다.

이 싸움에서 금보옥은 친정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소월하가 사전에 치밀하게 조사해온 첩보를 바탕으로, 현장 지휘는 전적으로 일임하고 전체적 국면에서 벗어나지 않게끔 범위에서 한 발 물러났다.

해로군은 쌍서 전투가 분수령이 되었다. 원래 쌍서는 밀무역의 거점이자 많은 이권이 개입되어 있었고, 염효 출신의 유력자가 상관세가를 후원한 일이 들통나자 두려워 하기는 커녕 대차게 반격할 준비에 나섰다. 여기에 호응하기 위해 가주를 잃고 패퇴하던 지씨 무사들이 합류하여 세를 불리고, 용위수에게 서신을 보내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쌍서의 기세는 오기로 끝났다. 유력자가 아무리 염효로 굵어온 잔뼈와 밀무역을 통해 왜구들과 신사들 사이의 거래를 주선하던 수완을 믿는다 해도, 대상련이 말석이라고는 하나 왜 십패 중에 하나인가를 망각한 처사였다.

또한 련주와 검후의 그늘에 가려져 있을 뿐, 정익훈과 삼공자도 절강에서는 쟁쟁한 고수들이다. 그 동안 두 여인에 가려져 활약을 못한 한풀이 하듯 크게 용맹을 떨쳤다. 유력자가 쌍서에 평생 동안 쌓아올렸던 기반이 주인의 목숨과 함께 모조리 잿더미가 되는 것은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되려 유력자를 도와 설욕전을 하려던 지씨 무사들도 이 싸움으로 그나마 있던 전력을 소진해 더 이상 절강 연안을 돌아다닐 수 없게 되었다. 선박 수리를 마친 대상련의 함선들이 출항하기 전에 퇴각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빠진 것이다.

육전에 이어 해전까지 상관세가가 고배를 마시자, 주전자인 용위수는 대번에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하무태의 죽음도 뼈아프거늘, 지왕준까지 죽다니 현실로 믿어지지가 않았다. 서전에 승리했다는 소식을 듣고 추이를 지켜보던 용위수는 비장의 결단을 내렸다. 육로군을 단기간에 박살내 복건 북부의 여러 문파들을 단속하고, 돌아와 해상군을 상대한다는 적극적 방어였다.

대상련 침공은 물건너 가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지자 용위수는 속에 불길이 머리끝까지 솟는 것 같았다. 양 날개가 꺾이고, 주력으로 남겼던 용가의 무사들도 방어전에 얼마나 손실을 입을지 알 수 없었다. 다년간 모략 끝에 상관세가의 중추를 누르고 있지만 반발하는 이들이 나타나지 말란 보장이 없다. 최소한 몇 년간은 권토중래를 다짐할 수밖에 없으리라.

"....역시 상관세가는 불길하다. 다음 출격 때는 용가의 이름으로 나서리라."

용위수는 그렇게 억지로 위안거리를 찾았다. 용위수가 용가무사들을 이끌고 포성으로 향하자, 다급해진 것은 대상련 육로군이었다. 후속 지원도 바랄 수 없어 겨우 천명만 실제 전력이다. 해상군의 진격에 따라 보조하는 전력이라면 모를까, 주공이 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돈을 다시 뿌려 다시 낭인들을 모으려 해도, 처음 조직 때 강남 일대를 이 잡 듯 긁은 터라 인근에서는 씨가 마른 처지였다. 모아도 여태 조련한 전력에 한덩어리로 쉬이 융화될지도 의문이다. 사람도 시간도 없는 처지라 군영대들을 이끄는 수뇌들의 입장에서는 애가 탔다.

선하령에서 멀지 않는 장원의 중정에 염미홍을 비롯한 형욱, 세휘는 근심에 사로 잡혔다. 본성이야 어쨌든 꽃다운 처자들이 시름에 잠겨있으니 다가가 위로할 법하건만 유일한 남자인 덕후는 전신에 붕대를 감은 채 간이침대에 누워 부용의 시중을 받고 있었다.

하무태의 목을 따고 도주하면서 입은 부상은 다 나았으나, 한 달도 안 되어 털고 일어나면 의심을 살게 뻔해 진료하는 의원을 최면술로 속이고, 눕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심각하게 문답을 나누는 세 여자를 구경하면서 덕후는 다른 고민에 잠겨 있었다. 용위수가 이쪽으로 칼날을 잡았다는 것도 화급하지만, 해로군의 승전의 계기 중에서 왕명 사칭이 끼워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쪽부터 신경이 쓰였다.

-똑똑한 마누라 셋이 무슨 작당을 하는 걸까? 아 놔, 좀 점잖게 위선 떨며 살려 했지만....이 일이 끝나고 돌아가면 막장의 진수를 보여주어야겠군.

전제계급사회에서 황명은 절대적이다. 그보다 한 급수 아래이지만, 부황제급 특혜를 받은 덕후의 왕명은 일반 왕부의 명령과는 차원이 틀리다. 덕후는 이 일로 세 마누라들의 약점을 쥘 수 있지만, 반대급부로 공식적인 흠집을 짊어지게 생겼다는 데 골치였다.

-섹스 무한 이용권으로 얻어낼까?

세 여자들은 기가 매우 세다. 덕후도 그녀들의 의사는 존중하는 편이라, 자신의 성욕 표현도 허용범위에서 시도할 뿐이다. 황족 치고는 마누라 눈치를 살피는 셈이지만, 내실로는 현대인의 가치관을 고수하는 덕후로서는 당연한 남녀 간의 규칙이다.

-그만두자.

봉건적인 면을 이용해 처첩 관계로 묶기는 했지만, 살을 맞대는 영역까지 과도하게 정략을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상념을 접는 순간, 귀가 갑자기 틔인 듯이 염미홍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여보오오오~내 이야기는 듣고 있어?"
"......데인져러스럽도록 델리케이트한 시츄에이션이라는 건 언더스탠드했지."

외래어를 마구 주워섬기자 염미홍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묘하게 해탈한 듯한 덕후의 안색을 발견하고는 다급히 다가갔다.

"상황이 다급하다고 정신 줄을 놓으면 안 돼."
"하지만 이 꼴로 뭘 하라고?"
"자기의 가치는 몸이 아니라 그 머리와 입이잖아."
"호오.....몸이 아니라고? 으으음! 아직 나는 죽지 않았다!"

덕후는 허리를 들어 올리며 용을 썼다. 허리 아래 붙은 가운데 다리를 치켜세우려는 듯 한 몸짓이다. 망측해진 염미홍이 허리를 꽉 눌렀다.

"아이고~ 울 마누라가 서방 허리 분지른다~!"
"미, 미안. 괘, 괜찮아?"

엄살임이 뻔히 보이는데도 평소라면 주먹 한 방 날리거나 꼬집겠지만, 하무태를 날려버리고 자신 대신 칼을 받아준 덕후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따지고보면 병주고 약준 셈이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묘한 구석이 있다.

"괜찮아. 허리는 당분간 못써도 대신할 혀는 남았으니까."

혀를 날름 내미자 염미홍은 얼굴이 문득 확 달아올랐다. 항주에 있을 때 덕후가 금욕한다고 보지를 핥았을 때를 연상한 것이다. 그 작용으로 염미홍은 아랫도리가 찌릿해지면서 축축해지는 것 같았다. 애정의 고취가 자연스럽게 상대를 요구한 것이지만, 시대의 벽을 지닌 염미홍으로서는 육신의 반응이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내심을 숨기면서 손을 뻗어 붕대를 감지 않는 손등을 꽈악 꼬집는다.

"걱정했더니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윽!"
"그런 시시한 소리 말고 대책을 세워, 대책을!"
"미홍아."
"응?"
"남자가 성욕이 가장 강렬할 때가 언제인 줄 아니?"
".....어, 언젠데?"

덕후의 노골적인 말에 더듬 대꾸하는 염미홍만 아니라 형욱과 세휘, 부용까지 모른 척 하면서도 귀는 솔깃해한다.

"그건 2세를 남기고 싶을 때란다. 육신은 죽어도 피와 살을 이어주는 자식을 봄으로서 일족으로 영원을 추구하는 것이지. 그래서 노인들이 성욕이 왕성하지...나도 곧 죽을 몸이라서..."

팔을 내놓고 꽥 하고 고개를 돌린다. 끝내 임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염미홍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다가 쌩긋 웃었다. 몸을 돌려 머리 밑으로 간다. 그리고 상체를 숙인 채 자신의 부드러운 쌍구의 계곡에 덕후의 얼굴을 파묻었다.

"원하는 대로 해드리죠. 대신 이대로 죽으시지!"

천 사이로 달콤한 젖내 음과 부드러운 감촉에 헤죽 웃던 덕후의 귓가에 염미홍의 싸늘한 음성이 꽂힌다. 식겁한 덕후가 고개를 틀려고 하지만 머리를 꽉 눌린 터라 소용없었다. 체신을 지키라고 달려들 형욱도 이번만은 못본 척 하는지 말리려들지 않는다. 세휘는 부용의 눈가를 가릴 뿐이었다. 남자 경험이라면 여기 있는 여인 중에 가장 많을 소녀지만, 겉보기에는 가장 어려 보인다. 연장자인 세휘 입장에서는 정서에는 좋지 않다고 여긴 걸까.

질식 직전까지 몰아가다 덕후가 손으로 염미홍의 팔과 어깨를 두드리며 항복 선언을 하자 풀어주었다. 스스로 행위에 계면쩍음을 느꼈지만 가슴 섶을 고치면서 흥, 하고 기세 좋게 코웃음을 친다. 덕후는 훅훅, 가쁘게 폐에 산소를 공급하다가 입을 연다.

"바, 방금 행위 황족 시해 미수인거 몰라?"

덕후의 항명에 여인들은 움찔했다. 워낙 대놓고 행동해서 의식을 못하게 만들어서 그렇지 까딱하면 구족이 몰살 당할 수 있는 행위였다. 염미홍은 속으로 찔금하면서도 튕겼다.

"펴, 편할 때만 황족 찾으시네. 지금부터라도 사죄를 청할까요?"
"아니 됐고. 다음 부터는 이런 짓하지마. 최소한 다른 이들 앞에서는."

이런 일로 마누라들 기가 죽는 것은 원치 않아 덕후는 투덜거렸다. 그 태도에 염미홍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질식사라니 그 놈 짝 날 뻔했네."
"그 놈이라뇨?"
"....그런 머저리가 있을 거야."

애매모호하게 흐린다. 덕후가 언급한 이는 세종 가정제다. 덕후의 입장에서는 다다다음대(성화제->홍치제->정덕제->가정제) 황제라 먼 미래의 일이니 언급하기가 곤란했다. 가정제는 궁녀들에게 목졸려 죽을 뻔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이비 도술에 홀려, 궁녀들의 월경액을 강제로 체취한 엽기행각이 원인이 되어서였다.

계속 장난치면서 튕길 입장이 안되는지라, 덕후도 본론으로 들어갔다.

"용가도와 단독으로 싸우는 시점에서 지는거야. 절대 붙으면 안 되겠군."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면 여태 물밑 공작한게 허사가 되잖아요?"

복건 이북의 문파와 유력자들에게 돈을 뿌려댄 세휘가 은근히 반대했다.

"듣기로는 용위수는 절정고수라고 했잖아요. 여기 형욱군과 일대 일 비무는 어떤가요?"
"용위수가 너무 적자잖아."
"그럼 올리면 되죠. 귀부를 조건으로요."

세휘의 말에 염미홍뿐만 아니라 덕후까지 어? 하는 소리를 냈다. 염미홍이 급히 물었다.

"잠깐, 천하문을 용가에 넘겨주란 말이야?"
"용위수는 천하문의 개입에 미지근한 입장이었잖아요. 물러나다 못해 등을 돌리고 협력해준다면 쌍수를 들걸요. 현재 손 하나라고 아쉬운 처지니까요."
"그건 대상련에 대한 배신이잖아!"
"뭐, 그렇게 될리가 없으니까 이기면 돼거든요. 병가에 속임수는 사양하지 않는 법이라잖아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보이는 세휘. 그녀의 푸른 눈이 형욱을 향해 무한한 신뢰를 보냈고, 형욱은 냉정하게 거부했다. 멋모를 번역 시절에 세휘의 이런 화법에 몇 번 당했으니 내성이 생긴 뒤였다.

"내게 부담을 지지 마라. 용위수가 주군이 말한 경지라면, 현재의 나로서도 쉽게 감당하기 어렵다."
"쳇, 그런데 용위수를 알아?"
"남해에 부백호로 종군한 적있으니까. 왜구를 상대할 때 멀리서나마 본 적 있다."

형욱이 가전무공 뿐만 아니라, 동영에서 발원한 연혼쇄옥류를 습득한 것도 복건의 연안을 전진하고 다닐 무렵이었다. 그래서 용위수가 왜 패도무쌍으로 불리는지 그 광경을 직접 보기까지 한 적이 있었다.

"어쨌든, 그 방법은 반대!"

염미홍은 두 팔을 교차시키면서 X자를 만든다. 초록이 동색이라고 붙어사는 동안 어느새 덕후의 몸짓이 일부 옮은 듯했다.
 
"뭐, 그 다음 방법은...련주님께서 하셨듯이 용위수를 용가도와 떨어뜨려놓아서 협공해서 죽이는 거고."
"비겁하지 않은가?"
"난 이기고 보는 게 정의라는 주의라서. 뭣보다 네 말로는 힘들다며. 그럼 거들어야지. 나나 염문주님이라면 그럭저럭 한 몫은 거들 수 있으리라 보는데?"
"....못 이긴다는 말은 안했다."
"무사의 자존심을 세울 요량이니? 한갓진 유람이나 할 때나 쓰려무나."

형욱이 계속 퉁을 놓자 세휘는 살짝 골이 난 듯 했다.

"용위수로 떼어놓기 위해 용가도를 유인한다해도 기껏 남은 숭무단이랑 군영대가 완전 가루가 될텐데. 용위수도 귀가 있다면 지왕준의 일을 들었을 테니 따로 떨어지는 걸 경계 할테고..."

덕후는 맨 턱을 쓰다듬으며 장고에 들어갔다. 원래 용위수는 주인공(덕후 아님)의 조력자 겸 라이벌 적인 존재이다. 주인공(덕후 아님2)이 우왕 굳! 실력으로 흑룡방을 삼키고, 대상련과 손잡고 대치하다가 주인공(덕후 아님3)의 말도 안 되는 호기로 극적으로 화해를 하는 흐름을 탄다. 킹왕짱을 강조한 것이라 계략이니 제대로 된 진행은 없다. 덕후가 그 흉내 내면 가능하겠지만, 그럼 자신의 존재가 전면 부각되니 도루묵이다. 거기에 후방에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이를 아군으로 둘 마음은 없었다.

-결국 그 수밖에 없나.

덕후는 암암리에 한숨을 쉬었다. 품속에 손을 가져가니 인피가 만져졌다.

"일대 일이라든가 귀부는 무리지만, 퇴각하겠다는 건 어때?"
"가능해요? 염 문주님이 하무태의 목을 취하셨잖아요?"
"그 목을 돌려주면서 용위수의 체면을 살려주는 쪽이라면. 세휘 말대로 용위수는 천하문의 개입에 소극적이었다고. 속으론 이를 갈겠지만 정말 손을 쓰는 건 대상련을 쓰러뜨리고 세를 불리고 난 시점이겠지."
"정말 철수 하는거야?"
"연안 쪽으로 해상 군과 합류하는 척만. 계륵 같은 1천이라도 쓰기 나름이지."
"하, 하지만..."
"자고로 소금 먹은 놈이 물켜는 법. 용위수가 불리해지면 받은 돈만큼 언제든지 이쪽에 붙을 놈들이니까 밑천 들인 효과는 아주 사라진 건 아닐 게야. 그것보다...."

덕후는 품에서 만지작거리던 것을 중인들 앞에 꺼냈다. 인피면구였다. 다들 어리둥절해 하는데, 상관 부용만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인피면구의 생김새를 보는 순간 누군가를 연상한 탓이다.

"물러나더라도 하독은 해둬야지."

면구를 얼굴 위에 슬쩍 올리면서 중얼거린다. 후후, 웃는 것이 불길하게 느껴졌다.

"이럴때 보면 자기는 꼭 악당 같아...."
"이왕이면 프랜들리한 상담가라고 불러 주렴."

왕재수! 뜻은 몰라도 네 여인의 뇌리에 똑같이 스친 상념이었다.

방침이 정해지자 육로군은 퇴각 준비로 분주해졌다. 이때 용위수는 포성에 당도해 하군록을 만나 그간 경과를 듣고 복건 북부 제 문파를 소집하여 쇄신했다. 하무태보다 윗줄인 용위수의 친견에 각 수장들은 별 다른 항명 없이 따랐다. 패도무쌍이라 불리며 상관세가의 실권을 잡은 효웅으로, 독심에 대해서는 은근히 알려져 있는지라 다들 찍히지 않게 위해 쉬쉬하고 있었다.

본보기로 한 문파를 골라 족치려던 용위수는 제문파들이 먼저 알아서 굽히자 재정비를 하군록에게 위임하고 육로군 정벌에 주의를 돌렸다. 육로군은 어디론가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상련과 합류 하려는 속셈인가?"

하군록에게 재정비를 다했다는 보고를 받을 무렵, 항주부에서 선박이 대부분 보수 완료되었다는 비선을 접했다. 이르면 며칠 안에 복주부에 당도하여 위협을 가하리라. 용위수로서는 단기간에 격파하고 귀환해야할 입장이다.

그날 밤, 용위수는 이지러지는 달 아래 중정을 거닐고 있었다. 곱게 다듬고 깐 청석판이 달빛에 요요한 빛을 반사하고, 삭풍을 대부분 비껴내는 강남에서만 볼 수 있는 요초들이 은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한시라도 긴장을 놓지 못하는 성정과 환경 탓에 사위가 정적에 잠긴 밤 산책을 하는 것은 용위수의 유일한 취미였다. 그 취미는 용가의 무사의 보고에 깨어졌다.

"그 놈이 살아있더냐?"

한 올의 정감도 없는 음색에 보고하던 무사의 몸이 움찔한다.

"당장 그 놈을...아니, 여기로 직접 불러라.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확인해야겠다."

살기가 피어오르는 용위수의 말에 무사의 몸이 떨렸다. 급히 부복을 하고는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잠시 후, 한 사내가 조용히 중정에 나타났다. 헤진 옷을 입고 산발을 하고 있었지만 용위수는 그가 자신의 동생임을 알아보았다.

“무슨 염치로 예까지 나타났느냐?”

용악천은 같은 배에서 나온 형의 서늘한 기색을 대하자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용위수는 비굴한 이를 경멸한다는 것을 가까스로 기억해 애써 배에 힘을 주었다.

“천하문과 중계차 왔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용위수는 허리에 있던 검을 뽑아 무릎을 꿇으며 두 팔로 받쳐 올렸다. 용위수는 동생이 내민 것을 힐끗 본다. 중원의 도검과 다른 기이한 생김새. 마라천인혈정이다.

“이깟 검으로 네 죄가 사해질 것 같으냐?”
“우제는 이 검에 대한 비밀을 알아냈습니다. 이 검의 비밀을 풀면 천하를 쥐는 것은 여반장입니다.”

용악천의 간절한 외침에 용위수의 신형이 흔들렸다. 어느새 검 집에서 칼을 뽑더니 서늘한 것이 용악천의 귀를 훑고 지나갔다.

“크윽!”

무언가 어깨를 굴러 타며 지면으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귓가에 뜨끈한 아픔이 폭죽처럼 치솟았다. 용악천은 잘려나간 귀를 감싸려는 팔을 억제하기 위해 주먹을 쥐고 땅을 눌렀다. 그런 용악천의 변화를 유심히 보던 용위수는 검을 달빛에 비쳤다. 무武를 모르는 자라도 혼을 빼앗을 만큼 마력적인 검이었다. 검명이 울리는 듯한 착시에 용위수는 입끝을 말아올렸다.

“....세불리勢不利 하니 나더러 검에 의지하란 말이냐? 상관세가가 용가한테 하극상을 당하는 이유를 너는 아직도 모르겠느냐?”

바위처럼 단단한 용위수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동생을 향해 준엄하게 일갈한다.

“위선과 패륜으로 점철된 상관세가를 흉내고자, 복건의 패자가 되려고 나와 용가가 일어선 것은 아니다!”

용악천은 감전된 듯 부르르 떨렸다.

“하면...상관세가의 패륜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래서 소제는 계집을 죽이지 않았고 감시했습니다.”

용위수는 달빛에 검을 땅에 꽂았다. 흥미가 당긴 듯 했다. 우선 목잘릴 염려는 놓은 용악천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가주께서 생각하신 이 전쟁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강동의 패주.”
“예, 그렇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선결 사항이 있지 않습니까?”
“....상관 세가의 절멸.”
“그 검에서는 막대한 힘이 있습니다.”

베인 자를 시간이 지나면 조종하는 힘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일반인도 검과 감응하면 절정고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다만 현재는 주박으로 상관세가의 혈족만 가능하다. 이것을 상관세가의 손에 들려서 대상련 군과 이이제이하면 어떻겠느냐, 그리고 부용의 입을 빌려 상관 세가의 추문을 천하에 알려 몰락시키자는 것이었다.

“너 답지 않게 말을 잘하는구나. 눈치는 좀 있어도, 이런 재간을 꾸민 머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용위수의 말에 용악천은 철렁한 표정을 지었다. 대놓고 하기에 용위수는 오히려 확신했다. 변체역용술이나 인피면구를 썼다면 귀를 잘렸을 때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땀샘이나 출혈을 보아 진짜였다. 이런 음험한 계략을 낸다는 것이 의외지만 사람이 필사적이 되면, 바보라도 지혜를 짜내는 법이다. 용위수는 용악천의 처우를 결정지었다. 양지에 나오지는 못해도 음지에서 용가의 악업을 해결할 자는 되리라. 지왕준과 하무태가 죽은 이상, 인력 하나라도 아쉬운 판이다.

“좋다. 네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그리고 천하문과는 어떻게 알고 온 게냐?”

용위수의 잠정 승낙에 용악천은 그의 눈치를 보며 출혈하는 귀를 감쌌다.  피를 흘려 어질했으나 정신력으로 누르고 지난 일을 용위수의 의심을 사지 않도록 추려서 설명했다. 지하도로 탈출 한 것 까지는 맞았으나 덕후의 존재는 언급하지 않았다. 심가장을 탈출 하며 상관부용을 제거할 기회를 엿 보고 있다가, 무방비가 된 그녀로부터 마라천인혈정의 내력을 듣게 된 일, 상관세가를 원망하고 있더라는 말에 문득 일을 꾸미게 된 동기를 설명하고는, 대상련과 천하문의 동맹의 내실을 파악하기 위해 낭인 무리들에 잠입하게 된 일, 선하령 전투와 그 이후의 행보를 밝혔다.

“....그래서 천하문주는 선하령에서 막아준 걸로 의리를 다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후속 지원도 없어 대상련을 은근히 원망하고 있습니다. 소제는 이 점을 눈치 채고 접근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습니다.”

용악천은 중간에 기억을 더듬거나 머뭇거리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약간 투박하고 의혹이 없지 않으나 오히려 용위수는 그게 신용이 갔다. 너무 조리에 맞으면 오히려 의심했을 것이다.

“흠, 놓아주면 알아서 물러나겠다....”

용위수는 턱을 쓰다듬었다. 괴씸했지만 불필요한 전력의 소모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혹적이었다. 응징은 대상련을 병합한 뒤에 쳐도 충분하다. 무리하게 궁지에 몰아넣었다가는 같이 손잡고 발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복주에 상륙할 대상련을 저지하는 게 급선무다. 천하문이 알아서 물러난다면 복건 이북의 제문파들의 정예들을 데리고 해안에 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물러난다면 응한 걸로 알겠다.”
“예, 그리 전하겠습니다.”

용악천은 땅에 떨어진 귀를 주으며 비틀 몸을 일으켰다. 용위수는 동생이 물러날 때까지 묵묵히 있다가 문득 허공을 향해 낮게 일렀다.

“쫓아가서 소재를 확인하고 오라.”

용위수의 그림자가 흔들리더니 떨어져나가는 듯 용악천의 뒤를 은밀히 미행했다. 용악천은 경신술을 이용해 야조夜鳥처럼 밤길을 헤집고 갔다. 일반인이라면 보이지 않을 어둠 속에서 미행자는 혈향과 체취, 그리고 호흡과 발소리에 의지해 수월하게 쫓아갔다. 얼마나 추격했을까 오솔길에 이르러 나무 밑으로 꺼지듯 사라지자, 미행자도 속도를 올려 그 뒤를 따랐다. 급경사진 길에 발을 헛디뎠는지 저만치서 용악천이 쓰러져 있었다.

“하악하악~ 핡! 핡! 핡!”

그 순간 귓전으로 괴상한 헐떡임이 스쳐간다. 난생 처음 겪는 생리적인 혐오감에 미행자가 허리를 급히 숙이자 그 위로 날카로운 예기가 스쳐갔다. 고꾸라지는 것처럼 앞으로 튀어간 미행자는 품에 있는 비도를 후방으로 뿌렸다. 그러나 예기의 임자는 허공으로 도약했는지 흘려보내고 이번에는 척수를 노리고 있다.

몸을 틀어 선풍각으로 걷어차려는 순간 목이 뜨끔했다.

-호, 혼혈을....

미행자는 그것으로 의식을 잃었다. 검은 그림자 둘이 달을 지고 자신을 내다보는 것이 최후의 풍경이었다.

“쳇, 남자군. 이럴 때는 쿠노이치 능욕이 정석인데.”
“쿠노...가 뭔지는 몰라도 그걸 따질 상황이에요? 그보다 방금 신호는 뭐죠? 저도 간 떨어질 뻔 했잖아요.”
“애만 안 떨어지면 돼.”
“그걸 말이라고 해욧!”

쓰러진 미행자를 두고 태연하게 만담을 주고받는 이들은 덕후와 세휘였다. 쓰러진 덕후를 보면서 미행자가 멈칫하는 사이에 전음을 날린다. 몸이 굳는 순간을 타 나무 위에 기척을 죽이고 있던 세휘가 암습을 가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실패할 것을 예상해 덕후 쪽으로 보내도록 방향을 차단하고, 시체놀이 하던 덕후가 퍼뜩 일어나 제압한다는 이중 함정에 미행자는 걸렸다.

덕후는 흥미를 잃은 듯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입에 넣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먹을 것을 챙기는가 싶었던 세휘는 덕후를 가까이 보자 굳어버리고 말았다. 한쪽 귀를 잃은 상태로 씹는 것은 귀의 파편이었다. 연골이 으드득 부셔지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상처는 괜찮아요?”
“아아, 괜찮고말고! 용악천이었으니 꾹 참고 버텼지, 본래 나였으면 아프다고 눈물콧물 흘리며 땅바닥을 뒹굴었을 거야.”

기묘한 소리를 한다. 그러나 덕후의 입장에서는 궤변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용위수와 대면한 순간 덕후는 용악천 그 자체였다. 집어 삼킨 지 얼마 안 되는 용악천의 잔재를 끌어모아 몸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심층의식에 몰입하여 표면 의지를 조율 했다. 그래서 그 순간은 용악천 그 자체였으니 용위수 조차 깜빡 속아 넘어간 것이다.

원래 자아가 의식세계를 떠나 무의식의 영역에 떠도는 짓은 덕후로서는 시도하고 싶지 않는 일이다. 오감조차 개화되지 않는 아이 때부터 전생의 의식을 완벽히 깨우친 덕후의 심상은 난 순간부터 기형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자기 자신과 싸움이었다. 컬처 쇼크와 번뇌에 미치지 않기 위해서 몸부림쳤다. 처음에는 잘라내고 물리치려 해도 나중에는 그 것을 받아들였다. 단, 체념에 이은 적응 아니라, 증념憎念에 이른 망집妄執으로. 이대로 크면  사회부적응자선에서 끝나겠지만 불행히도 덕후에게는 초월 인자를 지니고 있었다.

그 초월함은 단순한 물리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깨달음 자체가 종의 진화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간난아이의 신세가 수도자의 그것처럼 고행을 요구했고, 심층 세계들을 관일貫一하며 깊은 경지까지 나아간 것이다. 그대로 두었으면 최소한 개세의 대영웅이나 혹은 초월자로서 각성하겠지만 덕후는 스스로 그 경지를 외면했다.

이유는 단 하나, 지고한 인격에 내다보면 벌레처럼 미천한 자아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평범한 인간의 양식 대한 오기 때문이다. 그 뒤로 덕후가 의지하는 것은 이능력이 아니라 권모술수였다. 다행히 그것을 연성할 환경은 차고 넘쳤다. 황궁이라는 복마전은 덕후에게 오히려 복에 겨운 공간이었다. 육욕과 미망의 도가니에 부대끼며 덕후는 일깨운 경지를 더럽히며 금단 증상을 남모르게 해소했다.

그렇기에 덕후는 그것을 수박 겉핥기로만 익혔을 뿐, 발현하지 않고 깊이 봉인했다. 보신을 위해 배경지식이나 소소한 스펙은 마다하지 않았지만. 다만 한번 깨운 힘이 그대로 잠들 리가 없으므로 의지가 약해질 무렵, 중상을 입거나 심적 그로기가 상태가 되면 자기 멋대로 채근한다. 마라천인혈정의 탄생에 개입하고 용악천을 집어삼켜 탈바꿈하고 나서는 그 증상이 심해진 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 증상을 다독이지 못하게 만드는 심화心火가 알짱거리고 있어 아예 날을 잡은 게 지금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 하렘의 길은 정녕 힘겨운 것이야...”

우물우물 거리며 내뱉던 덕후는 입에 물고 있던 것을 신경질적으로 씹는다. 아드득, 찹찹 소리를 내면서 덕후는 세휘를 바라본다. 달의 마력을 받아서 인가 눈에 깃든 광기는 굶주린 야수의 그것처럼 노르슴하게 번뜩였다.

“내가 지금은 좀 예민해서, 아아, 귀가 매우 간지러워. 피나도록 긁고 싶지만 참아야지. 그렇지?”
“네에. 네.”

그리고 세휘는 덕후의 잘린 귀에 무언가 스멀스멀 돋아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살덩어리가 번식하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하나의 형태를 갖춘다. 그것은 귀였다. 그로테스크한 광경에 세휘는 얼어붙은 듯 꼼짝 못했다.

“별로 안 놀라네?”
“노, 놀라고 있어요. 어떻게 살이 돋아날 수 있는 거죠? 아, 사실은 귀가 잘린 게 아니었...”
“여기까지 보여주는 걸 보면 모르겠어? 이만 솔직해지자. 너도 나처럼 이 세계 주민이 아니잖아?”

거짓말처럼 세휘의 호들갑이 사라진다.

“언제부터 알았죠?”
“처음부터. 원래 없던 존재가 그렇게 튀어나오는데 모를 리가 있나.”

덕후는 단호하게 자른다. 그는 고개를 치켜들어 하늘을 보며 두 팔을 활짝 뻗었다.

“여긴 꿈같은 세계야. 뭐, 이계진입 자체가 놀랄 노자지만 말이야. 주인공의 세세한 요구사항까지 맞춰주는 경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무언가 과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개입이 있지 않고서는.”
“여긴 엄연히 현실이에요. 당신이 생각하는 가상세계는 아니에요. 과거 회귀도 아니지만요.”
“다행이군. 매트릭스 같은 신세는 피하고 싶으니까. 나를 여기로 인도한 주체는 누구지?”

심층 밑에 단단히 응고된 증념이 미약하게 꿈틀거리는 것을 다독이면서 덕후는 평온한 얼굴로 물었다. 세휘는 망설이는 듯 하다가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은 덕후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덕후는 잡아먹을 듯 노려보다가 조용히 웃었다.

“장난이 꽤나 질 나쁘군. 이대로 정신 줄을 놓기 전에 순순히 토로해주겠어? 두 번째로 잡아먹히고 싶지 않으면.”

평온하지만 오싹함은 폐부 깊이 전달하고 있다. 세휘는 더 이상 회피가 불가능함을 알고 가슴을 누르며 가만히 눈을 감는다.

“그냥 죽이세요. 저를 잡아먹어서 정보의 소수점까지 뽑아 드시라구요. 같은 공간 대에 있어도, 원래 저는 당신 앞에 나서서는 안 될 운명이었어요.”
“그럼 왜 나타났지?”
“당신이 워낙 예정에 어긋난 행동을 하니까.”

그 소리를 듣자 덕후는 참을 수 없이 유쾌해졌다. 정체도 목적도 속 시원하게 밝혀진 바는 없었지만, 자신이 행위가 누군가의 조종이 아니라는 것만으로 기뻤다. 그래서 아집을 선택했던 것이다. 고결한 이상보다 저열한 이기심은 만인의 지탄받을지 언정 본성을 배반하지는 않으니까.

“좋아. 내가 이대로 계속 마이 고잉 웨이를 외치면 어쩔 거지?”
“……그걸 수정해주기 제가 당신 앞에 나타난 건 겁니다.”

세휘는 처음으로 덕후를 노려보듯 정면으로부터 응시한다. 여기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한다. 그러나 덕후는 뜻밖의 행동을 보였다. 귀찮다는 듯 손을 내린다. 방금 전까지 지녔던 광기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무료함만 대신 잡았다.

“네 목적은 아무래도 좋아.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구미가 당길지도 모르고, 그럼 좋고 나쁨을 떠나 굴러갈 수밖에 없겠지. 그건 거절한다.”
“하지만 이대로는 당신에게 해가 된다고요! 설득하거나 주장을 세우려는 게 아니에요.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요.”
“말했잖아? 내가 좋아하는 것은 No! 라고 말하는 일이라고. 하렘왕이 되기도 바빠 죽겠는데 네 주문에 맞춰줄 생각은 없어.”

덕후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용당했다는 자각은 있지만, 그것으로 세휘를 탓할 마음은 없었다. 그녀가 처음부터 노린 것도 아니고, 사회로부터 조직으로부터 이용당하고 있는데 그보다 스케일이 좀 커지면 어떠하리? 책임소재를 따지기로 작정한다면, 세휘가 아니라 다른 존재들에게까지 물어야하고, 자신도 인간을 대표하여 오만가지 분발해야할 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바지런한 마음은 없었다.

양판소의 무개념 염라나 정박아 사신이라면 패놓고 보겠지만, 방금 태도로 그녀 역시 이 일에 목숨을 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압도하거나 강제할만한 위치가 아니라는 것도 동시에 파악했다. 죽여 버리는 대신 귀중한 패를 얻었다는 조심스러운 확신이 생겼다.

남은 과제는 이 여자를 어떻게 얽어매어주느냐는 하는 것뿐.

“일단 저 미행자 좀 깨워봐. 섭혼을 좀 걸어주고 다음 단계에 착수해야지.”

세휘를 죽여야 하는 경우라면 미행자가 질 누명이 하나 추가되겠으나, 살려두기로 했으니 원래 임무나 부여해줄 생각이었다. 이 자는 돌아가서 용악천의 말에 신뢰를 더해줄 것이며, 덕후의 꿈을 일보 가깝게 이루어 줄 것이다.

 

 

 
 
이 유사세계에서는 전족은 없습니다. 발에 대한 금기사항이나 작은 발을 만들기 위해 편법을 쓰는 정도는 있지만요.(짱개의 여병추 습속중 하나가 전족이라 생각하는 편이라.) 다음 화는 복주의 결전. 용위수의 마지막입니다.(빨라!) 원작에서는 흑룡방주와 달리 준주연급 활약을 펼칠 인물인데....저번 습작 덕분에 축약 신공이 벤 거 같군요.(핑계) 그래도 후속 에피소드가 있으니 허전한 마무리는 피할 듯합니다. 그나저나, 내년 성수기 준비로 연재가 슬슬 느려질 듯....하지만, 따로 연재하는 것은 없으므로 월간은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ps - 판타지로 차원이동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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