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성룡왕 아르셀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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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349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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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이키의 위기
 
Lord of the sex dragon, aercella

"이제 좀 해볼맘이 생긴거야?"

세이키는 양산을 꼭 붙잡고 아르셀라를 매섭게 노려봤다. 좀 전 리노와 옥신각신할때 보여줬던 산만한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선 한 자루의 명검과도 같은 날카롭게 절제된 투기가 용의 분노에 대항해 강하게 일렁였다.

"너에게 하렘왕의 공포를 뼈저리게 새겨 주마! 잠시 후면 네년은 내 밑에 깔려 쾌락과 참회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흥. 얼마든지 해보시지. 밑에 깔려 쾌락과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라구!"

만약 세이키가 아르셀라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런 대답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르셀라의 질나쁜 음담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순수했다. 그녀는 나름 아르셀라의 말을 되받아 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아르셀라의 말에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았다.

"흐흐 기승위도 괜찮긴 하지. 가라 데스나이트!"
"
에에?"

순간 공중에서 검은 그림자가 세이키를 향해 덥쳐들었다. 세이키는 기승위라는 말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느라 자칫하면 그림자의 공격을 피하지 못할 뻔 했다.

"너어! 비겁하게 부하 뒤에 숨을 셈이냐?"

세이키는 화가 났다. 자신과 진검승부라도 볼 마냥 큰소리 치던 아르셀라가 아주 뻔뻔스럽게 자신의 부하를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아르셀라는 태연한 기색이었다.

"왕은 그토록 가볍게 움직여서는 안된다. 너같이 건방진 꼬마애를 상대하는 일에 궂이 나설 필요는 없지. 너정도는 내 부하로도 충분하다."

"뭐야? 무서우면 무섭다고 정직하게 말하라구.. 히익!"

세이키가 있던 바닥에 거대한 검상이 새겨진다. 세이키는 이번에도 간발의 차로 공격을 피해내고 멀찌기 후퇴해 숨을 골랐다.

[저것은.. 만만한 상대가 아냐.]

아르셀라가 불러낸 데스나이트는 전신을 휘감는 검은 베일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날렵한 모습이었다. 손에 든 검은 기괴하게 휘어있는 기형의 도로, 일반적인 기사들이 사용하는 검과는 아주 동떨어져 보인다.

"쉬이이이"

데스나이트는 뼛속까지 서늘해지는 무시무시한 숨결을 내뱉으며 세이키를 향해 검을 들어올렸다. 뼈만남은 데스나이트의 해골 깊숙한 곳에서 품어져 나오는 적색 안광을 마주하자 세이키의 몸에 오한이 돋았다.

[무서워..]

세이키의 가슴속에 지난 3년간 잊고 살았던 공포라는 감정이 스멀 스멀 베어들었다. 물론 그녀가 데스나이트보다 약한건 아니다. 단지 그녀는 언데드에 대한 면역이 없었다. 어떻게 해골만 남은 존재가 살아서 움직일 수 있지?

투캉

"아우웃"

데스나이트의 공격에 세이키는 손발이 얼어붙어 제대로 된 대항을 할 수 없었다. 간신히 공격을 막아내며 자꾸 뒤로 물러나기만 할 뿐이었다. 세이키의 방어가 허술한걸 눈치챈 데스나이트는 금방 끝을 볼 생각으로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러댔다.

쿠아아앙

"크읏!"

검은 마력이 담긴 데스나이트의 검과 세이키의 양산이 부딪치자 엄청난 폭팔이 일어나 세이키를 뒤로 날려보냈다. 격돌의 충격파로 주변의 병사들이 박살이 난다.

"흐흐 잘한다~ 데스나이트! 좀더 밀어붙여!"

아르셀라는 신이 나서 데스나이트를 응원했다. 저렇게 강력한 언데드를 만들어 주다니 역시 첫째형님은 위대한 마법사다. 애써 만들어낸 병사들이 망가지는건 가슴아픈 일이었지만 그것보단 저 싸가지 없는 꼬마에게 본때를 보여주는게 중요하다.

"치잇. 이정도로.."

 세이키는 자꾸 밀리기만 했다. 순수하게 검의 실력으로 겨루면 결코 패할리가 없다. 하지만 언데드의 외형에 대한 공포때문에, 그리고 신경써야할 일이 또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콰앙 콰앙 콰앙

그렇다고 해서 세이키가 금세 데스나이트에게 제압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둘은 광장 여기저기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계속 검을 부딪쳤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이키의 검은 양산이지만.

[이런 너무 피해가 큰데?]

 광장에 모인 병사들이 4분의 1 정도 망가져 버리자 아르셀라도 슬슬 창자가 꼬이기 시작했다. 세이키를 제압하는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위해 병사들이 필요 이상으로 부셔져선 안된다.

쿠르르르

 그가 병사들의 피해를 걱정하는 사이 아르셀라의 바로 옆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데스나이트의 검기가 세이키의 양산에 막혀 튕겨나온 것이다.

[헉 맞다!!]

순간 아르셀라의 뇌리에 잊고 있던 사실이 스쳐 지나갔다. 바로 그가 초대한 노인 방청객들이었다. 아르셀라가 급히 시선을 돌려 그들을 살펴보니 다행히 충격의 여파는 노인 방청객들을 비켜가 있었다.

"휴우 다행이군.."

노인들의 자리는 데스나이트와 세이키의 격돌이 일어난 곳에서 아주 가까웠기 때문에 그들이 한명도 다치지 않은건 기적같은 일이었다. 그는 기절한 노인들에게 실드를 쳐주고 다시 전투의 향방을 관찰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데스나이트의 검에서 꽤 오랜시간을 버텨냈지만 세이키는 무척 지쳐있었다. 금방이라도 그 자리에 쓰러질 것만 같다. 아르셀라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감돈다.

"하하 벌써 지친거냐? 하룻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르고 날뛰더니 꼴 좋군 크하하하!"

"다 닥쳐!"

세이키는 힘겹게 양산을 들어올려 전투자세를 취했다. 체력이 많이 소모됬지만 아직도 저 데스나이트를 제압할 여지는 남아있다. 문제는..

[무섭지 않아. 저건 그냥 해골에 불과해.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그녀는 속으로 몇번이고 되뇌이며 다시금 투지를 끌어 올렸다. 그녀의 눈이 데스나이트의 붉은 안광을 똑바로 쏘아봤다.

"슈우우우우"

[으앙 역시 안되겠어!]

그녀는 무서운건 딱 질색이었다. 언데드나 유령, 마계의 흉측한 생물체 따위는 그냥 보는것만 해도 진저리나게 싫었다. 하물며 싸우는것이야 말할 것도 없다. 저 뼈다귀 앙상한 몸에 검을 틀어 박으면 틀림없이 뼛가루가 휘날리고 무서운 귀곡성이 울려퍼지겠지..

 사실 이것이 그녀가 마계에서 추방당한 최대의 이유였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절대적인 항마력과 마스터급 검술을 지녔고 최상급 마족의 혈통을 이은 먼치킨 이었지만 마음이 너무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엇다. 그녀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목숨을 거두는걸 극도로 싫어했으며 외관이 혐오스런 적과는 싸우기도 전에 내빼기 일수였다. 이런 그녀의 약점은 아르셀라의 데스나이트와의 대결에서도 고스란히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도 도망칠까?]

예전의 그녀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전투를 포기하고 이 자리를 벗어났을 것이다. 사실 도망치는건 문제도 아니었다. 문제는..

[으 역시 싫어. 저 변태 아저씨는 루스네 언니를 모욕했다구!]

아르셀라의 얼굴에 의기 양양한 미소가 퍼지는 광경을 상상하니 열이 나서 참을수가 없었다. 저 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할게 아닌가? 그리고 거리낌 없이 자신의 멍청한 계획을 실행해 나가겠지.

결국 세이키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마계에 있을 때 조차 딱 한번 사용했을 뿐인 "전력"을 다하기로.

"이봐 변태아저씨. 이제 아저씨는 죽었어. 내가 말이지~ 정~말로 화가 났거든?"

"하 무슨 헛소리냐?"

아르셀라는 능청맞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세이키는 반드시 저 재수없는 상판을 바닥에 뭉게 버리리라 다짐했다.

"이젠 후회해도 늦었어. 기도나 해 두는게 좋아."

"흐흐 기도는 내가아니라 네가 해야지. 부디 저 오빠가 침대에서 세이키를 많이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뭐 이정도? 크하하하"

 아르셀라의 입가에 파렴치한 미소가 떠오른다. 저 싹수없는 꼬마애를 포획하면 그 다음 단계는 당연히 능욕인 것이다. 원래 아르셀라는 저런 로리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감히 하렘왕이 될 위대한 남자를 너무 화나게 했기 때문에 특별히 예외를 두기로 했다.

아르셀라가 무슨 생각을 하건간에 세이키는 말없이 자신의 봉인을 해제해 갔다. 몸 안에 응축되 있던 에테르가 전신에 퍼져나가며 그녀의 육신을 서서히 변화시킨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건 없어. 나는 관대한 하렘왕이니 고문을 한다던가 불구를 만든다거나 그런 건 하지 않는다. 다만 밤에 몸이 좀 괴로워질 뿐이지. 특히 너같은 꼬마애가 과연 나의 거근을 제대로 받아낼 수나 있을련지. 쯧쯧.. 으 으응?"

신이 나서 음담 패설을 늘어놓던 아르셀라의 눈이 등잔만하게 커졌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언 세이키의 몸이 찬란하게 빛나는게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잠시 후 빛이 잦아들고, 그 자리에 서있던 세이키는 이미 그냥 세이키가 아니었다.

"허걱 꼬 꼬마가 아니잖아?"

아르셀라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저 애는 많이 쳐 줘야 열 네살 정도였던 어린 미소녀였는데?

"후우 이 모습이 되는건 정말 오랜만이야. 열살때 한번 쓴게 마지막이었는데.."

세이키의 드레스가 미니스커트로 줄어들었다. 윗 옷은 꽉 죄어 그녀의 요염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앳되보이던 청순한 얼굴은 매력적인 미모의 성숙한 얼굴로 변해버렸다. 쉽게말해 그녀는..

[누님이 되었다..]

젖비릿내 나던 어린 여자애가 아르셀라 취향에 딱 맞는 잘익은 처자로 변한 것이다. 그녀의 야한 옷차림을 보고 있자니 가운데 다리가 슬금 슬금 고개를 들려고 한다.

"어떻게 된거지?"

아르셀라의 물음에 세이키는 하얀 이를 들어내고 요염하게 웃어보였다.

"후후 별거 아냐. 이 몸으로는 내 힘을 100% 발휘할 수 없기에, 강제적으로 몸을 성장 시킨 거지. 지금의 나는 어린 모습의 나보다 두배 강해."

[두배?]

"안타깝지만 이 모습을 언제까지나 유지할 순 없어. 길어야 오분정도? 호호호 그러니까 저 해골바가지가 오분만 내 공격을 막아내면 네가 이기는거야. "

[오분?]

무슨말인지 잘 이해가 안된다. 그러니까 저 누님이 로리 세이키보다 두배가 세고 그 지속시간은 5분 정도란 말이지? 두배가 세다면 대체 어느정도지?

아르셀라의 의문은 곧 답이 나왔다. 세이키가 자신의 양산을 휘둘러 데스나이트를 하늘 멀리 날려버리는데 걸린 시간은 단 5초였다. 그리고 그걸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아르세라는 잠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자신의 데스나이트를 멍하니 보고있었다. 이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 이제 변태아저씨 차례야. 저 해골바가지처럼 간단하게는 안끝날테니 각오 하라구!"

"캐 캑?!"

아르셀라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것이다. 데스나이트가 날아가 버리면 저 여자를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자 잠깐 기다려."

"흥 미안하지만 그럴 여유는 없어. 넌 나를 너무 화나게 했다구. 이 모습으로 변하는게 얼마나 부담이 큰 줄 알아? 한번 사용하고 나면 그 후유증이 몇달은 간단 말이지. 이 값은 4분 30초동안 톡톡히 받아낼 테니까~"

4분 30초면 세이키의 능력으로 아르셀라를 백번은 충분히 죽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달한 아르셀라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이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나는 하렘왕이 되야 하는데.. 뭔가 방법이 없을까?]

[아니 분명히 방법이 있다. 일단 내가 주인공인데 여기서 당하면 말도 안돼지. 쓰는놈이 게을러서 때려치려고 작정을 하지 않은 이상 틀림없이 솟아날 구멍이 있을거야. 있다.. 반드시 있다!!]

"?!!"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아르셀라의 머리속에 드디어 이 난관을 타개할 방법이 떠올랐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과연 이 방법이 통할지는 의문이었지만 틀림없이 시도해 볼 가치는 있었다.

"플레임 스트라이크!"

아르셀라는 겁에 질린 모습과 과장된 동작으로 마법을 캐스팅 했다. 그러자 세이키는 기도 안찬다는 듯 그를 비웃었다.

"헤헤 최후의 저항을 하는구나? 안됬지만 나한테 마법은 별 의미가 없어. 좀 전에 해 봤잖아."

"크긐 뭘 모르는군. 이 마법은 너에게 쓰려고 캐스팅 한게 아냐."

최후의 도박. 이 수가 통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하렘왕의 미래는 없다. 아르셀라는 사악한 미소를 띄우며 기절해 있는 "노인 방청객"들에게 마법을 겨냥했다!

"너 제 제정신이야?"

세이키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녀는 아르셀라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자신이 아닌 노인들에게 마법을 사용하려는 것인가.

"가 가까이 오지마! 가까이 오면 저 노인들은 죽은 목숨이다."

"바 바보냐? 저 사람들이랑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 그런다고 내가 눈하나 깜짝할것 같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세이키의 음성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의 태도에서 아르셀라는 자신의 생각이 적중했음을 확신했다.

"그럼 어디 와 보시지. 아무리 너라고 해도 즉시시전형 마법을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흐흐 저 노인들을 살리고 싶으면 그 자리에 꼼짝말고 있으라구!"

"비열한 놈! 그러고도 네가 인간이냐?!"

세이키는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 인간이란 이토록 비열한 생물인 것인가? 자신의 목숨을 아끼려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을 인질로 삼다니!

"대의를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모르다니 역시 애는 애군."

"크으으으윽"

아르셀라의 말에 세이키는 어금니가 부서져라 악다물었지만 웬일인지 자리에서 움직이질 못했다. 그녀는 자신때문에 무고한 인명이 다치는걸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확실히 그녀 최대의 약점은 나약한 마음이었다.

[흐흐 생각대로다. 난 역시 머리가 좋아.]

 아르셀라는 전투중에 세이키가 무고한 피해가 생기는걸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데스나이트와 치열하게 겨루는 와중에도 노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했고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막아선 리노를 단칼에 베어낸다거나 힘으로 비켜내지 못했다. 그 뿐 아니라 세이키의 손에 망가진 병사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죄다 생명이 없는 골렘 따위로 지하고블린이나, 심지어 키메라조차 다친 이는 한마리도 없었다.

아르셀라와 세이키가 기묘한 대치를 계속하는 사이 시간은 점점 흘러간다. 2분 3분 4분.. 그리고 결국 시간이 다 되었다.

"아아앗!"

제한시간이 끝나자 세이키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아르셀라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후.. 역시 하렘왕이란 쉬운 일이 아냐.]

사실 세이키가 아르셀라의 말을 무시하고 그를 공격해 왔다 하더라도 아르셀라가 결코 어린시절의 친구들에게 마법을 발사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즉 뻥카를 쳤다는 말인데 요행히 그게 잘 먹혀들었다. 하지만 자칫했으면 하렘왕으로서 첫 발을 내딛은 첫날부터 꿈이 좌절될 뻔 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저 애는 어떻게 한다."

아르셀라는 감상을 접고 세이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완전히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간 채 정신을 잃고 있었다.

"마침 생각해 놓은게 있지 큭크큭"

사악한 변태 아저씨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감돈다. 이제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어 세이키의 운명은 말 그대로 풍전등화나 다름 없었다.

 

"으응.."

세이키가 눈을 뜬건 그로부터 약 세시간 남짓이 지난 후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어둡기만 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것보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금포도를 따서 루스네 공주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세이키와 루스네는 단 과일이라면 사족을 못썼다. 루스네는 왕국의 공주라는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여 온갓 종류의 진귀한 과실을 들여와 밤에 몰래 둘이서 나눠먹곤 했다.

"있잖아요 세이키. 혹시 금포도라는 과일 아나요?"

"쩝쩝 응? 그게 뭐야?"

멜론을 한 가득 입에 우물거리며 세이키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으응 포도의 한 갈래라고 합니다. 음유시인이 말하기를 금포도의 맛은 아벨리안 반도의 여인이 노을결에 춤추는, 하지만 그 여인이 낯설지 않은 맛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맛있을 것 같지 않아요?"

"와아 정말 맛있을 것 같아. 그건 언제 먹을 수 있어?"

인간세에 내려온 이후, 세이키는 루스네의 입맛에 완전히 물들어 버려서 그녀가 가져오는 과일은 다 잘 먹었다. 금포도라는 음식은 얼마나 맛있을까?

"그 그게요.. 그 과일이 어둠계곡 특산품이라 왕실의 힘으로 손에 넣기가 힘들어요."

"헤헷 루스네도 참~ 그래서 나한테 부탁하는 거구나"

"아니 그게 부탁이라기 보단..그 맛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죠."

세이키는 다 안다는듯 활짝 웃어보였다.

"걱정마. 내가 금방 금포도를 따올테니까. 언니는 공주님이라 왕궁을 나갈 수 없잖아."

"하지만 그.. 미안해서."

"미안할게 뭐 있어? 우리는 친구잖아. 거기다가 빈둥 거리며 공주한테 빌붙어 있는것도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밥값은 해야지 후훗"

 세이키의 믿음직한 말에 루스네도 살짝 미소짓는다.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에 세이키는 웬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같은 여자마저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루스네의 미모는 역시 대륙 제일이라는 명성이 아깝지 않다.

"아아 금포도."

어서 금포도를 가져가서 루스네의 미소를 보고 싶다. 그녀와 금포도를 나눠먹으면서 즐겁게 이야기 하고 싶다. 그런데 여긴 대체 어디야?

"흐흐 금포도가 먹고 싶은가?"

"에엣?"

세이키의 귀에 기분나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음성은 틀림없이 들어본 적이 있는..

"뭐 어려울 것도 없지. 창고에 금포도는 썩어 나니까."

"정말? 그럼 조금만 나눠줘."

금포도가 있다는 말에 세이키는 앞뒤 생각하지 않고 나눠달라는 말부터 했다.

"단 조건이 있다."

"조건? 그게 뭔데."

"바로 네가 내 하렘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면 원없이 금포도를 먹게 해주지."

[하렘?]

그 단어가 웬지 낯설지 않다. 하렘.. 하렘.. 하렘왕..

"아앗 너는?!"

"흐흐흐 이제야 눈치챘나?"

눈 앞에 서있는 비열한 미소의 "그 남자"를 발견하자 세이키의 귀여운 얼굴이 매섭게 일그러졌다.

"크으으 변태아저씨.."

"지금 네가 네 처지를 잘 모르나 본대?"

아르셀라는 씨익 웃으며 세이키의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그 무례한 행위에 세이키는 골이 잔뜩 나서 마구 몸부림 쳤지만
웬지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철컹 철컹

"앗 이게 뭐야. 이거 풀지 못해?"

왜 몸이 움직이지 않나 했더니 그녀의 양 팔과 다리가 두꺼운 쇠사슬로 칭칭 감겨있었다. 아니 그것 뿐만이 아니다!!"

"에에에에에?!!!"

세이키는 자신의 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니 않은 알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꺄아아 이 변태야.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내 내 옷 어디갔어?"

"응? 무슨 옷?"

"시치미 떼지 말고 빨리 이거 풀어줘. 윽 이 바보야. 그렇게 보지 말란말야."

"흐흐 어차피 볼 구석도 없는데 뭘. 빈유주제에 큭."
 
"빈유라고?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그렇다고 해도.. 흑 제발 보지마. 보지 말라구."

세이키는 어떻게 해도 아르셀라의 시선에서 피할 수 없자 종내에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거 풀어줄까?"

"흐그으윽 빨리 풀어! 너 혼나고 싶어?"

의외로 아르셀라는 흔쾌히 세이키를 결박한 쇠사슬을 풀어주었다. 사지가 자유로워지자 세이키는 양 손으로 자신의 빈약한 몸을 가리며 한쪽 구석에 숨어들었다.

"푸 풀어줘서 고마워. 이제 옷을 돌려줘."

"안돼. 옷은 줄 수가 없다."

"우우. 어째서? "

세이키는 마치 작은 새끼고양이처럼 몸을 떨며 불안하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르셀라는 징그럽게 웃으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섰다.

"왜냐면 벌을 받아야 하니까. 흐흐 설마 그 깽판을 벌이고 아무 탈 없이 넘어가리라 생각한건 아니겠지?"

"우우우..."

그녀는 아르셀라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불안한 듯 한 기색을 내보일 뿐이다. 아르셀라는 일단 그녀에게 자신의 쥬니어와 상견례부터 시켜 주기로 결정했다.

"참고로 너에게 벌을 줄 녀석은 바로.. 흐흐 이녀석이지."

스르륵

"!!"

세이키의 동공이 크게 부풀어 올았다. 그녀는 남성의 물건을 지금껏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아르셀라의 용자지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저... 저기 그 그건 뭐야?"

애써 용기를 내어 물어본 세이키에게 아르셀라는 아주 절망적인 사실을 알려주었다.

"으응. 이게 세이키의 몸에 들어가는거야."

"...."

너무 놀라서 말이 안나오는 듯, 불쌍한 작은 소녀는 그저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저 커다란게 대체 자신의 어디에 들어가는 건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음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이구나? 흐흣 이 오빠가 천천히 잘 가르쳐 줄게."

"시 싫어!!"

아르셀라의 물건이 바로 눈 앞에 다가오자 겁에 질린 세이키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저 물건은 위험하다. 소녀의 본능이 사내의 더러운 욕망을 감지하고 다급한 경보를 울리고 있었다. 도망쳐야 하는데.. 여기서 벗어나야 하는데..

"싫단 말야!! 힉 오지마! 오지말라구! 꺅 싫어?!!"

 아르셀라는 마구 도리질 치는 세이키의 알몸을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사내의 거친 손길이 부드러운 자신의 맨살에 직접 와닿자 세이키는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져버렸다.

"으앙 놓으란 말야! 앗? 어 어딜 만지는거야?"

"쓰읍. 가만히 있어. 오빠한테 혼나고 싶어?"
 
 전력을 다한 후유증으로 당분간 마나를 사용할 수 없었던 세이키는 순수하게 근력만 따지면 어린 인간 소녀와 별 다를 게 없었다.  아무리 떼를 써도 아르셀라의 무지막지한 팔 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바야흐로 그녀의 17년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닥친 것이다. 과연 마족소녀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낼 것인가?
 
물론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 따위는 없다.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이 불쌍한 마족소녀 세이키는, 자신의 미래에 아르셀라라는 먹구름이 길게 드리우고야 말았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판타지 야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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