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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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412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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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이 글은 명랑소설을 지향하고 있으나……양판소이므로 깽판입니다.

  54-1.
  인생의 승리자가 자신의 행운에 기뻐하거거나 말거나, 황궁에 침입했다는 그녀는 부지런히 황궁을 뒤지고 다녔고 결국 그녀가 원하던 것을 찾지 못했던지 나에게 왔다. 낮잠을 자고 있던 나에게 말이다.

  “이러면 곤란한데…….”

  여러 가지로 곤란하다.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보니 내 배를 깔고 앉아 내 목을 검으로 겨누고 있는 여자라니. 위험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로 생리현상이……크흠!

  “학살광 마라. 그 녀석과 관계가 있는 녀석은 어디에 있지?”

  내가 곤란해하건 말건 그녀는 용무를 먼저 꺼내고 보았다. 이봐요. 잘못 걸터앉았으면 당신 지금 나를 죽이려고 했을 거라고. 일단 그 미묘한 자세부터 어떻게……아니, 지금은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니지.

  “일단 학살광 마라는 죽었고 그 녀석은 여기에 없습니다만.”
  “그래? 그 녀석은 어디에 있지?”

  내 목에 칼을 들이밀고 있는 그녀의 분위기가 흉흉하건 말건 나는 그녀의 모습을 살폈다. 일단 잠입을 위해서인지 온 몸을 검은천으로 감싼 그녀의 몸매야 어딘지 모르게 빈약한 건 확실한 것 같고 천 사이로 흘러나온 머리카락이라든지 약간 갈색을 띈 검은 눈동자를 보면 이 세계에서는 흔치 않은 혈통인 것을 알 수 있다. 주로 넷째 누나라거나 아버지라거나 백원만 녀석이라거나 하는 녀석만이 이런 혈통이다.

  “일단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궁금한게 있습니다. 어디에서 왔습니까?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닛폰진? 어메리칸? 차이니즈? 어쨌든 지구에서 왔나요?”

  내 목에 검을 들이민 그녀의 눈이 어딘지 모르게 움찔한 것을 보고 히죽 웃는다. 대답이 없는 그녀는 놀란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 모르게 경계하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얼추 셋 중에 하나인가.

  “너, 넌 뭐냐.”
  “환생한 인물입니다아. 해치지 않고 협력해드릴테니 검은 치워주시면 안될까요? 위험하지는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서 말이죠.”

  그녀가 내 목에 검을 겨눈 것을 잊기라도 한 듯, 물론 그녀가 오러를 씌워서 나에게 휘둘러도 내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을테지만, 그녀의 어깨를 짚으면서 히죽 웃는다. 그런 내 행동에 놀랐는지 그녀가 쥔 검이 덜덜 떨리면서 내 목을 마구 긁어대려고 했지만 별로 신경쓰지는 않는다. 아니, 때가 나오면 조금 곤란하기는 하지만.

  “역시 동양인이네. 혹시라도 서양 쪽 사람이면 말이 안 통할까봐 걱정했다구요.”

  그녀를 제압한 상태 그대로 그녀의 복면을 벗겨내자 약간 앳된 얼굴이 드러났다. 그리고 직감했다. 그녀는 이고깽이라고. 그녀의 정체를 어느정도 짐작하고 다시 여러 가지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사단이 났다.

  “꺄아아악!”
  “자, 잠깐만! 이건 생리현상!”
  “변태! 치한!”

  내가 몸을 일으키면서 그녀가 걸터앉아있던 내 배에서 그녀의 몸이 스르륵 내려갔고 그 때문에 아침의 생리현상으로 빳빳해진 마이 주니어가 그녀의 엉덩이를 자극한 때문에 그녀는 기겁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녀가 기겁한 결과는……열심히 수련 안했으면 그녀의 강기 폭풍에, 그녀는 ‘공간 지배’라고 말했지만, 하마터면 고자가 될 뻔했다. 다행이다.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21話 또 다시 등장한 이고깽


  55.
  어쨌거나 나를 제압하기 위해 배 위에 걸터앉아 검을 겨누고 있었던 탓에 혼란에 빠져야 했던 그녀를 진정시키고 상황파악을 시작했다. 물론 강기 폭풍에 휘말려 찢어진 내 옷은 갈아입은 상황. 다행히도 마지막 천조각은 찢어지지 않아서 책임지라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된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이름은 김선화. 이곳에서의 이름은 세나. 한국인. 2015년에 반정부시위를 하다가 소총까지 들고 나온 경찰에 쫓기다가 한강다리에서 추락. 떨어질 때는 고등학교 2학년, 여기에서 약 45년동안 살아왔음. 여기까지 확실합니까?”
  “아, 네.”

  아무래도 시간축이 미친 것인지 제일 늦게 온 이고깽이 제일 나이가 많다는 웃긴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나저나 62세…….

  “82입니다. 제 나이는.”

  거짓말! 그 얼굴에 무슨 구라! 어딜봐도 20대 초반의 귀엽고 앳된 얼굴이구만!

  “무협세계에 먼저 떨어졌었거든요.”
  “혹시나…….”
  “신녀궁에서 주안과를 얻어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 그런 건가.

  “그럼 무협세계에서 20년을 살아왔다는 이야기?”
  “뭐, 그런 셈입니다.”

  그럼 나보다 더 오래 살았다는 이야기인데 반말하기도 뭣하네.

  “말씀 놓으시죠.”
  “8X라면서요?”
  “다 합쳐도 나이가 오십을 넘지 않거든요. 사십대 중후반?”
  "그, 그래?“

  환생한 나이부터 따지자고 한다면 당연히 17살이니까. 그녀에게 나는 일단 막내 손주나 증손자뻘이 되는 나이가 되는 셈이다. 그녀가 나에게 꿀릴 것은 힘 외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그녀에게 이익이 가기는 하지만 씁쓸한 상황이라고 할까.

  “전 제가 살아온 날보다 두 배는 더 사신 분에게 존대는 받기 싫으니까요.”

  어딘지 모르게 화가 난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시선을 떼고 잠시 휘파람을 불고 딴청. 80이 넘은 할머니라고 해도 나이로 이렇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건 좋지 않다는 직감으로 그 이야기는 이만 접기로 한다.

  “어쨌든 한강에 빠져서 눈을 뜨고 보니 무협. 절벽에서 떨어져서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 말하자면 이고깽이군요.”
  “나이는……뭐, 그렇지만.”

  어쨌거나 최고령 이고깽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에게 말한다.

  “어쨌거나 환영합니다. 그리고 알고자 했던 녀석은 황궁 밖에 있으니 안내를 해드릴 것이고요. 이고깽 출신 황제인 아버지를 일단 만나보도록 합시다.”

  제멋대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같은 고향 출신으로서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버지에게 그녀를 소개시켰다. 같은 고향 출신이니 아버지도 꽤나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 엉뚱한 행동은 하지 않겠지.

  “어서오세요. 이 행복하고도 음탕한 하렘의 세계……커억!”

  아니, 아버지라는 녀석을 너무 과대평가했나보다.

  “야 임마!”
  “일단 좀 맞고 시작할까요?”

  이 빌어먹을 황제. 점점 변태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간과한 내 죄였을까. 어쨌든 엉뚱한 이야기를 찍찍 내쏘는 녀석의 말에 기분이 상한 듯, 그녀가 살짝 얼굴을 찌푸린 것을 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여러모로 미안한 상황이라고 할까.

  “미안합니다. 잠시 정신이 나갔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어머니들과 나에게 한 대씩 맞고 나서야 아버지는 제정신으로 돌아와서는 제대로 된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아버지가 제정신을 차리고 나자 그녀는 굳어있던 얼굴을 풀고서는 아버지의 손을 마주 잡았다.

  “김선화입니다. 이곳에서는 세나 론시안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세인 아슈레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꽤나 정상적인 자기소개를 마친 아버지는 그녀에게 여러 가지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원한다면 시대는 다르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잠깐만!

  “그 통로, 한 사람밖에 이동 못한다면서요! 당신밖에 이동 못한다며!”
  “나 이외에 한 사람.”
  “나도 갈 수 있는 거였잖아!”
  “내가 남자를 데려가겠냐?”
  “…….”

  더러워서 내가 통로를 하나 더 개척하고 만다. 흥.
  온 몸으로 ‘남자는 싫다.’라고 이야기하는 아버지를 보자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잊는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히죽 웃은 아버지는 그녀를 다시 돌아보고는 그녀의 의향을 묻는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국으로 돌아가실래요?”
  “그곳으로 가면 어떻게 되나요?”
  “일단, 이고깽협회에 등록하셔야 하고 힘을 쓰는 건 제한 받습니다. 일단 협회장은 원로이신 고길동씨가 맡고 계시니 서울 XX구 XX동 XXX번지에 가셔서 초록색 공룡 녀석이 사는 집으로 가시면 됩니다.”

  뭐냐 그 단체.

  “그렇게 하시면 협회의 일을 맡고 계신 권강한씨라거나 하는 분들이 패를 나누어줄 건데…….”

  귀환한 이고깽들로 이루어졌다는 그 단체를 소개하는 아버지의 말에 잠시 망연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린다. 그럼 한국에는……. 한국이 세계 최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아버지는 이고깽 협회가 왜 생겼는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이야기였다.

  “현재 한국에는 일본의 ‘하렘마스터 협회’에 대항하기 위해 10만 이고깽 양병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도 반갑게 맞아줄 겁니다.”

  아아, 세상은 공평하지. 다른 나라에도 이런 녀석들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일단 하려는 일이 있어서…….”
  “아, 그게 끝나고 나면 돌아가실 건가요? 잠깐 돌아가시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그 통로는 일단 열어둘테니까요.”

  여자라서 그런지 평소의 아버지와는 달리 굉장히 친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서 잠시 하늘을 향해 한탄을 해주고 아버지를 바라본다. 궁금한 것이 많다. 그런 내 눈빛을 알아차렸는지 아버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뭐냐, 아들아.”

  그녀에게 설명을 해줄 때와는 달리 삐딱한 어조다.

  “아버지는 안 돌아갑니까?”
  “그곳의 신들이 나를 싫어해. 무엇보다 나 정도의 힘을 가진 녀석은 지구에 오래 머물면 지구가 위험해지니까 말이지.”

  아버지 정도의 힘을 가진 자가 지구로 귀환하여 살 경우 지구가 아버지의 힘에 못 이겨 터져나갈 위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버지의 힘을 버텨낼 수 있는 이런 세계에서 머무르고 아버지는 가끔 지구로 쇼핑을 나가는 정도라고 할까. 대충 그렇다고 한다.

  “그럼 나도?”
  “너도 마찬가지다. 너랑 나랑 같이 지구로 가면 1초 만에 지구는 터져나갈 거다. 만렙지구라면 또 모를까.”

  그래서 여러차원에서 신급의 힘을 얻은 이고깽들을 함부로 지구로 들이지 않기 위해서 순번표를 뽑아 통보하는 것도 이고깽협회의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학여울이라거나 다른 기타 장소에서 행사가 열릴 경우 이고깽 협회에서는 반드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게 되는데 그 예산은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내어준다고……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덕을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것 같다.

  “학살광 마라에게 무공을 배운 아이를 찾고 나서 생각해보도록 하죠.”
  “그러시겠습니까? 일단 저도 함께 가보도록 하죠.”

  그리고 아버지처럼 그런 물품들을 직접 구매하는데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결제를 할 수 있는 카드와 함께 주민증을 제공한다고 한다. 뭐, 이걸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까 이고깽 협회가 세상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주로 개념을 가진 이고깽의 상징이라는 원로 고길동씨의 노력 덕분에 성공한 체계라나 뭐라나. 어쨌든 이건 별로 중요한 건 아니고…….

  “아들아. 그 괘씸한 녀석에게 이 분을 안내하도록 하자.”
  “네, 아버지.”

  지금은 동향사람을 위해서 노력해보도록 할까.
.
.
  내 곁에서 멀어진 덕분에 기본적인 개념은 가까스로 지키고 있던 이고깽, 백원만 녀석의 처소로 향했다. 그 뒤로는 아버지와 새로 등장한 이고깽, 김선화씨가 따라붙은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녀석에게 찾아가려는 김선화씨의 목적은 화목한 대화를 하자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긴장되기는 하지만 아버지와 내가 곁에서 보호한다면 황도가 파괴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녀석의 안위는 어떻게 할 거냐고? 그 녀석이야 죽지만 않으면 되니 상관없을 것이다. 남자 따위.

  “누구세요?”
  “손님이 찾아왔어.”
  “에?”

  내 말에 눈만 껌뻑이던 녀석은 내 뒤에 서 있던 김선화씨를 보고는 즉각……루팡다이브를 시전했다.

  “예전부터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아, 좀 빈약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이 놈 봐라.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이것이 만화였다면 등 뒤에서 시뻘건 오오라가 불타는 것처럼 흉흉한 기세를 드러낼 포스였다. 녀석의 행동에 살기를 마구 뿜어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게 방어결계를 친다. 이걸로 준비는 끝. 일단 이 녀석은 소드마스터이고 이 분은 그랜드마스터이니까 내 방어결계를 깰 수 없겠지.

  “핫? 빈약하다고 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몸매도 괜……우와아악!”
  “그 녀석에게 배운 것이라고는 달랑 이런 것 뿐이냐!”

  깔끔하고도 섬세한 검로를 따라 녀석을 공격하는 그녀의 모습에 아버지와 나는 감탄하며 지켜본다. 뭐, 그 검 끝이 백원만 녀석의 사혈만을 노리고 있다는 건 별로 중요치는 않다. 다시 말하지만 녀석이 죽지만 않으면 된다. 일단 그녀가 이 녀석을 찾아온 것이 대충 응징이 목적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으니 막을 생각도 없고.

  “내 검을 배운 녀석이 힘없는 자를 괴롭혔다고 들었다! 그리고 네 놈은 그 녀석에게 혹해 엉뚱한 사람을 해치려고 했다더구나!”

  아아, 역시.
  나와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가 이 녀석을 찾고자 했던 이유를 짐작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검을 배운자가 힘없는 자를 괴롭히려고 했다는 것을 듣고는 참을 수 없어서 뛰쳐나온 것이겠지. 그런 것치고는 사건이 모두 마무리 되고 나서야 뛰쳐나온 것이 미스인 것 같지만.

  “아, 그것은 제가 워낙 산 속 깊이 숨어있었던 터라…….”

  녀석을 죽일 생각은 없는지 제 실력을 다 내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쉰다. 아무래도 자신의 사손이라는 것 때문에 해치우기에는 조금 걸리는 것이 있었던 모양. 덕분에 검로에는 빈틈이 있었고 그 빈틈을 깨달은 백원만 녀석이 간간이 반격을 하고 있었다.

  “칫. 그건 오해입니다! 그녀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단 말입니다!”

  어느 정도 백중세로 들어서자 백원만은 그런 이야기를 했다. 반한 여자라서 그런 것인지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그녀를 나쁘게만 보는 모양. 녀석의 검에 살기가 가득 실렸다.

  “마라의 스승님이라고 하더라도 그녀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없습니다!”
  “오냐! 내가 악마를 키웠구나! 내 너를 죽여 세상 사람들에게 사죄하겠다!”

  녀석의 살기어린 검격을 보고 그녀의 얼굴은 잔뜩 찌푸려졌다. 그리고 그녀는 온 몸의 힘을 개방했다. 저건…….

  “호오, 좋은 기술이구나.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벽만 넘으면 괜찮을 거야.”
  “그래도 아직 봐주고 있는 것 같은데요.”

  강기 폭풍이었다. 주변 200m를 가득 채우는 강기의 폭풍. 그것은 백원만 녀석에게 몰려 녀석의 몸을 때리고 검을 부수고 근골을 상하게 했다. 죽이지는 않겠지만 다시는 무공을 쓰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하지만 그렇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눈이 뒤집어져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녀석. 그런 녀석의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이까짓 것에!”

  옷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검의 파편이 그의 몸을 할퀴고 지나가고 있는데도 녀석은 고집을 부리는 것 같았다. 설마 진원지기를 쓰려는 건가?

  “당할 것 같냐!”

  폭발하는 듯한 힘의 발산. 그 충격에 자신의 실력을 다하고 있던 그녀의 몸이 휘청였다. 그런 그녀의 눈은 부릅떠진 채 제 생명을 깎으면서까지 반항하는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어!”

  그녀와 비슷한 기술을 발출하는 녀석. 하지만 녀석의 부풀어오른 몸에 가득한 힘은 제 생명을 깎아 만든 것이라 위험한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녀석의 생명력은 고갈되어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그 힘에 휘말린 그녀는…….

  “멍청이. 미소녀는 지켜야할 것이지. 미친 여자가 있다면 갱생시킬 것이고 악독한 여자라면 순수한 마음이 되도록 고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진심으로 충고하는 사람이 이런 미소녀라면 마음을 다해 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네 놈에게 그런 자격은 없다!”

  휘말리지 않았다. 휘말렸다면 그녀라고 해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 녀석이 제 생명력을 끌어들여 만든 힘을 한 손으로 제압해버린 아버지는 옷고름 하나 다치지 않고 녀석의 앞을 막아서면서 ‘자신의 정의’를 이야기했다.

  “고로, 나는, 네 놈을 갱생시켜주마. 감사해라! 이것이 나, 세인 아슈레이의 정의다!”

  그리고 그녀의 기술을 닮은 주먹의 그림자 속으로, 백원만 녀석의 몸은 서서히 가라앉아갔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등을, 보호받은 그녀는 홀린 듯 바라보고 있었다.

  56.
  오래간만에 보는 아버지의 멋진 모습에 반한 김선화씨는 이곳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날, 선을 넘어버린 것으로 보였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훗, 이것이 남자라는 것이다. 아들아.”
  “이왕이면 그 녀석이 제 생명을 깎아먹기 전에 나섰다면 좋았을텐데요.”
  “그 녀석을 지켜줄 의무는 없다.”
  “미소녀만 지키시겠다는 거군요.”
  “당연하지. 이제는 네 어머니다.”
  “네에, 축하드립니다.”

  그날, 아버지에게 심각할 정도로 두들겨 맞고는 골골대기 시작한 녀석을 병원에 던져놓고서는 돌아와서는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상기된 얼굴로 아버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을 때 얼마나 기분이 나빴던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내 모습은 어머니들에게만 충실할 수 없는 바람둥이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기분 나빠하는 아들의 모습이라 더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무사한 가요? 그 녀석.”
  “일단은 무사합니다. 수명이 제법 짧아진 것 같긴 합니다만.”

  순식간에 나이를 먹어버려서 40대로 보이는 얼굴로 변해버린 것이 포인트다. 우리 중에서 제일 나이가 어려보이던 얼굴이 제일 나이를 먹은 얼굴로 변했으니 오죽할까. 녀석은 아마 수십년 내에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같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냐?”
  “제가 그 녀석에게 무슨 관심이 있다고요……죽지만 않으면 되니까.”
  “뭐, 그것도 그렇구만. 어쨌든 나는 네 어머니들에게 가보마.”
  “죽지만 마세요.”
  “내가 죽여주면 되니까 말야.”
  “그런 음란하고도 음탕한 말씀은 아들 앞에서 삼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훗, 누이들과 결혼한 주제에.”
  “에엣?”

  아, 이건 비밀이어야 했는데……. 놀란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쓰게 웃는다. 뭐라고 할 말이 없는 나는 죄인.

  “설마하지만 근X상X?"
  "어쩔 수 없었다오. 내 딸들이 녀석이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해서 말이지.“
  “아, 아무리 그래도…….”
  “내 딸들은 황궁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서약한 몸들이라서 말이오. 뭐, 이 녀석이랑 결혼하지 않으면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는데, 그런 것보다는 이 녀석과 맺어주는 편이 낫지.”
  “그렇군요. 당신을 닮은 아이라면 재앙일테니 차라리 그런 것이…….”

  내가 백원만 녀석을 병원에 던져놓고 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야 하고 있지만, 핑크빛 무드로 들어간 두 사람을 보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아무리 어머니들이 질투라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지만 이런 건…….

  “재앙이라니, 당신에게는 행운이라오.”
  “어쨌든……상관없어요. 당신만 있다면.”
  “물론이오. 나만 믿으시오.”

  어찌되었건 잘 이해해준, 이해를 한 건지 그냥 콩깍지가 씌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와 아버지가 다시 핑크빛 오오라로 주변을 물들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래도, 그 녀석을 다시 만나보고 대화를 하고 싶군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그 녀석에게 무공을 전수하고 싶군요.”
  “그렇게 합시다.”

  마지막 기대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는 백원만을 던져둔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빨갱이!”
  “수구꼴통!”

  의식의 차이만을 확인하고는 아예 결별해버렸다. 동시에 녀석의 근맥을 끊어버리고 무공을 폐하려 했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을 아버지가 잘 다독여 막아냈다. 이걸로 녀석은 자유고 그녀도 마음 편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소드마스터 이상으로는 무리라.”
  “어지간하면 추살당하는 것이 전부이겠지요.”
  “다행이네요. 저런 녀석이 힘을 가지게 된다면…….”

  기분 나쁘다는 듯 눈썹을 모으고 토라진 듯 입을 삐쭉이던 그녀는 온 몸으로 내뿜던 기파를 수습했다. 대충 보면 벽을 넘어선 것 같은데……설마하니 아버지 때문인가?

  “뭐,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녀석이 난동을 부린다고 해도 퇴치할 수 있으니까 별로 상관없다랄까. 아마 녀석은 이 이상 힘을 기를 수 없을 거요.”
  “잘 되었네요. 다른 전인을 찾아서 무공을 전수하는 것이…….”

  이런 아버지와 그녀의 대화에 백원만 녀석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아무래도 힘의 차이를 느낀 것이기도 하거니와 과거보다는 힘이 줄어든 자신의 힘을 체감했기 때문이겠지. 녀석이 검을 뽑아 나에게 덤비는 것을 머리카락 하나를 뽑아 막아내는 것을 보고는 좌절하고 있는 녀석이다.

  “돌아가지.”
  “아까 우리가 말한 것을 잘 생각해봐. 일단 저주는 풀어줄테니까 외국에서 잘 살아봐.”

  어쨌거나 녀석의 안위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부자 + 새어머니는 황궁으로 돌아갔다. 이제 녀석에게 개념을 찾아주려는 시도는 애초에 버릴 생각이고 녀석이 어떻게 되건 상관없다. 내 가족을, 제국을 건드리지 않는 한은 평생을 마음대로 살 수 있도록 버려준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녀석과의 인연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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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프로필
이름 : 김선화(세나 론시안)
나이 82세. 이고깽. 그랜드마스터……직전의 소드마스터.
2015년 시위를 하다 전경들에게 쫓기던 와중에 한강에 추락. 정신이 들고 보니 무협세계. 지나가던 오합지졸에게 겁탈당할 뻔하다가 무산신녀궁의 궁주에게 구함을 받고 신녀궁에 투신. 무공을 배우다가 신녀궁을 공격한 사파 세력에게 쫓기다가 사천의 어느 절벽에서 추락했더니 이곳이었다는 이력을 가진 여고생 출신 이고깽. 이곳에서 이를 악물고 아득바득 살아오고 있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같은 건 전혀없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보고 배우고 자란 것들이 있어 민중의 가능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추호도 믿고 있지 않다. 그저 소수의 엘리트가 제대로 이끈다면 제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있는 형편. 어느 의미로 백원만과 유사하지만 한없이 ‘개인의 자유’를 원하는 성향 때문에 백원만과 충돌한다. 자신의 가르침을 어긴 제자를 벌하기 위해 세상에 나왔지만 발견한 것은 그 제자가 세뇌한 인간 뿐. 그에 절망한 그녀는 사회적으로 자살을 도모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세인 아슈레이에게 반해 그의 아내가 되었다는 것. 110번째 부인. 물론 첩들까지 더 하면 세인 아슈레이의 212번째 여인이 되겠지만……황제에게 태클 걸면 죽는 거다. 필살기는 ‘공간 지배’ 말 그대로 200m안 공간에서는 절대자가 되는 기술로 그녀의 모든 적에게 검기와 강기가 난무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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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깽이 출몰하는 이유
인터넷을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세인 아슈레이 황제 폐하가 통로를 한강에 만들었기 때문. 결국 원흉은 이 인간.
그런데 왜 무협에서 건너온 인간이 있는 건가.
물론 세인 아슈레이가 처가댁에 인사를 드리러 가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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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깽 협회
말 그대로 한국의 이고깽들을 통솔하는 단체. 이 단체의 말을 듣지 않을 시에는 고길동씨가 오러를 입힌 연탄집게를 들고 찾아오실 것이다. 참고로 이 연탄집게는 초능력을 쓰는 1억살의 초록색 초딩 공룡이 대책없이 쥐어터질 정도의 무기. 수많은 이고깽들이 이 초록색 공룡에게 쥐어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길동씨가 이 초딩 공룡을 연탄집게로 제압하는 것을 본 이고깽들이 고길동씨에게 이고깽 협회장을 맡기게 된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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