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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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430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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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 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이 글은 명랑소설을 지향하고 있으나……양판소이므로 깽판입니다.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58話 센타이 - 노르딕 전쟁4 : 이순신처럼


  113-2.
  내가 잘 난 듯 센타이 왕국의 대신에게 이런저런 헛소리를 조금 한 것처럼 지금 센타이 왕국의 분위기는 썩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그랬다. 이번 전쟁을 손쉽게 이겨낸다고 하더라도 평민과 귀족들 간의 갈등이 남게 될 것이라고 감히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평민들은 귀족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없다고 공공연히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하긴 필사적으로 도주하여 의용군에 지원하는 평민들과 노르딕들에게 부역하는 귀족들을 보게 되면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런 귀족들에게 별 다른 기대감은 가지지 못할 것은 분명했다. 물론 다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을 사람도 있긴 했다. 다만 그런 사람들은 전쟁 초기에 모두 전멸해버렸다는 것이 문제였다고 할까. 사람들은 ‘좋은 귀족은 죽은 귀족들뿐이다.’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귀족들은 제 몸만 사리고 있는 중이다.

  “흐음, 물론 살아남은 사람은 있는 것 같지만 어쩐지 해적출신이었던 것 같고. 오히려 귀족적이라기보다는 민중과 섞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집안인 모양이구만.”

  물론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사람은 있었다. 루이즈 엔엘베른 미들튼이라는 여성귀족인데 해군이다. 해군이라서 적절하게 도망치는데 성공해서 살아남았던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거의 다 잡혔는데 어째서인지 풀어주고 있다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맹획마냥 칠종칠금을 반복하고 있다고나 할까. 지휘능력은 평범하지만 세력이 작아 중과부적인 상황에 빠져 패하는 일이 많은 그녀였다. 그만하면 풀이 죽거나 부하들의 희생을 두려워하면서 제 방에 웅크리고 있을 법도 한데 끈질기게 노르딕들의 뒤를 쫓고, 뒤통수를 때리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까지 하고 있다. 그 근성만큼은 인정해주지 않을 수 없는 여자다. 덕분에 수로를 따라 의용군들에게 보급을 전달하는 방법은 쓸 수 없게 된 상황이라 그녀의 그런 행동들은 아무리 잘 생각해줘봐야 민폐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어쨌든 제대로 된 귀족은 없다는 결론이네.”

  살아남은 귀족들 중에서는 제대로 된 귀족은 없음. 그렇다면 훗날의 일을 걱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해적무리들을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려보내 놓고 나서의 문제가 걸린다는 이야기다. 설명하자면 이 땅을 침략한 노르딕들에게 부역한 자들, 특히 그 땅 위에 살아남아 있는 귀족들에게는 어떤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는 이야기랄까. 대강 보기에는 노르딕들이 여신처럼 숭상하고 있는 아가씨는 민폐라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으니 죽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대부분은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열심히 싸웠다는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것이 사형이건 유형이건 추방형이건 어느 쪽이건 명예와 부와 권력으로 먹고 사는 귀족들에게는 참기 힘든 형벌이 될 것이다.
  나야 그 녀석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그 미들튼이라는 아가씨 미인이래?”

  가끔 다른 의미로 호기심을 보이면서 상관있다고 외치는 녀석들은 있었다. 그게 ‘나’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아마도 그 때문에 살아남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는데. 꽤나 미인이래.”
  “그렇구나. 도와주고 싶어지는데?”
  “아서라.”
  “도와주자 응? 그 아리따운 아가씨가 이런 것도 저런 것도 당한다고 생각하면 불쌍하지도 않아? 그렇게 더럽혀진 아가씨가 세상을 살 자격이 없다고 하면서 가만히 자결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야? 그런 스플래터 물을 보고 싶은 거야?”
  “어이, 어째서 거기까지 망상이 넘어갈 수 있는 거냐.”

  근묵자흑, 근적자적이라고 백합마왕 체리, 백합여왕 나탈리와 함께 있더니 백합이 일상이 되어버렸나. 군침을 삼키는 ‘나’ 세진 알카로이드의 머리에 가볍게 알밤을 먹여주고는 한숨을 쉰다.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덮치러 가고 싶다는 마음이 한가득일 것이다. 이 녀석은. 물론 그 표정을 보았더니 뇌리의 어디에선가 비슷한 표정을 한 아버지가 떠오른 것은 착각이라고 하고 싶다. 아마도 날 덮치고 싶어할 적의 아버지의 표정이었지. 으음.

  ‘아니, 일단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얼렁뚱땅이고 꽤나 음흉한 이유이긴 하지만 소드마스터 부대는 그런 이유로 북부로 향했다. 오랜 휴식이 끝난 것도 아니고 관망하겠다고 생각한 것을 무너뜨릴 생각도 없는 그런 이동이었다. 목적지는 한 여름에도 서늘한 기후를 자랑한다는 미들튼 영지였다. 그리고 어느새 ‘나’ 세진 알카로이드의 머리속에 ‘센타이 최고 미녀’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루이즈 엔엘베른 미들톤이라는 아가씨가 다스리는 땅이기도 했다.

  “기다려! 내가 간다구!”
  “……야 임마.”

  뭐, 얼마나 예쁜 사람일지는 모르겠지만 기대하게는 냅두자. 적어도 얼굴 보고 ‘하악하악’하는 건 자유일테니까, 실제로 덮치려고 하면 온 힘을 다해서 막아주어야겠지만.
.
.
  노르딕들에게 점령당한 북부 영지의 상황은 지옥과도 같았다. 일종의 기아상태에 있다고 할까. 애초에 노르딕들이 수탈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교류가 끊어져 남방의 식량이 들어올 수 없는 그런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의 상태는 심각했다.

  “이젠 풀뿌리도 구할 수 없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바싹 말라서는 반은 죽어버린 아이를 안고 구걸하는 남자의 모습에 모두들 할 말을 잃었다. 이런 비극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 사람들은 굶주리고 또 죽어가고 있다. 그런 그들을 모두 구할 수는 없다. 그럴 능력은 되지만 이들을 도와주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지한 노르딕들이 달려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당분간 버텨보시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먹을 것을 주었더니 자신이 먹지 않고 아이에게 먹인다. 아이가 제대로 씹지 못하자 우물우물 씹어서는 억지로 넘기게 하는 그의 모습에 모두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비극이네.”
  “…….”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잠시 이 마을에서 사람들이 살아날 수 있게 돕자. 그런 생각으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잠시 다툼이 일어났다. 그 다툼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나는 외쳤다.

  “먹을 것은 충분하니까 기다리세요. 줄 안서면 가버립니다. 다른 사람의 음식을 빼앗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서 먹고 가세요.”

  먹을 것이 눈앞에 있었는데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런 공포가 그들의 이성을 되찾게 했는지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한다. 웅성웅성 나름대로 먼저 줄을 서기 위해 다투기는 했지만 내가 한 번 눈을 부라리자 그 자리에서 그대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피골이 상접한 모습들이었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별 맛도 없는 죽 비슷한 음식을 계속 만든다.
  며칠을 굶은 사람이 갑자기 딱딱한 음식을 먹는다면 토할 것이 분명하니까.

  “기존의 귀족들의 수탈에 겹쳐서 노르딕들의 수탈, 거기에 남부지역과의 교류가 끊어진 덕분에 이런 지옥출현인가…….”

  가만히 중얼거리면서 허겁지겁 먹을 것을 먹으면서 남는 음식이 없는지 이편을 흘끔 곁눈질 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오늘을 넘길 수 없을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특히 자신의 아이에게 먹을 것을 먹이는 아까의 그 남자가.

  “확실히 빨리 전쟁을 끝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다음날, 자신의 아이에게 먹을 것을 먹이고 자신은 별로 먹지 못했던 그 남자는 결국 죽고 말았다. 그리고 살아난 그 아이는 우리가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마을에는 사냥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기력을 되찾을 수 있을 정도의 식량을 남기고 떠났다.

  114.
  이런 아귀지옥같은 현실은 한 번만 봐도 좋을 것 같은데 발길이 닿는 마을마다 그런 지옥은 계속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 센타이 왕국의 동북쪽 해안가에 있는 미들튼 영지에 들어섰을 때에야 겨우 그런 심각한 기아를 구경하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물론 굶주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소, 소드마스터!”

  대신 적들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경계가 삼엄해진 이 영지의 방어태세를 구경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북방대륙은 생긴 것만으로는 민족을 구분할 수 없는 까닭에 우리가 노르딕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지원을 온 자인지 알 수 없어했으므로 우리가 노르딕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주어야 했다. 대부분이 검기를 내뿜었고 나와 아버지, 그리고 ‘나’ 세진 알카로이드는 허공에 불덩어리를 소환해서 그 증거를 보였다.

  “마, 마법사!”

  하지만 그 증거를 보이는 법이 너무 과격했던지 난리가 났다. 당장 이 영지의 주인인 루이즈 엔엘베른 미들튼이 달려나올 정도였으니까. 지금까지 계속해서 패배만 기록하고 있던 그들에게는 우리의 방문이 하늘이 내리신 축복처럼 보였을 것이다.

  “저 아가씨의 미모도 하늘이 내린 축복인데?”
  “너 임마.”

  어쨌든 우리는 당장 영지의 손님으로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미시어스의 황태자에 타클란, 미시어스 양국의 소드마스터라는 신분증명에 이 영지의 주인인 루이즈 엔엘베른 미들튼, 그녀가 만약의 경우(위조)라는 것을 생각하지도 않고 극진히 모시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 극진히 모시겠다는 이야기에 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하악’대는 인간(이게 정말로 ‘나’인지가 이제는 의심스러울 지경이다.)이 하나 있긴 했지만 모두들 그녀의 환대를 기쁘게 생각하며 영주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 동안 나는 일행의 대표로서 인사를 나누었다.

  “걱정했지만 좋은 분들이었던 모양입니다. 정말이지 걱정했습니다. 아가씨. 아, 죄송합니다. 저는 알베로라고 합니다. 미들튼 가문의 집사입니다. 인사드립니다. 그리고……노인의 말이긴 하지만 감히 부탁드립니다. 아가씨를 잘 부탁드린다고. 아아, 여러분들같이 강한 분들이 오실 줄이야. 이제 슬슬 지치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아아 걱정된다. 뭐, 그런 생각은 나만 한 것은 아니었던지 미들튼 가문을 3대째 모시고 있었다는 집사가 우리에게 고개를 숙여가면서 부탁을 했다. 당연히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나저나 이런 순진한 아가씨를 보필하려니 참으로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신발도 신지 않고 뛰어나온 이 아가씨의 신발을 들고 허겁지겁 노구를 이끌고 달려온 집사에게 조금은 측은한 마음을 품는다. 매번 마음 고생도 심할 거고 말이지.

  “이곳을 기반으로 한 번 노르딕들의 뒤통수가 얼얼하도록 후려갈겨줄 생각이니까요. 싸움은 우리에게 맡기셔도 좋을 겁니다.”
  “저, 저는 오라버니의 복수를!”

  의지는 좋은데 능력이 안되잖수.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 다시 약속한다.

  “그럼……우리가 미들튼 경을 돕는 것으로 해두지요. 아마 우리의 공적은 미들튼 경의 공로가 될 겁니다. 우리는 단지 도왔을 뿐이니까요.”

  그 말에 감격한 집사는 앞으로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극진하게 모신다고 다짐. 하지만 전쟁중이라 적진 중간에 고립된 영지이니만큼 먹을 것은 매번 물고기만 올라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이 영지에 있는 사람들이 먹는 건 대개가 물고기들뿐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노인은 극진히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하다가 무엇인가 생각난 듯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빵이라거나 야채를 먹은 지도 어연 몇 개월째로군요. 아아, 이 불민한 집사라니, 그저 죄스러울 뿐입니다.”
  “말려!”

  그렇다고 목을 매려고 하지는 말아주세요. 발검하여 천장에 매어놓은 끈을 끊어버리면서 식은땀을 흘린다. 어딘지 모르게 성격이 좀 극단적이랄까. 내가 재빨리 대처한 덕분에

  “알베로……그건 알베로의 잘못은 아니니까.”
  “아닙니다. 이런 사태를 대비하여 미리 더 많은 곡식을 챙겨두어야 했습니다만!”
  “애초에 영지민들에게 곡식을 나누어주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덕분에 적들을 공격해야 할 군사들이 하릴없이 물고기나 낚고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한 가문의 재정과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집사로서의 혼이 섞인 절규였다. 역시 그런 거였나. 작전을 수행하지도 않았는데도 가끔 붙들릴 뻔했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그 때문이었구만. 씁쓸한데.

  “그거야 몰려드는 사람들을 구휼하려고 하다보니 일손이 부족해서…….”

  뚱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이 빈곤한 영지의 수장에게 나는 곡식이 얼마나 필요하냐고 물었다.

  “원래라면 2만 명이 1년간 버틸 수 있는 정도라면 앞으로 어떻게든 생활할 수 있었을 겁니다만……지금은 10만명이 1년간 버틸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아아, 혼을 실은 절규를 외쳤던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필시 이곳에는 그나마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겠지. 게다가 이상하게 이곳으로는 노르딕들이 쳐들어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대체 이곳을 이렇게 남겨두는 노르딕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굶어죽기 직전까지 몰아서 항복하게 하려는 건가?

  “어쨌든, 미시어스 제국에 연락을 취해 곡식은 구할 수 있습니다만.”
  “오오! 정말입니까!”
  “해군을 동원하면 이곳을 봉쇄하고 있는 녀석들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니까요.”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던지 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넋두리를 하기 시작했다.

  “알버트 도련님께서 적들의 공격에 70척의 전선과 함께 수장되신지 어연 몇 개월째입니다. 아가씨께서 매번 적들에게 포위되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늙은이는 그저 이 가문의 대가 이걸로 끊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에…….”
  “가,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먹을 것이 해결되고 나니 다음 문제가 또 걸리는 거냐.

  “아가씨, 이 늙은이는 아가씨의 아드님께서 건강하게 이 영지를 물려받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그 아가씨의 몸만 탐할 늑대같은 놈들이 아닌 정말로 아가씨를 사랑해줄만한 신사 분을 만나야! 이제 도련님도, 나으리도 없으니 이 늙은 몸이 분골쇄신하여 아가씨를 지켜드리겠습니다!”
  “아, 알베로. 다른 분들이 보고 계신다고. 부끄럽잖아.”
  “아, 그,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분이라면…….”

  왜 나를 보는 건가요.

  “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면…….”
  “저, 아내가 있는 몸이라서 말이죠.”
  “커, 커억!”
  “알베로!”
  “고혈압이냐!”

  아무래도 나를 통해서 이 영지의 핏줄을 잇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 노인네, 참으로 바라는 것도 많아요.
  어쨌거나 알베로의 넋두리(를 빙자한 망언) 때문에 루이즈 엔엘베른 미들튼과 나는 순식간에 그 사이가 어색해지고야 말았다. 그런데 왜 이 아가씨가 화를 내는 거냐. 그것도 나에게. 알베로가 뒷목잡고 쓰러진 게 나 때문인 것은 아니잖냐. 아니, 나 때문인가?

  “아아, 어쩔 수 없지요. 그럼 다른 분들이…….”
  “타클란 제국 분들은 모두 여성분이시고 우리 쪽의 남자들은 모두 유부남입니다만.”
  “커억!”
  “……또냐.”

  부활했던가 생각했더니 다시 뒷목을 잡고 쓰러진다.

  “아아, 4대를 이어 미들튼 가문을 모시려고 했던 나의 야망이…….”

  거 어처구니없는 야망이시군요. 눈물을 흘리면서 쓰러진 노인을 보면서 식은땀을 흘린다. 뒤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는 일행들은 왜 이러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 그들이 이쪽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다행이다. 이 노인의 야망을 들었다면 필시 이루어주겠다고 외칠 사람이 최소한 두 사람은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 야망, 내가 이루어주지.’
  ‘우후후후. 나는 서포트라도 해줄까?’

  그 사람들이라면 필시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일단 겉보기에는 백합이겠지만.
  그나저나 이 집사, 꽤나 폭주하기 쉬운 성격인 것 같다. 생각에 빠져들면 외부의 상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 하려나. 여러 가지로 고생이 많구나. 이 아가씨도. 뭐, 그 고생의 대부분은 그 미모에서 시작한다고 보면 되겠지만. 저 노인이 폭주하는 것도 이 아가씨의 미모에 색욕이 충만한 놈들이 자주 달라붙어서 그런 것이겠지. 어쨌든 좌절하는 노집사를 미들튼 경이 데리고 들어가고 나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이 다가왔다. 그리고 ‘나’ 세진 알카로이드는 침을 흘렸다. 여자 얼굴을 하고 색욕충만한 모습은 보이지 말라고.

  “아내들만큼이나 예쁘다.”
  “침은 좀 닦아라.”
  “스읍…….”

  확실히 축복받은 미모이기는 하다. 약간 붉은 기운이 감돌기는 하지만 멋진 금발인데다가 누님계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볼륨있는 가슴. 거기에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인지 탄력있는 몸매를 가지고 있다. 얼굴이야 뭐……누구를 닮았다고 하기에는 좀 뭣하지만 날카로우면서도 어른스러운 여성의 모습이다. 그런 분위기에 미모까지 겸비했으니 영지의 기둥이 뽑혀나간 상황에서도 군사들이 배신하지 않고 버텨주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물론 그런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지, 반드시 그랬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 지지 않을 거야.”

  저는 관심도 없는데 어째서 그리 질투를 하시는 건지요.
  새로운 미인의 등장에 라이벌 의식을 활활 불태우고 있는 타클란 제국 29황녀 예브리나 황녀를 보면서 조금 한숨을 쉰다. 예브리나 황녀도 아름다운 얼굴인데 미들튼 경과 함께 있으면 그 빛이 확 죽어버리는 감이 있다. 그 정도로 미인이라고 해두자. 다른 말로 하면 아내들 정도의 미인이라고 하면 되려나?

  “괜찮습니다. 미모 이외에는 다른 장점은 없는 것 같으니까요.”
  “나도 그렇게 느꼈지만…….”

  대신 하늘은 공평하시어 그녀에게 미모는 주었지만 다른 재능은 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적당히 머리가 좋고 적당히 운동신경이 뛰어난 편이긴 했지만 그건 다른 귀족들도 다 그런 것이고 딱히 뛰어난 점은 보이지 않았다. 매력 그 하나를 기반으로 경험을 쌓고 결국 한 나라의 군주가 된 유비라는 선례도 있긴 하지만 아직 경험치가 부족하다고 할까. 잘못하면 초선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초선 쪽이라면 고생이 심할 것 같으니 좀 도와줄까나.”

  “타당한 생각인 것 같구나.”
  “찬성!”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두 사람(위험인물 1, 2위를 다투는)이 다가와 내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 둘+알파는 어떻게 도울지를 의논하고 있었다.

  “역시 예쁘니까 도울 맛이 난다니까.”
  “뭐, 미인은 돕고 싶어지니까 말야.”
  “뭐, 그런가.”

  바보들의 페이스에 휘말리는 건 좀 사양하고 싶긴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섬찟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마저…….”

  아니, 카틀레야. 나는 단지 전략적인 점을 주목해서…….

  “정말로 그 외모를 보고 저보다 낫다거나 하면서 112번째 비로 맞아들이실 생각은 아니신 거지요?”
  “당연히 아니지. 무조건 아니야. 일단 그 칼부터 집어넣으라구.”

  분위기가 좀 싸해졌다. 그 이유는 카틀레야의 질투. 하지만 내가 그녀에게 반했다는 건 아니라고? 최소한 그런 외모를 매일같이 보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저 나는 전략적인 점을 주목해서 행동할 뿐이라고. 적어도 뒤에서 갑자기 힘을 내어 싸우기 시작하는 녀석들이 있다면 노르딕 녀석들은 등 뒤가 섬찟해서라도 전선을 더 축소해야 할 거라고.
  왕건이 후백제를 공략할 적에 나주를 점령하여 배후에서 위협을 가했던 일을 설명해주면서 나는 이것이 내 사적인 관심으로 시작된 일은 아니라는 것을 말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육지에서 활동할 거고 그녀와 함께 움직이게 되는 것은 ‘나’ 세진 알카로이드이니까. 그 말에 ‘나’ 세진 알카로이드가 눈을 번뜩인 것은 별로 중요치 않다.

  “나도 같이 움직일래.”
  “아, 마음대로 하세요.”

  거기에 ‘아버지’ 세린 알카로이드까지 포함시키자. 아무래도 둘이서 움직이게 되면 서로 견제도 하게 될 것이니 이 군사적인 재능이라고는 없는 아가씨에게는 도움이 되면 될 것이지만 정조에는 위험이 닥치지는 않을 것이니까.

  “어떻게 도와줄 생각이지?”
  “그냥 센타이 왕국의 이순신처럼 만들어줄 생각이야.”

  이순신처럼인가. 하긴 이 전쟁이 임진왜란과 비슷하긴 하니까 그런 영웅이 나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잘못했다가는 다른 귀족들이나 왕의 질투를 사서 죽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이겠지만.

  “그럼 나는 권율이 되어볼까.”
  “육지가 안정되면 확실히 도움이 되겠네. 잘 부탁할게.”
  “이순신같은 최후를 맞이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죽지 않게 잘 돌봐주라고.”
  “그건 당연하지.”

  미인이 죽으면 그건 그것대로 이 세상의 빛이 사라지는 것이라 말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우는 ‘나’와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한숨을 쉰다. 제대로 도울 수 있으려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덮치지는 말고.”
  “아아, 그건 좀 아까울지도.”

  음음, 위험한 감은 없지는 않지만 제대로 일을 시작해보도록 할까나.
.
.
  내 연락을 받은 미시어스 제국에서 출항한 해군들이 물자를 대규모로 수송하는 한편 육로를 통해 투입하려고 했던 소총부대를 함께 수송해버렸다. 그것만으로도 미들튼 영지는 노르딕들에게 위협이 되었다. 실제로 다른 영지를 해방시키고 근처에서 활동하고 있던 의용군들에게 물자를 대주기 시작했으니까. 그 때문에 노르딕들은 전과는 달리 미들튼 영지를 집요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런 전투는 매일같이 일어나는 중이다.

  “거리 500! 200까지 들어올 때까지 전원 대기한다! 박격포 부대는 효력사 지속하라!”

  그러나 단순히 화승총을 들고 들어오는 녀석들에게 박격포를 선물하자 녀석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마법사가 출현했다고 외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진짜 마법이라는 걸 구경시켜줄까나. 제일 적당한 건 파이어볼 정도겠지.

  “파이어볼!”

  ――콰앙!

  아아, 야포라도 떨어진 것처럼 푹푹 땅이 패어들어가면서 주변의 녀석들이 날아가는구나.

  “그게 어디가 파이어볼인가요. 헬파이어로구만.”
  “아니, 난 분명히 파이어볼을 쓴 거라고?”
  “헬파이어를 쓰면 그럼 어떻게 되나요?”
  “이 영지까지 다 날아가버리겠지.”

  내 마력 용량이 워낙 커서 말이지.
  히죽 웃으면서 카틀레야의 뾰루퉁한 얼굴을 쓰다듬어주고는 전황을 지켜본다. 미시어스 제국군처럼 최신형 화기(그래봐야 클립을 끼워야하는 2차세계대전에나 쓰던 볼트액션식 소총)는 아니었지만 화승을 쓸 필요는 없는 수석식 소총을 쓰고 있는 미들튼 영지의 의용군들이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이제야 조금 쓸 만해진 건가.”

  처음에는 처음보는 총기를 잘못 건드려 오발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었지만 몇 사람이 크게 다치고 나자 총구를 하늘을 향해 두는 버릇이 들게 되었다. 그리고 간단한 훈련을 마치고 투입하자 참호 속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하늘을 향해 총을 쏘아대던 것이 몇 번의 전투를 겪고 나자 제대로 노려서 쏠 줄도 알게 되었다.

  “오늘도 이기겠네.”
  “뭐, 당신이 나선다면 순식간에 끝날 전투였지만요.”
  “고향을 스스로 지켜냈다는 자긍심이 중요한 거야. 지금 저 사람들 무지 즐거워하고 있잖아? 아마 이 지역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씩씩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카틀레야와 이야기하면서 전황을 지켜보는 동안 노르딕들은 끈덕지게도 사격개시선까지 기어들어왔다.

  “거리 200! 각자 사격개시! 효력사다! 박격포는 후미를 계속해서 타격한다! 창병들은 박격포를 지원해라!”

  그렇게 또 하나의 전투가 끝나간다. 노르딕들은 시체의 산을 버려두고 도주했다.
.
.
  “좌우현 모두 대기! 마법사들은 준비! 총병들도 대기하라!”

  육상전과 비슷하게 해전도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루이즈 엔엘베른 미들튼은 포격전에 쉽게 익숙해졌다. 그리고 가르치지도 않았는데도 일자진으로 포격을 시작한다거나 섬멸을 위한 학익진을 펼칠 줄도 알게 되었다. 丁자 대형이랄까 T자 전술이라고 할까. 그런 방법을 깨달은 것이다. 함선을 침몰시키는 데는 일제사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아차린 것이다. 가르칠 보람이 있는 여자다.

  “아직 불굴의 의지는 가지지 못한 것 같지만.”

  미시어스 제국의 해군은 14척만 남고 모두 귀환한 상태다. 다음의 보급을 호위하기 위해서랄까. 그 덕분에 미들튼 영지에 남아있던 21척의 전선과 함께 해상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었지만 나름대로 잘 적응하는 미들튼 경 덕분에 해상방어는 맡겨도 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군인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나.”

  생각해보면 이순신이라는 무장도 화포가 없었다면 13 : 133……이 아니라 1 : 133의 신화를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접현해서 백병전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다른 배들도 다가왔을 것이고 그 결과 수적인 열세에 처해서 순식간에 전멸했을 테니까.
  그녀를 다시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녀는 마치 이순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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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간만에 새로운 캐릭터 출현
  루이즈 엔엘베른 미들튼 : 해적 출신이었던 할아버지가 국가의 사략함대를 맡게 되면서 귀족층으로 편입되었다. 캐릭터 모티프는 당연히 대항해시대의 라이자 미들튼(…) 일단 외모는 누님. 군인답지 않은 미모이지만 상대를 귀찮게 한다거나 근성있게 달려드는 점에서는 군인다운 면모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함께 싸우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대항해시대를 해본 사람은 알지만 별 도움 안된다. 제발 깝죽거리다가 별 도움도 안되면서 나포되지마!라고 외치고 싶은 캐릭터랄까. 현재 노르딕들에게는 마치 아이돌처럼 숭배받고 있는 중. 아마 그녀가 살아남은 것은 여신님같이 아름다운 외모 때문일 것이다.
  현재 이순신처럼 만들어주기 위해 몇 사람이 도와줄 생각을 굳히고 있는 중.
  참고로 70척과 함께 수장된 알버트 씨는 조금 더 군인다운 원균+박홍(…) 다만 말아먹은 수준은 비슷한지라.
  +그로닝겐의 중급학교에 갔더니 떡하니 수료증과 함께 건네지는 전직증. 광물상으로 전직했습니다. 우후후. 이제 오슬로에 가서 주조 3레벨까지 올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그 전에 일단 상업용 대형 카락을 얻어야(…) 셀레네에는 캐릭터는 있는데 안한지 한 3년은 되는 것 같더군요. 그냥 에이레네에서 키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초급학교 군렙까지 졸업했더니 전렙 3레벨. 해적들이 신나게 강습합니다.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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