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팬픽] 짧다면 짧은 이야기 1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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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199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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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면 짧은 이야기 part 2-9

"할 거 다했다고 모른 체하면 죽어버릴 거야."

무릎에 앉아있는 윤아를 꼭 껴안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사랑해"
이 말이 내 진심이니까, 길게 말하면 진심이 아닌 말도 하게 될지 모르니까.

"나도 오빠를 사랑해, 죽을 만큼 가슴이 아프더라도~"


점심을 먹고 윤아를 택시에 태워 보냈다. 윤아는 택시에 타고서도, 멀어져서 내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까지 손을 흔드는 윤아의 마음이 느껴졌다.


윤아와 섹스를 하고 난 후, 윤아의 문자나 전화의 내용이 좀 진해졌다.
통화를 못 해도, 전처럼 조바심치고 안달복달하지 않았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우리의 사이가 어떤 끈으로 단단하게 묶인 것 같았다.

한동안 근신을 해서인지 윤아에 대한 감시도 조금은 풀어졌다고 한다. 휴대폰도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당분간은 조심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내게 말하고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웃곤 했다.
언제나 이렇게 밝게 웃으렴, 너는 웃는 게 정말 예쁘단다.



태연이나 미영이 전화를 해도, 시험기간이라 당분간은 만나기 힘들었다.
놀 때는 놀아도, 공부할 때는 확실하게 해야, 나중에 만나도 할 말이 있을 테니.

드디어 시험이 다 끝났다. 전체적으로 어려웠던 과목은 별로 없었다. 친구들과 예상문제 뽑고,
선배들이 건네 준 시험 기출 문제를 열심히 정리했더니, 애들을 만나느라 빼먹은 과목들을 어느 정도는 만회할 수 있었다. 성적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시험도 끝나고 홀가분하게 친구A랑 C와 술을 한잔 하기로 했다.
다른 덕후들과 선배는 미팅 있다고 우리를 버리고 사라져 버렸다. 치사한 배신자들...
돼지 껍데기를 씹어가며, 껍데기를 씹듯 배신자들을 씹었다.

"근데 난 안 된다고 해도, 니들은 왜 안 나간 거냐?

A가 씩씩거리며 자기를 버리고 간 덕후들을 성토했다.

"인원이 다 찼단다. 죽으면 같이 죽고, 살면 같이 살아야 하는 동지애가 없는 더러운 것들"

A의 말에 C가 웃으며 A를 핀잔주었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니 여친에게 욕 먹을까봐 안 데리고 간 거지, 인원이 차서 따 돌린거냐? 하하하하"

"여친은 여친이고 미팅은 미팅이지"

"A놈은 그렇다고 해도 너는 왜 안 갔어?"

내가 C에게 묻자 C가 한숨을 쉬더니 술을 한 입에 털어 넣으며 말을 꺼냈다.

"오늘은 미팅이라기보다 소개팅이라고 해야해. 보라 말고는 여자를 만나기 싫다."

C는 좋아하는 여자가 따로 있었는데, 문제는 그 여자가 C를 소가 닭 보듯 한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도 일편단심 C놈은, 너무 달라붙지 않고 서서히 접근하는 고단수 전략을 쓰고 있었다.

"어휴~ A놈이랑 너랑 성격이 바뀌었어야 했는데..."

"그 얘긴 그만 하고 네 얘기나 해봐라."

C가 말꼬리를 살짝 나에게 향하며, 자기 얘기를 하지 못하게 방파매기를 쳤다.

"말 돌리긴, 정훈아 나도 궁금하다. 오늘은 속 시원하게 밝혀라."

A가 C의 말을 받으며 물으니 어느 정도는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일단 목을 추기고 얘기를 풀어놨다.

"지금 내가 세 다리 걸치는 건 다들 알고 있을 테고,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는지, 애들의 사이는 어떤지 그거 묻고 싶은 거지?"

"그래"

내 말에 A와 C가 한목소리로 동조를 했다. 두 놈이 무척 궁금했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이 빛나는 게 무척이나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두 놈에게 한번 웃어주고는 속에 있는 말을 털어놨다.

"요즘에 애들이 어마어마하게 떴잖아. 그래서 시간이 잘 안 난다."

"그래서? 못 만났다고? 요즘 휴식기 아니야?"

역시 성질이 급한 A가 먼저 물었다.

"아니, 돌아가며 만나지. 개인 스케쥴이 많아서 시간이 따로따로 난다."

"이~ 부러운 놈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도 수십 번은 구했을 거야, 안 그러냐?"

A가 C에게 자기 말이 맞느냐는 식의 동의를 구하며 술을 들이켰다.

"니 말에 100% 동감한다."

"지랄들 그만 하고 술이나 마시자."

"아! 지난번 사인앨범 갖다 준다고 한 것 같은데?"

"아~ 깜빡 잊고 가지고 나오란 소리를 못 했어. 애들 숙소에 있을 거야, 사인 다 해놨다고 하던데"

"다음에 만나면 꼭 가지고 나오라고 해라. 잊어버리지 말고."

이 와중에도 챙길 건 챙기는 이놈들은 역시 덕후였다.
내가 두 덕후들에게 술을 권하며 슬쩍 물었다.

"니들 지금도 디씨질 하냐?"

"미친놈, 이 나이에 무슨 디씨질? A놈은 할지도 모르겠는 걸?"

C의 말에 A의 얼굴을 보자 A가 겸연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이며 C에게 말했다.

"이놈아 50대도 디씨에 들어오는데 내가 뭔 나이가 많다고, 그리고 요즘엔 디씨에 잘 안 들어가."

"오! 웬일이야?"

우리 둘의 말에 A가 씩씩하게 말했다.

"팬클럽 가입했잖아. 그리고 레어 사진 몇 장 드랍하고 고문대접 받는다."

헐! 저놈이 인증샷 좀 보내 달라더니 그걸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니...

"에라이~ 덕후놈아. 넌 오덕이 아니고 씹덕이다. 너 그러고 사는 거 정은이는 아냐?"

"야! 절대 비밀이다. 이거 너희 둘에게만 말한 거야."

몸서리를 치면서 부탁하는 A놈의 말에 C와 나는 배꼽이 빠져라, 웃어 댔다.

"알았어! 그리고 필요한 거 있으면 전화해라. 레어 사진 몇십 장은 항상 보관 중이다."

"이놈이! 미리 뱉어."

A뿐만 아니고 C도 내 말에 흥미가 돋는지 나를 채근했다. 더러운 덕후놈들 사진 몇 장에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네.

휴대폰에 저장해 놓은 사진들을 전부 날려주고서야, 덕후들의 마수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찌~인한 사진도 넘겨주면 어떡하느냐고? 내가 바본가 휴대폰에 그런 사진을 저장하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만한 사진은 암호 수십 개 걸어서 내 방 컴퓨터에 얌전하게 모셔 놨지, 심지어 노트북에도 저장을 안 했는 걸~

친구들과 헤어져서 셋에게 문자를 했다.

-모해?

미영이가 답장을 바로 했다. 다른 둘은 바쁜 모양인지 내 문자를 맛있게 먹었다.

-스케쥴 끝나고 숙소 가는 중이에요. 눈웃음짱

-나도 시험 끝나서 친구들과 술 한잔 먹고 나왔어.

-잘됐다. 지금 만나요. 눈웃음짱

-숙소에 갔다가 나와야지?

-네, 옷 갈아입고 로드 오빠 돌아간 다음에 나와야죠. 눈웃음짱

-그럼 나올 때 지난번 사인해놓은 앨범 가지고 나와.

-네, 숙소로 오실 거에요?

-숙소 앞 카페에서 기다릴게.

문자를 하며 가다 보니, 어느새 숙소 근처 전철역에 도착했다. 카페에 들어가니 미영이가 안 보이는 게
오늘은 내가 빠른 모양이었다.
조금 기다리니 미영이 나왔다. 야구 모자에 머리를 뒤로 빼서 묶고 굵은 깜장 뿔테를 쓴 미영을
한눈에 알아봤다. 애들이 변장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게, 내가 덕후라 그런 건가? 아니면 원래 사랑하는 사람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 건가 아리송했다.

미영이가 자리에 앉자 주인이 직접 메뉴를 가지고 왔다.
아! 이 주인은 나만 보면 인사를 하고 아는 체를 하는데, 혹시 여자가 매일 바뀐다고 뒤에서 호박씨 까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혹시 애들 알아보면 어쩌지.
주인아저씨가 연세가 좀 있어 보이는데 설마 애들을 알겠어?

차 주문을 하고, 미영이에게 앨범을 받았다.

"오빠! 이거요."

"그래 고마워."

앨범을 예쁘게 포장했는데 10장이나 됐다. 헐! 많이도 주네. 5장은 친구들 주고 5장은 누구를 줘야 하나? 나야 진작 받았으니 전부 친한 사람들에게 돌려야지~

"5장이면 되는데 많이 가지고 왔네."

"주변에 아는 분들 드리세요. 남은 앨범이 없어서 태연이가 직접 구해온 거에요."

"헐~ 안 그래도 되는데. 아무튼 고마워."

"태연이에게 인사하세요. 저야 들고 온 거밖에 없잖아요."

"응, 태연이도 고맙고, 여기까지 들고온 미영이도 고맙고, 사인해준 다른 애들도 고마워."

내 말을 듣고 미영이 눈웃음을 웃었다. 근데 왜 주인아저씨가 쓰러지냐고~~
혹시 여기만 쳐다보고 있던 거 아니야? 다음에는 꼭 장소를 옮겨야지.

차를 마시고 미영이와 카페를 나왔다. 뭐 별로 갈 데도 없으니 오늘도 노래방이나 갈 수밖에.

"술 한잔만 마시고 노래방이나 갈래?"

"네 좋아요."

좋다며 웃는 미영이는 내가 가자면 지옥까지라도 갈 기세였다.
미영아 오빠랑 같이 가서 그런 거니? 아니면 넌 누구에게나 거절을 못 하는 거니?

다른 동네로 가기 전에는, 이 동네에서는 갈 곳이 뻔했다.
늘 가던 꼬치 집에 들어가 구석진 자리에 앉아 꼬치와 술을 주문했다.

"자, 한잔해"

내가 미영이에게 술을 따라주자, 미영은 술병을 건네받고 내 잔을 채워줬다.

"내일은 스케쥴이 어떻게 돼?"

미영이 소주를 마시고는 쓴지 인상을 찌푸리더니 내가 한 말에 대답했다.

"일단 내일은 별 스케쥴이 안 잡혔어요. 한 열흘 만에 쉬는 것 같아요."

"오늘 저녁에 안 들어가도 돼?"

내 말에 미영은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태연이에게 전화해 놓으면 안 들어가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요. 매니저 삼촌이 찾아도, 그때 통화하면 되니까요."

안 들어가도 된다는 미영의 말에 내일까지의 일정이 머릿속에 쫙 그려졌다.
"팬션을 하나 빌려서 가면 되겠다. 평일이니까 손님도 없을 테고, 우리끼리는 심심하니까 A더러 애인이나 데리고 오라고 해야지."

"친구놈하고 같이 놀러 가자. 청평에 경치 좋은 팬션이 있는데 둘만 가면 좀 심심할 거야."

내 말에는 싫다는 소리를 한 번도 한 적 없는, 날개 없는 천사 같은 미영은 역시 적극적으로 찬성을 표했다.
A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gee gee gee gee 거리더니 A놈이 받았다.

"이 시간에 니가 웬일이냐."

"티파니랑 청평 갈 건데 너도 생각 있으면, 애인 데리고 같이 가자고."

아까 먹은 술이 덜 깼는지, 아니면 계속 먹었는지, 횡설수설하는 게 같이 가는 건 틀린 것 같아 전화를 끊으려고 했더니, 금방 전화해준다고 했다. 좀 기다리니 전화가 왔다.

"정은이가 오케이 했다. 지금 가는 거냐?"

"지금 출발하려고~"

"차 가지고 가냐?"

"술 먹고 뭔 차를 가지고 가냐. 버스 타든지 아니면 기차라도 타야지."

"나도 술 많이 먹었으니 정은이 더러 가지고 오라고 하면 되겠네."

"좋았어. 정은이랑 같이 청담사거리로 와서 전화해라."

전화를 끊고 팬션에서 쓸 물건 리스트를 미영이와 머리를 맞대고 적어 내려갔다.
한참을 적으니 하루 쓸 물건인데도 양이 꽤 됐다.

"얼~ 적어 놓으니 양이 꽤 많은데."

"그러네요. 그걸 어떻게 들고가죠?"

"차 가지고 온다니까 차에 실으면 되고, 사는 건 마트 가서 사 가지고 가면 되겠지 모~"

술 마시며 놀러 갈 계획을 짜고 있으려니, 미영이는 몹시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나랑 놀러 가는 건 처음이나 마찬가지니 좋을 만도 하였다.
술을 마시며 기다리다 보니 A에게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기다리라고 하곤 미영이와 나갔더니
정은이와 A놈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정은아 오랜만이다."

"선배도 안녕하셨어요."

"그래, 인사해라 이쪽은 티파니."

미영이를 소개 시키자 친구놈이 미리 말을 안 했는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정은이가 당차고 똑똑해서, 그런 표정을 하는 건 한 번도 못 봤는데, 소녀시대란 타이틀이 잘 나가기는 하나보다 싶었다.

"안녕하세요. 보석보다 빛나는..."

미영아!!!! 그 멘트는 방송용이잖아!!!!!

"앗! 미안해요. 황미영이라고 해요."

겸연쩍은 듯 혀를 내미는 미영은 정말 귀여... 흠흠!! 정은이 금새 정신 차리고 인사를 받았다.

"어머! 티파니씨~ 정말 반가워요. 저 티파니씨 팬이에요."

어? 소녀시대 여덕도 있었나? 혹시 저놈이? A놈을 보자 자기는 절대 아니라고 주장하는 듯, 양손을 결사적으로 흔들어 대고 있었다. 흠~ 수상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차에 타고 마트로 가며, 우리가 정리한 물건 목록을 A와 같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술이 좀 부족하지 않겠어?"

"그럼 더 사면되지 뭐가 걱정이야"

정은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귓속말을 하는 A가 처량하게 보였다. 하긴 잡혀 살 때가 좋은 때라는 선배들 말도 있었으니까.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청평으로 내 달렸다. 팬션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내가 바베큐 숯불을 피는 동안, 미영은 내 옆에서 내내 즐거운 표정이었다.
하긴 마음 놓고 놀아 본적이 얼마나 되겠니? 오늘은 다 잊어버리고 재미있게 놀아보자.

정은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덕이었다. 술을 마시며 게임을 하면서도, 내내 미영이 옆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미영이도 나와 같이 있어서인지, 자기를 좋아하는 티를 팍팍내는 정은을 거북해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남자들은 찬밥일 정도로 그렇게 둘은 친해졌다.

*대화와 문자, 독백은 문맥상 문법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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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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