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말이 나온 김에 진짜 써보는 양판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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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351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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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엉망진창이었다. 꿈에 그리던 이계로 건너왔지만 단박에 용의 굴에 떨어져 용의 지식과 능력을 전수받기는커녕 애먼 곳에 떨어져 성추행이나 당했다. 시작부터 꼬이는 느낌이었다. 한진석과 마쉐리가 동행하면서 한진석은 정조의 위기를 하루에도 수차례 겪어야만했다. 진땀나는 여정이었다.

덕분에 예정에도 없던 강행군을 해야 했다. 하루 빨리 소드 마스터가 되어 이 난쟁이를 회쳐버리자! 한진석은 이를 악물며 다짐 또 다짐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대체 얼마나 더 가야해!”

걷다 말고 한진석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조금만 더 가면 되네.”

“그 조금만 더, 가 벌써 며칠 째인 줄 아시나요? 변태 난쟁이씨?”

“진짜 얼마 안 남았으니 잠자코 따라오게. 그리고 날 변태라고 부르지 마! 난 변태인 게 좋아. 사실이니까. 하지만 날 변태라고 부르는 건 참을 수 없어!”

“뭔 소리야 그건!”

“그냥 그렇다고.”

“젠장.”

매번 이딴 식이였다. 대화도 안통하고 헛소리에 능한 난쟁이는 시도 때도 없이 성희롱을 하는 주제에 그걸 지적하면 화를 내거나 심하게 부끄러워했다. 수염도 허옇게 샌 노인 난쟁이가 양 볼을 발갛게 물들이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광경을 보고나면 누구나 삶의 의욕을 상실할 것이다. 어머니 소자가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이곳은 지옥이에요. 살려줘.

때마침 화풀이하기에 딱 좋은 돌이 있어 분노를 그러모아 발끝으로 걷어찼다. 그러나 의외로 깊이 박혔던지 발끝에서 불꽃을 쏘는 듯한 통증과 함께 한진석은 데굴데굴 구르고 말았다.

“으악! 아침 해가 빛나는 끝이 없는 바닷가, 가 아니라 내 발가락!”

“응 이 돌은?”

한진석이 아프거나 말거나 그가 걷어찬 돌만 유심히 관찰하는 마쉐리. 아무리 미운 난쟁이라지만 그래도 동료인데 그가 자기를 무시하자 섭섭해진 한진석이 아파서 눈물이 글썽거리는 와중에도 따졌다.

“야 여기 사람 다친 거 안보여!”

“보이지만 좀 참게. 이게 다 원활한 스토리 진행을 위한 스무스한 나의 액션이니.”

스무스한 전개는커녕 분노가 스물 스물 기어 올라온 한진석이 꼿꼿이 서서 멀쩡한 다른 발로 마쉐리를 걷어찼다.

“에라 인간아!”

“앙!”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든 채 땅에 얼굴을 처박고 부들부들 떠는 마쉐리를 보자니 식욕이 떨어졌지만 어쨌든 지금은 식사시간이고 사람은 먹어야 산다. 한진석이 나무 그늘에 걸터앉는 것을 신호로 어느새 벌떡 일어난 마쉐리가 품속에서 잘 갈린 박도를 꺼내들더니 숲 저편으로 사라졌다. 사냥을 나간 것이다. 난쟁이들의 말이 정말 사실이었는지 마쉐리는 음흉하고 정신 나간 언행과는 다르게 믿을 만한 길잡이이자 사냥꾼이어서 한진석은 발이 부르튼 것 외에는 아직까지 고생한 적은 없었다. 따지고 보면 꽤 순조로운 편이었다.

“적도 없고. 위기에 처한 아가씨를 구출하는 것도 없고. 어디서 기연이나 안 떨어지나. 요즘은 퓨전이랍시고 판타지에서 기연도 막 생기던데.”

누가 들으면 큰일 날 소리를 태연하게 내뱉으며 한진석은 신발을 벗었다. 그가 이계에 신고 온 운동화는 물에 젖어, 마를 때까지 등짐 한 구석에 처박아 두고 지금은 난쟁이들이 손수 제작한 산행용 신발을 신고 있었다.

의외의 수완을 발휘한 한진석이 판결을 마치고 흩어지던 난쟁이들을 따라잡아 뜯어낸 물건이었다.

“이거 없었으면 지금쯤 물집 투성이였겠지? 뭐 이거 말고도 가져온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이것도 기연이라면 기연이겠군.”

동성에게 첫 키스를 빼앗긴 것을 과연 기연이라 부를 수 있는 지가 의문으로 남았지만 어쨌든 한진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시작이 반이다. 낙관적인 사고가 행복한 결말의 시작인 것이다. 이대로만 가면 틀림없이 소드 마스터가 된다. 이참에 전 세계 용이란 용의 내단을 다 긁어모아 볼까? 그는 소드 마스터를 넘어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는 꿈에 젖어 헤죽헤죽 웃기 시작했다. 꼴불견이었다.

“진석. 왜 웃나?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웃으면 광기의 전조라던데 진석도 그러한가?”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마쉐리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한진석에게 말을 걸었다. 용을 찾는 일이 너무 힘들어 살짝 돌아버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미치긴 누가 미쳐!”

제대로 미친 난쟁이에게 미친 게 아니냐며 걱정하는 말을 들어버렸다. 이런 수모가 없었지만 한진석은 참고 또 참았다. 긍정적인 사고. 행복한 결말. 잊지 말자. 시작이 반이다. 그는 차분히 머릿속으로 마쉐리를 17분할했다. 언젠가 정말 회치듯 썰어버릴 날이 올 것이다. 소드 마스터가 되면 말이다. 다시 한 번 기억하자. 시작이 반이랬다.

“아냐. 난 괜찮아. 걱정말고 어서 고기 구워.”

“그런가? 아무리 봐도 좀 이상해 보이는데?”

“네가 설령 흡혈귀라도 17분할에는 못 견딜…… 응 방금 뭐라고? 난 괜찮다니까.”

“지금 그 이상한 말은 뭐였지? 오싹해지는 걸로 봐서 무척 불길한데?”

“잘못 들었겠지?”

“그런가?”

“나이 탓이야 나이 탓. 그러니 신경쓰지마.”

이번에는 마쉐리가 발끈했다.

“나이 탓이라니! 이 몸은 여전히 아침마다 씩씩하다! 사내 하나 둘은 눈감고도 해치울 수 있어.”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해치우겠다는 건지 의문이지만 의문은 의문으로 남겨두자. 세상에는 몰라도 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한진석은 미련 없이 말을 돌렸다. 이제 대꾸하기도 지겨웠다.

“밥. 밥.”

“아, 그렇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마쉐리는 불을 피운다, 고기를 굽는다하며 부산을 떨었다. 준비를 마친 마쉐리가 한진석을 돌아보며 말했다.

“진석, 여기로 와서 고기 좀 돌려주게.”

“뭘 돌려?”

흠칫 놀란 진석이 몸을 움찔하자 마쉐리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너무 타지 않게 고기 좀 돌려달라고.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

“아 아니.”

이게 다 무분별한 인터넷 사용자 때문이다. 고기 굽는 과정이 위험천만한 고기돌림으로 변할 뻔했다. 아까부터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주술 같은 노래를 애써 지워내며 한진석은 야밤의 그 끔찍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따끈따끈한 파이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갔더니만 끔찍한 걸 보았지.”

“응? 뭐라고?”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마쉐리가 손질한 고기가 길쭉하고 통통한 게 꼭 그 고기를 닮아 도저히 입에 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굶어 죽으면 죽었지 이건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난 도저히 못 먹어. 할 수 없어. 유 스핀 미 롸잇롸운…… 안 돼! 제발 그만!”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안색이 창백한 한진석이 영문 모를 말을 쏟아내자 당황한 마쉐리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쩝쩝. 그럼 그걸 내게 줘!”

그런 그들을 향해 어디선가 갑자기 우렁우렁한 소리가 날아들었다. 한진석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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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글로 게시판을 오염시키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양판소는 더욱 양판스런 전개로 읽는 이를 실망 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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