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연희삼총사 #18 트레빌 대장의 호출 그리고 루이13세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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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432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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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미스는 어쩔 줄 몰라하는 달타냥을 보다가 말했다.


"아, 그리고보니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트레빌 대장님께서 삼총사들 전원을 호출하셨거든."


"트레빌 대장님께서?"


포르토스는 찔리는 것이 많은지 얼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래. 아무래도 어제 일이 벌써 알려진 것 같아."


아라미스는 자신도 이런 호출은 원치 않는다는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아토스는 이미 본부로 가 있어. 그리고 달타냥. 너도 따라오도록 해. 호출된 인원들 중엔 너도 포함이 되니까."


그렇게 달타냥과 포르토스는 아라미스를 따라 총사대 본부로 가 있는 트레빌 대장의 저택으로 향했다.


"오, 포르토스! 어제 한 껀 했다며?"


"열여섯명과 싸웠다며? 역시 삼총사들은 대단하군 그래."

삼총사와 근위대원들의 결투는 이미 파리 시내에 파다하게 소문이 퍼져있었다.
포르토스와 아라미스를 알아본 총사들이 대단하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설마 그 녀석이 바로 주사크 대장을 이겼다는 견습 총사야?"


그 중에서도 근위대장 주사크를 이긴 무명의 총사 지망생 달타냥의 이야기는 거리 전체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였다.
트레빌의 저택에 도착한 삼총사와 달타냥은 곧 트레빌의 호출을 받았다.


"어제 일을 저지른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말썽을 부리고 다니는게냐! 결투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린게냐?! 법을 어기고 결투를 한 것도 모자라서 근위대와 싸움을 벌여?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용서하지 않겠다."


트레빌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따끔하게 삼총사와 달타냥을 꾸짖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고, 트레빌은 그들을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부른 뒤엔 칭찬을 했다.


"잘했네. 아주 잘했어. 그 콧대 높은 주사크를 쓰러뜨리고 검을 열 다섯 자루나 빼았아 오다니 정말 대단하구만."


"트레빌 대장님. 주사크를 쓰러뜨린 것은 바로 여기있는 달타냥입니다."


트레빌의 칭찬에 아토스는 달타냥을 앞으로 떠밀면서 말했다.


"호오 그래?"


트레빌은 전날 만나보았던 소년이 그 주인공이라 하자 흥미롭다는 듯 달타냥을 바라보았다.


"네, 그리고 어제 트레빌 대장님께선 이 아이의 입단을 거절하셨다고 하던데 제 생각에는 이 아이는 총사대원으로서 합당한 실력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저는 이 아이의 입단을 정식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음!"

아토스의 말에 트레빌은 놀랍다는 듯 아토스와 달타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남을 칭찬하는데 엄격한 아토스가 누군가를 이토록 극찬할 줄은 몰랐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레빌 대장님. 달타냥은 충분히 한 사람의 총사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겁니다."


"!"


아토스의 추천이 끝나기가 무섭게 포르토스도 한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보다 키가 낮은 달타냥의 어깨를 감싸안았는데, 그 모습이 매우 친근해보였다.


"후후, 저의 추천도 포함시켜주세요."


아라미스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나서며 빙긋이 웃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화사하게 옷을 입고 있었는데, 달타냥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것이 기분이 매우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삼총사들은 달타냥을 보호하듯 둘러싸며 말했는데, 그 모습이 매우 친해보였다.


(호오~, 이거 봐라.)


설마 하루만에 삼총사 전원과 친해져 그들의 추천을 받아낼 줄은 몰랐기에 트레빌은 놀랍다는 듯 달타냥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하루만에 삼총사 전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지?)

그러다 트레빌은 뭔가 분위기랄까.
소년의 모습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응?)


하지만 그게 뭔지 한눈에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트레빌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달타냥을 보며 크게 칭찬을 해주었다.


"그렇군. 아주 좋아. 속이 다 후련해지는구만. 잘 했네, 잘 했어. 역시 나의 친우의 자식이구만."


트레빌은 삼총사의 추천을 받은 달타냥의 처우에 대해 크게 신경을 써주겠다고 약속한 뒤 삼총사들에게 말했다.


"그 전에 리슐리외 추기경이 또 멋대로 일을 꾸미기 전에 서둘러 폐하를 만나 뵙고 와야겠다. 너희들은 이만 돌아가 푹 쉬도록 하거라."


트레빌은 그 후 곧바로 루이 13세를 만나기 위해 왕궁으로 들어갔다.
루이 13세는 넓은 방에서 혼자 트럼프 놀이를 즐기고 있던 중이었다.

"국왕 폐하,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오! 트레빌 대장이로군. 마침 잘 왔소. 벌써 리슐리외 추기경이 한바탕 떠들고 돌아갔다네."


루이13세는 지난 날에 있었던 결투에 대해 이미 전해들은 듯 했다.


"그래, 삼총사 말고도 못 보던 젊은이가 한 명 더 있었다고 하던데, 누군가?"


"올해로 열여섯 살이 된 달타냥이라는 젊은이입니다. 총사 지망생이옵니다."


"호오, 그래? 듣자하니 주사크를 일격에 쓰러뜨렸다던데? 어린 나이에 굉장한 솜씨를 지니고 있구만."


"예. 저와 어려서부터 절친했던 친우의 자식으로 총사가 되기 위해 이곳에 온 젊은이입니다. 분명 폐하의 충성스러운 신하가 될 것이옵니다."


"기특한 녀석이로군. 한 번 만나보고 싶은데 괜찮겠지? 내일 오후에 삼총사와 함께 데려오도록 하시오."


저택으로 돌아온 트레빌은 국왕을 대면하는 영광을 삼총사와 달타냥에게 알려주었다. 삼총사는 전에도 몇번 국왕을 알현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침착한 모습이었지만 달타냥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국왕 폐하를 직접 뵐 수 있다니....정말 꿈만 같아.)


달타냥은 설레는 마음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다음 날, 달타냥은 삼총사와 함께 트레빌을 따라 루이13세가 있는 궁전에 도착했다.
알현실에서 국왕을 기다리는 동안 달타냥은 너무 긴장해서 온 몸이 굳어 버린듯한 느낌을 받았다.


-쿠르릉


이윽고 커라다란 문이 열리고 루이 13세가 모습을 드러냈다.
트레빌과 총사들은 허리를 굽혀 예의를 표하고는 국왕의 앞으로 나아갔다. 달타냥은 맨 뒤에 서서 삼총사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젊은이라고 들었는데 아직 어린아이이지 않은가?  이런 어린 소녀가 사천왕인 주사크를 쓰러뜨렸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로구나."


루이13세는 한눈에 달타냥이 여성임을 간파했다.


"그 용기와 검술 실력이 그토록 뛰어나니 내가 상을 주도록 하지."


국왕은 시종을 시켜 금화가 가득 차 있는 주머니를 가져오도록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두 손 가득히 금화를 집어올려 달타냥의 호주머니 속에 직접 넣어주었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달타냥은 너무나 큰 감격에 어찌한 바를 몰랐다. 그녀는 그저 계속 고개를 숙이며 황공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 탓에 루이 13세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으나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를 못했다.


"트레빌 대장, 총사대에 이 소녀를 넣을 자리는 없나? 이런 용맹스런 여성이 짐의 곁을 지켜 준다면 안심이 될 것 같은데."


"아직 나이가 많이 어리기에 우선 견습으로 복무하게 하고, 좀 더 경험이 쌓이면 정식으로 총사의 지위를 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건 대장이 알아서 잘 처리해 주게."


달타냥과 삼총사는 먼저 알현실에서 물러나왔고, 트레빌은 루이 13세와  얼마간 환담을 나눈 뒤에 한 걸음 늦게 궁전에서 나왔다.
트레빌이 나와서 보니 달타냥은 상으로 받은 금화를 삼총사와 똑같이 나누어 가지고 있는 중이었다.


(저 녀석, 용기 있고, 검술 실력만 뛰어난 줄 알았더니, 마음씨도 착하고 욕심도 없군.)


트레빌은 흐믓한 표정으로 달타냥과 삼총사를 바라보았다.
달타냥이 소녀였다는 걸 알현할 때까지 깨닫지 못한 것은 불찰이었지만, 소녀는 아라미스처럼 훌륭한 여성 총사가 될 것 같았다.


"그나저나 아토스, 아까 폐하께서 주사크 근위대장을 사천왕이라 부르던데 그게 무슨 말이죠?"


돈을 다 나눈 달타냥은 궁금증이 있는지 아토스에게 물어보았다.


"실은 근위대도 우리 총사들처럼 4명의 뛰어난 검객들이 있어. 우리가 삼총사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꼬았는지 그들도 4명의 실력자들을 골라서 사천왕이라 부르고 있지."


아토스는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주사크 대장이 그 중 한명이고, 네가 전에 싸우다가 당했다던 그 홀쭉한 사내와 뚱뚱한 사내도 바로 그 사천왕들이야. 그리고 사천왕들의 정점이 되는 사내는 바로 그 칼자국의 사나이, 로슈포르 백작이지."


포르토스도 추가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


달타냥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매우 놀랐다.
설마 처음 고향에서 나와 맞붙게 된 것이 근위대의 사천왕들이었는 줄은 몰랐었다.


"로슈포르 백작을 제외한 사천왕들은 우리와 비슷한 실력이야. 하지만 로슈포르 백작은 우리 세명이 전부 달라붙어도 이길까 말까 할 정도의 엄청난 실력자지. 오직 트레빌 대장님만이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 괴물이야. 그러니 조심해."


아라미스는 로슈포르를 원수처럼 여기는 달타냥이 걱정되어 충고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달타냥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한편, 전의가 활활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xxx


 그날 밤, 달타냥과 삼총사는 파티를 열었다.
국왕을 알현한 영광과 달타냥이 견습 총사가 된 것을 기념하는 파티였다.
네 사람은 술과 음식을 배 터지게 먹고 마시며 즐겁게 떠들었다.


(하아...술을 안 마시겠다고 그렇게 다짐했는데...역시 오늘은 축하를 하는 자리이니 거절하기 힘들겠지?)


달타냥은 술을 보게되자 입맛을 다시며 속으로 생각했다.
술때문에 순결을 잃었음에도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그녀였다.
그만큼 처음 맛본 술에 제대로 맛을 들인 탓인지 몰랐다.

"하하하하!"

"호호호~!"

"자, 마시자! 마시자구!"

삼총사는 아직 어린 소녀임에도 용감하고 씩씩한 달타냥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나이는 어리지만 서로 마음을 떨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기로 했다.
달타냥은 그 유명한 삼총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다.


"그럼, 친구가 된 기념으로 자네에게 선물을 주도록 하지."


포르토스는 자신이 부리던 종 2명 중 한사람을 달타냥에게 넘겨주었다.


"프랑슈, 오늘부터 이 아이를 주인으로 모시게. 어린 소녀지만 주사크를 꺾은 훌륭한 검사니 주인으로 모시기에 부족함이 없을걸세."


달타냥은 뜻 빡의 이야기에 무척이나 당황했지만, 포르토스의 호의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난생 처음 대하는 종이라 부담스럽기도 하고, 별로 내키지도 않았지만 프랑슈는 아주 충실한 종이었다.


"포르토스, 정말 고마워요."


달타냥은 포르토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괜찮아.  뭘 이정도 가지고. 혹시라도 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도록 해. 꼭 도와주도록 할께."


포르토스는 듬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달타냥은 그런 포르토스의 호의에 고마움을 느껴 가슴이 따듯해지는 걸 느꼈다.


"포르토스..."


그 날 이후 달타냥과 삼총사의 우정은 점점 더 두터워져 갔다.


물론 그날 밤, 달타냥이 술에 취해 포르토스에게 또다시 업혀가게 된 것은 또다른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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