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잔트베르크의 여인촌 전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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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358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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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장 방앗간 아가씨와 씨내리(けびと, 씨받이의 반대입니다)

 

 

     청당에서 정양을 끝낸 토리에겐, 한 채의 오두막이 주어졌다. 가느다란 골짜기에 있는 잔트베르크 마을의, 서쪽 경사면에 세워진 낡고 작은 목동 오두막이다.

     봄이 한창인 따뜻한 날, 토리는 흰 뼈의 지팡이와 후드가 붙은 망토라고 하는 몸 하나만 달랑인 모습으로, 그 오두막으로 옮겨갔다.

     경사면에 새겨진 길을 올라가자, 판자벽과 돌로 지붕을 얹은 견실한 오두막이 있었다. 하지만, 떡갈나무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겉보기만큼 착실하지 않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조금……심하네」

 

     어디의 틈새에서 불어들어왔는지, 마루는 온통 모래투성이. 지붕에서 벗겨진 톱밥이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고 오래된 테이블과 의자에는 두껍게 먼지가 쌓여 있다. 이어진 침실에 보이는 베드는 천이 떨어지고 짚이 튀어나와 있다. 올려다보면, 천정의 네 귀퉁이는 몇겹의 거미집 안쪽에 숨어 있었다.

 

    「뭐, 빈 집이었다면 무리도 아닌가」

 

     마루의 모래를 손으로 건져서, 침을 뭍힌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사락사락 흘려 떨어뜨린다――잠시동안 그것을 주시하고 나서, 밖에 내던졌다.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공짜로 살게 해주는 거니까 불평하러 가는 것도 주눅이 든다. 가까운 집에서 청소 도구를 빌려오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서 오두막에서 나오자, 마을에서 비탈을 올라오는 사람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일까」

 

     작은 빨강색 머리. 수수한 갈색의 롱 스커트 위에, 색이 바랜 에이프런. 무언가 봉 같은 것을 메고, 한 손에 물통을 들고 있다. 아무래도 젊은 아가씨 같지만, 걷는 방법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바위투성이인 비탈길을 여기서 휘청거리고 저기에서 넘어질 뻔 하면서, 비틀비틀 올라온다.

     30보 정도 앞까지 오자, 토리와 시선이 마주쳤다. 눈꼬리가 처진 기색인 눈을, 에헤, 하고 한층 더 느슨하게 해서 웃는다. 애교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토리는 무심코, 착각이 아닐까 뒤를 되돌아 보았다. ――초원에 석회암이 점재하는 경사면이다. 그 밖에 사람은 없고, 민가도 없다. 아가씨의 상대는, 틀림없이 자신인 것 같다.

     앞으로 다시 향하자 , 그 아가씨가 고꾸라져 있었다. 손에 든 것을 근처에 흩뿌리고, 앞으로 철퍽 넘어져 있다.

     토리는 다가가서, 손을 내밀어 주었다.

 

    「괜찮아?」

    「아, 네. 정말로 죄송합니다……」

 

     떨어뜨린 것은 청소 도구였다. 자루걸레라든지 걸레라든지 물통 같은걸 모으자, 아가씨는 스커트를 털고 일어서서, 다시 한번, 이라는 것처럼 꼬박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프티라고 합니다. 촌장님 말씀으로, 오늘부터 씨내리님의 시중을 들겠습니다아」

 

     약간 높은 목소리로, 혀짧은 아이 같아 보이는 어조였다. 동작이나 표정도 어리다. 사람을 의심하거나 평가하거나 하는 것을, 아직 모르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도, 나이는 그만큼 어리지는 않을 것이다. 토리보다 하나 아래거나, 기껏해야 두살 아래 정도일 것이다. 키는 같은 정도. 푹신푹신한, 삼베 같은 머리칼을 좌우로 꼬아땋고 있다. 그 색은 붉은 빛이 도는 갈색으로, 햇빛을 비치면 사탕 같이 광택있게 보인다.

     얼굴 생김새는 성숙한 여자와는 거리가 먼, 소녀의 그것이다. 형태가 정돈되지 않은, 소박한 느낌의 눈썹과 큰 다갈색의 눈동자. 아직 뾰족해지지 않은 작은 코에, 약간 주근깨가 올라가 있다. 입술은 분홍색으로 작다. 뺨은 그야말로 부드러운 것 같지만, 잔털의 손질을 하고 있지 않다.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 같이 사랑스러운 소녀다.

     하지만, 그 큰 눈동자가 문득 뒤틀렸다. 심약하게 눈초리를 내린다.

 

    「저, 저기이 ……저, 뭔가 나쁜 일 했습니까?」

    「에?」

    「그렇게, 유심히 보시다니……」

    「아니, 별로」

 

     손을 흔들며 토리는 말했다.

 

    「누구일까 생각해서. 뭐였지, 씨내리님? 그건 뭐?」

 

     역시, 누군가 다른 인간을 찾아온 거라고 생각했지만, 프티의 대답은 의표를 찌르는 것이었다.

 

    「씨내리님이라고 하면, 아기씨를 주시는 손님을 말하는 거예요오」

    「……」

    「저기, 씨내리님이시지요?」

 

     아아……토리는 납득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마을사람들은 그렇게 부르는 거겠지.

     그렇다고 해도, 그것을 이런 소녀의 입으로 직접 들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뭐, 그런 게 되겠지……」

    「아아, 다행이다. 또 뭔가 착각했나 생각해 버렸습니다. 저, 언제나 실수만 해버리니까요오」

 

     안심한 듯이 가슴을 쓸어 내리자, 프티는 눈을 치켜뜨고 지그시 토리를 보았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청소 도구를 가지고 있으니까, 청소를 하러 왔음이 틀림없다. 씨내리님 운운은 차치하고 청소는 해줬으면 싶기 때문에, 토리는 부탁해 보았다.

 

    「그럼, 청소를 부탁할까. 아아, 나도 하겠지만」

    「네!」

    「물은 어디일까」

 

     바로 그때, 앗, 하고 프티가 입을 눌렀다. 카랑 물통을 떨어뜨린다.

 

    「물, 잊고 있었습니다아!」

 

     물통을 안고 엎어지고 뒹굴며 비탈을 내려가는 프티를, 약간의 불안과 함께 토리는 응시했다.

     아래의 못에서 물을 떠오자, 두 명은 청소에 착수했다.

     토리는 마루의 먼지를 쓸어내는 자루걸레 담당이 되었다. 프티는 손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덮고 걸레 담당이 되어서, 근처 바닥을 닦아간다. 그녀는 흥흥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토리는 말을 걸었다.

 

    「대단히 즐거운 듯하네. 그렇게 청소가 좋아?」

    「청소는 좋아해요오, 이런 저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것만이 아니예요」

    「응, 뭐야?」

    「씨내리님과 살 수 있다니 기뻐서」

 

     토리는 자루걸레를 멈추고 돌아보았다. 프티는 의자에 올라타서, 발돋움을 해서 창살을 닦고 있다.

     양말을 신지 않은 가는 발목의 힘줄과 미끈한 맨 장딴지가 보였다. 스커트의 엉덩이 근처는 모양 좋게 부풀어 있다. 기색은 어리지만, 몸은 충분히 아가씨가 되어있는 것 같다.

 

    「뭐라고?」

    「저, 여기서 시중을 들어드릴 거니까요오」

 

     뒤돌아 본 프티가, 활짝 웃었다. 창문으로 비쳐드는 빛을 등진 역광이 되어서, 윤곽이 빛난다.

     일순간이지만, 천사인가 무언가 같이도 보였다.

     말하고 있는 것은 천사도 뭣도 아니다. 토리는 멍해지고 거북해져서, 시치미 뗀 얼굴로 자루걸레질을 재개했다. 눈을 돌린 채로, 자연스럽게 물어 본다.

 

    「씨내리님과 살아 버려도, 괜찮은 걸까」

    「촌장님이, 괜찮다고 말해 주셨습니다아. 저도 아기 낳을 수 있는걸까 생각했더니, 정말로 기뻐서……」

 

     아무래도 상상 대로였던 것 같다. 토리는 내심 당황한다.

     갑자기, 차려놓은 밥상이 들어와 버렸다. 그것도, 이런 경계심 없을 듯한 아가씨.

 

    「저, 방앗간의 딸입니다만, 정말로 머리가 나빠서, 제분도 장부쓰기도 할 수 없어서, 언제나 혼만 났어요오. 정말, 없는 편이 좋을 정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구나아 하고 스스로도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늘의 도움이라고 할까」

    「그런 방해되는 사람이니까, 생판 남에게 주어도 괜찮다고 촌장들은 생각한 걸까」

 

     그렇다면 불쌍한 취급을 하는구만, 하고 생각해서 토리는 말했지만, 그것을 듣자 프티는, 깜짝 놀라 얼굴이 굳어졌다. 걸레를 든 손을 조마조마 움직이면서, 풀이 죽어 고개를 떨군다.

 

    「저기이……죄송해요」

    「뭐가?」

    「아뇨……저같은 반푼이가, 씨내리님을 시중들게 되어 버려서……」

    「그런 말 하지마, 신경쓰지 않아」

 

     한숨을 쉬고, 토리는 자루걸레를 벽에 기대어 세워놓고 손짓했다. 프티가 흠칫흠칫 다가온다. 그 뺨에 손을 대고, 창 쪽을 향하게 했다.

 

    「핫」

 

     바들 작게 떨며 눈을 감는다. 토리는 그 얼굴을 응시하면서, 몇번이나 뺨을 쓰다듬어 주었다. 빛이 닿은 관자놀이 근처가 반짝반짝 작게 빛난다. 매끈하고, 화장의 화 자도 모를 듯한 피부다.

     바들바들 떨면서 프티가 중얼거린다.

 

    「씨내리니임……손, 따뜻해요오」

    「여기에서는, 자신을 도움이 되지 않는다든가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니, 말하면 안돼」

    「……」

    「그리고 나는 토리로 됐어」

    「앗, 토리님……」

 

     후왓, 하고 안심한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프티는 토리의 손에 뺨을 맡겼다.

 

 

     거미집이나 모래 같은 것들의 대대적인 청소가 끝나자, 나머지 세세한 정리를 프티에게 맡기고 토리는 나가기로 했다.

 

    「토리님, 어디에?」

    「마을을 한바퀴 돌고 올께. 단천의 청당에서 곧바로 여기에 왔기 때문에, 그 이외의 장소를 전혀 모르니까」

 

     청당이라고 듣자 프티는 움찔 어깨를 떨었다. 걱정스러운 듯이 묻는다.

 

    「저기의, 정화사님께, 무언가 당하지 않으셨나요……?」

    「무언가라니, 뭘」

    「그, 영혼을 뽑히거나 라든지……」

 

     크리스타는, 그런 미신의 대상인 거겠지. 하지만, 그녀의 본심의 한 구석을 본 토리는, 정화사가 그렇게 불길한 존재가 아닌 것을 알고 있다. 복잡한 기분으로, 짧게 말해 두었다.

 

    「크리스타는 나쁜 아이가 아니야. 내 생명의 은인이다」

    「아, 네! 죄송합니다아……」

 

     기분을 나쁘게 했다고 생각했는지, 프티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다녀오세요」

 

     오두막의 밖에서는, 마을 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남북으로 긴, 배 모양의 골짜기다. 목초지와 초록의 밭이 모자이크 모양으로 돌담으로 구분되고 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강이 하나. 골짜기 전체를 적시고 있는 것 같다.

     여기저기 흩어진 돌판 지붕의 농가 수는, 백호 정도인가. 중앙에 조금 번화한 네거리의 광장이 하나.

     동쪽의 청당에서 서쪽에 있는 이 오두막까지, 도보로 30분. 그 사이에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 작은 골짜기다.

     비탈을 내려가면 돌담 건너편에서 목초지가 시작되고, 소나 염소가 많이 방목되고 있다. 한층 더 내려가면 보리나 포도의 밭이 된다. 일하고 있는 것은, 방금 전의 프티와 같이 머리카락을 감싼 여자들이다. 로브 모습의 토리를 알아차리자, 모두가 호기심의 눈을 향했다. 손을 흔들어 오는 여자나, 키스를 던져오는 여자도 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씩씩한 팔과 훌륭한 허리 둘레를 가지는 중년 이상의 여자들이다. 조금 연애 대상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

     토리는, 접대용 웃음만을 남기고 지나간다.

     마을의 중앙에 광장이 있고, 동서남북으로 길이 뻗고 있었다. 동쪽과 서쪽은 알고 있다. 토리는 북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완만하게 구불거리는 밭길을 나아가자, 골짜기가 점점 좁아져 왔다. 아득한 전방에는, 정상 근처를 구름이 휘감고 있는 터무니없는 거봉이 우뚝 솟아 있다. 그 봉우리에 부딪쳐서 이 골짜기는 끝나는 거겠지.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 의미를 잘 알 수 있었다.

     밭이 끝나는 근처의 숲 안에, 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훌륭한 석조 건물이 보였다. 첨탑을 갖추고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남이 틈으로 보인다. 흥미가 일었으므로, 돌아가기 전에 다가가 보았다.

     캉캉, 탕, 하고 장작패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이 있다. 나무들의 사이에 발을 들이자, 건물 옆의 헛간에서, 다리에 딱 붙는 호리호리한 바지에 흰 셔츠와 가죽의 사냥꾼 옷을 걸친 사람의 그림자가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토리는 낙엽을 밟으며 다가가서 말을 걸어 보았다.

 

    「안녕하세요」

 

     그 사람이 뒤돌아 보았다. 뜻밖에도, 여자였다. 여사냥꾼이라는 것이 만약 있으면――그런 직업의 인간은, 한번도 본 적 없지만――이런 모습을 하고 있겠지, 라는 차림이다. 변경에서는 드물게도 검은 테의 안경을 쓰고 있지만, 잘 보면 단정한 계란형 얼굴인 미인이다. 나이는 20살이 될까 말까 하는 참. 긴 흑발을 묶어서 등에 내리고 있다.

 

    「뭐야?」

    「여기는, 무슨 건물인가요」

    「그렇다기보다, 누구?」

 

     목소리에 경계의 울림이 있다. 부근에 다른 인간의 기색은 없기 때문에, 무리도 아니다. 토리는 신사적이라고 생각될 거리를 두어 발을 멈추고, 이름을 댔다.

 

    「비토리어스·가드릿지라고 합니다. 청당의 카라쿰씨에게 구해진, 여행자입니다」

    「크리스타에게 구해졌다……아아, 씨내리네」

 

     토리는 조금 고개를 떨구었다. 낮부터 이런 장소에서, 연상의 미인에게 그런 식으로 불리는 것은 부끄럽다.

 

    「히제 촌장이, 붙잡아 주셨으므로……」

    「그 사람, 나이가 그러니까 분별이 없어. 여행자라면 누구라도 좋은거야. 자기 집에 묵으라고 말했겠지. 묵고 있어?」

    「아니요, 서쪽 산의 목동 오두막에」

    「어머나, 허술하네」

    「그렇지만, 도울 사람을 보내 주었어요. 프티란 아이를」

    「프티? 방앗간의 프티·쿨란타이레?」

    「성은 모릅니다만, 방앗간이라고 했어요. 땋아내린 머리의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아아……가장 구슬리기 쉬운 아이를 보냈다는 거네. 그 빌어먹을 할아범」

 

     여자는 차가운 어조로 말한다. 크리스타를 닮았다, 고 느낀 것은 일순간 뿐이었다. 그 아가씨보다 훨씬 인간다운 감정의 소유자 같다.

     토리를 향해, 호의적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어조로 말한다.

 

    「너는 색에 눈이 멀어서, 살기로 했다는 거네. 봐서는 그런 것에 열중할 것 같은 나이인걸」

    「별로 부탁한 게 아닙니다」

 

     토리는 조금 발끈해서 말대꾸했다.

     여자는 흥미없는 듯이 등을 돌리고, 또 도끼를 장작에 파고들게 했다. 그 장작째로 그루터기에 콩콩 치고 나서, 크게 치켜들어서, 단번에 아래로 두들긴다.

     탕, 하고 장작이 두동강이 되었다.

     일련의 움직임 사이, 토리는 여자의 몸의 훌륭한 동선을 보고 있었다. 젊고, 채찍같이 가늘고 나긋한 움직임이었다. 유방의 부푼 곳은 얇고, 여자라기보다 소년같다.

     어딘지 모르게, 야생의 사슴을 연상시킨다.

 

    「결정된 거니까, 이야기 정도라면 듣겠지만」

    「에?」

    「하는거잖아, 아이 만들기 이야기. 하지 않으면 마을이 끊어지기도 하고. 필요하다고는 알고 있어. 그렇지만, 내가 받아들일지 어떨지는 따로」

 

     탕, 탕, 하고 장작패기를 계속하면서 여자는 말한다.

 

    「별로 베거나 하지 않으니까, 꼬셔보든지. 다른 마을에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면 변태 취급이겠지만 말이지」

 

     자신은 마을의 결정 따위에 따르지 않아, 라는 거절의 분위기가 전신에서 뿜어지고 있는 것 같다. 토리는 반감을 느껴서 일부러 여자의 이야기를 무시했다.

 

    「이 건물은, 성당입니까」

    「이것? 신대 무렵엔 그랬을지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학교였어. 마을에 아이가 있었을 무렵엔 여기에서 가르치고 있었어」

    「지금은?」

    「텅 비었어. 그렇지만 책은 남아 있어. 나는 그걸 노리고 살고 있어」

    「독서?」

    「이고, 지키는 사람이며, 대출 수속인이네. 무엇보다, 잔트베르크에는 책 같은걸 읽는 사람은 적지만」

    「나는 좋아합니다. 다음에 와도 되나요」

 

     여자는 손을 멈추고 이마를 닦으면서 돌아보았다. 관자놀이로부터 턱으로, 청렬한 땀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헤에. ……무언가 읽고 싶은 것은?」

    「안길의 『베비오스의 먼지』를, 훨씬 예전부터. 그게 아니면 집안 목공일의 책일까」

    「유감, 성인전 종류는 목록 밖에 없어. 목수책도. 그런 게 없어도, 이 마을의 인간은 해버려」

 

     어깨를 움츠리고 여자는 도로 쪽을 가리켰다. 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토리는 약간 낙담했지만,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고 떠나려고 했다.

     나무들 중간 정도까지 나아갔을 때, 불러왔다.

 

    「소년!」

 

     뒤돌아 보자, 여자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크로마야. 크로마·바이올」

 

     여자의 이름인 거겠지. 토리는 한번 더 고개를 숙이고 떠났다.

 

 

 

 

 

 자, 이 얼마나 상식적인 주인공입니까^^; 이쪽 계열에선 비정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이정도 개념은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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