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잔트베르크의 여인촌 후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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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269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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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상스럽게 가랑이를 벌리고 가로누워도 크리스타는 아름다웠다. 흰 피부를 삶은 것처럼 상기시키고 축 전신을 이완시킨 그녀를, 토리는 잠시 주시하고 있었다.

     옆을 보면, 머리를 이쪽으로 향한 자세로 프티도 비슷한 방심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쪽은 옷을 입은 채로 하반신만을 드러내서, 뇨의를 억제하듯이 양손을 가랑이에 쑤셔넣고 있다. 얼굴은 새빨갛고, 크게 연 입에서 김이 날 것 같은 한숨을 하아하아 흘리고 있다. 마치 크리스타와 동시에 토리에 안긴 것 같은 모양이다. 토리는 사탕색의 탐스러운 머리카락에 손을 넣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프티도 느꼈구나?」

    「정말, 정말, 토리님, 대단했어요오……」

 

     대어진 손에 머리를 누르면서, 프티가 강아지처럼 코를 울리며 말했다.

 

    「정화사님을 그렇게 푹푹 찌르고, 정화사님도 꾸욱 안겨서, 그래서 마지막에 부들부들 떨고오……보고 있는것 만으로, 가득 가득, 받고 있다고 알아서……저 정말, 자신이 받은 것 같아서, 포-옹 하고 날아가 버렸습니다아……」

    「후후, 프티는 정말 사랑스러운데」

    「그렇지만, 어쩐지 여기가 아팠어요오」

 

     가슴을 누르고 우는 것 같은 얼굴로 프티는 말했다. 토리는 얼굴을 갖다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가장 처음에 해 주었잖아. 잊지 않았어」

    「후아, 토리니임……」

 

     토리는 프티에게서 손을 떼고, 크리스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아직 괴로운 듯한 얼굴로 난폭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토리의 그림자가 지자 눈치채고 엷게 눈을 떴다.

 

    「토리……」

 

     토리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준다. 크리스타가 어디엔가 만지려고 팔을 들어 올렸지만, 도중에 힘이 다한 것처럼 툭 떨어뜨렸다.

 

    「안돼……일어날 수 없어」

    「됐어, 쉬고 있어. 지쳤겠지」

    「몸이 불타서, 재가 된 것 같아……그런데도 몹시 둥실둥실해……기분이 좋아」

    「그래. 그거, 잘 기억해둬」

 

     토리는 베드에서 내려가 마루에 떨어져 있던 흑의를 주워서 크리스타의 몸에 걸쳤다. 그리고 자신의 의복을 옆구리에 끼고, 나가려고 했다.

 

    「기다려!」

 

     두 명이 동시에 그렇게 외쳤다. 토리는 뒤돌아 보고 웃었다.

 

    「욕탕에 들어갔다 올 뿐이야」

 

     베드에서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던 두 명이, 불안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것을 눈에 새기고, 복도에 나왔다.

     단천의 방에서 몸을 씻고, 옷을 입었다. 그리고 침실에는 돌아가지 않고, 식당의 창에서 밖으로 나왔다.

     밤바람이 차가왔다. 이제 곧 겨울이다. 토리는 로브의 목 언저리를 확실히 모으고 오른손에 타카아시도리(タカアシドリ)의 지팡이를 단단히 쥔다. 눈 아래에 잔트베르크 마을의 불빛이 보이고 있다.

     이것이 마지막 광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잠시 멈춰서서 바라보았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어둠에서, 작게 억누른 목소리가 날아왔다.

 

    「토리?」

 

     긴장감을 띤 목소리가 기억에 있었다. 토리는 그 쪽으로 가서, 길가 덤불의 그늘에 들어갔다. 생각했던 대로, 거기에는 사냥꾼 아가씨가 있었다. 주저앉아서 얼굴을 마주본다.

 

    「크로마」

 

     크로마·바이올은 사냥하러 나갈 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움직이기 쉬운 셔츠와 가슴에 대는 갑옷에, 허리부터 무릎까지를 딱 가리는 스패츠. 길고 가는 것을 쥐고 있다. 활이다. 다가가자, 허브를 생각나게 하는 맑은 땀 냄새가 났다. 달려온 것 같다.

 

    「무사했었구나. 신전에 용병들이 오지 않았어?」

    「왔어, 무슨 일일까 생각했어. 그래도 잘 도망쳤어. 이 골짜기에서 나를 잡을 수 있는 인간 따윈 없어. 나중에 몰래 촌장의 집에 가서, 지금까지 상태를 보고 있었어」

    「그럼, 어째서 여기에?」

    「앞질러서 왔어. 이제 곧, 여기에 당신을 잡을 녀석들이 오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된 거네」

 

     토리가 말하자, 어둠 안에서 크로마가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틀려. 일부의 남자만이 멋대로 결정했어. 벌써 세 명이나 아이가 생겼으니까, 씨내리는 용건이 끝났다고 하면서. 농담이 아냐, 토리는 진작에 이 마을의 인간인데」

    「너는 반대해 주었구나」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나서, 문득 토리는 지금의 말을 듣고 되물었다.

 

    「세 명?」

    「……나야」

 

     감정이 가득찬 흔들리는 소리가 났는가 싶더니, 탄탄한 몸이 굵은 밧줄처럼 안겨왔다.

 

    「저것이 멈췄어. 분명 너의 아이가 생긴거야. 나, 낳을 거니까. 너의 아이, 훌륭하게 기를 거니까. 그러니까 너도, 곁에 있어」

 

     토리는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껴서, 그녀를 되안아주었다. 그러자 크로마가, 킁킁 코를 울리는가 싶더니 목덜미에 코를 밀어붙였다. 스읍스읍 소리를 내며 냄새를 맡는다.

 

    「뭐야 이거. 평상시와 달라……너, 설마」

    「아아」

 

     토리는 끄덕이고, 힐끗 청당을 돌아보았다.

 

    「아마, 네 명이 될거야. 아이」

    「이런 때에……」

 

     크로마는 질린 얼굴을 하는 것 같았다. 토리는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으니까 말야. 게다가, 크리스타가 정화사를 그만두고 싶어하고 있었기 때문에」

    「임신시켜 버리면, 그만둘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이유로 아이를 만들다니!」

    「그렇게 말한다면 마을을 위해서 아이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제멋대로잖아. 아이의 행복 같은건 생각하지 않은 거야. ――아니, 됐어. 지금 이야기할 일이 아냐」

    「……그러네」

 

     크로마는 일단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상당히 불만인 듯해서, 갑자기 토리의 입술을 빼앗더니 혀를 찔러넣어 격렬하게 입맞춤하고 나서, 박력있는 어조로 말했다.

 

    「나는! 너의 진정한 모습을 알고 있어서, 그래서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말야? 잊지마?」

    「……알고 있어」

    「나도 크리스타는 불쌍하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그래서 아이를 만들다니 너무 갑작스러워. 좀 더 시기를 보고 하면 되는거야……」

 

     더욱더 크로마는 투덜투덜거렸다. 그것이 어쩐지 소녀의 푸념 같아 보여서 연상인 그녀답지 않아서, 토리는 이런 때인데도 조금 웃어 버렸다.

     그 웃음도 도중에 삼켰다. 마을 쪽에서 횃불을 가진 몇개의 사람 그림자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크로마가 마음을 단단히 먹은 어조로, 「놈들이야」라고 말했다.

     토리는 상대를 관찰한다. 용병과, 거기에 마을의 노인도 몇사람 있는 것 같다. 그러자 옆의 크로마가 활을 쥐는 기색이 났다. 토리는 손을 대어서 살짝 제지했다.

 

    「안돼」

    「어째서? 본 바로는 다섯 명 정도야. 당신과 나라면, 해치울 수 없는 수가 아냐. 조금씩 해 나갈 수 밖에 없지 않아?」

    「마을의 사람도 있다. 손을 댈 수는 없어」

    「너를 팔려고 하고 있는거야!?」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는 것은, 다른 모두도 같은 의견인 거잖아?」

    「아니라니까, 어쩌면 좋은지 몰라서, 입다물고 있었을 뿐이고――」

    「어느 쪽이든 나는 마을을 둘로 나눌 생각은 없어. 마을 모두가 받아들여 주든지, 모두와 헤어질지 둘 중의 하나다. 그걸 위해 그제나를 쓰러뜨릴 생각이야」

    「그제나를? 용병들이 아니고?」

    「그제나가 모든 것의 원흉이야. 남은 녀석들은 그제나가 없어지면 뿔뿔이 흩어져 버려. ――잊고 있었다, 나오씨는 어쩌고 있는지 몰라? 인질이 되어 있으면 곤란해」

    「……무사해. 그렇게 말해도 좋다면, 이지만. 녀석들의 식사담당 같은 일을 하고 있어. 난폭한 일은 당하고 있지 않아」

    「그다지 무사하다고는 할 수 없겠는데. 그거라면, 여차할 때는 바로 인질이 돼……」

    「어떻게 할 생각이야? 뭔가 방책이 있는 거야?」

 

     대답하지 않고, 토리는 다른 말을 했다.

 

    「크로마, 너는 기회가 오면 다른 사람들을 지켜줬으면 해. 기회는 내가 만든다」

    「뭔가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 가르쳐줘」

    「안돼, 설명할 시간이 없어. 이것만은 말해둘께. ――너의 도움은, 벌써 받았어. 그걸로 충분해」

    「토리!」

 

     그 이상 크로마에게 무언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토리는 일어섰다. 북쪽의 신전에 있어야할 그녀는 유일하게 마음에 걸렸지만, 이것으로 그것도 정리되었다.

 

    「나는 여기다!」

 

     상대는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용병이 세 명에 노인이 두 명이다. 그들의 횃불빛 앞에, 토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옷, 하고 선두의 노인이 소리를 높인다.

 

    「간신히 나오고 자빠졌나, 이 건방진 애송이놈」

 

     머크였다. 토리의 모습을 보고 천한 웃음을 띄운다.

 

    「타관 사람인 주제에 아가씨들에게 닥치는 대로 손을 대고 자빠져선, 잘도 멋대로 해주었구만. 그것도 오늘 밤으로 끝이다. 이 사람들과 함께, 빨리 나가라!」

 

     그렇게 악담했는가 싶더니 자연스럽게 용병들의 뒤로 물러난다. 자신의 몸을 위험에 처하게 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토리는 서늘하게 말한다.

 

    「당신도 씨내리였다면, 실력으로 적을 쫓아버리는 정도는 생각해 보면 어때. 이 마을에 들어올 수 있었단 건, 옛날엔 그 나름대로 실력자였던 거겠지」

    「시끄럽다, 억지만 쓰기는. 실력으로 쫓아버린다? 그런 일이 가능하겠냐!」

 

     침을 튀기며 아우성치나 싶더니, 휙 바꿔서 비굴한 상태로 그는 용병에게 말했다.

 

    「자, 캐논씨. 녀석을 데리고 가주시오. 저녀석은 불쾌한 꼬마라서, 모두 싫어하고 있었다」

 

     토리는 지금까지 그를 얼마쯤 동정하고 있었지만, 이것으로 그 기분도 완전히 사라졌다.

     대검을 등에 진 녀석과 단궁을 손에 든 녀석의 사이에서, 머리에 헝겊을 감은 장년의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중간 정도 길이의 검을 허리에 내려뜨리고 왼손에 낡은 토시를 끼고 있는 것만으로, 이렇다 싶게 몸이 큰 것도 장식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용병들 중에서는 가장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조금 전부터 좌우의 어둠에 시선을 날리며 오른손을 조금 띄우고 있었다. 여러 번 경험을 쌓은 전사 특유의, 자연체로 있으면서도 빈틈이 없는 태도다. 무엇이 일어나도, 다음 순간에는 검을 뽑아서 정확한 반응을 해보일 것이다. 토리는 긴장했다.

     그 녀석 쪽에서는, 토리를 보고 약간 당황하는 것 같았다. 10걸음 정도 떨어져서 말을 걸어왔다.

 

    「엣사·가드릿지인가」

    「비토리어스·가드릿지다. 엣사와는 다르다」

    「어느 쪽이라도 좋지만, 왜 나왔나. 너는 혼자서 성 하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실력자일 터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왜 단지 이만큼의 인원수로 왔나」

 

     캐논이라고 불린 용병은, 침묵했다. 토리는 그의 내심을 헤아린다. 위험한 도사 앞에 대책도 없이 나오는 바보로는 안보인다. 그렇다면――.

     토리는 빙글 주위의 어둠을 둘러보고, 끄덕였다.

 

    「그런 건가」

 

     캐논이 희미하게 웃었다.

 

    「눈치챘나. 엣사인지 어떤지는 차치하고, 단순한 꼬마는 아니군, 네놈」

    「헤엣?」

 

     머크는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모양으로 벌벌 주위를 둘러본다. 토리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하며 발을 내디뎠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캐논. 나는 너희들과 싸울 생각은 없다. 그제나와 만나게 해달라」

 

     덤불의 크로마가 신경쓰이고 있었다. 가만히 엎드려 있으면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그랬으면 싶었다.

 

    「물론 데려간다. 하지만 지팡이는 넘겨라. 그리고……」

 

     캐논이 한 손을 가볍게 들어 청당을 가리키자, 두 명의 부하가 그 쪽을 향해서 창으로 안에 숨어들어갔다. 토리는 고함친다.

 

    「크리스타에게 손대지 마!」

    「크리스타와, 거기에 프티라고 하는 아가씨도 있을 테지. 두 명은 맡는다. 가드릿지, 여자들이 소중하면 따라라」

 

     뭐든지 안다는 듯이 캐논은 말했다.

     청당에서 비명이 들리고, 이윽고 두 명이 용병들에게 끌려나왔다.

 

    「알았다」

 

     토리는 지팡이를 발밑의 모래에 내던졌다.

     30명 이상의 용병이 우글우글 어둠 속에서 나타나서, 토리를 둘러쌌다.

 

 

 

 

자, 이제 갑니다. 조금, 아니 좀 많이 고생하긴 하지만, 주인공이 죽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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