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잔트베르크의 여인촌 후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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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471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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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장 잔트베르크의 씨내리

 

 

 

     화톳불이 피워진 마을의 광장에 나무로 된 단이 생기고, 기묘한 것이 놓여있었다. 양끝이 뾰족하고 가는 작은 배다. 토리는, 그 앞에서 제지당했다.

 

    「기다려라, 애송이」

 

     캐논이 말하고, 피오니정으로 향했다. 토리는 용병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그 배를 힐끔힐끔 응시한다. 발돋움해서 안을 들여다보자, 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순간, 곁에 있던 녀석에게 머리를 맞았다.

 

    「손대지 마!」

 

     털썩 쓰러진 토리는, 지면에도 잔뜩 물이 뿌려져 있는 것을 눈치챘다. 둘러보면, 광장의 지면 전체가 수렁처럼 되어 있었다.

     흙투성이가 되어서 일어나려 한다. 주위의 용병들이 능글능글 웃으며 보고 있다. 그 중 젊은 놈이 토리의 어깻죽지를 차며,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야, 애송이. 너 실력 좋은 도사가 아니었냐」

 

     토리는 대답하지 않는다. 젊은 녀석은 등뒤로 눈을 돌려서, 동료가 잡고 있는 크리스타와 프티를 보고 토리에게 눈을 되돌렸다.

 

    「너, 이 마을의 종마랬지. 저쪽의 숫처녀같은 사랑스러운 아가씨, 저거, 네가 임신시킨 거지. 거기에 옆에도. 병이 있다고 들었지만, 고급품 같은 멋진 아이 아냐. 게다가 숙소의 아주머니도 그랬지. 저런 미인 미망인씨까지 손을 댄다는 것은, 심한 녀석이다. 인간으로서 그건 좀 어때, 응?」

 

     점잖은 체 설교하면서 곁에 주저앉더니, 젊은 녀석은 갑자기 조롱하듯이 얼굴을 히죽거렸다.

 

    「……그래서, 어떤 맛이었어? 재미좋았냐?」

 

     푸핫 용병들이 웃었다. 젊은 녀석도 웃고, 일어나려고 하는 토리를 웃으면서 또 찼다.

 

    「빌어먹을, 좋을 대로 해대긴. 바꿔주고 싶을 정도다, 빌어먹을, 이 밝힘증 애송이가! 이봐!」

 

     또 한 번 힘차게 걷어차인 토리는, 진흙 위를 굴러서 작은 배가 놓인 단 아래까지 미끄러져 들어갔다. 지면을 손으로 긁으면서 간신히 일어서서, 주위 녀석들의 머리 너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광장을 둘러싸는 집들의 입구나 창에서, 사람들이 남몰래 기색을 살피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토리는 외쳤다.

 

    「잔트베르크의 마을사람들! 이것이 보이나! 이런 놈들이 약속을 지킨다고 생각하나! 나를 넘겨도, 이녀석들은 나가지 않아!」

    「시끄러워, 빌어먹을 꼬마」

 

     다른 녀석이 또 토리의 등을 후려쳐서 앞으로 쓰러뜨렸다.

     용병들의 취급 따위는 토리는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마을사람들의 태도였다. 그들에게 버림받은 채로는 어쩔 수도 없다. 어떻게든 나와 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은 토리의 절규를 듣자 반대로 살짝 문을 닫아 버렸다. 토리는 낙담해서 진흙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다.

     ――씨내리라든가 부르면서 추켜올렸던 것도, 어차피 자손을 잇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건가. 머크에게 그랬던 듯이, 볼일이 끝나면 교제를 그만두고 늙어 시들어가는 대로 놔둘 생각이었다는 건가.

 

    「제길……」

 

     일어날 기력도 없이 숙이고 있으니, 용병들이 조금 거리를 벌렸다. 얼굴을 올리자, 조금 앞에 허리가 구부러진 놀라울 정도로 고령인 노파가 서있었다.

     그제나·기르덴퉁은, 캐논을 옆에 따르게 하고 청동 꼬치고기의 척추로 된 지팡이를 얼굴 앞에 세로로 들고 잡아먹을 듯이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깊은 주름에 파묻힌 두 눈이 화악 열려서 기분 나쁘게 빛나고 있었다.

 

    「엣사(疫砂)여……오랜만이구나……실로, 실로 오랜만이야……」

    「그제나……」

 

     토리는 비틀비틀거리며 일어서서, 고개를 저었다.

 

    「전에도 말했을 거다. 나는 그 남자가 아니라고」

    「조금 모습을 바꿔봐야 소용없다, 엣사. 너의 얼굴은 내 눈알의 바닥에 새겨져 있어. 이렇게 다시 만난 이상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번 더 에프메프로 데려갈게다」

    「데려가? 무슨 말이야, 엣사는 혼자서 인디험프로 향했던게 아닌가?」

 

     노파는 씨익 입끝을 끌어올리며 목 안쪽에서 덜컹덜컹 기분 나쁜 소리를 흘렸다. 도저히 그렇게는 들리지 않지만, 웃는 것 같았다.

 

    「서투른 시치미 떼기에 어울려줄 틈은 없다. 모습을 밝히지 않는다면 폭로해 줄 뿐이야. 캐논! 그 놈에게 아픈 맛을 보여줘라. 정체를 나타낼 때까지!」

 

     옆의 용병 두목을 올려보며 노파는 명령했다. 캐논은 귀찮은 듯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토리를 향해 가볍게 턱짓을 하며 「해라」라고 말했다.

 

    「헷헤, 조금 일찍 시작해버렸구만」

 

     말하면서, 방금 전의 젊은 용병이 팔을 주무르면서 앞으로 나왔다. 크게 들어올린 주먹을 토리에게 휘두른다. 토리는 그것을 물러나서 피했지만, 젊은 녀석은 미끼였다. 등 뒤에서 다른 녀석의 한방을 쾅 먹고, 앞으로 자빠졌다. 몇명이 주위를 둘러싸서, 발차기의 난타를 퍼부어 왔다.

 

    「빨리 정체를 드러내라!」 「언제까지 시치미를 뗄거냐!」

 

     무거운 신발 끝이 옆구리나 허벅지에 파고든다. 머리를 감싸려고 한 손등을 차여서 빠직 싫은 아픔이 달렸다. 「카악!」하고 고통의 소리를 올리며 토리는 손을 안는다. 한층 더 격렬하게 발길질이 계속되어서, 팔에도 갈비뼈에도 날카로운 격통이 달렸다.

 

    「그만둬!」

 

     비명이 오른다. 프티의 목소리다. 거기에 더해서 또 한사람, 「그만둬, 그만둬! 그제나, 무슨 짓이야!」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목소리도 들렸다.

 

    「그만둬라!」

 

     하고 그제나의 노성이 울렸다. 용병들이 침을 뱉으며 물러난다. 토리가 간신히 얼굴을 들자, 달려오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나오였다.

 

    「토리! 괜찮아? 아아, 너무해……」

 

     나오는 곁에 주저앉아서, 토리를 안아 일으키려고 한다. 토리는 그것을 매정하게 뿌리쳤다.

 

    「나오면 안돼, 나오씨!」

    「그치만, 이런 건 보고 있을 수가 없어!」

    「패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 모양이구만」

 

     의미있는 웃음을 띠고 있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나오가 뒤돌아 본다. 그제나가 사악한 미소를 띄우며, 나오에게 손가락을 들이대었다.

 

    「너희들……이 여자를 먹어버려. 거기에 그쪽의, 비명을 올린 계집아이도다」

    「그제나!? 어, 어째서 그런 일을……」

 

     나오가 경악한다. 그제나는 거의 이빨이 남지 않은 동굴같은 입을 열고 웃었다.

 

    「너희들은 나의 것이야! 내 골짜기의 일꾼이다! 어떻게 하든 내 맘대로인 거다!」

    「너무해……!」

 

     절망에 눈을 크게 뜨는 나오에게, 등 뒤에서 손이 뻗는다. 「힉!?」하고 뒤돌아본 그녀에게 용병들이 얼굴을 들이대었다.

 

    「미안하구만, 여주인. 밥까지 해줬는데 말야」

    「기분이 내키진 않지만, 어쨌든 일이니까 말야……」

 

     말하면서 목 언저리에 손을 대고 용병들은 난폭하게 좌우로 당겼다. 커틀이 단번에 찢어져서 탄탄하고 큰 유방이 드러났다.

 

    「꺄아악! 그, 그만둬!」

    「날뛰지 마!」

 

     광장 반대쪽에서는, 다른 녀석들이 프티의 옷을 찢고 크리스타까지 벗기려 하고 있었다. 「싫엇, 싫어어! 그만둬엇!」하고 프티가 몸을 비틀고 울며 아우성쳤다. 크리스타는 창백해져서 말도 나오지 않는 모습으로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지만, 대검을 가진 큰 남자에게 따귀를 마음껏 맞고 지면에 굴렀다.

     토리는 멍하니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뒤로 물러났다. 크리스타를 올라탄 남자가 한층 더 몇번이나 얼굴을 후려갈기고, 다른 남자가 짐의 포장이라도 열듯이 나이프로 흑의를 찢어간다. 조금 전 피부를 맞댄지 얼마 안된 흰 다리가 드러난다. 프티는 두 명에게 팔을 눌리며 부풀어 오른 배를 구두창으로 짓밟혀서 「안돼, 안돼-엣! 아기 부서져버렷!」하고 미친 것처럼 아우성치고 있다.

     토리의 눈앞에서도, 상반신 알몸으로 진흙탕에 밀려 넘어진 나오가, 기름기가 도는 얼굴이 퉁퉁한 남자에게 덮쳐지고 있었다. 「시……싫어……」하고 오므리는 양 다리를, 힘으로 비틀어 열리고 스커트를 배까지 들쳐진다. 「싫어엇!」하고 몸을 젖힌 나오가, 토리를 보고 울면서 외쳤다.

 

    「살려줘, 토리, 살려줘어!」

 

     토리는 계속 질질 뒤로 물러나서 쿵 하고 등을 작은 배의 단에 부딪쳤다. 그 아래의 지면만은 젖어있지 않았다. 뿌린 물이 닿아있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서 뒤로 양손을 찔러넣고, 재빠르게 외쳤다.

 

    「루·잔·코벨토·가넬바르·울·에네마이!」

 

     그리고, 양손에 쥔 모래를, 전방으로 내던졌다.

     모래의 자잘한 입자가 화악 부채같이 퍼져 떨어지고, 공중에도 뭉게뭉게 가는 먼지가 남는다. 용병들은 일순간 그 쪽으로 눈을 돌렸지만, 곧바로 조소를 띄운다. 토리가 했던 것은, 구석에 몰린 소년의 쓸데없는 발버둥에 지나지 않았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렇게 보였다.

     토리는 양팔을 앞으로 내밀고, 모래를 던진 자세인 채로 얼어붙어 있다. 바람에 흐르는 모래 먼지가 천천히 사방으로 퍼져 간다.

     그것이 용병들이 있는 곳까지 닿은――바로 그때, 비명이 올랐다.

 

    「우왓!?」 「눈, 눈이」 「뭐야, 이건!?」

 

     마른 남자가, 대검의 남자가, 궁사가, 두 눈을 손으로 누르고 몸부림친다. 나머지 놈들이 일제히 살기를 띠었다. 「무슨 짓이냐!」라고 고함치며 토리에게 무기를 향한다.

     토리는 몸의 아픔에 휘청거리면서 일어서서, 힘껏 힘을 넣은 목소리로 「그 아이들에게서 떨어져라!」라고 외쳤다.

 

    「독의 모래다. 눈이 안보이게 되어도 괜찮은 거냐?」

    「이 놈――」

 

     다른 궁사가, 민첩하게 화살을 먹여서 쏘려고 했다. 그 순간에 토리가 그 쪽에 손가락을 향하며 외쳤다.

 

    「울·에네마이!」

    「캬악……!」

 

     궁사가 뒤로 자빠진다. 화살은 비스듬히 위를 향해 씨잉 쏘아져서 밤하늘로 사라졌다.

     웅성거리는 용병들에게, 토리는 다시 외쳤다.

 

    「벌써 모래 먼지는 이 장소에 가득 차 있다.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여 봐라, 눈알을 태울테다!」

 

     용병들은 침묵했다. 번쩍번쩍 눈만 번뜩이며 토리를 노려본다. 험악한 분위기가 가득 찼다.

 

    「토리……당신……」

 

     나오가 멍하니 올려본다. 프티도 눈물에 젖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광장의 사방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마을사람들도 경악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토리는 눈을 맞추지 않도록 적만을 노려보았다.

     변경의 사람들이 도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낮의 프티의 반응을 볼 것도 없이 잘 알고 있었다. 하물며 그제나가 실컷 지껄인 후다. 반드시, 지금의 순간 무섭고 사악한 술사라고 생각된 거겠지.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것도 어쩔 수 없다. ――모두를 구하는 쪽이 중요해, 라고 토리는 자신을 타일렀다.

     봉지를 쥐어짠 듯한 마른 웃음소리가 났다. 그제나였다. 그제나는 지팡이를 이쪽으로 향하고, 유쾌한 듯이 말했다.

 

    「보거라, 보거라, 역시다. 네가 아닌가, 엣사. 그것은 프랑쿠르트에서 9만 명의 병사의 눈을 멀게 한 모래안개(砂霞)의 술법. 네가 딴사람이라고 한다면, 어째서 모그에게 받은 그 법술을 가지고 있느냐?」

    「네가 알 바 아냐, 이자식들을 데리고 빨리 나가라!」

    「어떻게 할게냐? 남자들 전부 눈을 멀게 해버리는 게냐? 해보거라, 시체의 산을 쌓아 올려 보거라!」

    「그제나」

 

     노파의 광란에, 서늘한 목소리가 물을 끼얹었다. 캐논이 허리의 검 자루에 손을 대고 그제나를 노려보았다.

 

    「이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어. 우리들을 쓰고 버린다고는」

    「뭐냐, 말단이 한 줌 당한 정도로 무서워하지 마라」

    「까불지마, 네놈이 그럴 작정이라면, 이쪽은 이거라구」

 

     캐논은 스릉 검을 뽑아 노파에게 들이대었다. 놀랄까 싶었는데, 노파는 얼굴을 쭈글쭈글하게 하며 웃고 대꾸했다.

 

    「담력이 작은 남자구나! 뭐, 보고 있거라. 이 때문에 준비를 했던게 아니겠느냐」

 

     그렇게 말하자, 노파는 몸을 움츠리고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버들가지처럼 허리가 구부러진 노파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가볍고 민첩한 움직임이었다. 그 누구도 허를 찔렸다. 앞으로 구부린 채 원숭이와 같이 사사삭 달려서 둥실 도약한다. 너덜너덜한 로브를 공중에 펄럭이며 토리의 머리 위를 뛰어넘어서, 통 하고 작은 배의 뱃전에 섰다.

     그 질주의 한중간부터, 그제나는 영창을 시작하고 있었다.

 

    「다겐날·쿼다룬피그레루트·루그룬·루크루·크리게넬레루테루톤……」

 

     뱃전에 서는 것과 동시에, 작은 배 안에 청동 꼬치고기의 지팡이를 찔러넣고 가득 채워져 있던 물을 빙글 크게 한 번 휘저었다.

 

    「루트르넥트룬·테크넨·게토·토·토-……」

 

     휘청 하고 대어를 낚아올리는 듯한 행동으로 지팡이를 올린다. 아니, 그것은 정말로 낚아올리는 것이었다.

 

    「토·토·오·토-」

 

     물 속에서, 한 아름이나 되는 검푸른 거대한 머리가 나타났다. 그렇게 말해도 좋다면 말이지만, 대머리로 두발이 없고, 코도 입도 없고, 이상하게 큰 양쪽 귀가 늘어져 있는 것 외에는 두 눈만이 빠끔히 뚫려 있다.

     그 녀석은 한층 더 올라와서 사람의 키보다 커졌다. 대량의 물이 머리 부분에서 항상 좍좍 어깨 아래로 흘러 떨어지고 있다. 어깨에 해당되는 부분에는 팔이 없고, 대신 수많은 촉수를 물 속에서 들어올렸다. 끈적끈적 빛나는 수십개의 촉수가, 공중에서 우글우글 꿈틀거렸다.

     물고기를 생각나게 하는 둥글고 눈꺼풀이 없는 두 눈동자가, 화톳불의 빛을 받아서 반짝반짝 빛났다. 그 녀석은 바쁘게 근처를 둘러보더니, 촉수의 다발을 크게 펼쳐 당장 달려들 것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 자리의 모든 인간이 얼어붙었다. 그것은 분명하게, 사람에게 해를 주는 것을 기쁨으로 하는 사악한 마물의 모습이었다. 토리는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게토·토……고르돈 호수의 수마(水魔)! 그제나, 그런 것을 사역하면――」

   「그렇고말고, 이녀석은 사람을 잡아먹는다! 나오면 최후, 44명의 간을 파먹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괴물이야! 그러나, 엣사. 너와 같은 도사가 있으면 이야기는 다르――」

 

     수마가 노파의 어깨에 촉수를 뻗는다. 재빠르게 뒤돌아보며 지팡이로 그것을 쳐내고, 그제나는 행실나쁜 아이를 타이르는 것 같은, 주의 깊은 어조로 명했다.

 

    「토·토·오·토·토……」

 

     지팡이를 토리에게 향하고, 휙 도약해서 떨어진 쪽으로 날아내려간다. 수마가 스르륵 뱃전에서 몸을 내밀고, 촉수를 토리에게 뻗었다.

     그제나가 크게 웃었다.

 

    「한명으로 만족해버릴 게야. 그렇지 않아도, 기껏 그 뒤 몇명으로 말이지! 자, 엣사. 각오를 해라!」

    「울·에네마이!」

 

     토리는 외쳤다. 모래 먼지가 화악 날아올라, 수마에게 엉겨붙는다――.

     하지만 그것은, 소보다 큰 괴물의 피부를 다소 탁해지게 했을 뿐이었다.

     다음 순간, 촤악 하고 밀어닥친 수마의 촉수가 토리를 때려눕히고, 동체를 지면에 억눌렀다.

     카아아아, 하고 아무도 들은 적이 없는 날카로운 포효가 오른다. 수마의 안면 아랫부분에 입이 열려 있었다. 상어 이빨같이 날카로운 송곳니가 죽 늘어선, 세로로 긴 불쾌한 입이다. 작은 배에서 출렁출렁 몸 째로 기어 나온 수마가, 토리의 얼굴에 그 입을 가까이 했다.

     하지만 수마가 송곳니를 꽂기 직전, 그제나가 달려와서 지팡이로 그 어깨를 쳤다.

 

    「토·토!」

 

     수마는 불만스레 움직임을 멈춘다. 그제나는 신중하게 말을 걸어 그것을 제지하면서, 수상한 눈을 토리에게 향했다.

 

    「이상하게 약하구나. 무뎌진게냐, 엣사」

 

 

 

일단 모래를 물로 봉쇄하고, 수마를 소환해서 협박한다는 작전이었습니다. 사실 엣사 본인이라면 저걸로도 안됐을 것 같기는 한데^^; 뭐 싸움도 곧 끝나니… 상관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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