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잔트베르크의 여인촌 후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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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401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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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였다. 용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을 밀치고, 마을사람들이 앞으로 나왔던 것이다. 선두에는 히제 촌장의 모습이 있었다.

     작은 집채만한 수마의 모습에 겁내면서도, 촌장은 그제나를 향해 강하게 말한다.

 

    「어이어이! 그제나여, 자네가 이런 괴물을 데리고 왔다니 나는 몰랐네!」

    「물러나 있어라, 너희들이 나올 장면이 아니야!」

    「그렇게는 안돼, 이녀석은 고르돈 호수의 게토·토인게지? 이런 마물이 사람에 따른다고는 전혀 들었던 적이 없어. 확실히 거둘 수 있는게지?」

    「너희들이 알 바 아냐! 너희들이 처음부터 솔직하게 엣사에게 약이라도 먹였으면, 나도 이런 괴물을 꺼내지 않고 끝났어!」

    「그렇다는 것은, 자네라도 감당할 수 없는게냐? 설마, 이녀석을 여기에 내버려둘 셈인게냐!」

 

     그제나는 씨익 입끝을 끌어올리며 웃었다.

 

    「그럼 어떻게 할게냐. 태워 죽이기라도 할겐가? 불로 이녀석을 퇴치할 수 있다면, 나도 보고 싶구만」

 

     카아아아, 하고 수마가 포효하며 토리 옆의 지면에 남은 촉수를 쿵 두들긴다. 일격으로 말의 등뼈라도 부러져 버릴 것 같은 무게다. 덮쳐지고 있는 토리도, 숨을 쉬는 것이 고작이다. 갈비뼈가 소리를 내며 삐걱거리고 있다.

     토·토, 하고 그제나가 열심히 그 녀석을 달래면서, 촌장을 뒤돌아 보았다.

 

    「됐으니까 물러나 있어라! 너무 기다리게 하면 이녀석 분별을 못하게 될게야. 걱정하지 않아도 엣사의 팔 하나라도 먹이면, 돌아간다!」

    「거짓말이다……촌, 장……」

 

     토리는 위를 향해서 촌장을 올려보며, 가는 소리를 낸다.

 

    「그제나는 이제 마을로 돌아올 생각이 없어……조금 전 알았다, 이자식은 상금을 노리거나 하는게 아냐. 엣사와 함께, 한번 더 에프메프에 돌아가서……크윽……힘을 이용할 생각이다……」

    「무엇이라? 에프메프에 돌아가? 무슨 일인게냐, 토리」

    「이자식은 모그의 신도야! 모그의 쇠사슬을 끊어서, 세상에 풀어줄 생각――」

    「토·토!」

 

     그제나가 외쳤다. 카악 하고 입을 연 수마가, 토리의 머리를 썩둑 한입에 삼키려고 했다.

     그 직전, 그제나가 수마의 어깨를 두드리고, 토리는 몸을 비틀어 피했다. 오른쪽 팔뚝에 싹둑 하고 뜨겁고 흉포한 것이 꽂혔다.

 

    「――카아악!」

 

     토리는 비명을 올린다. 서걱 하고 닫힌 턱이 팔에서 듬뿍 무언가를 빼앗아 갔다. 피가 흐른다, 라기보다도 튄다. 맥박치는 것이 철철 빠르게 넘쳐흘러간다.

 

    「토리-!!」

 

     몇개나 되는 비명이 겹쳤다.

     토리는 곁에 달려 온 아가씨들의 기색을 느낀다. 벌써 그 쪽을 올려볼 힘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의식을 잃을 수는 없었다. 해야 할 일이, 바로 지금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 남아 있었다.

     눈을 떠서 주위를 본다. 프티가, 나오가, 크리스타가, 거기에 히제 촌장이나 그 딸인 레스레 부인이 있다.

 

    「잔트베르크의 모두들……마지막에 하나 묻고 싶다. 나는, 이 마을의 인간인가?」

 

     용병들이 달려 온다. 마을사람들을 잡아서, 기분 나쁜 괴물로부터 멀어지게 하려고 질질 끌고 간다. 그 모습을 향해, 토리는 있을까 말까한 힘을 쥐어짜서 외쳤다.

 

    「여기는, 나의 마을인가!?」

 

     그래요, 하고 아가씨들이 외친다. 그러니까 가지마, 남아줘, 데리고 가지마――.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아직 아무래도 부족하다. 피가 흐른다. 토리의 피가 진흙에 넘쳐흘러, 스며들어 간다.

     그 때였다.

 

    「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거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울타리 건너편에서 발돋움하듯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머크였다. 그리고 노인들이었다. 일찍이 강건한 남자로서 잔트베르크를 지켜온 사람들.

     여자들은 모르는, 토리의 절규에 포함되어 있는 최후의 투지를, 그들만이 눈치챈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거냐! 애송이! 너라면 가능한 거냐!」

 

     토리는, 거의 눈꺼풀만을 움직여서, 끄덕였다.

     바로 그때, 히제 촌장이 외쳤다.

 

    「토리, 너는 여기의 인간이다! 여기는 너의 마을인게야!」

 

     확실히 그것을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토리는 영창하고 있었다.

 

    「루·잔·메아트리모니에·울·아마이·울·에네마이――」

    「토·토!」

 

     눈치챈 그제나가 고함치지만, 수마의 턱이 다시 덤벼들기 직전, 토리는 영창을 끝내고 있었다.

 

    「메아스타이카테, 메아스타이카테, 메아스타이카테!」

 

     펑! 하고 사방에서 큰 파열음이 올랐다. 네 귀퉁이의 화톳불이 하늘 높이 화염을 뿜어 올렸던 것이다.

     다음 순간, 그것이 사라졌다. 근처에 어둠이 떨어진다. 용병과 마을사람들이 놀라서 소리를 높인다.

     몇명 쯤은 화톳불이 지면에 빨려들여간 것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아무 장치도 없었는데, 갑자기 함정처럼 지면이 빠끔히 열려서, 불빛을 삼킨 것을.

     카아아, 카아아아, 하고 수마의 포효가 울려 퍼진다. 철퍽, 철퍽 하고 무거운 촉수가 지면을 친다. 하지만,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어두워진 것은 아니다. 광장 전체를 안개같은 것이 뒤덮었던 것이다. 그래도 상공에는 별이 빛나고 있었을 텐데, 그것도 안보인다.

     안개는 광장만을 덮은 것은 아니었다. 잔트베르크를――남북으로 걸어서 반나절은 걸리는 골짜기 전체를, 깊고 무겁게 감싸안았던 것이다.

 

    「뭐, 뭐냐……」

 

     뻗은 손의 끝도 안보이는 어둠 안에서, 그제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기분나쁜 소리가 들린다.

 

     푸직……주룩……와득 …….

 

     무언가 큰 것이, 연달아서 삼켜져 가는 듯한 소리다.

     무엇이? ――인간밖에 없다. 그런 식으로 삼켜질 것은, 이 광장에는.

     무엇에? ――모른다. 수마는 끊임없이 포효하고 있다. 우쭐거리는 소리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것은, 괴로워하는 듯이 들린다.

     신변의 위험을 느낀 그제나는, 무심코 법술을 쓴다.

 

    「루·원트·갈데·베이오불브·울·아마이……!」

 

     하지만 반응이 없다. 자신의 몸을 신속하게 감싸야할 물거품이, 생겨나지 않는다. 무엇이 있어도 그것만은 할 수 있도록, 충분히 물을 뿌려 두었을 것인데.

     발가숭이가 된 것 같은 불안함을 날려버리려는 듯 노파는 절규했다.

 

    「엣사, 나와라! 나오지 않으면 마을사람을 덮치게 할게다!」

    「나는 여기에 있어」

 

     귓전에서 소리가 나서, 그제나는 털이 곤두섰다. 서둘러서 뒤돌아 본다. 하지만, 안보인다.

     그 뒤에서 다시 목소리가 났다.

 

    「게토·토는 이제 움직이지 않아. 내가 멈추었다. 멈춰 굳혔다」

    「굳혔다고? 배, 배에 가득한 물이다! 그런 모래를 어디에서――」

 

     그제나는 또 뒤돌아 본다. 그러나 거기에도 어둠밖에 없다. 토리의 목소리가 귀에 달라붙은 것처럼 계속한다.

 

    「확실히 이 광장의 모래는 물에 젖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모래술사가 아냐」

    「뭐? 그럼, 무슨――」

    「피의 혼인」

 

     우직, 푸직, 하고 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그 사이에, 토리의 속삭임이 흘렀다.

 

    「나는 이 마을과 계약했다. 나의 피를 인연()으로서 이 마을의 대지와.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은 모래가 아냐――마을의 토지 그 자체다」

    「그런, 그런 일이 가능할까 보냐! 아무리 피를 부었다고 해도, 문득 떠올린 걸로 그렇게 큰 계약을 할 수 있을 리가――」

    「문득 떠올린 게 아냐. 쭉 준비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 온 최초부터, 땅에 계속 말하고 있었다. 동서남북 모든 흙에 입맞춤해서――반년 동안, 계약을 계속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이 마을은 손바닥을 보듯이 모두 알고 있다. 다만……」

 

     잠시동안, 토리의 목소리가 중단되었지만, 이윽고 또 툭 흘렀다.

 

    「마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것, 즉 마을사람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조금 전 손에 넣었다……」

 

     그 목소리에는 안도의 상태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제나는 등에 달라붙은 듯한 목소리에서 도망가려고, 느닷없이 달려나가면서 외쳤다.

 

    「캐논, 캐논! 아가씨를 잡거라! 인질로 하는거다, 빨리!」

 

     그러나 거기에 대답한 것은, 용병 두목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어딘가 떨어진 곳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토리, 들려!? 나오씨는 구했어! 다른 아이도 괜찮아!」

 

     그것이 신전터에 사는 여사냥꾼의 목소리라고까지는, 그제나도 몰랐다. 그녀와는 벌써 몇년이나 만나지 않아서 얼굴도 잊고 있었다.

     그녀 대신에 마을의 모든 것을 알기에 이른 소년이, 중얼거렸다.

 

    「크로마, 해냈군. 그 아이라면 해 준다고 생각했어……」

    「에, 엣사!」

 

     드디어 그제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상대의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엎드려 조아리며 말했다.

 

    「알았다, 나의 패배다! 용서해주게! 너와는, 그 무서운 에프메프의 사막을 함께 건넌 사이가 아닌가!」

    「그것은 나의 조부다」

 

     안개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별빛 아래에, 오른쪽 어깨로부터 엄청나게 피를 흘린 소년이 모습을 나타냈다.

 

    「엣사·가드릿지는 벌써 죽었다. 나는 너와 아무 인연도 없어. 그러니까 그런 건 소용없다」

    「뭐, 뭐라고……」

    「프랑쿠르트의 모래술사는, 이제 어디에도 없어」

 

     사악 안개가 사라지듯이 시야가 개였다. 광장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단에 놓여있던 작은 배도, 많은 용병들도, 무섭고 거대한 수마도.

     다만, 그것들이 원래 있던 장소에, 크고 작은 몇개나 되는 사발 모양의 움푹한 곳만이 남아 있었다.

     비토리어스·가드릿지가, 가쁘게 숨을 쉬면서, 남은 왼팔을 그제나에게 들이대었다.

 

    「모그의 신도, 그제나·기르덴퉁. 여기는 너의 마을이라고 말했었지. ――그럼, 너도 나의 것이다. 너의 모든 것은 내가 계승한다. 대신에, 무덤을 주지」

    「……가드릿지여, 너도 그 무덤에 들어가게 될게다」

 

     밉살스러운 듯이 노려보는 노파를 응시하더니, 토리는 훗 미소를 띄웠다.

 

    「그것을 조금 전, 결정했던 거야」

 

     그리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보통내기가 아니라니까요. 예전부터 저걸 준비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마, 나오에게 그제나의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겠죠. 저 세계의 도사(=법술사)들은 거의 전투의 스페셜리스트 같으니 저 정도는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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