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세리 호르돈 09 (환관 카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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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520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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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宦官) 카이만

#01-09

7년만에 천공의 방에서 열린 회의는 끝났다. 따지고보면 자리의 주인이라 할 수 있기에 불청객이란 말은 우습지만 분명 불청객중의 불청객이었던 황제가 카이만, 그리고 그가 데려온 "라미아"와 함께 사라지자, 회의는 다시 기아트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기아트는 갑작스러운 황제의 등장과, 연이어 벌어진 황제와 라미아간의 격렬한 정사때문이었던지 상당히 얼이 빠져있는 상태였지만, 역시 근 50여년간 정치판에서 굴러먹던 그 답게 빠른 회복을 보여주며 회의를 주도해 나갔다.

그리고 결국 재상은 패배했고, 동방의 공왕이 청한 제위에 대한 허가가 결정되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재상의 가장 심복이라 여겨지고 있었던 포어겔스의 의견이 재상을 패퇴시키는데 가장 주효했었다.

호르돈 본인은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만을 제시했었다. 현재의 재정 상태는 제국이 치명적인 위기에 처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이번에 황금을 받아 재정을 회복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좋은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그가 알고있고, 또한 알 수 있었던 오로지 재정적인 것들, 즉 황금의 측면 하나만을 보고 말한 것이었다.

복잡한 정치적인 문제, 그리고 가장 원초적인 피와 강철의 문제가 개입된다면 재상이 우려하고 있는 무언가 처럼,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수 도 있는 노릇이었다.

* * *

"호르돈공!"

두툼한 가방 두 개를 양쪽 어깨에 하나씩 나눠 멘체 느릿하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호르돈의 등뒤에서 재무부상(財務府相) "포어겔스 무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포어겔스공?"

호르돈은 고개를 돌려 헐래벌떡 계단을 내려오는 포어겔스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잠시 시간좀 내줄수 있겠소?"

"아. 예 물론이지요."

포어겔스는 예의 사람좋아 보이는 얼굴로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일도 그렇고, 아무래도 앞으로는 더욱 더 우리 재무부와 세무부의 공조가 필요해질듯 하오만."

"예. 그렇겠지요."

"그래서 오랜만에 호르돈공과 함께 이야기라도 나눠볼까 해서 말이오. 오늘 저녁에 시간좀 내어 주실수 있겠소?"

세무부의 일은 아직도 산더미같이 쌓여있었다. 하지만 세무부와 재무부의 관계는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었기에, 아무리 바쁘다해도 포어겔스의 부탁을 함부로 거절할수는 없었다.

"흠? 뭐 안될것도 없지요."

포어겔스가 선택할만한 회합장소라면 천상 "붉은 사원"일 것이다. 붉은 사원은 명목상으로는 황제를 신으로서 경배하는 사원이지만, 사실상 술과 각지의 진미 그리고 육체의 향락을 제공하는 공창(公娼)에 가까운 곳이었다. 방탕한 이남자는 평소에도 흔히 붉은 사원에서 놀아나곤 했었다. 솔직히 호르돈으로서는 그다지 마땅치 않은 장소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면 "달의 검은 그림자"에서 6시쯤 보기로 합시다."

"달의 검은 그림자"라면 오페라를 주로 공연하는 고급스러운 극장이었다. 새장가를 든 이후로 이남자의 외도가 많이 줄어들었다더니 정말 사실이었나? 생각하곤 호르돈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허헛, 이거 새로운 취미가 생긴 모양이시군요."

포어겔스는 장난꾸러기같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허허헛. 나를 뭘로보시는거요? 새로운 취미라니? 하하하. 그간 자주 갈만한 형편이 못됐을 뿐이라오. "나이샤"가 아주 좋아하고 있지요."

새신부덕분에 이렇게 성실한듯 변모한 포어겔스의 모습을 보자, 호르돈은 오히려 마음속 깊은곳 어딘가에서 지독한 쓰라림이 흘러나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귀여운 두 딸, 라샤와 리샤, 그리고 자신의 사랑스럽고 소중한 작은참새 알레아, 자기도 이 소중한 가족에게 웃음과 행복을 안겨줘야만 했는데...

"부인께선 외지에서 오신분이라서 외로움을 타게되지 않으실까 조금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두 분이 행복하게 지내시는 걸보니 정말 다행이군요."

"하하하. 고맙소, 하지만 호르돈공이야말로 정말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지 않소이까?"

물론 좋은 뜻으로 해준 말이겠지만, 오히려 그의 말은 마치 비수처럼 호르돈의 가슴을 후벼내고 있었다.

"아... 예. 별말씀을..."

"아! 그러고보니 다음주가 호르돈공의 결혼기념일 아니었던가요? 음... 그리고 호르돈공의 첫째 딸이 태어난 날이기도 했던가?"

호르돈은 갑자기 망치로 뒤퉁수를 맞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다음주 첫째 날은 그와 알레아가 결혼한 날이자, 또한 라샤가 태어난 날이기도 했다. 몇 일 전 없는 시간을 짜내고 또 짜내서 간신히 하루간의 휴가를 얻어내 집을 가보았던것도, 일정상 도저히 그날에는 긴시간을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두 사람을 동시에 얻은 것과 같은 날로 그에겐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던 기념일이었던것이다. 하지만 포어겔스의 말을듣고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방금까지도 그날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을...

물론 분명히 너무나 일이 바빴었고, 거기에 이런 저런 뒤숭숭한 일들까지 겹친 혼란속에 빠져있었기에 그랬을런지도 모른다.

"여하튼 저녁에 봅시다 호르돈공. 음 다음에는 호르돈 공의 가족과 함께 해보는 것도 좋겠구료. 허허헛."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그날을 잊고 있었다니...

* * *

집무실로 돌아온 호르돈은 간단하게 일정을 확인한 다음 "레브르"에게 다음주 첫째날에 기념일때문에 잠시 집에 귀가 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호르돈은 퍽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레브르는 오히려 반갑다는 듯이 유쾌하게 웃으며 자그마한 주머니를 호르돈의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것은 바로 "벨라도나"가 만든 호르돈 전용의 "정력제"였다. 그걸 받아든 호르돈은 어울리지 않게 얼굴이 온통 뻘게졌지만, 레브르는 능글능글한 미소를 만면에 띠며 호르돈에게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이번엔 꼭 제대로 "하고" 오십시오"라고 귓속말을 할 뿐이었다.

주머니 안에는 작은 유리병과 그 안에든 스무 알정도의 빨간색 환약, 그리고 연한 초록색 종이가 한장 들어있었다. 종이에는 마치 벨라도나의 몸뚱이가 떠오를듯한 유려하고도 뭔가 요염해보이는 글씨체로 복용에 대한 설명과 몇 가지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물론 맨 마지막에는 아무리 좋은 약을 드신다고 해도 "실습"을 하셔야 제대로 "할" 수 있는거니까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자신을 찾아달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호르돈은 그녀의 요염한 하지만 왠지 무섭기까지 했던 얼굴을 떠올리며 그저 피식 웃고는 유리병을 안주머니 깊숙히 갈무리했다.

* * *

"호르돈 님이시지요? 자아 이쪽으로..."

호르돈이 "달의 검은 그림자"에 도착하자 제국 최고 상류층들만이 이용하는 오페라하우스답게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고풍스러운 정장을 입은 안내인이 마중나와서는 우아한 손짓으로 그를 안내했다.

호르돈은 앞의 안내 데스크에 붙어있는 명패를 보고선 오늘 상영할 오페라가, "백족"중에서도 가장 이름높았던 영웅 "세이리오스 화이트 팔콘"의 모험을 그린 낭만적인 기사담이란걸 알았다. 홀에 들어와 보니 여기 저기에서 귀부인들이나 리샤, 라샤 나이 또래의 귀족 여자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문득 호르돈은 기념일에 포어겔스처럼 알레아나 라샤를 데리고 극장에 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알레아도 그랬었지만 라샤나 리샤 역시 또래의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이런 달콤한 기사이야기따윈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서 호르돈이 그럼 무슨 이야기가 좋으냐고 물었더니, 리샤는 아버님만 있으면 된다고 배시시 웃어 주었다. 하지만 지금 그걸 생각하니 오히려 가슴이 쓰려오기만 했다.

호르돈은 안내인을 따라 승강기에 올라섰다. 그런데 천천히 승강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호르돈은 승강기가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히 고급석은 가장 위층에 있었던 터라 승강기는 위쪽으로 올라갔어야 했다. 의문을 느낀 호르돈은 안내인에게 이유를 물었다.

"음? 위로 올라가야 하는거 아닌가?"

"포어겔스님과 예약하신곳은 지하의 특별극장입니다."

"특별극장? 그런건 처음 들어보는데?"

호르돈은 안내인의 공손한 대답에 새로확장이라도 했나? 라는 생각을 하며 안내인에게 되물어봤지만, 그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로 대꾸할 뿐이었다. 고급석으로 올라갈때에 비해서 조금 많이 내려가는 것같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승강기는 멈췄고 곧 문이 열렸다.

열린 승강기문 밖으로는 정말 "특별"이란 말에 어울릴만큼 고급스러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고풍스러운 레드와인색을 띤 비로드천이 사방으로 둘려져 있는 가운대, 황궁에서도 보기힘들 정도로 화려한 샹들리에의 우아한 불빛이 복잡한 무늬의 "야스탄"산 최고급 카페트를 비추고 있었다.

문앞에는 이곳의 분위기와 잘어울리는 붉은색 정장을 입은 안내인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는 광대의 웃는 얼굴을 표현한것같은 기묘한 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 호르돈이 나오자 안내인은 그가 들고 있던 얼굴 위쪽만을 가릴수 있도록 만들어진 얇은 실크가면과, 온몸을 가릴수 있도록 만들어진 망토를 내밀었다.

망토와 가면을 받아들은 호르돈은 자신이 제국내의 싸구려 극장이나, 주점의 홀, 또는 심지어 경기장이나 투기장에서도 행해지는 소위 "음란극"을 보게되겠구나 생각했다. "음란극"이란 문자그대로 자극적인 성행위를 보여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연극으로서, 사실상 그저 섹스 하는 것만을 보여주는, 연극이라 부르기 조차 힘든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오히려 대중들 사이에서는 꽤나 인기가 있었다.

흔히 귀족들의 질펀한 비밀 사교 파티같은데서는 흔히 가면을 착용해서 신분을 숨기곤 했었는데, 아마도 포어겔스가 예약한 연극이란 오페라같은것 따위가 아니라 상류층 전용의 고급스러운 음란극이리라.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통로를 따라 쭈욱 문이 달려 있었고, 얼마후 안내인은 어떤 문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실례하겠습니다. 동행분을 모셔왔습니다."

방안에서는 호르돈이 익히 아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반대쪽이 완전히 터진체 무대가 훤히 보이는 오페라의 객석처럼 보이는 작은 방이 보였다. 객석 안쪽의 푹신해 보이는 커다란 쇼파에는, 눈주위를 덮어 가리는 형태의 둥그런 가면을 쓴 거한이 앉아 있었는데, 다름아닌 포어겔스였다. 안내인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나가자 포어겔스는 능글맞은 웃음소릴 흘리며 말을 걸어왔다.

"클클클. 가면이 꽤나 잘 어울리는 것같소이다, 호르돈공."

호르돈은 어쩔수 없이 절반쯤 쓴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포어겔스공도 참 짖궂으십니다.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않고..."

"클클클. 호르돈공이 평소에 너무 재미없게 사시니까 좀 재미있게 해드릴려고 그랬소이다."

"예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지금 돌아가는 시국에 비하면 전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음 그러면..."

호르돈은 쓸때없는 이야기가 길어지기 전에 본론부터 꺼내고자 했지만 포어겔스는 오히려 딴청을 피우며 무대쪽을 가리켯다.

"오오 시작됐군요, 일단 극장에 왔으니 우리 감상부터 시작하지요. 클클클."

호르돈이 어쩔수 없이 무대를 향해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의 예상대로, 고작 국부만을 가린 남자와 망토로 온몸을 가린 여자가 무대 가운대 서 있었다. 남성은 호르돈처럼 얼굴 윗부분을 완전히 가리는 가면을 쓰고 있었으나 여성은 간신히 눈주위를 가릴만한 나비가면을 쓰고 있었다.

곧 이어 여성은 느릿한 몸짓으로 망토를 벗었는데,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속옷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것으로, 마치 그저 가죽끈을 몸 이리 저리로 두르고 있는 모양과같았다. 유방은 물론 국부까지 휜히 드러내고 있었으니 그걸 어떻게 옷이라 부를 수 있으랴?

남성은 여성의 유방과 음부를 손으로 더듬어대고 있었고 이내 여성의 열띤 신음성이 귓가에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포어겔스는 느긋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클클클. 신입이라서 그런지 손재간이 형편없군 그래. 흐음, 하지만 계집쪽은 생각하던대로 꽤 감도도 좋은 편인데다가, 애를 셋씩이나 낳은 것치고는 몸매도 나쁘진 않지만서도..."

포어겔스는 음흉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돌려 호르돈에게 말했다.

"하지만 결국 사내쪽의 재주가 좀 형편없는데다가, 계집의 나이도 적지 않아서 그다지 높은 입찰가가 나오진 않을듯 싶구려. 뭐 저런 타입을 좋아하는 부류도 꽤 많긴 하니 모르긴 모를 일일려나? 클클클."

포어겔스의 좌석 앞쪽에는 이런 저런 모양을 하고 있는 버튼들과 숫자가 표시되어있는 회전식 계기판이 설치되어있었고, 파란색의 불이 들어온 "입찰가능" 이름판 아래에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음... 포어겔스공 그건 뭡니까?"

호르돈은 슬쩍 짜증이나긴 했지만, 그냥 어쩔 수없이 장단을 맞쳐준다는 의미에서 포어겔스에게 물어보았다.

"아,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드리리다. 그나저나 이거 꽤 재밌지 않소?"

"허허... 글쌔요."

호르돈이 직접적은 아니었지만, 꽤나 확실한 부정의 의미가 담긴 의사표현을 했지만, 포어겔스는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클클클. 그야 호르돈공은 사교계쪽에 영 취미가 없으시니 그러실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제가 호르돈공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들어 드리지요."

말을 마친 포어겔스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객석에 혼자 남게된 호르돈은 어쩔 수 없이 무대나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무대 위에서는 난교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가면을 쓴 노인과 뚱뚱한 배불뚝이 남자가 나와서는 여인을 가운대 놓고 번갈아가며 허리놀림을 하는 중이었다.

노인이 몸에 어울리지 않게 흉측한 물건을 여인의 음부에 거세게 쑤셔박으면, 반대편에선 뚱뚱한 남자는 자신의 물건을 살짝 빼냈다가, 다시 노인이 허리를 물리는 움직임에 맞추어 자신은 그녀의 입속에 세차게 물건을 쑤셔박는것이었다.

처음에 여인과 함께 나왔던 남성은 두 남성의 움직임에 맞춰, 출렁 출렁 움직이고 있는 여인의 여인의 유방을 쓰다듬으며 이리 저리 오가고 있었지만, 그런 행동 자체가 오히려 꽤나 엉성해 보이는 것이 아마도 이런일이 처음인것같아 보였다.

물론 여인을 범하고 있는 노인과 뚱뚱한남자의 2인조는, 꽤나 능숙한 몸놀림으로 움직이며, 끊임없이 여인에게 저급한 농담과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모로 이런 최고급극장의 배우 치고는 정말 별볼일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었던지라 "고작 이런걸 뭐가 좋다고 보고 있는 걸까?"생각했다.

그러나. 문득 노인의 모습을 뜯어보던 호르돈은 그의 모습이 "라이온테일"의 장관 "루에고 멘터리"와 무척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호르돈은 거의 객석에 붙은 창밖으로 몸을 날리기라도 할듯이 몸을 굽히고 안력을 돋우어, 여성의 엉덩이를 붙들고 열심히 허리를 놀려대는 추잡스러운 노인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긴 했지만 저 노인은 "루에고 멘터리"임에 틀림이 없었다. 호르돈은 제국의 한 도시를 관리하는 장관이라는 자가 어찌 음란극의 배우들 따위와 어울려 저런 추한짓을 하는가 생각했다. 허나 그와 동시에 또 다른 가능성을 깨닫고 말았다.

"아니 설마... 저들 모두가?"

호르돈이 나직하게 신음성을 내뱉을 즈음 노인과 배불뚝이 뚱보남자의 허리놀림이 끝났고, 여인은 힘없이 바닥에 쓰려지며 위와 아래의 양쪽 구멍 모두에서 희뿌연 액체를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극장의 가운대 위치한 무대가 기계장치에 의해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가더니, 금새 새로운 무대가 다시 바닥에서 올라왔다. 새로운 무대에도 역시 한 남성와 한 여성이 있었다.

호르돈은 무대위에 서있는 거구의 남성을 바라 보는 순간 기겁하며 뒤로 자빠질 뻔 했다. 호르돈은 아마도 방금까지 함께 있었지 않았더라도, 한 눈에 저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저 남자는 다름 아닌 포어겔스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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