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바람언덕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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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3,749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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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또 헛걸음을 할까 싶어 먼저 전화통화부터 하고서 출발했다.

저번에 많이 안쓰러웠던지 안내데스크의 예쁜 그 누나가 기억하고 있다가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다.

조금 후에 상담실로 내려온 아빠가 두리번거리더니 재열을 발견하고서 활짝 웃으며 다가와 껴안고 등을 두드렸다.

 

하하하~ 우리 아들이 어디까지 크려고 이래? 그새 또 컸구나?”

“헤헤헤~ 웅~ 아빤 더 젊어졌는데? 아빠가 아니라 형 같아~”

“아이쿠~ 어지러워~~ 하늘로 붕붕 날아다니는 기분인데? 하하~”

 

아빠가 재열의 엉덩이를 토닥거리고는 자리에 앉은 다음 엄마의 안부부터 물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순간 아빠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직 퇴근시간이 되려면 꽤 남았기에 한참 바쁜 것 같았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재열이 말했다.

 

아빠, 사는 곳이 멀어?”

“아니, 그렇진 않은데 왜?”

“그러면 어딘지 가르쳐줘...집에 가서 기다릴게...응?”

“으음~ 그래, 그게 낫겠다...한숨 자던지...아빠가 퇴근하면서 전화할게..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

응~ 대신에 청소를 해놓을게...설거지거리도 잔뜩 밀렸지?”

“역시 우리 딸내미구나? 하하하~ 하지만 어쩌지? 치울게 하나도 없을 텐데?”

 

아빠는 재열이 엄마의 집안일을 돕거나 애교를 부릴 때면 가끔씩 그렇게 부르곤 했다.

 

“으음~ 그래도 찾으면 많이 나올걸?”

“하하하~ 아빠랑 내기할까?”

“응~ 좋아~”

 

확실히 눈에 띌만한 게 있느냐를 두고서 부자간에 내기가 이루어졌다.

이기는 사람이 원하는 일을 한가지 해주는 걸로 하고서 말이다.

아빠가 대로변에 위치한 작은 아파트라 찾기는 어렵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약도와 함께 키를 받아 들고 나오다가, 음료수를 사서 그 누나에게 갖다 주자 눈이 동그래져 미소를 짓는 모습이 참 예뻤다.

물론 그렇게 한 건 ‘결코’ 미인 누나라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고마워서였다.

데스크 밖으로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주는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와 봉긋한 가슴으로 눈길이 가며, 자신도 모르게 침이 넘어간 것도 ‘그저’ 엄마가 연상된 탓일 뿐이었다.

재열은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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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말처럼 찾기는 아주 쉬웠다.

싱글베드가 놓인 크지 않은 안방과 드레스 룸으로 쓰이는 작은 쪽방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도 거실 겸 주방은 공간이 제법 있어 아주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늑하다고나 할까? 어쨌던 살풍경하지 않아서 다행스러웠다.

 

음~ 어디 검사를 해볼까?”

 

자신만만하게 여기저기를 들쑤셔봤지만 아빠가 장담을 한 그대로 정말 깨끗했다.

비록 작은 공간이라지만 솔직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집에서는 엄마와 자신이 대부분 하는 때문인지 아빠의 가사일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와~ 우리 아빠도 진짜 만만찮은 걸?”

 

혼자서 축 쳐져 지낼까 걱정했는데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딱히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었던 건 아니었기에 그냥 샤워나 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응? 후후후~ 드디어 딱 걸렸어, 아빠~”

 

샤워를 하려는데 문득 배수구에 걸려있는 머리카락들이 보인 것이다.

그곳까지 꼼꼼하게 청소하기는 어려웠을 거다.

그런데 휴지를 뜯어 그걸 빼내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흐음~ 이건...?”

 

아주 짧고 꼬불꼬불한 털과 손바닥 정도 길이의 새까만 직모(直毛)까지는 당연했다.

하지만 옅은 갈색을 띤 가늘고 긴 머리카락이 함께 있는 건 전혀 어울리지가 않았다.

일단 의문이 들자 아까는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들에서 다시 의심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실내가 지나치게 깔끔했던 건 물론 아기자기하고 예쁜 머그잔이 여러 개 있었던 것하며, 작은 방 행거에 종류별로 구분이 되어 가지런히 걸려있던 옷가지까지도 모두 이상했다.

다시 말해서 집안일이라고는 전혀 해보지 않은 아빠가 단 몇 개월 만에 그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생각해보자,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물론 아주 운 좋게 성실한 가사도우미 아줌마를 만났을 수도 있긴 했다.

뭐, 그리고 낮 시간에 혼자 있을 때 샤워를 했을 수도 있고.

하지만 그런 가정도 금방 깨어지고 말았다.

 

틀림없어...”

 

남자들의 습성은 모두 유사한 모양이었다.

아빠도 뭔가 은밀한 걸 숨길 땐 재열처럼 침대매트리스 밑에다 깔아두는 걸 보면 말이다.

재열의 손에 잡힌 건 은빛 포장지에 든 콘돔이었다.

여러 개가 줄줄이 연결된 그것들 중에 마지막 건 찢어진 채로 비어있었던 것이다.

 

“누굴까?”

 

왠지 최근에 상경이 갑자기 뜸해진 것과 연관이 있는 듯도 했다.

집까지 불러들인 걸 보면 그냥 오가다 만난 사이는 아닐 것이다.

엄마의 경우를 봐도 그랬으니까.

 

“후후후~ 어쨌던 다행이네?”

 

아빠도 엄마처럼 나름대로 알차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부모가 각자 바람을 피우고 있음에도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만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스릴마저 느꼈다.

그건 엄마인 혜린의 잘못이 상당부분 있었다.

너무 어릴 때부터 주입이 된 탓인지, 재열은 외도라는 걸 그저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일 정도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게다가 섹스를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아주 권장할만한 스포츠쯤으로 여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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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고 나가서는 시치미를 뚝 뗀 채 내기에 졌다고만 말했다.

의기양양해하는 아빠는 아무런 눈치도 못 챘다.

그러면서 내건 요구는 내일 아침 일찍 같이 목욕을 가서 등을 밀어달라는 거였다.

두 사람은 즐겁게 갈비를 뜯으며 부자간의 정을 나누었다.

재열이 음료수를 마시면서 아빠의 술잔이 빌 때마다 놓치지 않고 채워주자 너무나 좋아했다.

배가 터지게 먹고 난 다음 소화도 시킬 겸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왁자지껄한 여자들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누군가가 그들의 앞으로 튀어나왔다.

 

“어머~! 본부장님~”

“어~? 혜선 씨?”

“본부장님~ 여긴 웬일이세요?”

 

그 여자를 보며 아빠가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다른 두 여자가 ‘쪼르르~’ 또 다가섰다.

 

“어라? 영아 씨? 그러고 보니...윤지 씨도?”

 

세 여자가 아빠의 양팔에 매달려 호들갑을 떨었다.

재열은 그 기세에 눌려 얼떨결에 아빠의 손을 놓고는 한걸음 물러서 멍하니 바라봤다.

 

후후후~ 우리 아빠는 능력도 좋아~”

 

안내데스크에서 봤던 그 누나 또래의 세 여자였다.

아빠보고 본부장님 어쩌고 하는 걸 보니 부하직원들 같았다.

나이나 직급에 차이가 상당할 텐데도 저렇게 스스럼이 없는 건, 아마 아빠 특유의 자상하면서도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열린 성격 때문일 거다.

그녀들에게 붙들려 정신이 없어하는 아빠의 모습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근데..누구에요? 설마 아드님?”

“후후후~ 아니, 내 귀염둥이 딸인데?”

“꺅~ 정말 아들이구나~!!!”

“어머? 어머? 정말 귀엽다~”

“나도, 나도~”

 

이쪽을 향해 사냥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눈빛을 번뜩거리고서 와르르 달려들더니 얼굴을 만져보고 뺨을 쓰다듬으며 난리를 피워댔다.

재열은 정말 이대로 뜯어 먹히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순간 등으로 식은 땀을 흘렸다.

 

“누, 누나들 잠깐만~”

“꺅~ 목소리도 너무 마음에 들어~”

 

엉겁결에 허둥거리며 외쳤지만 그건 끓는 물에 기름을 부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세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장난감 신세가 된 재열이 아빠에게 구조의 눈빛을 보냈지만 돌아온 건 싱글벙글하는 반응뿐이었다.

조금 전 아빠를 보며 즐거워했던 걸 진심으로 반성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탄력적인 여체들이 뭉클하게 비벼대는 느낌이 아주 짜릿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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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녀들에게 붙들려 호프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로서는 언감생심 이런 어른들만의 장소에 와본 적이 없었기에 조금은 두근거렸다.

자기들이 쏜다며 과일에다 꼬치구이까지 잔뜩 시켜주었기에 입 또한 아주 만족스러웠다.

거품이 가득한 생맥주 잔을 부딪치고서 ‘꿀꺽꿀꺽’ 마시는 모습들이 워낙 시원스럽게 보여 재열은 자신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아빠~”

“응? 왜?”

“나도 한 모금만...응?”

“후후후~ 이건 샴페인하고 달라서 맛이 없을 텐데?”

“그래도....”

 

아빠의 팔뚝을 잡고 흔들며 조르자 빙긋이 웃으며 잔을 입에다 대주었다.

그러자 맞은편의 세 여자가 갑자기 수다를 멈추고서 뭔가를 잔뜩 기대하는 눈길을 보내왔다.

 

“콜록~ 아이~ 써~ 이런 걸 왜 마셔?”

“푸하하하~ 내가 그랬잖아? 맛없을 거라고...”

 

재열이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입술을 삐죽이 내밀고 불평을 터뜨리자, 아빠의 폭소와 함께 여자들도 까르르 교소를 터뜨리며 아주 난리가 났다.

제일 처음에 아빠를 아는 척했던 혜선이라는 누나가 눈물까지 찔끔찔끔 흘리다가 말했다.

 

“너무 귀여워~ 얘~ 너 내 동생 해라~ 이 누나가 맛있는 것 많이 사줄게, 응?”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눈동자에서 반짝반짝 빛까지 나는 것 같았다.

꽤나 활달한데다가 미인형의 갸름한 얼굴인 그녀가 미소를 짓자,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지면서 야릇한 색기가 흘러 아랫도리가 찡해지는 느낌이었다.

 

“응? 응? 그러자~”

 

잠시 멍하게 바라보고 있던 재열은 그녀의 재촉에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흑..흑...나 퇴짜맞았어...흑...왜 내가 싫은 거야?”

 

혜선이 가슴을 쥐어뜯는 시늉을 하며 장난스럽게 울먹였다.

그녀는 상상도 못했겠지만, 그 순간 상당한 볼륨을 가진 젖가슴이 그 윤곽을 확연하게 드러내며 재열의 자지를 단단하게 만들어버렸다.

별 관심이 가지 않던 또래의 풋내 나는 여자애들과는 달리 성숙한 여자의 내음은 확실히 유혹적이었다.

엄마가 어른들의 세계를 일찍 알아버리면 정상적인 여자친구를 사귀기 힘들 거라던 이유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재열은 진지했던 표정을 풀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으음~ 누나는 싫어요..여자친구면 또 몰라도...히히히~”

“어머머머? 꺅~ 여자친구래~~~ 나 몰라~”

 

자신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부끄러운 척 내숭을 떠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정말 여자친구로 사귀면 최소한 심심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때 그녀가 뭔가 결심을 했다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더니 갑자기 아빠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해요~ 이제는 제 마음 속에서 본부장님을 지우기로 했어요..대신 아버님으로 모시...꺅~~”

“온갖 주접은 혼자서 다 떨어요~ 하여간에~”

“너~? 지금 질투하는 거지? 흥~”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까 재열의 볼을 잡고 마구 늘이던 가장 과격한(?) 영아 누나가 갑자기 혜선 누나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둘은 옥신각신 말다툼을 시작했다.

멍한 기분에 아빠를 쳐다보자 미소만 머금은 채 담담하게 생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아마 익숙한 광경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때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그나마 말수가 적고 얌전한 편이던 윤지 누나가 슬며시 아빠 곁으로 옮겨 앉더니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한 것이다.

 

“아버님...시원하시죠?”

 

조용하게 내뱉은 그 한마디로 좌중이 싸해지면서 그 혈투의 최종승자는 윤지 누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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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은 쉴새 없이 토닥거리면서도 의기투합이 될 때는 아주 일사천리였다.

하기야 그러니 그렇게 단짝으로 몰려다니는 걸 거다.

호프집을 나오자 그녀들은 이대로 끝낼 수 없다며 마지막으로 한잔 더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려버렸다.

당연히 아빠와 재열의 의견은 애초에 묻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허리띠를 풀어놓고 편하게 마시려면 역시 홀아비 집이 제일 만만하다’는 꽤나 위험스런(?) 발언과 함께 앞장섰다.

결국 아빠 숙소까지 쳐들어와 술판을 벌여놓고서는 새벽녘에야 다들 돌아갔다.

 

“아빠~”

“으, 응? 왜? 안 피곤해?”

 

아침에 같이 목욕탕을 가기로 했기에 간단하게만 씻고 나온 아빠를 불렀다.

 

“웅~ 그 누나들 중에 누가 여자친구야?”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여자친구라니?”

 

아빠가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걸 놓치지 않았다.

역시나 예상이 맞았던 것이다.

아까 보니까 이곳이 처음이 아닌 듯 아주 익숙하게 잔과 그릇을 찾아 술상을 차렸었다.

게다가 끝나고 나서 청소는 물론 설거지까지 깨끗하게 해놓고 갔다.

다만 셋이 모두 같이 움직이니 주인공이 누군지 감이 잡히지를 않았다.

몰래 살펴보았지만 어찌 보면 이 사람인가 싶다가 다시 보면 저 사람 같기도 했었다.

그래도 셋 중에 하나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슬쩍 찔러보자 이렇게 바로 반응이 나왔다.

 

“그렇잖아? 친하게 지내면서 집에 놀러도 오고 하면 그런 게 여자친구 아냐?”

 

재열은 일부러 순진한 척했다.

그러자 아빠는 잠깐 고민을 하는 것 같더니 말문을 열었다.

 

“하하하~ 그래..네 말도 맞지..그래서 같이 일하는 사람을 회사동료라고들 부르지....”

“으~응~ 그래도 아까 누나들처럼 더 친한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음~ 그러면 셋 다 아빠의 여자친군가?”

“하..하...그렇긴 하지만...여자친구라고 부르면 남들이 오해해...

둘은 이미 결혼을 했어..그리고 한 명도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고...”

“응~ 그렇구나~”

 

미혼인 한 명이 머리카락의 주인이자 아빠가 콘돔을 사용하게 만든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물론 엄마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유부녀인 나머지 둘도 배제할 수 없긴 했다.

누가 아직 결혼하지 않은 건지 물어보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너무 집요하게 파고들면 아빠가 이상하게 생각할 게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걸 꼭 알아야 필요까지는 없었다.

재열이 보기에도 셋 다 참으로 좋은 여자들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혹시 그녀들 중 하나라는 게 자신의 착각이라도 상관없었다.

이 정도로 챙긴다면 아빠는 절대 외롭지 않을 테니까.

 

“일루와~ 그만 자자꾸나~”

“응~ 안 무거워?”

“하하하~ 욘석이? 걱정 말고...”

“헤헤헤~ 잘자, 사랑해 아빠~”

“그래...너도...사랑하는 우리 아들...”

 

덩치가 큼지막한 두 남자가 자기에는 너무 비좁은 싱글베드였지만, 한쪽으로 몸을 바짝 붙인 아빠의 팔을 베고 눕자 아주 푸근하기만 했다.

재열은 꽤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빠의 품이 참으로 따스하고 넓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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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늦잠만 자다가 간만에 새벽부터 일어나 움직였더니 계속 하품이 났다.

한숨 더 잔 뒤 점심이나 먹고 올라가라는 걸 출근 때 같이 나와서 바로 기차를 탔다.

아빠도 피곤할 텐데 자신에게 계속 신경 쓰게 만들기 싫어서였다.

대신에 조만간 또 오겠다는 약속을 해 아빠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전철역에서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집 근처에 내리자 얼추 점심시간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엄마의 사무실로 올라가다가 마침 계단을 내려오는 그녀와 마주쳤다.

 

“엄마~”

“어머! 이, 일찍 왔네?”

 

조금은 당황해 하는 엄마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슨 일 있어?”

“아, 아니야...집에는 안 들르고 바로 온 거야?”

“응...왜?”

“그래...나가자...”

 

엄마가 그의 손을 잡고서 종종걸음으로 향한 건 식당이 아니라 집이었다.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보자 내심 이해가 갔다.

점심시간만이라도 잠깐 눈을 붙일 작정인가 보았다.

예상처럼 밤을 하얗게 지새운 것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나면서 자지가 뻐근해졌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엄마를 뒤에서 와락 껴안았다.

 

“자, 잠깐만 재열아...”

“응? 이게 뭐야? 싸움이라도 한 거야?”

“아, 아니...그게...”

 

현관 신발장 위에 놓여있는 엄마의 팬티, 그리고 소파와 거실바닥 여기저기에 널려진 옷가지가 마치 도둑이라도 들었던 것처럼 아주 난장판이었다.

엄마가 올라서더니 신발장의 팬티는 물론 뛰어다니며 나머지 것들도 주워들었다.

언뜻 봐도 엄마 것만이 아니라 남자 옷도 섞여있다.

게다가 소파에서 집은 것 중에는 분명 남자용 트렁크 팬티와 여자 팬티도 있었다.

저건 뭐고 신발장 위에 있던 건 또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팬티를 입고 패션쇼라도 했을까? 엄마가 하룻밤 사이에 두 장이나 팬티가 왜 필요했는지 정말로 궁금해졌다.

 

“엄마, 내가 천천히 치울 테니까 일단 점심부터 먼저 먹자...시간이 없을 텐데 잠시라도 쉬어야지? 많이 피곤해 보여...”

“으, 응...그건....”

 

챙겨 든 빨래거리들을 세탁기에다 던져두고 나온 엄마에게 그렇게 말하자 그건 걱정 말라고 했다.

사장이 일부러 이리저리 일을 맡기며 모두에게 외근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도 다른 직원과 함께 나가며 엄마에게 살짝 집에서 쉬다가 눈치껏 퇴근시간 전에만 돌아오라고 했단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하게 재열이 이렇게 일찍 돌아온 거다.

 

“웅~ 그러면 지금 꼭 치울 필요는 없네?”

“휴~ 이미 늦었으니까...”

 

재열이 소파에 앉으며 손목을 잡아 끌자 엄마가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빠는 어때? 잘 지내셔? 어디 아픈 덴 없고...?”

“응~ 아무 걱정 마..아주 잘 지내니깐...”

 

그렇게만 말해주고 자신이 봤던 걸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엄마든 아빠든 건강하고 행복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 다 자신을 여전히 사랑해주고 말이다.

변한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최소한 재열의 생각에는 그랬다.

 

“엄마는 어땠어? 좋았어?”

“으, 응...네 덕분에...아앙~”

 

치마 밑으로 손을 넣어 더듬자 엄마는 지난밤의 열기가 아직도 남았던지 바로 비음을 흘려냈다.

 

“응? 입었네?”

“뭐가?”

 

신발장 위에 있던 팬티를 보고서 엄마가 벗은 채 나간 걸로 생각한 것이었다.

그걸 이야기하자 엄마는 얼굴을 약간 붉히면서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밤새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거실에 던져져 있던 옷들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저녁식사 후 가볍게 와인을 마시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가 서서히 불이 붙어, 거실에서 시작된 정사가 침실은 물론 주방과 욕실까지 재열의 방만 빼고 온 데서 치러졌다.

그러다가 지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이미 날이 밝아있었다.

뒷정리는커녕 제대로 씻을 시간조차 빠듯해 세수와 함께 혹시나 정액냄새가 날까 보지만 겨우 세척했다.

그리고 같이 출근하면 이상하게 보일까 싶어 엄마만 먼저 나서려고 하는데 그가 갑자기 현관에서 또 덤벼든 것이었다.

체력은 물론 시간도 부족했기에 짧은 애무 정도였지만 팬티를 적시기엔 충분했다.

결국 엄마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은 채로 팬티를 갈아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대목에서 재열은 새로 안 사실이 있었다.

엄마는 예전부터 외출할 땐 항상 핸드백에다 여분의 팬티를 넣어 다녔다는 걸 말이다.

 

“우와~ 멋져~ 엄마~”

 

정장을 하고서 구두까지 신은 엄마가 치마 밑으로 손을 넣어 팬티를 내리는 모습을 상상하자 재열은 가슴이 짜르르해졌다.

주방에서 관계를 가지는 것 말고도 또 다른 아주 흥미로운 놀이를 발견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재열아...미안한데...나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아, 아니야...엄마...나도 졸려..같이 자자~ 시계를 맞춰놓고...”

“점심은? 아직 안 먹었지?”

“후후후~ 괜찮아, 어제 워낙 이것저것 많이 먹어서...”

 

그런 상상을 하며 너무 흥분했던지 자신도 모르게 엄마의 팬티를 끌어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너무 졸리기도 했지만 엄마의 상태를 보고서도 그런 요구를 할 정도로 염치없지는 않았다.

재열은 엄마의 어깨를 꼭 껴안아 부축을 하고서 자기 방 침대로 향했다.

 

근데...정말로 셋 중에서 누굴까?’

 

알몸으로 미끄러져 들어온 엄마의 따스한 몸을 품에다 안으며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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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을 하기 전 약속대로 아빠에게 한번 더 다녀왔었다.

하지만 그 머리카락의 주인이 누군지는 끝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대신 누나들과 더욱 친해지고 결국엔 셋 모두와 핸드폰 번호를 서로 주고받았다.

처음 한동안은 수시로 걸려오는 그녀들의 전화에 귀가 멍해지는 것 같았지만 그것도 조금씩 뜸해지자 왠지 기다려지기도 했다.

입학식 날엔 일부러 휴가를 내 올라온 아빠와 함께 세 식구가 간만에 외식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새벽쯤에 안방에서 들려오는 사랑노래를 또다시 엿들을 수가 있었다.

전만큼이나 떨리진 않았지만 그때보다도 훨씬 더 짜릿하게 흥분이 되었다.

엄마와 아빠에게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이 그런 느낌을 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자신의 방만이 온전하게 엄마와 둘만의 공간이었다.

그게 왠지 뿌듯하게만 느껴졌다.

입학식이 끝나고 한 달쯤 지났을 때 사장이 저녁을 사주겠다며 불러내더니, 너무 과하다는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최신 기종의 캠코더를 사주었다.

손바닥으로 쏙 들어오면서도 온갖 기능과 높은 화질로 유명한 그건 재열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백 만원이 넘는 지나친 선물인 걸 잘 알면서도, 차마 외면할 수가 없어 눈치만 보며 손아귀에서 놓지를 못하자 엄마도 결국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좀 늦었지만 입학 축하해.......”

“와~ 정말로 감사해요~ 아저씨~”

“하하하~”

 

재열은 그 좋아하던 갈비도 먹는 둥 마는 둥 설명서를 읽으며 캠코더에다 정신을 뺏겼다.

그리고 결국 저녁식사가 끝날 때쯤에는 전문적인 조작법만 빼고 대부분의 사용법을 익혀냈다.

 

“헤헤헤~ 죄송해요~ 대신에 엄마랑 아저씨랑 제가 멋지게 찍어줄게요~ 자~”

“하하하~ 고맙구나~”

 

이제는 사장도 완전히 익숙해져 재열이 있는 데서도 팔짱을 끼는 건 물론 엄마의 어깨나 허리를 자연스레 껴안기도 했다.

재열이 캠코더로 촬영하는 시늉을 하자 두 사람은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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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데리고 갈만한 곳이 마땅찮은 데다, 마침 근처라기에 차라리 사장 집으로 가는 걸로 결론이 났다.

혼자 살기에는 상당히 큰 고급빌라였다.

물론 엄마는 처음이 아닌 눈치였다.

묻지도 않고서 마치 안주인인양 냉장고를 열어 안주를 준비하는 걸 보면 말이다.

재열은 그런 엄마를 찍다가 사장의 허락을 받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하고 이리와~”

응, 엄마~”

하하하~ 그렇게 좋으니?”

네~ 아저씨, 정말 제 맘에 쏙 들어요. 감사해요~ 헤헤헤~”

 

재열이 너무나 기뻐하자 사장도 아주 흐뭇한 기색이었다.

두 사람은 와인을 마시고 재열은 음료수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사장이 말했다.

 

재열아...”

네?”

흠~ 너 여자친구 있니? 혜린 씨 말로는 없다던데...”

 

뜬금없는 말에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엄마하고의 일 때문에 괜히 미안해서 그런 걸까? 솔직히 여자친구에 대해서 잠깐이라도 상상을 해본 거라고는 아빠에게 갔을 때 만난 세 누나가 처음이었다.

 

네, 없어요...왜요?”

으, 응...이제 너도 고등학생이 되고 했으니...좋은 여자친구가 하나쯤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아...네...”

 

너무 딱 잘라서 관심이 없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볼까 싶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그제서야 사장이 본론을 꺼냈다.

 

내가 예쁜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줄까?”

네?”

 

순간적으로 퍼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혜린 씨한테 들어서 대충 알고는 있겠지만...나한테....”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

전에 언뜻 들었던 그의 딸 이야기였다.

 

고슴도치 사랑이라서가 아니라...누구나 봐도 인정할 만큼 정말로 예뻐....

그리고 한살이 많다지만 오히려 네가 오빠처럼 더 의젓하니까 그런 건 아무 문제가 되질 않겠지...”

 

성격도 얌전한 편이지만 너무 내성적이라 친구가 거의 없을 것 같아 걱정이란다.

때문에 처음 재열을 봤을 때부터 딸의 친구가 되면 정말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는 것이다.

물질적인 도움 외엔 아빠로서 뭔가를 해준 기억이 거의 없다면서 부탁했다.

 

사실 가까이 있을 수도 없으니 이런저런 걱정이 많아...네가 친구가 돼주면 안심이 될 것 같구나...”

 

사장은 예쁜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준다는 핑계로 오히려 자기 욕심만 차려서 미안하다고 했다.

엄마를 쳐다보았지만 저 표정으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전에 둘이서 이야기가 있었는지 도저히 감이 안 왔다.

 

웅~ 알았어요~ 헤헤~ 그 누나가 예쁘다니 기대가 큰 걸요?”

하하하~ 우리 아이가 네 성격의 반만이라도 닮게 된다면 정말로 좋겠구나...”

 

큰 흥미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약간의 호기심도 생겼다.

또래의 여자아이와 어울려 본 적도 거의 없거니와, 엄마 애인의 딸을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기도 했다.

재열은 선선히 맞장구를 쳐주고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섰다.

 

어?”

 

오줌을 누는 중에 문득 탁자 위에다 캠코더를 그냥 켜둔 채로 왔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자 번개같이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가슴이 마구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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