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집안 이야기, 그 전(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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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0,001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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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 이야기, 그 전(30)
  정용은 아주 이른에 새벽에 눈을 떴다. 아니 저절로 눈이 떠졌다고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제 그의 몸은 정해진 시간에 눈이 떠지는 몸으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옆에 자던 은지 엄마의 손이 그의 몸을 저절로 더듬는다.
 
정용도 여인들과 함께 자는데 익숙해진 느낌이다. 그가 조심스럽게 일어난다.
 그의 옆에 발가벗은 채로 자는 은지 엄마의 알몸이 새벽 어둠에 희부옇게 빛난다.
 언제든지 새벽엔 좆이 바짝 꼴려 있다. 안방 욕실로 들어가 그의 무거운 좆을 한 손으로 붙들고 양변기에 안으로 ‘쒜 -- ’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줌을 뿌려댄다.
 수도꼭지에 대어 놓은 호스가 꼭지 튼 물줄기 같이 쏟아져 나온다
.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물을 내리는데, 양변기 물 내리는 소리에 은지 엄마가 몸을 뒤척이는 낌새가 들린다. 깨고 있는 걸까? 욕실에서 나오니 은지 엄마는 여전히 침대 안에서 꿈나라이다.

 그녀가 뒤척인 덕분에 덮고 있던 이불이 조금 제껴졌다. 그녀의 하얀 허벅지가 이불 밖으로 나와 있다.

 손으로 그녀의 하얀 허벅지 부근을 쓰다듬어 주었다.
 

 “흐으응 ---- ”

 잠결에 그녀가 콧소리를 내며 몸을 다시 뒤척인다. 그러다 보니 알몸인 채 허벅지를 드러내고 있는 그녀 음부가 그만 이불 밖으로 나와 그의 눈에 드러난다.
 새카맣게 밀생한 보지털이 새벽 어둠에 짙고 푸르게 보인다.
 정용은 보기 좋은 그녀의 음모를 손으로 살짝 살짝 만져본다.
 부드러우면서도 까실한 음모의 촉감이 손가락을 통해 느껴진다


 그녀가 자신의 불두덩을 만지는 정용의 손길을 느끼는지 다시 몸을 움추린다.

 ‘새벽에 또 한 탕을 뛰어? 말어?’

 벌써 커다랗게 발기한 그의 육중한 좆을 손으로 들어 툭툭 털면서 만져본다. 그러나 곧 포기한다.

 ‘에이, 오늘만 날인가? 뭐! --- ’

 정용은 곤히 잠든 그녀를 깨우기 싫어 그냥 이불만 덮어주고 안방을 나왔다.

  

 삼청동 은지네 집에서 새벽에 일어난 그는 곧바로 성균관으로 향했다. 삼청동에서 성균관으로 가는 길은 중앙고등학교 정문 옆의 샛길을 통해 가다보면 문패도 없는 허름한 집 마당 앞에 난 길을 지나게 되는데, 거길 지나면 성균관에서 철조망을 쳐놨기 때문에 사실상 길은 끊어진다.
 
 그러나 그 철조망이 제대로 막힌 적은 한 번도 없다. 거의 끊어진 철조망에다가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여실히 남아 있어, 다니는 사람이 조금만 주의하면 철조망에 걸리지 않고 성균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일종의 개구멍이다. 하두 넓게 뚫여 있어 개구멍이라 하긴 뭐하지만.--- 게다가 오른쪽은 창경궁의 담이어서, 새벽은 물론, 대낮에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많은 아주 한적한 산길이다. 그러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길은 아닌 셈이다.
 
 성균관대학 안으로 들어오면 창경궁 담을 끼고 내려오면 얼마 걷지 않아 운동장이 되는데 운동장을 가로  지르면 바로 유림들이 기거하는 성균관이 보인다.
 성균관은 여전히 한옥으로 유생들이 잠을 자는 곳은 불을 지피는 아궁이까지 있다. 

 그 한옥 안으로 대성전과 명륜당이 있고, 그 사이에 늘어진 가지에 받침대를 해 둔 육백년 넘은 은행나무가 위용을 뽐내며 홀연히 서 있는 적당한 규모의 마당을 만나게 된다.

 정용은 삼청동에서 명륜동으로 오는 길은 언제나 이 길만을 택해 다닌다. 그러면 마치 고향 둔덕산을 오르는 것처럼 새벽에 등산하는 기분을 여실히 맛볼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성균관 마당에 도착하면 이미 그의 몸은 땀으로 적당히 풀려 있는 상태가 된다. 김 교수는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은 나온다. 정용도 이제 그가 나오는 날을 맞춰 성균관으로 나온다.  정용이 마당에 도착하면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김 교수가 그의 곁에 선다.
 
 요즘 정용은 헌원심법에 대한 의문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주로 그가 헌원심법의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면 김 교수가 해설과 대답을 하는 형식이다.
 정용은 헌원심법의 내용은 달달 외우고 있기 때문에 김 교수에게 책을 보여줄 필요도 없이 그냥 한 구절을 말하면, 그 한 구절에 대해 김 교수의 다양한 각도에서의 해석과 함께 내용을 설명해 준다.
 그것은 또 다른 하나의 과외공부인 셈이다. 국어 공부의 밑천인 고전(古典)을 배우게 됨과 아울러 한자(漢字)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얻게 되므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이다.
 
 그렇게 문(文)의 측면과 아울러 자세의 시연을 통해 무(武)에 필요한 자세도 배우게 되는데, 이 경우 김 교수가 나름대로 원전을 해석한 방법에 의해 자세를 시전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런데 그건 아버지의 그림에도 나와 있지 않는 독특한 자세일 때가 많아 정용은 깨닫지 못한 새로운 무예를 배우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김 교수는 그의 헌원 심법 책자에 대해서는 절대로 먼저 물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 역시 정용이 암기하여 들여 주는 헌원심법의 내용을 통해 자신의 무예와 내공이 더 깊어지는 것을 깨닫는다.
 김 교수 스스로도 자신이 정용의 헌원심법을 알아가는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따라서 정용에게는 자신이 터득한 호보와 호권의 정수를 한 단계씩 높여가며 시연하고, 보여주고, 가르쳐 주었다.
 덕분에 정용의 호권의 위력은 김 교수의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하였으나, 돌멩이 정도는 한 주먹의 힘으로 능히 부숴뜨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용이 새벽 수련을 하면서 문득, 문득 떠오르는 것은 영등포에서 김 상사가 바로 자기 눈앞에 보여 주었던 딱 한 순간의 손속이었다. 
 영등포 청도관 관장이 불시에 자신을 향해 주먹을 쳐왔을 때 그는 정말 눈 깜짝할 순간에 관장의 손목을 낚아채 비틀어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정용은 김 교수에게 조심스럽게 그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김 교수는 숨을 깊게 내쉬며 말한다.

 “그건 먼저, 영등포 관장이 무림의 숨은 고수에게 크게 당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난 그런 고수가 있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만나보진 못했는데, 김 상사란 분은 아마 대단한 실력자로 보인다. -- 그런데 그런 고수가 네 아버지로부터 전수를 받았다니 -- 그것도 참, 놀라운 일이다.”
 

 김 교수는 말을 어떻게 할지 자 모르는 듯 또 한참을 쉬었다가 말한다.

 “김 상사의 손 기술은 아마 일종의 금나수법(擒拿手法)인 모양이다. 대개 예전의 고인들은 짐승의 모습을 본 따 무예의 기술을 익혔다. 김 상사의 손기술은 직접 보지 않아 어떤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일종의 조공(爪功)인 것 같다. 조공(爪功)은 대개 매나 독수리가 닭이나 토끼같은 연약한 짐승을 낚아 채는 모습을 연상하여 이룬 기술이 많다. 그래서 흔히 ‘응조공(鷹爪功)’이니 ‘독조공(禿爪功)’이란 말을 쓰게 된다. 그러나 난 그가 손 기술 뿐 아니라 단번에 네 주위에 도달한 신법이 더 탁월한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하여튼 오늘은 이만 하기로 하자. 그의 손속과 보법은 우리 한 번 더 깊이 연구해 보자꾸나! ---- ”
  김 교수는 그러면서 발걸음을 떼고 말았다. 어느새 말이 끝나는 순간 그의 모습은 저만치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정용도 그의 발 놀림이 어느새 경지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어 놀라웠다.
 정용은 김 교수의 안목에 다시 한 번 감탄한 것은 김 상사의 손속보다 보법이 더 탁월하다는 생각을 한 점이었다. 왜 자신은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가 그렇게 청도관 관장의 주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발걸음이 빨라서가 아니라 오랜 세월 수련한 보법 때문이란 사실을 그때부터 지금까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 교수는 정용이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그의 몸놀림이 어떠한지 대번에 유추해 내지 않는가?
 그것만 보아도 김 교수가 이미 고수의 반열에 든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시 정용이 은지의 집으로 오자 이미 날은 완전히 밝았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하얀 에이프런을 두른 은지 엄마가 그를 반긴다. 정용은 곧바로 거실의 욕실로 들어가려는데, 은지 엄마는 안방의 욕실을 쓰라고 눈짓을 한다. 아마 은지가 쓰고 있는 모양이다.
 

 그가 안방의 욕실로 들어가자 세면대 옆의 받침대에 팬티와 런닝의 속옷이 놓여 있었다. 이제 은지 집이나 수진 집은 엄마들이 정용의 속옷을 준비하고 사놓고 있다.

 그가 가볍게 샤워를 하고 완전히 교복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오니 이미 아침 식탁이 준비되어 있고, 은지는 먼저 의자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은지는 정용을 보고 아는 체도 안한다.
 

 정용도 은지의 그런 쌀쌀한 태도가 무안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밥을 먹는다. 정용은 그 대신 은지 엄마에게 ‘맛있게 먹겠습니다.’라는 둥의 씰 데 없는 밥 인사나 하고 우걱우걱 밥을 먹는다.

 아침 운동 후 식사라 맛있기만 하다. 그러나 은지는 여전히 모래알 씹은 표정으로 뾰루퉁해 있다.
 

 그런데 은지 엄마는 한동안 시간을 내어 박장군의 관사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 주엔 장군님 관사에 들려야 해요 --- 아마 며칠은 집을 비워야 할 것 같아요-- ”

 은지 엄마는 정용을 바라보며 생긋 웃는다. 그리고 은지가 듣지 못하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서방님 보지 못해 어떻게 해요? -- ”

 은지 엄마는 그를 밤엔 ‘자기’라고 부르더니, 막상 낮이 되니 ‘자기’라고 부르지 않고 ‘서방님’이라고 부른다.

 ‘서방님’이나 ‘샌님’이나 비슷하게 들리니 은지 있는데선 서방님이라 부르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식사 후 정용은 은지와 함께 등교를 위해 집을 나선다. 그런데 정용은 은지를 어떻게 달랠까 고민이다.

 은지 엄마도 은지가 뿔난 원인을 얘기해 주지 않으니, 그녀가 뭐 때문에 심통이 났는지 알 수가 없다.

 한참을 그러고 가던 차에 침묵을 먼저 깨뜨린 것은 은지였다. 은지가 먼저 정용에게 말을 걸었다.

 “난, 샌님이 정말로 --- 싫어!--- 죽겠어! --- ”
 
 은지는 퉁명하게 미간을 찌푸리며 뾰루통하게 말한다. 그러나 사실 이쁜 은지는 그런 모습이 더 매력적이었다. 정용은 보통 때 아무도 없는데선 은지가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곤 하였는데, 이 아침엔 ‘샌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신에 대한 감정이 서운한 감정이 있다는 것과 아울러, 그와 거리를 두겠다는 의사란 것을 대번에 감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은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도록 부드럽게 물어 본다.
 

 “은지야--- 왜, 그러는데? -- ”

 그러자 은지는 대뜸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흥, 난 -- 알어 ---- ”

 정용은 이 얘가 아는 게 뭘까 싶은데 속으로 뜨끔한다.

 “뭘? --- 아는데-- ”

 그래서 억양도 누그러뜨리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묻는다.

 “엄마랑 한 거! --- ”

 은지는 대담하게도 그를 직선적으로 찔러 왔다.

 “그게 뭔데 --- ”

 잘못하면 상처를 입는다. 예리한 것은 ‘칼’만이 아니다. ‘칼’보다 더 예리한 것이 ‘말’이다. ‘칼’과 ‘말’은 딱 하나의 자음(子音 consonant)만 다르다. ‘ㅋ’ 과 ‘ㅁ’ 이다.

 “오빤 --- 엄마랑 --- 치료만 한 거 아니지?---- ”
 

 순간 정용은 흠칫했다. 얘가 뭘 정말 안다는 걸까?

 “난 봤어 ----- ”

 은지는 돌려서 말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녀는 ‘보았다’고 말한다. 뭘 봤단 말인가?

 “아니 뭘 봤다구 그러는-- 데 ---?”
 

 정용은 은지의 대답에서 자신이 얼마나 초조한지 알 수 있었다. 그도 덜덜 떨렸다. 생전 처음 떨어본다.

 그건 현 사장 앞에서도, 경주의 깡패나 영등포 깡패들과의 패싸움에서도 떨지 않던 그가 이제 겨우 열 몇 살 중학교 2학년 되는 여자 아이 앞에서 벌벌 떠는 것은 그가 한 짓이 이 여자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그러나 은지는 그런 일로 그렇게 쉽게 상처 받을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흥, 오빤 ---내가 수진이처럼 어린앤 줄 알어? -- 수진인 어린애닌깐 모르지만 난 다 알어!--- 쳇!”

 왜 이 애가 빙빙 돌려 말하나? 그런데 아깐 ‘샌님’이라고 하더니 이젠 ‘오빠?’

 “같은 나이면 여자가 더 성숙한 거 몰라? 오빠두 아는 데 난 모를 줄 알어? 쳇 ---”

 정용은 설마 했다. 은지가 속사포처럼 말하는데 대꾸할 말이 없다.

 그 때 그녀가 그의 귓가에 결정적인 한마디를 비수처럼 던졌다.

 “오빤, 옴마랑 씹했지?----”
 

 그녀의 말은 새파란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을 푹 찔렀다.

 ‘오빤, 옴마랑 씹했지!’-- 했지! ----했지! --- 했지! --- 했지!

 순간적으로 그의 귀에 윙윙 공명 현상이 생겼다.

 그러면서 은지가 그의 곁을 뛰쳐 나간다. 정용은 그녀를 놓치면 영영 안될 것 같아 잽싸게 달려 나가면서 은지의 손목을 잡았다.
 달려 나가던 그녀의 기세가 정용의 손에 붙들려 주춤하더니 정용의 힘에 못 이겨 그의 가슴팍으로 폭삭 안긴다.
 

 “난, 싫어 ---- 싫어 --- 오빠가 너무 싫어 --- ”하면서 그의 가슴을 마구 두드린다.

 어느새 은지의 눈엔 눈물이 가득하다.

 “옵바, 그런 건 --- 결혼해야 하는 거잖아 --- ”

 정용은 은지를 가슴에 껴안으면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은지는 그의 가슴에 안겨 ‘엉엉’ 울면서 작은 손으로 그의 가슴을 팡팡 두드린다.

 “엉엉 -- 난 싫어! --- 오빠가 정말 싫어! --- ”
 

 그는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들고 억지로 입에 키스를 해 주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보고 있다. ‘세상에 -- ! - 저런 쪼맨 애들이 길에서 망칙스럽게 뽀뽈 하네 -- ’

 그렇게 생각해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장 은지를 달랠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누가 보든지 말든지 한참 동안의 키스가 끝나자 은지는 어느새 풀어졌는지, 정용의 손에 자기 손을 넣어 팔짱을 꼈다. 그러면서 종알거린다.
 

 “내가 젤 먼저 하고 싶었단 말야!”

 옆에서 듣던 정용의 귀가 ‘뜨악 ! ---“ 하며 열렸다.

 “뭐?”

 그러자 은지는 그의 손을 풀고 뛰어가면서 말한다.

 “내가 엄마보다 먼저란 말얏!-----”

 

 학교 근방에 다 왔다. 그녀는 오른쪽으로 빠지고 정용은 왼쪽으로 빠져 들어가야 한다.

 은지는 정용과 헤어지면서 듣게 된 은지의 생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은지는 그와 ‘씹’을하고 싶단 얘기 아닌가?

 그러나 정용은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과 ‘성관계’를 맺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은지는 자기와 젊잖게 말하는 ‘섹스’가 아니라, ‘씹’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소녀가 쌍스럽게도 ‘씹’을 하고 싶다는 표현은 얼마나 적절한가? 그건 자신의 욕구를 아주 합당하게 표현하고 있는 말이었다.

 

 하교를 한 뒤 심청동 집으로 돌아 왔다. 삼월이 되기 전까지는 계속 심청동 집에서 지낼 생각이다.

 마나님도 그렇게 하라고 한다. 이젠 당연히 삼청동 집이 자기 집처럼 아늑하고 편안하다.

 마나님은 전축에 무슨 판을 걸어 놨는지 아주 고상한 음악이 흘러 나온다.

 정용은 집을 들어가면서 마나님에게 묻는다.
 

 “어머니, -- 무슨 노래에요?”

 전축에 판을 걸어 놓으면 의례히 노래인줄로만 안다.

 “얜, -- 그건 노래가 아니라 클래식이야--”

 마나님이 살짝 핀잔을 준다.

 “클래식? -- 클래식이 뭔데요? --- ”
 

 정용은 클래식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다. 하긴 어찌 알겠는가? 클래식과는 연관이 없는 문화적 소외 집안에서 자란 그가 클래식을 접할 시간이나 있었겠는가?

 “넌, 그렇게 똑똑한 -- 애가 클래식을 모르니? --”

 마나님은 정용이와 같이 엄청 똑똑한 애가 ‘클래식’을 모른다는데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기쁘고 기분 좋은 마음까지 들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에게 ‘클래식’이 뭔지 확실히 가르쳐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말은 들어 봤어요. -- 말로만 들었지 노랜 못들었어요--”

 정용은 솔직히 모른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편이다. 괜히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고 싶지는 않았다.

 “얘, 클래식은 노래가 다가 아냐! 서양 사람들의 예술 음악을 통틀어서 클래식이라고 하는거야 --! 얜!-”

 마나님이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그리고 지금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바하의 ‘G 선상의 아리아’라고 하는 곡이야---”

 정용은 바하란 사람의 이름은 들어 보았다. 그건 시험 문제에 나오는 사람의 이름이다.

 “바하요? -- 독일에 음악의 아버지?--”

 정용이 대답하자 마나님이 곧바로 이어서 말한다.

 “그래--- 바로 그 바하 !--- 시험문제에 엄청 많이 나오지?-- ”

 정용은 심드렁히 말한다.

 “예 --- ”
 

 마나님은 신이 난 듯 설명한다.

 “바로 그 바하의 ‘G 선상의 아리아’라는 곡의 연주 앨범을 전축에 걸어 놓고 듣는 거야”

 정용은 그럼 이 음악을 듣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왜요?--”

 그래서 아무 생각도 없이 무심코 물었다.

 그런데 마나님의 반응이 바로 순간 싹 달라진다. 그녀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진다.

 “앤 --- 그런 거 묻는 거 아냐!---” 하며 마나님이 팽하고 돌아선다.

 안면을 싹 바꾸시는 것이 아닌가?

 순간 정용은 깜짝 놀랐다.

 ‘왜 그러지, 내가 뭘 잘못했나?’

 

 요한 세바스찬 바하의 ‘G 선상의 아리아’는 본래 ‘관현악 모음곡 3번 라 장조’, BWV 1068의 일부인 곡이다. 그런데 바하는 이 곡을 자신의 후원자였던 안할트 쾨텐의 레오폴트 왕자를 위해서 1717년에서 1723년 사이에 작곡하였다. 이 곡이 ‘G선상의 아리아’라는 이름이 된 것은 19세기 후반, 바이올린 연주자 아우구스트 빌헬르미가 이 곡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용도로 편곡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는 원곡의 ‘라 장조’에서 ‘다 장조’로 조를 바꾸면서, 바이올린의 네 선 중 ‘G선’ 하나로만 연주할 수 있게 된 후 이 곡의 이름이 다른 아리아와 구별되어 ‘G 선상의 아리아’가 되었다.
 

 특별히 이 곡은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오케스트라의 앵콜곡이나 대중적인 명곡으로서 원곡 중에서 떨어져 나와 연주되었고, 소품으로도 이용되어 드라마나 영화음악 등의 배경음악으로도 자주 사용되었지만, 더 특별한 것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만으로 이루어진 연주로 장중하고, 단순하며, 소박한 선율이 특징이어서 태교음악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곡이 되었다.

 

 마나님이 이 곡을 태교음악(胎敎音樂)으로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전축에 걸어 놓은 것을 정용이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런데 마나님은 또 정용이 그런 것도 모르고 왜 그런 음악을 듣느냐고 물으니 그만 심통이 나 버린 셈이다.
 

 임신한 여인은 신경이 극도로 예민하기 마련이다. 정용도 그런 건 안다.

 여자의 마음을 사려면 자기를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플레이보이의 철학이다.

 정용은 자기가 뭔가 잘못한 것을 몰라도 마나님 곁에 가서 싹싹 빈다.

 “어머님 -- 제가 뭘 잘못했는지는 몰라도 -- 잘못했어요--- ! 미안해요 -- !”

 마나님은 뭘 잘못했는지는 몰라도 잘못했다는 정용의 말에 ‘픽 -- ’ 웃음이 나온다.

 “넌,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 잘못했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니?”
 

 그러자 정용은 마나님의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는 것을 알자 같이 웃어주면서 대답한다.

 “네, 마나님 심기를 어지럽혔으면 -- 그건 몰랐더라도 -- 무조건 잘못한 것이거든요 --- ”

 정용의 넉살맞은 대답에 그만 마나님은 ‘피식 -- ’ 웃고 만다.

 사실 마나님이 화를 낸 것은 아니고 정용이 태교 음악도 모른다는 데 그만 잠시 짜증이 난 것이지 그를 향해 화를 낼 수는 없는 게 또 마나님 입장이기도 하다.

 

 “얘, 임신한 여자들은 뱃속의 아기를 위해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을 태교(胎敎)라고 한다는 말은 들어봤지?”

 마나님이 그에게 태교에 대해 설명하면서 말을 한다.

 “네 --- ”

 정용도 가만히 그녀의 설명을 듣는다.

 “그럼, 태교 때 쓰는 음악을 태교 음악이라고 하는 건 들어 봤어?”

 마나님은 자신의 아랫배를 만지며 말한다.

 “아니요, 첨 듣는 말이에요 -- ”

 정용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였다.

 “이런 --- 무식쟁이 --- ”

 마나님은 손을 들어 그의 등을 탁 친다.
 

 정용은 그의 등을 때리는 그녀의 손을 잡아 준다. 그리고 마나님을 껴안으며 그녀의 아랫배에 손을 가져간다. 마나님은 이제 3개월의 막바지란다. 그래서 ‘요길 만지면 느껴질 것’이라고 정용의 손을 자신의 치골 아래쪽으로 대주었지만, 매끈한 마나님의 아랫배를 만지면서도 정용은 그걸 감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어쩐지 마나님의 허리가 꽤 두꺼워진 느낌을 받을 수는 있었다.

 

 정용은 마나님의 기분을 맞춰 주는데 전력을 다하였다. 백과사전을 보니 삼 개월 되는 시점이 유산의 위험이 가장 심하다고 되어 있고, 또 입덧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래서 임산부에게 원하는 먹을 것을 제때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정용은 자기 입장에서 그런 것을 다할 수는 없지만 하여튼 마나님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얜, --- 말이라도 못하면 --- ”

 마나님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도 웃고 만다.

 하긴 말이라도 해 주는 게 어딘가? 그녀의 남편은 쳐다보지도 않지 않는가?

 마나님은 자기 뱃속에 있는 아기가 아들임에 확신한다.
 

 왜냐하면 태몽을 꾸었는데, 모두가 다 커다란 것이었다. 꿈 속에 나타난 코끼리도 아주 컸고, 복숭아도 보았는데, 복숭아 하나가 마치 쟁반만한 것이 어마어마하게 컸다.

 그건 딸 아이를 낳을 때 꾸던 태몽과는 완전히 다른 꿈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아기는 이번엔 분명히 아들이라고 확신하였다.
 

 정용은 그런 꿈을 꾼 마나님을 꼭 끌어안아 주며 그녀의 입술에 혀를 밀어 넣으면서 키스를 해 주었다.

 마나님은 자신이 입은 긴 홈드레스에서 자기 젖을 꺼내어 그에게 물려 주었다.

 아니 마나님의 젖이 아프다고 빨아 달라고 보채었다.

 임신한 그녀의 젖은 이제 유선의 발달할 징후를 보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그 누구 젖보다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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