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천약유정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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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6,463회 작성일 17-02-12 06:30

본문

 
 
 
 
제11장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는 가운데 백리원이 마치 꿈속에서 깨어난 것처럼 자신의 몸이 반쯤 아들의 몸 위에 기대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약간 어색한 듯 나의 가슴을 밀며 일어나며 나와 몇 센티 거리를 두었다.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결을 매만졌다. 막 우느라 눈언저리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약간 부은 것이 양 눈빛이 약간은 아득했다. 원래 창백했던 얼굴 색이 아름답게 도화빛으로 붉어져 있었다. 그것은 마치 비를 동반한 이화, 이슬을 머금은 해당화 같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고 또한 사람을 미혹 시키는 자태였다.
 
내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백리원은 가볍게 나의 무릎을 치며 말했다.
 
“석두, 아직 너의 현재 정황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았잖아? 이 이년 동안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
 
나는 앞 전에 요영 누나에게 말한 적이 있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서술했다. 또 손가방 안에 간직하고 있던 몇 가지 물품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내려 놓았다. 그 중에 종이조각은 손가락 세 개의 크기인데 불에 타서 불규칙하게 잔해가 남아 있었다. 종이조각 오른쪽 아래 코너에는 검은 글씨로 인쇄가 되어 있는데 윤곽이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분명 ‘해(海)’ ‘풍(豊)’ ‘신(信)’ 세 글자가 함께 있었다. 조각의 중간에는 모호하게나마 남색의 펜으로 쓴 ‘고(高)’ 자를 볼 수 있었다. 필적이 청수하고 부드러웠다. 백리원이 보더니 자신이 쓴 것이라고 알아보았다. 이것은 분명 당년 그녀가 나에게 쓴 우편물 중 편지봉투였다. 그녀는 또 보충해서 말하기를 이 편지봉투는 그녀가 부근의 우체국에서 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세밀히 다시 또 보고 난 후 다시 한 마디를 보충했다.
 
“이 봉투는 해풍신 제조공장에서 아주 처음에 원 로트만 만든 편지봉투야. 나 나중에 몇 가지 편지봉투로 바꾼 기억이 나. 네가 뜻밖에도 이렇게 초창기 우편물을 아직 가지고 있었네. “
 
나는 그녀의 이 말의 뜻을 알아듣지 못했다. 다시 내가 계속 몸에 지니고 다녔던 사진을 꺼냈다. 사진을 보고 백리원은 아주 격동해서 받아들고는 살피고 또 살피다 만지고 또 만지며 약간 감개한 듯 말했다.
 
“이 사진은 십 몇 년 전의 일이지. 네가 다섯 살 생일 그날, 나랑 아빠랑 널 데리고 강빈공원으로 놀러 갔었어. 이 사진은 바로 그가 하이오 카메라로 널 찍은거야. 너 봐봐, 엄마 그 때는 아주 젊었지. 네 신상의 스웨터도 내가 직접 짜준거야. “
 
“너 이거봐, 넌 그 때 아주 꼬맹이여서 종일 엄마의 발에만 달라 붙어 있었어. 사람들이 모두 널 나의 꼬리라고 했지. 이제는 네가 자라 이렇게 클 줄은 생각치 못했지. “
 
백리원은 희고 깨끗한 손가락으로 사진 위의 나를 쓰다듬었다. 입가에는 잔잔한 웃음기가 걸려 있었다. 이미 유쾌했던 기억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마치 그녀의 말 속에 무엇이 생각이 난 듯 그녀를 깨우며 말했다.
 
“엄마, 아직 다른 사진들도 갖고 있어? 나 보고 싶어! “
 
“있어. 네 아빠가 다른 취미는 없었는데 사진기 만지는 거랑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어. 우리집 사진 대다수는 모두 네 아빠가 찍은거야. 사진기 필름을 사기 위해 술담배도 끊었었지. 내가 가서 갖고 올 테니 한 번 봐. “
 
백리원은 이야기하며 안방 옆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앨범 하나를 들고 나왔다. 우리는 소파에 앉아 함께 앨범을 뒤적이며 보기 시작했다.
 
이 앨범은 이미 분명히 오래 된 것이었다. 원래 백색이던 겉표지면이 이미 누런 색을 띠고 있었다. 겉 표지 위에는 당시 유행하던 영화 배우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속표지에는 남성적인 필치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고암 5살 생일기념, 아빠’.
 
백리원의 말에 의하면 이것은 아빠가 내가 5살 생일이던 그 날 산거라고 했다. 그가 말하길 이 앨범에 나의 성장 과정을 기록할 것이라며 이후에 나이가 들어 사진을 통해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했다한다. 이 말이 현재 이미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었다. 나는 현재 확실히 그가 찍은 사진을 통해 나의 기억을 되살려 찾아보는 것이었다.
 
사진은 시간에 따라 원근 순으로 배열이 되어 있었다. 내가 막 출생한 후 한 달이 되었을 때 사진, 걸음을 걷기 시작하던 때의 사진, 유아원에 처음 가던 날의 사진, 또 처음으로 붉은 넥타이를 매던 사진, 아주 많은 수의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까지의 연속되는 사진이 있었다. 사진 속의 나는 같은 또래에 비해 여위고 허약했다. 오관은 비교적 엄마를 닮아 아주 청수했다.
 
백리원이 옆에서 놀리듯 말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마치 여자아이처럼 아름다웠다고 게다가 아주 얌전하고 조용했다고 한다. 마치 노동자 집안의 아이 같지가 않았다고, 밖으로 나가 도처를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했다한다. 또 말썽을 피우지 않았다고, 이웃 사람들이 모두 말하길 우리 집은 맏딸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얼굴형은 아빠를 닮았다고, 그렇지 않았다면 남성적 기가 충분치 못했을거라고 했다.
 
앨범 속 고숭의 사진은 아주 적었다. 아마 그가 계속 기록자로 존재한 이유일 것이었다. 우리 집 세 식구가 같이 찍은 사진은 딱 한 장을 찾을 수 있었다. 배경은 이 곳 최고의 백화점이었다. 사진 속의 나는 짐작으로 두 살 남짓인 듯 개구멍바지와 턱받이를 하고 백리원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 사진 속의 그녀는 보기에 단지 십 팔세 같은 모습이었다. 피부는 희고 매끄럽고 얼굴은 도화 같으니 마치 신혼을 아직 지나지 않은 새색시였다.
 
옆에 있는 고숭은 중간 키에 일신에 남색의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짙은 눈썹에 넓직한 코, 중국의 글자 같은 얼굴, 구렛나루가 남겨진 모습이 바로 아주 듬직하고 성실한 그런 사람이었다.
 
비록 말은 나의 앨범이었지만 우리 일가의 사진이 모두 안에 들어 있었다. 가장 많이 출연한 것은 나를 제외하고는 당연히 백리원이었다. 하지만 집안의 경제사정이 계속 안좋았던 원인인지 이 사진들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백리원이 결혼한 후부터 모친이 된 후 신상에 입고 있는 의복이 아주 적었다. 모두 소박한 치마, 치마와 손으로 짠 스웨터 등이었다. 하지만 매 사진 속의 그녀는 모두 그렇게 부드럽고 온화했다. 또 평범한 옷가지도 그녀의 신상에 입으면 뚜렷이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었다. 도리어 그녀의 천연의 미가 부각되는 것이었다.
 
나는 앨범을 말미 부분으로 넘겼다. 후면에는 고숭과 백리원의 기타 사진이 있었다. 대다수는 고숭과 그의 동료들의 단체 사진이었다. 백리원의 신영도 세 장이나 출현했다. 그런데 기괴한 것은 세 장의 사진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 남색 잉크를 사용하여 배경중의 모 인물의 두상을 지워버린 것이었다. 어느 사진은 한 명, 어떤 사진은 두 명이었다.
 
그 중 한 장은 배경이 마치 아빠 엄마의 결혼피로연 같았다. 배경 안에는 높이가 다른 사람들이 가득 서있었다. 사진 중앙의 고숭과 백리원은 팔짱을 끼고 술을 건배하는 중이었다. 좌측의 고숭은 별로 몸에 잘 맞지 않는 양복을 입고 있었고 구렛나루를 싹 깎은 얼굴은 더욱 젊어 보였다. 얼굴에는 행복의 기쁨이 가득했다. 우측의 백리원은 머리 위를 신부쪽을 틀고 있었다. 커다란 홍색의 쉬폰 드레스로 그녀의 감미롭고 아름다운 몸매를 감싸고 있었다. 이 드레스는 팔이 없는 치파오와 비슷해 양 쪽 길고 하얀 팔을 노출시키고 있어 청춘의 기운이 넘쳐 흘렀다. 사진 속의 그녀는 미미하게 눈을 감고 있어 마치 사진기의 플래시에 눈이 부신 듯 했다. 그들의 후면에는 한 줄의 사람이 서있는데 어떤 사람은 박수 갈채를 보내고 있고 어떤 사람은 잔을 들어 마시고 있고 또 몇몇 사람은 시선을 백리원의 신상에 고정하고 있었다.
 
사람들 중간에 한 키가 옆에 있는 사람보다 머리 하나가 큰 남자가 있는데 회색의 인민복을 입고있고 상의 좌측 호주머니 안에는 만년필을 꼽고 있었다. 사람들 가장 오른쪽 구석에도 한 남자가 있는데 중간의 그 사람에 비해 머리 반 개 정도가 작았다. 홍색의 운동복을 입고 있는데 보기에도 상반신이 아주 건장했다. 손가락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데 이 두 사람의 얼굴 부분이 남색 잉크가 칠해져 지워져 있어 그들의 모습과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또 한 장은 사진관에서 찍은 것이었다. 유럽을 모방한 작은 성의 가짜 배경 앞에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있었다. 좌측에 서있는 백리원은 일신에 백색 리넨 원피스를 입었는데 치마 길이는 무릎까지 내려와 있어 하얀 장딴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머리는 가지런히 뒤로 넘겨 깨끗한 이마를 노출하고 있었다. 얼굴에는 비록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 미소는 결국 일종의 우울함을 지닌 미소였다. 이 사진 속의 그녀는 분명히 내가 다섯 살 때의 그 사진 속의 청춘소부에 비해 더욱 성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여린 얼굴과 얌전하고 고운 몸매는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였다. 그녀에게 바짝 붙어 서있는 사람은 한 명의 꽤 큰 남자였다. 비쩍 마른 체형에 하얀 와이셔츠와 흑색의 양복 바지를 입고 발에는 끝이 뾰족한 반들반들하게 잘 닦은 가죽구두를 신고 있었다. 백리원과 이 남자의 관계는 비교적 친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진 속 그녀의 왼쪽 어깨는 이미 그 남자의 오른쪽 어깨에 맞대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난감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신체접촉을 자연스럽게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남자의 얼굴 부분 역시 동일하게 지워져 있었다. 나는 사진을 뒤집어 뒷면을 보았다. 역시 몇 줄의 남색 선이 그어져 지운 흔적이 있는 것이 마치 원래 뒷면에 무엇인가 써 있었던 모양이었다.
 
최후의 사진은 보아하니 부두 위인 것 같았다. 옆에는 몇 개의 컨테이너가 쌓여 있고 배후에는 직접 짙푸른 해항의 풍광을 볼 수 있었다. 세 남자가 상반신을 적나라하게 벗고 한 줄로 서있었다. 백리원은 현재 사진의 좌측에 출현하고 있었다. 그녀는 하얀 티와 회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포만한 유방이 백색 티에 팽팽히 차있고 긴 머리는 머리 뒤로 말꼬리처럼 묶고 있었다. 큰 차 주전자로 그들에게 차를 따라 주는 중이었다. 사진에서 가장 멀리 있는 남자는 구렛나루가 있고 상반신이 튼튼한 것이 바로 아빠 고숭이었다. 화면 중간의 남자는 세 사람 중 가장 큰데 적나라한 상반신의 근육 하나 하나에는 아주 뚜렷이 식스팩의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의 머리 부분 역시 지워져 있었다.
 
가장 바깥 쪽의 그 남자는 동료들에 비해 왜소했다. 얼굴과 신상 모두 거무튀튀했다. 마치 막 탄광 속에서 기어나온 것 같았다. 주먹코에 두툼한 입술에 또 약간 대머리였다. 하지만 그의 상반신은 가장 건장했다. 특별히 양 팔뚝에는 근육이 솟아나 있고 일반인보다 허벅다리가 굵었다.
 
이들 사진들을 다 보고 난 후 나의 기억은 조금도 회복되지 않고 마음 속의 의혹 덩어리는 가면 갈수록 많아졌다. 왜 세 장의 사진 속 사람은 두상이 지워졌을까? 왜 어느 사진에서는 남자 하나만 지우고 어떤 사진에서는 두 명의 남자를 선택해 지웠을까? 이들 지워진 두상의 남자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말 못할 비밀이 있는 것일까? 또 누가 이들 남자의 두상을 지운 것일까?
 
나는 나의 의문을 백리원에게 말했다. 내가 말하는 것을 들은 그녀는 마치 깜짝 놀란 것 같았다. 약간 긴장해서는 사진에서 무슨 기억이 나는게 있냐고 내게 물었다. 내가 이 몇 사람을 가리키는 것을 본 후 그녀는 진지하게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그런 후 고개를 저으며 내게 말했다. 고숭이 떠나간 후 그녀는 이 앨범을 내 방안에 보관했었다 한다. 후에 이사를 할 때도 계속 그것을 가지고 가긴 했는데 아무도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 역시 언제 사진 속 사람이 지워진 것인지 잘 모르는 것이었다. 더욱 그 사람들이 왜 지워진 것인지도 말할 수 없었다.
 
“네가 어릴 때 집에서 놀다가 그림 도구로 칠한 것이 아닐까? 너 기억 안나? “
 
나의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고 백리원은 한참을 생각하고는 해석을 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억이 공백인 내게 있어 이 일을 근본적으로 실증할 방법이 없었다. 비록 나는 표면적으로는 이 해석을 받아들이는 듯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조금도 확실한 느낌이 아니었다. 게다가 백리원의 이 일에 대한 태도 역시 약간 이상했다. 그녀는 내가 이 의문점을 제기하자 약간 우물쭈물하며 머뭇머뭇거리는 것이 마치 그녀가 이 일에 대한 어떤 것을 나에게 진상을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 빠르게 다른 화제로 전환을 하려는 듯 했다.
 
“그럼 너 사진 속에 이 사람들 알겠어? 그들은 분명 우리 집에 자주 왔었잖아. “
 
나는 물을 때는 주의를 하지 못했었는데 이 말을 들을 때 백리원의 교구가 저절로 자신도 모르게 살짝 떠는 것이었다. 원래 이미 창백하던 얼굴이 핏기가 하나도 없게 변해 있었다. 그녀의 양 눈은 나를 감히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그 사진 위로 이동하며 보는 듯이 가장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사진을 들고 있는 섬세한 손은 미미하게 떨고 있어 그녀의 내심이 어지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사진은 내가 막 너네 아빠에게 시집갔을 때고, 요건 네가 아직 어릴 때 아빠의 동료가 찍은거야. 그 시절이 이미 한참이나 지났구나. 네 아빠가 가버린 후 나랑 그 사람 회사랑 아무 왕래가 없으니 나도 이 사람들 기억이 희미해져 버렸어. “
 
반이 지나도록 그녀는 여전히 느릿느릿 말했다. 하지만 양 눈은 여전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이 남자는? 그는 마치 엄마랑 아주 친한 모습인데. 그는 우리 집 친척이야? “
 
나는 그녀와 마른 체형의 남자가 같이 찍은 사진을 가리키며 계속 물었다.
 
백리원은 나의 질문을 듣더니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눈은 여전히 나를 쳐다보지 못했다. 최후에 간신히 이를 질끈 다물더니 말했다.
 
“그는 곽기라고 해. 바로 네가 왔을 때 만났던 그 남자야. “
 
이 대답은 나를 놀라게 하지 않았다. 나는 이미 은연 중에 약간 추측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만 그녀의 입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엄마, 그 사람이랑 알게된게 오래됐어? 두 사람은 언제부터 함께 살게 된거야? “
 
나의 어투는 아주 편안했다. 하지만 내가 묻는 문제는 너무 무거웠다.
 
백리원은 양 손을 자신의 가슴 앞으로 가져가 심호흡을 한 번 했다. 마치 결심을 정하기라도 한 듯이 고개를 돌려 나를 직시하며 말했다.
 
“석두야, 엄만 널 속일 생각 없어. 사실 난 일찍부터 이 사정을 너에게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어. 다만 어떻게 입을 여는게 좋을지를 몰랐어. 네가 엄마 말을 끝까지 잘 들었으면 좋겠어. 알았니? “
 
나는 말을 하지 않고 다만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석두야, 너 외할머니 집이 조산진(鳥山鎭)이라는거 알고 있니? “
 
백리원은 먼저 이러한 질문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약간 의아해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첫 마디를 말하고 마치 어떻게 말을 이을지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다시 힘을 주어 명치를 누르더니 한숨을 토하고 계속 말했다.
 
“그 남자는, 그래 바로 곽기. 그의 고향과 엄마의 고향은 같은 진이야. 그의 집과 네 외할머니 집은 이웃이라 우리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지. 말하자면 같이 큰거지. “
 
백리원의 봉긋한 가슴 부위가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마치 단숨에 말을 마치려는 듯 했다. 하지만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몇 마디 말을 안 한 채 좀 쉬다가 생각을 정리하고는 다시 계속 말하는 것이었다.
 
“곽기는 나보다 세 살이 많아. 학교도 나보다 이학년이 더 높았고. 우리는 학교도 늘상 같은 학교였어. 평상시 모두 같이 등하교를 했고 그가 계속 나를 돌봐 주었지. 우리 집안 사람들과도 아주 잘 알았고 우리는 어릴 때 좋은 친구였어. “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걸 좋아했어. 또 아주 미술의 천재였어. 고교를 졸업하고 회해미전에 합격이 되었지. 그의 집안은 성분도 좋았어. 아빠 엄마 모두 귀농을 한 지식층이었는데 후에 다시 도시로 돌아갈 기회를 갖게 됐지. 그 이후 우리는 연락이 끊겼어. “
 
“엄마는 고교를 다니지 않고 중학 졸업 후 사범학교를 선택했어. 그 시절에는 중전(中專)이 대학보다 합격하기가 더 어려웠어. 그래서 엄마는 아깝게 진학을 하지 못했어. 엄마는 당시 집안의 일개 소녀였어. 네 큰 외삼촌은 이미 결혼을 했고 우리 집안의 풍속에 따르면 여자아이는 중학을 졸업하면 일찍 시집을 가야 했어. 하지만 네 외할머니가 계속 엄마를 끔찍히 여겨 다시 일년간 공부를 하라고 해줬어. 나는 비록 열심히 노력했지만 두 번째 해에도 역시 아깝게 떨어져야했어. 그 때 나는 나에게 진학이란 것은 하나의 꿈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어. “
 
“이후, 내가 진에 있는 소학교에서 이개월 간의 대리교사를 할 때, 네 외할머니 집안의 한 친척이 내게 제삼항무공사의 부두 노동자를 소개해줬어. 그게 바로 네 아빠야. 우리는 바로 사귀기 시작했어. 그 시절 그는 나에 대해 아주 잘해줬어. 쉴 때면 3시간 걸려서 열차를 타고 조산진으로 나를 찾아왔어. 매번 성안에서 먹을거며 입을거를 사갖고 왔지. 외할머니 집 사람들에게도 지극정성, 빈틈없이 예의를 차리고, 외할머니와 친척들 모두 그가 괜찮다고 이야기했어. 나는 그 때 한 편으로는 그가 나를 대하는 것이 아주 잘해준다고 느꼈고 다른 한 편으로는 환경을 바꾸고 싶었어. 계속 그런 작은 진 안에서 머무르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삼개월 후에 그에게 시집 가겠다고 답을 했지. 그는 비록 무슨 부유한 부잣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도시의 호구를 가지고 있었어. 또 안정적인 직업도 있었고. 그 시절의 농촌 호구와 도시 호구는 하늘과 땅 차이였어. 여자 아이는 대학을 가지 않으면 시집을 가는 이 길 밖에 없었어. “
 
백리원이 말한 것을 나는 이전에는 하나도 모르던 것이었다. 오늘 비로서 나는 엄마의 과거 인생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었다. 아울러 우리 이 가정이 어떻게 건립되었는가를. 엄마는 태어 났을 때부터 그렇게 온화하고 조용한 모습이었던 것이 아니라 그녀 역시 자신의 어린 시절이 있고 자신의 꿈과 자기의 감정이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의 그 시절 결혼은 아주 간단했어. 현재 젊은 사람들의 면사포나 무슨 그런 의식 같은 것 없이 바로 간단하게 술을 올리고 친척과 친구들을 청하고 직장 동료들이 오면 되는거였어. 결혼증도 네가 4살 될 때 까지 기다려서야 비로서 취득했어. 우리는 결혼 후 네 아빠의 회사 숙소에서 살았어. 결혼 축하주를 마신 후 열흘이 지나서 난 임신 했다는 것을 발견했어. 다음 해 네가 앵앵거리며 이 세상으로 와주었지. “
 
“네가 있게 되자 우리는 단신 기숙사에 있을 수가 없게 됐어. 네 아빠가 직장 상사를 찾아가 몇 차례 인사를 드리자 겨우 60평방의 작은 집을 얻을 수 있었어. 그래서 우리는 이전의 그 집에서 네 아빠가 낮에 출근하면 나는 널 데리고 집에 있었지. “
 
“너 이 애물단지, 전생에 너에게 무슨 빚을 진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약하고 병치레가 많아 네 아빠는 휴가를 청할 수도 없고 해서 매번 병원에 데리고 가고, 간병하고 주사 놓는게 모두 나 혼자 해야 했어. 바람 불 때 왔다가 비 올 때 가곤 하는 것이 전부 널 안고 다녀야 했으니 널 키워내는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어. “
 
옛일을 이야기하자 백리원은 점차 자신의 정서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아름다운 눈 속으로 지나간 행복과 환락이 스쳐 지나가는 듯 입가에는 사람을 미혹시킬 웃음이 떠올랐다. 그녀는 마치 내가 당년의 그 석두라도 된 듯이 가볍게 내 무릎을 두드렸다.
 
나는 그녀의 기억을 통해 비로서 알게 된 것이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체질이 계속 좋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크면서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해 조금 느렸다는 것을. 원래 엄마가 자신을 돌보기 위해 그렇게 많은 고초를 겪었다는 것을, 그렇게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는 것을. 나는 자신도 모르게 팔을 내밀어 가볍게 백리원을 끌어 안았다. 왼손으로 그녀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눈빛 속으로는 은혜에 대한 감사의 정을 가득 드러냈다.
 
백리원은 나의 포옹을 누리려는 듯 몸을 나 쪽으로 약간 이동하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네 아빠가 일이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처음으로 우연히 길에서 곽기와 마주쳤어. 그 몇 년간 통 보질 못했었어. 하지만 그는 처음 보자마자 나의 이름을 불렀어. 우리는 필경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이니, 그래서 함께 밥을 먹었지. 그리고 지난 이야기를 나누고, 이 몇 년 간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나는 이미 결혼한지 몇 년째라고 담백하게 자신이 남편을 잃고 아들 하나뿐인 정황을 이야기했어. 그도 자신의 정황을 이야기했지. 그는 졸업 후 학교에 남는 선택을 하지 않고 나와서 세상을 떠돌며 경험을 쌓고 있다는 거였어. 다른 사람과 합작해서 작업실을 열어 무엇을 시작했다고, 잠시 자유 창작 위주의. “
 
“나는 원래 우연한 상봉으로 여겼어. 모두들 그렇듯 밥을 먹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이 사람이 며칠 후 나를 찾아오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어. 게다가 아주 열정적으로 나의 이런 저런 일을 도와 주는거야. 그가 말하길 나 혼자 여자의 몸으로 일을 하고 또 아이를 돌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거였어.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자기가 너무 괴롭다는거야. 그는 나를 한 평생 돌봐주고 싶다는거였어. 나보고 자기에게 시집을 오라는 거였어. 또 말이… 자기는 어릴 때부터 나를 아주 좋아했다는거야. 다행히 하늘이 그에게 이런 기회를 주었으니 이것은 나와 자기의 연분이라고. “
 
말이 뒷 부분에 다다라자 백리원의 어투는 약간 검연쩍은 듯 했다. 마치 그녀의 신분과 연령으로 이런 종류의 일을 이야기 하기가 곤란한 듯 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이미 양편 붉은 구름이 떠올라 있었다. 또 다른 일종의 내심의 기쁨의 느낌이 발동한 것 같았다. 여인은 결국 모두 허영이 있는 것이었다. 자신 이미 청춘 시절을 지났지만 또 누군가가 자신에게 연정을 품는 것을 발견하고 게다가 또 어린 시절의 친구이니, 모든 여인의 심리가 전부 몰래 혼자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백리원도 자연히 이를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그 때 응낙을 안 했어. 비록 어릴 때부터 안 사이였지만 결국 헤어진지가 몇 년이잖아. 나의 그에 대한 현재의 사람과 배경은 완전히 낯선 것이었어. 게다가 나는 또 아이까지 딸린 과부잖아. 나에 대한 그의 저의가 무엇인지 정말 몰랐어. 그리고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는 너에게 영향이 있을까 두려웠어. TV에서나 신문 지상에서처럼 만일 계부 계모가 아이들을 잘못 대해주면 아이들이 반항하기가 쉬우니까. 공부도 안하고 심지어 나쁜 길로도 빠질 수 있고, 장래 전도에 일을 그르친다는 보도들 말야. 만일 그렇다면 엄마는 차라리 한평생 재가를 안할지언정 네가 잘 성장하는 것을 보장하는게 필요했어. “
 
“비록 나는 그를 거절했지만 그는 생각을 바꾸지 않고 또 지난 날과 다름없이 나를 신경 써주고 돌봐줬어. 내가 마음을 바꿀 때까지 기다릴거라는 이야기였어. 후에 네가 떠나는 그 사정이 벌어지자 나 자신 일개 여인 혼자 있으니 외롭고 아주 불편한 것이였어. 좌우 이웃들이 항상 무슨 헛소문을 쑥덕쑥덕하고 게다가 그의 이 몇 년간의 성심성의는 확실히 내 마음을 감동시켰어. 그래서 삼년 전에 나는 그에게 답을 했어. 너에게 영향이 있을까봐 나 역시 계속 너에게 이 일을 이야기 못했고. “  
 
이토록 긴 이야기, 또한 곡절이 있는 이야기를 말하고 나자 백리원은 마치 전신의 정력을 모두 소모한 것 같았다. 약간 유약한 등을 나의 어깨 위에 기대고 한 쌍의 아름다운 눈 속에는 우울함이 가득한 채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석두야, 엄마가 이 일에 대해 먼저 너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이 엄마 마음 속에 계속 걸렸었어. 너 엄마에게 화내는거 아니지? “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나의 원인 때문에 엄마가 이 몇 년간 어려움을 받게 했는데 내가 그것에 미안하게 생각해야지. 나를 엄마가 낳았으니 나는 영원히 엄마에게 화를 낼 수 없어. “
 
백리원은 나의 대답에 아주 만족해했다. 아름다운 눈을 감고 나의 어깨에 기댄 채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을 노출했다.
 
나는 멈춘 다음 잠시 망설이다 다시 물었다.
 
“엄마, 엄마랑 곽기, 현재… 이미… 그거… 관계를 한거야? “
 
내가 우물우물 하는 말을 듣고 백리원은 마치 내 말 속에 품은 뜻을 깨달은 듯이 가냘픈 얼굴이 부끄러움에 하얀 속에 붉은 색을 내비쳤다. 약간 나무라듯이 나를 때리며 말했다.
 
“너 이 애 좀 봐! 어디서 괴상야릇한 것은 배워와서, 엄마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
 
“엄마가 그와 단지 동거만이라면 증서 마저 받지 않은거 아냐, 걱정할게 뭐 있어? 설사 걱정하는 일이 있다하더라도 그거야 엄마의 자유죠. 어떻게 이 작은 놈이 참견하겠어. “
 
내가 웃기만 하고 말이 없자 그녀의 하얗고 깨끗한 치아가 선홍의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아름다운 눈 속으로 감미로운 추파가 살짝 움직였다. 그런 무르익은 여자의 풍정은 나의 두 눈을 움직일 수 없도록 사로잡았다. 이날 저녁 그녀는 내내 모친의 형상으로 나를 대했지만 이 순간은 살짝 여인의 자태를 노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왈왈거리는 언어 아래에는 여전히 무엇인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말하지 못할 사정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았다.
 
백리원 역시 자신의 방금 행동에 대해 의식한 듯 연망히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아이구, 우리 이야기 하다보니 벌써 12시 다됐네. 네 신체 아직 완전히 회복 된 것이 아니니 너무 늦게 자면 안돼. 서둘러 가서 쉬어. “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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