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천약유정 (48)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5,648회 작성일 17-02-12 06:30

본문

 
 
 
 
제48장
 
집 밖에서 상큼한 새소리가 나를 꿈속에서 일깨웠다. 습관적으로 손을 뻗어 엄마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몸을 껴안았다. 자신의 팔오금 안쪽이 텅 빈 것 같은 것을 깨달았다. 눈을 떠 보니 원목의 천장 대들보가 보였다. 비로서 자신이 천리 밖 샹그릴라에 몸을 두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마음 속이 자연히 약간 낙담하는 것이었다.
 
잠시간에 몸을 일으키니 하반신을 덮은 이불 중간이 높이높이 치켜 올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자신의 아침 발기한 양물이 팬티 위를 팽팽하게 뻗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꿈 속 그렇게 관능적인 일을 회상해 떠올렸다. 엄마의 그 눈처럼 하얀 야들야들한 몸이 내 사타구니 밑에서 각종 매력적인 유혹의 동작을 짓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상대방의 신상에서 쾌락을 즐겼다. 하지만 이번 꿈 속의 줄거리는 또 약간 평상시와는 달랐다. 내가 절정에 달하기 전 엄마의 온유하고 단아한 얼굴이 뜻밖에도 매여의 장엄한 얼굴로 변한 것이었다. 그리고 후에 다시 양내진의 청순한 아름다운 얼굴로 변했다. 나는 저절로 고개를 가로젓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 도대체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이미 엄마라는 이러한 극상품의 우물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또 어찌 욕심이 끝이 없어 족함을 모른단 말인가?
 
생각이 이에 이르자 자연히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커다란 침상 오른쪽 구석에 양내진이 이불을 덮은 채 잠에 빠져 있었다. 밤새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이미 머리를 내 이쪽 방향으로 하고 있었다. 신상의 이불이 아래쪽으로 약간 내려가 있어 양 쪽 하얗고 깨끗한 팔이 이불 밖으로 놓여 있었다. 하얀색 레이스의 실크 잠옷을 입은 것이 드러나 보였다. 아울러 길고 하얀 목덜미와 우아한 쇄골이 드러나 보였다. 약간 흐트러진 긴 머리카락은 풀어진 채 그녀의 작은 얼굴 위에 놓여 있었다. 분홍색 작은 입은 미미하게 벌어진 채 입가는 약간 감미롭게 치켜 올라간 각도를 보이는 것이 마치 아주 즐거운 꿈속에 빠져있는 듯 했다.
 
나는 그 천사와 같은 작은 얼굴을 어여삐 감상하다 손을 슬며시 내밀어 그녀의 이불을 위로 끌어 올려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팔을 가려줬다. 양내진은 아리아리한 속에 입으로는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 나는 분명 그녀가 “아빠, 엄마. “ 하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마음 속으로 자연히 탄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몸을 일으켜 침상에서 내려왔다.
 
내가 옷을 다 입은 후에도 양내진은 여전히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잠이 아주 깊이 든 모양이었다. 시간을 보니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다가가 이불을 가볍게 몇 번 흔들며 부드럽게 말했다.
 
“진아! 일어나. 더 자면 안돼. “
 
“응… 그냥 놔둬. 나 잘 자고 있단 말야. “
 
양내진은 희미하게 눈을 뜨고는 나를 바라보다 또 눈을 감으며 투덜거렸다.
 
“태양이 하늘 꼭대기에 떴어. 너 안 일어나면 오늘 우리 일은 어떡해? 잊어버린 거야? “
 
나는 계속 재촉했다.
 
“아잉… 나 조금만 더 누워 있을께. 20분이면 돼. “
 
양내진은 양 손으로 눈을 가리며 몸을 뒤집어 등을 나에게 보이며 말했다.
 
이 침대에서 안 일어나는 어린 꾸냥에 대해 나는 화가 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살초를 꺼낼 방법밖에 없는지라 손으로 그녀 신상의 이불 끝자락을 잡아 끌며 그녀에게 소리쳤다.
 
“안 일어나면 나 네 이불 들고가 버린다. “
 
나의 이 말은 즉시 효과를 거두었다. 앞서 게으름을 피우던 양내진이 바로 격동하며 앉아 일어나 양 손을 조건반사적으로 단단히 이불 끝을 꽉 잡는 것이었다. 양 쪽 흑백이 분명한 커다란 눈동자 속에는 아직 잠결에 빠져 있으면서도 얼굴에는 경계하는 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사람이 정말 어쩌면 그렇게 야만스러울 수 있어? 난 여자라는걸 몰라? “
 
“너 이렇게 안일어나면 여러 사람이 힘들어지잖아. “
 
나는 어쩌겠냐는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렇다고 사람 이불을 가져간다는게 말이 돼! “
 
양내진은 분홍색 작은 입을 높이 삐죽였다. 그녀의 반은 잠들고 반은 깨어있는 얼굴은 천진난만했다. 이불 한 편을 끌어 올리고 앉아 있기 때문에 백색 실크 잠옷의 상반신이 나의 시선 내에 폭로되고 있었다. 얇은 실크 옷감을 통해 안쪽 하얀색 브래지어의 윤곽을 볼 수 있었다. 잠옷의 외관을 통해 양 쪽으로 볼록한 형상 또한 볼 수 있었다. 이 어린 꾸냥은 분명 매여의 유전자를 계승한 것이 분명했다. 이 가슴은 기껏해야 단지 B컵 전후의 크기로 보였다.
 
나의 시선이 아주 빠르게 양내진을 훑어보며 관찰했다. 그녀는 내가 불순한 눈으로 그녀의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의식하고 급히 이불을 끌어 당겨 나의 시선을 막았다. 새하얀 얼굴에 갑자기 붉은 홍조가 떠올랐다. 그녀는 노한 기색으로 부르짖었다.
 
“이봐요! 어딜 보는 거야? 빨리 안나가? 나 옷 갈아 입어야해. “
 
그녀의 모습에 나는 마음 속으로 시원스런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가로 저으며 침실을 물러나왔다. 한 편으로 걸어가며 한 편으로 말했다.
 
“나 원래는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 본 후에는 정말 후회가 돼네… 그 곳에 확실히 뭐 볼게 있다고. “
 
“고암! 너 이 망할 놈! 아주 얄미워 죽겠어. “
 
몸 뒤에서 양내진의 화난 소리에 맞추어 무슨 물건이 날아오는 바람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손으로 잡았다. 원래 그것은 부드러운 베게였다. 마치 양내진의 체향과 소녀의 향기를 실어온 것만 같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베게를 소파 위에 던지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어젯밤 서 있었던 그 구석으로 가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한참을 기다리고 있자 비로서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엄마! 아직 안 일어 났어? “
 
나는 물었다. 평소 엄마는 아주 일찍 일어나 가사 일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응, 전부 네 때문이잖아. 엄마 어젯밤 잠을 잘 못 잤어. “
 
엄마의 목소리는 전화 속에서 약간 나태한 늘어지는 음성이었다. 내가 집에 있지 않은 이유 때문이었으리라. 그녀는 분명 아직 침상에서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뭘? “
 
나는 약간 억울함을 느끼며 물었다.
 
“그게 너 때문에, 사람이 어젯밤 잠을 자다가도 손을 내밀어 너를 안으려다보면 네가 또 내 옆에 없고, 이 침대도 휑뎅그렁한 것이 이리저리 뒤척이느라 잠을 자기가 아주 힘들었잖아. “
 
엄마의 말투에는 한 줄기 원망이 배어 있는 것이 마치 얼마 되지 않은 신혼의 새색시가 자신을 떠나 멀리 출장간 남편을 원망하는 것만 같았다.
 
“나 이미 너의 품에 안기는게 습관이 되어 버렸어. 네 신상의 온도와 냄새에 습관이 되어 버렸어. 너의 팔에 안겨 자는게 습관이 되어 버렸어… 생활 속에 너의 존재가 없으니까 너무 습관이 안돼… “
 
말의 말미에 엄마는 마치 약간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말소리가 한층 작아졌다. 하지만 그녀의 따스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엄마, 나… 다음에는 엄마를 떠나지 않을께. “
 
나는 말을 내뱉으며 이것은 또 내 내심 속에 사실로 그려지는 것이었다. 비록 단지 잠깐 하룻밤을 떠나 있은 것이지만 이미 그리움이 사무쳐 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래! 괜찮아. 너는 남자야. 무슨 일이든 네 자신이 주인이 되어야 해. 어떻게 하든지 간에 엄마는 너를 지지해. “
 
나의 고백을 듣고 엄마는 아주 기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여전히 그렇게 다정다감했다. 
 
나는 순간 침묵했다. 어떻게 엄마의 일편단심을 모르겠는가? 그녀는 성심성의껏 나를 그녀의 남자로서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마땅히 그녀에게 어떻게 해야 보답을 해 준단 말인가?
 
“맞아! 넌 어제 잘 잤어? “
 
엄마는 내가 한참을 말이 없자 약간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응, 잘 잤어. “
 
나는 아무 일 없는 듯 가장하며 대답했다. 엄마에게 자신이 꿈 속에서 그녀와 만나 밤새도록 섹스를 한 정경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린 꾸냥을 훔쳐보진 않았겠지? “
 
엄마는 다시 나를 일깨우며 경고하기 시작했다.
 
“절대로 아냐. 엄마 날 믿어. “
 
나는 도리가 정당하니 말이 엄숙하게 태도를 밝혔다.
 
“응, 엄마 널 믿어. 우리 아들은 언행이 일치하는 사내 대장부니까. “
 
엄마는 분명한 말투로 자신의 즐거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헤헤, 두 말하면 잔소리. “
 
나는 그녀가 전화 저편에서 교태롭게 미소 짓는 모습을 떠올렸다. 마음 속에 즐거움의 꽃이 활짝 피는 것이었다. 우리는 또 오분 정도 잡담을 나누었다.
 
“아침은 먹었어? “
 
엄마는 그녀 모성의 일면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직, 갈려고 기다리고 있어. “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빨리 가서 먹어. 너무 많이 먹지는 말고. “
 
그녀는 재촉했다.
 
“응! “
 
나는 고분고분히 대답했다.
 
“엄마도 이제 일어나 정돈해야겠어. 그럼 끊을께. “
 
나는 엄마가 침상에서 일어나며 실크 잠옷이 이불에 마찰되는 소리를 들으며 급히 입을 열어 자신의 특권을 요구했다.
 
“그래. 키스 한 번만. “
 
“쪽… “
 
내가 막 전화를 끊었을 때 양내진은 이미 화장을 마치고 문을 열며 나오고 있었다.
 
“아직 안 갔어? 너 이미 간 줄 알았는데. “
 
그녀는 나를 보고 약간 놀라며 말했다.
 
“너를 기다리지 그럼 내가 어떻게 널 버려두고 가겠어? “
 
나는 가볍게 가장하며 답했다.
 
양내진은 내가 계속 문 밖에 서서 그녀를 기다린 것으로 여기는 것이었다. 원래 뽀롱퉁했던 작은 입이 풀어지며 작은 얼굴 위에는 달디단 미소가 퍼졌다.
 
“그럼 우리 먼저 아침부터 먹으러 가. 나 배 너무 고파. “
 
그녀는 오늘 마치 문학소녀와 같이 입었다. 풀어 내린 긴 머리카락은 어깨 위로 산들거리고 어깨 위에는 암녹색의 작은 소가죽 가방을 걸고 있었다. 상반신에는 백색 리넨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블라우스의 가슴 앞에는 각자 두 줄로 자수가 된 제비 도안이 새겨져 있어 아주 교묘하게 블라우스 속의 브래지어의 윤곽을 가리고 있었다. 또 사람의 시선을 가슴 한 가운데 볼록한 크기에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 블라우스 옷깃의 시작되는 두 개의 단추는 채워져 있지 않아 일단의 눈처럼 하얀 가슴 앞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아울러 가슴 위에는 금색 바구니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블라우스 소매는 위로 팔꿈치까지 걷어져 있고 밑단의 반쯤은 허리의 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 순백의 격자로 된 긴 치마의 허리 부위는 아주 높았다. 그녀의 극히 가느다란 허리를 완전 전시해 내놓고 있었다. 치마의 본신은 얇은 면으로 된 주름치마였다. 마치 작은 부채처럼 펼쳐진 치마 주름이 공교롭게 긴 허벅지를 가리고 있었다. 마치 송곳같이 곧고 하얀 장딴지만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섬세한 발에는 복사뼈까지 오는 새하얀 양말을 신고 다시 5센티 높이의 흑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하이힐 위에는 몇 가닥의 불규칙한 줄이 매어져 있어 안쪽의 새하얀 양말을 돋보이게 하고 있어 참신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오늘의 차림새를 보아하니 양내진과 꽤 잘 어울렸다. 물세탁을 한 하얀 와이셔츠로 건장한 상반신을 감싸고 있고 와이셔츠 아래쪽은 잘 다림질한 회색 캐주얼바지 속으로 집어 넣고 있었다. 양말을 신지 않은 다리에는 옅은 갈색의 스웨이드 로퍼를 신고 있었다. 윤곽이 분명한 오관과 구리빛 피부가 청신하고 아름다운 양내진과 함께 서 있으니 정말 마치 한 쌍의 아름다운 연인 같았다.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식당으로 함께 걸어 들어갔다. 티베트족 장포를 입은 종업원이 다가와 길을 안내했다. 이 곳은 드넓은 것이 민족 색채가 충만한 인테리어의 커다란 홀로 되어 있었다. 식탁과 건축물 모두 원래의 색채와 결이 살아 있었다. 이 시간 식당 안에는 사람이 이미 꽤 많이 차있었다. 보아하니 어제 카운터에서 말한 손님이 만원이라는 것이 허언이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대부분의 손님이 모두 젊은 사람 위주라는 것에 주의했다. 또 몇몇 자리에는 코가 오똑하고 깊은 눈을 한 외국인들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창가 옆에 있는 자리를 골랐다. 아침 식사는 아주 빨리 나왔다. 하지만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았고 어제 저녁만큼 맛이 좋지는 않았다. 신선감이 퇴색해 있는 것이 어느 정도 원인 같았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야? “
 
나는 한 편으로 티베트의 특식인 손으로 만든 볶은 쌀보리를 갈아 만든 면인 참파를 먹으며 한 편으로 양내진에게 윌라 수를 들먹였다.
 
“나 어릴 때 몇 번 만났었어. 수이모는 항상 해외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었어. 나에게 적지 않은 정성들인 선물을 가지고. 그녀는 아빠 면전에서 항상 아주 친밀한 모습이었어. 나는 사실 그녀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았어. 엄마가 비록 지금까지 불만을 표시한 적은 없었지만 난 엄마가 나와 견해가 일치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
 
양내진이 손 안의 잔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그녀는 아침 식사 중에 버터차에 아주 만족하는 듯 했다. 이 곳의 버터차 안에는 아주 많은 소젖이 있어 그녀의 입맛에 적합했다.
 
“그럼… 네가 느끼기에 윌라 수와 너네 아빠 사이에 그런 감정이 있는 것 같아? “
 
나는 재삼 생각하다 이 질문을 입 밖에 내놓았다.
 
“아빠와 윌라 수? 불가능해. 아빠랑 엄마의 감정은 계속 아주 좋아. 나 어릴 때부터 두 분이 다투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친척이나 친구들도 모두 두 분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하고. 내 마음 속에도 가장 완미한 부부야. “
 
양내진은 이렇게 말을 하며 얼굴에 동경과 행복의 미소를 노출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는 주저하다 말을 이었다.
 
“하지만 윌라 수는 아빠에게 마음이 있을 수 있어. 결국 두 사람은 꽤 일찍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아빠는 각방면에 아주 우수하니 말야. 하지만 그녀 기껏해야 단지 짝사랑이었을 거야. 엄마가 출현한 후부터 아빠의 인생 속에 다른 여인은 나타난 적이 없었어. 윌라 수 역시 예외가 아니고. “
 
양내진은 최후의 한 마디를 자신 있는 듯이 잘라 말했다.
 
이 색다른 별미의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와 양내진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음 속으로 윌라 수에 대해 대충 짐작해 보는 것이었다. 매여의 통찰력과 지혜에 따라 이미 상응하는 책략을 안배해 놓았을 것이었다. 나는 다만 그녀의 안배에 따라 그대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먼저 카운터로 갔다. 호텔 종업원에게 윌라 수가 머무는 방을 물었다. 고객의 사생활 보호 때문에 우리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양내진은 아주 화를 내며 호텔 지배인을 불러 오라고 꾸짖었다. 지배인은 사십대의 의관이 단정한 중년인이었다. 그는 아주 예의있게 우리에게 해명을 했다. 말투가 아주 사근사근했다. 하지만 내가 매여가 준비해 보낸 한 장의 인민경찰증을 내놓기 전까지는 이 문제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것이었다. 지배인은 이제서야 태도를 변화하며 우리의 일에 협조하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윌라 수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자 계속 냉정을 유지하던 지배인의 얼굴에 갑자기 허둥대는 신정이 출현했다. 그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재차 물었다. 재삼 윌라 수의 이름을 확인한 후 그는 직접 카운터로 걸어가 전화를 들고 윌라 수와 연락을 했다. 그는 한 편으로 이야기하며 한 편으로 우리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입으로는 낯선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양내진의 반응을 보니 그녀 역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듣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지배인이 무엇인가를 한참 이야기 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전화를 향해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는 끈기 있게 그가 전화를 끊기를 기다린 후에야 비로서 그에게 구체적인 정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다. 그가 공손하게 대답하길 윌라 수가 이미 우리를 직접 보겠다고 동의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후 아주 예의 바르게 직접 우리를 데리고 앞서서 걸어갔다.
 
그의 인도하에 우리가 두 개의 커다란 정원을 지나쳐 양 쪽으로 홍백의 작은 꽃들이 가득 찬 조용한 협곡을 지나자 눈 앞이 갑작스레 환해졌다. 원래 구불구불한 길이 아름다운 곳으로 나있었다. 이 보잘 것 없는 작은 산 언덕 뒤에 뜻밖에 별천지가 있었다. 이층으로 된 백색의 티베트식 작은 건물이 마치 각양각색의 꽃들이 비단에 수를 놓은 것 같은 정원 가운데 우뚝 솟아 있었다. 작은 집의 주홍색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는데 지배인이 기이하게 생긴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우리는 뒤를 따라 이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집 안으로 막 들어서자 두 명의 티베트식 장포를 입은 두 사람이 맞이했다. 어깨가 쩍 벌어지고 허리가 굵은 사내들이었다. 광대뼈가 높은 얼굴에 고원 민족의 특징이 뚜렷했다.  두 사람은 대략 스무살 정도의 모습으로 보였다. 하지만 얼굴에는 민첩하고 용맹한 신색이 보여 호텔 안의 그 열정적이고 우호적인 종업원들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그 중 두 갈래의 콧수염을 한 놈이 두 눈으로 양내진의 신상을 훑어봤다. 나는 약간 불쾌한 시선으로 그의 눈을 노려봤다.
 
우리는 단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그리 넓지 않은 복도를 걸어갔다. 나는 의식적으로 나중에 쫓아가며 지배인과 양내진은 먼저 앞에서 걷게 했다. 내가 기다렸다 앞으로 걸어가며 어깨를 스치고 지나갈 때 콧수염이 아주 과하게 어깨를 들이 받아왔다. 하지만 나는 일찍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깨를 마치 태산과 같이 움직임 없이 맞아들였다. 뚜렷하게 신음이 터진 후 콧수염은 나에게 부딪친 후 휘청거렸다. 옆으로 비틀비틀 몇 걸음을 한 후에야 바로 섰다. 그의 이를 악무는 표정을 보니 분명 쓴맛을 본 모양이었다.
 
우리가 겨루는 그 일순간은 아주 빨랐다. 앞선 두 사람은 모두 이쪽의 동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콧수염은 약간 불복한다는 듯 한 손으로 어깨를 주무르며 양 눈으로 악독하게 나를 노려 보았다. 하지만 감히 계속 도발을 하지는 못했다. 나는 약간 경시하듯 냉소를 치며 양내진의 뒷모습을 쫓아갔다. 등 뒤로 어렴풋이 티베트어로 욕을 해대는 것이 전해져 왔다.
 
건물 안의 구조는 바깥에서 보는 것에 비해 아주 다양했다. 사방이 모두 홍색으로 칠해진 회랑이 중간의 한 커다란 안뜰을 포위하고 있었다. 안뜰 중앙에는 장방형의 수영장이 하나 있었다. 아침 햇살이 수영장의 물결을 반짝거리게 반사하고 있었다. 선이 긴 아주 우아한 여체 하나가 수영장 속에서 쾌속하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수영장 가에 도착하는 것과 비슷하게 그녀 역시 수영장 끝에 도착했다. 한 쌍의 긴 매끄러운 팔이 수면에서 튀어 나와 수영장 난간을 잡았다. 그런 후 하얀색 수영복과 수영모를 쓴 여인이 물결을 가르며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분홍색의 수영안경을 벗자 이국적인 색채의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오똑하니 가늘고 긴 콧등, 안으로 깊이 파인 커다란 눈동자가 아주 뚜렷이 신상의 혼혈 요소를 드러내 놓고 있었다. 양 쪽 짙은 검게 구부러진 눈썹이 그녀의 강한 개성을 암시하고 있었다. 넓직한 입술은 아주 풍만하고 포만했다. 아울러 마치 비단같이 빛나는 담황색의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이 것은 전형적인 동남아 혈통의 피부였다. 그녀의 외조모가 말레이시아의 공주였던 것이다. 그리고 외조부는 대영제국의 귀족 군관이었다. 팔십퍼센트는 앵글로 색슨 혈통에 이십퍼 센트의 중국 혈통을 계승한 것이다. 그녀는 백인종의 길고 우뚝 솟은 몸매를 가진 것과 동시에 전신에 넌지시 동방의 신비한 매력적인 풍정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중국의 전통 요소를 융합하는 특색있는 화교 설계사였다. 그녀가 바로 우리 이번 걸음을 통해 만나려는 윌라 수 였다. 내가 이미 서적과 포스터 상에서 깊이 탐구했던 여인이 수영장 물 위에 서있었다. 그녀가 수영모를 벗자 금발의 긴 머리카락이 노출됐다. 비록 이미 우리의 신영을 보았지만 그녀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수면 속에서 그 금발의 긴 머리를 마음대로 흔들어 떨었다. 햇빛이 내려쬐이는 중에 마치 금색의 비단이 공중에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금발에서 튀어 나온 물방울들이 마치 진주알처럼 수면 위로 떨어졌다. 그런 후 그녀는 난간을 잡고 수중에서 일어섰다. 마치 꿀과 같이 윤이나고 매끄러운 동체가 물을 가르며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신상에 가까스로 하얀색 분리식의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비키니 브라는 하얀색 끈으로 매어져 있는데 양 쪽 삼각형의 옷감 중간에 금색의 원형 고리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두 개의 거대하고 동그란 유방이 가련할 정도로 작은 옷감 뒤쪽에 대부분 노출되어 있었다. 물 속에서 튀어나온 반작용 때문에 그 두 개의 구형물은 낭창낭창 떨며 가슴 앞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몇 가닥 물줄기가 브라 아래로 떨어져 가냘픈 허리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 후 평탕하고 매끄러운 아랫배 밑으로 숨어 버렸다. 작은 삼각형의 옷감으로는 사타구니 아래 도돔히 솟아있는 산언덕을 가릴 방법이 없었다. 양 쪽 끈으로 매어져 있는 옷감을 통해 그녀의 풍만하고 결실한 양 쪽 둔부가 밖으로 노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윌라 수가 일종의 우아하고 또한 자신 있는 자태로 물 속에서 나오자 즉시 키가 크고 튼실한 남자 종업원이 다가와 목욕가운과 목욕수건을 바쳤다. 그녀는 먼저 하얀색 목욕가운을 두르고 난 후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았다.
 
이 때 그 지배인이 연망히 한 걸음을 나서며 윌라 수를 향해 구십도 인사를 했다.
 
“Datin Su! 여기가 좀전에 뵙기를 요구했던 두 분 손님입니다. “
 
(주 – Datin은 말레이시아 술탄이 황실 성원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걸출한 공헌자에게 주는 영예로운 직위이다. 남자는 Datuk, 여자는 Datin. )
 
윌라 수는 몸을 돌려 다가왔다. 그 아름다운 커다란 눈이 우리의 신상을 훑고 지나갔다. 그녀가 나를 지나칠 때 잠깐 멈칫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양내진의 신상 앞에 멈춰섰다. 매력적인 눈 속으로 의외라는 빛이 번쩍였다.
 
“어멋! 진아 아냐? 네가 어떻게 온 거야? “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허스키했다. 하지만 아주 섹시했다.
 
“수이모! 오랜만이예요. 여전히 그렇게 아름다우시네요. “
 
양내진이 아주 앙증스레 대답했다. 그녀가 응대를 적절히 하는 모습은 도리어 나에게는 의외였다. 보아하니 이 계집애도 영리하고 재빠른 일면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짐작컨대 매여가 출발 전에 이미 그녀를 훈련시켰을 것이었다.
 
양내진의 이 말에 과연 윌라 수는 두둠한 붉은 입술 사이로 한 줄기 열락의 커브를 그리며 결백하고 정연한 치아를 드러냈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와 양내진의 팔을 잡아 끌어 세심히 한 바탕 바라보더니 말했다.
 
“에! 너 정말 많이 컸구나. 지난번 회해시에서 널 봤을 때는 어린애였는데 지금은 이미 미인이 되어 버렸어. “
 
“수이모! 지난번 귀국했을 때 나 막 대학 들어갔을 때 잖아. 지금 난 이미 취직했어. 그런데 이모는 당시하고 비교해서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여전히 그렇게 지혜와 미모를 일신에 겸비한 천재 설계사 그대로야. “
 
양내진의 이번 말은 아주 잘한 칭찬이었다. 듣고있는 내 귀에도 거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여인의 몸인 윌라 수에게는 더 말할 나위 없었다.
 
“고마워! “
 
윌라 수는 과연 아주 기쁜 웃음을 드러냈다. 동방의 여자와 같은 겸손한 인사치레 없이 아주 대범스럽게 양내진의 찬미를 접수했다. 그녀의 성격과 외형은 같았다. 모두 아주 서구적이었다. 말이며 행동이 직접적이고 솔직했다. 외계의 구속을 싫어했다.
 
“나도 아주 오랫동안 진아를 보지 못했네. 하지만 네가 공교롭게 때마침 이 곳으로 여행을 온 것은 아니겠지? “
 
윌라 수는 비록 얼굴에는 웃음기를 띠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 속에는 의식적으로 양내진에 대해 의혹을 갖고 있었다.
 
“난 바깥에 내가 여기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네가 어떻게 나를 찾아 온 거야? “
 
“응, 내가 특별히 이모를 찾아 온 것은 아빠 엄마의 뜻이야. “
 
양내진은 이번에는 숨기는 것 없이 아주 명쾌하게 말을 꺼냈다.
 
윌라 수의 얼굴색은 이미 예상했던 신정이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은 오만하게 계속 옆에 아무 소리 없이 서 있는 지배인에게 말했다.
 
“여기는 내 친구의 딸. 우리 이야기할 것이 있으니 당신은 돌아가서 일을 봐요. “
 
지배인은 급히 수긍의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허리를 굽히고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윌라 수는 다시 수영장 근처의 그 두 명의 건장한 남종업원에게 손짓을 했다. 그들 또한 순종적으로 양쪽 복도로 물러나 수영장과 안뜰에 우리 세 사람만이 남게 했다.
 
“이 분은? “
 
실내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더니 윌라 수는 이제서야 몸을 돌려 내 면전으로 다가와 물었다. 그녀의 키는 아마 174 좌우였다. 신상에 그 목욕가운이 아주 넓직한데다 묶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시선으로 활짝 열린 가운 자락 속으로 그 풍만한 산봉우리가 포착됐다. 아직 증발하지 않은 한 방울의 물이 그녀의 긴 목을 타고 아래로 떨어져 깊이 파인 고랑 안으로 떨어져 나의 호흡을 멎게 하는 것이었다.
 
“저는 진아의 남자친구입니다. 저를 고암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
 
나는 호흡을 고르며 시선을 그 사람의 시선을 잡아 당기는 두 알의 열매에서 이동시켜 윌라 수의 호기심 충만한 눈빛을 맞았다.
 
나의 방금 반응은 명백히 윌라 수로 하여금 아주 득의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눈빛 속으로 매력을 담은 채 웃는 듯 아닌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럼 축하해줘야 하겠네. 너는 Lucky man 이야. “
 
그런 후 그녀는 몸을 돌려 양내진의 손을 잡아 끌며 말했다.
 
“진아! 네 남자친구 아주 잘생겼어. 눈빛이 괜찮아. “
 
나의 방금 튀어나온 자칭 양내진의 남자친구, 이런 칭호는 분명 그녀에게는 준비가 안된 것이었다. 비록 내심으로는 이미 나에 대해 좋은 느낌이었지만 처음으로 이러한 신분을 공개하자 어린 여자아이는 약간 부끄러운 것이었다. 더욱이 면전에는 윌라 수의 존재가 있었다. 그래서 양내진은 부끄러움에 당황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 그녀의 손을 잡아 올려 그녀의 난감함을 화해시켰다. 손 안의 그 가녀리고 작은 손이 가볍게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넓직한 손바닥으로 단단히 쥐었다. 양내진이 양 눈을 들어 나의 따사로운 눈빛과 마주쳤다. 그녀의 여린 얼굴 위로 감미로운 웃음기가 떠올랐다. 이 순간 나는 두 사람간 마치 마음 속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 같았다.
 
이 일절 모든 것은 윌라 수의 양 눈에 기피되지 않았다. 그녀는 흥미진진하게 우리 두 사람을 바라봤다. 눈가에는 한 줄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웃음기가 걸려 있었다.
 
“너네 둘을 계속 세워두면 안되겠다. 먼저 앉아서 이야기를 하자고. “
 
윌라 수는 곧장 수영장 옆의 안락 의자에 앉았다. 그런 후 우리를 향해 손짓했다.
 
나는 속으로 우리의 이번 임무를 생각하고 슬며시 양내진에게 몇 마디를 당부했다. 그녀는 아주 빠르게 앞서의 상태에서 깨어나 나의 손을 끌고 윌라 수의 옆에 있는 의자로 가서 앉았다. 나는 양내진의 다른 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양내진은 자리에 앉아 윌라 수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녀들의 화제는 양 집안의 이런저런 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양내진은 본래 말을 하기 좋아하는 성격인데 윌라 수는 더욱 입담이 좋았다. 그녀는 대화의 흥취가 돋자 심지어 자신 최근의 혼인에 대해서도 회피하지 않았다. 그 중 남녀가 사랑하며 즐기는 자세한 사정에 대해서도 거리끼지 않았다. 그녀의 말 속 노골적인 정도는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양내진으로 하여금 부끄럽고 또한 호기심 어리게 만들었다. 부끄러운 것은 명의 상의 남자친구인 내가 옆에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윌라 수의 대담하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그녀로 하여금 호기심이 충만하도록 만들었다.
 
그들 두 여인 간의 화제에 나는 기본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주 예의있게 경청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뇌 속으로는 윌라 수와 매여 간의 관계에 대한 사색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들은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아주 뛰어난 아름다운 재녀들이었다. 똑같이 뛰어난 용모와 좋은 집안 배경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생항로는 뚜렷이 달랐다. 매여는 자신의 일에서 최고조의 시기에 주동적으로 물러나 이후 남편을 돕고 자녀를 기르는 일에 힘쓰는 일개 귀부인이 되었다. 그리고 윌라 수는 최종적으로 자신의 직업 생애를 고집해 아울러 아주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매여가 보유한 아름다운 애정과 가정에 비교하여 윌라 수의 혼인과 사생활은 아주 순조롭지 않았다. 심지어 난잡하다고 까지 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공평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다만 두 사람의 인생은 각자의 소득이 있고 또한 소실이 있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혼인가정을 보유한 매여가 현재 위기를 만나 눈 앞의 이 혼인을 게임과 같이 여기는 윌라 수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게 되었으니 이 어찌 세상의 무상함에 탄식을 금치 못하게 하는 것인가?
 
“진아! 넌 신문을 전공했으면 왜 미국으로 유학을 안간 거야? 너네 집 정황이면 Columbia, Stanford, UC Berkeley 어디든 네가 골라 갔을텐데. “
 
양내진의 전공과 일을 이야기하다 윌라 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음, 본래는 대학 1학년 때 이미 유학 준비를 다 했었어. 엄마도 날 위해 컬럼비아 대학에 연락을 해봤는데… 나중에… 큰 병이 나서 못갔어. 엄마도 아까워하면서 내가 아직 젊으니 일을 몇 년 하다가 석사 과정을 다시 가면 된다고. “
 
양내진은 여기까지 말하다 말투가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또 그 대학 때의 남자친구를 생각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그 변고 때문에 그녀는 유학 계획을 포기했을 것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큰 병이란 분명 아주 큰 마음의 병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렇네. 신문 전공이라면 현장 경험이 더 높이 요구가 되지. 네가 일을 택한 것은 사실 더 휼륭한 거야. “
 
윌라 수는 비록 양내진 정서의 변화를 의식했지만 그녀는 속사정을 알 길이 없으므로 다만 어린 꾸냥을 위로하는 것이었다.
 
“응! 고마워, 수이모. 사실 나도 유학이 급하지는 않아. 나 현재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우리 국가를 많이 이해하는 거야. 자신의 전공을 민중의 발언을 위해 쓸 거야. “
 
양내진은 아주 빠르게 다운된 정서 속에서 빠져 나왔다. 그녀는 가볍게 아름다운 머리결을 쓸어올리며 몸을 돌려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고암은 컬럼비아 대학이야. 그는 막 미국 유학에서 돌아왔어. “
 
“와우! 정말? 나 늘 뉴욕을 가거든. 아마도 거기 파티 중에서 만난 적이 있을 수도. “
 
윌라 수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록 나와 그녀 사이에는 양내진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그녀의 그 아름다운 눈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교담의 대상을 넘어와 나의 신상에 잠시간 머물렀다. 이 때 그녀의 그 화려하게 붉은 풍부한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얼굴에는 호기심의 신색이 충만했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 커다란 눈 속에는 마치 일종의 도발적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저는 파티는 잘 참여를 안해서요. 그런 모임이 저한테는 잘 안맞아요. “
 
나는 미소로써 윌라 수의 커다란 눈동자를 맞았다. 말투는 예의와는 상관없이 아주 단호했다.
 
하지만 나의 의식적인 대답은 결코 윌라 수를 불쾌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정말 아깝네. 이렇게 Handsome boy가 그렇게 보수적이라니. 아주 특별해. “
 
“하지만 진아에게는 축하해줘야겠네. 넌 그를 해외에 내놓아도 안심이겠네. 그가 탈선할 걱정은 없으니. 호호! “
 
윌라 수는 고개를 돌리며 아주 친숙하게 양내진의 섬세한 손을 잡아 끌었다.
 
양내진은 방금 전 정황을 알아차렸다. 나의 대답이 마치 단비가 되어 그녀 마음을 기쁘게 했다. 게다가 윌라 수의 말에 그녀는 아주 빠르게 앞서의 불유쾌한 기분을 잊어버리고 두 사람은 다시 열띤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윌라 수는 본분을 지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는 비록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지만 일거일동이 마치 무엇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원래 안락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양내진과 이야기를 하려 내가 있는 이쪽 편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양 쪽의 길고 매끄러운 허벅지가 직접 목욕가운 속에서 미끄러져 드러났다. 그녀의 양 다리는 길고 곧았다. 게다가 아주 결실해 보였다. 마치 늘 운동을 해서 아름다운 선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말을 하며 테이블 위의 썬오일을 집어들고 무릎을 굽히며 들어올린 다리 위에 발랐다. 태양빛 아래 그 오일을 바른 긴 다리는 매끈하니 빛이 났다. 그녀가 불시에 발출하는 방자한 웃음소리와 더불어 내 하반신을 도발하여 순간순간 뻐근하게 만들며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양내진은 분명히 윌라 수가 약간 이상하다는 것을 의식했다. 그녀는 자신과 상대방이 꽤 오래 이야기한 것을 깨달았다. 윌라 수 역시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땅히 주제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틈을 내서 그녀는 말을 했다.
 
“수이모! 이번에 엄마가 나보고 이모를 만나라고 보낸 것은 사실은 이모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예요. “
 
“응! 내가 마침 물어보려 했는데 기왕에 네가 말을 했으니, 그래 무슨 일이야? “
 
윌라 수는 양내진의 말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스스로 자신의 종아리를 매만졌다.
 
“그렇게 돼서, 아빠는 지금 아주 큰 곤란을 겪고 있어요. “
 
양내진은 목청을 가다듬고 아주 진솔하게 일의 전후관계를 말하기 시작했다. 윌라 수는 양소붕의 이름을 듣자 즉시 개의치 않던 태도를 그만두고 한 쪽 팔을 얼굴에 댄 채 세심하게 들었다. 양소붕이 목전에 이미 감옥에 갇힌 처지를 듣고 난 후 그녀 얼굴에도 한 층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다.
 
“아빠를 도우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데? “
 
윌라 수는 양내진이 개정 전의 준비에 대해 말할 때 참지 못하고 입을 열어 물었다.
 
“엄마 말이 목전에 다만 이모만이 아빠를 구할 수 있대요. 엄마가 이모에게 편지를 써 주었어. 한 번 보시라고요. “
 
양내진은 말을 하며 가지고 온 가방 안에서 새하얀 편지봉투를 하나 꺼내 건네주었다. 이것은 나를 크게 놀라게 했다. 매여는 지금까지 나에게 이 편지의 존재를 언급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윌라 수는 건네 받고 편지봉투를 뜯은 후 안에서 편지지를 꺼내 보기 시작했다. 비록 나는 편지 안의 내용은 볼 수 없었지만 이 편지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다만 세 번 정도에 아주 빠르게 다 볼 수 있었다. 윌라 수는 보고 난 후 즉시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수영장가로 걸어갔다. 양 손을 가슴 앞에 팔짱을 끼고 양미간을 찌푸린 채 마치 무엇인가를 사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와 양내진은 이 순간 모두 조용히 있었다. 묵묵히 윌라 수의 회답을 기다렸다. 한참이 지난 후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시선을 앞쪽 수영장 수면 위를 노려보며 말했다.
 
“편지는 나 이미 다 봤어. 너네 엄마의 의사를 나 잘알았어. 하지만 나 현재 너에게 답을 할 수가 없어. 너네 먼저 돌아가도록 해. “
 
윌라 수의 말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우리는 모두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 양내진이 뭐라고 입을 열려 하는 순간 나는 그녀에게 눈빛으로 멈추게 했다. 그녀를 잡아 끌어 일어서며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폐를 끼쳤습니다. 저희는 반얀트리에 삼일 머무를 겁니다. 답변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윌라 수는 입을 열어 대답을 하지 않고 다만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우리를 향해 등을 지고 서있었다.
 
“수이모, 그럼 저희 먼저 돌아갈께요. “
 
양내진은 고개를 살며시 떨구고 말을 했다. 나는 그녀의 양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급히 그녀의 어깨를 안고 그녀의 몸을 돌렸다. 그런 후 큰 걸음으로 이 정원을 빠져 나갔다.
 
집 밖으로 나오니 햇빛은 여전히 그렇게 따듯했다. 산곡 속의 홍백의 작은 꽃들이 바람에 미미하게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내 신변의 이 여자아이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나 역시 어떻게 그녀를 위로해야 할지 몰라 다만 그녀를 품 안에 꼭 안아준채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울지마. 내가 있잖아. “
 
나의 위로에 양내진은 더욱 격동했다. 그녀는 내 팔에 안겨 소리내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다만 그녀를 이렇게 안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 어린 꾸냥의 성격에 자신의 정서를 감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마음껏 그녀로 실컷 울게 한 후 다시 말하는 것이 나은 것이었다.
 
자신 블라우스의 깃이 눈물에 의해 다 젖을 때쯤에야 양내진은 비로서 점점 흐느낌이 멈춰갔다. 나는 그녀의 뺨을 안은 채 바라봤다. 조금 전 맑게 빛나던 양 눈이 이미 발갛게 부어 있었다. 맑은 눈언저리 안에는 눈물이 충만해 가련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손으로 그녀의 여린 뺨 위에 눈물 흔적을 닦아주며 말했다.
 
“실컷 울었어? “
 
양내진은 붉은 입술을 한 편으로 삐죽이며 아무 말없이 다만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후 다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얼굴에 천진난만한 기에 나는 또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계속 울어. 윌라 수 앞에 가서 울면 그녀가 대자대비를 베풀어 너의 요구에 답할 수도 있잖아. “
 
나의 표정 변화는 아주 빨라 양내진은 약간 적응이 안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깨물더니 아주 힘있게 자신의 머리를 흔들었다.
 
“나 다른 사람 앞에서는 울고 싶지 않아. 더욱이 그 철 같은 심장을 가진 윌라 수 그 나쁜 여자 앞에서는 말할 것도 없어. “
 
“맞아. 기왕에 눈물이 근본적으로 아무 작용도 못하는 것을 알았으면 이 곳에서 울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윌라 수의 마음을 돌이킬까를 궁리하자고. “
 
나는 아주 참을성 있게 그녀를 타일렀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니까 그런 거잖아. 너는 뭐 그렇게 사납게 그래? “
 
양내진은 나의 말에 붉은 입술을 삐죽이며 불복하겠다는 표시를 했다.
 
“그럼 또 울 거야? “
 
나는 품 안의 이 어린 꾸냥이 한층 귀여웠다. 참지 못하고 손을 내밀어 그녀의 희고 보드라운 뺨을 꼬집었다.
 
“안울어, 안울어, 안울어… “
 
양내진은 양 손으로 자신의 귀를 안고 토라진 눈빛으로 이 세 글자를 연속해서 열 몇 번을 반복하다 자신 실제로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릴 때서야 그쳤다.
 
“그럼 우리 먼저 호텔로 돌아가. 이 곳은 바람이 세서 감기 걸리겠어. “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손으로 바람에 어지러이 휘날리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응. “
 
나의 세심함에 양내진은 근심이 기쁨으로 변해갔다. 그녀는 아주 앙증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여자아이가 어른에게 안기는 것처럼 나의 팔짱을 끼고는 나와 함께 이 작은 산곡을 빠져 나갔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다시 꼼꼼하게 양내진에게 한 바탕 물었다. 특별히 매여의 그 서신의 자세한 내역을 물었다. 하지만 양내진도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매여는 그녀가 집을 떠나 공항으로 가기 전에 이 편지봉투를 꺼냈다고 한다. 게다가 그녀에게 봉투를 뜯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봉투 안에 무슨 내용이 쓰여 있는지는 다만 매여와 윌라 수 만이 아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또 양내진에 특별히 당부해 나를 포함해서 아무에게도 이 편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듣고 난 후 나는 더욱더 어찌 된 영문인지를 모르겠는 것이었다. 나는 원래 매여가 우리 두 사람을 함께 보낸 것이 윌라 수를 설복하는데 있어 이 일을 성공시키는데 큰 자신이 있기 때문인지 알았다. 그리고 실제적인 효과를 보니 윌라 수는 마치 그렇게 큰 고민없이 양씨 집안의 곤경에 대해 즉시 손을 써서 도와줄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통 고도의 비밀스런 편지가 출현하자 이 편지 안에 무엇이 쓰여 있기에 윌라 수의 태도를 어째서 그렇게 변화하는 작용을 한 것인지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전혀 알 방법이 없었다.
 
이것은 나로 하여금 저절로 암암리에 짜증이 나도록 만들었다. 매여는 마음 속으로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것인가? 나는 원래 그녀가 나에 대해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줄 여기고 있었다. 내 이번 걸음이 다만 그녀 계획 중의 일부분일 뿐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었다. 그럼 이번 걸음의 진정한 의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어째서 우리 두사람을 아무 것도 모르게 하는 것인가? 심지어 자신의 친딸 조차도 신임을 못하다니 도대체 이 안에는 무슨 수수께끼가 감추어져 있단 말인가? 생각이 이에 이르자 나는 지난 번 대면했을 때의 대화를 한 바탕 되집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털끝 만큼의 추론상의 빈틈을 발견할 수 없었다.
 
반얀트리의 건축물 담장 밑에 접근했을 때 일성 소 울음 소리가 나를 깊은 사색에서 깨웠다. 나는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발 아래 완만한 산비탈의 경사진 밭이 있었다. 조용한 강물이 새파란 풀숲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머리부터 온몸이 더부룩한 털로 덮인 백색의 들소인 야크가 강가에서 물을 먹고 있었다. 야크 옆에는 일신에 검은색 파오즈를 입은 티베트인 한 명이 서 있었다. 이 사람의 체형은 자못 컸는데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다. 얼굴은 거무충충하니 오관이 분명치 않았다. 하지만 다가가며 보니 평소 졘탕전에서 볼 수 있는 티베트인과 무슨 구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크게 주의하지 않으며 바라 보았다. 하지만 내가 머리를 돌리려는 그 일순간 그 티베트인이 갑자기 쌍수를 가슴 앞으로 들어 올려 쌍수를 교차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의 동작은 극히 빠르게 세 번을 반복했다. 나는 문득 전신이 극렬히 떨려왔다. 뇌 속으로 마치 장치가 부팅이 되는 것 같았다. 자연히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양내진이 의혹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을 개의치 않고 몸을 돌려 그 티베트인을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이미 야크를 끌고 다른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일순 머뭇거렸다. 생각을 돌려 걸음을 멈추고 양내진을 향해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그녀를 데리고 함께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이 때 이미 중오가 가까워 있었다. 우리는 홀로 가서 식사를 했다. 점심은 특별히 티베트식 신선로였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약간 정신을 딴데 팔고 있었다. 양내진은 여전히 윌라 수를 설복하는데 실패한 정서 속에 빠져 있었다. 나는 뇌 속으로 한 가지 일에 대해 사색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르는채 점심을 마쳤다. 양내진은 약간 피로함을 느끼는 듯 했다. 나는 그녀에게 먼저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하도록 했다. 자신은 혼자 다시 호텔 밖으로 나갔다.
 
부지불각중에 양 다리는 다시 앞서 그 티베트인을 보았던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하지만 그 사람과 야크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약간 자조하듯 어깨를 으쓱했다. 마음 속으로 자신이 너무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함부로 길을 지나는 사람의 거동을 중요한 정보로 여긴 것이었다. 그냥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을 뿐인데 말이다.
 
내가 막 몸을 돌려 돌아가려는데 일성 아주 우렁차지는 않지만 매우 뚜렷한 휘파람 소리가 귀에 울려 퍼졌다. 나는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등 뒤 담모퉁이 쪽 수풀 속에서 갑자기 한 사람의 인영이 일어섰다. 나는 놀라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 사람은 진일보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바라보니 원래 방금 전 보았던 그 티베트인이었다.
 
그 티베트인은 입에 강아지풀을 물고 밀짚모자의 모자챙은 아래쪽으로 눌러 쓰고 있었다. 그의 커다란 키의 신영은 정오의 햇빛 아래 뚜렷이 더욱 웅대했다. 우리 두 사람은 조용히 몇 분을 서로 응시했다. 그 티베트인이 마침내 손을 들어 손짓을 했다. 그런 후 몸을 돌려 뒤로 걸어갔다. 나 역시 아무 말 없이 다만 묵묵히 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계속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