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천약유정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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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5,805회 작성일 17-02-12 06:30

본문

 
 
 
 
 
제49장
 
그 티베트인의 뒤를 따라 걸으니 자신이 반얀트리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면 갈수록 지세가 한층 험준해졌다. 한 작은 산봉우리에 오르자 디칭 사방의 많은 설산과 비교하여 이 산의 해발은 뜻밖에 그리 높지가 않았다. 하지만 산 위에는 각종 고목들과 식생들이 밀집해 있어 일편 녹색으로 울울창창했다. 그리고 푸른 산골짜기로 둘러싸인 가운데 간혹 새 지저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산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산 위 길은 꽤 드넓었다. 돌을 쌓아 만든 산길은 네 사람이 나란히 지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티베트인은 그 큰 길로 가지 않고 전문가다운 솜씨로 숲을 뚫고 지나갔다. 나는 그가 하는대로 따라하며 뒤를 쫓아갔다. 비로서 수풀 속에 숨겨진 한 오솔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 곳은 옛날 사람들이 산을 오르던 작은 길 같았다. 세월의 침식으로 인해 거의 야초에 파묻혀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마치 신상에 탐지기라도 지닌 모양 무슨 이정표도 없는데 아주 마음대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어 걸어 가는 것이었다. 길을 찾아가다보면 자연히 발 아래 작은 길이 있었다. 마치 그는 천생 이 황산야령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비록 이 작은 오솔길은 걷기에 좋지 않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아주 민첩하기 그지 없었다. 대략 한 시간 후 일편 무성한 소나무 숲이 튀어 나왔다. 그 티베트인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나는 이제서야 자신이 이미 산 꼭대기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 앞에 흰 대리석 석재로 조성한 둥근 담이 있었다. 둥근 담 가운데에는 높이가 40 몇 미터가 넘는 황금 불탑이 있었다. 이 불탑은 넓은 어깨 둥그런 배에 몸은 크고 동그랬다. 마치 바리때를 엎어 놓은 듯 했다. 탑 꼭대기에는 도금을 한 동으로 만든 양산이 씌여져 있었고 옆쪽 가로에는 풍경을 걸어 놓아 산바람이 불어오자 상큼한 방울 소리를 발출했다. 양산 꼭대기에는 화염 보주탑이 놓여져 있는데 햇빛 아래 번쩍이며 빛나고 있어 일종의 위엄스럽고 웅장한 것이 또 청정하고 숙연한 맛이 있었다.
 
그 티베트인은 혼자 불탑 근처로 걸어가더니 갑자기 손을 내밀어 탑신 위를 잡았다. 신체가 바로 땅에서 비약해 올랐다. 그가 무슨 도구를 장착했는지 보이지 않았는데 양 손은 마치 빨판처럼 견고하게 탑신 위를 잡고 있었다. 그 탑신 위에는 일단의 상서로운 구름 모양의 부조가 있었다. 그의 신발을 신은 발이 부조의 돌출된 부분 위를 밟고 있었다. 발 아래 딛는 힘에 힘입어 천천히 위를 향해 기어 올라갔다. 그는 신상에 비록 넓찍한 티베트 장포를 입고 있었지만 가늘고 긴 마른 신형에 동작은 민첩했다. 마치 긴 팔 긴 다리를 가진 왕거미 같이 몇 번 기어 오르지 않아서 그 양산 아래쪽에 도달했다.
 
양산이 마치 커다란 우산같이 탑신에서 십몇여 미터를 뻗어 나와 있기 때문에 나는 그가 무슨 방법으로 이 장애물을 극복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어깨를 수축하며 양 다리를 한데 모았다. 그런 후 바깥 쪽으로 반공중으로 뛰었다. 이어서 이 작용력으로 그의 몸이 공중에서 반쯤 숙여졌다. 그런 후 양 팔을 위쪽으로 뻗어 양산 주위 주먹 크기의 가시를 잡았다. 다만 바라보니 그의 신체가 공중에서 매달린 채 몇 번 흔들거리더니 양 팔에 힘을 주어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분명히 양 팔의 힘에 의지하여 위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그가 손을 이용해 양산 꼭대기로 올라가는 것을 바라봤다. 한 번 몸을 뒤집어 탑 꼭대기로 뛰어 오르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탑 꼭대기 위에서 “휙” 하며 손가락 두 개 굵기의 나일론 로프가 던져 내려왔다. 그 티베트인이 탑 정상에서 나에게 올라 오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로프를 잡고 잡아당겨봤다. 느낌에 밧줄이 꽤 견고했다. 상대방에게 악의가 있음을 걱정하지 않은 채 양 손으로 밧줄을 잡고 올라갔다. 비록 나는 그 사람의 왕거미와 같이 타고 오르는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자신의 팔 힘에 의지해 밧줄의 조력을 받아 아주 빠르게 그 탑 꼭대기로 기어 올랐다. 나의 몸이 전부 탑 위로 오르자 그 사람은 아주 세심하게 그 로프를 다시 위로 걷어 올렸다.
 
이런 종류의 불탑을 티베트어로 ‘가단췌단’ 또는 생긴 것이 병모양이라고 해서 ‘병탑’ 이라고 부른다.
 
또는 라마탑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티베트 불교의 각파에서 가장 좋은 영향을 받았다. 각파의 큰 덕을 쌓은 고승, 승려 대중 모두 그것을 위해 사리를 바쳤다. 육신 법체와 각종 법물의 영탑이었다. 이 불탑의 꼭대기 부분은 하나의 원뿔형이었다. 밧줄은 다른 뾰족한 황금 보주 위에 매어져 있었다. 탑 꼭대기는 20평방 정도의 크기로 우리 두 사람의 몸을 수용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 사람은 몸을 똑바로 서서 손으로 머리 위 밀짚모자를 벗었다. 아주 전형적인 티베트인의 얼굴이었다. 높이 솟은 광대뼈, 굳센 아래턱, 미골과 콧등이 독특하게 오똑했다. 피부색은 고원 민족에게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검은 가운데 붉은 색이 배어있는 것이었다. 굳게 다문 양 입술은 아주 과묵해 보였다. 크지 않은 양 눈은 예리한 눈빛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 분명 괴이하게 느꼈었는데 일종의 사람을 엄숙하고 경건하게 만드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반쯤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17호. “
 
“6호. “
 
“자넨 어떻게 이 곳에 있는 건가? “
 
“그건 내가 당신에게 묻고 싶은 거요. “
 
6호는 직접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나에게 등을 보였다. 시선은 멀리 설산 위로 고정되어 있었다. 한참 후 나즈막한 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사라진 후 얼마 뒤에 조직은 빠르게 자네를 소각 명단에 집어 넣었네. “
 
“조직? “
 
이 단어를 듣자 나의 마음은 갑자기 무거워졌다. 기억 속의 그것들은 내가 춥지 않은데도 떨 만큼 아주 두려운 기억을 다시 내 마음 속에서 끄집어 냈다. 지옥과 같은 공포스런 훈련장, 냉혹무정한 선별 매카니즘, 보통 사람들은 생각할 수 없는 시험, 아울러 각종 불가능한 임무. 그들은 오늘날 내가 보유하고 있는 능력을 육성해냈다. 하지만 또 나로 하여금 일절 자유인의 본질을 잊도록 만들었다.
 
임무가 없는 날에 우리는 한껏 가무와 여색을 즐길 수 있었다. 당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어떠한 오락이든 조직은 모두 무조건적으로 당신에게 제공했다. 명차든 유람선이든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비행기든 탱크든 모두 고를 수 있었다. 여인 혹은 남자 역시 그 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일절 제공되는 모든 것은 무료가 아니었다. 당신은 조직을 위해 이러한 것들을 누리는 대신 값어치를 해야했다. 그리고 그 값어치는 왕왕 조직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었다.
 
매번 명령은 내용은 같지 않았다. 건축을 파괴하는 일, 정보를 훔치는 일, 독을 제조해 투독하는 일, 목표를 암살하는 일 등등이었다. 이들 요구들은 당신을 생사의 경계에서 배회하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조직은 당신이 하는 일이 어떠한 의의를 갖는 것인지 죽이려는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조직은 단지 당신이 명령을 잘 처리하는 것 만을 필요로 했다. 조직은 당신이 생각을 하거나 임무와 무관한 것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만일 기계인간이 더욱 잘 일을 처리할 수 있다면 그들은 기계인간을 사용하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분명 알 거야. 조직의 규율을 어긴 징벌이 어떠한지. 목전까지 무소식의 증거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일찍이 네가 이미 배반한 것으로 여겼을 거야. “
 
6호의 음성은 바람 속에 더욱 뚜렷이 음랭했다.
 
나는 침묵했다. 조직 내부 규율 요구의 엄격함은 거의 공포에 가까웠다. 매 성원은 모두 무조건적으로 조직의 명령에 복종해야 했다. 아울러 정기적으로 조직에 자신의 동향 아울러 사상 상태를 보고 해야 한다. 어떠한 규율 밖의 행위에 대해서는 모두 징벌을 받아야 했다. 장기간 조직을 벗어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배신으로 간주해 이런 류의 배반자는 모두 소각 명단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조직에서 보낸 ‘도사(導師)’ 가 소각을 집행하는 것이었다.
 
조직의 일원이 된 다음부터 나의 운명은 자연히 자신이 주재할 수 없게 되었다. 조직에는 개인이 존재할 공간이 없었다. ‘도사’와 전설 속의 더욱 가치 높은 지도자 동무를 제외하고는 기타의 사람들은 모두 다만 내 면전에 있는 6호 같이 번호로 불리었다. 나는 그가 티베트족의 혈통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나이는 대략 사십 전후였다. 그 밖의 것은 아무 것도 몰랐다. 그리고 나의 번호는 바로 17호였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에 따르면 번호의 숫자는 조직에 가입한 시간 순서가 아니었다. 6호와 나 사이에는 10개의 숫자가 있지만 그의 연령은 아주 늙은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매 하나의 번호가 모두 한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었다. 몇몇 번호는 비어 있기도 했다. 아무도 이들 번호의 배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몰랐다. 아무도 도대체 얼마나 많은 번호가 있는지도 몰랐다.
 
조직 안에서 번호들 사이에는 아주 적은 사람들만이 상호간을 인식하고 있었다. 오직 약간의 임무의 필요에 의해서를 제외하고 매 개인은 기타 사람을 아는데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만일 누군가 기타 사람에게 흥미를 갖고 사귀려 한다면 아주 빠르게 조직의 경계를 받게 되는 것이었다. 조직으로 보아서는 이런 식의 비공개적인 왕래는 절대 불허하는 것이었다. 또한 조금의 위배 사항이라도 있으면 모두 징벌을 받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6호는 내가 조직 안에서 인식하고 있는 극 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것도 기회와 인연이 딱 들어맞아 가능했다. 조직 안에서 두 개의 번호 성원이 한 장소에 동시에 출현하는 경우는 아주 적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 2년전 우리는 일찍이 한 번 임무를 배합해서 집행한 적이 있었다. 그의 맨손 격투 그리고 야외 수색 능력 방면은 나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랜만에 그가 반얀트리 입구에서 조직 전용의 연락 신호를 꺼내 놓았을 때 나의 심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일층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었다. 어쨌든 나로서는 조직의 밖으로 계속 숨어 피해 다닐 수는 없는 것이었다.
 
“조직이 당신에게 나를 추적해 체포하라 한 거요? “
 
나는 탐색성의 질문을 한 마디 던졌다. 6호는 과묵한 사람이다. 그는 원래부터 경솔하게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또 함부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나는 그가 조직의 명령을 한치의 어김도 없이 집행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그의 능력이라면 충분했다.
 
6호는 대답을 하지 않고 등을 보이며 나에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계속해서 반쯤 마음을 졸이던 것을 마침내 내려 놓을 수 있었다. 그의 출현부터 지금까지 나는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시종 매처럼 집중력과 민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신상에서 살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더구나 한 명 번호의 성원에게 소각하는 임무를 집행하게 하는 것은 조직의 풍격이 아니었다. 조직이 한 구성원을 뿌리뽑으려면 ‘도사’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세 명 이상의 대원들을 파견해 필사적으로 일격에 해치워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심지가 깊기 때문에 매 한 명의 번호 모두 극도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누구든 혼자서 다른 한 사람을 죽이기는 어려웠다. 그것은 ‘도사’ 역시 어려운 일이었다.
 
“조직은 자네에 대해 결정을 못했어. 목전에 다만 자네는 연락 이탈의 분류에 들어가 있어. 하지만 이후에는 나도 모르겠네. “
 
6호의 말은 비록 아주 함축적이었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 조직이 연락을 오랫동안 이탈한 구성원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조직은 무슨 선량한 기구가 아니었다. 그것이 우리들을 훈련시킨 목적은 우리를 가치 있게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조직의 눈에 우리는 작전을 수행하는 인형 병기일 뿐이었다. 조직은 우리 신상에 모두 백만 위안 이상의 돈을 쏟아 부었다. 반드시 수월하게 내가 통제에서 이탈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었다.
 
“자네 현재 어쩔 셈인가? “
 
6호의 말에 나의 마음 속이 따듯해졌다. 비록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냉막했지만 나는 그가 옛정을 잊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말하기 힘든데, 현재 약간의 아직 정리 못한 일이 있어 잠시 조직과 연락을 할 수 없습니다. “
 
나는 그에게 자신의 정황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비록 6호가 두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조직 내에는 절대의 사정이란 없었다.
 
“자네 조직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는 것을 잘 알 거야. “
 
6호는 냉랭하게 말했다.
 
“그거야 잘 알죠. “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6호는 재차 침묵에 돌입했다. 가면 갈수록 거세지는 산 바람이 불어와 그의 신상의 장포를 쌩쌩 소리를 내며 울게 했다. 바람 속에 그가 마치 한 그루 소나무 같이 똑바로 서 있는 것이 커다란 정사각형의 탑 정상 위에서 사람을 억누르는 조용함이 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 나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어 물었다.
 
“당신은 어째서 이 곳에 출현한 겁니까? “
 
6호는 대꾸없이 다만 손가락을 탑 아래로 향했다. 나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탑 아래 쪽을 바라봤다.
 
이 불탑은 산봉우리 꼭대기에 있었다. 높은 곳에서 굽어보자 산 아래 정경이 다 보였다. 탑의 몸체는 크기 않은 사원 안에 있었다. 소나무가 에워싸고 있는 속에 몇 줄기 금광이 빛을 번쩍이는 건물 끝이 살짝 보였다. 온갖 색상의 가벼운 깃발들을 따라 아래쪽으로 우리가 피해서 온 석판으로 된 산길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구불구불 산을 맴돌아 사원으로 곧장 도달해 있었다.
 
앞서서 나는 6호가 어째서 큰 길을 피하고 수풀 속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산 위로 오르는 것인가 의아했는데 지금 높은 곳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자니 원래 큰 길 위에는 매 200미터 마다 하나의 노란 점이 있었다. 절 문에 가까워지자 몇 개의 노란 점의 형상이 보이는데 이 것들이 모두 승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 대다수는 수중의 곤봉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마치 순찰하며 보초를 서는 것 같았다. 우리가 작은 길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분명 이들 승려들과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곳은 황교(黃敎)의 사찰? “
 
나는 입을 열어 물었다. 이들 승려들은 모두 황색의 복숭아 모양의 승모를 쓰고 있었다. 이것은 서장불교 거루파의 특수한 복식이었다. 거루파의 창시인은 총카파였다. 일생을 불교 계율의 부흥에 치중해 이전의 구교와 구별해 독자적인 이런 승모(僧帽)를 창안했다. 이것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거루파의 특색 중 하나를 형성했다.
 
“맞아. 하지만 이 사찰은 원래는 백교(白敎)의 것이었어. 이 절의 이름은 대보사(大寶寺)라고 해. 원래는 갈거파의 활불 대보법왕이 친히 장소를 고르고 절을 짓고 이름을 지었어. 후에 청나라 강희 시절 명령에 의해 거루파로 개종을 하게 되었지. 현재는 송찬림사의 종사로 캄 지역의 흔한 이름있는 사원이라 할 수 있지. “
 
6호는 서장불교의 역사를 마치 손바닥처럼 잘 아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몸이 티베트인인 그는 일개 광열신도 정도가 아니었다. 그의 평소 계율의 고행 정도는 절대 다수의 승려들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의 종교에 대한 경건함은 정신적으로 승인하는 것 정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근원적으로 그의 혈맥 속 일부분이었다.
 
“시캉성은 청조(淸朝)의 행정구역으로 창도, 청해, 사천의 일부분과 운남성을 포함했어. 이 안은 전통적으로 캄파(康巴) 지구라고 불렸어. 역사적으로 일찍부터 백교가 성행했지. 하지만 후에 강희 건륭의 도움으로 황교의 세력이 부단히도 확장되어 현재 절대 다수의 사원은 모두 황교의 것이 되어 버렸어. “
 
6호는 아주 익숙히 알고 있는 티베트의 종교 변천을 늘어 놓았다. 그의 본민족의 역사 전승에 대한 것은 마치 손바닥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관해 놀라지 않았다. 그의 주요 활동 구역이 바로 이 고원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직 안 번호로 불리는 성원은 모두 자신의 구역이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이런 식의 구획은 성원 본신의 연원을 참고해서 이루어졌다.
 
“이 대보사로 말할 것 같으면 자네 이 불탑과 사원을 새롭게 건축하는데 얼마의 돈을 썼는지 아나? “
 
6호가 가리키는 사원을 나는 바라봤다. 아주 새롭게 절 꼭대기가 황금법륜, 비룡, 미인도, 사자, 호랑이 등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대전의 네 벽은 모두 유리벽으로 둘러 싸여 채색되어 있었다. 처마, 기둥과 대들보는 황금가루로 채화 되어 있어 기개가 드넓었다.
 
“얼마나? “
 
나는 그 넓은 대전을 바라보며 적지 않은 돈을 바른 것을 보고 분명히 적지 않은 숫자라고 예측했지만 이어서 6호의 입 속에서 나온 말은 사람을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1억 위안! 이것은 디칭 주정부의 일사분기 재정 수입에 상당하지. “
 
“통일전선 정책? “
 
나는 눈썹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6호는 드물게 말속에 정서를 노출했다. 이것은 또 내가 처음으로 그의 감정이 노출된 것을 본 것이다. 하지만 그의 당면 문제의 분석은 아주 설득력이 있었다.
 
“현재 아주 위험? “
 
나는 6호가 이 곳에 출현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일련된 행동과 동작으로 보아 그는 반드시 이미 임무를 접수했거나 집행 중에 있는 것이었다.
 
“티베트는 주요한 세 곳으로 구분되네. 서장의 전체 성은 위창 티베트, 청해감숙은 안다 티베트, 우리가 현재 있는 이 곳은 바로 캄파 티베트. “
 
6호는 직접 대답을 하지 않고 역사지리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그의 말 속에 깊은 뜻이 있음을 알기에 숨을 죽이고 들었다.
 
“역사상 3대 티베트에서 가장 어지러운 곳은 캄파였네. 티베트를 다스리려면 먼저 캄파를 다스려라! 이것이 철칙이었어. 청나라 고종때 나라의 힘을 모아 쓰촨(四川)에서 진촨(金川)까지 공격을 한 것은 물론이고 또 청나라 말기 조이풍이 끊임없이 캄파의 티베트 군을 공격한 것이라든지 건국 후에 사수육강위교 군의 일진일퇴의 긴 싸움을 벌인 것이 모두 캄파에서 발생했어. 이 곳을 잘 다스리면 기타 티베트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모두 순조롭게 해결이 되었지. “
 
“현재 무슨 일이 발생한 겁니까? “
 
나의 얼굴도 더욱더 엄숙해졌다. 목전 자신의 몸이 처한 위치가 바로 캄파 티베트였다. 또한 6호가 특별히 언급한 곳이었다.
 
“금년 년초, 쓰촨성 아바장족 주에서 엄중한 변란 사건이 발생했네. 대량의 불법분자들이 칼과 창, 곤봉을 들고 분열구호를 부르짖으며 현성의 주요 지역사무소를 약탈하고 불질렀어. 수백명의 무고한 군중과 공무원들이 다쳤네. 이 사건이 가라앉은 후 유관부문이 조사한 결과는 지구 최대의 사원이 대량의 총기, 탄약과 선전물 등을 저장하고 있다는 것이었어. 또 사건의 조직원들과 선동자들이 불법으로 승려로 분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어. “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
 
6호가 언급한 사건은 내가 이전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아바장은 디칭에서 단지 500키로 거리였다. 나는 자연히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6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소식을 접수한 후 캄파에 웅크린지 이미 3개월이야. 이 일련의 정황을 이미 나는 아주 명확히 짚고 있었어. 지난 번 아바장 사건 후, 부분적으로 그물을 빠져나간 물고기들은 근거지를 이동했어. 분산해서 민간에 숨어 들었어. 당연히 그들은 캄파에 토대가 있고 또 아주 두터워. 그리고 우리가 현재 소재한 이 곳 사원이 바로 그 중에 하나이고. “
 
“그들은 무엇을 할 생각이죠? “
 
나는 한층 이번 걸음이 정말 의외의 연속임을 느꼈다. 각종 예측 못했던 변수가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것이었다.
 
“자네 저 대전 안을 보면 대보사의 현임 주지가 누워 있네. 그는 이미 근 반년을 누워 일어나지 못하고 있어. 그의 제자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소문을 보면 원적할 날짜가 이미 멀지 않았어. 나도 암중에 몇 번 정탐을 해보니 며칠 내로 가까웠음을 알 수 있어. “
 
“그 주지가 무슨 문제가 있나요? “
 
6호가 갑자기 이 주지에게로 말을 돌리자 나는 이상해서 물었다.
 
“이 시주는 일찍이 그 도망한 사람의 친전제자야. “
 
6호의 간단한 한 마디 말에 나의 마음속은 커다란 파문이 출렁거렸다. 이 안의 정황을 보아하니 내가 바라본 것 보다 더욱 마구 뒤얽혀 복잡한 것이었다.
 
“이번 달 들어 이 산 위의 경비가 더욱더 엄격해졌어. 대외적으로 말하는 것은 한 법회를 위해서라는 것이야. 원래 산을 관광하던 관광객들도 모두 거절하고 있어. 나는 적지 않은 외지에서 온 낯선 티베트 인들을 발견했어. 승려로 위장한 모습으로 사원을 드나들고 있었어. 목전에 아직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기에 나 역시 다만 암중 감시만을 유지하고 있어. 필경 민족 종교의 사물에 연루되어 있어. 이런 것은 아주 민감해서 유관 기관들이 결정하기가 아주 어려워. “
 
6호의 말 속에는 약간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듯 했다.
 
“현지 정부는 이런 정황을 알고 있나요? “
 
나는 사태가 이미 이 곳까지 발전해 있음을 깨달았다. 유관 기관들의 개입이 필수적이었다.
 
“자네는 잊었군. 우리의 신분이 폭로할 수 있는 것인가? “
 
6호는 갑자기 소리를 높여 노해 부르짖었다.
 
나는 잠자코 있었다. 확실히 조직은 이런 방면으로 규칙이 있었다. 우리의 존재는 절대 고도의 기밀이었다. 성원 본인 또는 성원의 행동 모두 자신의 신분을 노출 시키면 안되는 것을 물론이고 특히 유관 조직에 어떠한 정보도 넌지시라도 내비치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누군가 알게 되거나 혹은 성원이 출현한 행위 등이 드러나게 되면 조직은 최고 강력한 역량을 발휘해 이러한 흔적을 지워버렸다. 관련되어 들어온 사람 모두 흔적도 없이 소실 되는 것이었다. 누구도 예외가 없었다.
 
“이 몇 년간 디칭의 관광사업은 쾌속하게 발전했어. 아주 오랫동안 유관 기관들의 경계가 아주 엄중하게 하강 되었어. 안이한 곳은 돌파구가 되기가 아주 쉬운 법이지. “
 
6호는 보충 설명을 했다. 그는 이 문제를 중지하고 화제를 돌려 물었다.
 
“자네는 여기에 얼마나 머무를 건가? “
 
“3일을 안 넘길 겁니다. “
 
“그럼 내가 한 마디 권고하는데 최대한 일찍 떠나는 편이 좋아. “
 
비록 6호의 말투는 여전해 냉랭했지만 나는 그의 말 속에 정이 담겨져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이 그가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비록 접수하기가 쉽지 않기는 했다.
 
내가 막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6호가 다시 나를 불러 세웠다.
 
“자네 아침에 갔던 그 집의 주인을 자네 잘 아나? “
 
“약간은 압니다. 그녀가 왜요? “
 
6호는 눈쌀을 찌푸렸다.
 
“만일 자네의 친구라면 그녀 신변의 그 티베트인을 조심하는게 좋을 거야. “
 
나는 그가 빈말로 협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밧줄을 타고 원래의 자리로 낙하해 내려왔다. 탑 아래는 여전히 아무도 없이 비어 있어 앞 전과 마찬가지로 조용했다. 이 안은 조금도 일측즉발의 위기스러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폭풍우가 다가 오기 전의 고요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밀림 속의 작은 오솔길을 뛰어 들기 앞서 나는 고개를 돌려 탑 꼭대기를 바라봤다. 푸른 창공의 하늘 아래 6호의 신영은 이미 모호하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바람 속에 휘날리는 장포 속 그는 마치 화살과 같이 매우 곧게 서있었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참매가 고산 봉우리 꼭대기에 우뚝 서 있는 것 같이 발 아래 세계와 중생을 굽어보고 있었다.
 
호텔로 돌아 왔을 때 하늘 색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양내진 역시 일어나 화장을 마친 후 호텔 홀에 앉아 핸드폰을 갖고 놀고 있었다. 내가 부르며 다가가자 그녀는 내가 돌아온 것을 보고 문득 얼굴 가득 희색을 드러내며 반갑게 맞았다. 오후 내내 어디 간거냐고 물었다. 나는 입에서 나오는대로 이유를 찾아 숨겼다. 그녀는 조금도 내가 속이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것은 나의 마음 속을 약간 미안하게 만들었다. 이 꾸냥은 나에 대해 가면 갈수록 신임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어찌 이러한 달콤한 정에 대해 보답을 하겠는가? 내가 이런 그녀를 책임질 수 있을까?
 
시간이 늦은 것을 보고 나는 먼저 저녁을 먹으로 가자고 건의했다. 양내진은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모습을 보니 그녀는 아침부터 풀이 죽어 있었다. 뭐라도 위를 채우자 정신이 다소 회복되었다. 젊은 여자 아이의 생명력은 이리도 강한 것이었다. 그들은 아주 쉽게 상처를 받고 또 아주 쉽게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저녁을 먹을 때 나는 홀 안에 저녁을 먹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에 유의했다. 아침에 비해 이분의 일 밖에 없었다. 게다가 야외에서는 음악소리와 웃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종업원을 불러 물었다. 답은 저녁에 호텔 입구 잔디밭에서 야외 파티가 거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 곳으로 저녁과 오락을 즐기러 갔다는 것이었다.
 
양내진은 말을 듣더니 눈을 빛내며 어리광을 부리며 말했다.
 
“고암! 나 파티에 가서 놀고 싶어. 나 데리고 가줄 거지? “
 
비록 자신은 이러한 장소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양내진의 갈망스런 눈빛을 거절할 방법이 없어 마지못해 웃으며 답을 했다. 하지만 이 곳의 일교차가 아주 큰 것을 고려하면 밤에는 비교적 추울 것이었다. 나는 먼저 그녀에게 방으로 돌아가 옷을 더 껴입고 나오게 했다.
 
양내진은 말을 듣고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혼자 호텔을 거닐었다. 반얀트리의 입구에는 평탄한 잔디밭이 있었다. 계곡물이 천천히 옆으로 흘러 지나가고 있었다. 호텔 문에서부터 잔디밭까지 가는 길 옆으로 오십 미터를 1미터 높이의 가로등이 놓여 있었다. 하얀 색 리본이 장식되어 있는 등 꼭대기에는 티베트족 전통의 소유등이 놓여 있었다. 이 때 하늘 색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소유등 안의 광선이 잔디밭 위를 밝히고 있어 마치 야공 중에 점점히 반딧불이 밝히는 듯 해 이 장소에 일종의 몽환적인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고암! “
 
한 상큼한 여자 목소리가 뒤로부터 전해와 나는 몸을 돌리고 바라봤다.
 
양내진이 생생한 모습으로 이 방향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외면에 옅은 남색의 카우보이 외투를 입고 안에는 또 일찍이 입었던 그 순백의 격자 주름치마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원래 밖으로 노출 되었던 새하얀 긴 다리는 이미 핑크색 펄 스타킹으로 감싸여 있었다. 얇고 투명한 스타킹을 신고 있는 그 섬세하고 작은 다리는 마치 그녀의 제 2의 피부 같이 매끄러웠다. 발에는 5센티 높이의 흑색 하이힐이 고운 자태를 선보이고 있었다. 커피색 브릿지를 한 긴 머리카락은 자연스럽게 풀어 어깨까지 드리우고 있었다. 야풍 속에 긴 치마 끝단이 동시에 휘날리고 있어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정령 소녀 같았다.
 
양내진은 조금 접근하더니 내가 집중해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이상한 듯 물었다.
 
“왜 그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집으며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냐. 네가 오늘 너무 아름다워서. “
 
“미워! 내 머리카락 가지고 그러지 마. “
 
양내진은 내 말에 약간 부끄러운 듯 내 손을 밀치며 분홍색 작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정말이지? 나야 언제나 아주 아름답지 않았어? “
 
말을 마치고 그녀는 스스로 약간 검연쩍은 듯 혀를 낼름거리며 괴상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런 후 손 안의 것을 내게 건넸다.
 
“자! 내가 네 옷을 챙겨왔어. 빨리 입어. “
 
나는 비로서 그녀 손에 양복이 들려 있음을 발견했다. 이 어린 계집애가 꽤 세심한데! 나는 비록 춥지는 않았지만 받아 들고 몸에 걸쳤다. 마음 속이 약간 훈훈해져 그녀에게 칭찬을 몇 마디 했다.
 
“그런데 나 네 호주머니 안에서 쪽지를 발견했는데 이게 뭐야? “
 
양내진이 작은 주먹을 내 눈 앞에서 펼쳤다. 그녀의 손가락 틈에 쪽지가 끼어져 있었다. 나는 불현듯 이것을 비행기에서 승무장이 나에게 준 것을 떠올렸다. 마음 속으로 이거 약간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계집애가 원래부터 마음에 꿍 담고 있으면서 분명 추궁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뭐? 아! 그건 택시 부를 때 전화였던 것 같은데. 나 곽찡리 찾을 때 였던 것 같아. “
 
나는 얼굴 색 변화없이 속으로 양내진이 분명 전화를 걸어 확인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정말? 내가 어떻게 네가 그에게 묻는 것을 보지 못한 거지? “
 
양내진은 못미더워하며 물었다.
 
“너 잔 후에 내가 한 거라 돌아와서 그냥 옷 속에 집어 놨으니 네가 당연히 모르지. “
 
나의 이 번 해명은 조금 억지였다. 하지만 순간 좋은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양내진이 다시 계속 물을 것이 두려워 급히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이쪽으로 끌며 그녀의 고운 몸을 품 안에 안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난 네가 여기서 머무르며 걱정만 하는게 안스러워 차를 불러 너를 데리고 밖으로 놀러가려 했지. 널 기쁘게 해주려고. “
 
양내진은 나의 이 포옹에 심신이 이미 칠십 프로는 풀려 버린데다 더해서 나의 말 속에 정을 내비치자 즉각 나의 품 안에서 침몰되어 버렸다. 그녀는 활짝 빛나는 커다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고암, 넌… 나에게 정말 잘해줘. 내가 오해한 것 같아. “
 
“바보! 너 내가 너의 남자친구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어? 너한테 당연히 잘 해줘야지. “
 
나는 한 편으로 그녀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며 한 편으로는 자연스럽게 그녀 손 속의 그 쪽지를 건네 받았다. 그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쪽지를 으스러뜨려 발 밑 풀밭 속으로 던져 버렸다.
 
“난… 난 모르겠어. 넌 농담으로 말한 것에 지나지 않잖아. “
 
양내진은 고개를 떨구며 손가락을 매만지며 말했다.
 
“하하, 난 확실히 농담이지. 너 정말 내 여자친구가 되고 싶은 거야? “
 
나는 짓궂게 입을 헤벌리고 웃었다.
 
“너 어떻게 그럴… “
 
양내진은 나의 말에 격동되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작은 입이 울먹울먹 마치 울 것 같았다. 나는 급히 그녀를 품 속에 끌어안았다.
 
“바보, 농담이잖아. 어째서 이렇게 잘 속아? “
 
양내진의 커다란 눈동자에 반사된 것을 통해 나는 이 시각 자신의 눈빛 속에 웃음기와 사랑이 충만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꾸냥과 함께 있으면 나는 마음이 풀어져버려 언제나 불시에 그녀를 놀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민감하고 또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고 있으려면 자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운 감정을 느끼는 것이었다.
 
“너 진짜 얄미워. 이런 식으로 어떻게 농담을 할 수가 있어? “
 
양내진은 퉁명스럽게 주먹으로 나를 두드렸다.
 
“미안해. 사실을 말하자면 난 정말 남녀 친구 간에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모르겠어. “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하지만 말투는 꽤 진정성 있었다.
 
“말도 안돼. 정말? 넌 보기에 바람둥이 같은 모습이잖아. 더구나 미국은 그렇게 개방적인 곳이잖아. “
 
양내진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못 믿겠다는 모습이었다.
 
“내 말 뜻은, 난 지금까지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적이 없어. 난 남자친구로 합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어. “
 
나는 참을성 있게 해명을 했다. 이것은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닌 것이 나는 많은 여인을 겪어봤지만 같은 연배의 연인을 가져본 경력은 없는 것이었다.
 
“그건, 어쩌지? 나도 경험이 많은게 아니라서. “
 
양내진은 커다란 눈을 깜박거리며 얼굴에 생각하는 신색을 노출했다.
 
“그럼 네가 생각하는 남자친구가 해야하는 모습은 어떤 거라고 생각해? “
 
나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껴안으며 그녀의 그 아름다운 눈을 진솔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음… 우선, 강한 사람이어야 할 것 같아. 특별히 지능지수는 나보다 좋아야 하고 그 다음 성숙하고 안정감이 있어야 하고 능력도 일반인보다 뛰어나서 언제나 나를 보호해 줄 수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아주 나를 사랑해야 해. 내가 기쁠 때 더욱 기쁘게 놀아주고 내가 힘들 때는 나를 위로해주고 내가 심심할 때는 나를 웃겨주고, 또… “
 
양내진은 머리를 짜내 생각을 하다 아주 그럴 듯 하게 마치 하나 하나 조건을 세 듯 손가락을 꼽기 시작했다.
 
“좋아, 그만, 그만, 그만! 너 이렇게 계속 말하다가는 밤새도록 해도 못 끝내겠다. 보아하니 네 남자친구 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네. “
 
나는 그녀의 그 모양을 보고 서둘러 그녀가 그리려는 사람의 묘사를 중단시켰다.
 
“헤헤, 본 낭자를 여자친구로 만드는데 그렇게 간단할 리가 있어? 하지만 어느 여자애나 모두 이렇게 생각할걸, 이런 사람을 찾느냐 못 찾는냐일 뿐이지. “
 
양내진은 분명 아주 즐거웠다. 그녀는 약간 우쭐해하며 웃었다.
 
“훗, 내가 어찌 보면 각 방면에 네 요구에 적합한 것 같아. 보아하니 넌 나를 남자친구로 찾고 있었던 것 같은데. “
 
나는 계속 자신 얼굴 가죽의 두꺼움을 발휘했다.
 
“치! 또 잘난 척이야. 너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너의 최대 결점은 안하무인이야. “
 
양내진은 불복한다는 듯 말하며 손가락 하나로 자신의 여린 뺨을 찔렀다. 마치 나보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 같았다.
 
“그럼 넌 내 이러한 안하무인을 좋아하는 것 아냐? “
 
나는 웃음기 띤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나 모르겠어. “
 
양내진은 부채 같은 긴 눈썹을 깜박거리며 마치 이 질문에 어찌 대답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어쨌든 처음 널 보았을 때 너의 전부가 얄미웠어. 생긴 것도 얄밉고 동작도 얄밉고 표정도 얄밉고 말하는 것도 얄미웠어. “
 
양내진은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마치 그날의 나의 거동을 가슴에 묻어 두었던 것 같았다.
 
“정말? 내가 정말 그렇게 형편 없다는 거야? “
 
머리를 긁적이며 도리 없다는 듯 말했다.
 
“아주 형편없어. 게다가 항상 나랑 대립하고 항상 사람에게 타격을 줬잖아. 그리고 어쩐 일인지 내가 너에게 말만하면 정말 얄밉게 만들었잖아. “
 
양내진은 작은 입을 삐죽였다.
 
“그 다음은? 너 언제 나를 달리 보게 된 거야? “
 
나는 말을 하며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감은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신체를 내게 적지 않게 기울이게 했다. 그녀는 살짝 부끄러워하며 손을 나의 가슴에 올리고는 입으로는 천천히 말했다.
 
“나도 확실치는 않아. 하지만 네가 우리 집에 일이 벌어진 후 태도를 보니까 그렇게 우리 아빠의 정황에 신경을 쓰고 아주 진지하게 엄마에게 계책을 제안하고 하는 것을 보았잖아. 그 때 갑자기 이 사람이 아주 총명하다고 느꼈어. 게다가 그렇게 얄미운 것 만은 아니더라고. “
 
“이후에 너 나를 사랑하게 된 거야? “
 
나는 살며시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려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나 아직 모르겠어. 단지 너랑 함께 있으면 아주 안전하고 아주 기분이 좋은 것을 느껴. 네가 없으면 이상하게 언제나 네 생각이 나고. 이게 사랑일까? “
 
양내진은 약간 나를 바로 보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나의 작렬하는 눈빛을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도… 어쨌든 상관없어. 먼저 우리 남녀친구로 시작을 하자고. 너 준비됐어? “
 
나는 그녀의 이마 앞으로 드리워진 앞머리를 어루만졌다. 마치 과거의 그러한 피차간의 어두운 구름이 걷혀지는듯 했다. 의문의 여지가 없는 말투로 말했다.
 
“응. “
 
양내진은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치켜들며 힘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 위로 행복에 그지없는 웃음꽃을 터뜨렸다.
 
우리가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부지불각 중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평지 가운데로 걸어갔다. 초지의 네 모퉁이에는 테이블이 늘어져 있었다. 위에는 각종 식품, 다과와 음료들이 있어 사람들이 집어가도록 되어 있고 또 몇 명 넥타이를 맨 종업원들이 손님들을 위해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Hi, 진아. 고암. “
 
허스키한 목소리의 여자 목소리가 옆에서 울려 퍼져왔다. 이 목소리는 약간 익숙한 것이었다.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니 테이블 뒤쪽 멀지 않은 곳에 소형 긴 테이블이 보였다. 윌라 수가 긴 다리 의자에 앉아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눈부신 금발을 비스듬히 머리 뒤로 틀어 올리고 남색 아이 섀도와 다홍색의 립글로스로 윤곽 선명한 오관을 더욱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상반신에는 털이 포시시한 흑백이 서로 그어진 밍크 코트를 입고 안쪽에는 가슴을 받치고 허리가 잘록한 짧은 주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치마의 길이는 무릎 부근까지 내려져 있었지만 가장 짧은 곳은 가랑이 중간 까지 있는 곳이었다. 그 안쪽에서 시작해 한 줄기 긴 주름 마디가 가슴 한가운데까지 뻗어져 있었다. 그리고 가슴 한 가운데 주름을 팽팽하게 잡아 당기고 있어 두 개의 커다랗고 풍만한 가슴이 높이 솟아나 있었다. 그 불 빛 아래 폭로된 매끈한 젖가슴은 반쯤 드러나 보여 자연히 사람들로 하여금 브래지어를 입지 않은 것인가 의심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녀는 다리가 높은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양 쪽 매우 곧고 긴 아름다운 다리는 함께 모은 채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발에는 9센티미터 높이의 홍색 끝이 뾰족한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하이힐의 끈 위에는 반짝거리는 금속 핀이 장식되어 있어 뚜렷하게 매끄럽고 긴 다리를 더욱 섹시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우리는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양내진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여 답례했다. 그녀의 가슴 밑바닥은 윌라 수에 대해 아직 응어리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윌라 수는 아무 일도 발생한 적이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전히 열정적으로 양내진을 잡아 끌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연히 그녀는 여전히 말로는 표현 못할 의미를 지닌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진아, 이 Party 마음에 들어? 이게 내가 직접 주관한 거야. “
 
윌라 수는 한 편으로 말하며 한 편으로는 깊은 의미를 지닌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확실히 오늘 밤 이 잔디밭 위에서 열리는 파티는 아주 특색이 있었다. 부근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풀 밭을 밟는 중에 코 속으로는 고원의 청량한 공기를 들여 마시며 손으로는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모 악단이 연주하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이런 것은 휴가를 즐기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윌라 수는 확실히 재주있는 여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또 생활을 향유할 줄 아는 여인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양내진도 이러한 분위기에 감염이 되어 그녀 역시 걱정을 내려 놓고 아주 유쾌하게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한 윌라 수의 부추김에 일종의 지방 특색 먹을거리를 맛봤다. 분홍색 작은 입 위에 참깨가 잔뜩 묻어 나는 세심하게 그녀를 깨끗이 닦아 주었다. 그녀는 또 몸을 돌려 다른 먹을거리를 맛 보러 갔다. 정말 단순한 여자아이였다. 그녀는 조금도 가식 없는 웃음을 지어 나로 하여금 일단의 아름다운 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것은 이미 세월 속에 사라진 것이었다.
 
“취페이! Come on. “
 
말을 하다 흥취가 돋자 윌라 수는 갑자기 긴 테이블 안쪽으로 팔을 뻗어 손짓을 했다. 티베트 장포를 입은 사내가 긴 테이블 뒤에서 나왔다. 이 사람은 피부가 거무충충하고 머리는 반지르르하게 깍고 얼굴에는 수염을 길렀다. 보아하니 그녀와 아주 친숙한 것 같았다.
 
“우리를 위해 Long Island Iced Tea 좀 뽑아 줘. 취페이! “
 
윌라 수가 그에게 대하는 태도는 매우 친숙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었다.
 
“너는? Handsome Boy. “
 
나는 고개를 가로저어 필요 없다는 표시를 했다. 그녀는 입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안타깝네. 이렇게 아름다운 맛을 보지 않다니. 자긴 너무 청교도적이야. “
 
그 취페이라고 불린 사내의 눈빛 속으로 한 줄기 질투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이 사람을 나는 만났었다. 아침에 윌라 수의 집 안에서 두 명의 티베트 인과 어깨를 스쳐 지나갈 때 그중 염소 수염을 한 놈에게 내가 교훈을 줄 때 취페이는 당시 그 놈의 동료였다.
 
다만 보니 그는 높낮이가 다른 몇 개의 병을 꺼내 먼저 30ml 전후의 레몬주스를 긴 유리잔 안에 부었다. 그런 후 같지 않은 분량의 5종의 주류를 따르고 더해서 아이스로 잔을 채웠다. 그런 후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최후에는 코카콜라를 잔에 가득 따르고 몇 개의 레몬으로 장식을 했다. 두 개의 빨대를 꽂은 후 윌라 수의 면전으로 밀었다.
 
윌라 수는 받아서 한 입을 들이키더니 눈을 감고 얼굴에는 아주 향유하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매력적인 두 눈을 떴다. 입으로 탄산의 향기를 내뿜으며 다홍색의 매니큐어를 칠한 손으로 취페이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Amazing… 취페이! 너의 솜씨는 정말 최고야. “
 
취페이는 자신의 솜씨를 칭찬하는 것을 보고 얼굴에 득의의 표정을 지었다. 두 눈은 아주 탐욕스럽게 윌라 수의 그 깊이 패여진 젖가슴 골에서 떠나지 않았다. 얼굴 위에는 한 줄기 기갈의 신색이 떠오르고 있었다.
 
윌라 수는 전혀 취페이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다는 듯 몸을 돌려 양내진을 향해 말했다.
 
“사랑하는 진아, 이제 네 차례야. “
 
양내진은 지금까지 칵테일을 맛 본 적이 없었다. 비록 윌라 수가 마시는 것이 아주 맛있는 듯 하게 보였지만 마음 속으로 약간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손으로 유리잔을 들고 한참을 또 마시지를 못하며 약간 주저하며 말했다.
 
“수 이모, 나 정말 술 못 마셔. 못 마시겠어. “
 
“바보, Don’t be afrid. 이건 술이 아냐. 그냥 음료야. “
 
윌라 수는 차근차근 유도하며 권유했다.
 
“Long Island Iced Tea, 들어봤지? 이건 아이스 홍차랑 거의 비슷해. 달고 맛있어. 조금도 술맛은 안나. “
 
양내진은 유리잔 안의 갈색 액체를 바라봤다. 그것은 불빛 아래 확실히 일종의 홍차와 같은 빛깔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그녀는 믿는 듯 마는 듯 입가에 빨대를 대고 빨아 마시기 시작했다. 보니 홍차와 같은 액체가 점차 하강했다. 윌라 수의 얼굴에 일종의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이 노출됐다. 나는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 손을 내밀어 양내진을 제지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다 마시고 난 후였다. 유리잔 안에는 다만 얼음 덩어리 만이 남아 있었다.
 
양내진은 다 마시고 난 후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아아! 정말 술맛이 안 나네. 냉수 마시는 거랑 별차이가 없어. “
 
원래 눈처럼 하얀 가냘픈 작은 얼굴 양 쪽으로 붉은 구름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활짝 핀 장미와 같이 아름답게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이었다.
 
“내가 널 속이지 않았지? 정말 아주 맛있어. 너 한 번 마시고 나면 그것을 좋아하게 돼, 이후에는 또 마시고 싶을 거야. “
 
윌라 수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 속에 약간의 교활함을 느꼈다. 웃음 속에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았다.
 
“에. “
 
양내진은 마치 입을 열어 찬동을 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 줄기 기체가 체내에서 올라왔다. 그녀는 트림을 멈출 수 없었다. 이어서 몸이 굳어졌다. 멈춘지 2초후 갑자기 전신에 힘이 빠지며 옆으로 쓰러져갔다. 나는 급히 손으로 그녀의 교구를 받았다. 다만 보니 그녀의 별 같은 눈은 굳게 잠긴 채 호흡은 균등했다. 마치 잠이 든 것 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당신 무엇을 먹인 거야? “
 
나는 사나운 목소리로 물었다.
 
윌라 수는 다가와 보더니 손을 내밀어 양내진의 뺨을 어루만졌다. 얼굴에 원래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호호, 괜찮아. 진아는 다만 취한 것 뿐이야. “
 
“당신 이건 음료라고 하지 않았어? 어째서 취할 수가 있어? “
 
나는 마음 속의 노기를 참을 수 없어 말했다.
 
“Long Island Iced Tea 안에 5종의 술을 섞었으니 당연히 취할 수 있지. 다만 진아의 주량이 이렇게 약할 줄은 생각을 못했어. 이렇게 반 잔에 취해 버리다니. “
 
윌라 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무고하다는 모습이었다.
 
“상관 없어. 한 잠 자고 나면 좋아질 거야. 나처럼 늘 마시다보면 취하기가 쉽지 않을 거야. “
 
나는 윌라 수의 해명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손 안의 꾸냥의 교구가 더욱더 아래로 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차라리 아예 그녀를 들어 올려 안은 채 몸을 돌려 호텔 쪽으로 걸어갔다. 비록 그 긴 테이블은 가면 갈수록 멀어졌지만 귓가로 윌라 수의 그 방탕하기 그지없는 웃음소리가 여전히 들려오고 있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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