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천약유정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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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8,953회 작성일 17-02-12 06:30

본문

 

 

 

 

제62장

 

조산진에서 설날을 보내곤 했던 것은 내 기억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었다. 시끌벅적한 폭죽 소리와 경축의 현악 연주 소리가 일찍부터 나를 깨웠다. 당신이 침상에서 일어나 옷을 잘 입기를 기다리지 않고 폭죽의 유황 냄새와 향초 냄새가 이미 실내를 스며 들어와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귓속으로는 모친이 침상에서 빨리 일어나라는 장황한 재촉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나서 아래 층으로 내려가 보면 거실 한 가운데 상 위에는 이미 제물과 술이 차려져 있었다. 집 안의 여자 어른들은 주방에서 바빴다. 관례에 따라 남자들이 조상님들께 절을 하기를 기다려 여자들은 비로서 거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런 후 그녀들은 따스한 밥과 찬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일가족이 원탁 앞에 둘러 앉아 폭죽 소리 속에서 신년의 첫 조찬을 향유하기 시작했다.

 

밥을 배불리 먹은 후 젊은 사람들은 분분히 집 문을 떠났다. 진의 그 세월이 오래 된 청석판으로 된 큰 길로 걸어갔다. 큰 길 양 편의 상가는 이 날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휴식을 취하다 신년 팔 일에야 비로서 상점을 연다. 그리고 농업에 종사하는 집안은 더욱 늦는 것이었다. 그들의 법정 휴가일은 정월 대보름날이 지난 후까지 였다. 어쩌면 더 멀지도 몰랐다. 이것은 상제께서 농민에게 정해준 명절이었다. 앞선 천 년 동안 이렇게 내려온 것이었다.

 

새 옷을 입은 남녀들이 거리 위를 빽빽이 오가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혀 거리낌 없이 문을 닫은 점포 앞에 늘어서 큰 소리로 떠들며 주사위, 카드, 마작 등의 일절 도박과 관련된 게임을 하며 놀았다. 근본적으로 경찰이 도박을 단속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정월 초 하루부터 여드레 날 까지는 주거민들을 풀어주는 날이었다. 녹을 먹는 사람들은 이 날 동안은 백성들을 건드릴 수 없었다. 이 것은 조상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관습이었다.

 

나와 백리원은 손에 손을 잡고 느린 걸음으로 인파가 용솟음치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발 아래 청석판이 깔렸던 큰 길은 이미 아스팔트가 깔린 거리로 대체되어 있었다. 신변을 오고 가는 남녀들은 사투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더욱이 그들 활짝 문을 연 상점들은 오고 가는 손님들을 점포 안으로 부르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들 점포들은 간판이며 인테리어가 모두 비슷했다. 점포 속에 앉아 있는 가게 주인 및 점원들은 더 이상 그러한 익숙한 낯익은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일을 해서 생계를 꾸려가는 것은 지난 세기와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었다.

 

기름 가게, 쌀 가게. 정육점, 떡집, 이불 가게 등등, 눈 앞에 아름다운 많은 물건들이 진열대 안에 잘 진열된 채 고객들이 세심히 선택해 고른 후 구매되어 보내지는 것이었다. 이들 점포들은 오랜 세월 동안 개장해 있었다. 신세대의 점원들은 법정 명정일을 누릴 기회가 없었다. 원래의 점포 주인들이 이미 관광 회사의 고용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이 진도 하나의 큰 공장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로 말하자면 이것이 반드시 좋지 않은 것만은 아니었다. 이 추억이 충만한 작은 진 안에서 백리원이 다른 사람에 의해 인식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진 안의 약간의 연령이 늙은 아는 사람들은 모두 옛거리 안에 있기 때문에 신거리는 여행객들과 회사 고용자들의 천하였다.

 

우리는 마치 나이가 큰 차이 나지 않는 연인처럼 천천히 유람하듯 놀며 걸어 다녔다. 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들은 다만 이 하늘이 점지해 준 것 같은 배필의 남녀를 선망할 뿐이었다. 이따금 한 두 사람 백리원을 알아보는 옛거주민을 만났지만 다만 열정적으로 그녀와 인사를 나눌 뿐 절대 그들이 나의 신분을 알아내리라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설날이 지난 이 며칠간 우리는 기본적으로 옛날 집에 머물렀다. 백리원은 큰 외삼촌의 집으로 돌아가자고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더욱 의아한 것은 줄곧 열정적으로 손님을 반겨주던 황앵 역시 우리를 부르지 않는 것이었다. 오히려 남향이 몇 번 건너와 우리에게 적지않은 신선한 식재료와 설맞이 용품을 가져다 주었다. 비록 진 안의 상가들이 설날 기간에도 문을 여는 것이었지만 결국 우리로서는 적지 않게 아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백리원은 마치 옛날 집에 머무르는 것이 즐거워 보였다. 그녀는 화장도 하지 않고 마치 완미한 가정주부처럼 바쁘게 가무를 돌보는 것이었다.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나를 위해 하나 하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옛날 집 안은 그녀의 바쁜 발걸음으로 충만했다. 옥 같은 다리가 움직이며 치마가 휘날리는 바람 소리와 아울러 그녀 신상의 마치 난과 같고 사향 같은 독특한 체향이 이 집에 생기와 활력이 충만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회중시계의 여인을 찾는 그 일에서 나는 계속 진전이 없었다. 우리는 일찍부터 진 안의 크고 작은 수를 놓는 점포를 찾아 다녔다. 하지만 그들 낯선 외모의 점원들의 입에서는 무슨 건질만한 소식이 하나도 없었다.

 

진 안의 그들 수를 뜰 수 있던 늙은 여자들은 세상이 이미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들 집안의 여인들은 성 안으로 일을 찾아 가버렸거나 진 안 관광회사에서 종업원이 되거나 해서 있었다. 세대를 넘어서 수공예를 전승하는 것은 극히 적었다. 결국 이걸로는 돈을 벌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었다.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돈을 벌기가 훨씬 빠른 것이었다.

 

특별히 진 안의 처녀들은 생긴 것이 예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상관없이 모두 강남 여자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갖고 있었다. 그녀들의 머리 회전이 잘 돌아가고 신체가 충분히 개방적이기만 하면 큰 성 안에 가서 돈을 벌기가 아주 용이했다. 처녀들은 중학교를 마치고 나면 나갈 수 있었다. 밖에서 사오 년 정도 고생하면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부모 형제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 것이 마치 개선장군 같았다. 그녀들의 집안에 대한 공헌을 비교해보면 이런 특수한 대접도 결코 지나치지 않았다. 개발구 안의 그 하나하나 세워진 새집들 중 적지 않은 집이 모두 진 안의 처녀들의 공로였다.

 

분분히 밖으로 나간 처녀들에 대해 진 안에 남아 있는 나이든 사람들은 당연히 설을 보내러 오랜만에 돌아온 딸들을 가가호호 환영해 마지 않았다. 그들이 얼마의 돈을 벌었건 아니건 상관없이 집안 사람들도 딸들이 집을 위해 무슨 공헌을 했는지 따지지 않았다. 그들이 평안히 집으로 돌아 오기만 한다면 연로한 부모들은 모두 오랜만에 즐거움의 웃음을 노출하는 것이었다. 집집마다 돈을 벌었건 못 벌었건 간에 새해를 맞이 할 때면 항상 이러한 즐거운 정경인 것이었다.

 

따라서 옛날 집이 있는 이 곳 집 안은 특별히 조용했다. 우리는 거의 주위의 이웃과 왕래를 하지 않았고 또 거의 우리를 방해하러 오지 않았다. 옆집의 그 이 숙모를 제외하고는 말이었다. 

 

그녀는 항상 열정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의심스러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청하지 않아도 스스로 백리원을 찾아와 잡담을 나누었다. 그런 후 기회를 빌어 그녀의 최신식 의복을 만져보는 것이었다. 우리가 가져온 신선한 물건을 가지고 놀면서 입으로는 과도하게 과장해서 찬탄의 말을 했다. 크지 않은 양 쪽 눈으로 도처를 훑어봤다. 집 안을 이리 저리 마치 우리의 신상을 정탐해서 무슨 비밀이라도 찾아내려는 듯 했다.

 

나는 이 이 숙모에 대해 전혀 호감이 없었다. 하지만 백리원이 나를 다시 타일렀다. 만일 그녀를 건드리게 되면 그녀가 이 동네에서 유명한 참견꾼이기 때문에 혀로 함부로 씹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전파하고 다니기로 유명하다는 것이었다. 만일 우리가 그녀를 건드리지 않으려면 그녀 이런 종류의 청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버릇에는 참고 또 참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예측 밖으로 이 이 숙모가 뜻밖에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음력 정월 셋째 날 중오였다. 백리원은 주방에서 요리에 바빴다. 나는 혼자 거실의 원탁 옆에 앉아 수중의 위 아저씨의 회중시계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무런 실마리도 찾지 못하자 짜증이 나고 있었다.

 

이 숙모가 언제인지 모르게 실내로 들어왔다. 그녀와 백리원은 주방에서 한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어찌된 일인지 거실로 뛰어 들어왔다. 마치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는 모양이었다. 눈치 빠른 그녀는 아주 빠르게 내 수중의 물건을 봤다.

 

“앗! 이건 요아주머니 아냐? “

 

이 숙모의 이 한 마디 말은 나로 하여금 문득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양 눈에 눈부신 빛살을 사출하며 물었다.

 

“뭐라고 하셨어요? 사진 속 여인을 알고 있어요? “

 

급한 마음에 나의 손에는 저절로 큰 힘이 들어갔다. 이 숙모가 어찌 나의 이 손아귀 힘을 감당하겠는가? 그녀는 즉시 고통에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아야, 빨리 손 좀 놔. 내 손을 끊어버리려 하는 거야? “

 

나는 비로서 자신이 약간 지나쳤다는 것을 발견했다. 급히 잡았던 손을 놓으며 얼굴의 신정을 사근사근하게 바꾸며 말했다.

 

“죄송해요. 이 숙모. 안 다치셨어요? 약을 가져와서 발라 드릴까요? “

 

이 숙모는 듣더니 그 울 것 같던 얼굴이 즉시 꽃과 같은 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그녀는 손을 흔들며 필요 없다고 했다. 한 편으로는 말하며 한 편으로는 나의 팔을 잡았다. 질 나쁜 루즈를 가득 칠한 입으로 웃으며 말했다.

 

“백씨 집안 오라버니. 너 손 힘이 정말 세. 우리 두 아들과 비교해도 모두 세. 어떻게 단련을 한 거야? “

 

이 나이가 육십인 노부인이 어린 소녀와 같은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니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 속 정보를 알기 위해 나는 다만 인내심을 발휘하며 얼굴에 가짜 웃음을 걸며 물었다.

 

“이 숙모. 먼저 내 사진 속 여인이 누구인지 말해줘요. 이 사람을 나는 아주 오래 찾았는데 단지 숙모만이 알고 있는 거예요. “

 

내가 말 속으로 암암리에 이 숙모를 부추기자 과연 그녀는 아주 빠르게 끌려왔다.

 

“이 일이야. 내가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고 현재 진 안에서 알고 있는 사람은 진짜 거의 없지. “

 

이 숙모는 마치 자신이 무대에서 가장 뛰어난 것처럼 마구 큰 소리를 쳤다.

 

“사람들 모두 말하기를 이 숙모가 아주 대단하다 하더니 진 안의 집집마다 일을 모두 알고 있나 보네요? “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차 그녀에게 불길을 더 놓았다.

 

“호호, 그거야 당연하지. 이전에 우리 남편이 공사의 대대장이었어. 당년 나는 또 철낭자대의 선봉이었고. 내가 만나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 “

 

이 숙모는 분명 이러한 아첨에 아주 약한 것이었다. 그녀는 한층 흥분을 해서 기뻐 어쩔 줄 모르며 자신의 당년 영광스럽던 역사 속으로 빠져 드는 것이었다.

 

“숙모, 그럼 먼저 나에게 그 이야기 좀 해줘요. “

 

나는 그녀가 이렇게 말하면 말할수록 샛길로 빠질까 두려워 급히 말을 꺼내 주제로 돌아왔다.

 

“그래, 그래, 그래. 그 이야기를 해주지. “

 

이 숙모는 분명히 나에 대해 호감이 있었다. 내가 무엇을 말하면 그녀는 그 즉시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회중시계의 여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진 속 여인은 요아주머니라고 불러. 그녀의 진명은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어. 어차피 모두들 다만 그녀를 요아주머니라고 불렀어. “

 

“그녀의 집안 윗세대는 우리 진 안의 대지주였어. 그 전답과 그 산림이며 생활이 아주 풍족했어. 하지만 해방 후 바로 그르쳤어. 정부에 의해 비판 투쟁에 끌려가 아주 참혹했어. 전체 집안 사람 중 요아주머니 한 사람만 살아 남았어. 후에 기근이 들었을 때 그녀는 도망쳐 나갔었어. 어느 집 남자에게 시집을 갔는지는 모르겠는데 딸 하나를 데리고 돌아왔어. 그녀의 그 남자는 한 번인가 왔었는데 바로 가버렸어. 이후 다시는 돌아 온 적이 없었어. “

 

“그 요아주머니는 생긴 것이 그런대로 괜찮았어. 비록 의붓자식이 딸려 있었지만 적지 않은 홀아비들이 그녀를 좋게 생각했어. 하지만 그녀는 절개가 곧은 여인이었어. 누가 와서 그 일을 이야기해도 그녀는 모두 거절했어. 그 이후 그녀는 재가를 하지 않고 자신이 데려온 그 아이를 키웠어. 그 여자아이가 5살이 되었을 때 그녀의 남자가 다시 그녀에게 어린 남자아이를 데려다 주었어. 온 가족이 그녀 한 사람에 기대어 먹고 살았지. 다행히 그녀는 손기술이 있어서 자수가 아주 뛰어났어. 간신히 고생고생하며 아이들을 키워 나갔지. “

 

이 숙모는 비록 무슨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투로 봐서 이 충정 있고 절개 있는 요아주머니를 매우 존중하고 있는 것이었다.

 

 

“애석하게 여자아이가 15살이 되었을 때 요아주머니가 병을 얻어 죽었어. 다행히 여자아이가 영특해서 어린 나이에도 성으로 일을 하러 다녀서 동생을 키우고 공부를 시켰어. 하지만 그 두 아이는 진을 떠난 후에는 다시는 돌아온 적이 없어. “

 

여기까지 이야기하자 줄곧 수다스럽던 이 숙모의 얼굴에도 드물게 슬픈 기색이 떠올랐다. 매우 동정이 되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들이 뭐 남겨 놓은 것은 없나요? 요아주머니의 집은 어디예요? “

 

내가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막 한 점 실마리를 알게 되었는데 이들 당사자들은 또 없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이 일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았다. 급히 추문했다.

 

“요아주머니의 옛날 집은 원래는 큰 저택이었는데 해방 후 진 안의 빈농들에게 나누어졌고 남은 집 한 칸을 요씨네에게 주었어. 현재 그 집은 이미 관광 회사에 넘어가 창고가 되었어. 어쨌든 요씨 집안 사람들이 현재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아무도 몰라. “

 

이 숙모의 이번 말은 나로 하여금 희망에 다시 불이 붙게 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애써 찾으려던 단서를 우연히 그녀의 입을 통해 얻게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한 일이었다. 나는 미칠 듯이 기쁜 가운데 극력으로 냉정을 유지했다. 자신이 격동한 나머지 이 ‘진 안의 소식통’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까 두려운 것이었다. 고의로 핑계와 이야기를 돌려 한 바탕 기력을 소비하여 비로서 꼬치꼬치 캐물은 다음 이 숙모를 떠나 보냈다.

 

점심을 먹을 때 나는 이 일을 백리원에게 이야기했다. 그녀는 내가 며칠이나 찾아 헤매던 단서를 구한 것을 보고 나를 위해 아주 기뻐했다. 하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것에 따르면 요아주머니의 그 집은 진 입구에 위치한 진 정부 옆에 있었다. 우리가 있는 이 옛날 집에서는 거리가 좀 있었다. 현재 진 안은 가장 시끄러운 때라 우리가 건너가 수색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까 두려웠다.

 

따라서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나는 독자적으로 혼자 문을 나섰다. 떠나기 전 나는 한동안 백리원을 잘 달래야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계속 나와 함께 가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함께 이런 종류의 일을 하러 가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느꼈다. 그 회사 안에 무슨 수상쩍은 일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게다가 무슨 돌발변수라도 만난다면 나는 그녀를 돌보는데 신경을 분산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나는 그녀를 설복해 집에서 나를 기다리도록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쨌든 이 곳은 좀 큰 지방이었다. 내가 돌아오는데 또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여강의 세력이 아무리 크다 해도 여기까지는 손을 뻗지 못할 것이었다. 조산진은 분명 가장 안전한 지방이었다. 당연히 이후에 발생한 일은 나의 추측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설령 이와 같더라도 문을 나서기 전 백리원의 여전히 두렵고 불안한 신정에 나 역시 재삼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비밀에 속앓이를 한 것이 내게는 너무 오랜 것이었다. 만일 회중시계 배후의 진상을 찾지 못한다면 나는 계속해서 마음 속의 번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나는 독하게 마음을 먹고 문을 나섰다. 하지만 백리원의 정서 안정을 위해 그녀에게 조금의 안전감을 주기 위해 나는 간직하고 있던 글로(Glock) 18을 그녀의 손 안에 쥐어 주고 사용방법에 대해 그녀에게 상세히 설명을 했다. 백리원은 이 시커먼 화기를 단단하게 가슴 앞에 안고 있자 얼굴의 두렵고 불안한 신정이 약간 가라앉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문을 나서 떠날 때 그녀의 눈 속 그 담담한 음영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 것이었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나는 보행을 해서 문을 나서 진 입구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이 때 야색은 이미 짙었고 등불이 사방에서 켜지고 있었다. 거리 위 행인은 이미 많지 않았다. 여행객들과 거주민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몸에 검정색 공군점퍼를 입고 챙이 있는 모자를 눌러써 얼굴을 가렸다. 그냥 거리를 지나는 보통의 여행객같이 입었으므로 어떠한 주의력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 입구에 도달했다.

 

진 정부 그 모조한 건축물이 이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옆 쪽에 이웃해 이 숙모가 말한 요아주머니의 대저택이 있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담벽 위 CCTV 카메라를 피해서 나는 대저택을 따라 한 바퀴 세밀히 살펴보며 조사를 했다. 집 안쪽에서 희미하게 개 짓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발견했다. 집 중간 불빛이 밝혀져 있는 것이 뚜렷이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저택 배후에서 비교적 낮은 담머리를 찾았다. 몇 걸음 뒤로 후퇴해 몸을 날려 도약했다. 양 손으로 담을 잡고 당겨 뒤집으며 건너갔다.

 

땅에 떨어진 후 나는 사방을 살폈다. 자신 저택의 안뜰에 있는 것이었다. 저택의 규모와 안쪽에 세밀한 조각을 해 놓은 문병과 연못으로 보아 이 저택은 참으로 대부호의 집 같아 보였다. 단지 오늘날 집 안을 오래도록 보수하지 않아 벽의 색이 바라고 허물어진 정도가 몹시 심했다. 연못은 탁하고 더러웠다. 하지만 저택에는 현재 투숙객이 없어 그것들을 처리하지 않고 있었다.

 

안뜰과 배후의 대청은 하나의 담으로 서로 떨어져 있었다. 그쪽 편에서 은은하게 어육의 향기와 황주가 끊는 냄새가 전해져 왔다. 또 두 사람이 술을 권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들을 놀래킬 생각이 없었다. 다행히 방의 대부분은 안뜰 사방에 집중되어 있었다. 잠시 사고를 하다 먼저 손 가는 대로 그 상방을 찾아 나섰다. 방의 낡은 목문 위에 자물쇠가 걸려있어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일은 없었다. 나는 꼼꼼히 세 개의 상방을 수색했다. 안쪽에는 어떠한 가구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가지런하게 적지 않은 박스가 쌓여 있었다. 안에는 모두 약간 값비싼 궐련과 토산품 류가 들어 있었다. 나는 몇 번 뒤적이지 않아 나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후 물러 나왔다.

 

최후로 안뜰 이쪽 편은 모두 나에 의해 수색이 되었다. 유일하게 수색하지 않은 방은 대청 그리고 문 입구 주방 맞은 평의 방이었다. 대청에는 가운데 탁자에 두 명의 중년 남자들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나는 탁자 아래쪽에 앉아 뼈를 핥고 있는 누렁개를 주의했다. 마음 속에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허물어진 벽에서 돌맹이를 하나 주어 활짝 열린 대문 입구 음영 속으로 던졌다. 그 경각성이 아주 강한 누렁개는 즉시 달려 나가 문입구에 서서 미친듯이 짖는 것을 그치지 않았다.

 

두 사내는 누렁개가 이상한 거동을 하는 것을 보고 비록 이미 적지 않은 술을 마셨지만 반응 빠르게 몸을 일으켜 문 입구로 보러 갔다. 나는 기회를 틈타 음영 속에서 번개같이 나와 손바닥으로 쾌속하게 두 사람의 목덜미 후방의 대동맥을 갈랐다. 두 사람은 소리를 발출할 겨를도 없이 바닥에 혼절했다. 나는 이어서 탁자 위의 통닭 구이 반 쪽을 누렁개에게 던졌다. 익숙한 고기의 유혹에 그 놈은 즉시 짖는 것을 멈췄다.

 

나는 집 안에 또 다른 기타의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곧장 달려가 그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먼지를 뒤집어 써 나로 하여금 두어 번 재채기를 하도록 만들었다. 실내에 있는 백열등은 이미 아주 오래되어 어둠충충하니 밝지 않은 광선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실내는 삼중 합판을 이용해 방을 두 개로 나누고 있었다. 바깥에는 폐기된지 몇 년 된 부뚜막이 있었다. 도처에 각종 낡은 가무와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었다. 나는 꼼꼼히 한 번씩 뒤집었다. 몇 가지 수를 놓는 물건 외에는 모두 보통의 농가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들 잡동사니 중간으로 간신히 하나의 통로가 나 있어 지나갈 수 있었다. 나는 걸려 있는 낡은 꽃무늬 커튼을 젖히고 안 쪽 삼중 합판을 이용해 이루어진 방 안으로 들어갔다. 20평방 크기의 실내에는 두 개의 낮은 침상이 놓아져 있었다. 안은 약간 큰 것이 바깥에 비해 비교적 길었다. 실내에 늘어져 있는 기타 물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공간은 다만 한 명의 성인이 발을 디딜 정도였다. 침상에는 몇 개의 구식 바구니 상자가 쌓여 있었다. 위로는 어수선하게 신문지와 달력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안에는 밖으로 미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다. 밖에서 들어오는 광선을 빌어 나는 달력 포스터를 들춰 보았다. 이어서 그들 바구니 상자를 취해 살펴봤다. 앞의 두 상자 안에는 옛날 옷들이 들어 있었다. 스타일이나 크기로 보아 여인의 것 위주였다. 그 중 몇 가지는 남자아이 것 같았다. 하지만 의복이 모두 몇 번이나 기우고 또 기운 것이 이 집 사람들이 경제상으로 얼마나 궁핍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최후의 바구니 상자를 뒤적일 때 비로서 최대의 발견을 할 수 있었다.

 

이 상자 안은 휑뎅그렁했다. 다만 몇 장의 사진과 종이만이 있었다. 나는 먼저 그 종이를 들고 살폈다. 단지 독촉장과 학교 개학 통지문 같은 것에 불과했다. 나는 다시 사진을 들고 뒤적이며 살폈다. 앞 선 몇 장의 사진은 모두 흑백 사진이었다. 사진 안에는 두 명의 여성이 있었다. 한 명은 내가 앞서 회중시계에서 본 바로 그 여자였다. 바로 이 숙모가 말한 요아주머니임이 분명했다.

 

사진 속 요아주머니의 연령은 분명 30세 전후였다. 이미 회중시계 속 청춘소녀의 청수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단정한 단발 아래 그 얼굴에는 적지 않은 풍상의 흔적이 있었다. 여전히 맑고 투명한 눈빛 속에는 우울함이 깃들여 있었다. 날씬한 몸매에는 아주 보통의 백색 셔츠와 검정색 바지를 입고 내가 있는 이 오래된 집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왼 손은 10세 전후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잡고 있었다. 오른 손으로는 좀 더 어린 남자 아이를 부축하고 있었다. 그 남자 아이는 비록 얼굴이 아주 어려보였지만 키는 이미 여자아이와 비슷했다. 이 두 아이 신상의 의복은 아주 낡은 것이었다. 면목은 약간 모호한 것이 뚜렷하지가 않았다.

 

나는 두 번째 사진을 들췄다. 이것은 2촌 크기의 흑백 개인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20대의 젊은 남자가 한 명 있었다. 60년대 군장과 둥근 챙의 군모를 쓰고 있었다. 이 남자는 국(國)자형 얼굴에 높은 콧날, 짙고 검은 눈썹에 아주 영준했다. 게다가 오관의 윤곽에는 위엄 있는 정기가 있었다. 양 눈을 형형히 빛나며 전방을 노려보고 있었다. 굳게 다문 양 입술은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사진을 통해 위 아저씨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비록 남산도에서 본 그는 이미 고통과 학대에 찢겨진 모습이었지만 그 얼굴형과 눈빛으로 보아 이것은 분명 그가 젊었을 때 찍은 사진이 틀림 없었다.

 

이 사진을 찾자 나는 격동해 마지 않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찾고 찾은 끝에 돌고 돌아 나는 간신히 위 아저씨의 과거를 찾은 것이었다. 간신히 나에 대한 그의 은정과 당부를 저버리지 않은 것이었다. 보아하니 이 조산진을 온 것은 정말 잘 한 것이었다. 하지만 각도를 달리해 생각해보면 만일 위 아저씨가 남산도에서 나를 구하지 않았다면 나는 건강하게 백리원의 신변으로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었다. 만일 나와 백리원이 모자관계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녀의 말을 따라 조산진의 실마리를 알지 못했을 것이었다. 또한 행적을 쫓아 이 저택을 찾을 수도 없었을 것이었다. 이 일절의 것은 시작부터 끝까지 마치 모두 조산진과 벗어날 수 없는 관련이 있었다. 나와 위 아저씨 간에 또 이러한 떼어낼 수 없는 끈이 있을 줄은 생각치 못한 것이었다. 정말 어둠 속에 하늘의 뜻이 있는 것이었다.

 

마지막 한 장의 사진을 집어 든 나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 몸을 떨었다. 양 눈으로 매우 믿기 어렵다는 빛을 사출했다. 그 사진은 유일한 칼러 사진이었다. 안에는 단지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18세 전후의 젊은 꾸냥이 오른 편에 서 있었다. 그녀의 발육은 극히 좋아 가슴 부분인 백색 티셔츠가 높이 부풀어 있었다. 하반신에는 남색의 청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양 쪽의 길지만 비율이 아주 좋은 가냘픈 하얀 다리에는 백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녀의 칠흑 같이 곱다란 긴 머리카락은 자연스럽게 어깨 위로 드리우고 있었다. 희고 깨끗한 청수한 얼굴 위에는 청춘의 숨결이 실려 있었다. 엄연히 바로 이것은 젊은 십대 때의 요영 누나가 분명했다.

 

이 젊은 요영의 얼굴 위에는 웃음이 찬란했다. 그녀의 한 손은 왼쪽 편에 서 있는 그 남자아이의 허리춤을 두르고 있었다. 이 남자아이는 그녀에 비해 족히 머리 하나는 컸다. 호리호리한 신체에 그의 키 큰 체형이 배합되어 있었다. 신상에는 나시 반바지 세트를 입고 있는데 약간은 사지 발육의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시선이 남자아이의 얼굴로 이동했다. 그 일순간 나는 멍해졌다. 이 남자아이의 머리는 짧게 깎고 있었는데 얼굴은 햇빛에 그을린 건강한 색이었다. 하지만 오관은 윤곽이 나와 아주 많이 닮았다. 마치 자신이 갑자기 7, 8세가 젊어진 채 이 사진 속으로 공간 이동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생각을 떠올렸다. 요영이 일찍이 나에게 거론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나와 아주 생긴 것이 닮은 동생이 있다고. 나는 당시 그 말에 별로 주의를 하지 않았었다. 오늘 이 사진을 보니 비로서 그녀의 의사가 명백해졌다. 과연 그녀의 남동생은 한 눈에 보아도 나와 아주 닮은 것이었다. 요영이 기술한 것으로 보아 이 남자아이는 분명 나에 비해 몇 살 많은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렴풋이 또 어디인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도대체 어디가 이상한 것인지는 일시간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각 나 역시 너무 많은 것을 분석할 수 없었다. 이 방 안에서 이렇게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었으니 더 이상 머무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나는 이 사진들을 호주머니 안에 넣었다. 그런 후 바구니 상자를 원래대로 회복시켰다. 그런 후 문을 닫고 빠져 나왔다. 대청 안 두 사내는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대문을 잘 닫은 후 다시 원래대로 담을 기어서 나왔다. 지문 등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나니 다만 그 누렁개만이 집 안에서 왕왕 짖고 있었다.

 

옛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의 뇌 속으로는 계속 방금 전 저택에서 발견한 사진을 생각했다. 이 숙모의 말에 따르면 요아주머니와 위아저씨는 바깥에서 안 것이었다. 요아주머니가 요영을 낳은 후 혼자 진으로 되돌아와 생활을 한 것이었다. 몇 년이 흐른 후 위아저씨가 비로서 진으로 왔다. 이후 요아주머니는 또 남자아이를 낳은 것이었다. 그런 후 위아저씨 혼자 떠나가 그 이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요아주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요영이 혼자 남자아이를 정성 들여 키운 것이었다. 이렇다는 말은 요영의 부친이 바로 위아저씨인 것이었다. 요아주머니는 분명 위아저씨의 아내였다. 다만 어째서 위아저씨 같은 용맹한 협의인이 자신의 아내를 집안에 그렇게 버려둔 것일까? 이 안에는 분명 무슨 곡절이 있는 것이었다.

 

나는 반복해서 이 문제를 음미하며 사고했다. 뇌 속으로 약간 어렴풋한 것이 있었다. 마치 떠오르지 않는 무엇인가가 분명 있는 것 같았다. 빌어먹을! 기억 속 분명 어느 곳인가 착오가 있는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자신의 이마 끝부분이 은은히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됐어. 지금은 이것을 그만 생각하자. 먼저 집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을 하자. 백리원이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백리원의 옥 같은 얼굴 그리고 그녀의 이별을 할 때 아쉬워하던 표정을 떠올리자 나는 마음이 다시 뜨거워졌다.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졌다.

 

나는 보행을 하고 또 진 안의 큰 길을 뚫고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진 밖의 강을 따라 나있는 작은 길을 걸었다. 이 작은 길의 막바지에는 강의 수면을 뛰어넘는 다리가 하나 있었다. 다리 왼쪽 편은 큰 외삼촌의 집이 있는 개발구로 통하는 것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우리가 현재 있는 옛날 집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강에 바짝 붙어 있는 작은 길에는 일편 울울창창한 소수림이었다. 여름 시기에는 진 안의 거주민들이 피서를 오는 곳이었다. 또한 젊은 남녀들의 천연의 밀회 장소였다. 당연히 이 시절에는 이 안을 지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빠르게 그 다리 부근에 도달했을 때 일남일녀가 수림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암암리에 웃었다. 이런 들판에서 짝을 지으려 하다니 너무 돈을 아끼려는 것 아냐? 이렇게 추운 날씨에 무슨 방이라도 얻을 것이지. 어두운 밤하늘에 숲 속에 있다가는 얼어죽기 십상일 것이었다. 나는 살며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계속 가던 길을 걸어갔다. 다리 앞에 도달했을 때 그 남녀도 빠르게 수림 옆을 걸어가고 있었다. 다리 앞 가로등 불빛을 빌어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한 눈에 보았다.

 

다만 보이는 것은 그 남자의 키가 매우 큰 것이었다. 상반신에는 황갈색의 가죽옷을 입고 있었다. 하반신에는 흑색 청바지였다. 머리는 반들반들하니 머리카락이 없었다. 보아하니 그렇게 어리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의 신변의 여인은 검정색 모자 챙이 넓은 예모를 쓰고 있었다. 검정색 바람막이 코트가 그녀의 포만하니 정취 있는 몸매를 단단히 조이고 있었다. 발에는 7센티 전후 높이의 힐이 있는 검정색 롱부츠를 신고 있었다. 게다가 여인의 그 극히 길고 아름다운 양 다리로 남자의 신변에 서 있으니 그에 비해 다만 약간 작을 뿐이었다. 비록 등 뒤에서 보아 여인의 연령이며 용모를 볼 수 없는 것이지만 그 고운 체형으로 보아 분명히 꽤 아름다울 것이 확실했다.

 

나는 아주 진지하게 이 두 사람을 보지는 않았다. 필경 그들은 그 수림 속에서 야합을 즐기려는 것이니 나와는 무관했다. 단지 그 여인의 양 쪽 긴 다리가 아주 두드러지는 것이 나로 하여금 부득이 보면서 마음 속으로 자연히 백리원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었다.

 

백리원… 맞다! 내가 막 다리 면을 디디려 했을 때 뇌 속으로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롱부츠, 보아하니 약간 익숙했다. 나는 일찍이 그 밖에 그렇게 하늘하늘거리는 긴 다리를 본 적이 없었다.

 

생각이 이에 이르자 나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그 남녀는 이미 빠르게 수림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마음 속 의심을 멈출 수 없었다. 몸을 돌려 따라갔다. 가로등 불빛을 빌어 곁눈질을 하니 보면 볼수록 그 여인이 바로 백리원 같다고 느껴졌다. 아냐… 그녀는 바로 백리원이었다. 나는 그 롱부츠의 꼬리부분에 둥근 하얀색 솜털 장식이 있는 것을 보았다. 일전에 내가 일찍이 그 롱부츠를 직접 혼백이 달아날 듯한 아름다운 다리에서 벗겨준 적이 있었다.

 

백리원이 일찍이 내게 말했었다. 그 롱부츠는 페라가모(Ferragamo)로 최근 막 나온 스타일이었다. 이러한 이탈리아 원산지의 브랜드 롱부츠는 미화로 800달러였다. 조산진 이런 곳에서는 거의 찾아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롱부츠를 신은 그 길고 또한 곧은 아름다운 다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런 롱부츠를 신고 나아가 이렇게 아름다운 다리를 가진 여인은 다만 백리원 뿐이었다. 기타의 가능성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녀인가? 백리원이 왜 이 곳에 출현했단 말인가? 우리는 경솔하게 외출을 하지 말자고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분명 옛날 집에서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어째서 이렇게 야밤에 한 낯선 남자와 진 밖의 작은 길 위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들은 또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 어둠컴컴한 작은 수림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나는 은밀히 그들의 몸 뒤를 쫓았다. 작은 수림 속의 나무는 꽤 조밀했다. 하지만 현재 겨울인 이유로 잎사귀를 벌거벗은 가지들이 번들번들하니 야공을 향해 뻗어 있었다. 틈을 따라 비치는 빛으로 인해 보이는 정도가 괜찮았다. 가을에 떨어진 낙엽들이 수림 속 말랑말랑한 진흙토 위에 쌓여 있었다. 비로 젖어 있어 있는 곳을 통과하니 지면이 약간 질퍽거렸다. 그 남녀의 구두가 위를 밟으며 철벅철벅 소리를 냈다. 나는 나뭇가지의 음영의 도움을 받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뒤쪽에서 따라갔다. 다년간 훈련을 통해 추적기술을 배운 것이 나로 하여금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감출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무엇인지 모를 말을 하며 한 편으로 수림 깊은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이 대략 십분 전후로 걸어가자 수림 깊은 곳 작은 평지에 도달했다. 이 안의 수목 가지는 드문드문했다. 발 아래 지면도 그렇게 습하지 않았다. 그 남자가 나에게 등을 보인 채 걸음을 멈췄다. 여인의 손을 끌며 무엇인가를 말하는 듯 했다. 나의 이 각도 하에서는 여인의 측면만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비록 비스듬히 검정색 창이 넓은 예모의 음영이 여인의 양 눈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 오똑한 아름다운 코, 선홍의 앵도 같은 입술, 아울러 우아하니 긴 희고 깨끗한 목. 바로 백리원이 아닌가? 만일 내가 앞서는 만분지 일의 요행으로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혹자는 진 안에 또 그녀와 비슷한 몸매에 롱부츠를 신은 여인이 있을 수 있다고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 생생하게 내 눈 앞에 드러나 있으니 가혹하리만치 나는 일절 철두철미하게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이럴 수 있는 것인가? 나는 필사적으로 터져 나오려는 노화를 억눌렀다. 마음 속에 마치 천만 개의 목구멍에서 화가 튀어나오려 했다. 원원! 당신은 나에게 집에서 기다린다고 약속하지 않았어? 왜 달려 나온 거야? 왜 당신이 낯선 남자와 이 곳에서 밀회를 하고 있는 거야? 얼마 전에 나와 사랑을 할 때 나 한 사람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었어? 설마 그게 모두 거짓말이란 말야?

 

질투, 분노, 굴욕, 불만… 이들 부정적인 정서가 쾌속하게 나의 내심을 점거하고 있었다. 마치 산더미 같은 흉악한 벌레들 같이 나의 심장을 갉아 먹는 것이었다. 나는 전신의 혈관이 모두 터져 나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눈 앞이 마치 일층 혈무로 가려지는 것 같았다. 일절 빠르게 붉은 피 빛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수림 속 그 두 남녀는 결코 정지해 있지 않았다. 그 남자는 백리원의 왼 손을 받쳐 들고 마치 무엇인가를 말하는 듯 했다. 이것은 구애를 하는 것인가? 남자의 까까 머리가 야밤 속에 뚜렷이 아주 우뚝했다. 마치 한 마리 발정기의 숫짐승 같았다. 교배의 정보 요소를 찾아 발산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백리원은 그 섬세한 손을 그에게 붙잡힌 채 다른 한 손은 계속 코트 호주머니 속에 찔러 넣고 있었다. 양 쪽 붉은 입술을 모았다 벌렸다 하는 것이 마치 마주한 남자에게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표정으로 보아 기뻐하는 것인지 싫어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뚜렷한 거절을 표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 남자도 마치 이 점을 간파한 듯 했다. 그의 손발이 가면 갈수록 무엄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한 손을 내밀어 백리원의 가녀린 허리를 끌어 안았다. 백리원은 전신을 순간적으로 극렬히 떨었지만 피하지 못하고 이미 남자에 의해 안겼다. 그녀는 비록 한 손으로 분명 저항을 하려 했지만 아주 빠르게 남자의 힘 있는 양 손에 의해 제거가 되었다. 이 때 그녀의 그 몹시 가녀린 허리는 이미 남자의 수중에 떨어져 있었다. 남자의 입 속에서 “하하” 하는 음소가 나오며 몸을 구부려 그녀의 붉은 입술에 키스를 하려했다.

 

눈으로 보는 백리원은 이미 조금도 반항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 역시 강렬하게 반항의 의지를 표현하지 않았다. 다시 몇 초가 지나자 그 남자는 그의 입을 백리원의 붉은 입술 위에 잇댈 수 있었다. 이어 더욱 진일보해 그녀의 입술을 딸 수 있었다. 그런 후 그의 더러운 타액이 그 부드럽고 매끈한 구강 속으로 보내졌다. 나에게 속하는 그 특유의 영지가 기타 수컷에 의해 점유가 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지의 여주인은 조금도 반항의 힘이 없었다.

 

안돼, 절대 허용할 수 없어. 어떠한 사람도 내가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을 수 없어. 누가 감히 대담하게 나의 영지를 침범한다면 모두 죽여버릴 것이었다. 나의 마음은 순간순간 차갑게 굳어졌다. 전신의 피부가 쾌속하게 수축을 시작했다. 매 하나의 골격이 모두 출격할 준비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어서 몇 초 내에 나는 이 교만한 남자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그가 죽든 살든 비명 속에 백리원의 배반 행위를 까발리는 것이었다.

 

내가 막 뛰어나가려 할 때 그 남자에게 안겨있던 백리원이 갑자기 고개를 치켜 들었다. 검정색 창이 큰 예모 아래 쪽 얼굴이 완전히 미미한 불빛 아래 드러났다. 그 백합 같은 교염하니 아름다운 얼굴에는 한 줄기 애잔함과 단호함이 있었다. 그 특별한 눈빛은 내가 얼마 전 보았던 것이었다. 그 것은 그녀가 주차장 안에서 여강을 거절할 때 보였던 모습이었다.

 

남자의 커다란 입이 허공에 떠있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재차 찾으려 할 때 백리원이 계속 오른쪽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있던 섬세한 손을 뽑아냈다. 이어서 일성 크지 않은 소리가 발출됐다. 마치 삼페인 병 마개를 뽑을 때 나는 소리 같은 것이 고요한 수림 위 하늘을 뚫고 지나갔다. 몇 마리 놀란 둥지 속 새들이 날아 올랐다. 조류가 날개를 퍼덕이며 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이 일절 모든 것은 전광석화 간에 발생했다. 내가 반응을 하려 했을 때 남자의 등 부위가 쫙 펴졌다. 신상의 가죽옷 중간에 갑자기 하나의 커다란 구멍이 났다. 구멍 속을 통해 끊임없이 암홍색의 액체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남자의 신체는 일진 휘청였다. 백리원은 기회를 틈타 그의 양 팔에서 벗어났다. 그는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내밀어 흐느적 거리며 백리원을 가리켰다. 입으로는 마치 상처 입은 야수와 같이 몇 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너… 너… 너… “

 

그런 후 그는 맹렬히 앞 쪽으로 뛰어 들었다. 분명히 백리원의 목을 잡고 조르는 것이었다. 그의 큰 체형에 이렇게 뛰어드는 힘에 백리원은 그에게 밀려 한 그루 나무에 기댔다. 남자의 양 손은 안쪽으로 조이고 있었다. 백리원이 비록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저항을 했지만 그 가냘픈 손으로는 그의 손아귀 힘을 벗어날 수 없었다.

 

위급한 정황을 보자 나는 더 이상 계속 방관을 할 수 없었다. 음영 속에서 비쾌하게 나서서 주먹으로 남자의 태양혈 위를 가격했다. 나의 이 일권은 힘이 아주 맹렬해 남자는 입 속으로 “끄으으” 하는 야수와 같은 괴성을 발출했다. 그런 후 비로서 양 손을 풀고 광대한 몸을 제자리에서 휘청이더니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속박에서 벗어나자 백리원은 양 손으로 조여졌던 목을 부여 안고 기침을 몇 번 했다. 그녀는 이제야 비로서 키가 큰 그림자가 면전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급작스러움에 입을 벌려 비명을 지르려 했다. 나는 급히 손을 뻗어 그녀의 단향 같은 입을 가로 막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원원, 나야. “

 

백리원의 커다란 양 쪽 눈이 놀란 채 빙글 돌아갔다. 희미한 빛을 빌어 그녀는 나의 윤곽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이 가라앉는 것을 보고 손을 풀어 주었다.

 

“석두, 너… 너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

 

백리원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얼굴색이 질겁해 색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원래 선홍의 앵도 같던 입술은 핏기가 가셔 창백했다. 백옥 같은 뺨은 뚜렷하게 혈색이 하나도 없었다. 하얗고 가녀린 옥 같은 손은 마치 학질에 걸린 환자처럼 떨고 있었다.

 

“툭! “

 

소리가 나며 백리원의 수중에서 무엇인가 떨어졌다. 내가 아래 쪽을 보니 그 검게 빛나는 글록(Glock) 18이 지상의 남자 시체 위에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이 남자에게 총을 쐈단 말인가? 설마 그녀는 이 남자와 밀회를 하러 온 것이 아니란 말인가? 나의 마음 속으로 아주 많은 의문이 뿜어져 나왔다. 백리원을 보니 마치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신상의 가죽 점퍼를 벗어 옆에 있는 한 그루 유칼리 나무 그루터기 위에 깔았다. 그런 후 그녀를 부축해 그루터기 위에 앉게 했다.

 

그 후 나는 몸을 돌려 지상의 그 시체 옆으로 걸어갔다. 발로 몇 번 밀어 차 그의 몸을 뒤집어 정면을 향해 눕도록 했다. 이 남자는 키가 180 전후였다. 체형은 우람하고 건장했다. 정면 가슴 앞 왼쪽 편 심장 아래 1센티 미터 자리에 주먹만한 크기의 구멍이 있었다. 안에서는 암홍색의 혈장이 천천히 지면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의 가죽 점퍼 표면에는 화약이 탄 흔적이 있었다. 분명히 백리원이 방금 전 지극히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쏜 것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밝혔다. 광선에 힘입어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예상 밖인 것이 지상의 이 남자의 연령은 아주 많지가 않았다. 대략 삼십대 전후였다. 오똑한 콧날에 얇은 입술, 눈썹은 길고 검었다. 한 쌍의 커다란 눈은 구리 방울 크기로 부릅뜨고 있었다. 아직 감지 못한 눈이 지나치게 흉악해 보였다. 동글동글한 머리에 푸른 빛이 감도는 까까머리, 보아하니 매우 영준한 남자였다. 게다가 나는 이 사람이 약간 안면이 익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어디에서인가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누구야? “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백리원의 목소리는 가늘고 또 약했다. 불안에 떨며 답을 했다.

 

“바… 바로 네 큰 외삼촌의 둘째 아들. “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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