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천약유정 (69)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5,670회 작성일 17-02-12 06:30

본문

 

 

 

 

제69장

 

그날 밤 이후 나와 매여 사이의 거리는 다시 최초의 상태로 돌아갔다. 어떤 방면으로 말하자면 심지어 이전보다 더욱 더 소원해졌다. 일부러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여 역시 최대한 나와 단독으로 있게 되는 기회를 줄였다. 그녀는 심지어 오씨 아줌마에게 자신과 같이 식사를 하도록 했다. 이러한 대우는 오씨 아줌마로 하여금 몸 둘 바를 모르게 하는 것이었지만 나로서는 더욱더 뚜렷이 난감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양내진의 정황은 간신히 좋아졌다. 어린 꾸냥은 점점 건강을 회복했다. 그녀의 심정 또한 많이 쾌활해졌다. 이미 방을 걸어 나와 정상적으로 식사를 했다. 그래서 나로 하여금 마땅히 정리를 하고 매택을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느끼도록 했다. 그런데 이 때 갑자기 걸려온 전화때문에 부득이하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 전화는 바로 북방의 양등운에게서 걸려온 것이었다. 시동생이 전화로 매여에게 알린 것은 양소붕의 부친, 바로 매여의 시아버지이며 양내진의 할아버지가 이미 병을 얻어 위독하다는 통지였다. 짐작컨대 근일 내에 돌아가실 것 같다는 것이었다. 양소붕이 지금 감옥에 갇혀 있으니 매여 모녀 두 사람이 최대한 빨리 건너가 어르신에게 문안을 드려야 했다.

 

비록 이 소식은 몹시 울적한 것이지만 매여는 여전히 냉정하게 받아 들였다. 손수 출행 할 준비를 하며 그녀는 시동생에게 양소붕에게 통지하는 것을 말렸다. 남편이 연속해 타격을 입을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잠시 이 가혹한 소식을 남편에게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양내진의 정서가 아직 불안정하므로 그녀는 나에게 계속 딸과 같이 가달라고 간절히 요청했다.

 

매여의 요구에 대해 내가 어찌 또 거절할 수 있겠는가? 어찌됐든 상관없이 나는 줄곧 그녀에게 접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난 번 그 일막을 재연할 수 없나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를 위해 그 압력과 중압감을 같이 분담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물며 그녀의 청아하고 수려한 옥 같은 얼굴과 얌전하고 고운 몸매를 단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족했다.

 

매여의 일처리는 원래 조금도 자질구레한 것이 없었다. 아주 빠르게 우리는 비행기를 올라타고 양씨의 부친이 소재한 연경시(燕京市)에 도착했다.

 

공항에 마중 나온 것은 양등운이었다. 그는 검정색 폭스바겐 티구안(Tiguan)을 몰았다. 우리 세 사람의 짐을 트렁크에 가득 실었는데도 차내의 공간은 여전히 충분하고도 남았다. 

 

양가(楊家)에는 모두 이남 일녀였다. 큰 아들 양소붕이 사업과 가정이 회해시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모두 북방에서 일을 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양등운은 신상에 올리브 그린 색의 장교 군복을 입고 있었다. 신상에는 두 줄로 금색 가는 막대기와 네 개의 별을 달고 있었다. 그는 연경 부근에 있는 군구 사령부에 근무하고 있었다. 부친이 병으로 입원한 후 그는 휴가를 청해 달려와 돌보고 있었다.

 

이 사람은 나이는 삼십팔 세로 키나 외형이 양소붕과 팔 구십 프로 닮았다. 현역 군인의 짧게 깎은 머리에 거무스레 그을린 피부는 뚜렷하게 더욱 결실하고 당차게 보였다. 그는 외형과 같이 진중하고 태도가 엄숙했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언행을 보면 매여에 대해 아주 존경하는 모습이었다.

 

티구안을 타고 이 번화한 대도시 속을 지나가고 있었다. 연경은 물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회해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적어도 도시의 혼잡 정도로는 압도적으로 우위였다. 밀려있는 찻길을 두 시간을 운전해서야 차는 겨우 협화병원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는 길에 양등운은 이미 노인의 정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를 했다. 양노야는 고희를 지나 본래 신체가 아주 좋지가 않았다. 재작년에 심장수술을 받고 몸이 좀 나아지는 기색을 보였지만 큰 아들에게 일이 벌어진 소식을 듣고 심정이 대단히 격동해 조심하지 못하고 집안에서 넘어져 중풍 뇌출혈을 일으켰다. 이후 계속 지금까지 병원에 입원해 약물을 이용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재판 결과가 나온 후 집안 사람들은 그의 병세가 악화될까 두려워 계속 조심스럽게 노인을 속이고 있었다. 하지만 양씨 사건은 사회에 너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노야가 입원한 병동은 또 많은 고급 간부들이 출입했다. 최종적으로 그에게 실정을 알게 한 것이었다. 노야는 정서적으로 격동해 재차 지병이 도졌다. 비록 병원이 최대한 애를 썼지만 그저께부터 지금까지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 현재 위중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양등운의 인도하에 우리는 양노야가 소재한 특호 병실에 도달했다. 문 입구에는 이미 허다한 양씨 집안 친척과 옛 친구들이 서 있었다. 우리가 걸어오는 것을 보자 얼굴 위로 비탄의 신정들이 떠올랐다. 매여는 이들 지인들과 인사말을 나눌 겨를도 없이 다만 서둘러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 양내진을 데리고 병실로 들어갔다.

 

나는 양씨 집안 사람들과 함께 들어가는 것이 불편하다고 스스로 느껴 복도의 긴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한 제복을 입은 근무병이 나를 위해 뜨거운 물을 가져다 주었다. 주위의 이 일단의 사람들은 모두 아주 낯설었다. 하지만 그들 대다수는 북방 말씨에 모두 입고 있는 것이 중상 계층에 속했다.

 

몇 명 양내진의 당숙 배분 같은 남자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 하고 있었다. 화제는 노야의 병세와 병의 원인에서 떠나지 않았다. 당연히 가장 주요한 것은 양소붕의 사건이었다. 그들의 말투로 보건대 기본적으로 모두 양씨 집안 큰 아들의 처지를 동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회해시의 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있는 인물에 대해 아주 불만이었다. 그들의 입을 통해 나는 그 사람과 관련된 방자하게 날뛰며 저지르는 일의 소문을 아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대략 반 시간 후, 병실 문이 열렸다. 양씨 집안의 몇몇 후대들이 비통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비록 매여는 극렬히 침착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창백하리만큼 투명한 뺨 위로는 뚜렷이 두 줄기의 눈물 자국이 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주위를 둘러보고는 목이 메어 흐느끼며 말했다.

 

“어르신이… 돌아 가셨습니다. “

 

이 때 사람들은 곧바로 탄식해 마지 않았다. 심지어 겉모습이 견고하던 양등운 역시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양내진은 더욱 얼굴색이 창백해지며 비와 같이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녀의 정황이 아주 안 좋은 것을 보고 급히 앞으로 다가가 끌어 안았다. 그녀는 차제에 품 속으로 뛰어들며 울기 시작했다.

 

현장 국면은 약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매여는 매우 빠르게 비통 속에서 회복을 했다. 그녀는 평소 집안을 다스리던 수단을 꺼내 놓았다. 기타 사람들에게 노인이 가신 후의 일에 대해 분부를 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잊지않고 친구제위들에게 재삼 감사를 잊지 않았다. 사람들이 고별을 다 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남아있는 사람은 단지 양씨 집안의 친가와 나 한 사람 외인이었다. 이 때 하늘색은 이미 이르지 않았다. 부근의 식당을 찾아 간단히 밥을 먹은 후 양등운이 차를 몰고 우리를 휴식하도록 보내 주었다.

 

양등운은 우리를 경산 부근의 한 작은 단지로 데려갔다. 이 작은 단지는 그가 소재하는 군구의 군관복지주택이었다. 그가 막 결혼했을 때 살았던 집이었다. 현재는 비어있는 것이 이 안은 사용한 것이 아주 적었다. 매여는 본래 호텔을 찾아 머무를 생각이었는데 양씨 집안 남매들이 고집을 부렸다. 그들은 연경에 적지 않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에게 집으로 가자고 다퉈 최후에 매여가 그들의 의사를 들은 것이었다.

 

경산에 있는 집의 면적은 비록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방 세 개에 거실 하나 크기였다. 안에는 아직 지난 세기의 장식들이 남아 있었다. 비록 약간 오래되었기는 하지만 또 아주 깨끗했다. 하지만 양등운의 이 집은 또 여러가지 이점이 있었는데 이 곳 부근에 번화한 거리가 인접해 있었다. 문 입구에는 또 총을 든 경호원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평소 생활하는 데는 아주 조용했다. 게다가 팔과산에서 지하철역으로 두 정거장 만이 떨어져 있어 양노야의 장례를 치르기에도 편리했다.

 

우리는 이 날 아주 지쳐있었다. 각자 샤워를 한 후 휴식을 했다. 하루를 걸러 시작으로 매여는 더욱 바삐 쉬지 못했다. 양씨 집안 자녀들은 분명히 그녀를 아주 존중했다. 그녀가 주관해서 큰 일을 치르도록 추거했다. 그녀 역시 사양하며 회피하지 않았다. 조리 있고 질서정연하게 매 사람들 마다의 임무를 분부했다. 그런 후 그들로 하여금 그녀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하도록 했다.

 

이틀 후, 양노야의 유체는 팔과산 공동 묘지 장례관에서 고별식을 거행했다. 나는 양씨 집안 자녀들과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이 날 장례관의 메인 홀은 모두 양씨 집안에 의해 둘러싸였다. 또한 조문하는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해 끊이지 않아 사람의 물결이 물샐 틈이 없었다. 양씨집안의 친척과 친구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왔다. 게다가 노야의 생전 전우들과 부하들 또한 많았다. 그들은 비록 옷차림은 각기 다르고 세상 일에 허덕거린 모습이었지만 얼굴의 비통함은 모두 일치했다.

 

커다란 홀이 각 군구로 가득 찼다. 각 기관에서 보내온 화환이 가득했다. 그 중에는 은퇴한 국가 지도자급 이상의 명의로 보내온 것도 적지 않았다. 검은 장막이 드리워진 배경 앞에 노인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었다. 흑백 사진 속의 양노야의 얼굴은 수척했다. 표정과 태도는 차분했다. 아주 뚜렷이 두 아들의 오관 모두 그에게서 계승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큰 홀 중앙의 테이블 위에는 황백으로 교차한 국화가 가득했다. 그 가운데 한구 흑색 녹나무 재질 안에 노인의 유체가 누워 있었다. 국화 속에서 양노야의 은발이 눈 같았다. 처리를 거친 얼굴에는 여전히 한 자락 슬픔이 배어 있었다. 큰 아들이 최후의 일면을 보지 못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감이었다. 그는 몸에 올리브 그린 색의 구식 군복을 입고 있었다. 가슴 앞에는 군동장과 경렬패가 가득 달려 있었다. 이것이 그의 공화국에 대한 공헌을 체현 해주고 있었다. 또한 그의 휘황찬란했던 군 생애를 인증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일절 모든 것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노야는 퇴임 전 대군구급 직무를 역임했었다. 따라서 국가군위판공청 전문 파견원이 먼저 와 위문하고 장례를 처리했다. 이 임처장이 마이크를 손에 들고 몹시 무거운 어조로 추념사를 주관하기 시작했다.

 

“각위 지도자 여러분. 각위 내빈 여러분, 동지 여러분, 친구 여러분들. 오늘 우리는 침통한 심정을 안고 이 곳에서 양선청 동지의 유체에 작별을 고하고 있습니다… “

 

이어서 그는 예포를 쏠 것을 선포했다. 묵념과 진혼곡 연주, 그런 후 단체로 노인의 유체에 세 번 절을 했다.

 

이 모든 것이 끝난 후 먼저 노야의 생전 소재했던 부대의 대표가 치사를 했다. 한 오십 세 전후의 어깨에 일성 일엽을 걸친 군인이 단상 위로 올랐다. 그는 산서(山西) 말투의 보통화를 써서 노인의 일생을 추모했다. 노야의 공적과 공헌을 찬송했다. 노야의 기품과 인품에 높은 평가를 했다. 친우 동지들에게 노야의 정신을 학습할 것을 호소했다. 비분의 역량을 일에 투입하자고 했다.

 

이 사람은 몸매가 우람한 것이 겉모습은 호방스러웠다. 하지만 말하는 것은 매우 정이 동해 있었다. 목메어 우는 듯한 목소리는 더욱 언어의 전염력을 강화시켜 장내의 사람 모두를 깊이 슬픔 속으로 빠뜨렸다. 여인들은 남몰래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말을 마친 후 몸을 돌려 노인의 영정사진을 향해 표준적인 군례를 행했다. 그런 후 비로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관례에 따라 양씨 집안 자녀 친속들은 옆에서 내방객들에게 답사를 했다. 양 노부인은 일찍이 이미 신선이 되어 가버렸고 양씨 집안의 큰 아들은 목전에 감옥에 있었다. 매여가 맏며느리로서 식장에서 자연히 우선이 되었다.

 

따라서 그는 먼저 우측으로 걸어가 매여와 악수를 했다. 동시에 한 무더기의 위로와 애도의 말을 했다. 나는 그가 양소붕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을 들은 것 같았다. 매여는 아주 예의있게 재삼 감사를 했다. 그녀는 상대방을 양사령관이라고 칭했다.

 

뒤이어 이 양사령관은 차례대로 친구들과 악수를 했다. 양등운에게 다가가자 그는 양 다리를 한데 모으며 양사령관을 향해 군례를 행했다. 양사령관은 아주 상냥하게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너무 상심말게, 자네 노야의 일을 잘 처리하게. 급하게 휴가복귀할 필요 없어. “

 

양등운은 감동의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양사령관은 다음 자리로 걸어 갔다. 그는 약간 친숙한 친구와 악수를 했다. 이어서 급하게 메인 홀을 떠나갔다.

 

그리고 이 때 메인 홀 안은 조문이 비로서 막 시작됐다. 일찍이 이미 오래 전에 와있던 사람들이 줄을 지어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노야의 유체를 향해 허리를 굽혀 고별을 했다. 그런 후 양씨 집안 친속의 감사인사를 받았다. 그들은 몇 마디 애도의 말을 건넸고 친속들은 존경의 감사를 했다. 그런 후 양내진과 내가 건네는 감사의 표시인 담배 혹은 차를 받았다.

 

양씨 집안의 자녀들은 모두 장내에 나열해 있었다. 둘째 양등운은 곧게 다린 군복 예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단정하고 빈틈이 없는 모습으로 양노야와 대단히 닮았다. 아주 많은 군측의 조문 온 친우들을 모두 그가 접대했다. 그의 처자 나소의는 작은 체구에 호리호리했다. 말하는 것을 보니 고상하면서 꾸밈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현역 군인이었다. 다만 하는 일이 문관의 일이었다. 그들의 유일한 딸은 이미 십팔 세의 나이였다.

 

삼매인 양채정은 일신 검정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높이 틀어 올린 시뇽 헤어는 점잖고 부귀한 티가 났다. 그녀의 생활환경은 계속 아주 우월했던 것이 분명했다. 피부가 하얗고 깨끗하고 매끄러운 것이 부유한 티가 났다. 얼굴에 파이는 그리 깊지 않은 보조개가 그녀를 더욱 뚜렷이 젊게 보이게 했다. 보아하니 삼십 출두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그녀의 남편 최진새는 CCTV 방송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말하는 바에 의하면 목전에 모 채널의 총감에 임명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는 대단히 입담이 좋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교제가 아주 넓었다. 계속 바쁘게 오고 가는 각계의 빈객들을 맞이했다. 그들에게는 열네 살의 아들이 하나 있었다.

 

양내진은 상반신에 검정색 캐시미어 돌먼슬리브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하반신에는 회색 니트 바지를 입고 발에는 같은 색의 UGG 어그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 위 꼭대기에 색실방울이 달린 이중의 무명실로 된 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자의 속박 아래 그 아름다운 머리는 풀어헤쳐진 채 뺨 양 쪽으로 내려져 있었다. 그녀의 원래 아주 가냘픈 작은 얼굴이 더욱 왜소해 보였다. 비록 요즘 그녀의 심정은 천천히 나아지고 있었으나 야위고 하얀 작은 얼굴 위에는 여전히 한 자락 침울함이 걸려 있었다.

 

오늘은 나를 포함해서 양씨 집안의 자녀 친속들은 모두 검정색 복장을 입고 있었다. 비록 나의 신분은 팔뚝에 차고 있는 검은 천으로 알 수 있지만 나는 또 일신에 검정색 양복을 차려 입고 검정 넥타이를 맸다.

 

그리고 매여는 지방시(Givenchy) 브랜드의 둥근 네크라인에 한 줄 단추가 달린 양모 외투를 입고 있었다. 순흑색의 정교한 옷감에다가 몸에 꼭 맞는 재단이 되어 있어 그녀의 얌전하고 고운 몸매 위에 아주 적절히 잘 맞았다. 무릎까지 내려온 외투 아래로 양쪽 우아하고 아름다운 긴 종아리가 노출되어 있었다. 피부색 스타킹에 감싸인 가냘픈 발에는 검정색 에나멜 가죽의 은으로 만든 버클이 달린 RV 로힐슈즈가 신겨져 있었다.

 

검정색 양모 외투의 가슴 가운데는 새하얀 비단으로 만든 조화를 패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검정색 영국식 원형의 챙이 없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 비단결 같이 매끄러운 검은 머리는 모자 안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모자 앞으로는 얇은 검정 망사 가리개가 드리워져 있었다. 검은 망사를 통해 그녀의 화장기 하나 없는 수척한 얼굴과 한 쌍의 시종 매우 적절하게 슬픔에 젖어있는 봉목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이 일신의 단장은 고아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또 의식이라는 숙연한 환경에 아주 잘 부합했다. 비록 검은 망사에 의해 얼굴이 반쯤 가려졌지만 그녀의 얇은 입술의 동작에 기대어 같지 않은 표정이 끊임없이 변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조문객들에게 적절하게 접대를 하며 그들의 위로를 경청했다. 그런 후 다시 깊이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신정과 태도는 모두 그렇게 자연스럽게 알맞았다. 상대방의 신분지위에 따라 다소간의 차별도 없었다. 완전히 세가 대가족 맏며느리의 완미한 본보기였다. 어쩐지 양씨 집안의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그녀를 경애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앞서 조문한 사람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는 것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나는 암암리에 그녀를 위해 마음이 아팠다. 그녀 겉모습의 침착함이 다만 가장해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 내심 속 연약한 일면은 일찍이 나의 면전에서 노출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현장에 진혼곡이 울려 퍼지고 양노야를 애도하는 줄의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양내진은 반나절을 서 있자 이미 지쳐버려 휴식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임무를 이어 받았다. 매여는 시종일관 원래의 자리에 견고히 서서 내빈들을 맞았다. 비록 그녀의 양 다리는 이미 약간 버티기가 힘들어 잠시 서 있는 자세를 바꾼 것이지만 그녀의 자태는 여전히 그렇게 우아했다.

 

다행히 줄의 길이는 이미 반쯤 줄어 있었다. 이 때 한 불청객이 초청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왔다. 나는 눈여겨 봤다. 이 사람은 바로 양소붕의 원래 친구였던 동료 진철림이었다. 그는 일신에 회색 양복을 입고 얼굴에는 비록 비통한 신정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보아하니 거짓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손에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영당에 놓았다. 먼저 양노야의 유체 앞에서 아주 공경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런 후 매여 그녀들에게 걸어갔다.

 

그가 들어온 후 양씨 집안의 자녀들은 모두 차갑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도 앞으로 나서 맞이하지를 않았다. 그런데 이 사람의 얼굴 가죽은 확실히 아주 두꺼웠다. 그는 가로막지 않는 것으로 여기고 얼굴에 능청맞게 쓰디쓴 표정을 짓고 매여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려했다. 예측 못하게 매여는 그가 걸어다가오는 것을 보자 몸을 가볍게 옆으로 틀었다. 진철림의 손은 허공에서 떨어졌다. 그는 손을 반쯤 허공에 건채 악수를 내민 자세로 난감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의 반응은 또 극히 빨랐다. 그는 그 악수를 위해 뻗은 허공 중에 있는 손을 가슴 한가운데로 가져가 몇 번 문지르며 얼굴에는 즉시 슬픔을 걸고 말했다.

 

“형수님, 백부께서 이미 서거하셨으니 일이 이미 그렇게 되었으니 너무 상심 마시지요. 휴. “

 

매여는 그의 말에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고 얇은 망사 뒤 얼굴이 담담했다. 그녀는 냉랭하게 말했다.

 

“시아버님이 세상을 등지시니 많은 친우분들의 관심에 실로 송구할 따름입니다. “

 

“다만 금일 인사를 드리는 것은 선량한 분들을 위한 것인데 진선생께서는 신의를 저버리셨으니 실로 같은 곳에 있기가 어렵습니다. 매모가 대접을 못해드리는 것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

 

매여의 목소리는 비록 아주 가벼웠고 엄하지는 않았지만 간결한 몇 마디 말로 진철림으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견디기 어렵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말문이 막혀 다만 멋쩍게 얼굴을 닦았다. 의기소침해 머리를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양등운이 곧바로 그가 들고 온 꽃바구니를 집어 들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영당 밖으로 내던졌다. 줄을 선 사람 중에 일진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사람이 큰 추태를 보이는 것을 보면서도 양씨 집안 사람 아무도 웃음을 노출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매여를 칭찬했다. 하지만 그녀의 옥 같은 얼굴 안색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렇게 우아하게 빈객들을 접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진새가 총총히 한 중년인을 인도하며 걸어 들어왔다. 이 사람은 키는 크지 않고 몸매는 빼빼 말랐다. 일신에 그다지 맞지않는 양복을 입고 있었고 커다란 머리는 이미 반이 벗겨져 있었다. 높은 도수의 근시 안경을 걸친 뾰족한 입에 원숭이 볼 모습이 아주 보통의 얼굴이었다. 보아하니 마치 사국(司局)의 중층 기관 간부 같았다. 이러한 사람은 연경 안에 많지 않은가? 그렇지만 최진새는 그에 대해 아주 공경하는 것이었다.

 

중년인의 몸 뒤에는 두 명의 젊은 청년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주 정교하게 다듬은 꽃바구니를 들고 걸어 들어왔다. 최진새가 그들에게 꽃바구니를 중간 오른쪽 위치에 놓도록 지휘했다. 꽃바구니 상의 서명에 쓰여 있는 것은 “세질낭사안경만(世姪朗士安敬挽)” 이었다. (역주 : 대대로 왕래한 집 친구의 아들 낭사안이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나는 이 이름이 현임 연경 시위서기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아래쪽 줄에 서 있는 사람들 속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꽃바구니를 놓은 후 중년인은 먼저 유체 앞으로 걸어가 아주 깊이 절을 했다. 그런 후 몸을 돌려 매여에게로 걸어갔다. 최진새가 급히 옆에 서서 소개를 했다.

 

“이 분은 연경 시위를 모시는 우비서장님, 여기는 저희 큰 형수님 매여. “

 

“매여사님, 저는 낭서기 님의 위탁을 받고 왔습니다. 특별히 양노야의 유체에 고별을 당부하셨습니다. 낭서기께서 유럽 시찰이 아직 끝나지가 않으셔서 오시지를 못하셨습니다. 특별하게 저에게 그 분의 애도의 뜻을 전해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부디 여러분께서는 상심 너무 않으시길 바랍니다. “

 

우비서장은 무거운 말투로 매여에게 말했다.

 

매여는 명백히 이 우비서장과 잘 아는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또 예의를 갖추고 그와 악수를 하고 인사말을 나눴다. 우비서장은 비록 용모는 변변치 않았지만 언사는 아주 진중했다. 그와 매여는 몇 마디 빈 인사말을 나눈 후 마치 부주의한 듯 양소붕을 들먹였다.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매여사님, 존부(尊夫)의 안좋은 일은 정말 사람들의 동정을… “

 

뒤의 말은 확실히 들리지 않았지만 매여의 얼굴색으로 보아 상대방은 분명 선의로 말한 것이었다. 매여는 매우 감동한듯 재차 치사를 했다. 나는 오늘 그녀의 바짝 긴장되어 있던 얼굴이 잠시 이완되는 것을 처음으로 보았다.

 

우비서장과 기타 사람들은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예절 있게 악수를 나눈 후 그는 최진새의 수행을 따라 떠나갔다.

 

중오가 지나자 예당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가 숨을 돌리며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문 밖에서 갑자기 일진 떠들석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몇몇 검정 양복의 정장 차림 사내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사람들을 정리해 통로를 하나 마련했다. 나는 한 눈에 이들이 모두 V I P S 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나는 의아해했다. 또 어디서 대인물이 오는 것일까? 양등운, 최진새와 임처장이 그 때 모두 아주 격동해서 맞으러 나갔다. 뒤이어 그들에게 떼지어 둘러싸여 한 노인이 걸어 들어왔다.

 

이 노인은 보아하니 구십이 넘어 보였다. 은발이 가득한 머리를 정연히 뒤로 쓸어 넘긴 그는 아주 큰 무테 다갈색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꽉 오무린 아래로 드리워진 입가는 아주 위엄이 있는 것이 친근의 맛은 없었다. 국(國)자형의 얼굴 위에는 풍상의 흔적이 깃든 주름살이 가득했다. 그는 몸에 검정색 모직 인민복과 검은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발에는 한 쌍 하얀 바닥의 검정색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 노인의 몸매는 크고 우람했다. 하지만 길을 걸어오는 것이 아주 느렸다. 그는 한 손에 은색 녹나무 지팡이를 잡고 신체의 평형을 지탱하고 있었다. 다른 한 쪽 손에는 한 늘씬한 미녀가 부축을 하고 있었다.

 

그 키 큰 미녀는 몸에 체크무늬 긴 바바리 코트를 입고 있었다. 올록 볼록 정취 있는 몸매가 바바리 코트의 속박 아래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주 얇은 검정 스타킹을 신은 양 쪽 긴 다리에는 은색의 끝이 뾰족한 굽이 낮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녀가 노인의 신변에 서 있으니 다만 머리 반 정도가 작았다. 하지만 그녀가 노인을 부축하는 자세는 아주 조심스러웠다. 살짝 몸을 비스듬히 해서 노인의 발걸음과 배합을 하고 있었다. 양 손은 단단하게 노인의 팔을 안아 미끄러지는 것에 대비했다.

 

나는 보자마자 노인의 신분을 알 수 있었다. 옆에서 그를 부축하고 있는 그 키가 큰 미녀가 바로 윌라 수 였기 때문이었다. 이 노인은 보아하니 기세가 비범했다. 마땅히 바로 그녀의 부친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오늘 차림은 예전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그 아름다운 금발은 머리 뒤로 높이 틀어 올렸고 얼굴에는 다만 담담한 기초 화장만을 한 상태였다. 보아하니 아주 자중하고 아치가 있었다. 예전의 미칠듯한 야성미와 유혹은 조금도 없었다.

 

나는 제자리에 서서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윌라 수의 시선에 분명 보였을 것이었다. 다만 그녀는 마치 나를 모르는 것처럼 나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부득불 속으로 그녀의 연기에 탄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러한 비통한 신색이 서려 있었다. 더해서 혼혈 특징인 오관이 정말 눈부실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고 있어 거의 매여와 아름다움을 겨룰 수 있을 정도였다.

 

윌라 수는 노인을 부축하고 길을 따라 중간의 관으로 갔다. 이 때 노인이 마치 손동작을 한 것 같았다. 윌라 수는 그의 팔을 놓고 옆에 섰다. 노인은 관의 가장자리를 붙들고 양노야의 유체를 한동안 바라봤다. 비록 다갈색의 선글라스에 가려 그의 눈빛을 확실히 볼 수 없었지만 원래 준엄한 얼굴 위로 모처럼 한 자락 온화함이 출현했다. 나는 마치 그가 탄식을 내 쉬는 것을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아주 경미했다.

 

노인이 머리도 돌리지 않고 왼 손을 뒤로 내밀자 윌라 수가 곧바로 붉은별 휘장 하나를 그의 손에 건넸다. 노인은 아주 세심히 그 휘장을 양노야의 의복 위에 달았다. 그런 후 그는 관을 붙잡고 한동안 살펴보다 비로서 탄식하며 말을 했다.

 

“노양(老楊)아, 노양아! 우리 당년 생사를 넘나들 때, 함께 마르크스의 경험을 찾으러 가자고 약속 했었잖냐? 네가 한 걸음 먼저 떠날 줄은 생각을 못했구나. “

 

그의 말투는 대단히 낮고 무거웠다. 마치 막대한 유감과 애상이 서려있는 것 같았다. 눈언저리에는 어렴풋이 물기가 반짝거렸다. 양등운이 옆에서 급히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수백부, 부친께서는 아주 편안히 가셨습니다. 임종 전에 말씀 하시길 자신의 이 일생 당에 부끄럽지 않고 인민에 부끄럽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

 

수노인은 양등운의 손수건을 밀어 사양했다. 그는 양노야의 가슴 앞 그 휘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양 둘째야. 너는 이 휘장에 어떤 내력이 있는지 아느냐? “

 

양등운은 고개를 가로저어 모르겠다는 표시를 했다. 수노인은 눈쌀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나와 너희 영감이 함께 획득한 가장 아름다운 그 전투는 어디냐? “

 

“사파령 대첩입니다. “

 

양등운은 이번에는 아주 빠르게 대답했다.

 

“흠! 좋아. “

 

수노인의 계속 엄숙하던 입가에서 겨우 한 자락 웃음기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매우 칭찬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전투에서 내가 승리한 것으로 여기고 있어. 사실 그들은 모두 모르는 것이 만일 너네 영감이 때 맞추어 그 놈들의 퇴로를 차단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가 일찍이 마르크스를 보러 먼저 갔을거야. “

 

수노인은 옛날 일을 들먹이자 흥취가 돋았다. 그는 다른 사람에 상관없이 스스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너네 영감은 조금도 공을 탐하지 않았어. 명예는 모두 나에게 주게 했지. 그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어. 충성스럽고 믿을만하고 순박하고 고상하고. 그는 가장 표준적인 공산당원이야. “

 

수노인의 큰 손이 관 가장자리를 둔중하게 쳤다. 마치 안타까운 것 같았다. 또 탄식을 했다.

 

“이 휘장은 승전을 한 후 섭수(葉帥)께서 직접 내게 달아 주신 거야. 하지만 진정 그것을 달아야 할 사람은 바로 너네 영감이지. 나는 정말 부끄러운 것이야. “

 

(역주 : 섭수(葉帥) - 모택동과 함께 중국공산당을 만든 섭검영(葉劍英)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

 

수노인은 몹시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이마 위 주름살이 마치 다소간 깊어진 것 같았다.

 

“오랜 동료야. 오늘 내가 휘장을 네게 달아 주었다. 이전에 너는 줄곧 사양을 했었지만 이번에는 나의 의사를 따라주려므나. “

 

수노인은 입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옛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이 관 속의 유체에 대고 혼잣말을 했다.

 

“수백부, 하늘에 계신 가부의 영도 분명 아주 즐거워하실 겁니다. “

 

양등운은 이 때 이미 양 눈에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흐느끼며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수노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관을 따라 걸어 양씨 집안 자녀들에게 걸어갔다. 양채정이 아주 격동해서 앞으로 다가와 노야를 끌어 안았다. 그녀는 천진한 얼굴로 말했다.

 

“수백부, 우리 집이 능욕을 당했어요. 백부께서 나서 주시지 않으시나요? “

 

그녀는 비록 삼십 오 세의 나이였지만 용모와 자태는 여전히 삼십 가까이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수노인이 그녀의 응석어린 태도를 대하는 것은 마치 자신의 딸을 대하는 것 같았다. 엄숙한 얼굴 위로 모처럼 한 자락 웃음이 노출됐다. 그는 양채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아야, 너네 수백부는 늙었어. “

 

“백부가 어디 늙어요? 아직 이전과 똑같이 영준하세요. “

 

양채정은 수노인의 팔을 끌어 당기며 입으로는 마치 꿀을 바른 것처럼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소녀의 상큼한 맛이 있었다. 양내진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

 

수노인은 정면으로 대답을 하지않고 다만 딸에게 대하는 것처럼 미미하게 웃었다. 그는 간략히 사람들과 인사말 한 두 마디를 나눈 후 기타 사람들의 열정적인 시선은 거들떠 보지 않고 계속 옆에 조용히 서있는 매여에게로 몸을 돌렸다. 매여는 기타 사람들처럼 수노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시종일관 아주 자제를 하고 거기에 서있었다. 이따금 윌라 수와 두어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노인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을 보자 매여는 동작을 우아하게 손을 내밀었다. 수노인은 얼굴색 엄숙하게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한 손을 이용해 매여의 손 위에 얹으며 느릿한 말투로 말했다.

 

“얘야, 네가 억울함을 당했구나. “

 

“수백부, 제 능력을 다했지만… 하지만… “

 

매여의 얼굴 위로 마침내 한 자락 비통이 노출됐다.

 

수노인은 위로하듯 그녀의 손등을 두들겼다. 그는 그 아주 엄숙한 얼굴 위로 자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말할 필요 없다. 내 모두 알아. 걱정 마라. 내 조만간 네게 하나의 정의를 보일 수 있을 거야. “

 

매여의 눈 속으로 한 자락 희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부끄러운듯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다시 감격의 말을 한 후 윌라 수, 양채정과 함께 수노인을 모시고 영당을 걸어 나갔다.

 

이 전 과정 중에 윌라 수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떠날 즈음에 무심결에 머리를 돌려 나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얼마간의 교활하고 날렵한 의미가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아주 빠르게 그녀는 그러한 단정한 모습을 회복했다.

 

보고 있으려니 그들 V I P S 들이 사람들을 나누어 수노인과 윌라 수를 보호해 홍기가 꽂혀있는 한 대의 세단에 올라탄 후 떠나갔다. 양씨 집안의 사람들은 비로서 아쉬움에 연연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수노인이 떠난 후 유체고별식도 기본적으로 종결됐다. 보아하니 양노야의 유체는 화장실로 들어간 것이었다. 그런 후 한 줄기 푸른 연기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양씨 집안의 사람들도 모르는 사이 비통한 심정이 차츰 느슨해지는 것이었다.

 

유체 화장 후 다시 새로 꾸며서 사람들은 함께 산 위의 공원묘지에 안장하러 갔다. 양씨 집안은 일찍부터 공원묘지에 산을 등지고 강을 향한 좋은 곳을 선정해 놓고 있었다. 흰 대리석 묘비 위에는 노야의 일생의 공적이 새겨져 있었다.

 

유골이 묘실에 잘 봉인되어 놓아진 후 양씨 집안 자녀들은 또 한동안 묘지에서 애도를 했다. 이후 비로서 각기 비통한 심정을 안고 하산했다. 이 때 하늘색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관례에 따라 저녁에는 멀리서 온 친구들을 초대해서 식사를 했다. 최진새는 이미 오성급 호텔 연회장에 테이블을 예약해 놓고 있었다. 매여 모녀는 심정이 모두 아주 안좋아 총총히 조금 식사를 한 후 작별 인사를 앞당겼다. 양채정 부부가 남아 친구 빈객들을 접대했다.

 

경산의 주택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양등운의 티구안에 앉아 있었다. 양가의 당숙 한 분도 같은 방향의 길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섯 사람이 한 차에 동승했다. 당숙을 조수석에 앉게 한 후 나와 매여 모녀는 티구안의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이 하루간 들볶인 탓에 나를 포함해 모두들 아주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앞좌석 양등운과 당숙 두 사람은 이런 저런 한담을 하고 있었다. 뒷좌석의 양내진은 고개를 비스듬히 좌석에 기대고 양 눈을 굳게 감고 있는 것이 이미 잠이 든 모양이었다.

 

티구안의 뒷좌석 공간은 사실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았다. 더욱이 가운데 팔걸이 부분에 에어컨 통풍구가 좌석 밑부분에 길게 불룩 튀어 나와 있었다. 좌석 중간에 앉은 사람은 양 다리를 뻗고 있을 수 밖에 방법이 없었다. 나의 키로 그 곳에 앉아 있으니 정말 편치 않았다. 하지만 남자로서 나는 당연히 좋은 위치는 여인들에게 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두 명의 아름다운 모녀의 중간에 끼어 있으니 코와 주둥이는 그녀들의 각기 특색 있는 체향에 호강을 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차가 진행 중에 흔들거릴 때 마다 불시에 양 팔이 그녀들의 가늘고 여린 옥체와 부딪쳤다. 이러한 호사를 향유하기 위해서라면 조금의 고생이야 어떤들 싶은 것이었다.

 

매여는 내 좌측에 앉아 있었다. 비록 차안 공간은 넓지 않았지만 그녀가 일부러인지 또는 무의식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손가락 하나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 그녀의 수척한 얼굴은 옆으로 돌려 창 밖을 향하고 있었다. 끊이지 않는 차량의 물결, 휘황찬란한 색채로 물든 도시의 빛과 그림자를 지나며 그녀의 오관 상에 내려쬐는 명암이 반사되고 있었다. 그녀의 봉목은 검은 망사로 가려져 이 시각 심정이 어떤지를 살피기가 힘들었다.

 

매여는 이 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신체와 심리가 모두 마땅히 극도의 피곤한 상태가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의 앉은 자세는 여전히 그렇게 단아하고 장중했다. 검정색 샤넬 양모 외투의 가슴 앞 그 새하얀 비단으로 만든 조화, 동그란 모자에 속박된 매끄럽고 가지런한 단발, 얇은 검정색 망사에 반쯤 드러낸 그녀의 정숙하고 냉막한 얼굴, 마치 어둠 속에 한 가지 초연하게 우뚝 솟은 한겨울의 매화 같았다.

 

오늘 서 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었을까? 매여의 양 다리는 드물게 교차되어 받쳐 올라와 있었다. 위 쪽에 놓인 그 길고 가냘픈 옥 같은 다리가 검정색 샤넬 양모 외투가 갈라진 아래쪽으로 노출되어 드러나 있었다. 비록 그녀의 다리에는 또 한 층의 얇은 피부색 스타킹으로 감싸여 있었지만 그 백옥같이 윤이 나고 깨끗하니 매끄러운 피부를 완전히 감추지는 못하고 있었다.

 

나는 비록 극력으로 자신을 억제하는 것이었지만 양 눈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고 그녀의 다리 위를 훑고 있었다. 그 초목과 같은 옥으로 빚은 듯한 다리가 마치 마력과 같이 나의 심신을 가만히 있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 가냘프고 우아한 곡선을 잃지 않은 하얗고 마른 복사뼈가 가볍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마치 장난이 심한 개미처럼 내 마음 속을 간질간질 긁는 것이었다. 간혹 매여가 양 다리를 바꿀 때 옷 자락 사이로 양 쪽 눈처럼 하얗고 둥근 허벅지 부위가 드러났다. 하지만 그 하얀 빛은 번개처럼 지나가 버렸다. 아주 빠르게 검정색 모직 외투에 의해 덮여 가려지는 것이었다.

 

매여는 물론 입은 것이나 차린 것이 평상시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녀는 시종 이러한 고귀하고 냉염한 자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어찌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 속의 그녀는 일종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유혹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다만 눈처럼 하얀 종아리를 살짝 노출하는 것 만으로도 내 눈 앞을 혼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연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그 검은 모직 외투로 감싸인 옥 같은 육체 또한 이 종아리처럼 결백하고 부드럽고 매끈한 것일까?

 

나는 자신의 입술이 약간 마르는 것을 느꼈다. 참지 못하고 자신의 혀로 핥았다. 하지만 타액의 축축함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러한 초조감이 더욱 커져갔다. 게다가 전신으로 널리 번져가는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뒷자리의 공간이 한층 더 좁아진 것을 느꼈다. 좁아서 숨을 못 쉴 정도였다. 나는 위치를 잠시 옮기려 했다. 자신의 양 발에 조금 더 큰 공간을 획득하려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는 왼쪽으로 좀 더 위치를 옮겼다.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인 것이 나의 왼쪽 다리가 매여의 외투 하단을 부딪쳤다. 비록 자신의 바지와 그녀의 모직물 옷 자락이 가려 있었지만 나는 그 길고 아주 둥근 허벅지의 원호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매여는 뚜렷이 나와 그녀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내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다만 교차한 양 다리를 조정해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 위로 놓는 것으로 고쳐 내가 그녀의 왼쪽 다리와 닿는 것을 피했다.

 

하지만 이 자세는 살색 스타킹의 왼쪽 다리를 내 면전에 완전히 노출되도록 해 나로 하여금 눈요기로 포식을 하도록 해주었다. 비록 단지 약간의 무릎 부위와 종아리가 노출된 것이지만 그 종아리의 가냘프고 긴 선조는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어둠충충한 차안에서 담담한 후광을 발산하는 것이 마치 하얀 설련과 같이 아름다운 것이 감동적이었다. 그녀의 가냘프고 둥근 옥으로 빚은 듯한 발이 그 검정색 에나멜 가죽의 RV 로힐 슈즈 안에 있었다. 또한 하얗고 또한 야윈 부드럽고 매끈한 발등이 신발 머리의 세련된 은 버클 아래 더욱 두드러졌다. 마치 한 송이 홀로 피어난 물 속의 연꽃 마냥 수줍기 그지 없었다.

 

그 눈처럼 하얗고 가냘픈 옥 같은 다리가 미미하게 흔들거리는 미태에 나의 목구멍은 마치 무엇인가에 막힌 듯 약간 호흡이 곤란할 정도였다. 나의 마음 속으로 무엇인가 준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충동은 얼마전 매택의 서재에서 발생한 그 에피소드에 연유했다. 비록 그 때 매여는 아주 단호하게 나의 그녀의 신체의 침범을 제지한 것이지만 욕망은 마치 한 마리 커다란 독사처럼 또아리를 튼 것이었다. 그 놈은 이미 동굴을 빠져 나와 금방 머리를 쳐들고 혀를 낼름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약간 도둑이 제 발이 저려 우측의 양내진을 바라봤다. 어린 꾸냥은 분명 이미 꿈 속으로 진입해 있었다. 털실 모자 아래로 양 갈래로 드리운 머리결이 뺨을 반쯤 덮고 있었다. 여리고 작은 얼굴 위에는 한 자락 우울이 걸려 있었다. 보아하니 자태가 고운 것이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이 시각 나의 한 조각 마음은 완전히 다른 쪽의 우아한 미부인의 신상에 놓여 있었다. 완전히 그녀의 존재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

 

차는 여전히 진행하고 있었다. 앞쪽의 두 사람은 간혹 몇 마디 교담을 나누고 있었다. 절대 다수의 시간을 모두 양씨 집안 당숙의 산시성 사투리가 발휘되고 있었다. 양등운은 손으로 쥐고 있는 핸들에 집중했다. 근본적으로 차 뒷좌석의 동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나의 왼 손은 부지불각 중에 매여의 나를 향해 비틀어 있는 이쪽 편의 그 종아리 위로 뻗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그 이미 오랫동안 바래왔던 옥 같은 다리 위를 만졌다. 비록 나는 완전히 매여의 신체를 접촉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얇은 살색 스타킹을 통해 손가락으로 촉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감히 보증하건대 아래쪽 그 부드럽고 매끈한 피부는 조금도 백리원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매여는 급작스러움에 종아리를 가볍게 떨었다. 그녀는 나의 손에서 빠져 나오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녀의 왼쪽 편은 차문에 닿아 있었다. 근본적으로 몸을 비킬 공간이 없었다. 그녀는 또 감히 소리를 내서 나를 제지 시키지 못했다. 다만 앞을 향해 몇 번 걷어차려 노력했다. 하지만 나의 커다란 손이 단단하게 잡고 있어 그녀는 근본적으로 빠져 나갈 수가 없었다.

 

전방의 후시경 안을 통해 대략 매여의 반쪽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매여의 봉목을 어찌 볼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의 꼬옥 다문 얇은 입술로 보아 그녀 이 시각 부끄럽고 또한 화가 난 것으로 짐작이 갔다. 나는 자신의 허리 위로 섬세한 손이 혹독하게 꼬집는 것을 느꼈다. 매여는 마땅히 이런 방식으로 항의를 표현할 생각인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추호도 허리의 아픈 감각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의 양 눈은 마치 굶주린 이리처럼 단단히 그녀의 옥 같은 다리에 고정이 되어 있었다. 양 손은 조금도 그치지 않고 상으로 하로 그 옥련과 같은 종아리를 어루만졌다.

 

나의 손이 무릎을 향해 위로 진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반항을 만났다. 매여는 틈이 없게 허벅지를 합쳐 나로 하여금 손을 쓸 수 없도록 했다. 나는 다만 이러한 노력을 포기해 버리고 하는 김에 그녀의 결백하고 둥근 복사뼈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손을 내밀어 가볍게 번쩍 들어 검정색 에나멜 RV 로힐 슈즈를 벗겼다. 그 가냘프고 우아한 옥으로 빚은 듯한 발이 이미 내 손바닥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비록 한 층 얇디 얇은 살색 스타킹에 가려져 있었지만 차내의 미광을 빌어 나는 완전히 매여의 옥으로 빚은 듯한 발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녀의 발은 깨끗하고 섬세한 것이 마치 물 속의 백련과 같았다. 열 가락 가늘고 긴 새하얀 발가락은 단정하게 스타킹을 받치고 있었다. 세심하게 손질한 발톱 위에는 어떠한 매니큐어도 칠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반짝반짝 환하게 빛나는 것이 마치 한 송이 한 송이 물 속의 연꽃 같았다. 그녀의 옥 같은 발은 뚜렷이 백리원에 비해 한 바퀴가 작았다. 균형 잡힌 아주 적절한 초승달의 원호를 형성하고 있었다. 백옥같이 둥글고 작고 깜찍한 발가락이 사람으로 하여금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나는 조금도 그녀가 나의 허리를 꼬집고 할키는 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세심하게 수중에 있는 미인의 가녀린 발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내 손바닥 위에는 너무 많은 외설적이고 음란한 의사는 없었다. 다만 한 쪽 손으로 그 초승달 같이 아름다운 활처럼 휜 발을 받치고 다른 한 쪽 손으로는 세심하게 그녀의 발가락을 살살 문질렀다. 나의 손가락은 비록 거칠고 두터웠지만 손 아래 동작은 아주 부드러웠다. 마치 한 명의 수공예 장인이 그의 장난감 인형을 조각하듯 했다.

 

매여가 오늘 신발을 신고 서 있던 시간은 짧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옥 같은 발에는 어떠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다만 열 발가락이 스타킹 속에 너무 오래 싸여 있어 안쪽이 뚜렷이 건조해 비비기가 힘들었다. 내 손가락의 세심한 위로 아래 그녀의 원래 약간 팽팽하게 긴장해 있던 아킬레스건이 마침내 이완되기 시작했다. 나는 손 안의 그 옥련이 쾌적하게 뻗쳐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여는 원래 계속 그녀의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고 있었다. 나는 심지어 그녀의 뾰죡한 손톱으로 나의 살 속을 긁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손 동작에 따라 그녀의 동작도 점점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원래의 꼬집던 것이 이따금 잡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 후 심지어 잡기도 하고 놓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원래의 장중한 앉은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한 쌍 섬세한 손은 단단히 무릎 위에 놓여져 있었다. 열 손가락은 외투의 옷 끝자락을 꼬옥 잡고 있었다. 마치 파동이 일기 시작하는 내심을 가라앉히려는 듯했다. 또 마치 나의 그 나쁜 짓을 하는 커다란 손이 위를 향해 습격하는 것을 방비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매여는 지나치게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 시각 나는 수중의 옥 같은 발이 가져다 주는 미감에 완전히 도취되어 있었다. 후시경 속을 통해 매여가 이미 아랫입술을 꼬옥 깨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얇은 입술이 붉은 것이 마치 피가 흐르는 듯 했다. 그녀의 원래 지나치게 창백했던 얼굴 위로 한 송이 장미와 같은 분홍이 떠올랐다. 야색 중에 마치 조용하게 활짝 핀 꽃송이 같이 놀랄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공기 중에 있는 듯 없는 듯한 향기가 떠돌았다. 우리 사이에는 마치 일종의 묵계가 있는 것 같았다. 조용히 말없는 가운데 서로의 텔레파시가 통하고 있었다. 일종의 이름 모를 역량이 나의 손바닥과 그녀의 옥 같은 발 사이에 전해지고 있었다.

 

만일 누구인가 뒷좌석을 주의했다면 아마도 우리 세 사람 간의 이상을 발견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양등운은 핸들과 양씨 집안 당숙의 수다를 대처하느라 바빴다. 근본적으로 후시경을 볼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그가 후시경을 봤다 하더라도 내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에 오너는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나의 이 두 여성 사이의 비좁은 공간에서 나의 양손이 매여의 다리 쪽에서 바쁘리라고는 근본적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매여는 앞서 그녀의 흑색 K e l l y 가방을 팔 받침대 위에 놓았다. 전방으로부터 새어 나오는 시선을 가로막고 있었다. 아무도 매여의 옥 같은 발이 내 손바닥 속에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내가 사랑의 빛이 충만해서는 쓰다듬고 주무르고 있다는 것을.

 

티구안은 쾌속하게 대로의 차 흐름을 따라 달렸다. 비록 이 시각 길 위에는 도처에 모두 야생활을 향유하고 있는 연경인이 가득했지만 차의 속도를 지연시키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나는 내심으로 차가 더욱 천천히 가기만을 갈망했다. 매여의 옥 같은 발이 나의 손 안에 보다 더 오래 머루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양등운의 운전기술은 분명히 나의 소원을 저버렸다. 티구안은 양씨 집안 당숙을 내려주고 아주 빠르게 우리가 머무르는 경산 작은 단지에 도착했다.

 

비록 나는 마음 속으로 일만번도 더 섭섭해 했지만 매여가 손가락 하나로 무겁게 내 허리춤을 찔렀다. 후시경 안으로 그녀의 망사로 가린 봉목이 아주 엄숙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다만 나의 영혼을 쏙 빼놓은 옥 같은 다리를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바닥에서 검정색 에나멜 RV 로힐 슈즈를 집어 아주 세심하게 그녀에게 다시 신겼다. 이때 차는 이미 문 입구에서 멈췄다. 양내진도 게슴츠레 수면에서 깨어났다. 매여는 내게 적지않은 깊은 뜻의 눈빛을 주고는 차문을 밀어 젖히고 내렸다.

 

오늘 밤 차안에서 발생한 일절 모든 것은 나와 매여간에 전속된 작은 비밀이 되었다. 매여가 이러한 즉흥적인 사실을 접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나의 애무는 그녀로 하여금 심신을 극도로 이완시켜 준 것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표면상으로 그녀는 나의 행위에 대해 결코 반감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비록 이것이 단지 육체상의 아주 작은 접촉일지라도 나는 마음 속으로 매여 신상에 약간의 변화가 발생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남몰래 희열케한 변화였다.

 

이 기묘한 그리고 또 풍부한 하루는 이렇게 결속됐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신체의 피곤이 나로 하여금 아주 빠르게 꿈 속으로 진입하도록 했다. 이날 밤 나는 잠이 든 것이 종전에 비해 그렇게 편안하고 유쾌할 수가 없었다.

 

 

 

- 계속 -

 

 

 

 

이 작품의 주무대가 되는 회해시를 사실 중국 지도에서 찾아보면 없습니다.

따라서 가공의 도시인가 싶기도 합니다만...

2010년 엑스포가 열린 것과 거리 묘사 등의 이런 저런 정황을 살펴보면...

 

바로 상해(上海)를 무대로 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상해의 번화가인 회해로에서 작가가 이름을 따지 않았나 짐작합니다.

 

연경은 연나라의 수도로 현재 북경(北京)의 옛날 이름입니다.

따라서 중국의 수도인 북경을 말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원작자가 상해와 북경이라 하지않고 회해와 연경이라 표기하는 만큼

저도 그대로 표기를 하지만 바로 상해와 북경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고

읽으시면 배경이해가 보다 쉽지 않을까 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