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바람 리뉴얼 - 외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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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2,108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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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본격적인 전개에 앞서

외숙모 시점의 글을 준비했습니다.

외숙모 시점의 글을 보지 않아도 글의 연계에는 하등의 문제는 없습니다.

외숙모의 마음을 여백으로 채워두실분은 굳이 읽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읽으시는 분들은 본인이 생각했던 외숙모의 행동이 실제로는 어떤 것이었는지 비교해서 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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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영엄마 김영애라고 해요.

갑자기 제가 등장해서 놀라셨죠?

독자분들이 너무 저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게 많아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어요.

잠시 정석이의 얘기는 뒤로 하고 제 얘기를 할까 해요.

 

전 20대 초반에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남자에 대한 경험이 전무 하다시피 했던 전 건장한 체격의 호남형인 남편에게 너무나 쉽게 빠지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몸을 허락하고 생각지도 못한 임신까지 하게 되었어요.

결혼이라는 건 전혀 생각도 못해 본 나이에 덜컥 들어선 아이 때문에 저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신랑이 이끄는 대로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비록 신랑을 사랑하긴 했지만 이렇게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질 못했어요.

신랑 또한 결혼을 할 여건이 아니었지만 제 몸속에 자라고 있는 아이를 위해서

자신의 큰누나에게 도움을 받아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비록 갑작스런 결혼이었지만 저와 남편은 별 다른 문제없이 원만히 결혼생활을 이어나갔어요.

비록 금전적으로 많이 힘이 들었지만 그때마다 남편의 큰누나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 것을 바탕으로 신랑이 차린 건축회사는 때마침 건축붐이 일면서 제법 탄탄한 회사로 커나갔어요.

회사의 성장과 함께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기게 되면서 저희부부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두 째를 갖게 되었고

남편은 더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며 자신의 맘대로 정관수술을 하고 돌아왔어요.

개인적으로 아들 한명은 있는 게 좋을 것 같았지만 남편은 제 생각과는 달랐어요.

 

“마 그냥 두 녀석만 잘 키우자마...

 내사 마 10남매에 둘려 쌓여 이리저리 치이며 살다보이 내 자식은 딱 둘만 낳아서

 남들 못지않게 부모사랑 듬뿍 받으며 크게 하고 싶다마!”

 

자신의 생각은 끝까지 밀어붙여 관철시키는 남편의 성격 때문에 저는 제 속마음은 내보이지도 못한 채

가족계획을 끝내야 했어요.

 

남편은 결혼과 사업에 있어서 자신의 큰누나의 도움을 무척이나 많이 받았어요.

남편의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시게 되면서 자신의 동생들에게 엄마의 역할까지 도맡아야 했던 큰형님은

동생들을 돌보느라 30이 다 돼서야 재혼자리로 시집을 가게 되셨지만 지방의 떵떵거리는 집안으로 시집을 간 덕분에

자신의 동생들에게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 있었어요.

어찌 보면 남편의 큰누나는 남편에게 있어 누나이기보다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까요. 매년 쉬는 날만 되면 남편은 가족들을 데리고 큰형님 댁에 자주 찾아가게 되었어요.

큰형님 댁은 저희 집과는 반대로 슬하에 사내아이만 둘을 두고 계셨는데 억척스런 형님 때문인지

둘 다 너무나 반듯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이었어요.

큰애가 조용조용하고 소심한 반면 둘째는 동내 말썽꾸러기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천방지축이긴 했지만

붙임성도 좋고 활달한 성격에 유독 저를 따르는 바람에 갈 때마다 큰형님에게 시샘을 받곤 했답니다.

 

“숙모~~ 숙모가 이 세상에서 젤 예쁜 것 같아요 헤헤헤”

“으이구. 우리 정석이 여자 보는 눈이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호호호”

 

보통 저 나이 때는 자신의 어머니가 가장 예뻐 보일 때인데 유독 정석이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만 하네요.

그 때문에 저는 큰형님에게 매번 시샘 가득한 농담을 들어야만 했어요.

 

“에효~~ 자식새끼 키워났더니 지 엄마보다 외숙모가 좋다고 저러네.. 이참에 동생이 저 녀석 데리고 가서 키워!!!!”

 

저는 제게 달려와 살갑게 구는 둘째 조카 정석이 덕분에

아직까지 어색하기만 한 큰형님 댁 나들이가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어요.

 

둘째까지 학교에 입학을 하고 부턴 전보단 자주 큰 형님 댁에 내려가지는 못했지만

남편은 아이들의 방학이 다가오면 항상 큰 형님 댁으로 휴가를 가곤 했어요..

이제는 중학생이 된 정석이는 어려서처럼 제게 안겨 응석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저를 따르며 살갑게 굴어 주었어요,

 

“외숙모 오셨어요.. 여전히 외숙모의 미모는 변함이 없으시네요. 헤헤헤”

 

이제는 남편에게 예쁘다는 말 한마디 못 받는 아줌마가 되었지만,

둘째 조카만큼은 여전히 제 외모를 칭찬하며 저를 기분 좋게 해주었어요.

그래서 일까요.

저 역시 큰 조카 정호보다는 정석이에게 더욱 마음이 가게 되었고 저는 그런 정석이를 제 자식처럼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이구.. 우리 정석이 같은 아들 한명만 있어도 외숙모는 소원이 없겠네.. 이번에도 학업상 까지 받았다며?”

 

항상 큰형님 댁에 가면 저를 주눅 들게 만드는 게 있었어요.

그건 다름 아닌 거실 한쪽 벽면에 가득하게 진열된 조카들의 상장 이었어요.

특별히 학원을 보내지도 않는 데 두 형제는 하나 같이 공부를 잘했어요.

아무래도 진득하고 성품이 올곧은 첫째의 영향으로 둘째까지 덩달아 영향을 받는 것 같았어요.

 

반면에 저희 아이들은 그저 학교에 빠지지 않고 다니는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인 수준이었어요.

학원을 보내 봐도 딱히 성적은 오르지 않고 오로지 노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것 같았어요.

남편은 항상 형님 댁에 오기만 하면 그저 부러운 시선으로 벽면을 가득 수놓은 상장을 넋을 놓고 바라보기만 했어요.

 

“형님은 좋겠어요.. 이 상장들만 보고 계셔도 식사를 안 해도 배가 부르시겠네요..”

 

제 말에 형님은 아이들 방에 놓여 진 작은 연필꽂이 하나를 들고 와서는 내보이셨어요.

 

‘공부할 때의 고통은 잠깐이지만, 못 배운 고통은 평생이다’

 

“이게 남편하고 여행가서 아이들 선물로 사온 건데.. 아이들에게 내 얘기를 해줬지.

 엄마는 엄마의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고등학교도 졸업을 못하고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고.

 그러면서 내가 늦은 나이로나마 검정고시 준비를 하자 아이들도 깨달은 게 있는지

 그 뒤론 별말을 안 해도 첫째가 동생공부도 봐주면서 자기들끼리 알아서 공부를 하더라고.

 아무래도 뒤늦게라도 배우고자 하는 내 열망을 아이들도 알게 된 것 같아 호호호.”

 

이런 말을 듣고 있자니 저희 아이들은 너무나 온실 안에 화초처럼만 오냐오냐 하면 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나 정석이는 초등학생 때는 지 형 따라 공부하는 시늉만 하는 것 같더니,

 지 형한테 본을 받아서인지 공부하는 습관이 이제 몸에 밴 것인지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열심히 하는 것 같더니만

 이번에 글쎄 정호도 못해 본 전교 1등까지 했다니까 호호호.”

 

형님은 은근슬쩍 자신의 얘기를 하면서도 정석이가 전교1등을 한 걸 제게 자랑하고 계셨어요.

정말이지 형님이 농담 삼아 정석이를 데려가서 키우라고 하실 때 데려갈 껄 그랬나 봐요..

 

 

 

올해도 마찬가지로 형님 댁에 아이들을 데리고 여름철을 보내기 위해 내려왔어요.

물론 휴양을 목적으로 온 것이지만 제겐 다른 목적이 있었어요.

제발 우리 아이들이 정석이나 정호에게 여름방학 동안 공부하는 방법이나 습관을 배우길 바랐어요.

 

“이세영, 이혜영 엄마 말 잘 들어! 이번에 내려가면 오빠들한테 공부하는 걸 배우라고. 내려가서 놀 생각만 하지 말고 알았지? ”

 

아이들은 그저 놀러가는 줄만 알고 있다가 제가 챙겨놓은 교제들을 보더니 금세 시무룩해지고 말았어요.

하지만 저도 형님처럼 아이들 자랑을 한번 해보고 싶었기에 이렇게라도 해서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관심을 가지길 바랐어요.

 

다행히 둘째 세영이는 쾌활한 성격의 정석이를 유독 따르는 터라 저는 더욱 더 기대를 하고 내려오게 되었어요.

 

오늘은 아침부터 유독 덥더니 정오가 가까워 오자 앉아만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너무나도 무더운 탓에 형님내외도 일찍 집으로 돌아오시게 되었고

저희 가족과 형님네 가족은 같이 계곡으로 물놀이를 가게 되었어요.

 

“어머.. 형님 여기 무척 좋네요..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었네요. ”

 

비록 아이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내려왔지만 이렇게 계곡으로 나오게 되니

저도 어느새 기분이 들뜨게 되었고 아이들과 같이 물놀이를 하게 되었어요.

정호는 고등학생이라 비록 오지 못했지만 정석이가 따라와 아이들 물놀이를 봐주게 되었고

저는 모처럼만에 물놀이를 만끽할 수가 있었어요.

하지만 너무 들떠서였을까요.

겉보기엔 얕아 보였었는데 몇 발자국을 디디기 무섭게 순간 발밑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으며 제 몸이 가라앉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만 깊은 물속에 빠지게 되었고 수영실력이 형편없던 저는 그저 허우적거리며 점점 물속으로 빠져들기만 했어요.

 

“사...살려주...어으윽...살려주. 어억..”

 

점차 코와 입에 물이 들어차며 저는 발버둥을 치게 되었고 제 몸은 점점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죽는 것인가란 생각이 들 때 쯤 갑작스레 등 뒤에서 무언가가 낚아채는 느낌이 나더니 제 목에 팔이 감겨졌어요.

전 생명줄이라도 잡은 느낌에 그 팔을 잡고 살려고 발버둥을 쳤어요.

 

“발버둥치지 마시고 그냥 있으세요.. 그러면 더 위험해요 외숙모..”

 

제 귀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는 둘째 조카 정석이의 목소리였어요.

정석이에 의해 힘겹게 맨땅으로 끌려나온 저는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면서 정신이 희미해지기 시작했어요.

점차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데 정석이의 놀란 얼굴이 제 얼굴을 가린 채 제 볼을 두드리고 있었어요.

잠시 뒤 저는 어둠속에서 완전히 정신을 잃어 버렸어요.

 

얼마나 지난 것인지 이곳은 어딘지 저는 낯선 곳에서 환자복을 입은 채 눈을 뜨게 되었어요.

남편의 얼굴이 보이고 아이들의 얼굴이 보였어요.

저를 근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는 가족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나왔어요.

 

“수영도 못하는 사람이 그런 댈 들어가면 어떡해.... 정석이가 보지 못했으면 어떡할 뻔 했어..

 애들이나 볼 것이지 그런덴 왜 들어가서 험한 꼴을 당해..”

 

남편은 저를 다독이고 위로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죽다 살아온 사람에게 화만 내고 있었어요.

저는 그런 남편 때문에 더욱 속상해 그저 돌아누운 채 울고만 있었어요.

 

그렇게 한참을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새벽이 되 있었어요.

잠시 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에 일어서려하니 정석이가 옆에서 저를 부축해 왔어요.

 

“집에 가서 쉬지 여긴 왜 나와 있어...”

 

남편과 아이들은 돌아간 것 같은데 아무래도 형님은 제가 걱정이 되어서 정석이를 병실에 남겨둔 것 같았어요.

 

“좀 더 쉬시지 왜 일어나셨어요... 아침에 외삼촌은 외숙모 모시고 서울 큰 병원으로 가보신다고 미리 들어가셨어요..”

 

정석이의 부축을 받아 저는 잠시 병원 밖으로 나와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시골이라서 그런지 별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았어요.

 

“그만 안으로 들어가시죠 외숙모.. 모기도 있고 여름이라지만 새벽 공기가 차요..”

 

정석이는 잠시 제 옆으로 와서 앉더니 저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어요.

 

“고맙다 우리 정석이.. 정석이 없었으면 외숙모는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네..”

 

정석이는 제 말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여전히 절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만 있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가 외숙모 수영이라도 가르쳐 드려야겠어요.

 그나저나 아까 인공호흡 하느라 제가 외숙모 흉부를 좀 강하게 눌러서 아프실 거예요..

 내일 큰 병원에서 가셔서 검사한 번 받아보세요. 몸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정석이의 말에 창피한 마음이 들었어요.

인공호흡을 했다면 제 입술에 정석이의 입술이 닿았을 테고 제 가슴위에 손이 닿았을 테니까요.

남편 외에는 한 번도 타인의 손길을 허락하지 않았던 제 몸이 누군가에게 만져진 것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그 상황이 떠오르며 부끄러워져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 옆에 앉은 채로 링겔을 들고 있는 정석이를 보고 있자니

그저 기특한 생각이 들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남편과는 달리 정석이는 참으로 여자를 대할 줄 아는 아이 같았어요.

나이답지 않게 저를 위로까지 하고 있는 정석이가 참으로 대견하게만 느껴졌어요.

저는 고마운 마음에 잠시 정석이를 제 품에 안은 채 머리를 다시금 쓰다듬어 주었어요.

 

“우리 정석이가 오늘 외숙모를 구해줬으니 외숙모도 나중에 정석이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꼭 도와주도록 할게...

 언제든 힘든 일이 있으면 외숙모한테 연락해줘야 해. 알았지?”

 

전에는 제 품에서 안기면 제 품속에 쏙 들어오던 아이였는데 중학생이 되고 부터는

제 품에 안기려 하지 않더니 이제는 키가 제법 커서 제 키를 훌쩍 넘겨버린 정석이를 안고 있으려니

이제는 제가 다 힘에 부치는 것 같았어요.

 

“언제 이렇게 큰 거니 우리 정석이.. 정호는 여전히 외소한데 너는 이제 체구는 어른이라고 그래도 믿겠다. 얘...”

 

잠시 동안 제 품에 안겨있던 정석이는 영 어색했는지 금세 제 품에서 벗어나더니 쑥스러워 하고만 있었어요.

 

“어머니 말로는 외탁해서 그렇데요.. 외삼촌들 이모들 다들 키가 크시니..

 형은 친탁이라 중학교 때까지만 키가 자라더니 그 뒤로는 점점 앞 번호로 내려가고 있어요. 헤헤.”

 

그저 정석이가 어린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겉모습도 어른이 되어 가고 있고

사춘기가 시작되어서 인지 제 품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나 봐요.

그런 생각에 제 마음은 금세 섭섭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요..

 

“요녀석 이제는 다 컸다고 외숙모 품에도 안 들어오려고 그러네.. 외숙모 섭섭해서 어쩌니 이제..”

 

다음날 저희 식구는 병원에 가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고 시간은 흘러

정호가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정호는 저희 집으로 들어와 잠시 동안 같이 생활하게 되었어요.

그 전해 형님 댁에는 커다란 풍파가 닥쳤었어요.

아주버님이 보증을 잘못 서시는 바람에 형님 댁은 순식간에 가세가 기울어 버렸어요,

선산과 커다란 과수원 하나만 남긴 채 그 많던 재산을 탕진하게 되었어요.

마침 대학에 입학하게 된 정호는 방을 구할 형편이 되지 못해 저희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던 것이죠.

 

“올케 미안하게 됐어.. 정호 기거할 방을 얻을 때까지만 부탁 좀 할게..”

“아니에요 형님. 정호가 애들 공부도 봐주고 해서 제가 도움을 받고 있는 걸요..

  제 자식이다 생각하고 데리고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정호는 정확히 1년 동안 저희 집에서 생활을 하다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간은 또다시 무상하게만 흘러가게 되었고 어느덧 혜영이와 정석이는 대학생이 되었어요.

대학은 꿈도 못 꿀 줄 알았는데 그나마 정호가 틈틈이 와서 공부를 봐준 덕분에

혜영이는 지방에 있는 사립대라도 가게 되었어요.

 

“너 이기집애.. 떨어져 지낸다고 방탕하게 살기만 해봐 아주..

 기숙사 들어가서 얌전히 공부만 하고 매주 집에 올라와야해 알았어?”

 

혜영이는 자취하길 원했지만 원체 세상이 험악하다보니 남편은 혜영이의 자취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고

대학교 기숙사에 혜영이를 넣어버렸어요.

 

오늘 정석이와 정호가 같이 집으로 인사를 왔어요.

정석이 마저 서울로 학교를 오게 되면서 형님은 거금을 들여 자취방을 구해준 것 같았어요.

 

“안녕하셨어요. 외숙모.. 절 받으세요..”

 

정석이와 정호는 대뜸 집에 들어오자마자 저와 남편을 앉히고는 절부터 하고 있었어요.

 

“절은 무슨 절.. 됐어 그런 건.. 그나저나 세상에~~ 이제 길가다가 마주쳐도 몰라보겠다. 정석이는. 어쩜 이렇게 컸니..”

 

몇 차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석이와 정호는 끝내 저와 남편하게 절을 하고는 그 앞에 앉았어요.

왠지 두 아이가 이렇게 커서 절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이제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물놀이 사고 이후로는 시골을 내려가지 않아 근 5년 만에 보게 되었는데

아직 어릴 적 모습이 조금은 남아있었지만 어느새 훌쩍 자라 건장한 청년이 되어 정석이가 제 앞에 마주하고 있었어요.

정석이의 성장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세월이 참으로 많이 흐른 것만 같았어요.

이제는 제법 남자 티도 나는 정석이를 보고 있자니 참 건실하고 훈훈하게 자란 것 같았어요.

요즘 젊은 아이들이 흔히들 말하는 훈남으로 변해있는 정석이를 보고 있자니

젊었을 때 남편을 설득해서 아들이라도 한명 낳았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형님은 너희 둘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부르겠다.. 어쩜 이렇게 둘 다 잘 컸는지 모르겠어.

 정석이는 장학금까지 받고 입학했다면서? 세상에 한국대를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입학을 하다니.. ”

 

고액과외까지 시키며 돈을 들인 혜영이는 지방사립대를 갔는데 과외라고는 일절 받아보지 못한 정석이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대학에 그것도 장학금까지 받고 들어간 걸 보니 저도 모르게 창피한 생각이 들었어요.

 

“혜영이는 없나 봐요? 있으면 서울 지리나 좀 알려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헤헤헤”

 

정석이의 웃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어릴 적 꼬마 정석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아이궁~ 코흘리개 어린 꼬마가 이제는 대학생이 다 돼서 인사도 오고.. 정말 기특하다.

 이리 와봐. 우리 정석이 예전처럼 외숙모가 한번 안아나 보자”

 

제 말에 정석이는 그저 얼굴을 붉힌 채 내외를 하고 있었어요.

 

“이 녀석이 어릴 때는 외숙모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면서 그렇게 안기더니 이제는 머리가 제법 컸다고

 외숙모는 보이지도 않아보네 에효~~~~”

 

서운함이 짙게 배인 제 말에 정석이는 그제야 어설프게 제 옆으로 다가와서는 저를 안는 시늉을 하고 있었어요.

정석이의 넓은 품에 안겨있자니 20대 초반의 나이에 남편의 품에 안겼을 때의 느낌이 다시금 떠올랐어요..

잠시 동안이지만 정석이의 품에 안긴 채 제 젊은 날을 생각하니

괜히 마음속이 우울해지면서도 한편으론 설레어 오는 것 같았어요.

나이를 먹고 조카를 안은 채 설레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니

저도 참 주책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큼 정석이가 성장을 해서 이제는 제법 사내 티가 나서

이제는 편하게 안아 줄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많이 컸구나. 이제는 외숙모가 완전 올려다봐야겠는데.. 어깨도 이렇게나 넓어 지고.

 학교에 가면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겠는데 우리 정석이는. 호호호.”

 

정석이는 여자 얘기가 나와서 인지 금세 제 품에서 떨어지고는 얼굴을 붉힌 채 서 있었어요.

 

“치~ 이거 외숙모 정말 속상한데.. 여자 얘기가 나오니 바로 외숙모는 찬밥이 되 버리고.”

 

농담처럼 건넨 말이었지만 품안에 자식이라고 마치 정석이가 이제는 제 품을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모르게 서운함이 밀려왔어요.

 

다시금 세월은 빠르게 흘려 정석이가 군대를 간다며 다시 집으로 인사를 왔어요.

짧게 깍은 머리와 함께 제 앞에서 또다시 절을 하고 있는 정석이를 보고 있자니

제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것 마냥 허전해 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 마.. 남자라카면 군대를 댕겨와야짐마! 정호는 면제 받았으니 네 형 몫까지 열심히 군복무 하고 온 나 알았제?

 첫째도 건장, 둘째도 건강이담마”

 

남편도 정석이를 보면서 마치 자기 자식 군대를 보내는 것 마냥 서운해 하면서도 대견해하며

그날따라 정석이와 만취가 될 때 까지 술을 마시고 있었어요.

 

“외숙모 제가 눕힐게요..

 외삼촌이 예전엔 그렇게 커보였는데 이렇게 술에 완전히 취하셨는데도 이젠 가볍게만 느껴지네요.. ”

 

정석이는 남편을 자신의 등에 업은 채 안방으로 가면서 연신 가벼워진 남편의 몸을 걱정하는 것 같았어요.

얼마 전부터 찾아온 당뇨 때문에 식사를 조절하게 되니 남편의 체구는 전과 비교해 확실히 체중이 줄고 있었어요.

정석이 덕분에 남편을 쉽게 침대에 눕히곤 저는 정석이의 잠자리를 봐주었어요.

 

“불편해도 오늘 하루니 여기서 자라 정석아.”

 

정호가 1년 동안 쓰고 난 뒤 계속 비어 있던 방을 급하게 치우긴 했지만

오랫동안 쓰지 않던 방이라 그런지 눅눅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니에요 외숙모.. 신경 쓰지 마시고 들어가서 주무세요..”

 

저는 서운한 마음에 다시금 정석이를 안아주었어요..

 

“으이구... 아직 외숙모한테는 여전히 애 같이만 보이는데 군대를 가다니.. 다치지 말고 잘 다녀와야 돼. 알았지?”

 

제 말에 정석이는 그저 쑥스러운지 짧게 자른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어요.

 

“어디 죽으러 가나요. 외숙모... 휴가 나오면 종종 들릴게요. 헤헤헤”

 

여전히 어릴 적 해맑은 미소를 간직한 정석이를 보니 더욱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정석이가 이부자리에 눕는 걸 보고나서야 밖으로 나온 저는 잠시 세영이 방으로 가보게 되었어요.

지지배가 정석이가 군대를 간다고 하니 마치 저희부부가 죽기라고 한 것 마냥 애통해하며 우는 통에

저녁도 제대로 먹지를 않아서 걱정이 되었어요.

울다 지쳐 잠이 든 건지 세영이는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누워 있었고

저는 잠시 이불을 내려서 세영이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한참 사춘기를 겪고 있는 세영이는 친 오빠와도 같은 정석이가 군대를 가게 돼서 무척이나 서운했었나 봐요.

잠시 동안 딸아이를 지켜보고 있다 안방으로 건너온 저는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고 있었어요.

한참을 뒤척여도 남편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잠시 거실로 나와 쇼파에 누워 있었어요.

 

그러기를 수 십분. 잠시 뒤 문 여는 소리가 들리며 세영이의 방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어요.

저는 잠시 쇼파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세영이가 방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어요.

 

‘저녁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픈가..’

 

저는 세영이게 간식이라도 챙겨 줄 요량으로 몸을 일으키려는데

또 한 번의 방문을 여는 소리에 몸을 낮추고 문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어요..

정석이가 자고 있는 방문을 연 채로 잠시 입구에서 서있는 세영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녀석 너도 엄마만큼 서운한가 보구나...’

 

잠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고 있을 찰나 세영이가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정석이 쪽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어요.

잠시 정석이를 보러 들어갔나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세영이가 나오지 않고 있었어요.

 

‘뭐하는데 방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고 있는 거지.’

 

저도 모르게 어느새 제 발은 거실을 가로질러 정석이가 자고 있는 방 문 앞까지 와있었어요.

혹시나 세영이가 제 인기척에 놀랄까 싶어 저는 조심스레 정석이가 자고 있는 방문을 살며시 열어봤어요.

그리곤 제 눈에 보이는 광경에 저는 잠시 할 말을 잃고 서있게 되었어요.

 

세영이가 곯아떨어진 정석이의 입술에 입술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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