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숙의 하루5(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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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5,735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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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혁이와 석이는, 첫시간이 끝나자마자 키득거리며 복도로 나왔다. 이미 그들
주위에는 영웅담을 듣고 싶어하는 녀석들이 한무리 모이고 있었다.

-야, 봤니, 봤어?
-뭐 입었냐? 어떤 거 입었데?
-몰라, 어두워서 아주 속까지는 안보였어.
-그래도 진짜 빵빵하더라, 그 여자... 스타킹 신은게... 어휴...

그들은 잠깐 동안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처지가 됐다. 나머지 남
학생들은 입맛을 다시며, 자기에게 그런 기회가 없었음을 아쉬워하거나, 혁
이와 석이같은 대담함에 탄복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의 무용담을 신나게 펼치고 있는 혁이의 팔뚝을 석이가 끌어 당겼
다. 그리고는 마치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할듯이 석은 혁을 복도 한구석으로
끌고 갔다.

-야, 그거 갖고 왔냐?
-왜, 뭐?
-바보야, 오늘 음악시간 있잖아, 이따 점심시간 전에...!
-아... 그거! 물론 있지~~

혁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알았다는 듯이 바지주머니에서 주섬대며 무언
가를 꺼냈다. 그것은 다른게 아니라, 딱 손바닥만한 크기의 거울이었다. 거
울이 반짝이며 그 깨끗한 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킥킥, 좋았어! 이따 빌려줘야 돼...!
-알았어, 임마...!

그들 둘은 무언가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의 그것처럼, 비열한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띄우며 교실로 다시 들어갔다.

수업시간에도 혁이와 석이는 책상밑으로 몰래 거울을 건네며, 교복자락으로
연신 거울면을 닳도록 문지르며 닦았다. 그리고는 자신들 나름의 치밀한 준
비에 소릴 죽여 키득거리고 있었다. 한편 숙은 두시간 동안을, 피아노 의자
를 창문가에 끌어다 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다 식은 커피잔을 쥐고 창밖
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머리속은, 자꾸만 지하철 안에서의 사건 아닌 사건이
떠올라 맴돌고 있었다. 다른 어느 누가 그 일을 당한다 하여도, 분명 그것
은 불쾌한 경험이 분명했다. 그러나 자꾸 거듭할수록, 그녀는 마지막 순간
에 느꼈던 자신의 야릇한 감정과 달아 올랐던 흥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고,
그때마다 그녀의 치마위에 단정히 모아져 놓여있던 손길은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사이 하복부를 지긋이 누르고 있었다.

자신이 흥분했었다 - 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숙의 입술사이에선 작은
한숨이 새어 나오며 몸이 작게 떨려왔다. 다시금 아까부터 젖어있던 엉덩이
사이 팬티부근이 뜨끈해지는 기분이었다. 맙소사,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지금... 어느새 치마틈 속으로 끼워져 있던 자신의 손을 발견하고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안돼, 안돼 - 그녀는 머리속 생각을 털어내려는 듯
이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업, 수업준비... 벌써 시간이 이렇
게 되버렸네, 차임벨이 수업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음악책과 악보들을 챙기
며 몸을 일으킨 그녀는 허둥지둥 수업준비를 시작했다.

3학년들의 수업시간은, 무언가 맥이 빠진 느낌이었다. 연합고사다, 내신이
다, 이런 것들이 중요해져버린 이 3학년에서는, 학생들은 그저 신나게 노래
를 부르고, 피아노 소리나 듣는, 반쯤은 노는 시간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물론 숙 역시도 어느 정도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절반쯤의 시
간은 악보그리기로, 절반쯤은 가곡합창등으로 때우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
단 오늘 그녀는, 가뜩이나 의욕이 없는 마당에 칠판에 악보를 그리고 한시
간 내내 베끼게 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분명 모두가 풀린 기분으로 수업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두
명에게는 그랬다. 다름 아닌 혁과 석은, 얼토당토 않은 질문으로 음악선생
의 시선을 유도할 계획으로, 거울을 책상 아래 단단히 숨켜쥐고 때를 기다
리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숙은 그저 음악실의 장의자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질문을 받거나 진도가 안나가는 학생에게 직접 시범을 보여
주거나 하고 있었다.

음악실의 의자는 네명씩 앉는 장의자가 두 줄로 길게 늘어서서 배치되어 있
었다. 그리고 이 의자들은 번호순으로 앉게 되있었기에, 보통 교실과는 달
리 혁이와 석이는 따로 떨어져 있었다. 즉 분단의 중간쯤에서 혁이는 가장
자리에, 석이는 반대쪽 분단의 안쪽에서 두번째에 끼어 앉고 있었다. 천천
히 한줄씩을 지도하고 있는 숙이 자기들 쪽으로 가까이 오자, 그들 둘은 치
열하게 눈빛으로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열심히 무언의 실랑이를 벌
이고 있었다. 니가 먼저 질문해라, 아니야, 니가 먼저 해 - 그러는 새에 숙
이 그들 줄께까지 다가서고 있었다. 결국, 거울을 가지고 있는 혁을 위해,
석이 먼저 질문을 하기로 했다.

-저, 선생님, 이 못갖춘 마디는 어떻게 그려요?

석은 짐짓 진지한척 숙을 향해 물었다. 당연히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
는 녀석들이었기에, 그려놓은 악보가 보기 좋을 리 만무했다.

-이런, 엉망이네...

석의 손에서 볼펜을 건네 받은 숙이 숫제 그의 공책에 처음부터 다시 그려
주기 시작했다. 줄의 중간에 앉은 석의 위치로 인해, 숙은 자연스럽게 책상
모서리에 앞으로 기댄 채 몸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더할 나위 없는 찬
스였다. 그녀의 자세는 - 자신의 허리아래는 살필 수 없었고, 더군다나 앞
쪽으로 잔뜩 상체를 수그려 허리를 뺀 그녀의 치마 뒤쪽은 거의 허벅지 중
간께까지 끌어올려져 드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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